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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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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 해설 / 엘비스 役 

표영재 - 에드 役 

이선주 - 줄 役 

채의진 - 아델라이드 / 비키(5화) 役 

김은영 - 마지 할머니 役 

이미자 - 어린 엘비스 / 넬리엄마(3화) 役 

안지환 - 지요 役 

우정신 - 조(5화) / 진(11화) 役 

양희문 - 트란(2,14,15화) 役 

엄현정 - 아델친구(2화) / 쿤(3화) 役 

고성일 - 불량배(2화) / 리처드(6화) / 크리스(7화) / 다니엘(11화) 役 

노계현 - 아론(2화) / 제임스프랭스(9화) / 학생2(11화) / 경찰(15화) / 요원1(16화) 役 

이상훈 - 매니저(2화) / 단장(8화) / 월터(15화) 役 

박소라 - 넬리(3화) / 파비안느(13화) 役 

한수림 - 나오미(4화) 役 

정 남 - 쥴의 엄마(4화) / 양부인(17화) 役 

윤복성 - 올리버(6화) / 요원2(16화) 役 

이승연 - 도미니크(7화) 役 

최 한 - 버트(7화) / 학생1(11화) 役 

정미연 - 지미(8화) 役 

최원형 - 노아(8화) 役 

오주연 - 마리아(10,15화) 役 

김영선 - 라이너(10화) 役 

안장혁 - 노만(11화) 役 

김지영 - 바바라(11화) / 앞집여인2(15화) 役 

김승준 - 이안(13화) 役 

김서영 - 제시어머니(14화) 役 

배정민 - 제시(14화) 役 

김아영 - 앞집여인(15화) 役 

손원일 - 스타키(16화) 役 

윤소라 - 소피아(16화) 役 

박선영 - 캐롤(16화) 役 

이진홍 - 요원3(16화) 役 

송준석 - 후티(17화) 役



호텔 아프리카 1편   

"WELCOM TO THE 호텔 아프리카"

SIGNAL 호텔 아프리카
에드 피우겠나?
엘비스 고맙군.
E 라이터 켜는 소리.
에드 (진지하게)이봐. "LIKE A VIGIN"은 누가 불렀지?
M LIKE A VIRGIN (잠깐씩 깔린다)
엘비스 (진지하게)그 노래는 여자가 남자를 만날 때 
내숭떤다는 내용인데...
아무튼 내숭 떠는 여자들은 조심해야돼.
에드 답만 말해.
엘비스 마돈나.
에드 맞아. 
그렇다면 "with or without you"는 누가 불렀지?
M WITH OR WITHOUT YOU (잠깐 깔린다)
엘비스 음...(생각하다가) U2.
에드 그래, 그렇다면... 
"love me tender"는 누가 불렀지?
엘비스 (빨리)나.
에드 (통쾌해하며) 으하하하하! 틀렸다.
이봐, 내기에 졌으니, 
약속대로 맥켄이 있는 곳을 대!
엘비스 (비웃듯) 형사양반, 
내 이름이 엘비스라는 거 몰랐나?
당신은 유머감각이 없거나, 아님 머리가 나쁜 거야.
쥴 (외치는)컷! 엘비스!!!
너 그 코에서 나오는 연기 좀 어떻게 할 수 없어?
이 장면은 엘비스의 카리스마가 
풍겨 나오는 장면이란 말야.
근데 카리스마는 안나오고,
코에서 연기만 나오면 어떡해.
네가 용가리야?
엘비스 담배 피면 코에서 연기 나오는 게 당연한 거야.
에드 쥴! 엘비스는 담배연기가 콧구멍으로 나오는 게 
장기라구.
엘비스, 쥴한테 콧구멍으로 도너스 만드는 것도 
좀 보여줘.
쥴, 아예, 이런 시시한 영화 관두고,
"기인 엘비스의 콧구멍 연기쇼는 
어떻게 완성되었나."
이런 걸로 다큐를 찍지 그러니?
엘비스 하하하...그런 거면 나도 자신 있어. 
(E 연기 내뿜는)
쥴 (화난)너희, 당장 그만 두지 못해?
에드 쥴, 엘비스나 나나 연기 전공도 아닌데,
이 정도면 훌륭한 거 아니야?
그리고, 우리가 만일 로버트 드니로였어봐,
그러면 코에서 연기가, 
목욕탕 굴뚝처럼 펑펑 나왔어도
분명히 멋있어 보였을 거야.
엘비스 그건 그래. 
내가 만일 로버트 드니로라면 발냄새가 좀 나도 
여자들이 따라다녔을 꺼야.
에드 어차피 우린 아마추어고, 
그래서 뭐든 어설퍼 보이는 거라구.
쥴 아마추어라서 할 수 없다구?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너희들은 평생 발전이 
없는 거야.
날 때부터 프로였던 사람이 어딨어?
우리가 영화 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1년이야,
그런데 우린 뭐지?
NA. 우리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5년 전 우린 영화계의 혁명을 외치며 모였다.
하지만 쥴과 에드, 그리고 나 엘비스가 영화계에서 했던 일은
다윗이 골리앗에게 던지는 돌맹이가 될 수도 없었다.
이제 졸업한지 1년, 
에드는 번역일을 하고, 나는 주에 2번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고,
그나마 쥴 만이 조연출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쥴이 지금 화를 내는 건, 우리의 처지가 안타까워서일 것이다.
쥴 (화난)너희들은 쓰레기야. 구역질 나!
에드 (비아냥)네 시나리오도 구역질 나긴 마찬가지야.
유치한 시나리오로는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없다구.
쥴 (화나서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은) 
너..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에드! 너와는 다시 보지 않겠어. 평생.
코드 불화, 다툼의 느낌.
M LOVE ME TENDER (엘비스 프레슬리)
에드 엘비스, 이 노래 참 좋아.
엘비스 넌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라면 다 좋아하잖아.
에드 그건 그가 너와 이름이 같기 때문이지.
엘비스 고맙군, 그런데 어쩌지?
난 클럽에서 노래하는 가짜 엘비스일 뿐인걸.
지금 노래를 부르는 이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되는 
처지라구.
(하면서 엘비스 프레슬리 모창 조금)
어때?
에드 못 들은 걸로 할게.
엘비스, 내가 생각해봤는데,
내가 여자기피증에 걸린 건 쥴을 
만난 후부터인 것 같아.
엘비스 아냐, 넌 그전부터 그랬어.
쥴 때문이라고 핑계 대지마.
에드 (E 머리 긁적이면서)그랬었나? 
엘비스 에드, 네가 너무했어.
쥴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너도 잘 알잖아.
명색의 조감독이라지만, 카메라 끄는 보조라구.
게다가 감독하고 사이도 안 좋아서 맨날 싸운다잖아.
그런데 거기다 대고 유치한 시나리오라고 했으니..
에드 하지만 쥴이 형편없는 시나리오만 
써대는 건 사실이잖아.
쥴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그런 소릴 하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라구.
엘비스 그래도 쥴이 앵글 잡는 솜씨는 훌륭하잖아.
모든 감독이 좋은 시나리오 작가일 필요는 없어.
쥴은 연출만 잘 하면 되는 거지.
에드 글쎄...난 솔직히 쥴이 영화한다는 것 자체가...
엘비스 (가로막으며)에드, 쥴한테 사과할거지?
에드 그..건...생각해볼게.
근데, 엘비스, 너 "호텔 아프리카"는 잘 되가니?
엘비스 어? 어.....쓰고 있어.
코드 회상의 분위기.
NA. 나는 기록하고 있었다.
나의 아름다운 어머니와 문을 열면 내게로 다가와 안기던
푸른 하늘과 광활한 대지,
그리고 자란 후에도 변함 없이 내 영혼에 단비를 내려 주고있는, 
호텔 아프리카의 추억들을.
M YESTERDAY ONCE MORE (CARPENTERS) ----->
마지 엘비스, 라디오 꺼라!
어린엘비스 하지만 할머니, 이 노래는 내가 좋아하는..
마지 어서 끄지 못해!!
어린엘비스 네. (CARPENTERS 음악소리 죽는)
마지 아델. 계속 얘기해봐라. 지금 호텔이라고 했니?
아델 네, 호텔이요.
우리 집은 쓸데없이 크기만 하고,
식구라곤 어머니와 저, 그리고 엘비스뿐이잖아요.
(신경질적으로)엘비스, 손으로 집어먹으면 
안 된다고 했지?
포크를 써, 포크를.
마지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나는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뜨내기들을 이 집에서
재울 순 없다.
(엄하게)엘비스, 손으로 먹으면 안돼요.
포크는 뭐하니?
어린엘비스 알았어, 알았다구. 
(E 포크로 접시를 반항적으로 탁탁 때리는 소리. )
아델마지 (동시에)엘비스!!!
NA. 이 분들이 나의 어머니인 아델리아드와 할머니인 마지였다.
할머니는 신념이 뚜렷하고 굽힐 줄 모르는 성격이었고,
어머니는 할머니를 옹고집쟁이라고 불렀지만,
그런 어머니도 할머니를 쏙 빼어 닮아있었다.
그래서, 두 분의 싸움은 그칠 날이 없었다.
어린엘비스 엄마랑 할머니는 아이한테 유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가분데..
어렸을 때 맨날 싸우는 집에서 자란 아이는
커서 싸움꾼이 돼가지구, 
계속 사람들만 패고 다닌다고 했어.
내가 그렇게 되도 좋아?
아델 너, 못된 말만 골라하는구나.
마지 엘비스, 또 올리버씨 댁에 가서 TV 보고 왔지?
그 영감탱이는 애한테 맨날 이상한 것만 
보여주고 말이지..
아델 엘비스, 벌로 점심은 굶어!
어린엘비스 (떼쓰는)으앙, 배고프면 외롭단 말야!
M MR. LONELY (바비 빈튼)
NA. 당시 나는, 외롭다는 말의 뜻을 
배고프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옆집 올리버 아저씨네 집에 갔더니, TV에서 마침
남자와 여자가 꽉 부등켜 안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 때 여자주인공이.."나 외로웠어요."하고 말을 했는데,
마침 여자의 배속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배가 고프면 
외로움이 깊어진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남아있다.
늦게 일어나는 아침마다, 나는 외롭다.
E 창고에서 상자와 물건들을 부시럭거리며 
왔다갔다 하는 소리
어린엘비스 엄마가 창고에서 혼자 뭘 하는 거지?
아델 엘비스,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어린엘비스 어... 엄마. 엄마랑 할머니랑, 누가 이겼어?
아델 (무시하는)조심해서 내려와.
E 창고 부시럭거리는 소리.
엘비스 계단 내려가는 소리.
어린엘비스 어, 이건 누구야?
아델 아빠야..
NA. 나는 거기서 아빠의 사진을 보았다.
엄마는 아빠의 사진을 보고 있었지만, 눈은 사진을 너머 
보이지 않는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E 밤, 벌레들 우는 소리.
아델 어쩌면 네 아빠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을지도 몰라.
고아로 태어나서 시시한 춤을 추고,
시시한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시시하게 죽었어.
하지만, 노래 하나는 아주 잘 불렀지.
정말, 그의 노래는,
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심장도 녹일 것 같았어.
마음이 따뜻한 사람만 그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거야.
어린엘비스 (졸린)으응.
아델 그래도 네 아빠가 한 가지 일은 하고 간 것 같구나.
너를 선물해주었으니 말야.
M "트로이메라이" (슈만)
아델 그런데, 엘비스, 
배고프면 외롭다는 말은 누구한테 들었니?
그건 네 아버지가 하던 말이었는데..엘비스, 엘비스?
E 어린 엘비스 코 고는 소리.
트란 (에코) 고마워. 아델라이드.
아델 트란, 다 듣고 있었군요.
트란 (에코)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M CAN"T HELP FALLING IN LOVE WHIT YOU (Ub 40 걸로)
SIGNAL 호텔 아프리카 깔리면서
NA. 어머니는 가끔 혼자 중얼거리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대화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자는 척하곤 했다. 
그 시절 어머니는, 나의 아버지, 검은 엘비스가
호텔 아프리카의 빈 방 중 어딘가에 묵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호텔 아프리카 2편

"흉터"

SIGNAL 호텔 아프리카 
NA. 젊은 시절 나의 어머니 아델은 다른 시골 처녀들처럼 
막연히 도시를 동경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더욱 큰 동경의 대상은...
M ARE YOU LONESOME TONIGHT? 듣다가 깔리면서
아델 (넋이 나가 중얼거리는)엘비스... 
영원히 사랑할 꺼야.
엘비스가 있는 곳에 가고 싶어...
(단호한)그래, 결심했어. 
내 인생을 이런 시골구석에서 낭비할 순 없어
이런 시골구석에 있으면 뻔하다구.
평범한 시골 아낙네가 돼서,
서른이 되기 전에 얼굴에 주름살이 거밋줄처럼 앉고,
애들은 주렁주렁 표주박처럼 매달려서 
매일 울고 보채겠지.
평생 맥주거품을 수염에 달고 다니는 
배불뚝이 남편 비위나 맞추고,
남편이 주제에 바람까지 피면,
내 볼품 없는 엉덩이나 원망하게 될 꺼야.
그러다가.... 내가 죽으면, 
묘비명엔 이런 글이 새겨지겠지.
"아델라이드, 묘비명에 쓸 것도 없는 인생을 
보내다."
그래, 여기서 탈출하자, 
도시로 가는 거야.
NA. 처녀시절의 어머니에겐 야반도주의 이유로 이 두 단어면 충
분했다. 대도시와 엘비스.
E 대도시 밤거리의 소음
불량배 어이, 아가씨, 시골에서 왔나본데,
잘 데는 있나?
이 오빠가 재워줄까?
아델 (콧대높은)사람 잘 못 봤어요.
난 시골출신이 아니에요.
여기서 태어났다구요.
불량배 하하하. 그런데 그 촌스런 머리랑 사투리는 뭐지?
웃기는 아가씨,
나 사실은 (E 주머니에서 뭘 꺼내며) 이런 사람이야.
이상한 사람 아니라구.
친구 (속삭이며)아델, 이 사람 영화감독인가봐.
불량배 아가씨 인물 정도면 영화에 출연할 수도 있어.
아가씨도 스타가 되고싶어 도시로 온 거 아니야?
아델 (E 손 뿌리치는) 이거 놔요. 
불량배 성깔하곤. 인물 값 하는구만.
아델 아악! (겁에 질려)이러지 말란 말이에요.
E 몸싸움 소리.
친구 아델!!어머 어떡해. 
(다급한)여보세요, 여기 누가 좀 도와주세요! 네? 
아델!!
트란 (폼 잡으며)이봐, 잠깐.
불량배 넌, 누구야?
후후, 검은 친구, 보아하니, 너도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거 같은데,
남의 사업 방해하지 말고 꺼지시지.
트란 사업? 난 남이 사업 잘 되는 꼴을 못 봐.
한 마디로, 성질이 더럽지.
불량배 어서 꺼져!
트란 그렇게 못하겠다면!
불량배 이 자식이! 
E 퍽퍽 치고 받는 소리
M BURNING LOVE (엘비스 프레슬리)
불량배 (E 도망가며)이 검둥이 새끼, 
너 내 구역에 들어오기만 해봐!
가만 안 둘거다!!
코드 긴장이 해소되는 느낌.
트란 뭐하러 어린 것들이 밤늦게 싸돌아 다녀!
너희 땜에 괜히 얻어맞기만 했잖아.
친구 아델라이드, 가자 얘! 
어서 집으로 가자구.
난 여기가 너무 싫어졌어! 야, 아델!
아델 (넋이 나간)너 먼저 가..
M " LOVE IS TENDER" ( ELVIS )
NA. 그 때 어머니는 왜 밤무대 가수에 불과한 
그 흑인 청년을 따라갔을까.
엘비스 흉내를 한 옷차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일찍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을까.
나의 아버지, 검은 엘비스, 트란은 어머니보다 10살이나 많았다.
두 분은 1년을 함께 사셨고, 
결혼 1년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고향에 와서 나를 낳았다고 한다.
E 어깨 치는 소리.
에드 엘비스, 무슨 생각해? 클럽 갈 시간이야.
엘비스 에드. 가끔 이런 생각해본 적 없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오래 전에 이미 입력된 것이라는 느낌..말야.
에드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
엘비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내가 자라서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는 거, 말야.
어릴 땐 내가 이렇게 될 줄 아무도 몰랐고,
나도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었던 일이
아닌가 해서.
에드 갑자기 왜 그렇게 폼 잡는 소릴하는 건데?
엘비스 아냐. 어서, 가자. 
(에코) 아버지가 클럽에서 노래할 때,
그 때 이미 나도 클럽에서 노래하도록 
정해졌던 거야.
M "THE ROCKAFELLER SKANK" (FATBOY SLIM)
E 음악과 함께 클럽의 소음 섞인다.
여자들 (괴성 지르는)꺅꺅 
쥴 (혼잣말, 기분이 안 좋은)
나는 지금 샌드백이 필요해.
쟤들은 뭐가 좋다는 거지?
신났다고 소리지르는 저런 애들이나 
한 대 패줬으면 좋겠군.
똑같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저렇게 꺅꺅거리다니, 꼭 바보같아.
에드 (부르는)쥴, 여기야!
E 테이블 앞 의자 끌어 앉는 소리.
쥴 (짜증)왜 이렇게 찾기 힘든 데 앉아있어?
에드 (눈치로 감 잡고)너, 또 떨어졌구나?
쥴 위스키 스트레이트 더블!
에드 (놀리듯) 들었지? 아론! 
여기 쥴라이 양에게 낙방주 한 잔 주게.
아론 위스키 여깄습니다.
쥴라이, 오늘은 당신답지 않군요. 웃어요, 쥴라이.
쥴 고마워요. 아론.
엘비스 기운내, 쥴. 오디션 정도 떨어졌다고
그런 얼굴을 하다니, 너답지 않아.
쥴 도대체...난 언제쯤이면 이 쓴 위스키 대신
달콤한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는 거지?
에드 이봐, 쥴, 너에겐 달콤한 샴페인보다는 
쓴 위스키가 어울리는지도 몰라.
그런 운명을 타고나는 사람들이 있다구.
쥴 (화를 참으며) 제발, 에드. 
오늘은 나, 기분 엉망이야.
나를 더 이상 긁지 말아줘.
엘비스 너희 애정표현방식은 정말 독특해.
매니저 (멀리서) 엘비스, 자네 차례야! 
엘비스 예!
쥴 엘비스, 잠깐! 너 티셔츠 뒷 지퍼가 열렸어.
엘비스 어, 고장이 나서 자꾸 열리네.
쥴 어? 이거 문신이야?
엘비스 꼭 문신처럼 보이지?
하지만, 아니야. 흉터야. 
코드 신비로운 느낌.
NA. 이 흉터는 그와 연결되어있다.
지요 여어, 꼬마 안녕!
어린엘비스 (놀라서)어..어...엄마! 엄마!!!
지요 엄마는 어디 계시니? 
어린엘비스 (무서워하는)아저씬 누구야?
지요 (상냥하게)난, 지요라고 해.
NA. 어느 날, 호텔 아프리카에 불쑥 나타난 지요, 
그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본 인디언이었다. 
E 숟가락 포크 접시 위에 놓는 소리.
지요 부인 음식이 아주 맛있군요.
아델 편하게 아델이라고 부르세요.
지요 그래요, 아델, 아델이라고 부르죠.
그러면 아델, 저와 결혼해주시겠어요?
아델 네? 지요! 당신과 전 만난지 
하루 밖에 안됐어요.
지요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전 아델 당신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느낌으로 
알았습니다.
당신은 내 아내가 될 사람이라는 걸요.
어린엘비스 엄마, 결혼해버려!
마지 엘비스, 넌 가만있어!
지요 아델. 사랑합니다.
NA. 그 말은 매일 되풀이되었고,
지요에겐 그 말이 마치 "안녕하세요?"하는 인사말과 
같은 것이라고 우린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지요는 꿈을 꾸듯 대지 위에 우뚝 서 있었다.
M PEOPLE ARE STRANGE (DOORS)
어린엘비스 이렇게 뜨거운 햇볕 아래 오래 서있으면
쓰러져, 지요.
나두 전에 그런 적이 있단 말이야.
지요 사랑하면 쓰러지지 않아. 
어린엘비스 (에코) 이건 무슨 말이지?
(보통톤) 알아, 지요, 나도 다 알아.
하지만.. 햇빛을 사랑하면 머리가 얼마나 아픈데.
지요 후후..엘비스, 넌 모르는 게 없구나.
우리 강에 놀러 갈까?
어린엘비스 (좋아 죽는) 으와아아아아!!! 정말이야?
지요 하하, 그렇게 좋니? 
어린엘비스 그럼 지요, (뜸 들이며)저기 한가지 부탁이 있어...
(조심스럽게)강에 가는 동안, 손도 잡아 줄 거지?
지요 엘비스, 손이 참 이쁘구나.
NA. 나는 그 순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의 손을 잡아보았다.
지요의 손은 완벽하게, 아버지의 손 같았다.
E 강물 흐르는 소리. 숲 속 새 소리.
지요 며칠전에 비가 내려서 그런지 강물이 많이 불었구나.
어린엘비스 난 요기서 낚시 할꺼야, 지요는 어디서 할꺼야?
지요 난 그냥 구경할게.
어린엘비스 고기도 안 잡을 거면서 여긴 왜 왔어?
지요 나무구경하고, 엘비스도 구경하려고.
어린엘비스 피--
코드 평화로운 느낌.
E 아이가 발을 물 속에 퐁당 담그는 소리.
어린엘비스 아야! 물이 굉장히 차갑구나.
발이 아프다. 아야,(E 첨벙거리면서) 아야.
E 강물 흐르는 소리. 물살 이는 소리
어린엘비스 아저씨, 왔어, 고기가 왔어!
지요 아저씨! 응?
아저씨, 어딨어? 지요 아저씨!!
코드 미궁으로 빠지는 느낌.
NA. 나는 불안에 떨었다.
지요마저 아버지처럼 나를 떠났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는 지요를 찾기 위해 정신 없이 나무 위로 올라갔는데.
E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 
찌익 하고 옷 찢어지는 소리.
어린엘비스 꺄--악!!
E 풍덩하고 빠지는 소리
어린엘비스 (에코)아파, 등이 아파.
M THE SOUND OF SILENCE ( SIMON & GARFUNKEL )
지요 엘비스, 괜찮아?
어린엘비스 (깨어나며)으응..
지요, 날 버렸던 거야?
지요 엘비스.
어린엘비스 지요, 날 두고 가지마.
NA. 지요의 몸에서는 아버지의 냄새가 났다.
그 순간만은 지요를 이렇게 부르고 싶었다. 아버지라고.
어린엘비스 엄마, 난 지요가 너무 좋아.
아델 엘비스, 이제 등은 안 아파?
어린엘비스 지요가 약초를 붙여준 뒤로는 안 아파.
아델 흉이 크게 남지 않아야할텐데.
어린엘비스 지요가 그랬는데, 약초를 붙이고 몇 일만 있으면
상처가 예쁘게 아문다고 했어.
지요가 조금 있다가...
아델 (짜증난)엘비스! 지요 얘긴 그만 좀 해라.
근데, 엘비스, 
아까부터 너 왜 그러고 서있는 거야?
SIGNAL 호텔 아프리카
E 시끄러운 매미 소리.
에드 엘비스, 그렇게 태양 아래 오래 서있으면
쓰러져.
엘비스 사랑하면 쓰러지지 않아.
에드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이야?
엘비스 응? 그냥 아는 사람 흉내를 내봤어.
에드 어떤 사람인데?
엘비스 나를 구해줬던 사람이고, 
상처를 치료해줬던 사람이지.
난 등에 남은 상처의 흔적을 볼 때마다 
그 사람 생각을 해.
그 사람이 내 상처를 예쁘게 아물게 해주었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상처를 말야.
 


호텔 아프리카 3편

"FLY, FLY"

SIGNAL 호텔 아프리카
E 거리의 소음
에드 만일 여기 그 자가 있다면,
나 같으면 그냥 멱살을 확 잡아서, 
몇 바퀴 휘휘 돌린 다음에
저기로 휙 내던지겠어.
쥴 (냉담하게) 안 그래도 그렇게 했어.
에드 뭐? 정말로 감독한테 주먹을 썼단 말야?
쥴 응. 
에드 으하하하, 쥴, 마음에 든다, 잘했다. 
엘비스 (조심스럽다)그럼....너 또 짤렸겠구나.
쥴, 이번 달 집세는 냈어?
쥴 아니. 못냈지.
M ONE MORE CUP OF COFFEE ( 밥 딜런 ) 깔리면서
E 카페에서 들리는 낮은 웅성거림과 소음.
찻잔 부딪히는 소리들.
쥴 (주저하는)뭐, 드시겠어요?
에드 이야 각선미 죽이는데?
쥴, 넌 웨이트리스 복장이 참 잘 어울린다.
그냥 이 직업으로 마음을 굳히지 그래?
E 메뉴판으로 머리를 퍽, 하고 내리치는 소리
쥴 (때려놓고 연기하는) 어머, 손님 죄송해요.
이게 손님 머리인줄 모르고 그만... 
먼지가 너무 많이 앉았길래
좀 턴다는 게 .. 근데요, 손님,
머리 좀 감고 다니시죠. 
아님 가끔 먼지털이로 털어 주시던가.
에드 야, 쥴! 너 손님한테 이러기야?
오늘은 친구가 아니라 손님으로 온 거야.
쥴 뭐라고? 야, 에드, 
넌 지금 나한테 성 희롱한 거야.
네가 친구길래 망정이지, 너 그냥 손님이었으면
경찰서로 보냈다! 알았어?
에드 (에코) 성희롱..(E 꿀꺽 침 삼키는)
쥴 좋아, 지금 표정, 아주 마음에 든다, 에드.
정말 비굴하구나.
저, 손님은 뭐하시겠어요?
에드 (쫄아서) 카..카푸치노 둘. 
M "ARE YOU LONESOME TONIGHT"
(엘비스의 ) 깔리면서
엘비스 (근사하게)이봐요, 웨이트리스.
몇 시에 끝납니까?
제가 조금 후에 이 문을 나가면,
다시 여기로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이 일을 마칠 시간쯤엔 
아마도 당신을 몹시 그리워할 것 같은데요.
쥴 (내숭 톤)글쎄요...손님. 전 밀린 집세 때문에 
야근을 해야하는데...
게다가 저희 업소는 손님과의 데이트를 
금지하고 있거든요.
에드 잘들 논다. 너희, 영화 찍냐?
쥴 (원래 말투로)엘비스, 9시에 끝나는데 기다릴래?
엘비스 그래 쥴, 끝나면 영화보러 가자.
E 신문 부시럭거리는 소리
엘비스 에드.
에드 (삐친)피곤해. 나 먼저 집에 가서 쉴래.
E 신문 부시럭거리는 소리
엘비스 어! 에드, 이 칼럼 읽었어? 
이 사람들 아는 얼굴인데..
NA. 그 때 우리는 16세였고, 세상이 너무 지루했다, 라는 글로
칼럼은 시작되고 있었다.
M ONE MORE KISS, DEAR (BLADE RUNNER O.S.T. 중)
넬리 꼭 이런 촌스러운 모습으로 찍은 사진이 필요한거야?
쿤 (강한 톤)당연하지.
이건 죽은 사람으로서의 예의야.
한 가지쯤은 남은 사람들을 위해 
추억거리로 남겨놔야 한다구.
네 부모님에게도 그 정도의 권리는 있는 거야.
넬리 아니야. 우리 엄마는 이 사진 때문에 
더 괴로워하실 거야.
이 사진을 좀 보라구.
엄마는 내가 죽고 난 후에 이 사진을 보면서,
"너 끝까지 내 말 안 듣고, 죽을 때에도
촌스런 화장을 했구나."
이러실 거란 말야.
쿤 넬리. 너 지금 웃기려고 그런 말하는 거니?
하긴, 좀 웃기긴 했다.
넬리 아냐, 쿤. 난 엄마가 진짜로 이 사진을 보면서
평생 괴로워하길 바래.
하하하하, 우리 엄마가 이 사진을 보면,
내 촌스러움 때문에 얼마나 부끄러워 하실까.
쿤 너무 그러지 마, 넬리.
그거 비싼 화장품이야.
(에코) 정말, 죽은 사람의 사진을 보면 
괴로워지는 걸까?
코드 불안감이 다가오는 느낌.
넬리 이봐, 쿤, 아직 멀었어?
다리 아파.
쿤 넬리, 그만 징징대.
멋진 종말엔 근사한 무대가 필요한 거라구.
넬리 하지만, 쿤, 도착하기도 전에 다리 아파 죽겠어.
쿤 다리 좀 아프다고 죽지 않아. 
(기뻐하는)넬리, 저기야, 저기! 호텔 아프리카!
그리고 그 뒤에 있는 게 자살절벽이지.
이름 끝내주지 않니?
우리의 마지막을 장식해줄 최고의 무대라구.
코드 점점 커지는 불안감
E 두 사람 발자국 소리
쿤 이봐, 땅콩, 잘 있었냐?
어린엘비스 (반가워하는) 우와---대장!
대장 이번엔 일찍 왔네?
쿤 그래, 땅콩, 저번 방학에 가르쳐준 건 
안 잊어먹었겠지?
어린엘비스 예써!
쿤 자, 그럼 테스트해보지.
어른들이 시금치를 먹으라고 강요할 땐?
어린엘비스 (떠벌이며)난 시금치 알레르기가 있어.
시금치를 먹으면 난...
(코믹하게)뽀빠이로 변한다! 뽀빠이!!
쿤 좋아. 다음 질문.
아무리 열심히 해도 되는 일이 없을 땐?
어린엘비스 (옥희톤)엄마,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거여요.
쿤 좋아. 그럼 이런 말을 어디서 배웠냐고 하면?
어린엘비스 보안관 아저씨가 가르쳐 줬다고 말하는 거야.
쿤 좋았어. 땅콩, 넌 천재야, 천재.
자 천재 땅콩, 하늘 구경할래?
어린엘비스 (넘어갈 듯) 꺄르르르르...
NA. 16살의 두 소녀, 쿤과 넬리는 어머니가 차려준 음식을 먹고
자살절벽으로 올라갔다.
M UNTIL THE END OF THE WORLD 
( U2, [UNTIL THE END OF THE WORLD ] O.S.T. 중)
쿤 넬리. 조금만 더 힘을 내.
이제 거의 다 올라왔다구.
어때? 학교 기숙사 옥상보다는 훨씬 낫지?
죽으려면 이런 데서 죽어야한다구..하하하하하..
넬리 쿤.
쿤 왜?
넬리 넌 왜 죽으려고 하는 거야?
나처럼 최고가 되라고 강요하는 엄마도 없잖아.
우리가 기숙사에서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난 엄마 때문에 억지로 입게 된 발레복을 입고 
울고 있었어.
쿤 응. 그랬지.
그 때 난 네 앞에서 맘보춤을 췄었잖아.
M 맘보 곡 깔리면서.
넬리 그래, 춤을 추는 너는..
마치 이 세상에 어떤 구속도 없는 사람 같아 보였어.
그런데 그런 네가 왜 죽으려고 하는 거지?
쿤 글쎄...구속받지 못하는 인생도 
나름대로 슬픔은 있어.
지루하거든.
내 자살의 이유는 사는 게 지루해서라고 해둘께.
넬리 쿤. 그럼..이젠 너의 맘보춤도 다신 못 보겠구나.
M "SUPERSTAR" (SONIC YOUTH)
E 무전기에서 나는 소리.
넬리 무슨 소리야?
쿤 응. 벌써 왔나보군.
E 가방을 뒤지는 소리.
무전기 소리 더 크게 들린다.
쿤 아래를 봐. 
넬리 세상에!!! 저 사람들은 다 뭐야?
쿤 자, 여기 망원경으로 봐.
넬리 어,,,엄마야. 우리 엄마가 왔어.
NA. 그 때 자살절벽 아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있었다.
당연히 보안관이 와있었고, 무전기를 든 보안관 옆에는 
넬리의 어머니가 있었다.
넬리모 (다급해 정신없는)보안관님, 
무전기, 이리 좀 줘보세요. 
제가 직접 얘기하겠어요.
(E 무전기를 통해서)넬리, 이게 무슨 짓이냐?
이 엄마가 죽는 꼴 보고 싶니?
쿤 후, 너희 엄마 화나셨다.
넬리, 어머니와 얘기할래?
넬리 (울먹이며) 아냐. 싫어.
보안관 (무전기를 통해서) 쿤!.
쿤 깜짝아.
보안관 (화나)도대체 이번엔 뭐야?
뭐든 말 해! 다 들어주겠다.
E 무전기 소리
뭐? 뭐라고? 안돼!!! 그건 절대로 안돼.
넬리모 뭔데요?
인질범이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요구사항을 내걸었나요?
보안관 아, 글쎄....다리가 길어 보이는 
체육복을 사달라고 하잖아요. 
내가 그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고 했는데.
넬리모 뭐라구요?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저 망나니가 내 딸을 데리고 죽겠다는 건가요?
보안관 저, 아줌씨, 저 망나니가 바로 제 딸이오.
넬리모 (공손하게)저, 초면에 실례합니다만,
(화난) 딸을 도대체 어떻게 키우면
저 모양이 되요?
보안관 남말 하슈.
코드 조마조마한 느낌.
E 무전기의 치치칙 소리
쿤 넬리. 니네 엄마하고 우리 아빠, 
두 분 모두 사주신다고 했어.
넬리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겠니.
쿤 맞아.....자, 넬리?
넬리 응?
쿤 준비됐지?
넬리 응.
쿤 그래, 그럼 자 모든 걸 잊자구.
(소리치며)자살자, 생을 가장 사랑하는 자의 
다른 이름이여!
쿤,넬리 (비명 지르며 떨어지는) 까야아아악!
E 낙하하는 소리.
쿤 넬리. 만약에 살아난다면 
매일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니?
넬리 (우는) 몰라!!
쿤 말해 어서.
넬리 (울부짖는)그래, 사랑해, 난 엄마를 사랑해!
E 낙하산 펴지는 소리.
NA. 이 때 쿤이 미리 준비한 낙하산을 펴자,
두 사람은 커다란 나비처럼 훨훨 날아 땅으로 내려왔다.
E 두 사람 땅에 착지하는 소리 
쿤 넬리, 괜찮아? 다친덴 없지?
넬리 (울먹이며)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
쿤 울보 친구, 한번만 더 부모님께 기회를 줘보자구. 
게다가 저 세상에 만일 맘보가 없다면
난 거기서도 또 자살해야 한다구.
M VIVALDI'S SONG ( 마이클 프랭스)
호텔 캘리포니아 SIGANL
NA. 칼럼의 마지막 단락은 이렇게 끝나고 있었다.
쿤은 그 때 하늘을 날던 기억을 잊지 못하고 경비행기 조종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일 이후에 난 메이크업 학원을 다니게 되었고,
결국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었다.
어머니도 지금은 내 화장에 만족하신다.
E 신문 부시럭거리는 소리
에드 FLY, FLY?
이 칼럼 쓴 사람, 아는 사람이야? 
어떤 사람인데 그래?
엘비스 응, 인생을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이지.



호텔 아프리카 4편

"나오미, 치즈 케익을 잘 만들던 그녀"

SIGNAL 호텔 아프리카 
NA. (쥴의 나레이션)
BG-----> 나오미, 치즈 케익을 잘 만들던 그녀,
매일밤 나에게 집시의 자장가를 들려주었던 그녀,
그녀는 지금 낡고 오래된 사진 한 장으로 남아있다.
사진 속의 그녀는, 멕시코의 오지에서 태어나,
정규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결코 아름답지도 않은 42살의 아줌마이다.
1985년 11월 어느 날, 오후 늦게부터 거세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M "CRYING IN THE RAIN "(A-HA)
E 빗속을 탁탁 뛰어가는 발소리.
현관문을 끼익 열고 들어가는 소리
쥴 (부르는)나오미, 나오미!
이런, 다 젖었잖아.
나오미, 나 감기 걸리겠어. 어딨는 거야?
E 쥴의 발자국 소리. 복도를 걷는.
쥴 어? 아빠 방문이 열려있네..
E 조금 열려있던 문을 미는 소리.
E 비디오 영화의 한 장면 소리
(왕과나에서 춤추는 장면 같이
밝은 장면이었음 좋겠네요.)
쥴 하하, 아빠, 저 온 것도 모르고 
비디오만 보고 계실 거에요? 
근데 소리는 왜 이렇게 크게 해놓으셨어요?
아빠는 큰 소리를 싫어하잖아요.
아빠..
(이상한)어! 아빠? (놀라는) 아빠!!!
E 쿵하고 아빠의 시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
NA. 내가 아빠를 껴안았을 때, 
아빠는 마치 자루에서 콩이 쏟아지듯이 속수무책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아버지가 죽어있었다. 
한 손에 어머니의 재혼 기사로 도배된 신문을 들고서.
M SUMMER KISSES, WINTER TEARS (JULEE CRUISE)
쥴母 (E 담배연기 내뿜으며) 약물 과용이었다구?
어리석은 사람 같으니라구.
나오미, 쥴은 어때?
장례식 때보니까 정신이 나간 것 같던데..
나오미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 
말도 없고 전혀 먹지도 않아요.
쥴母 자기 방에 있나?
나오미 네.
쥴모 그래? 자기, 같이 가줄거지?
존 나도? 글쎄..그러지 뭐.
코드 비통한 느낌.
쥴모 쥴라이?
할 말이 있다.
쥴 말씀하세요.
쥴모 (사무적으로)먼저 아버지의 유산에 대해 말하지.
너도 알다시피 너희 아버지는 수완이 좋지 못했다.
그나마 있던 주식과 이 집도 남의 손에 다 넘어갔어.
그리고 나오미 문제인데..
넌 내년에 대학에 들어가면 기숙사로 가면 되지만,
나오미는 갈 데가 없어져.
그래서 내가 데리고 있을까 하는데..
쥴 얘기 끝났으면 나가주세요.
쥴모 (좀 부드러워진)쥴라이, 너 자랄수록 
머리가 예뻐지는구나.
존, 나도 옛날엔 저런 머리색이었다니까.
이럴 때 보면 쥴은 나를 쏙 빼어 닮았어.
쥴 (흥분해서) 나, 나가주세요.
난, 당신과 하나도 닮지 않았어.
머리? 이 머리가 마음에 든다면, 
당신한테 모두 주지.
E 가위 집어 머리를 싹둑싹둑 자르는 소리
존 자, 그만, 나가지.
E 두 사람 걸어나가는 소리
M "I MIGHT BE CRYING "(TANITA TIKARAM)
나오미 이런, 내일 모레면 대학생이 될 아가씨가 
머리가 이게 뭐야? 
쥴라이, 나오미가 머리 잘 자르는 건 어떻게 알았지?
쥴 나오미, 내가 제일 화나는 게 뭔지 알아?
저런 사람도 엄마라고.. 보니까 반갑더라구.
나오미 불쌍한 쥴라이..우리 아가. 
NA. 그렇게 고교 시절의 마지막 가을이 갔고,
나는 대학에 들어가 완벽한 이방인이 되었다.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대신 캠퍼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녹음기에게 말했다.
E 캠퍼스의 소음. 학생들의 수다 떠는 소리
가깝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들
쥴 (녹음기에 대고 낮게 중얼거리는)
이 곳은 태양이란 아예 없는 곳 같아.
나오미, 왜 쟤들은 저렇게 떠들어대는 거지?
저 애들은 분명히 나와는 피가 다를 거야.
그게 아니라면 이 우울한 날씨에, 
이 지겨운 세상에서,
저렇게 밝은 얼굴을 어떻게 할 수 있냐구.
나오미, 난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
'이 세상에 나와 다른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걸 느낄 뿐이야.
나오미, 날 살려줘. 나 지겨워죽겠어.
E 설거지하는 소리
나오미 오 불쌍한 우리 아기.
쥴 (E 녹음기의 테잎 재생해서 들리는 소리)
나오미는, 지금쯤 이런 말을 하겠지?
"오 불쌍한 우리 아기."
하하, 나오미, 괜찮아. 
난 불행하지만, 이런 말도 있잖아.
신은 견딜 수 없는 시련은 주지 않는다고 말야.
(E 벨 소리) 나오미, 수업시작하나봐.
나 그만 들어가볼게. 안녕!
참, 나한테 보내준 벙어리 털장갑 말인데..
나 19살이야. 그걸 끼기엔 너무 나이 들었다구.
나오미 (에코) 벌써, 19살이라니...
쥴, 그래도 내겐 네가 항상 아기로 보이는구나.
쥴 (녹음기 소리로) 진짜 안녕, 나오미 사랑해!
쥴모 나오미, 그 녹음 테입, 쥴한테 온 거야?
나오미 네.
쥴모 잘 지낸데?
나오미 네. 사모님이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다던데요?
쥴모 후후. 나오미, 난 그 애 엄마야.
그 애가 그런 말 할 애가 아니란 거 알고 있어.
나오미 아니에요. 쥴은 당신을 걱정해요.
당연하잖아요. 당신이 쥴의 엄마인데요.
아버지 일로 충격을 받아서 그런 거지,
쥴은 마음이 따뜻한 애에요.
쥴모 나오미, 안토니오라고 했었지, 아들은 어때?
학교는 잘 다니나?
나오미 벌써 졸업했죠.
쥴라이랑 동갑이잖아요.
그 녀석이 글세.. 취직을 했다잖아요.
얼마전에 전화가 왔었어요. 직장이라고..
쥴모 벌써 그렇게 됐군.
그나저나 그 애라도 잘 자라줘서 정말 다행이야.
나오미 (어두운)네.
코드 불길한 느낌.
NA.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덕분에 
나는 도서관의 단골 손님이 되었다.
M "PACKING BLANKETS" (EELS)
쥴 여기가 엘비스 스플래니 방 맞아?
에드 맞긴 한데, 방문하기엔 좀 이른 시간 아니야?
지금 6시밖에 안됐다구.
엘비스 날 보자구?
난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날 알아?
쥴 도서관에서 이름을 봤어.
"50년대 미국적 극작법의 해체와 분석"
그 책, 네가 가져갔지?
나 그 책이 필요한데, 반납할 생각 없어?
엘비스 훗. 미안하다. 내가 반납을 잊어버리고 있었어.
여기 어디 있을텐데...
E 책 더미에서 찾는 소리
엘비스 자, 가져가. 
쥴 그런데, 저 책들 네가 보는 거니?
엘비스 어떤 거?
쥴 진저 무어의 책들.
엘비스 응, 진저 무어, 얼마 전에 죽었지..아쉬워. 
좀 더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는데 말야..
난 무어의 초기 단편들을 아주 좋아해.
쥴 (에코) 그래도 누군가는 아빠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구나.
엘비스 무어의 책들도 빌려줄까?
쥴 아냐. 그럴 필요는 없어. 이만 가볼께.
E 방문 닫는 소리.
에드 말이 잘 통하는데..엘비스, 쟤 예쁘지?
엘비스 응. 그러고보니 이름도 못 물어봤네..
에드 이런, 이런, 장갑을 두고 갔네.
하하, 이건 대학생이 끼기엔 좀..벙어리 털장갑이야.
엘비스 에드, 저 애, 곧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아.
M "LITTLE DROP OF POISON" (TOM WAITS)
엘비스 에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
라디오 좀 키워봐.
M 톰 웨이츠 커지고..
NA. 그렇지만 우리 셋의 재회는 생각만큼 빨리 이뤄지지 못했다.
쥴모 (에코)쥴, 빨리 와줘야겠어.
나오미가 몇일 째 사진만 보고 
실어증 증세를 보이더니
오늘 아침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어.
E 병원의 소음. 다다다닥 복도를 뛰어가는 쥴 발소리.
쥴 (E 카운터 짚으면서) 
나오미 미구엘의 병실이 어디죠?
간호사 A-18호에요.
E 다다다닥 달려가는 소리.
쥴 (에코)나오미, 이런 법이 어딨어? 갑자기.
E 쾅 하고 병실문 여는 소리.
NA. 그 곳에 나오미는 깊은 잠에 빠진 사람처럼 누워있었다.
슬픈 꿈을 꾸는 사람처럼.
쥴모 안토니오가 죽었다는구나.
나도 오늘 낮에야 알았다.
나오미는 무의식 중에도 아이들 사진을 안 놓더라.
코드 비통한 느낌.
NA.( 슬픈 BG------->)
부모님의 이혼 때문만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이미 난 나오미에게 부모님 이상의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향에 세 자녀가 있었고, 시간이 나면 
틈틈이 그 사진을 들여다보는 낙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기적이었던 내게, 나오미의 그런 행동은 엄마처럼, 언젠가 
나를 두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오미의 두 아이가 풍토병을 앓게 되어 나오미
가 그 곳으로 떠나게 되었다.
나오미 일곱밤만 자면 올꺼야.
어린쥴 (울먹이며)나오미, 안 가면 안돼?
나오미 나오미는 꼭 다시 올꺼야.
NA. (슬픈 BG------>) 나는 두려웠다.
나오미가 한번 가면 다신 안 올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그날 밤 나오미의 아이들 사진을 찢어버렸다.
사진만 없으면 나오미는 아이들을 잊어버리고 
나와 행복하게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폐렴에 걸려 앓아 누웠다.
나오미는 결국, 고향에 가지 못했다.
그리고 2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녀의 두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쥴모 쥴라이, 이젠 좀 쉬어라. 간병인도 구했으니까.
쥴 아니에요. 제가 보살펴드려야해요.
쥴모 고집도 원..참, 이거 받아.
나오미가 너에게 붙이려고 했던 것 같더라.
NA. 이번엔 나오미가 나에게 녹음테입을 남겼다.
E 녹음기에 테입 넣고 버튼 누르는 소리.
나오미 (E 녹음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오 불쌍한 내 아기.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구나.
안토니오가 취직을 하더니, 이 에미를 부르는구나.
널 떠나는 게 가슴 아프지만,
나오미도 많이 늙었단다.
이젠 고향에 가고 싶어, 쥴라이,
이젠 너도 19살이니, 다 자랐고 말야,
날 보내줄 거지?
쥴 (울먹) 나오미, 미안해요. 
내 욕심에 당신을 잡아두고 싶어서..
나오미의 행복은 생각하지 못했어.
M "IN MY LIFE" (BEATLES)
쥴 어? 나오미, 정신이 들어요?
나오미 쥴..내가 죽으면, 
우리 아기한테 치즈 케익은 누가 만들어줄까?
SIGNAL 호텔 아프리카
NA. 나오미는 그렇게 죽었다.
테이프로 조각조각 이어 붙인 낡은 사진을 한 손에 꼭 쥔 채..
나는 보름만에 학교로 돌아왔고,
그 곳엔 엘비스 스플래니가, 
나오미가 짜주었던 벙어리 털장갑을 들고 있었다.
신은 견딜 수 없는 시련은 주지 않는다.



호텔 아프리카 5편

"죠, 나의 첫사랑"

에드 예를 들면 이런 거지.
아주 예쁜 여자가 나를 막무가내로 쫓아다니는 거야.
쥴 하하..그게 왜 무서워?
에드 왜냐면.. 그 여자가 날이 갈수록 점점 예뻐지거든.
엘비스 에드, 그녀가 예뻐지는 이유는 
너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 아닐까?
에드 엘비스, 넌 너무 낭만적이야.
하여간, 그 여자한테 붙잡혀서 결혼을 했는데,
내 애들이 다 이상하게 생긴 거야.
쥴 (진지하게)널 닮았구나. 정말 무섭다. 
에드 쥴, 나의 미모를 시샘하지마.
그런데 어느 날 잠자는 그녀를 봤더니,
코에서 뭐가 나오는 거야.
쥴 코피?
에드 아니, 그녀는 사람을 잡아먹는 외계인이었어.
코에서 촉수 같은 게 나와서, 
사람들을 공격하는 거야.
그 외계인은 미인들만 골라서 골수를 파먹고,
그렇게 하면서 미인들의 미모를 갖게 되는 거였어.
쥴 (E 퍽하고 어깨 치며)어우 에드, 무서워. 
넌 SF를 너무 많이 봤어.
엘비스 에드는 아무래도 분석대상이야.
내가 보기에 너의 이야기는 외계인 공포를 빙자한
여성 기피증이야.
쥴 맞아, 맞아. 
엘비스 쥴, 너는 뭐야? 
쥴 비둘기.
엘비스 비둘기? 히치콕의 영화 "새"를 보고 생긴 거 아니야?
새를 싫어하는 애들은 대부분 
어릴 때 그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더라구.
쥴 응. 나도 그 영화봤어.
그거 보고 어릴 땐 새들이 정말 무서웠지.
(상상하면서 점점 무서워지는)그 음흉한 눈빛과 
피부가 벗겨진 것처럼 생긴 발, 
그 표독스런 발톱들.. 으으..
그리고 인정사정없이 쪼아대는 부리, 으으..
근데 내가 비둘기를 무서워하게 된 건 말야,
비둘기들이 뚱뚱해지면서야.
너희들 비둘기들이 뭘 먹고 뚱뚱해졌는지 알아?
에드 그거야 쥴이 흘린 햄버거 부스러기들 아닐까. 
쥴 농담하는 게 아니야.
그 날 따라 나는 일찍 일어났어.
길거리에는 비둘기 몇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서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었어.
내가 다가가도 꿈쩍도 안한 채로.
에드 뭐였는데?
쥴 사람들이 지난밤 술 먹고 남긴... 흔적들.
에드 우와, 더러워. 웩, 웩. 야, 쥴,
넌 여자가 맨날 그런 얘기나 하구..정말..
아, 우울하게 왜 그래?
근데, 쥴, 넌 네가 뚱뚱해질까봐 겁내는 거 아니야?
그래서 괜히 뚱뚱해진 비둘기를 보면서..
쥴 에드, 설마 내가 비둘기와 나를 
똑같이 생각한다는 말은 아니겠지?
에드 (얼버무리는)뭐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E 퍽하고 주먹으로 치는 소리.
에드 (맞고) 아야. 
쥴 엘비스, 너는 뭐가 무서운 거지?
왜 우리들한테 질문한거야?
엘비스 나? 나는, 치과 가는 거..
쥴 으으..치과!! 
치과는 비둘기 천 마리를 합쳐놓은 것보다 
더 무서워.
에드 (비아냥거리듯)호오. 
정말 엘비스와 쥴은 천생연분이야. 치과라구?
좀 수준 있게 핵전쟁, 외계인, 세균전 
이런 걸 택해봐.
M "IT'S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
R.E.M.
NA. 에드와 쥴의 차이는, 에드는 아직 치과 경험 전이고,
쥴은 그런 경험이 있다는 것.
경험한 자와 아닌 자의 차이는 항상 존재해왔다.
E 문 여는 소리
어린엘비스 (떼쓰며 우는)으왕. 난 안갈래~~
아델 엘비스, 발길질 좀 그만해.
그러다 엄마가 널 떨어뜨리면
넌 치과 뿐 아니라, 외과도 들려야해.
NA. 병원은 모두 두 명의 의사가 대를 이어 경영했는데,
특히 아버지인 원조 DR.리는 척 보기에도 인상이 좋고
후덕해보였다.
하지만 진료실의 문이 열릴 때마다,
살짝살짝 보이는 무서운 기구들과 끔찍한 냄새는
어린 충치환자를 전율케했다.
DR.리 들어오세요. 윌슨씨.
아델하고 엘비스는 조금 더 기다려야겠어요.
윌슨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코드 위태위태한 느낌.
윌슨 (문 안에서 들려오는) 으악!!
아델 (달래는)엘비스, 괜찮아.
윌슨 아저씨가 원래 엄살이 심하시잖아.
어디 가니?
E 타박타박 걷는 엘비스 발걸음 소리.
어린엘비스 (핑계 대는) 화장실.
아델 엘비스! 거긴 현관이야.
E 타박타박 걷는 엘비스 발걸음 소리.
엘비스! 거긴 현관이래두!
E 죠의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 
죠 아델라이드?
아델 (반가운)어머, 죠~
언제 온 거야?
죠 어제요. 너무 오랜만이에요. 그죠?
아델 레지던트 과정 중이라면서?
아, 오빠 결혼식 때문에 왔나보구나.
죠 예. 그런데..이게 누구야?
이 신사분이 엘비스인가요?
어머, 엘비스, 너 너무 많이 컸다.
자, 엘비스 오랜만에 인사할까? (뽀뽀하는)
M "WHEN I FIRST KISSED YOU" (EXTREME)
NA. 죠, 나의 첫사랑. 
나는 그때만 해도 엄마 아닌 여자와 뽀뽀를 하면 
결혼해야하는 줄로 알았다.
DR 리 다음은 엘비스, 들어오너라.
아델 엘비스, 무서우면 엄마가 같이 들어가줄까?
죠 (놀리는)우~ 엘비스, 이런 신사분이 
혼자 치료도 못 받는단 말야?
어린엘비스 (태도 돌변 왕의젓)
엄만, 내가 뭐 어린앤가. 나 다녀올게.
근데, 진료비는 있어?
없으면 내 돼지 깨고.
코드 귀여운 어린이 느낌.
어린엘비스 (너무 아파하는) 으왕. 엄마, 살려줘!!!
NA. 그 날밤, 어머니와 할머니는 심각한 표정으로 무슨 얘기를 
하고 계셨다. 나는 어른들이 목소리를 낮게 깔면, 밖으로 나가 
달을 보곤 했다.
E 늑대 울음 소리.
마지 엘비스를 들러리로 하겠단 말이냐?
아델 원래 죠의 사촌이 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성홍열에 걸렸대요.
마지 글쎄다..괜찮을까..
아델, 나도 이런 말하긴 싫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백인 여자가 흑인 아이를 키우는 걸
못마땅해한단다.
혹시 엘비스가 상처라도 받는다면..
아델 엄마, 나는 엘비스가 사람들을 피해다니게 만들고 
싶진 않아요. 
엘비스도 자신이 부끄러운 존재가 아니란 걸,
사람들과 만나면서 스스로 깨달아야해요.
마지 미안하다. 아델. 내가 나이를 헛먹었구나.
M "TICKET TO THE MOON "E.L.O.
E 다가오는 발걸음. 옆에 앉는 아델.
아델 엘비스, 잠 안자고 뭘 하고 있었어?
어린엘비스 기도할 게 있어서 말야.
아델 기도? 우리 아드님이 무슨 고민이 생겼을까.
어린엘비스 엄마, 젊은 DR 리 아저씨랑, 도미니크 아줌마는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지?
아델 그럼, 그렇고 말고.
어린엘비스 그러면 엄마랑 아빠도 서로 사랑했어?
아델 그럼, 사랑했지.
엄마랑 아빠는 아주 많이 사랑했어.
어린엘비스 그런데 왜 아빠는 엄마를 놔두고 먼저 죽었어?
아델 (약간 떨리는)엘비스, 아무리 사랑을 해도, 
세상엔 안 되는 일이 있어.
어린엘비스 엄마도 나처럼 기도를 하지 그랬어.
기도하면 다 들어준데..
아델 웅, 그래? 나도 전에 알았으면 기도했을텐데..
그런데 엘비스 무슨 기도를 하고 있었어?
엄마가 알면 안되는 거니?
어린엘비스 (딴청 피우는)아아, 이제 이 닦고 자야지.
아델 엄마한테 말하기 싫어?
비밀이야?
어린엘비스 응.
M "Ordinary World " (Duran Duran )
NA. 그날 밤 나는 두 손을 꼭 모으고 기도하면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내 기도는 이뤄졌다.
다음날 죠가 신랑 옷을 들고 우리집에 왔고, 
나는 엄마가 손질한 그 옷을 입어보았다.
죠 우와, 엘비스, 너무 잘 어울리는구나.
진짜 새 신랑 같은 걸.
어린엘비스 (좋아서)우히히. 죠, 고마워. 
어, 지요! 지요 잠깐만 날 봐.
나하고 얘기해, 응?
지요 (끌려가며)어어, 알았어, 엘비스..
코드 비밀스런 느낌.
어린엘비스 약속! 지요, 약속한 거야!
지요 (웃음을 참는) 쿡, 응. 약속했어.
M "APRIL COME SHE WILL "(SIMON & GARFUNKEL)
NA. 결혼식이 있던 그날, 
죠, 나의 신부인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어린엘비스 (당황하고 화난)비키, 넌 신부도 아니면서 
왜 꽃단장을 했어?
비키 그러는 넌 왜 신랑도 아니면서 그런 옷을 입었어?
어린엘비스 뭐야? 비키, 나는 오늘 새신랑이야.
비키 크크크. 바보야.
우린 오늘 들러리란 말야.
어린엘비스 들러리? 들러리가 뭐야?
E 다가오는 발걸음
아델 엘비스 잘 들어야해.
죠 누나 뒤에서 비키랑 나란히 
걸어들어가면 되는 거야.
어린엘비스 어? 죠 누나랑 같이 걸어들어가는 거 아니야?
내 신부는 죠 누나잖아.
아델 (당황한)그게 무슨 말이야?
죠 (E 다가와서) 아델라이드, 사람들이 기다리는데요.
어린엘비스 (울면서 떼쓰는)우왕!!
내 신부는 죠 누나야.
엉엉. 지요랑 약속했어. 내가 죠랑 결혼하면
지요가 나대신 엄마랑 결혼해서 산다고 했단 말야.
아델 (당황하는)엘비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린엘비스 난 비키랑 결혼 안 해.
저런 못난이 주근깨하고 결혼할 바에
평생 혼자 살래!!
비키 (화나서 울며) 엄마!! 엘비스가 나보고 
못난이 주걱턱이래!! 우왕!!!
NA.결국 비키와 나는 한바탕 싸움을 벌였고, 
결혼식은 죠만의 들러리로 끝나고 말았다.
M "FRAGILE" (STING)
친구 죠, 너의 피앙세가 왔다. 후후후.
어린엘비스 저기, 아까 죄송했습니다.
죠 아냐, 엘비스 같은 멋진 신사분한테 청혼을 받았는데
오히려 영광이지.
어린엘비스 (히죽거리는) 히히. 
친구 (놀리는)엘비스는 좋겠네에-
죠 참, 엘비스, 월요일에도 치과 가야하는 거 알지?
내가 의사 돼서 병원에 왔을 때도
엘비스한테 충치가 있으면
아주 아프게 뽑아줄 꺼야.
NA. 그 순간 아름답던 죠는 이 뽑는 펜치로 보였다.
나의 첫사랑은 결국 펜치와의 사랑이었던 것이다.
SIGANL 호텔 아프리카----------->
아델 지요. 엘비스하고 그런 약속을 하면 어떡해요.
엘비스가 그대로 믿잖아요.
지요 아델, 전 농담이 아니었는 걸요.
(발견한)어! 부케가 날아와요. 아델. 어서, 잡아요!
NA. 내가 첫사랑을 잃은 그날, 어머니는 부케를 받았다.
나는 그렇게 해서 동네 사교계와 잊을 수 없는 
첫 만남을 가졌고..
비키는 고등학교 때까지도 내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
나의 첫사랑, 그 후에도 치과에 갈 때마다 그 상처가 떠올랐다.



호텔 아프리카 6편

"올리버씨의 TV 이야기"

에드 한 노인이 있었어.
그 사람은 유명한 첼로 연주자였지.
BG IMPROVISATION SUR LES FOLIES D'ESPAGNE 깔리면서
(TOUS LES MATINS DU MONDE O.S.T. 중에서 2번)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노인은 작은 사랑채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를 않았어.
그리고, 항상 연주만 하는 거야.
사람과 접촉을 하지 않다 보니, 
그는 점점 괴짜가 되어갔어.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어떻게 되냐면..
그 노인은 여전히 첼로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름다운 여인이 스르륵 나타나 
그의 곁에 앉는 거야.
그녀는 노인의 죽은 부인이었지.
노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어.
노인은 부인을 오길 기다리면서 
계속 연주를 하고 있었던 거야.
M LUCIA CIO PIANCA 홀로 울게 하소서.
( 핸델 곡, 바브라 스트라잰드 노래로)
쥴 (오버하며)흑흑, 너무 슬퍼. 에드.
킹콩이 폭격에 맞아 처절하게 죽어갈 때만큼이나
슬퍼.
에드 쥴, 지금 놀리려는 거야?
쥴 아니, 난 다만, 남자답지 않게
섬세한 네 감성이 부러워서 그래.
엘비스 쥴은 어떤 영화가 제일 슬펐어?
쥴 엘비스, 나는 네가 왜 이러는지 알아.
먼저 우리한테 물어보고 난 후에
네가 제일 쎈 얘기를 하려는 거지?
어제도 그랬잖아?
엘비스 하하..이런, 들켰는걸. 
쥴 아무튼 내 경우는..
그렘린 2였나, 잘 기억나진 않는데,
여주인공이 자기가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이유를 얘기하는 장면이야.
에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크리스마스는 누구나 싫어하지 않나?
그 여자의 이유는 뭐였는데?
쥴 자기가 어릴 때,
아버지가 완벽한 크리스마스를 위해
산타 복장까지 하고 굴뚝을 타고 내려오려다가
그만,(울먹) 굴뚝에서 떨어져 돌아가셨대. 
에드 (놀리는)오우, 슬퍼, 
킹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떨어질 때만큼 슬프다.
엘비스 하하하. 
내가 듣기엔 두 사람 얘기 다 
정말 슬픈 이야기인 걸.
쥴 그런데 엘비스, 넌 어떤 영화 얘기를 하고 싶어서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한 거지?
엘비스 극장에도 갈 수 없었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야.
그런데, 아까 에드 이야기와도 비슷한 것 같아.
첼로를 연주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불렀던 
노인 말야.
나도 그런 사람을 알고 있었어.
비록 그 사람은 첼로도 연주할 줄 몰랐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TV를 보는 일 뿐이었지만 말야.
M "SIXTY YEARS ON " ( ELTON JHON) 
NA. 올리버씨는 키가 작고 약간 뚱뚱한 노인으로
마을 변두리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올리버씨 댁에 가면 항상 TV가 켜져있었고,
그 작은 화면에선 로마의 휴일이나, 카사블랑카 같은
멋진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었다.
E TV 소리 (로마의 휴일 한 장면)
어린엘비스 할아버지, 저 빼빼마른 언니는 
왜 머리를 자른 거야?
올리버 응, 여자들은 기분을 바꾸고 싶을 때,
머리를 자르는거야.
어린엘비스 저 언니는 긴 머리가 더 잘 어울리는데,
아깝다. 그치?
올리버 엘비스야, 나중에 커서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면
머리모양을 보고 또 보고 해야돼.
만일 여자친구가 머리를 바꿨는데도,
아는 척을 안 하면 여자친구가 토라져요.
어린엘비스 그럼, 여자친구가 토라지면 뭐라고 해야돼?
올리버 무조건 예쁘다고 해야지.
어린엘비스 마이클 잭슨형아처럼 
뽀글뽀글 부풀린 마이크 머리를 하고 와도?
올리버 그럼, 그래도 이쁘다고 해야돼.
절대로 본심을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어린엘비스 휴- 여자란 복잡한 거구나.
NA. 로마의 휴일은 당시의 나에게 공포물이었다.
거짓말을 하면 손을 꽉 깨문다는 조각상,
그건 정말 무서워서 어린 나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영화에는 그것이 농담이었다고 나왔지만,
난 세상 어딘가에 그런 조각상이 반드시 있을 것만 같았다.
어린엘비스 (기도하는 투로)
하나님, 제발 제가 거짓말을 안하게 해주세요.
하나님, 제발 제가 여자애의 머리모양이 변하는 걸
빨리 알게 해주세요.
NA. 올리버씨는 마을에서 괴팍한 노인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그런 그가 좋았다.
젊은 시절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올리버씨는
나이가 들면서 외부와의 왕래도 거의 끊고 지냈는데,
그런 그에게 유일한 위안이 있다면 
그건 텔레비전에서 하는 추억의 영화였다.
M MOON RIVER (오드리 햅번이 부른 걸로)
올리버 엘비스야, 케이의 눈빛은 꼭 달빛을 닮았단다.
부드럽게 빛나면서도 결코 화려하지 않았지.
내가 케이가 나온 영화 얘기를 해줬던가?
어린엘비스 근데 할아버지, 우리 엄마랑 할머니는
케이라는 배우는 없대.
올리버 그건 잘 몰라서 그러는 거야.
자, 엘비스 내가 케이의 영화 이야기를 해줄게.
파티에 갔다가,
말많은 사람들한테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던 케이는
발코니로 혼자 나왔어.
그리고 달빛을 바라보다가..
문득 춤이 추고 싶어졌지.
M 헨델의 "사라방드"
올리버 그녀는 달빛을 받으면서 우아하게 춤을 췄어.
마치 달빛이 케이만을 위해 비추는 것 같이 보였지.
케이는 춤을 추다가 곁을 봤는데..
글쎄..거기에 죽은 애인이 와서 서있는 거야.
그는 이렇게 말하지.
"케이, 나를 위해 춤을 추고 있었구나."
어린엘비스 할아버지, 그래서요?
올리버 두 사람의 눈에는 감격스러운 눈물이 흘렀고,
달빛이 놓은 다리를 타고 춤을 추면서
하늘로 올라갔단다.
그렇게 영화가 끝났어.
어린엘비스 와, 멋지다. 
NA. 나는 케이가 출연한 영화 BLUE MOON 의 이야기를
수백번도 더 들었지만, 한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올리버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은,
나도 케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M 사랑의 꿈 3번 (LISZT)
리처드 아델, 이거 참, 번번이 신세를 
지게 되어서 미안하구나.
아델 리처드씨, 그런 말씀은 마세요.
그나저나, 올리버씨께서 요즘 부쩍 기운이
떨어지신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리처드 글쎄 말이다.
내가 여기 올 때마다 같이 도시로 가자고 말씀드려도
통 말을 안 들으시니..
참, 엘비스도 많이 컸더라.
혼자 애 키우는 게 힘들진 않니?
아델 힘들긴요. 엘비스가 있어서 뭐든 견딜 수 있는 걸요.
NA. 올리버씨에게는 리처드라는 조카가 있었는데
그는 아내와 커다란 식당을 경영하면서 도시에서 
따로 살고 있었다.
가끔 우리를 찾아와 올리버씨에 대해 이런저런 것들을
부탁하곤 했었다.
리처드 참, 아까 엘비스랑 같이 있던 청년이..
그 인디언 청년 말이다.
그 사람, 호텔 손님이니?
아델 네..그런데요..왜 그러세요?
리처드 확실한 건 아니고..
한 2년전쯤에 책 한 권을 내고 문단의 주목을 받던
인디언 소설가가 있었거든.
워낙 숨어 지내는 스타일이라, 
신인상 수상도 거부했지.
전에 버몬트의 세미나에서 한번 봤는데,
아까 그 청년이 혹시..
그 사람이 아닌가 해서 말이다.
아델 소설가요?
이름이 뭔데요?
리처드 본명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던걸.
그냥 인디언식으로 두이..뭐라고 하던가?
아델 그럼 아닐 거에요. 
그 사람 이름은 지요에요.
코드 비밀스런 느낌.
E 나무 상자 두드리는 소리. 연장 소리
지요 엘비스, 거기 망치 좀 줄래?
어린엘비스 여기 있어.
그런데 아저씨, 낮동안 다 만들 수 있을까?
지요 글쎄..왜 그래?
어린엘비스 조금 있다가 올리버씨댁에 갔다올건데..
내가 없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먼저 타면 어떡해.
지요 그런 걱정하지 말고 어서 다녀와.
다른 사람은 절대로 못 타게 할께.
어린엘비스 정말? 그네 만들면 엄마 태워주려는 게 아니었어?
지요 요런, (E 꿀밤 때리는) 꼬맹이가 아는 것도 많지.
어린엘비스 아야. 
마지 (멀리서)엘비스야, 이리 오렴.
E 타닥타닥 달려가는 소리
마지 올리버씨는 몸이 안 좋으니까
할머니랑 동화책이나 보자.
어린엘비스 싫어. 내가 가면 할아버지는 아야 안해.
코드 불길한 느낌.
E 끼익 나무문 여는 소리
어린엘비스 올리버할아버지, 지요가 그네 만들어준댔어요.
그래서 오늘은 많이 못 놀아.
(놀라서)어? 할아버지, 왜 잠이 들었어?
일어나아--
M "THE WAY" (FASTBALL)
NA. 올리버씨는 길을 떠난 거라고 했다.
나는 올리버씨가 케이를 만나러 간거라고 생각했다.
마지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아델 글쎄 말예요. 리처드씨가 얼마나 놀라던지..
어린엘비스 엄마, 텔레비전은 언제 가져와?
올리버 아저씨가 나 준다고 했는데.
아델 (화내는)엘비스! 너 정말 못됐어.
올리버씨는 오늘 돌아가셨다구.
그렇게 널 예뻐해주셨는데, 
넌 텔레비전 타령이나 하는 거니?
어린엘비스 할아머지는 안 죽었어.
케이를 만나러 간거야.
아델 아무리 어리지만, 정말 철이 없구나.
케이라는 배우는 있지도 않아.
어린엘비스 아냐, 케이는 있어.
할아버지는 거짓말 안해.
나도 할아버지랑 케이가 나오는 영화를 봤다구.
아델 (화내는)엘비스! 너 자꾸 말도 안되는 거짓말할래?
어서 네 방으로 올라가!!
코드 불화의 느낌.
NA. 케이가 나오는 영화를 봤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할아버지와 나만의 이야기가 
거짓말로 치급되는 것이 견딜 수가 없었다.
E 밤에 우는 벌레 소리
어린엘비스 엄만 바보야. 멍텅구리구리.
지요 그런 말 하면 안돼.
케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
자, 엘비스 하늘을 봐라.
저기 달님 옆에 케이가 나타났어.
어린엘비스 와아---정말이네, 정말이야, 지요.
M "FLY ME TO THE MOON"
NA. 그날밤 지요와 내가 본 것은 환상이었을까.
케이와 올리버씨는 아름다운 월광무를 추고 있었다. 
올리버씨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해맑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케이가 올리버씨에게 입맞춤을 하자,
별빛 한 웅큼이 부서져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SIGANAL 호텔 아프리카------>
NA. 다음 주에는 이런 인물이 나타나, 
평화로운 호텔 아프리카를 한바탕 뒤집어 놓습니다.
도미니크 맙소사. 구제불능이군.
여긴 변한 게 하나도 없잖아.
아델 (절대로 반가워하지 않는, 하지만 예의상)
도, 도미니크. 오랜만이구나.
도미니크 흠. 호텔이라고?
내가 보기엔 민박수준인데.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너무 한 거 아니니?
게다가 이름은 또 그게 뭐니?
아프리카? 똑똑한 네 머리에서 그런 게 나오다니..
하긴 센스와 우등생은 별개의 문제니까.
아유, 여기 스튜디오는 왜 이렇게 더워요?
NA. 이젠 스텝한테까지 도전을?
아무튼 도미니크의 귀향, 다음 주를 기대해주세요.



호텔 아프리카 7편

"도미니크 맥도웰의 고향방문" 

SIGNAL 호텔 아프리카 
E 자동차 달려와 멈추는 소리
어린엘비스 어, 지요, 누가 왔나봐.
지요 가방을 내리는 걸 보니, 손님들인가?
어린엘비스 저 아저씨는 마을에서 가게하는 아저씨인데..
우리 손님하러 오는 거야?
지요 아니, 그 옆에 있는 여자 분이 손님인가봐.
어린엘비스 저 아줌마, 무섭게 생겼어.
E 도미니크, 걸어오는 소리
도미니크 맙소사, 하나도 변한 게 없군...
정말 여긴 구제불능이야.
M "GIRL" - BEATLES
NA. 그녀가 돌아왔다. 도미니크 맥도웰.
어머니의 고등학교 동창인 도미니크 맥도웰은 
당시 마을에서 가장 미인으로 꼽혔고, 
어머니의 단짝 친구이자 영원한 적수였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제일 먼저 도시로 떠난 여인이었다.
당시 어머니와 도미니크 그리고 유타의 이 작은 마을에 사는 
어머니의 친구들은
HONEY라는 작은 레스토랑에 모여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수다로 풀곤 했다.
그리고 도시에 대한 동경은 
오렌지 쥬스 10 잔을 마셔도 가라앉지 않는 갈증이었다.
E 레스토랑의 소음.
테이블에 컵을 탁 내려놓는 소리
도미니크 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이게 뭐지? 
졸업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뭐냐구?
이 음식찌꺼기가 눌러 붙은 테이블에...
(짜증난) 아이, 이건 뭐야?
누가 또 토마토 케첩을 묻혀놓고 갔나봐.
팔에 묻었잖아. 아이 짜증나. 
왜 여기 주인은 테이블을 깨끗이 닦지 못하는 거지?
리즈, 휴지 좀 줘! (E 휴지로 닦는)
(화나서) 그래- 이런 구질구질한 레스토랑에 
맨날 죽치고 앉아 있다가,
결국 뻔한 남자와 결혼해서 애들을 낳겠지.
그리고 그 애들은 뻔하게 자라서,
이 구질구질한 레스토랑에서 또 올 거구,
팔꿈치에 토마토 케첩이 묻을거구 말야.
아델 (도도한)넌 어차피 떠날 용기도 없잖아. 
도미니크, 이젠 그 소리 지겨워.
도미니크 (짜증난) 뭐야? 내가 용기가 없다구?
좋아, 아델, 그렇다면 우리 내기하자.
누가 먼저 이 곳을 떠나는지 말야.
아델 (한심하다는 투로)도미니크. 그만 해.
E 식당 문 열리는 소리. 들어오는 발걸음
식당주인 어서오세요.
E 테이블에 앉는 소리
도미니크 (목소리를 약간 낮추며)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야?
친구 어, 저 사람, 도시에서 온 사진작가래.
차도 끝내주고, 돈도 많다나봐!
NA. 그리고 며칠 후, 도미니크는 사진작가와 함께,
고향을 떠났다. 
M "DRIVE" - CARS 
NA. 그리고 1년이 흐른 뒤, 그녀는 다시 고향을 찾아왔다.
몰라볼 정도로 화려한 모습과 오만한 표정으로.
그 후, 해마다 10월이면 그녀는 고향을 찾았고,
갈수록 화려해지는 그녀의 모습은 
마을 처녀들 사이에선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도시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 몇 년째 잠잠하던 그녀가 
호텔 아프리카에 나타난 것이다.
E 손가락으로 딱 퉁기는 소리
도미니크 이봐요, 당신!
짐들을 안으로 들고 들어와요.
지요 (어리둥절한)에?
어린엘비스 (화내는)아줌마! 
도미니크 어머머, 이 꼬마가 왜 다리를 잡아?
어린엘비스 아줌마 짐을 왜 지요가 들어요?
도미니크 오라- 너, 아델라이드 아들이지? 
어린엘비스 맞아요.
도미니크 그래, 내가 소문은 다 들었어.
정말, 그 엄마에 그 아들이야. 따지는 건 니 엄마랑 
똑같구나.
어린엘비스 (입술 떨면서 바람 빼는 소리) 부르르르르.
도미니크 실례했어요.
전 벨보이인줄 알고 그만..
짐이 많아서 팁은 넉넉하게 줄까했는데.
지요 괜찮습니다. 제가 들어드리죠. 
그리고 팁은 필요 없습니다.
E 현관문 여는 소리
아델 (어색하게 반가운)도미니크.
도미니크 (냉기가 흐르는) 잘 있었니, 아델?
호텔이라..내가 보기엔 민박수준인데.. 
호텔이란 이름을 붙여도 되는 거니?
게다가 아프리카?
그건 또 뭐야? 애 아빠가 아프리카에서 왔니?
아델 (참고 무시하는) 가자, 방 안내해줄게.
도미니크 여전하구나. 도도하고 냉정하긴. 
오죽하면 별명이 얼음공주였겠어.
아델 (싸늘하게)얼음공주,그 별명 오랜만에 들어보는구나.
도미니크! 내가 경고해두겠는데,
내 아이에 대해선 함부로 말하지 마.
다른 건 다 참아도 그건 참을 수 없어.
NA. 하지만 어머니는 그것 말고도 참을 수 없는 게 많았다.
E 접시 던지는 소리.
아델 (히스테리컬하게)이젠 못 참아!
지요 (당황한)아, 아델..
어린엘비스 (겁 먹은)엄마, 나 오늘은 포크로 먹고 있었어.
아델 (화나 늘어놓는)내가 도미니크한테 
밥 먹으라고 하니까 방에서 먹겠다잖아요.
그래서 방으로 갔다 줬더니, 짜다 달다 잔소리만 
늘어놓다가, 실수한 척하면서 
스프를 일부러 침대 위에 쏟는 거예요.
어린엘비스 나도 그 아줌마 싫어.
아델 으, 짜증나. 또 빨래거리만 생겼잖아.
E 밖으로 걸어나가 문을 쾅 닫는다.
지요 아델이 저러는 건 처음 보는데요?
화가 많이 났나봐요.
마지 쟤가 그래도 애 낳고서 성질 죽었지,
처녀 때는 ..특히 도미니크랑 같이 있을 땐
꼭 싸움닭 같았다네. 
지요 설마요.
마지 설마? 내가 장담하지, 
앞으로 죽었던 성질 좀 나올걸세.
NA. 할머니의 예상은 적중했다.
호텔 아프리카는 도미니크가 온 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어머니는 점점 신경쇠약이 되어갔고,
화단은 말라갔으며, 음식은 너무 짜거나 너무 싱거웠고,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자주 접시가 깨어졌으며,
빨래는 항상 산처럼 쌓여있었다.
E 손톱 깎는 소리
아델 도미니크?
도미니크 왜?
아델 (신경전하는)신문지라도 펴놓고 깎을 수 없니?
난 지금 네 앞을 청소하고 있잖아.
도미니크 (비아냥거리는)훗, 그래요, 주인 아줌마.
저,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될까요?
코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E 욕탕에서 물 첨벙거리는 소리
도미니크 자, 등 좀 밀어줘! 
지금은 주인 아줌마로서가 아니라, 
내 친구로서 해 달라구. 
오랜만에 고향이라고 왔는데, 
누군가는 나를 따뜻하게 대해줘야 할 것 같아. 
안 그래?
아델 (포기한)넌 구제불능이야.
M "형" (유희열 연주곡집 중)
아델 도미니크, 좀더 숙여봐. 
E 물소리. 등 미는 소리
아델 너, 이거 뭐니? 여기 무슨 흉터가 있는데? 
도미니크 (둘러대는)어, 그거.. 
파티에 갔다가 술 먹고 넘어져서..
도시의 파티란 게 워낙 좀..그렇거든.
(비꼬는)그런데 넌 애 아버지랑은 헤어진 거야?
E 스폰지를 주르륵 짜서 물 떨어지는 소리
도미니크 왜? 말하기 싫은가보지?
아이 얘긴 버트한테 들었어.
여기까지 오는 동안 태워줬거든.
아델 버트는 결혼했어, 리즈랑. 딸도 있지.
넌 몰랐는지 모르지만, 
리즈는 버트를 좋아한지 오래됐어.
도미니크 나도 그 정도 눈치 없는 애는 아니야.
(가소롭다는듯)뭐, 리즈가 워낙 티를 내기도 했지.
아델 (화나는) 뭐라고? 너 리즈가 버트를 좋아하는 걸 
알았었다고? 
그러면서 어떻게 버트랑 그러고 다닐 수가 있었어?
도미니크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버트가 날 귀찮게 쫓아다녔을 뿐이라구.
아델, (자조적으로)어차피, 다 지난 일이야.
그리고 버트와 결혼한 건 리즈잖아, 내가 아니야.
(E 수건으로 머리 말리는 소리)
그런데, 버트랑 리즈 말고는 결혼한 애 없니?
아델 왜 다들 했지..거의 다...크리스만 빼고는..
도미니크 (놀라는)크리스?
아델 (주저하듯) 응. 리 선생님이랑 같이 
병원을 경영하고 있어. 
공부를 마치고, 2년 전에 이 곳으로 돌아왔지.
코드 회상의 느낌
NA. 고교시절, 도미니크가 가는 곳엔 언제나
축구부 주장이자 지방 유지의 아들인 버트가 있었다.
E 학교 식당의 소음
도미니크 (카랑카랑하게)버트, 내 어깨에서 손 치워!
버트 (느끼하게)도미니크, 또 왜 그래? 
E 걸어오는 발자국
버트 (에코) 또 크리스, 저 자식 때문인가?
도미니크는 크리스만 보면 늘 싸늘해지지.
크리스 하이. 도미니크. 하이. 버..
버트 (말 막으며) 얼간이 녀석이 행차하셨군.
자, 크리스, 이리온, 
너희 아버지가 넣어주신 교정기는 어디
잘 끼고 있는지 한번 보자. 자, 아- 해봐.
도미니크 (신경질적)그만 둬. 버트. 
버트 너 때문에 우리 공주님이 기분이 상하셨나본데..
크리스, 어떻게 손봐줄까?
아델 (E 걸어와) (도도한)버트! 내 말 잘 들어줘.
도미니크와 너의 유치한 감정 싸움에
내 남자친구를 함부로 개입시키지 마!
크리스는 도미니크 따위엔 관심도 없으니까.
도미니크 (에코) 아델의 남자친구라고?
버트 하하하 그랬군. 제법인데, 얼간이.
저 얼음공주를 녹이고 말야.
아델 가자, 크리스, 상대할 가치도 없는 애들이야.
코드 불화의 느낌.
아델 (화나서 다그치는)
크리스, 말 좀 해봐. 왜 버트한테 당하고만
있는 거야?
크리스 도미니크가 그 앨 좋아하니까...
도미니크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래.
난 도미니크를 사랑하니까.
M "SATURDAY NIGHT" ( SUEDE )
NA. 어머니와 도미니크의 관계는 알다가도 모를 사이였다.
어느날 어머니와 도미니크는 같이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갔다.
물론 경쟁하듯이 잔뜩 차려입고 신경전을 벌이긴 했지만, 
그들이 간 곳은.. 바로 고교시절 추억의 장소, HONEY였다.
E 테이블 치우는 소리
도미니크 이상하지? 어제 저 문을 열고 나갔던 것 같은데,
너와 리즈는 이제 아이엄마야.
E 다가오는 발소리
크리스 (놀라서) 도미니크! 
도미니크 (피하는) 으응. 오랜만이야.
크리스 도미니크, 정말 오랜만이구나.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도미니크 (냉정하게)크리스..만나자마자 미안한데 
나 볼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겠어. 가자, 아델.
코드 불안감이 커지는.
도미니크 (따지는)너, 크리스가 올 줄 알고 있었지?
그래서 일부러 날 데려간 거 아니야?
아델 그 곳에 가자고 한 건 너야.
도미니크 하하, 그래? 얼마나 좋았을까. 크리스와 너의 관계를 
내 앞에서 자랑할 수 있어서 말야.
검둥이 애를 낳은 주제에,
백인인 크리스가 네 애도 키워주겠다던?
E 따귀 때리는 소리
아델 분명히 경고했어.
아이에 대해선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코드 불안한 느낌. 
도미니크 사진작가? 훗, 그 자식은 매일 나를 때렸지.
그와 헤어졌어. 결국 난 웨이트리스가 됐고.
그리고 해마다 '도미니크의 화려한 귀향'이라는 쇼를 
벌이기 위해서, 죽도록 일했어.
아델, 어릴 땐 도시가 그렇게 좋더니,
지금은 지긋지긋해.
크리스 (다가오는)그럼 가지 마. 
나하고 이 곳에 있으면 되잖아.
도미니크 크리스! 
M "LETTER FROM HOME "- PAT METHENY GROUP
NA. 다음 날 아침, 나는 도미니크의 편지를 발견했다.
E 달려와 침대 위로 올라서는.
어린엘비스 (기분 좋아서)엄마! 일어나! 도미니크 아줌마, 갔어!
아델 (자다가 깬) 무슨 소리야? 
어제 엄마랑 같이 들어왔는데.
어린엘비스 이것봐, 편지랑 돈까지 두고 갔다니까.
아델 (벌떡 일어나) 뭐야? 이 나쁜 기지배. 
그럼, 크리스는 어쩌란 거야?
E 신경질적으로 편지 뜯는 소리
도미니크 (에코) 숙박료는 대강 계산했어.
만일 모자르다고 생각하면 
그건 너의 형편없는 서비스 때문인 줄로 알아.
인사없이 갔다고 서운해하지는 마.
곧 결혼식에 초대할테니까.
그 전에 내가 보고 싶거든 
크리스의 병원으로 오도록 해.
도미니크 맥도웰.
SIGNAL 호텔 아프리카.
이창훈 호텔 아프리카의 출연자 여러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전 엘비스역을 맡은 이창훈이고요,
아델역에 채의진
마지역에 김은영
그리고 어린 엘비스역에 이미자
지요역에 안지환
마지막으로 오늘 특별 출연해주신 도미니크의 
이승연
이승연 (간단한 인사)



호텔 아프리카 8편

"21 C 로미오와 줄리엣" 

SIGNAL 호텔 아프리카 
E 신문 부시럭거리는 소리
에드 엘비스 , 이것 봐, 21세기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뮤지컬이 왔다는데..
멕시코 뮤지컬이라는군. 희한하지?
M "MICHELLE" 
(THE 12 CELLISTS OF THE BERLIN PHILHARMONIC, 
[BEATLES IN CLASSICS] 앨범 중에서)
NA. 집시의 전설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사랑의 주문이 걸린 흑진주 반지는 진실한 사랑을 만나면 
24시간 동안 하얀 색으로 변한다는 이야기.
지금 지미가 그 흑진주 반지를 낀 주먹을 힘껏 쥐고
노아를 따라잡기 위해 뛰어가고 있는데, 
반지는 아직 검은 색이다.
E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두 사람
지미 (에코)노아, 이 흑진주 말야.
이건 원래 집시였던 우리 엄마가 주신 거야.
그런데 왜 이 반지가 하얀 색으로 변하지 않는 걸까?
난 한 눈에 네가 내 진실한 사랑이라는 걸 
알아봤는데 말야. 
E 넘어지는 소리
노아 지미, 어떻게 돌부리 하나 없는 데서 넘어지니?
지미 (떼 쓰듯) 노아가 너무 빨리 걸으니까
따라잡으려다가 신발끈에 걸린 거라구.
노아 이 떼쟁이. 자, 업혀.
지미 (좋아서) 정말? 하하, 노아가 업어주는 거야?
노아 조금만 가면 허름한 호텔이 나와.
지미 거기까지 날 업고 가는 거야? 나 무겁지 않아?
노아 응. 무거워.
(에코) 아니, 솜털처럼 가벼워서 날아갈까봐 불안해.
M "TO THE END" (BLUR)
아델 방은 많이 있지만, 
남매끼리 굳이 방을 따로 쓰실 필요 있나요.
노아 아닙니다. 방 두 개로 하겠습니다. 
지미 돈도 별로 없잖아. 
난 괜찮으니까 그냥 방 하나로 하자. 응?
노아 (단호하게)내가 멕시코까지 걸어가는 한이 있어도
방은 두 개로 써야 해.
지미 (날카로운)아니야! '내가' 아니라, '우리'야.
노아 그래..우리가.
코드 알 수 없는 불안한 느낌.
E 그릇 치우는 소리
아델 식사가 입에 맞았나 모르겠어요.
노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마지 멕시코로 갈 거면 길을 잘 못 들었구만.
시내에서 밸리 카운티로 가는 버스를 타고
거기서 고속버스를 탔어야했는데 말이야.
어린엘비스 형아랑 누나는 밸리 카운티 가는 거야?
노아 아니야, 형아랑 누나는..
지미 (말 막으며) 노아!
난 좀 피곤한데. 올라가서 쉬지 않을래?
코드 조마조마한 느낌
지미 (화내는)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아버지랑 단원들이 쫓아오고 있는데
아무한테나 우리 행선지를 말하면 어떡해?
노아 지미, 너는 왜 항상 사람들을 그렇게 경계하는 거지?
지미 난 원래 그래. 난 사람들을 믿지 않아. 다 싫어.
내가 싫어하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너 하나 뿐이야.
난 너만 있으면 돼.
노아 단장님이 들으시면 섭섭하시겠다.
지미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사람은 다 필요 없어.
설사 아버지라도 말야. 노아-
M "ANGEL EYES" ( STING, LEAVING LAS VEGAS O.S.T.중)
어린엘비스 앗! 형아, 누나랑 영화 찍는구나.
지금 올리버 아저씨댁에서 본 영화랑 똑같아.
코드 귀여운 느낌.
어린엘비스 엄마, 형아랑 누나랑 꼭 껴안고 있었다!
아델 (놀라서)뭐? 뭘하고 있었다고?
어린엘비스 영화에서처럼 이렇게 말야. 꼭 껴안는 거..
아델 너 눈은 왜 감아? 입은 또 왜 그렇게 오물거려?
요게 쪼그만게 모르는 게 없어어-
E 꿀밤 때리는 소리
어린엘비스 왜 때려?
아델 옷은 잘 갖다준 거야?
어린엘비스 응. 누나가 엄마가 골라준 옷은 허리가 크다고 해서,
내가 다른 걸로 고르라고 했어.
아델 (에코) 내 허린 아직 24인데, 너무 크다구?
(보통톤) 암튼, 형아랑 누나랑 영화 찍었다는 거,
할머니한테 하면 혼난다.
NA. 할머니가 좋아하실 리 없었다.
야반도주라면 이미 어머니의 선례가 있었고,
1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어머니는 날 가진 상태였으니까.
할머니가 나이 어린 연인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싫어하는 건
상당부분은 딸의 과거 전력 때문이었다.
당연히 어머니는 그들에게 동정적일 수밖에 없었고.
지미 노아가 보기에도 이 바지가 낫지?
아까 그 옷은 시골 아줌마들이나 입는 옷이야.
노아 글쎄...하긴 넌 아직 어리니까 
그런 옷이 싫을 수도 있겠다. 겨우 열 여섯살이니까.
지미 (신경질적으로)난 어리지 않아. 
지요 (멀리서) 새로 오신 손님들이세요?
전 옆방에 묵는 사람입니다.
노아 네, 안녕하세요.
근데..처음 만나는 장소가 인상적이네요.
지붕 위에서 뭘 하고 계세요?
지요 아, 네, 제가 뭘 좀 썼는데 그만 바람에 날아가서요.
할 수 없이 지붕 위를 걸어다니게 됐어요.
지미 (비꼬듯) 굉장하군.
지붕 위를 걸어다니면서 창문으로 
남의 방이나 엿보는 인디언이라니.
지요 일행이 있군요. 여자 친구 분이 저 때문에
불쾌해지셨나보네요.
노아 아닙니다. 그리고 이 아인 제 여자 친구가 아니고 
동생, 지미예요.
전 노아구요.
지요 네, 전 지요라고 해요.
전 또 여자친구인줄 알았죠.
지미 맞아요, 우린 연인 사이에요.
노아 (놀라) 지미!
M "CARNIVAL" (THE CARDIGANS)
지미 아까 그 일 때문이라면 미안해.
내가 사과할게.
노아 지미, 네가 미안해할 건 없어.
내 잘못이야. 
이런 식으로 널 끌어들이는 게 아니었어.
나는 지금 힘든 상황이고 나는 널.....
지미 (말 막으며)노아!
노아 내 말 계속 들어.
지미 (흥분해서)아니야, 내 말부터 들어.
노아, 난 널 사랑해. 사랑한단 말야!
마지 (날카로운)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냐?
NA. 결국 그 장면을 할머니에게 들키고 말았다.
수업시간에 만화책을 숨겨서 보다가 선생님한테 뺏기면,
그게 하필, 그 만화책에 딱 한번 나오는 키스 씬이 
있는 페이지이듯이.
마지 (카랑카랑한)어떻게 된 거냐?
왜 남매라고 속였는지 들어봐야겠다.
아델 엄마, 손님들한테 개인적인 얘기를 
다 털어놓으라고 할 순 없어요.
마지 (꼬장꼬장한) 시끄럽다!
아델, 내가 뭐라고 했어?
호텔 같은 건 안 된다고 했지?
우리가 기껏 호텔을 만들어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들이 벌이는 불장난이나
봐야한단 말이냐? 
아델 엄마, 말씀이 너무하세요.
마지 아델, 엘비스를 생각해봐.
걔가 뭘 보고 배우겠니?
넌 엘비스도 너 같은 인생을 살게 하고 싶어?
아델 (상처받아 떨리는) 엄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제 인생이 어땠는데요?
마지 이 애들을 보고 있으니까 
네가 엘비스를 임신해서 집에
돌아왔을 때가 생각난단 말이다.
그 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넌 조금이라도 생각해봤니?
NA. 지미와 노아의 이야기는 할머니 머리 속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로 겹쳐 가고 있었다.
노아 저..죄송합니다.
생각하시는 것처럼 저희가 
그렇게 불건전한 사이는 아닙니다.
원하신다면 지금이라도 방을 비우겠습니다.
아델 조금 있으면 해가 지는데, 어딜 가신다는 거예요?
지미 (멀리서 다가오며) 당신들은 우리가 떠돌이라고 
얕잡아보는 모양인데
우리는 당신들한테 간섭받을 이유 없어요.
(앙칼진)당신들이 대체 뭐야? 우리 보호자라도 돼요?
노아 (화나)지미, 닥쳐!
내가 올라가서 기다리랬잖아.
지미 뭐하러 이런 사람들 앞에서 사과하고 설명하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게 죄란 말야?
지요 이제 그만 하는 게 좋겠네요.
마지 부인, 이 두 사람은 내일 아침 일찍
떠난다고 했어요.
노아 (당황했다가)에? 네- 내일 아침 일찍 떠나겠습니다.
마지 아침 일찍 갈 건 없고, 식사하고 천천히 가요.
아델이 카운티 밸리까지 차로 데려다 줄거유.
아델, 밥 생각은 없다. 
난 그만 쉴테니, 손님들이나 챙겨드려라.
코드 긴장이 해소되는 느낌.
지요 지미, 떠나기 전에 마지 부인에게 
사과하는 게 어때요?
지미 지금 절 가르치려는 거에요?
지요 당신은 노아 생각은 안 합니까?
지미의 그런 행동이 노아를 힘들게 하잖아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상대방을 배려하는 거예요.
E 멀리서 차 멈추는 소리.
지요 손님인가본데요?
지미 (에코) 저 차는..아버지인데..이걸 어쩌지?
(보통톤) 저 부탁이 있어요.
사실은 우리, 저 사람을 피해서 도망다니는 거예요.
(간절하게)저 사람은 내 양아버지인데, 
절 ..학대했어요.
제발 우리가 여기 있다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네?
E 문 두드리는 소리
단장 (문 밖에서)실례합니다.
지미 (E 후다닥 피하는 소리) 
E 문 여는 소리
아델 묵으시게요? 방은 다 찼는데, 어쩌죠?
단장 아니요. 전 아이들을 찾는데요.
열 여섯 살 먹은 긴 생머리의 여자애랑,
같이 다니는 열 일곱 살짜리 남자아이인데..
아델 그런 사람은 못 봤는데요.
단장 그 앤 아주 예쁜 애라 눈에 금방 띄거든요.
혹시 보시면 여기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아델 네. 그러죠.
NA. 그 때 지미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들고 있는 빨래감에서
지미의 옷을 보았다.
M "ENERGY FLOW "(류이치 사카모토) 깔리면서
단장 저, 부인..혹시 우리 아이를 만나면..
이 말을 전해주시겠습니까?
아델 네..
단장 아버지도 젊을 땐 모든 것이 두려웠다구요.
그런데 지미가 태어났을 때,
그 아이의 얼굴을 보고서,
세상 모든 걸 기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구요.
(울먹이며)만일 우리 지미가 없었다면, 전 ..
제발, 제 곁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꼭 전해주십시오.
지미, 노아, 너희들을 사랑한다..
M 음악 커지고.
NA. 더 이상 가지 말아야할 때가 있다. 
E 문 열리는 소리
노아 (E 걸어들어가며) 지미.
지미 (울고 있는) 평생 날 용서하지 않으실 거야.
아버지한테 그런 거짓말을 하다니.
노아 돌아가. 지미. 단장님과 나를 위해서.
지미 노아, 그게 무슨 소리야?
노아 지미, 널 사랑해.
하지만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불투명한 내 인생에 널 끌어들일 수는 없어.
지미, 이제 돌아가야 해.
지미 난..오랫동안 이 반지 때문에 조바심을 냈어.
내 마음은 확실한데 왜 반지는 변하지 않을까 해서.
이제 알았어.
네 마음 속의 혼란 때문에 
반지 색이 변하지 않았던 거야.
노아, 그렇다고 너를 탓하는 게 아니야.
내가 널 너무 몰아세웠으니까.
나, 기다릴게.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어.
난 아직 어리고 시간이 많아.
노아 지미.
지미 네 마음에 확신이 설 때까지 기다리겠어.
대신 이 반지를 가져가.
그 반지의 색이 변하는 날,
그 날 나를 찾아와 줘. 그것도 안 되는 거야?
SIGNAL 호텔 아프리카.
NA. 우리 가족들은 오랫동안 그들의 재회를 궁금해하며 지냈었
다. 심지어 마지 할머니까지도.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신문을 뒤지던 에드가 나에게 
그 기사를 보여준 것이다.
제목, 21세기 로미와와 줄리엣.
제작에 노아 레이와 지미 레이.
반지의 대답이 온 것이다.



호텔 아프리카 9편

"다시 돌아온 힐리" 

SIGNAL 호텔 아프리카 
E 강아지 앓는 소리. 짖는 소리.
에드 쥴, 이 강아지는 왜 계속 침을 흘리지?
저것 봐, 지금 상자를 다 적셨잖아.
으으..더러워. 무슨 병 있는 거 아니니? 
아님 좀, 모자르거나. 꼭 바보같잖아.
쥴 에드, 강아지가 그 말 듣고 진짜로 병 걸리겠다.
얘가 지금 차를 타고 와서 멀미하는 거란 말야.
에드 멀미? 강아지 주제에 무슨 멀미를 해.
아냐, 이 강아진 어디가 아픈 것 같아.
난 아픈 강아지는 맡고 싶지 않아.
그러다 만일 죽으면 어떡해? 
E 강아지 짖는 소리.
쥴 이봐, 난 엘비스한테 부탁하러 온 거지,
너 같은 쫀쫀이 얌체한테 부탁하러 온 게 아니라구.
에드 그래? 너 그럼 이건 아냐?
아무리 엘비스가 좋다고 해도 동거인인 내 허락없인 
여기서 강아지 못 키운다는 거 말야.
쥴 넌 왜 그렇게 애완동물을 싫어하는 거야?
에드 그건 간단한 이유 때문이야.
모든 애완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죽잖아.
E 문 여는 소리. 걸어나오는 소리
엘비스 (하품하며)쥴, 언제 왔어? 왔으면 깨우지 그랬니?
쥴 엘비스, 요즘 클럽 일이 바쁜가봐?
엘비스 응, 연말이라 그렇지 뭐. 그런데 이게 그 강아지야?
쥴 응. 일주일만 맡아줘. 
우리 아파트에선 개를 못 키우거든.
E 강아지 낑낑대는 소리
엘비스 그런데 어디서 데려온 개야?
쥴 우리 가게로 매일 차 마시러 오시던 할머니 개였어.
할머니와 항상 오후 4시가 되면 우리 가게로 왔었지.
혼자 사는 분이셨거든.
그런데 어제 이 개가 혼자 우리 가게로 왔더라구.
무슨 일인가해서 알아봤더니, 
할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대. 
이 개는 쓰러진 할머니 옆을 줄곳 지키고 있다가
사람들이 할머니를 옮기고 나니까,
우리 가게로 온 거였어.
혹시 할머니가 우리가게에 있을까, 생각한 거겠지.
에드 이거 마음이 약해지는 걸.
그래 가끔은 애완동물을 두고 
사람이 먼저 떠나는 경우도 있구나.
쥴, 이 강아지 이름은 뭐야?
쥴 아직 이름을 안 붙였어.
할머니는 이름 같은 걸 짓는 사람이 아니었거든.
엘비스 힐리. 힐리가 어떨까?
에드 힐리? 멋진데. 그거 소설에 나오는 이름이야?
엘비스 아니, 내가 어릴 때 잠시 맡아 기르던 개야.
M "LIFE IN MONO" (MONO) 듣다가 깔리면서
NA. 힐리, 그 녀석은 아주 덩치가 컸고, 늙은 잡종개였다.
힐리의 주인인 제임스 프랭스씨는 늘 술에 취해있거나,
먼 곳으로 훌쩍 떠나 사냥을 하다가 오는 사람이었다.
한때는 농장을 경영하던 다정다감한 사람이었으나,
15년 전에 아내가 죽고 난 후부터 그는 
폐쇄적인 사람으로 변해갔다.
며칠 째 거센 비가 내리던 날, 갑자기 그가 호텔 아프리카로
찾아왔다.
E 거센 비 소리.
제임스 이번엔 멀리 나가려는데,
힐리에겐 무리일 것 같아서요.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부탁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힐리도 쉬어야할 나이거든요.
마지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야.
굳이 이 빗속에 사냥을 가야겠나?
아델 그래요. 제임스. 비라도 그치면 가세요.
제임스 그럼 허락하시는 줄 알고,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E 개가 낑낑대는 소리.
제임스 (다정하게)힐리. 잘 있어라.
어린엘비스 아저씨, 걱정하지마. 힐리는 내가 예뻐해줄께.
제임스 힐리가 좋은 친구를 만났구나. 
그럼 아저씨는 엘비스만 믿고 갈게.
어린엘비스 응, 약속할게. 
내가 사랑해주면 힐리가 행복해질꺼야.
제임스 그럼. 잘 있거라.
E 걸어나가는 발걸음. 개가 짖으면서 따라가는 소리
어린엘비스 (안타까운)힐리! 어디가?
제임스 (타이르듯이)힐리. 이번엔 나 혼자 가야하는 곳이야.
걱정하지 말아라. 금방 데리러 올게.
NA. 힐리는 오랫동안 프랭스씨가 떠나던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듯이.
그리고 프랭스씨의 아내인 안젤라가 죽은지 15년째 되던
여름날, 프랭스씨는 엽총 사고로 숨을 거두었다.
M "DUST IN THE WIND" (KANSAS)
마지 어쩐지 그 날 예감이 안 좋다했더니.
아델 두 분 다 좋은 분들이었는데, 불운이 겹치네요.
안젤라는 암으로 그렇게 되더니, 
또 프랭스씨는 엽총사고로..
어린엘비스 (멀리서)힐리! 그러면 안돼.
네가 밥을 많이 먹어야 해. 
제임스 아저씨하고 약속했단 말야.
아델 아무래도 내일 목사님을 만나뵈야겠어요.
마지 목사님은 왜?
아델 교구민 중에서 힐리를 맡아줄 사람이 있는지
상의해보려구요.
나이가 너무 많고, 게다가 밥도 먹지 않으니,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요.
아무래도 엘비스가 상처받을 거예요.
지요 (다가오며)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아델 지요!
지요 엘비스가 저렇게 좋아하는데요.
아델 그러니까 힐리를 보내야해요.
떠나는 이는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남은 사람은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한다구요.
지요 하지만 아델, 충분히 사랑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아픔도 크지 않을까요?
사랑할 시간을 주세요. 아쉬움이 남지 않게요.
아델 (피하는) 전 올라가 봐야겠어요.
아참, 저녁은 스테이크가 어떨까요?
힐리가 그걸 잘 먹던데.
NA. 어머니는 그 때 옷장 속 낡은 상자에 들어있는 
아버지의 사진을 생각하신 것 같다.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상처를 남기고 떠난 것처럼,
내게 힐리가 그렇게 할까봐 걱정하신걸까?
M "THE RIVER" (브루스 스프링스틴)
아델 여기서 자겠다는 거야?
어린엘비스 응. 힐리랑 약속했어.
아저씨가 올 때까지 같이 기다려주기로 말야.
E 개 낑낑대는 소리
아델 하지만 엘비스, 오늘은 비가 와서
밤에 밖이 얼마나 추운데 그래.
여기서 힐리랑 같이 자다가 엘비스가 감기 걸려서
아야하면 힐리가 너무 슬퍼하지 않을까?
어린엘비스 하지만..약속했는 걸..
아델 힐리도 이해할꺼야. 
자, 가서 엄마랑 자자 엘비스, 응?
어린엘비스 알았어. 힐리, 미안해.
(속삭이듯이) 힐리! 우리 엄마는 
겁이 많아서 혼자 못 자겠다는 거야.
네가 다 이해할 거지?
만약..만약에 내가 없을 때 아저씨가 와도
인사도 안하고 그냥 가기는 없어. 알았지?
자, 약속?
E 개 낑낑대는 소리
BG (슬프지만 담담한 느낌) 깔리면서
NA. 다음날 아침 힐리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온 집안을 뒤지고 다니다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
다. 어쩌면 나도 그 순간 어렴풋이 힐리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
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머니를 더욱 원망했다.
어린엘비스 (울면서)엉엉, 엄마 미워! 다 엄마 때문이야.
엄마만 아니었으면 힐리가 나가지 않았을 거야.
아델 미안해. 엘비스, 엄마가 잘 못했어.
그러니까 좀 그만 울어라. 응?
어린엘비스 (뿔난)엄마 때문에 내가 약속을 어겨서
힐리가 화가 나서 집을 나간 거라구. 
아델 엘비스..
지요 엘비스, 엄마한테 그런 말하는 거 아니야.
엄마도 힐리가 나가서 속상해하셔.
어린엘비스 (목메이며) 지요. 힐리가 인사도 없이 가버렸어.
지요 엘비스, 그렇지 않아.
힐리는 인사도 없이 갈만큼 의리없는 녀석은 아니야.
조금만 기다려보자.
힐리가 다시 올테니까 말야.
어린엘비스 정말? 정말, 힐리가 다시 올까?
지요 그럼, 그 대신 엘비스,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엘비스의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힐리 생각을 많이 해야돼.
알았지?
어린엘비스 그럼, 아저씨, 약속할게.
NA. 힐리는 돌아온다고 지요 아저씨가 말했다.
지요 아저씨가 맑은 눈을 빛내면서 내게 무슨 말하면,
나는 그의 말이 무엇이든 진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지요 힐리가 옆에 있었던 때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힐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거야. 
어린엘비스 응.
M "THE ROSE" ( BETTE MIDLER)
NA. 어머니는 지요에게 화가 나셨다.
지요와 나의 약속이 어린 나에게 가져올 상처를 
염려하셨기 때문이다.
아델 (흥분한 어조)지요, 모르겠어요?
힐리는 죽으러 나간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애한테 그런 약속을 하라고 시킨거죠?
엘비스더러 힐리를 더 많이 생각하라구요?
그런다고 죽은 힐리가 살아오나요?
그렇게 잊지 않고 있으면,
남은 사람은 견딜 수가 없다구요.
지요 아델, 지나치세요. 
너무 민감하신 것 같아요.
아델 내가 민감하다구요?
엘비스를 봐요. 엘비스는 이제 오지도 않을 힐리를
계속 기다릴 거 아니에요.
아이한테 그렇게 상처를 줘도 되는 거예요?
포기할 건 한시라도 빨리 포기하는 게 낫단 말예요.
(슬프게)포기는 버림받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위로에요.
지요 (위로하듯이) 아델. 잊으려고만 하지말고 
그냥 추억으로 안으세요.
아델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요 아델이 무슨 생각 때문에 그러는지 다 알아요.
NA. 약속이 이뤄지는 데는 몇 일이 걸리지 않았다.
지요가 자고 있는 나에게 왔다.
지요 엘비스..엘비스, 일어나.
엘비스..엘비스가 기다리던 손님이 왔어.
어린엘비스 (잠에서 깨어나며) 으응?
E (멀리서) 컹컹 개 짖는 소리
어린엘비스 힐리? 힐리가 온거야?
와, 신난다, 정말 힐리가 온 거야?
코드 슬픔이 배어 나오는.
E (가까이서) 컹컹 개 짖는 소리
어린엘비스 힐리.힐리!!!
힐리, 인사하러 왔구나?
와줄 줄 알았어.
내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네 생각을 했는데..
(훌쩍이면서)너도 내 마음을 느꼈을 거라 생각했어.
지요 엘비스, 이제 그만 힐리를 보내줘야해.
어린엘비스 응?
지요 힐리를 데리러 제임스 아저씨랑 
안젤라 아줌마가 같이 오셨거든.
어린엘비스 으응. 알았어.
지요 자, 이제 마지막으로 힐리에게 인사를 하고
보내주자, 응?
엘비스, 힐리는 나쁜 곳에 가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줘야지.
어린엘비스 (안타까운) 힐리.
꼭 행복하게 지내야돼.
그리고 가끔은 내 생각도 해 줘.
E 낑낑대는 개 소리
M "BEN" (마이클 잭슨)
NA. 힐리는 몇 번인가 뒤를 쳐다보면서 사라져갔다.
그리움은 남은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떠나간 자에게도 그리움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영혼은 우리가 잠든 사이에 우리 곁을 찾아오고,
우리는 영혼이 뿌리고 간 눈물에 젖어 잠이 깨고,
그래서 그들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SIGNAL 호텔 아프리카
에드 난 이 녀석 싫어!! 이 뻔뻔스런 표정을 보라구.
엘비스 강아지 표정이란 항상 똑같지. 
걔들 표정이야 날 사랑해주세요, 이거잖아.
에드 그런데 왜 사랑해달라면서 
이 녀석은 내 이불이나 옷에 쉬를 하냔 말야.
한번도 네 물건에 그런 적은 없었잖아.
엘비스 네가 힐리를 못살게 구니까 그렇지.
에드 싫은 걸 어떡해. (짜증난) 몰라, 난 세탁실이나 
다녀올 테니까 네가 목욕 시켜.
E 문 닫고 나가는 소리
E 강아지 짖는 소리
엘비스 (다정하게)힐리, 잘했어. 후후후.
근데 너, 내 이불에 싸면 죽는다.



호텔 아프리카 10편

"라이너의 또 다른 세상" 

SIGNAL 호텔 아프리카 
E 침대 위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
엘비스 (화들짝 놀라서) 맙소사. 에드, 42도야.
넌 지금쯤 죽었어야하는데, 어떻게 살아있지?
에드 거짓말하지마, 42도가 아니란 건 나도 알아.
엘비스 그래, 너 열도 없어.
그런데 왜 그렇게 엄살이야?
에드 사람들은 가끔 엄살을 떨고 싶을 때가 있는 거라구.
그래야 외로움을 달랠 수 있어.
엘비스 훗, 그런데 엄살장이 에드는 
왜 힐리를 이해 못하지? 
서로 잘 통할 것 같은데 말야.
지금 힐리도 엄살 떨고 있는 거잖아.
걘 지금 키워주시던 할머니를 잃고 
낯선 곳에 버려져있는 신세라구.
E 강아지 낑낑대는 소리
에드 (짜증내는) 저리가, 힐리. 가!
엘비스, 힐리가 내 오디오줄을 다 끊어먹은 건
엄살이 아니라, 폭력이야.
그것도 전혀 반항할 수 없는 오디오줄을 공격했으니
세상에서 제일 비겁하고 야비하고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거라구.
엘비스 하하하. 재밌는 논리이구나.
그런데 에드, 너 앞머리 많이 자랐는데,
좀 자르지 그래? 너처럼 맑은 초록색 눈은
항상 내놓고 다녀야 한다구.
머리로 가리면 눈동자가 잘 안보여서, 귀신같거든.
에드 (삐친) 고맙군.
엘비스 옛날에 난 초록색눈을 가진 사람의 눈에는
세상이 온통 초록색으로 보이는 줄 알았어.
에드 (삐친) 그래, 그거 참 재밌는 논리이구나.
엘비스 어릴 때 어떤 사람을 보고 들었던 생각이야.
처음 봤을 때 눈이 너무 초록이라서,
하마터면 물을 뻔했어.
에드 세상이 초록색으로 보이냐고 물을 뻔했다는 거야?
엘비스 응. 그런데 그 사람, 앞을 보지 못했어.
M ACROSS THE UNIVERSE (피오나 애플)
NA. 대신 그는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마리아 (반가운)세상에..
아델이 호텔 여주인이라니.. 
이젠 제법 여자티가 나네, 꼬마 아가씨.
아델 마리아, 꼬마 아가씨라뇨.
전 아이까지 있는데요.
마리아 아이? 고향에 내려와서 재혼을 했어?
아델 재혼은 무슨..아니에요. 그 사람 애에요.
마리아 (당황하여)트..트란의 아이라는 거야?
아델 네. 그런데 마리아와 함께 온 아이는 어디 갔어요?
마리아 응. 라이너? 밖에 나가서 라임 냄새를 맡겠대.
그 애는 새로운 곳에 가면 냄새를 맡고,
그 냄새로 장소를 기억하거든.
아델 입양아인가요?
마리아 입양은 아니고..어쩌다보니 같이 살게 됐어.
아델,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저 아인 앞을 못 봐.
저렇게 맑은 초록색 눈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앞을 못 보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지.
하긴, 그래서일지도 몰라.
저 아이 머리 속엔 더러움이란 하나도 없거든.
더러운 걸 하나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저렇게 맑은 눈을 가지고 있을 거야.
이제 저 아이 없는 내 인생은 상상도 할 수가 없어.
아델 마리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마리아 아델도 그래. 역시 우리 둘다 아이 때문이겠지.
마리아, 트란의 아이는 어때?
아빠를 많이 닮았어?
어린엘비스 (멀리서 큰 소리로 부르는)엄마! 엄마!!!
나 고래 잡았어!!
아델 양반 아니네요. (소리치는) 엘비스, 여기 있어.
E 다다다다 달려오는 소리
어린엘비스 헤헤.(헉헉대며) 엄마, 정말로 고래 잡았어.
아델 (기가 막혀)엘비스, 강에선 고래가 살지 않아.
마리아 (에코) 저 아이가 트란의 아이..
어린엘비스 (빡빡 우기는)아이 참, 정말이라니까.
내가 고래를 잡았는데, 지요 아저씨가
놔주자고 해서 놔주고 왔단 말야. 
아델 고래가 얼마만한데.
어린엘비스 글쎄..굉장히 커. 팔뚝만했던가?
치..엄마, 못 믿는 거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봐.
내가 지요 아저씨 데려올게.
E 다다다다다 달려나가는 소리
마리아 저러는 건 트란하고 똑같아. 귀엽다, 아델.
(에코) 아델, 행복하구나.
M "PHILADELPHIA"(NEIL YOUNG)필라델피아 O.S.T.중 9번
NA. 내가 지요를 찾아 밖으로 다시 나가보았을 때,
그 곳에는 낯선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햇빛이 비춰오는 쪽으로 고개를 향하고
앉아 있다가, 내 쪽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눈은 방금 풀잎에서 떨어진 이슬처럼 맑았고,
풀잎에서 배어나온 듯 연한 초록색 빛을 가지고 있었다.
라이너 넌 아기지?
어린엘비스 나 아기 아니야. 사나이야.
오늘 고래도 잡았어.
라이너 와아, 이거 대단한 분이구나.
이리로 와봐. 
어린엘비스 (E 조심스레 걸어가는) 왜 사나이를 부르는 거야?
라이너 난 아기 냄새가 좋아서 그래.
어린엘비스 난 아기 아니라니까. 그런데 형, 지요 봤어?
키가 크고 머리는 길고 얼굴은 갈색이야. 봤어?
라이너 갈색은 초콜렛 맛이 나는 색이지?
미안하구나. 난 그 사람 보지 못했어.
난 눈이 안 보이거든.
어린엘비스 정말 눈이 안 보인단 말야?
하나도?
라이너 응. 
어린엘비스 그럼 아무 때나 잠 잘 수 있겠네.
라이너 하하하. 그래 그런 점도 좋지.
그리고 눈이 안 보이면 다른 사람이 못 보는 걸 
볼 수 있어.
어린엘비스 그게 어떤 건데?
라이너 아기 냄새와, 엄마의 숨결 같은 걸 난 볼 수 있어.
M "PALE BLUE EYES" (VELVET UNDERGROUND)
아델 수술이라구요?
마리아 응. 저 애도 벌써 14살이야. 
언제까지 장님으로 살 순 없잖아.
돈도 꽤 모였고, 수술이 성공만 하면
남들처럼 볼 수 있다고 하니까..
아델 그래요. 정말 잘됐군요. 
마리아, 대단해요. 당신이 존경스러워요.
마리아 아니야, 아델, 나 사실은 나쁜 엄마야.
내가 얼마나 수술을 망설이고 있는지 알아?
NA. 나는 마리아가 라이너의 수술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서
막연하게 라이너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수술은 마치 크리스마스선물처럼 어머니들이 아이를 위해 몰래 
준비하는 선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밤 마리아와 어머니가 같은 방에서 잤고,
나는 라이너형과 같은 방에서 자게 되었다.
M "RAINY DAYS AND MONDAY" (CARPENTERS)
마리아 아델..나..사실은 트란을 사랑했었어.
그래서 아델한테 못되게 굴었던 거야.
미안해. 아델. 난 한번도 의심하질 않았어.
트란이 나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할거라고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트란과 나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지.
트란이 숨을 쉬면, 그 공기가 끈처럼 길게 나와서
내가 숨을 쉴 때 들어오는 것 같았어. 
아무리 멀리 있어도 말야.
아델, 그런 기분 알지?
아델 네. 알아요. 난 트란이 죽고 난 후에 한동안,
..줄곧 그랬어요. 견디기 힘들었죠.
마리아 그런데 어느 날 아델 네가 나타났던거야.
믿을 수가 없었어.
트란이 나 아닌 여자를 좋아하게 되다니.
그것도 어린 백인여자아이와.
처음엔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지.
그러다가 곧 마음을 고쳐먹었어.
아델은 다른 시골 처녀들처럼 도시가 싫어지면
곧 떠날 거니까, 그 때까지 기다리자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게 아닌 거야.
아델은 너무나 행복하게 지냈지.
아델 마리아..
마리아 그러다 트란이 죽어버린 거야.
난 미친 듯이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약을 사모았지.
내가 약을 먹고 트란 곁으로 갈 수만 있다면,
그게 유일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거든.
E 비 내리는 소리, 거리 뒷골목의 소음.
M "유서" ( 전람회 ) 깔면서
마리아 (에코) 트란, 이젠 버틸 수가 없어.
숨을 쉴 수조차 없어. 
살아있는 한 순간 순간이 
내게는 심장을 찌르는 바늘인 것 같아.
트란, (흐느끼며) 그러니까 웃으면서 날 맞아줘.
내 고통을 끝내고 싶어.
라이너 (다정하게)울지 마세요.
마리아 너, 너는 누, 누구지?
라이너 나는 라이너라고 해요. 
당신 울음소리가 들려서 왔어요.
당신이 너무 크게 울어서 
내 울음소리가 묻혀버렸어요. 나도 울고 있었는데..
NA. 그 때 마리아는 라이너에게서 빛을 받았다고 했다.
라이너가 태어날 때 잃어버렸던 빛은, 
그 날 비 내리는 뒷골목에서 
마리아에게 새로운 눈이 되어주었다.
라이너가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이다.
E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소리
마리아 (발작적으로) 아델, 나 무서워.
라이너가 눈을 뜨면, 어떡하지?
그 아인 내가 흑인이라는 걸 몰라.
백인 아이를 데리고 사는 흑인 여자는 
있을 수 없다구.
난 이제 그 아이 없인 하루도 못 사는데 말야.
아델 마리아, 너무 나쁜 쪽으로 생각하지 말아요.
나도 엘비스와 잘 살고 있는 걸요.
마리아 아델. 하지만, 라이너는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니잖아.
엘비스와 아델과는 다르지. 
라이너 (멀리서 ) 엄마!! 엄마! (계속 외치는) 엄마!!
코드 다급한 느낌.
E 문 여는 소리. 다가서는 발걸음 소리
라이너 엄마! 어딨어?
어린엘비스 (울고 있는) 엉엉엉--
NA. 나는 라이너형을 놀래주려고 수술얘기를 해주었다.
선물꾸러미를 빨리 뜯어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뜻밖에도 그 말을 듣자마자 라이너형은
정신나간 사람처럼 울면서 마리아 아줌마를 찾았다.
나는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른 줄 알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마리아 (놀라서)왜 그러니? 라이너, 엄마 여깄어.
라이너 (정신없이) 엄마, 난 수술 같은 거 안해.
안한단 말야!! 절대로 안해!
마리아 왜, 라이너, 아플까봐 그러니?
걱정하지 마. 하나도 안 아프대.
수술만 하면 TV도 보고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볼 수 있어.
라이너 싫어. 그런 거 다 안 봐도 돼. 
할머니가 전에 얘기하던 거 다 들었어.
수술하면 엄마랑 나랑 같이 살기 힘들 거라구 말야.
피부색이 다르다는 게 그렇게 이상한 거야?
엄마가 흑인이면 나랑 같이 살 수 없는 거야?
엄마, 그럼 나도 흑인이 되면 되잖아.
마리아 라이너. 
라이너 엄마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항상 울었어.
모든 사람이 미웠어.
나를 낳은 그 여자도 날 버렸고,
모두 날 싫어했으니까.
하지만, 이젠 아니야.
엄마를 만나고 난 후부터는
다른 세상을 보게 되었단 말야.
엄마의 발걸음이 어떤 색인지 알아?
나는 엄마가 잠결에 내 머리맡을 왔다갈 때
엄마의 발걸음 색깔이랑 엄마의 숨소리 색깔을
볼 수가 있단 말야.
M EVERY BREATHE YOU TAKE (POLICE) 듣다가 빠지면서
마리아 (부드럽게)라이너, 용기를 내서 수술을 받자.
라이너, 이 세상도 아름다운 게 많아.
너 엄마 얼굴 보고 싶지 않니?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게 얼마나
숨막히도록 기쁜 일인지 알고 싶지 않아? 
그게 바로 우리에게 눈이 있는 이유란다.
SIGNAL 호텔 아프리카
NA. 마리아와 라이너, 그들은 지금도 
다정한 모자관계로 지내고 있다. 비록 수술은 실패했지만. 
하지만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 그들에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들에겐 이미 마음으로 보는 또 다른 세상이 있는데.
가장 소중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언젠가 올리버 아저씨 댁에서 봤던 
TV 영화 속의 여주인공이 말했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이 진짜이다.
그것이 사랑일 경우에도.



호텔 아프리카 11편 

"SHALL WE DANCE?" 

SIGNAL 호텔 아프리카 
NA. 고교시절의 나는 항상 열병을 앓고 있었다.
그것은.. 때로는 영화였고, 때로는 문학이었고,
때로는 햇빛, 또는 그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 때 앓았던 또 하나의 열병은 바로 상사병이었다.
나는 열병이 온 몸을 감쌀 때마다, 눈을 감았다.
차라리 그 모든 걸 보지 않기 위해서.
아니 눈을 감고 더 생생하게 느끼기 위해서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M "SUMMER NIGHT "(올리비아 뉴튼 존 & 존 트라볼타)
E 왁자지껄한 고등학교 복도의 소리들.
노만 엘비스, 또 명상 중이냐?
엘비스 (반색하는) 아, 노만 선생님.
노만 손에 들고 있는 건 뭐니?
친구 (지나가며)여이, 엘비스, 뭐하냐?
엘비스 네, 제가 평론을 좀 썼는데..
읽어봐 주셨으면 해서요.
노만 그래. 그거 좋지.
그럼 이따 수업시간에 보자. 
그리고 너무 자주 명상에 잠기진 말아라.
학교에서야 괜찮지만, 밖에선 위험하니까.
NA. 그는 제대로 말할 줄 알았고 침묵할 때를 알았고
말과 침묵이 가장 돋보이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진 이봐, 엘비스, 수업 끝나고 좀 보자는 말 잊었니?
계속 찾아다녔잖아.
엘비스 어, 진이구나. 미안해.
깜빡했어. 근데 무슨 일이야?
진 생물 실험 보고서 때문이지.
우리 조는 하루 빨리 내기로 했잖아.
엘비스 어쩌지? 난 당연히 내일인 줄 알고 있었는데.
진 (짜증내며)엘비스, 너 이러면 곤란해져.
너 연애라도 하는 거니?
연애를 하는 거야 네 맘이지만, 
단체행동에 지장을 줘서는 안되잖아.
엘비스 진, 연애니 뭐니 그런 건 아니야.
난 단지 잊어먹었을 뿐이라고.
내일 확실하게 써서 등교하자마자 줄테니까
화 풀어. 알았지?
그나저나 댄스파티 파트너는 구했어?
진 글쎄..난 그냥 책이나 볼까하는데..
같이 가고 싶은 남자도 없고 말야.
엘비스 진, 너의 마음을 움직여줄 남자가 곧 나타나겠지.
자, 그럼 나중에 보자.
코드 설레이는 느낌.
E 드르륵 교실문 여는 소리.
노만 이봐, 뭐하고 있나? 푸른 하늘이 안 보이나?
당장 밖으로 나와! 야외수업이다!
학생들 (신나서 ) 야!! 나가자!!
엘비스 (에코) 왜 당신이 나타나기만 해도
난 이렇게 정신이 나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거지?
M "BEYOND BLUE HORIZON" (루 크리스티) 
진 엘비스. 생물 실험 보고서 말야.
너만 좋다면 오늘밤에 네가 맡은 부분을 
내가 도와줄게.
난 미리 공부를 좀 해뒀거든.
엘비스 (기뻐하는)정말이야? 고마워, 진.
안 그래도 하룻밤동안 하기엔 무리라고 생각했거든.
노만 (다가오며) 엘비스! 여기 있었구나.
엘비스, 오늘 시간 있으면 나 좀 도와줄래?
급하게 할 일이 있는데, 
아르바이트하는 녀석이 안 와서 말야. 
엘비스 네, 제가 해드릴께요.
진 (분노한)야, 엘비스, 이 자식이! 
너 지금 사람 놀리는 거야?
코드 불화의 느낌.
노만 엘비스, 도와줘서 고맙다. 
진과 중요한 약속이 있나보던데, 그것까지 깨게 돼서
미안하구나.
엘비스 아니에요, 선생님.
노만 엘비스, 이거 받아라.
별건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녹음해서 
듣던 건데 이런 밤에 듣기 좋지.
새것이 아니라 기분 상했니?
엘비스 선생님. 무슨 말씀이세요. 감사합니다.
노만 좋았어. 그럼 내일 보자.
E 사라지는 발걸음
M "I DON'T KNOW HOW TO LOVE HIM"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중)
진 입 찢어지겠다. 엘비스.
엘비스 진, 어떻게 이 시간에..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어.
진 자, 이거나 받아.
그래프나 그림 같은 건 내가 그렸으니까,
요점 정리나 잘 해서 내도록 해.
오해는 말아줘. 너 때문에 나까지 점수가 
깎이는 게 싫어서 이러는 거니까.
그리고 내가 한 가지 충고하겠는데,
노만 선생님,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아.
그 사람 순수한 척하는 이중인격자라구.
엘비스 (화난 )진! 내가 존경하는 분한테 
함부로 지껄이지 마. 
진 (화난) 뭐야? 이거 놔. 이 더러운 호모 자식.
엘비스 너 미친 거 아니야?
제 멋대로 지껄이지 마.
공부밖에 모르는 말라깽이 주근깨 아가씨.
진 (버럭 소리지르며)이거 놔. 진짜로 미친 건 너라구.
E 따귀 때리는 소리.
NA. 그날 이후, 진과의 관계는 냉전이 계속되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는 진에게 나의 거친 언행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사과를 하면 진의 말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 같아
서,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E 학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노만 그래, 진 윌콕스, 네가 토론하고 싶은 주제가 뭐냐?
진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 작품들과 그에 대한 선생님의 
솔직한 견햅니다.
엘비스 (에코) 진,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노만 좋다. 자유토론 시간이니까 먼저 
각자의 의견을 내봐라.
다니엘 선생님, 제임스 딘이 동성연애자였다는 게 
사실입니까?
노만 그건 헐리웃 쪽에 문의해보도록. 
다니엘 군 경고다.
사실 게이 문학은 그리스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그리스 로마시대엔 동성애 자체를 
인간의 본성으로 인정하고 그 문화에 심취했었지.
그래서 미소년에 대한 예찬이 끊이지 않았었고 말야.
학생1 우엑, 생각만 해도 구역질 나요. 
노만 그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런 반응을 나타내지만, 
내 말은 문화적 다양성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게이 문화도 하나의 상대적인 가치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학생2 하지만 선생님, 아무리 예술성 있는 문학이라해도
글 쓰는 사람이 근본적으로 썩었다면
그 글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노만 그래, 그런 논리도 가능할 수 있지.
그런데, 이건 어떤가.
(시를 외우는) 열매, 꽃, 잎, 가지들이 여기 있소.
그리고, 오로지 당신만을 향해 고동치는 
내 마음이 여기 있소.
그대...하얀 두 손으로 찢지는 말아 주오.
다만 이 순간 그대 아름다운 두 눈에 
부드럽게 담아주오.
이건 폴 베를렌느가 1874년에 쓴 시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랭보와 함께 
파행적인 사랑을 나눈 시인이지.
하지만, 아름답지 않나?
문학은 문학 자체로 아름다운 거야.
진 (당차게) 선생님!
노만 그래, 진 말해보게.
진 선생님께서 그런 문학 자체에 대해서
호의적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동성 연애자들 자체에도 
호의적이신가요?
노만 진, 말하고 싶은 게 뭔가?
진 전 평범한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서
선생님이 그런 쪽을 옹호하신다는 데 대해
약간 거부반응이 들었던 것 뿐 입니다.
노만 진, 너의 거부반응에 대해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관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매도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
아닐까?
진 누구든지 남의 일일 때는 그렇게 말할 수 있죠.
하지만 그게 자신의 일이거나 
가까운 사람의 일이라면 그때도 선생님은 
가치 중립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나요?
E 웅성거리는 학생들
E 수업 종료를 알리는 벨소리
노만 이런 수업이 끝났군.
아까 내준 숙제는 다음 주 수요일까지 제출하도록.
NA. 그날 수업의 파장은 큰 것이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의 토론을 가지고 노만 선생님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렇게 된 것이 모두 내 책임인 것만 같아 괴로웠다.
M "I WILL" (BEATLES)
E 웅성거리는 복도의 소음
바바라 (깍쟁이투로)엘비스 스플래니, 여기 있었구나.
엘비스 어, 바바라, 무슨 일이야?
바바라 엘비스, 댄스파티 때 나와 파트너가 되어주겠니?
엘비스 바바라, 미안한데 난 너와 별로 
어울릴 것 같지가 않아. 그럼 미안하다.
NA. 그 순간 나는 복도 저쪽에서 진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진은 손에 들고 있던 노트와 리포트들을 떨어뜨렸고,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함께 줍고 있었다.
E 노트, 종이 부시럭거리는 소리
엘비스 진, 얘기 좀 하자.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E 운동장에서 들리는 학생들 소리
엘비스 진, 지난번에 내가 거칠게 굴었던 거, 미안해.
그 날 이후로 난 생각을 많이 했어.
난..지금 너무 혼란스러워.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건 나만의 감정이야.
제발 내 문제로 노만 선생님이 곤란을 당하게 하지
말아줬음 해.
진 (비꼬는) 우- 대단한데.
그렇게까지 선생님을 걱정하다니.
E 다가오는 발소리
바바라 어머, 엘비스!
(비꼬는)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나했더니, 
겨우 진 윌콕스였어?
하하. 이봐, 엘비스.
이 바바라가 파티에 같이 가자는데,
저런 못난이 기집애를 택한단 말야?
엘비스 이봐, 바바라. 그건 끝난 얘기잖아.
난 진하고 중요한 얘기가 있으니까 
자리 좀 비켜줬음 좋겠어.
바바라 뭐야? 엘비스, 검둥이 사생아 주제에 누구한테 
건방떠는 거니?
진 너 머리 나쁜 거야 전교가 다 알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지금을 3,40년대로 착각하는 거야?
인종 차별이라니. 
인간에 등급을 매긴다면 바바라 너야말로
제일 저급이야. 알았어?
바바라 (성난) 이 기집애가? 
엘비스 그만 둬. 이 검둥이 엘비스는 진 윌콕스와 갈테니
넌 다른 데 가서 알아봐. 잘난 백인 아가씨.
NA. 나는 화해의 의미로 진과 함께 댄스 파티에 갔다.
그리고 그 날, 우리는 바바라의 보복을 당해야했다.
E 숲 속의 밤, 벌레 울음소리
멀리서 들리는 파티 소리. 
M SHALL WE DANCE? (SHALL WE DANCE O.S.T.중에서)
깔리면서..
엘비스 정말, 어이가 없군. 
바바라가 그 정도인 줄은 몰랐어.
진 내가 부주의한 탓도 있었지.
안경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으니까.
바바라가 계속 기회만 보고 있었나봐.
하지만 솔직히 저 안보다 이 곳이 더 좋아.
M 음악 커지고.
진 엘비스, 이 노래 좋지? 우리 춤추자. 응? 
엘비스 뭐?
진 우리 노만 선생님이나, 바바라는 다 잊어버리자구.
잊지마, 오늘밤, 너의 파트너는 나야.
SIGNAL 호텔 아프리카
NA. 먼 훗날 생각하면 그냥 피식 웃음 짓게 되는 순간이 있다.
비록 당시에는 그것이 그렇게 절실하고 절박한 것이었더라도.
내 사춘기 시절 열병 중에 하나인 상사병은
그날 밤 진 윌콕스와의 댄스와 
숲 속에서 불어오던 산들바람 때문에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
노만 선생님의 정체?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노만 선생님도 우리들처럼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뿐이니까.



호텔 아프리카 12편

"생일 선물" 

SIGNAL 호텔 아프리카 
E 전화벨 소리
엘비스 여보세요?
응, 어...그래...에드는 일이 있다고 나갔어.
...지금? 어딘데? 응...그래, 그래 거기서 보자.
M LAZY ON A SUNDAY AFTERNOON (QUEEN)
NA.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많은 곳 중 하나가 바로 
공원일 것이다. 다정한 연인들과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부들의 
모습, 그리고 애완견들, 그런 것들을 보고 있으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기분 좋은 날에는 나른한 편안함이 다가오고, 
그리고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나는 저 안에 끼지 못한다는 
서글픔'이 마음에 스며든다.
E 공원의 소음. 아이들의 뛰노는 웃음소리
쥴 늦은 거 미안해. 사과의 뜻으로 사왔어.
자, 아이스크림 먹는 연인들만 부러워하지 말고,
너도 아이스크림 좀 먹어봐.
엘비스 쥴! 왔구나?
쥴 또 사색 중이었던 거야?
엘비스 그냥 넋 놓고 있는 거야.
내 버릇이지 뭐.
쥴 엘비스, 가자!
엘비스 어디로?
쥴 쇼핑!
엘비스 쇼핑? 난 쇼핑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쥴 그래도 할 수 없어. 난 지금 쇼핑을 해야되니까.
엘비스 잠깐만. 이것 좀 들고 있어봐.
쥴 왜?
엘비스 너 신발 끈이 풀렸잖아.
쥴 어? 언제 풀렸지?
엘비스 자, 내가 묶어줄게. 
내가 지금 무릎을 꿇었지?
이건 오늘 쇼핑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세야.
쥴 후후. 엘비스, 너 이런 걸로 여자들 여럿 울렸지?
엘비스 무슨 말이야?
쥴 지금 영화 'THE WAY WE WERE' 흉내내는 거 아니야?
엘비스 들켰구나. 
쥴 참, 엘비스, 집에 뭘 두고 왔어.
잠깐만 집에 들렸다 가자. 응?
코드 비밀스러운 느낌.
E 폭죽 터지는 소리.
에드 생일 축하해, 엘비스!
쥴 생일 축하해, 엘비스!
엘비스 너희들 다 짰구나. 난 잊고 있었는데..정말...
쥴, 집에 먼저 들르자고 하더니, 이건..
쥴 하하, 이건 에드의 시나리오야, 
이렇게 서프라이징 파티를 열자고 그러더라구.
에드 엘비스, 더워, 촛불 좀 빨리 꺼.
엘비스 알았어. (입김 부는) 후후후--
코드 떠들썩한 파티 기분.
엘비스 와, 선글라스구나. 쥴, 고맙다.
네 안목은 여전하구나.
어때, 이 정도면 영화 흉내내는 바람둥이 같이 보여?
쥴 응, 딱 그래. 그러고 나가면 여자들이 
꽤 쳐다보겠다.
엘비스 이건, 에드 선물이야?
..음..뭘까?
E 포장지 부시럭거리면서 뜯는 소리
엘비스 (놀라서)이건 금시계잖아.
쥴 와, 되게 이쁘다. 에드, 너 취향 꽤 고급인걸.
에드 당연하지. 내가 선물에서 쥴한테 밀릴 순 없지.
엘비스 에드, 고맙긴 한데..난 이렇게 비싼 거 
받을 순 없어. 성의만 받을게.
에드 엘비스, 우리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해?
그 때 테이블이 부딪혀서 이 시계가 깨졌잖아.
그 날이 네 생일이었지.
벌써 오래 전 일이지만, 그 날을 기억하고 싶어서
시계를 고치지 않았어.
그 시계가 멈춰있는 그 시간을 시작으로 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온 거야.
엘비스 에드, 고마워. 그렇다면 정말 고맙게 받을게.
M "THE WAY " ( FASTBALL)
NA.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그 날 에드는 학교 앞 카페에서 
신문을 펼쳐놓고 짜증스런 얼굴로 아이스티 잔을 비우고 있었다.
에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페의 종업원은 워크맨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몸을 흔들거리고 
있었고, 그리고 건너편에 앉아있는 내가 에드의 눈에 들어왔다.
E 신문 부시럭거리는 소리
에드 (에코)독특하군.
저 사람은 흑인..
아니, 그렇다고 하기엔..혼혈인가?
멋진 레게 파마 머리에.. 
입가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띄우고 있고..
헌책방에서 산 듯한 두어 달 전의 
"SIGHT & SOUND"지를 훑어보고 있잖아.
저 손가락 좀 봐.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야.
끝이 고른, 가늘고 긴 손가락..
어, 저 사람, 내 쪽을 쳐다보네. 들켰다.
엘비스 (에코) 저 친구, 내 시선을 의식하는군.
하하, 신문 보는 척하면 누가 모르나?
에드 (에코) 저 남자는 왜 날 자꾸 쳐다보는 거지?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아니면..
어, 또 쳐다보잖아.
E 신문 부시럭거리는 소리
엘비스 (에코) 하하 저 친구 꽤 수줍음이 많은 걸.
이래서야 내가 말을 시킬 수가 없잖아.
NA. 잠시 후, 나는 에드에게 다가갔다.
엘비스 초면에 실례인 줄 알지만, 뭣 좀 물어볼까 해서요.
에드 (좀 놀라)네, 그러세요.
엘비스 저 뉴욕이 처음이라 지리에 어두운데..
양초를 사려면 어디로 가야하죠?
에드 (에코) 양초라고? 뉴욕에 와서 겨우 양초를 찾다니.
엘비스 (놀라는)엇!
E 테이블 툭 치는 소리. 
찻잔 흔들리는 소리, 유리 깨지는 소리
웨이터 (연이어 사과하는)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찻잔은 제가 치워드리죠.
어쩌죠, 이거 시계가 깨어졌는걸요. 
정말 죄송합니다.
에드 (에코) 이건 어머니가 주신 시계인데..
NA. 에드의 금장시계는 그 날 그렇게 깨어져 멈춰 버렸다.
그 때 시계는 5시 2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엘비스 저, 미안해서 어쩌죠. 괜히 저 때문에..
에드 아니에요. 그 쪽 잘못이 아닌 걸요.
코드 신비로운 분위기.
NA. 그리고 그 날밤, 나는 배정 받은 기숙사에 들어갔다.
그 곳은 공교롭게도 에드가 묵고 있는 방이었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에드의 사진을 보며 
나는 그 기막힌 우연에 감사했다. 
에드는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에드의 책상 위에 편지를 써놓고 잠이 들었다.
E 문 열리는 소리
걸어 들어오는 발걸음
에드 (에코)이상하다. 방이 좀 다른 것 같아.
누가 왔었나?
어, 이건 뭐지?
책상 위에 편지가 있네.
엘비스 (에코)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난 아까 너의 사진을 몰래 찍었어.
왜냐면 오늘은 내 생일이거든.
생일파티를 하는 기분으로, 뉴욕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사진을 찍었지. 
오늘 이 방에 와서 너의 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
이상한 우연이지?
난 엘비스 스플래니야,
앞으로 너의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
코드 그리운 느낌.
NA. 그렇게 난 뉴욕에서 처음 맞은 생일을 에드와 함께 
보내게 되었다. 
엘비스 아직도 이 시계는 5시 26분이구나. 
에드 응. 그 날 그 시간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던 순간.
엘비스 그래.. 에드, 넌 생일이 되면 어떤 기분이 들어?
에드 글쎄...조금은 우울해지고, 
그러다 선물 받으면 조금 위로가 되지. 하하하.
내 생일엔 많이 주길 바래.
내 생각에 생일선물은 축하하기 위한 게 아니라,
서글픈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주는 것 같아.
그러는 넌, 생일날 어떤 기분인데? 
M CALIFORNIA DREAMING (마마스 앤 파파스)
NA. 어린 시절, 나는 절대로 잊지 않는 날이 있었다.
하나는 추수감사절, 그리고 또 하나는 내 생일이었다.
어린엘비스 (좋아서 비명지르는) 꺄오오-
(E 다다다 계단을 급히 내려가는)
엄마! 엄마! 오늘 ...
(실망하여) 엄마...어디 갔어?
지요 엘비스, 오늘은 일찍 일어났구나.
밥 먹어야지.
어린엘비스 엄마랑 할머니는 어디 갔어?
지요 캐서린 고모 할머니, 알지?
그 분이 위독하다고 해서 모두 병원에 가셨어.
오늘은 아저씨랑 엘비스랑 집을 지켜야돼.
알았지?
어린엘비스 (풀 죽어)으으..
지요 왜 그래, 엘비스?
어린엘비스 (울음을 터뜨리는) 우와앙, 
오늘은 내 생일이란 말야.
그런데 초코 쿠키도 없고, 새 옷도 없고,
밥도 없고, 엄마랑 할머니도 없잖아. 
지요 엘비스, 그랬구나, 하지만 이건 엄마나 할머니 
잘못이 아니잖아.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어.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걸 받길 원하지만 말야,
언제나 항상 그걸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거든.
그런 것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어른이 되는 거야.
엘비스, 이제 그만 뚝 해야지.
엘비스 (울먹울먹)하지만, 내 생일날 어떻게 나만 두고 
나갈 수가 있어?
지요 (달래는 투로)아저씨가 어쩌면 좋겠니?
아저씬 차도 없어서 시내로 나갈 수도 없잖아.
엘비스 그러지 말고, 내일 엄마 오시면
다 같이 시내에 가서 쿠키도 사고 옷도 사자.
아저씨가 약속할게. 자, 약속!
엘비스 (투정부리는)하지만 내 생일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야.
난 제일 좋은 날 ,
세상에서 제일 슬픈 사람이 됐어.
어릴 때 이렇게 슬픈 일이 많이 일어나면
나는 커서 아주 우울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구.
지요 요, 꼬맹이가, 정말 넌 모르는 게 없구나.
M "AMERICAN PIE" (MADONNA)
지요 자, 엘비스 촛불 꺼야지
어린엘비스 (볼 멘) 생일 케익이 뭐 이래.
이건 맨날 먹는 핫케익이잖아.
생일 케익은 크림이 이렇게 있어야 한다구.
지요 엘비스, 아저씨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조금만 먹어봐.
어린엘비스 (또 우는) 으왕-
NA. 몸 안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물이 들어있었을까.
나는 그 날 울고 또 울고 또 울어서 몸이 바짝 마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내 흥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오후에는 지요가 특별히 텔레비전을 보여주어서,
나는 즐거운 기분으로 '야크의 모험'이라는 만화를 보게 되었다.
에스키모 소년 야크가 병든 아버지를 위해 요술의 샘물을 떠오는 
이야기였다. 
M "DON'T DREAM IT'S OVER "(CROWDED HOUSE) 
어린엘비스 나도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
지요, 나는 왜 아빠가 없을까?
다른 아이들은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는데,
나만 왜 없는 거야?
지요 엘비스, 엘비스에겐 다른 게 있잖아.
어린엘비스 그게 뭔데?
지요 맑은 눈.
어린엘비스 눈?
지요 응. 엘비스는 눈이 무척 예뻐.
남들은 그런 눈을 한번도 가져보지 못하지만,
엘비스는 평생 그렇게 예쁜 눈을 
가지고 있을 거 아냐. 얼마나 좋니.
엘비스, 이렇게 예쁜 눈은 언제 만들어졌을까?
어린엘비스 그거야 뭐, 내 머리가 만들어질 때 
같이 만들어진 거지.
지요 하하, 엘비스, 넌 정말 똑똑해.
나중에 넌 좋은 글을 쓸 것 같아.
어린엘비스 아저씨처럼?
지요 아니, 나보다 훨씬 더..
코드 평화로운 밤의 느낌.
NA. 나는 그 날 밤, 밖에 걸어둔 그네의자에 누워 잠이 들었다.
E 걸어오는 발걸음
지요 엘비스, 이런 데서 자다가 감기 들어.
엘비스?
E 바람 소리.
지요 (단념하고)엘비스, 그래 좋은 시간 되거라.
E 멀어지는 발걸음
NA. 내가 잠이 들어있는 동안, 지요가 왔다갔고, 바람이 
왔다갔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내게 찾아온 것이 있었다.
엘비스 (꿈꾸듯이) 우우웅...... 차가워..
(깨어나서) 응? 이건 뭐지?
NA. 눈이었다. 해 저문 광활한 사막에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SIGNAL 호텔 아프리카 깔리면서.
에드 엘비스,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베란다에서 뭘 보고 있는 거지?
엘비스 응, 하늘을 보고 있었어.
오늘 생일선물로 눈이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
에드, 그건 무리겠지?
에드 너, 우리 생일 선물이 마음에 안 들었나보구나. 응?



호텔 아프리카 13편 

"에드 스토리 - 이안 맥널티와 나" 

SIGNAL 호텔 아프리카 
NA. (에드의 나레이션) 고등학교 시절의 나, 에드는
한없이 작아져서 사라지고 싶었다.
그래서 도서관으로 숨어들곤 했다.
그 해 추운 겨울날, 낯선 발걸음이 다가와
내가 읽고 있던 글들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E 다가오는 발걸음.
책장 넘기는 소리
이안 이봐, 이번 금요일에 함께 영화 보자.
에드 지금, 나한테 말한 거야?
이안 여기 너말구 누가 있니? 
너 말야, 금요일 저녁에 시간 있으면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에드 잠깐... 우리 아는 사이였어?
이안 아니, 조금 전까진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
하지만 어때? 지금부터 아는 사이 하면 되잖아. 
생각 있어?
에드 미안해. 금요일마다 스터디가 있어서 안되겠어.
이안 (쉽게)그래? 그럼 할 수 없지.
코드 그리운 느낌.
NA. (에드)나는 갑자기 나타나 영화표 두 장을 내밀던 이안을 
정신나간 녀석쯤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그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릴 즈음이었다.
E 학교 복도의 학생들 떠드는 소리
이안 스터디는 잘 되가냐?
에드 (놀란)어, 이번엔 또 뭐야?
이안 어제가 금요일이었으니까..
스터디는 문제되지 않을테고. 
오늘은 어때?
에드 (짜증스러워하는)도대체 이해를 못하겠어.
다른 친구들도 있을 거 아냐?
네 친구들이랑 보러 가.
나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영화보러 가고 싶지 않아.
이안 알지도 못하다니..섭섭한 걸.
우린 지난번 화요일에 도서관에서 만났을 때부터
아는 사이가 된 거 아니었어?
어쨌거나, 시간 있어?
에드 (짜증내며)아니, 시간 없어.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내내 시간 없어. 
난 너같이 제멋대로인 녀석한테 시간을 내 줄만큼
한가하지 않다구.
이안 (자조적으로 웃는)후후후...
그 내뱉는 듯한 말투, 마음에 드는군.
하지만 내가 장담하건데, 
너는 나와 영화를 보러가게 될꺼야.
그리고 날 좋아하게 될 거고.
오늘은 이만 사라져주지. 또 보자구 친구.
에드 (에코) 저 녀석..혹시 게이 아니야?
NA. (에드)그 날 저녁 어머니가 차려주신 음식은
도무지 맛을 알 수 없었다.
내 마음 속 어딘가에 게이를 불러들이는 특질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갈을 씹어 삼키는 듯한 저녁식사였다.
E 학교 복도, 학생들의 왁자지껄한 소리.
이안 또 보네, 친구.
에드 너, 잘 만났다. 따라 와!
M "NO SCRUBS" ( TLC )
이안 (호탕하게) 하하하하..게이냐구?
이봐, 난 이미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몸이야.
그런 오해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걸.
그러지 말고, 영화나 보러 가자구.
에드 도대체 무슨 영화길래, 그렇게 난리인 거야?
이안 그거야 가보면 알지.
영화도 영화지만, 그 극장은 더 괜찮아.
NA. (에드)그래서 같이 보러 간 영화는..
맙소사 러브 스토리였다.
M 러브 스토리 테마 
NA. (음악 깔리면서)그 극장 안의 풍경은 더 가관이었다. 
연신 위스키를 홀짝거리며 우릴 잡아 먹어버릴 듯 내내 쳐다보던 
주정뱅이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낄낄거리던 어린 아베크 족, 
그리고, 자신의 보금자리를 침범한 우리에게 경고라도 하듯이 
시시각각 나타나는 바퀴벌레. 그런데 그런 곳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이안은 울고 있었다.
이안 (우는) 너무 슬프지 않아?
(더 큰 소리로 우는)
에드 (에코) 이 녀석을 따라온 내가 미쳤지.
이게 무슨 망신이야.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 아유..
코드 코믹한 느낌
E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
이안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었어, 항상.
에드 하지만 그 영화는 TV에서 수백 번도 
더 본 거 아니야.
어떻게 그걸 보고 또 울 수가 있어?
이안 그 영화는 봐도 봐도 슬픈 걸 어떡해.
실연에도 면역이 생기지 않는 것처럼 말야.
에드 (갑작스런 얘기에 놀라서)흠..그, 그런데..
그 극장은 또 뭐야?
술주정뱅이에 바퀴벌레에..
난 영화 보는 내내 발을 
바닥에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구.
이안 왜? 낭만적이잖아.
에드 낭만? 허이구, 낭만 좋아하네.
그런데서 영화보다간 비명횡사하기 딱 알맞겠더라.
이안 그럼 더 좋지.
그 극장은 마치 관 속 같지 않아?
인생의 패배자, 걸어다니는 시체 같은 자들이
득실거리는 곳이지.
나와 어울려. 난 그 극장의 퀘퀘한 냄새가 좋아.
관속에서 나는 냄새 같거든. 사신의 냄새 말야.
에드 (조심스러운)너..설마..자살..같은 거 하려는 거니?
이안 훗. 글쎄..
에드 여자 때문이지?
이안 만약, 내가 죽는다면,
아까 그 영화처럼 눈이 아주 많이 오는 날
죽고 싶어.
에드 (당황하여)오늘 일기예보에 뭐라 그랬더라.
밤에 눈이 온다고 했었나?
이안 하하, 에드, 긴장할 거 없어.
오늘은 죽기에 너무 평범한 날이야.
에드 아참, 너 이름이 뭐였지?
그러고보니 이름도 안 물어봤구나.
이안 후후..그렇군. 난 이안 맥널티야.
M "LOVE OF MY LIFE" (QUEEN)
NA. (에드)그렇게 일주일이 가고, 내 눈은 어딜 가든지 
그 녀석을 찾아 헤메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틀이 더 지난 후, 또 도서관이었다.
E 책장에 책 꽂는 소리
이안 (놀리듯이)세익스피어라, 어느 쪽이야?
낭만에 관심이 있나, 아니면
성적에 관심이 있나? 아니면 그냥 숨은 거야?
벌써 두 번째야, 도서관에서 만나는 게.
에드 (반가운)이안!
이안 어, 이거 감동인걸. 내 이름을 기억하다니.
너 안 보던 사이에 눈이 더 예뻐졌구나.
에드 눈? 내 눈이 뭘 어떻다는 거야?
이안 (자조적으로) 그녀도 너와 같은 눈빛이었어.
그녀의 초록색 눈은 내 심장을 죄어오곤 했지.
하지만 너의 맑은 초록색 눈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줘.
에드 그녀? 그랬구나. 네가 나한테 온 건 
그녀의 눈을 닮은 내 초록색 눈 때문이었군.
이안 (회피하고) 그나저나 곧 방학인데,
넌 어디에서 뭐 할꺼야?
에드 글쎄..평소대로라면 할머니 댁에 가는데,
이번엔 그냥 쉬면서 책이나 읽을까 해.
이안 그래? 그럼 일주일만 책을 덜 읽는다고 생각하고
나하고 같이 있자.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에드 설마..그 영화관에 일주일 내내 가자는 건 아니겠지?
이안 하하하...같이 갈 거지?
에드 사랑하는 여인은 어떻게 하고 
나랑 같이 가겠다는 거야?
이안 지금은 너랑 같이 가고 싶으니까 가자는 거야.
NA. (에드)사흘 뒤, 이안과 나는 방학과 동시에 짐을 꾸려
곧장 길을 떠났다. 그리고 이틀 밤낮을 쉬지 않고 달려서,
우리는 점점 세상과 멀어져갔다.
M "FIND MY BABY " (MOBY)
E 침대 위로 뛰어드는 소리
이안 너무 피곤해.
에드 이렇게 먼 줄 알았으면 쫓아오지 않았을 거야
이안 그래도 지내보면 알겠지만,
이 곳은 정말 낙원이라구.
파비안느는 이 곳을 '세상의 끝'이라고 했어.
에드 파비안느? 
네가 좋아한다는 여자 이름이 파비안느였어?
여기 같이 왔었구나.
이안 응. 몇 번 쯤.
(E 털고 일어나며)배 고프지 않아?
내가 맛있는 감자 요리를 해주지.
코드 아늑하고 평온한 느낌
E 냉장고 문 여는 소리
이안 흐음...냉장고는 별 볼일이 없군.
에드, 거기 싱크대 위에 감자 있을 거야.
에드 (좀 떨어져서)이거 말야?
(E 다가오는 발걸음) 야, 다 싹이 났어.
이안 싹 났으면 어때, 거기만 도려내고 먹으면 되지
에드 그러다가 식중독 걸리면 어떡해.
이안 죽으면 내가 책임지지.
에드 (투덜거리는) 도대체 죽은 후에 
어떻게 책임진다는 거야?
(손이 칼에 베인) 아야. 아...피 나.
이안 손 좀 이리 줘봐. 반창고 붙여야겠군.
감자 싹엔 사람 마음 속의 허무를 
불러일으키는 독이 있다는 얘기 알아?
감자 싹의 독은 너에겐 어울리지 않아. 
나한테라면 몰라도.
코드 어둡고 서글픈 느낌
NA. (에드) 사춘기 시절의 나에게 허무의 독은, 
두려우면서도 그만큼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그럴 수만 있다면 감자의 독을 먹고서라도 
허무를 흉내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안이, 바로 내가 그리던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E 물 속에 발 담그고 첨벙거리는 소리
에드 물에 발 담그기엔 좀 춥지 않아?
이안 (멀리서)아니야, 너도 이리 와봐. 
물 속은 오히려 따뜻해.
에드 사양할게. 난 여기서 책이나 봐야겠어.
그런데 이안..아까 먹은 감자 말야..
난 속이 좀 안 좋은 거 같은데.
넌 괜찮아?
(당황한) 이안. 이안?
E 타타타 뛰어가는 발걸음 소리
에드 (기겁한)이안!
코드 불안감이 고조되는 느낌
NA. (에드)이안은 물 위에 죽은 듯이 떠있었다.
머리를 물 속에 담근 채로 엎드려. 
그 순간 나는 혀끝에서 알루미늄 호일을 씹을 때 같은 맛을 
느꼈다.
공포는 알루미늄 호일 맛이었다.
E 물 첨벙거리는 소리.
에드 이안 정신 차려! (E 탁탁 따귀 때리는)이봐, 이안
이안 거봐, 물 속은 생각보다 따뜻하지.
화났다면 미안해. 
아까 감자의 독이 몸 속에 퍼졌나봐. 
에드 (화가 나서)너 지금 이걸 장난이라고 한 거야?
이안 에드..화 내지 마.
너의 초록색 눈은 화내면 빛을 잃어.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눈인데..
M "WINTER KILLS" (YAZ)
NA. (에드) 여행을 다녀오고 우린 일주일 넘도록 
서로 연락 없이 보냈다. 
너무 급하게 헤어지는 바람에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는 일조차 
잊었던 것이다.
난 기다렸다. 언제나처럼 불쑥 그 녀석이 나타나주기를.
에드 (멀리서 외치는)엄마, 다녀올께요.
E 대문 열고 닫는 소리
이안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딜 가니?
에드 (놀랍고 반가운)이안!
이안 그냥 잠깐 얼굴이나 볼까해서 왔어.
늦겠다. 그냥 가봐.
에드 이안, 전화해.
이거 우리집 전화번호야.
내일은 종일 집에 있을거니까.. 꼭 전화해야해!
이안 알았어.
NA. (에드) 하지만 그 녀석은 전화하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리고 이안 대신 그녀가 왔다.
그녀는 나처럼 초록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파비안느 아까 전화 드렸던... 파비안느에요.
정말 장례식에 같이 안 가시겠어요?
이안 (묵묵히)죄송합니다.
파비안느 그럼 전, 편지만 전해드리고 가야겠어요.
이안이 가면서 에드에게 이걸 남겼어요.
SIGNAL 호텔 아프리카 ------>
E 편지 봉투 찢는 소리.
이안 (에코) 파비안느 맥널티..
이게 그녀의 이름이야.
우린 조금 더 일찍 만났어야했어.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데리고 우리 집에
찾아왔던 5년 전 그 여름 전에.
나는 그녀를 사랑했어.
그리고 너를 사랑했어.
그게 내 삶의 전부야.
NA. 이안이 세상을 떠났다는 그 날엔 눈도 오지 않았었다.
그 녀석, 눈을 기다릴 시간도 없었단 말인가?



호텔 아프리카 14편 

"나의 아버지 트란의 첫 번째 이야기" 

SIGNAL 호텔 아프리카 
NA. 엘비스와 대도시를 찾아 떠난 처녀시절의 어머니는 
엘비스 복장의 흑인, 트란에 의해 불량배의 손을 벗어나게 된다. 
나의 어머니 아델라이드는 첫 눈에 그 분에게 반한 것일까? 
E 타타탁 뛰어오는 발걸음
아델 (숨찬)무슨 걸음이 그렇게 빨라요. 숨 차 죽겠네.
트란 이봐, 아가씨, 여긴 위험한 곳이라고 했지?
아까 같은 일을 또 당하기 전에 어서 여길 뜨라구.
아델 뭐해요? 숙녀가 손을 내미는데 그냥 보고 있기에요?
트란 (헛기침)아가씨. 난 가진 돈이 별로 없어..
아델 (당차게)난 아델라이드라고 해요. 
아델라이드 스플래니.
유타에서 오늘 낮에 도착했고,
학교 다닐 때는 공부도 잘했죠.
남자한테 인기도 많은 편이었어요.
나 아델라이드는 돈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 사람이 아니에요.
자, 우리 악수해요.
트란 (당황하여)어, 그러니까..미안해요..
아델 어때요? 내가 마음에 들어요?
난 당신 목소리가 마음에 들어요.
트란 (우물쭈물)저..그..그건..
아델 (잠시 기다렸다가)훗, 내가 지금 바람맞은 건가요?
하긴 그럴 만도 하네요. 
처음 보자마자 쫓아왔으니까 당신도 당황되겠죠.
NA. 어머니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발걸음을 돌리려고 할 때,
나의 아버지, 트란이 손을 내밀어 어머니의 가방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트란 (긴장한)나..나는 트...트란이야.
아델 (알았다는 듯)네, 트란.
트란 저기..난..걸음이 빠르니까..잘 따라와.
잘못하면 놓친다고.
NA. 어머니는 아버지의 옷자락을 꼭 쥔 채로 걸어가셨다. 
그 때 어머니의 마음 속에서는 이런 속삭임이 들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 옷자락을 놓치면 안 돼. 꼭 잡아."
M "BLUE MOON" (엘비스 프레슬리)
NA. 트란이 어머니를 데리고 간 곳은 그가 일하는 클럽, 
블루 문이었다.
E 박수와 함성.
매니저 신사 숙녀 여러분!
저희 클럽 블루 문에서 자랑하는 
검은 엘비스, 트란을 소개합니다.
E 환호성
M "JAILHOUSE ROCK" (엘비스 프레슬리)
NA. 어설픈 몸짓으로 백인들의 우상 엘비스를 흉내내던
뒷골목의 무명가수, 밤무대의 볼품 없는 스타, 
그가 바로 나의 아버지 트란이였다.
E 낡은 계단 올라가는 소리
E 끼익하고 문 열리는 소리
아델 (당황한)저, 클럽주인이 월터씨라고 했죠?
그 분 댁은 여기서 먼가요?
트란 갑자기 왜 그래? 역시 방이 너무 지저분했나?
아델 방은 상관없어요..하지만, 한 방에 남자 하나, 
여자 둘은 안되잖아요.
트란 여자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E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소리
트란 어이, 마리아? 또 술 마셨어?
마리아 (깨어나며)으응.. 트란, 나 오늘은 여기서 잘게.
트란 안돼. 그건 안 되는 거 알잖아. 
일어나 얼른 집으로 가라구.
마리아 (애원하듯)제발 트란, 오늘 나는 
정말 혼자 잠들기 싫어.
오늘 하룻밤만 이 소파 좀 빌려줘. 응?
트란 마리아, 일어나, 내가 데려다줄게.
마리아 (토라진) 됐어. 나 혼자 갈게.
E 문 열고 나가는 발걸음.
트란 그러고 보니... 어? 아델, 아델은 어디갔지?
아델 (다가오며) 친구 사귀고 오는 길이에요.
트란 친구? 아! 제시 말이군.
아델 어떻게 알았죠?
트란 그걸 보고 알았지. 그 목걸이 말야.
제시한테 얼마나 줬어?
아델 10불. 남자친구가 준건데 엄마가 아파서 
처분하는 거라던데요.
트란 하하, 또 당했군. 
아마 내일 아침이면 아주 건강한 
제시 엄마가 나타나서 그걸 다시 뺏아갈 거야. 
아델 네? 그럼 제시가 거짓말을 했다는 거예요?
트란 후후. 3년 전에 나두 그렇게 당했었거든.
아델 근데 트란, 당신, 
웃는 모습이 귀엽다는 말 들어본 적 없어요?
M "it's now or never " (elvis presly)
E 커텐 걷는 소리
트란 (에코) 이건 뭐지?
NA. 다음 날 트란이 눈을 떴을 때,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
에드 (다정하게)트란, 잘 잤어요?
트란 으으응. 아델도 잘 잤어?
(에코) 믿기지 않아. 당신이 아직도 내 곁에 있다니.
당신은 지난 밤 내가 꾸었던 꿈이 아니었어?
난 눈뜨기 전에 당신이 사라졌을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기 전까지, 
그 순간이 마치 10년처럼 길었어.
E 거칠게 문 두드리는 소리
제시 母 (거칠다)이봐, 트란, 문 열어봐요. 트란.
코드 불길한 느낌.
제시 모 (사나운 말투로)이것 봐,, 
순진한 애를 꼬드겨서 비싼 물건을 
싼값에 가로채려고 해? 
이거,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야.
어제 제시한테서 가져간 목걸이, 이리 내놔.
제시 엄마 이젠 그만 하고 가. 물건 찾았잖아.
제시 모 넌 닥치고 있어. 뭘 잘했다고 말대꾸하는 거야?
(E 따귀 때리는 소리)
아델 부인, 아무리 어머니라지만 아이를 그렇게 때리다니,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제시 모 닥쳐! 꼬마 백인 아가씨, 앞으로 너, 조심해. 
가자, 제시!
E 멀어지는 두 사람 발걸음
아델 내 말은 들어보지도 않는군요.
트란 원래 밑바닥 인생이라는 게 그런 거야.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잡아먹는 거지.
밑바닥 인생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알아?
아무 희망 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거야.
삶에 찌들어서 그냥 그렇게 말야.
그렇게 사는 것보다는 죽는 게 나아.
코드 긴장되고 위태로운 느낌.
NA. 다행히도 아버지에겐 희망이 있었다.
언젠가 가수로 데뷔해서 앨범을 발표할거라는.
그리고 어머니를 만난 후, 
희망의 결실을 나눌 동료가 생겼으므로,
아버지는 더욱 간절히 꿈꾸었고, 더욱 행복해졌다.
그 즈음 어머니는 안부를 전하는 편지를 
할머니 마지에게 보냈다. 
물론 마지 할머니의 반응은 대단한 것이었다. 
노발대발하여 편지를 찢고, 그리고 난 후엔 어머니한테 바람을 
넣은 죄인이라며 TV 세트를 그 자리에서 부쉈다고 한다.
그 날 이후, 우리 집에선 TV가 영영 사라졌다는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E 탁, 하고 컵 내려놓는 소리.
트란 이 안경?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한테서 받은 거야.
아델 부모님이요?
트란 응, 내가 있던 고아원에 어떤 목사 부부가 방문했어.
그리고 날 양자로 삼겠다고 하시면서 
일주일 후에 보자고, 내게 이 안경을 주셨지.
그런데 고아원에서 날 데려가기로 하신 날,
그 분들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말았어.
아델 미안해요. 마음 아플텐데, 괜히 물어봤어요.
트란 처음에는 물론 슬펐지.
처음으로 가족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그 슬픔은 너무 커서, 곧 분노로 번졌어.
하지만 생각해보니, 생면부지의 나를 
자식으로 키워주려고 하셨던 그 분들에 비하면 
나는..
나는, 그 분들을 위해 운 게 아니라,
내 불운 때문에 운 거였어.
얼마나 이기적이야?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어.
그 분들을 부모님으로 모시기로 말야.
비록 하루도 같이 살진 못했지만,
진심으로.. 그 순간부터 그 분들은 
내 부모님이 되었어.
M "THOSE WERE THE DAYS" ( MARY HOPKINS) 
E 끼익거리는 낡은 철제 비상구 소리.
트란 아델, 여긴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앉아야해.
아델 (겁에 질려)어머, 트란.. 
이거 흔들거리는 것 같아요.
트란 하하, 아델도 겁이 많구나. 
이 비상구 계단에 앉아서 도시를 보면..
난 이런 생각이 들어.
도시는 크고, 사람은 이렇게 많은데,
나는 왜 항상 혼자일까.
아델 트란, 나, 약속할께요.
다신 당신이 여기 혼자 올라오게 하지 않을께요.
코드 슬프지만 행복한 느낌.
NA. 어머니와 아버지의 행복을 시샘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성난 발걸음으로 다가와 낡은 현관문을 서럽게 두드렸다.
E 문 두드리는 소리
아델 누, 누구세요?
마리아 (쌀쌀맞게)문 좀 열어봐.
E 문 여는 소리
아델 마리아군요.
마리아 응. 날 알아보긴 하는군. 
하긴 블루 문 클럽에서 몇 번 봤지?
E 또각또각 들어오는 하이힐 발걸음
마리아 (비아냥거리는)방이 좀 달라졌군.
이 꽃은 또 뭐야?
아델 그건.. 트란이 사다줬어요.
마리아 뭐? 트란이? 
(에코) 내겐 한번도 꽃을 주지 않았는데..
아델 트란은 참 자상한 사람 같아요, 그죠?
마리아 트란은 변했어. 옛날엔 적어도 이런 허튼 데다가
돈을 쓰진 않았지. 이봐, 백인 꼬마 아가씨,
트란의 처지에 대해 한번이라도 생각해봤어?
오늘도 트란은 허영심 가득한 ,
꽃이나 좋아하고 과자나 굽는 백인 꼬마를 위해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라구. 알았어?
아델 (성난 투)마리아,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마리아 후후..그렇게 화난 얼굴 하지마. 
다 널 위해 하는 말이야.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꼬마 백인 아가씨가 
버틸 수 있을 만큼 빈민가의 가난이 
만만한 건 아니라구.
(에코) 트란을 떠나, 아델. 
그 자린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그에게 필요한 건 네가 아니라 나라구.
NA. 어머니는 아버지가 노래하던 블루문 클럽의 코러스 걸로 
나섰다. 님도 보고 돈도 벌자는 것이었지만.. 하지만 내가 아는 
어머니의 노래 실력으로는.
아델 엘비스, 엄마가 노래 불러줄테니까 코 자야해?
(음치처럼 부르시길)
잘 자라, 내 아가, 내 귀여운 아가----
NA. 나는 어머니의 자장가를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날 속일 순 없었다.
어머니는 그 당시를 회상할 때면, 자신이 밤무대 예비 스타였다
고, 뭇사람들의 질투만 아니었으면 유명스타가 됐을 거라고 주장
하시지만, 결국, 어머니는 거기서 짤렸던 것이다.
아델 나를 짜르다니, 이건 인종차별이야.
제시 하하. 백인이 그런 말을 하니까 이상해.
(조심스럽게)저기 언니, 오늘 저녁에 놀러와도 돼?
아델 엄마 손님이 오시나보구나?
제시 (기어들어가는)응.
아델 제시, 언제고 놀러와도 좋아. 트란이 오면
우리 셋이 낱말 맞추기 게임이라도 할까?
제시 언니 농담해?
글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낱말 맞추기를 해?
아델 (당황한)뭐?
제시 몰랐었어? 내가 괜한 말을 했구나.
아델 아니야. 제시, 과일 좀 먹어봐. 아주 달아.
M "ALL I WANNA DO" (SHERYL CROW)
트란 이게 다 뭐지?
아델 트란 약속해요. 이제 알파벳을 다 익히기 전에는
저녁에 술 먹고 들어오지 않겠다구요.
트란 (당황하고 창피한) 어..어떻게 알았어?
그런데.. 이 나이에도 글을 배울 수 있을까.
아델 난, 당신이 쓴 연애편지를 꼭 받고 싶어요.
어때요, 써줄 거죠?
트란 으응.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연애편지를 써줄게.
E 옆방에서 들리는 탕하는 총성.
아델 (놀라 비명지르는)악! 트란, 이게 무슨 소리죠?
SIGNAL 호텔 아프리카 ------->
NA. 그 때 옆방에서 들려온 총성 한발은 어머니에게 불길한 징조
처럼 들렸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 총소리가 자신의 행복을 시샘
하여 겨누어진, 사신의 총구에서 나온 신호탄처럼 들렸다고 하셨
다. "넌 불행해질 것이다."하는 신호탄.
당시의 어머니는 막연한 불운을 걱정할 만큼 지나치게 행복했다.



호텔 아프리카 15편 

"나의 아버지 트란의 두 번째 이야기" 

SIGNAL 호텔 아프리카 
E 탕, 하는 총성 한 발.
제시 (겁에 질려 정신이 나간 듯이) 
가까이 오지마. 가까이 오자말란 말야!
다 죽여버릴 거야, 다 죽여버릴 거란 말야.
NA. 제시 어머니가 잠깐 한 눈을 판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제시 어머니의 손님이었던 백인 남자는 잠이 든 제시를 뎦쳤고, 
겁에 질린 제시는 남자의 총으로 그를 쏘았던 것이다.
E 사람들 몰려들어 웅성거리는 소리
경찰 자, 비켜주십시오. 이리로 오시면 안됩니다.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가세요.
옆집여1 야유, 세상에. 이제 쟤는 어떻게 되는 거야?
옆집여2 글쎄 말예요. 이제 인생 끝난 거지 뭐유.
죽은 백인 남자가 돈 좀 있는 집안 자식이라잖수.
옆집여1 (호들갑)어머, 어머, 망칙해라, 
저기 저 두 사람은 누구유?
백인 여자애가 흑인한테 딱 달라붙어 있잖아요.
옆집여2 어유, 저런 지저분한 것들.
저 백인 기지배, 나이든 흑인과 사는 걸 보니, 
보통내기가 아닌가봐요. 어디서 굴러 먹다왔는지..
옆집여1 어차피 백인 여자애가 곧 떠나지 않겠어요?
쯔쯔쯔..이런 꼴을 보고도 같이 붙어있고 싶을까?
아델 트란, 그만 들어가고 싶어요.
E 불길, 불화가 싹트는 느낌.
트란 (날카로운)그게 무슨 소리야?
아델 내가 나빴어요.
당신 글 모른다는 얘기, 제시가 해줬거든요.
그 얘기 들었을 때, 내 표정이 굳었나봐요.
그래서 제시가 우리 집에 오겠다고 해놓고 
오지 않았던 거에요.
만일 내가 그 때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면
제시가 우리 집에 왔을 거고, 
그러면 그 끔찍한 일에서 구해줄 수도 있었는데..
트란 (화내는)도대체 누가 누굴 구한다는 거지?
그 애가 우리 집에 와서 놀다갔다고 
그런 일이 없었을 것 같아?
천만에. 그 일은 언젠가는 
일어나게 되어 있는 일이었어.
아무도 이런 상황에선 그 아이를 구할 순 없다구.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자기연민 집어치우란 말야.
아델 (대들며)자기연민이라뇨?
난 제시를 친구로 생각했어요.
트란 친구라고? 
백인과 흑인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 세상에 백인들은 두 가지 부류야.
무조건 우리를 경멸하는 부류와,
당신 같이 저 높은 곳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듯이
동정하는 부류, 알겠어?
둘 다 역겹긴 마찬가지지만, 
난 동정하는 쪽이 더 싫어.
아델 (흥분한)어떻게 그런 말을 하죠?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요?
트란, 난 당신만은 날 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런 거였군요.
트란 당신이 우릴 어떻게 알아?
날 때부터 우린 죄인이야.
어딜 가나 누굴 만나거나 백인들은 우리를 보면
인상부터 쓰지. 그렇게 한 평생
쓰레기 취급받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알아?
E 벽을 주먹으로 치는 소리.
트란 값싼 동정 따윈 집어 치워!
E 쾅, 하고 문을 거칠게 닫고 나가는 소리
NA. 제시의 사건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최초이자 마지막 다툼이었
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 날 늦게야 들어왔고, 어머니는 비상구 
계단에 혼자 앉아있었다.
아델 술 마셨어요? 
트란 아니.
난 당신이 떠났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델 당신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난 그 아이가 불쌍해서, 같이 어울려줬던 거에요.
트란 아니야, 당신은 그렇지 않아.
아델,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M "SUMMER TIME" ( 제니스 조플린)
NA. 그리고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어머니는 처음 만났던 날 아버지의 옷자락을 꼭 쥐었듯이,
그 나른한 행복감을 꼭 쥐고 살았다.
트란 아델, 이건 그냥 샐러리야.
시장에서 샐러리를 살 땐, 
그냥 '샐러리 주세요' 하면 된다구.
또 샐러리를 먹을 때도 그냥 '샐러리나 먹자' 
하면 돼. 누가 샐러리 따위의 스펠링을 궁금해하지?
아델 난 아주 궁금해요.
트란 외우는 건 어렵지 않지만, 
어제처럼 상이 짜면 곤란해.
어젠 단 한 번뿐이었잖아.
C.E.L.E.R.Y.
아델 잘 했어요. (E 쪽하고 입맞추는 소리)
트란 에게. 이번에도 겨우 한번이야?
M "SE A VIDA E" (PET SHOP BOYS)
E 분장실의 사람들 소음
마리아 (뾰로퉁한)트란, 젊은 애랑 살더니 신수가 훤해졌군.
트란 시비 거는 거라면 바쁘니까 나중에 보자구.
마리아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야. 
월터씨가 찾아, 가봐.
트란 월터씨가 왜 나를 찾아?
마리아 내가 어떻게 알아?
트란 그나저나, 마리아 오늘 너 무대 정말 멋있었어.
마리아 마음에도 없는 소리말고,
로비 찾아서 마이크 선이나 손보라고 해.
오늘도 전기 통구이 될 뻔했다구.
코드 불길한 느낌.
E 똑똑, 노크하는 소리. 문 여는 소리.
트란 부르셨어요?
월터 오, 트란인가, 들어오게.
일단 인사부터 올리지.
CBM 레코드의 마이크 웰던 씨야.
NA. 어머니는 소파에 기대어 살짝 잠이 들어있었다.
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가지고 돌아왔는지도 모른 채.
트란 (부드럽게)아델.
아델 (깨어나며)으응? 술 먹고 들어왔군요, 불량학생.
트란 저, 불량학생이 선생님께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결혼합시다의 스펠링은 뭐죠?
아델 트..트란.
트란 아델, 우리 결혼하자.
예쁜 아기도 낳고 작은 집도 짓고,
그리고 마당엔 귀여운 강아지도 한 마리 
키우는 거야. 
어때? 당신이랑 나랑 아기랑 강아지, 
완벽한 집이지 않아?
아델 (감격한)트란..정말이에요?
트란 아델, 나 오늘 레코드사에서 계약하자고 찾아왔었어.
아델 (기뻐하는) 트란, 정말 잘됐어요. 너무 잘됐어!
트란 우리 몇 십년 후엔 당신은 예쁜 할머니가 되고,
나는 노래하는 트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그리고 우린 작은 카페 아프리카를 여는 거지.
M "SUGAR MOON" (K.D.LANG)
트란 밤에는 하늘이 내려앉을 만큼 많은 별들이 뜰거야.
집 앞에는 커다란 나무를 심을 거구,
그리고 그 나무엔 흔들의자를 달아야지.
밤에 별들이 뜨면, 그 의자에 앉아서
우리 아기한테 자장가를 불러주는 거야.
내가 고아원에 있을 때, 수녀님은 집시의 자장가를 
불러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
집시는 바람의 아들이라고, 
잠을 자면서도 바람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고, 
내 아들도 그렇게 자라게 할꺼야.
아델 아들이라뇨?
트란 그럼 아기 안 낳을 거야?
아델 그거야...그렇지만, 쑥스러우니까 그렇죠.
트란 난 아들을 낳을 거야.
아기가 귀여운 입으로 하품을 하면
내 가슴에 안고 내 심장소리를 듣게 하겠어.
그 아이는 내 가슴의 노래 소리를 듣게 될꺼야.
NA. 숨이 막히도록 행복한 순간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았다.
하지만 만일 그 순간이 그토록 짧을 줄 미리 알았다면,
어머니는 그 행복을 포기했었을까?
E 후라이팬에 굽는 소리
트란 오늘은 꼭 당신이 와서 내 무대를 봐줬으면 좋겠어.
아델 미리 얘기해주지 그랬어요?
아이 참, 뭘 입어야하지?
트란 당신은 뭘 입어도 예쁜데 뭘 그래?
아델 (기억났다는 듯)참! 내놔요.
트란 뭘?
아델 어제 본 시험 복습한 거요.
E 종이와 책들 뒤적거리는 소리
트란 여기 있으니까 빨리 밥 줘.
먹을 거 안 주고 굶겨가면서 공부시킬 때가 
제일 서러워. 고아원에서도 그런 일은 안한다구.
아델 잠깐 기다려요. 꼼꼼히 했나 검사해보구요.
E 종이 넘기는 소리.
아델 착한 학생이군요. 참 잘했어요.
슈퍼에 다녀올 테니까, 
그릇은 싱크대에 담가 놓고 나가요.
트란 (볼멘 아이처럼) 그럼, 상은?
아델 어제 7문제나 틀려놓고 상을 바래요?
트란 (토라진 척)당신 변했어.
아델 공부 열심히 안하면 계속 변할 거예요. 
코드 활기차고 행복한 느낌.
NA. 그 날은 아버지 생애 최고의 무대였다고 한다.
매니저 신사 숙녀 여러분, 
블루문 최고의 명가수, 트란입니다!!
E 환호성과 박수
M "JAILHOUSE ROCK " (엘비스 프레슬리)
마리아 아주 신이 났군.
친구 당연하지. 레코드 취입에다가 결혼까지 한다는데.
마리아 닥쳐. ( 목 메이는) 닥치라구..
친구 마리아, 너 이젠 정신 좀 차려라.
이제 그만 트란을 잊어버려.
이래봐야 괴로움이 더 커질 뿐이야.
마리아 ( 흐느끼는 ) 집착이라고 해도 좋고,
청승이라고 해도 좋아.
나도 떨쳐버리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는 걸 어떡해.
이렇게 바라만 봐도 마음이 에이는 것 같은데..
그를 잊으려고 하면 심장이 조이는 것만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잊으란 거지? 
넌 네 마음이 네 생각대로 움직이든? 
친구 (놀라) 어, 아델라이드! 
(속삭이듯) 얘, 마리아, 눈물 닦아.
아델 안녕하세요? 마리아, 오랜만이에요.
마리아 (담담하게)응. 오랜만이야.
E 환호성과 박수
트란 아델, 언제 왔어?
아델 지금 막 왔는데, 아직 공연 남았죠?
E 앙콜을 외치는 소리
아델 다시 나가봐야겠네요.
트란 한 두곡 정도만 더 부르면 되니까,
여기서 기다려줘.
무대 뒤에서 당신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훨씬 신이 나거든.
아델 (웃으며) 알았어요.
트란 참, 아까 못 받은 상 지금 받을꺼야.
자, (E 쪽하고 뽀뽀하는 소리)
NA. 하지만 만일 그 순간이 그토록 짧을 줄 미리 알았다면,
처음 만났던 날, 어머니는 아버지 트란을 따라가지 않았을까?
E 환호성과 박수
트란 지금 제가 부를 노래는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만들어준 사람,
내 아내, 아델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아델, 난 당신이 내 곁에 있기 때문에 
이 모든 순간이 영원이 되었소.
M "ARE YOU LONESOME TONIGHT" (엘비스 프레슬리)
E 전기 스팟 이는 소리.
E 꺅, 하는 비명들.
NA. 마이크에서 불꽃이 튀고, 아버지는 통나무처럼 뻣뻣하게
뒤로 넘어갔다. 어머니는 그 순간을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모든 것이 거짓말 같았다. 
너무 엄청난 거짓말은 오히려 진실 같이 느껴지니까,
그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어머니가 아버지와 보낸 1년의 시간과,
그리고 그 후에 혼자 남은 어머니가 보낸 시간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어쩔 수 없는 사실이 되어갔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현실과 함께.
아델 트란, 바람이 잘 드는 창가에는
오래된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있죠.
거기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차가운 레몬에이드를 만들어 들고 나가면
당신은 땀을 흘리면서 정원을 고치고 있는 거예요.
그 곁엔 우리 엘비스가 있구요.
트란, 모두 꿈인 줄 알아요. 
하지만 난 이 꿈에서 깨기가 싫어요.
SIGNAL --------->
NA. 어머니는 단 1년 간의 행복이라는 걸 알았더라도
조금의 망설임 없이 아버지를 택했을 것이다.
나는 호텔 아프리카에서 어머니가 가끔 혼잣말로 
아버지의 영혼과 얘기 나누는 것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선택을 확신했다.
죽은 자들은 영원히 살아간다.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 속에서.



호텔 아프리카 16편 

"스미스 가족의 탄생" 

SIGNAL 호텔 아프리카 
NA. 독립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온 나라가 기쁨에 겨워 
술렁이던 때, 워싱턴의 한 허름한 창고에서는 
스미스 가족이 탄생하고 있었다.
요원1 수고하셨습니다. 스타키씨.
스타키 그럼, 우리는 바로 떠날 수 있습니까?
저와 소피아는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데요.
요원1 걱정 마십시오.
저희 요원들과 지금 바로 떠나면 모든 게 끝납니다.
소피아 신변보호는 확실한 거죠?
스타키 우리가 갖게 될 새 이름은 무엇입니까?
요원1 이제 당신들은 더 이상 스타키와 소피아가 아닙니다.
평범한 유타주의 소시민 스미스씨와 스미스부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을 축하드립니다.
M "LOVE POTION NO. 9" ( SEARCHERS)
E 천둥번개 치는 소리.
NA. 수상한 날씨와 함께 수상한 가족 스미스 일행이
호텔 아프리카를 찾아왔다.
지요 아델, 무슨 일입니까? 대청소라도 하시는 겁니까?
아델 아, 네. 손님이 오시기로 해서요. 
지요 한 두 명이 오는 게 아닌가 보군요.
마지 (퉁명스럽게)다섯 명이야.
지요 다섯 명이나요?
마지 (계속 퉁명스러운)그래, 지요.
이런 좁은 곳에 다섯 명이나 오다니, 하고 
놀라는 표정이구만.
염려마, 새 손님들이 와도 지요가 
거북이처럼 살아가는 데는 지장 없도록 할테니까.
지요 거북이요? 제가 그렇게 게을렀나요?
아델 하하, 엄마도, 참.
지요 아델, 제가 좀 도와드릴께요.
그런데 오늘 마지부인은 기분이 안 좋아보이시네요.
아델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날씨가 궂으면 그러시거든요.
지요 그런데, 이런 우기에 왠 단체 손님이죠?
아델 마을에 새로 이사온 사람들인데,
집 공사가 늦어져서 한 2,3일 정도만 여기서
머문다고 하네요.
E 자동차 크락션 소리
엘비스 (즐거운 듯 소리치며)엄마!!! 왔어, 왔어!!!
하나, 둘, 셋, 넷..우와, 다섯 명이야!!!
지요 하하, 엘비스도 단체 손님이 오니까 신기한가봐요.
아델 엘비스가 우리 손님 없는 티를 다 내네요. 후후.
M "TAKE ON ME" ( A-HA)
NA. 그 날 등장한 스미스 가족의 구성은 이러했다.
말끔하게 생긴 젊은 아저씨 한 명, 
그리고 도회적으로 생긴, 하지만 성질 있어 보이는 젊은 아줌마 
한 명, 그리고 귀여운 여자 아이 하나, 그 아이가 껴안고 있는 
커다란 곰 인형 한 개, 옆에는 송아지만한 개 한 마리.
하지만 그들은 가족이라고 하기엔 좀 수상한 냄새가 났다.
전혀 다정해 보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엄마와 할머니처럼 티격
태격하는 것도 아닌, 냉랭하고 어딘가 겉도는 분위기.
그런데 더욱 수상한 건, 
그들과 함께 온 정체 불명의 두 사나이였다.
검은 양복을 입은 그들은 검은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었는데,
검은 선글라스 뒤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소리가 
어린 내 귀에까지 들려왔다.
마지 저 사람들 어딘가 수상하구나. 정말 가족인 거 맞냐?
아델 (속삭이며) 쉿, 엄마, 듣겠어요.
엄마는 무조건 남을 의심하는 버릇을 고치셔야해요.
마지 네가 지금 어미를 가르치려는 거냐?
너 버르장머리부터 고쳐라.
아델 엄마!
마지 그리고 저 검은 양복쟁이들 말야,
요즘에 누가 저런 옷을 세트로 맞춰 입고 다니냐.
지금 첩보 영화 찍니? 
아델 엄마! 듣는다니까요.
요원2 (멀리서) 무슨 말씀들 하시는 거죠?
마지 거봐, 저 검은 양복쟁이들, 소머즈 귀잖아. 
분명히 뭔가 있어.
코드 음모가 숨어있는 듯한 느낌
요원2 (E 녹음기 스위치 켜는 소리)7월 2일 하오 7시 26분.
유타주의 허름하고 볼품없는 호텔.
미행당한 기미는 전혀 없었음.
호텔엔 장기 투숙객인 인디언 청년과
노모를 모시고 사는 여주인이 있음. 이상.
(E 녹음기 스위치 끄는 소리)
소피아 이것봐요. 차라리, 가슴에 FBI라고 이름표를 
달고 다니지 그러세요? 
그나마 FBI로 제대로 알아보면 다행이죠. 
당신들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들을 말해볼까요?
브루스 브라더스, 남철 남성남, 별 둘 가족.
요원3 스미스 부인, 말씀이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저희는 어디까지나 스미스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 뿐입니다.
스타키 그래도 그 옷은 너무 노골적인 것 같은데요. 
제가 빌려드릴테니 편한 옷으로 좀 갈아입으시죠.
M "SURFIN' U.S.A." - BEACH BOYS
NA. 브루스 브라더스는 하와이 남방으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내가 보기엔 그게 더 웃겼다.
마지 (웃음을 참는)이젠 좀 귀여워 보이는구려.
요원2 감사합니다. 부인.
요원3 식사는 안하겠습니다.
저희는 시내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가볼까 하는데요.
지요 저, 시내에 나가시면 불꽃놀이 재료를 
사다 주실래요?
요원3 네? (에코) 좀 웃기는 옷으로 갈아입었다고,
이젠 사람을 막 부리려는군.
스타키 아참, 독립기념일이죠?
여기서 불꽃놀이를 하시려구요?
정말 근사한걸요.
지요 네, 엘비스랑 약속한 게 있어서요.
아델 성대한 불꽃놀이가 보고 싶으시면
시내에 나가보세요.
마을은 작지만 우리 마을의 불꽃놀이는 
꽤 볼만하거든요.
스타키 아닙니다. 사람 많은 시내보다야 여기가 훨씬
안전..(수습하며) 그러니까 불꽃이 많으면
튈 수도 있고, 그러다 머리카락에 불이라도 붙으면..
캐롤 (울음 터뜨리는) 으앙!!
E 커다란 개 짖는 소리
캐롤 내 거야, 내놔, 내 거란 말야.
스타키 (갑자기 큰 소리로 화내며) 아놀드, 그만!
캐롤, 그 곰인형 이리 내!
마지 (꼬장꼬장한)아이가 개랑 장난치다가 그런 걸 가지고
웬 성질을 그렇게 부리나. 
아이보다 그깐 인형이 더 중해?
스타키 (부드럽게)캐.캐롤, 놀랐니?
미안하구나. 이 인형은 내가 선물로 받은 거라서..
소중한 거라서 그랬어. 
아놀드한테 뺏기지 말고 잘 가지고 있어야해.
캐롤 (울다가)알았어. 
지요 스미스 부인. 있다가 엘비스랑 낚시 갈건데요,
그 때 캐롤을 데려가도 될까요?
소피아 그래주시면 고맙죠.
저흰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라서요.
엘비스 (좋아서) 와!! 그럼 캐롤도 같이 가는 거야?
아델 엘비스, 캐롤이 그렇게 좋아?
엘비스 그럼, 내가 오빠니까 잘 보살펴줘야지.
아델 근데 오빠가 지저분하게 이 코가 뭐야? 자, 흥, 해!
엘비스 (코 푸는 ) 흥. 흥!
M "HOTEL CALIFORNIA" ( EAGLES )
NA. 스미스 가족으로 다시 태어나 호텔 아프리카로 오기 전, 
스타키는 카밀로라는 암흑계 보스의 심복이었고,
소피아는 카밀로의 정부였다.
소피아 스타키, 당신도 카밀로의 이중장부를 알고 있지?
아마 엄청난 돈일꺼야. 그 돈이 탐나지 않아?
스타키 (의심하는)소피아, 나한테 원하는 게 뭐지?
소피아 (협박하듯)돈 카밀로는 의심이 많은 남자야.
자기 엄마도 믿지 못해 어떤 짓을 했는지 봤잖아?
그런데 말야, 스타키는 지금 
카밀로에게 의심받고 있다구.
스타키 (지지 않는)남말 하시는군.
소피아 당신이야말로 바람 피다가 들켜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목숨 아닌가?
카밀로는 바람난 정부를 용서하는 사람이 아니지.
그래서 그의 정부들은 고운 얼굴이 항상 망가졌지.
소피아 후후후. 스타키, 보기보다 센 걸, 
그러니까 우리 이렇게 해. 거래를 하자구.
자긴 FBI에 전화를 걸어서 
신변보호요청을 하는 거야.
그리고, 돈 카밀로의 정부와 정을 통해서
목숨이 위태하다고 말하라구.
우리가 돈 카밀로에 대한 정보를 줄테니,
새롭게 인생을 출발할 기회를 달라고 하는 거지.
어때? 괜찮지 않아?
물론 FBI한테 이중장부나,
카밀로가 감춰둔 현금에 대해서 
다 말할 필요는 없고 말야. 
스타키 당신이 원하는 건 뭐지? 
소피아 새로운 인생.
스타키 카밀로의 돈이 아니었나?
소피아 내가 원하는 건, 이 곳을 벗어나 
새롭게 출발하는 거야.
스타키 그런 거라면 나말고 
당신의 정부인 미키에게 말을 하지 그랬어?
소피아 (단호하게)그 녀석은 카밀로의 개야.
오해는 하지마, 당신한테 반해서 그런 건 아니니까.
그리고 명심해둬. 
내일 자정에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리 거래를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해볼 거야.
만약 당신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난 미키를 시켜서 당신을 죽일지도 몰라.
물론 당신이 모든 누명을 뒤집어쓰는 거구 말야.
스타키 (에코) 이건 함정이야.
코드 미궁으로 빠져드는 느낌.
NA. 지요 그리고 캐롤과 함께 낚시를 하러 간 우리에게 좋은 
일만 기다리고 있던 건 아니었다. 송아지만한 개 아놀드는 캐롤
의 곰인형을 물고 가더니, 어딘가에 흘려버리고 말았다.
캐롤은 그 사실을 알자, 울음을 터뜨리더니, 그칠 줄을 몰랐다.
캐롤은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E 컵 떨어져 깨지는 소리.
스타키 (화를 버럭 내는)뭐야?
내가 인형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말했지?
캐롤! 너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아!!
소피아 정신 차려. 얜 우리 딸이야.
코드 불화의 느낌.
캐롤 (엉엉 우는) 
소피아 그만 뚝해. 캐롤. 자, 이제 그만 울어야지.
예쁜 눈이 퉁퉁 붓겠어.
캐롤 아줌마, 다시 날 고아원으로 보낼꺼야?
소피아 뭐?
캐롤 아까 아저씨..아니 아빠가 화를 냈잖아.
아빠는 날 미워해. 엄마도 날 미워할거야?
소피아 캐롤, 아빠는 네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야.
절대로 고아원에 너를 다시 보내는 일은 없을꺼야.
자, 약속!
NA. 스미스씨, 그러니까 원래 이름이 스타키였던 그 사람은
정신 없이 강가를 뒤지고 있었다.
E 물 첨벙거리며 걷는 소리
스타키 빌어먹을 똥개, 어디다 인형을 버린 거야?
소피아 (빈정거리듯이) 아주 힘들어 보이는군.
좀 거들어줄까?
스타키 소피아. 언제 왔어?
소피아 후후, 스위스 은행에 넣어놨다고?
날 속이려고 하다니.
돈은 곰 인형 뱃속에 들어있었던 거지?
스타키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소피아 (흥분한)그 돈을 가지고 혼자 도망가려는 거였지?
그럼, 나와 캐롤은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야? 더러운 자식.
스타키 나더러 더럽다구?
너 같은 여자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지?
넌 돈 카밀로의 정부였어,
미키와 바람을 피다가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나한테 붙어서 나를 이용하려는 거 아니었어?
그런데 내가 왜 너 따위를 걱정해야하는 거지?
M "DREAMS" (크랜베리즈) 듣다가 깔리면서.
소피아 그래, 난 그런 여자였어.
하지만, 내가 스미스 가족이 되기로 한 건,
단순히 목숨이 붙어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것도 아니었고,
돈 카밀로의 돈으로 호화롭게 살아보자는 것도 
아니었어.
난 다른 평범한 여자들처럼 아이를 기르고,
아침에 일어나 남편을 위해 요리를 하고, 
주말엔 개를 데리고 함께 공원에도 가고..
사소한 걱정들에 안달하기도 하고,
작은 희망에 부풀어보기도 하고,
지치고 힘들 때마다, 침대 밑에서 
조금씩 불어 가는 적금통장을 꺼내보는 사람처럼,
그렇게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었어.
당신이라면..스타키..
당신하고라면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스타키 소피아!
E 불꽃놀이 소리.
SIGANL 호텔 아프리카 ------>
NA.며칠 후, 그들은 새 집으로 이사했고, 
스미스 가족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 날 지요와 내가 쏘아 올린 불꽃이
자신들의 앞날을 축하하는 기념행사처럼 생각됐었다고,
훗날 스미스씨는 말해주었다.
그리고 위험과 배신이 도사리고 있는 정글에서 살아본 사람은
자신을 구원해줄 동아줄을 기다리고,
그것은 흔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호텔 아프리카 17편 

"양부인" 

SIGNAL 호텔 아프리카 
E 모터사이클 달리는 소리
후티 바로 저기가 호텔 아프리카입니다. 
NA. 마을의 우편배달부 후티가 고물 모터사이클을 끌고
호텔 아프리카에 나타났다. 천성이 게을러서 마을 사람들의 원성
을 한 몸에 받고 있던 후티가 무슨 일로 이런 이른 시각에 나타
난 것일까? 아무래도 그가 뒷좌석에 태우고 온 사람이 그를 서두
르게 한 모양이다.
후티 아델, 이 분은 양부인이라고 합니다.
오늘 아침에 보안관한테서 연락이 왔더라구요.
중국어 통역을 좀 해달라구요.
(으시대면서)아시다시피, 
제가 중국어를 좀 하지 않습니까?
아델 (에코) 글쎄요..후티 아저씨가 중국어를 하는 줄은
몰랐는데요.
후티 양부인이 여기 주소를 내밀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아침부터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려온 거죠.
아델 우리 집 주소를요?
후티 네. 전,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아델 네? 가신다구요? 
하지만, 전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데..
이 부인이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 그거라도 
좀 물어봐주세요.
후티 아, 말이 안 통하면 만국공통어가 있잖습니까?
보디 랭귀지, 몰라요? 전 또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M "CHINA GIRL " ( DAVID BOWIE) 
NA. 어머니와 양부인은 마주 앉아 어색한 침묵을 견디고 있었다.
어머니는 계속 치마 자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양부인은 알 수 없는 미소를 띄운 채로.
엘비스 (E 달려나오며) 엄마, 엄마,
나 오줌 안 쌌어!! 
어제 레모네이드 먹고 잤는데도, 쉬 안했단 말야.
이제 밤에 레모네이드 먹어도 되는 거지?
어? 이 아줌마는 누구야?
아델 부인, 얘는 엘비스에요. 
저 아시겠어요? "엘.비.스. "라구요.
흠..말이 안 통하니 이럴 땐 어떡해야하지?
엘비스 아줌마, 아줌마는 어디서 왔어요?
아델 엘비스, 아줌마 괴롭히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해.
아줌마는 우리말을 전혀 못하신데.
엘비스 말을 못 한다구? 바본가?
아줌마, 내가 말을 가르쳐줄까?
난 말을 아주 잘 한다구요.
아델 엘비스, 엄마가 차 만들어 올 동안, 아줌마하고
얌전히 있어!
(혼잣말)후티씨도 참, 그냥 가버리면 어떡해.
양부인 전 콜라가 좋아요.
아델 (놀라) 네?
양부인 전 시원한 콜라가 마시고 싶다구요.
아델 (반가워) 우리 말을 하시는군요.
양부인 네. 뉴욕에서 태어난 걸요.
아델 그럼, 미국인이신데..
그런데 왜 아깐 우리 말을 모른다고..
양부인 (유쾌하게)재밌잖아요?
미안해요, 불쾌하셨다면 사과하죠.
장난을 좀 치려고 가만히 있었더니,
마을 사람들 하는 행동이 재미있어서요.
아델 (에코) 으...이상한 손님이다.
마지 (다가오며) 그런데 여행 중이신 거요?
(의심하며) 이상하군요. 짐은 하나도 없으니 말유.
아델 참, 맞다.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저희 집 주소는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한테 무슨 볼 일이 있으신 건가요?
E 계단 내려오는 발걸음
엘비스 어, 지요 아저씨 일어났다.
지요 저, 아델..미안한데 바쁘지 않으시면
제 셔츠 단추 좀 달아 주실래요?
제가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되네요.
양부인 지요, 단추는 혼자 알아서 달아야지.
여자는 남자 시중 들러 세상에 나온 게 아니야.
엘비스 아줌마, 지요 아저씨를 알아?
양부인 응. 잘 아는 편이지.
(인자하게)지요, 너무 하는구나. 
3년 만에 엄마를 본 녀석이, 
계속 그렇게 뻣뻣하게 서 있을 거야?
지요 (반가워) 어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M "STILL CRAZY AFTER ALL THESE YEARS" (PAUL SIMON)
E 포크 소리. 접시 달그락거리는 소리
양부인 야, 정말 굉장한 만찬이군요.
몇 년만에 제대로 된 식탁을 보는 건지 모르겠어요. 
잘 먹겠습니다.
아델 여행하시느라 식사가 부실하셨나봐요.
지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아셨어요?
집에 들르신 적 있으세요?
양부인 몇 달 전에 집에 전화를 했더니,
너한테 편지가 와 있다길래, 나한테 보내라고 했지.
마침 일행이랑 이 근처를 지나다가
널 보려고 잠깐 들른 거야.
지요 (실망한 기색) 그럼, 오래 못 계시겠네요.
양부인 이런, 실망했구나.
하지만 같이 여행하는 친구들을 
나 몰라라 할 순 없으니까..
지요 (섭섭한) 물론 그러시겠죠.
아델 저, 부인, 여건이 되시면 친구 분들을 모시고 와서
여기서 같이 묵으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숙박비는 받지 않을게요. 
마지 아델!
양부인 고맙지만, 단 세 가지 조건이 있어요.
우선 부인이라는 호칭은 마음에 안 드네요.
그냥 아주머니나 미쉘, 
아니면 그냥 어머니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요?
지요 어머니..어머니란 호칭은 좀..
양부인 (장난스럽게) 농담이야, 난 농담도 못하니?
그리고 두 번째, 숙박비는 지불하겠어요.
마음만은 고맙게 받죠.
마지막으로 내 친구들은 다 좋은 사람들이긴 한데,
좀 특이하거든요.
만일 같이 지내다가 불편하시면
언제라도 말씀하세요.
아델 네, 그렇게 하죠. 대신 저도 조건이 있어요.
절 편하게 아델이라고 불러주세요.
양부인 좋았어. 자, 그럼 누가 마을까지 데려다줬으면
좋겠는데..누가 한가해요?
NA.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푹 숙이고 시선을 피하던 
마지 할머니가, 결국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
아델 정말 잘 됐어요.
지요, 당신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봐요.
지요 제가 언제는 찡그린 얼굴이었나요?
아델 아니, 뭔가 달라요.
당신은 어머니를 보자....
그래..아기 같은 얼굴이 됐어요.
지요 사실, 좋긴 좋아요.
어머니와 함께 있는 거, 정말 오랜만이거든요.
M "SANFRANCISCO" ( SCOTT MCKENZIE )
NA. 그러나, 양부인의 일행과 돌아온 마지 할머니는
얼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목에는 꽃으로 만든 커다란 목걸이를 걸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꽃목걸이를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마지 (화를 참는)아델, 이 꽃 좀 치워라.
아델 엄마! 무슨 일 있으셨어요? 그 꽃은 뭐죠?
마지 (성난 듯이)지요, 왜 진작 말하지 않았나.
지요 네? 무슨 말씀이죠?
마지 자네 어머니 말이야. 왜 히피라고 말하지 않았어?
양부인 (멀리서) 아델라이드! 지요! 우리 왔어!!
E 크락션 소리. 왁자지껄한 사람들 소리.
아델 지요, 이제 보니, 당신은 어머니를 닮았군요.
NA. 그들은 처음 보는 옷을 입고 
처음 보는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태어나서 히피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그 때 처음으로 보았는
데, 그 사람들은 어쩐지 배경이 없는 그림 같이 느껴졌다.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언제나 자기 자신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히피1 자, 오늘밤 작은 축제를 위하여!!
히피들 (환호성) 
M 흥겨운 바이올린 춤곡.
양부인 글쎄...다양한 사람들이지.
전에 교수였던 사람부터 수리공이었던 사람까지.
한 가지 공통점은 있어.
도시 생활에 염증이 났다는 것.
말하자면, 우리는 사회의 불량품들이야. 
서로 그렇게 놀려먹곤 하지.
아델 다들, 참 즐겁게 사시는 것 같은 걸요.
하나도 감추지 않구요. 부러워요.
양부인 아델은 어때? 즐겁지 않아?
아델 글쎼요...전 엘비스가 있으니 즐겁죠.
양부인 그런데 아델은 왜 감추고 사는 거지?
아델 네?
양부인 자신을 감추지 마.
저 사람 중에는 수십 년 동안 
자신을 감춰온 사람들도 있어.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러지 않기로 작정하니까, 
모든 게 즐거워진 거야.
아델, 무엇이든 감추지 마.
마음 속의 외로움이든 나약함이든, 그리움이든.
그러면 아델도 더 행복해질 꺼야.
코드 슬프면서도 따뜻한 느낌.
지요 아델, 춤 출래요? 
(외치며) 저와 아델을 위해 한 곡 더 부탁드려요.
M 흥겨운 바이올린 춤곡.
아델 (에코) 그래요. 지요. 
오늘만은 당신에게 기대고 싶어요.
오늘 하루만이라도 좋으니까.
NA. 다음날, 일찍 양부인과 일행은 호텔 아프리카를 떠났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그 곳엔 그들이 다녀가기 전과는 조금 다른
지요와 어머니가 남게 되었다.
M "RIVER" (JONI MITCHELL)
E 강물에 첨벙거리는 소리
지요 아델, 조심해요. 
그러다 넘어지면 옷 버리잖아요.
아델 근데 지요, 왜 강에 오자고 했어요?
지요 거기 서봐요. 그 자리쯤에 서면 되겠어요.
잘 들어요.
아델, 나는 강을 보면서 살아왔어요.
모든 것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 날 나는 강 저편에 있는 사람을 
보게 됐죠, 그 사람은 나를 변하게 했어요.
그래서 결국, 그 사람은 저 쪽 강변에서 오고 
나는 이쪽 강변에서 가고, 
그래서 둘이 강에서 만나 강물에 발을 담그고 
이렇게 서있는 거예요. 
난 당신이 저 쪽으로 다시 간다고 해도,
나무라진 않겠어요.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당신과 나는 흘러가는 강물을 버티고 서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해졌거든요.
M "NOBODY KNOWS" ( 빌리 스콰이어 )
NA. 그 시절의 어머니는 아름답고 아름다워 보였다.
빨래를 너는 어머니의 모습은 마치 
앵콜 무대에 오른 무용수 같아 보였고,
요리를 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마치 신전을 지키는 여사제 같았다.
지요 엘비스, 왜 이걸 나한테 주는 거지?
엘비스 선물이야, 가져. 
지요 이건 아빠가 주신 거라면서.
엘비스 내 아빠는 돌아 가셨잖아. 
이젠 지요가 내 아빠하면 돼.
그러니까 지요가 이걸 가지는 게 옳아.
E 문 벌컥 열리는 소리.
아델 (화가 많이 나서)엘비스, 지금 뭐하는 거니?
너 , 나가 있어.
엘비스 (겁에 질린)엄마!
아델 어서!
엘비스 으응.
지요 아델, 엘비스가 아직 철이 없어서...
아델 (말 막으며) 지요, 나가주세요.
당신이 오해할만한 행동을 제가 했다면
사과하겠어요. 하지만,
아이한테 더 이상 혼란을 주긴 싫어요.
엘비스는 트란의 아들이고,
난 트란의 아내에요.
당신은 우리 호텔의 손님일 뿐이구요.
이 사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요.
SIGANL 호텔 아프리카 ------->
NA. 지요는 다음 날 아침 떠났다.
어머니는 하루종일 온 집안을 닦아내고 또 닦아내기만 하셨다.
마치 그 동안의 모든 기억들과 흔적들을 지우려는 듯이.
당시의 나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요와 어머니는 서로 좋아하는데, 왜 헤어지려고 하는 걸까.
좋아하는 사람이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을 텐데 말이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후에야 나는 알게 되었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연인들 사이에도 휴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호텔 아프리카 18편 

"끝의 시작" 

SIGNAL 호텔 아프리카 
E 레스토랑의 소음. 신문 부시럭거리는 소리.
E 의자 끄는 소리.
에드 쥴, 네가 왠일이야? 밥을 다 사겠다니.
무슨 굉장한 부탁이라도 있는 거니?
일단 배불리 먹여놓고 다 내놓으라고 하려는 거지?
쥴 또 오자마자 시비니?
에드, 너, 머리 잘랐구나. 
근데 미용사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나보군.
에드 내 머리가 그렇게 이상해?
쥴 (에코) 에드, 머리를 자르니까 얼굴 선이 
더 잘 드러나는구나. 정말 턱 선은 예술이야.
에드 내 머리가 그렇게 이상하냐구?
왜 묻는데 대답도 안해?
쥴 (딱 잘라) 그래, 촌스러워.
자, 자, 엘비스가 늦는 것 같다.
우리 먼저 주문할까?
에드 쥴라이, 너도 나랑 똑같은 생각하던 거 아니었어?
쥴 (당황하며) 그.게.. 무슨 소리야?
에드 아무리 봐도 난 너무 잘 생긴 거 같아. 그지?
쥴 (E 퍽 치는 소리) 야!
에드 윽.
엘비스 만나자마자 또 싸움이구나.
아무래도 너흰 천생연분이다.
쥴 그게, 무슨 소리야?
엘비스 만나기만하면 매일 티격태격하는 남녀는 
둘 중 하나야.
10년 된 부부거나, 아니면 속마음을 감추고 있는 
사귀기 직전의 연인들이지. 
M "BOYS AND GIRLS" ( BLUR)
에드 와, 배불러, 잘 먹었다.
그런데, 쥴, 너 정말 어쩐 일이냐?
너 같은 구두쇠가 이렇게 거하게 쏘다니.
쥴 나도 기분 날 땐 쓴다구.
너무 구두쇠라고 몰지 마.
에드 근데 기분 나서 쓰는 사람의 표정이 아닌걸.
내가 너무 비싼 걸 시켰니?
쥴 왜 생트집이야? 내 표정이 어떻다는 거지? 
에드 넌 마음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잖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아프니까,
어서 기분 풀어.
난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마.
E 의자 끄는 소리. 멀어지는 발걸음
코드 미묘한 긴장감.
에드 어? 쥴은 어디갔어?
엘비스 화장실 간다더니, 어딜 간 거였어?
에드 아니, 그래서 그 새를 못 참고 쥴이 가버린 거야?
엘비스 급한 약속이 있다던걸.
에드 밥값은 내고 갔냐? 에이 참.
E 꽃다발을 탁하고 테이블 위에 놓는.
엘비스 웬 꽃이야?
에드 줄라이 녀석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안 사던 꽃을 샀더니, 이렇게 어긋나는군.
역시 사람은 안 하던 짓을 하면 안돼.
엘비스 쥴이 운이 없네.
꽃 봤으면 좋아했을텐데 말야.
M "SUNDAY MORNING" ( VELVET UNDERGROUND & NICO )
NA. 당시 우리 셋은 위태로운 평행선을 걷는 기분이었다.
나는 해가 지고 나면, 
왠지 모를 슬픔 때문에 마음이 저리기 시작했는데,
그건 당장 벌어지고 있는 어떤 일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현실이 돼버릴 것 같은, 
미래에 대한 슬픔이었다.
나는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E 방문 열리는 소리.
엘비스 에드, 아직 안 잤구나? 커피 마실래?
에드 그래. 나도 한잔 줘.
M "BLACK COFFEE" (K.D.LANG)
E 찻잔 내려놓는 소리.
엘비스 쥴 말이야. 좀 전에 전화 왔었는데, 
내일 약속에 못 온다는군.
에드 (무관심한 척)그래?
엘비스 에드, 너하고 쥴라이 사이 말야...
에드 (말 막으며) 그래, 말이 나온 김에 얘기하자.
그 녀석 요즘 왜 그러는 거야?
툭하면 짜증내고 약속 펑크는 예사고,
내가 걔 밥이야?
엘비스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니지?
에드 쥴은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엘비스 하지만 에드, 말을 하지 않더라도
넌 쥴의 마음을 알고 있잖아.
그렇다면 쥴이 말을 안한 게 아니야.
에드 (피하는)그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자.
엘비스 그래, 나 먼저 일어날게. 
좀 피곤하거든. 
아참, 에드, 응답기 확인해봐.
그 영국남자한테서 전화가 왔었어.
에드 그래. (에코) 엉망이군. 모든 게 엉망이야.
코드 엉키는 느낌.
NA. 그리고 한 달 뒤에 열린 파티에서 쥴과 에드는 다시 만났다.
E 파티장 사람들의 환호성.
친구 야-, 이거 누구야?
쥴! 쥴 네 애인 왔다.
쥴 (과민반응하는) 애인이라니?
너 괜히 허튼 소리하지마.
에드 쥴, 오랜만이다.
쥴 응. 그렇네.
그런데 너 복장이 그게 뭐니?
에드 왜 그래? 내 딴에는 신경써서 새로 맞춘 양복인데.
쥴 뭐야? 그런 걸 돈 주고 맞췄단 말야?
그 양복점 어디야?
내가 소문내주지. 거긴 절대로 가면 안 된다고 말야.
엘비스 너희 만나자마자 또 싸우는 거니?
에드 엘비스, 아무래도 쥴은 날 좋아하는 것 같아.
(농담조로)쥴, 하지만 난 말야, 
한 여자를 사랑하기엔 너무 가슴이 넓다구.
E 컵 떨어져 깨지는 소리.
쥴 (심각하게) 에드,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마.
NA. 쥴은 얼음처럼 냉정한 얼굴이 되었고,
에드는 그런 쥴을 보면서 점점 얼굴이 굳어져갔다.
M "GOODBYE YELLOW BRICK ROAD" ( 엘튼 존)
E 멀리서 들리는 파티 소음
에드 쥴, 왜 안에 안 들어오고 여기 있어?
넌 가끔 엉뚱한 순간에, 고독한 척 하더라.
쥴 시비 걸지 말고 앉기나 해.
에드 밤공기가 꽤 서늘해졌구나.
아, 이 바람, 기분 좋다.
쥴 (냉랭한) 기분 좋다니 다행이군.
에드 (진지한)나 너에게 할 얘기가 있어.
쥴 무슨 얘긴데? 
....나쁜 얘기면 하지 마.
난 살아오면서 나쁜 얘기는 이미 충분히 들었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에드 글쎄..나쁜 얘기가 될지 어떨지, 
하지만 네가 꼭 들어야하는 얘기야.
쥴, 나, 유학가. 영국으로. 곧 떠날거야.
아직 엘비스한테도 얘기하지 못했어.
너한테 처음으로 말하는 거야.
코드 아련한 슬픔.
엘비스 에드, 유학간다는 얘기, 쥴한테도 말했어?
에드 응. 그날 밤 파티에서 말했어.
엘비스 그래서, 그 날 쥴이 인사도 없이 사라졌었군.
에드, 쥴이 널 좋아한다는 거 알고 있었지?
에드 응. 알아. 
그래서 쥴에게 제일 먼저 말했던 거야.
엘비스 그리고..(주저하며) 이건..혹시나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 영국에 가는 거, 
그 영국남자하고 관계 있는 거야?
에드 응. 
M "VIRTUAL INSANITY" (JAMIROQUAI)
NA. 며칠 후, 쥴과 에드는 다시 만났다.
둘 사이엔 아직 남은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쥴 전에 내 친구가 우리 셋이 
연애하는 거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지.
그리고 우린 정삼각형처럼 
너무 안정돼 보인다고 했어.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우린 세 개의 점이었고,
세 점이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에는
삼각형을 이뤘었지만, 그런 후에도 
각자의 방향대로 조금씩 천천히 움직여왔던 거야.
이제 우린 자기가 가던 길로 가는 것 뿐이지.
그게 자연스러운 거야.
우리 셋이 언제까지나 붙어있을 수는 없는 거니까.
나, 그만 가봐야겠다.
에드 쥴.
쥴 왜?
에드 우리 같이 도망갈까?
애정의 도피행각 같은 거 어때?
쥴 곱게 보내줄 때 집에 가.
나 마음 변하면 널 다신 안 놓치겠다고 
매달릴지 몰라.
M "HOLIDAY" (BEE GEES)
NA. 에드, 네가 떠나고 난 후, 벌써 두 번째 겨울이 왔어.
뉴욕엔 올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렸는데,
참, 그러고보니, 너는 눈 오는 걸 싫어했었지?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쥴라이는 지금 토론토에 있어.
선배 소개로 영화 스텝이 되었지.
제법이지?
우리 가운데서 제일 난 놈은 역시 쥴라이인가봐.
쥴만이 영화판에 남았잖아.
아참, 나 이사가기로 했다.
혼자 쓰기엔 지금 집이 너무 비어 보여.
약간 작은 듯한 공간이 외로움을 잘 감춰주는 법이지.
그리고 새해까진 어머니 집에 있을 거니까,
연락하고 싶으면 그리로 연락해.
안녕.
M "WHEN I DREAM" ( 캐롤 키드 )
NA. 지요가 떠난 후, 어머니의 청소벽은 점점 더 심해져갔다.
나는 갈수록 번쩍거리며 광을 내는 집안의 풍경이 
두려울 따름이었다. 온 집안이 거울처럼 되어갈 무렵, 
지요가 떠난 지 5일이 되던 날, 
호텔 아프리카에 손님이 한 명 찾아왔다.
E 발걸음 소리
아델 엘비스 낮잠 잘 시간이야.
지요 이 곳에 오는 동안 내내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당신과 어색하지 않게 만날 수 있을까..
하고요. 
어떻게 하면 아델..
그래서 난 이렇게 말하기로 했어요.
여기가 호텔 아프리카죠?
방 있습니까?
오래 머무를 건데요.
NA. 모든 시작엔 끝이 있다.
그리고 끝은 다른 시작을 준비한다.
호텔 아프리카에서 그리고 그 어느 곳에서건
사람들은 헤어지고, 헤어진 사람은 다시 만난다.
만약에 떠난 사람이 지치고 피곤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면
어떤 장황한 위로의 말도 필요 없을 것이다.
단지 이 한 마디면 족하다.
아델 (담담하게)어서 와요.
SIGANL 호텔 아프리카------>
NA. 그 동안 호텔 아프리카를 사랑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호텔 아프리카를 위해 수고해주신 
마지역에 김은영, 아델역에 채의진, 에드역에 표영재,
지요역에 안지환씨 그리고 18편의 이야기를 꾸며주신 
여러 성우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 부터는 황미나 원작의 '레드문'이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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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봄맛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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