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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회차 없음

01화~25화

 

26화~51화

 

성우진 및 대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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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정 - 나레이터 

김영선 - 윤태영 / 필라르 役 

김승준 - 사다드 役 

최덕희 - 루나레나 役 

박영희 - 스트랄라 役 

안지환 - 아즐라 役 

최 한 - 박진희 役 

박소라 - 한지화 / 어린 필라르 / 지화 어머니 役 

박선영 - 자영 / 어린 아즐라 役 

박지훈 - 데스티노 役 

오주연 - 태영어머니 役 

손원일 - 카샴박사 役 

정 남 - 에스켈라(사다드 어머니) 役 

이윤연 - 아우렐로(사다드 아버지) 役 

정미연 - 라비타 수비타 役 

박 일 - 아길라스 役 

이진홍 - 오맹식 役 

윤복성 - 풍뎅이 / 엑사토 役 

김기철 - 사이보그 役 

윤소라 - 왕비 디오사 役 

김호성 - 얌마 / 조팡 役 

고성일 - 레오 役 

채의진 - 제제 役 

이미자 - 모모 役 

배정민 - 니나 役 

김용준 - 근위대장 役 

양희문 - 동네 의사선생님 役 

표영재, 노계현, 이상훈



01

E 오락실에서 나는 소리.
M "스타워즈" 타이틀 곡
태영 (오락하면서 전투라도 하듯이 외친다)저.. 적이다!
좋아, 이 놈들, 내가 너희들을 살려둘 것 같으냐?
감히 이 태영이가 탄 우주선을 공격하다니.
자, 간다아! (입으로 폭탄 터지는 소리 낸다)
파파팍, 퓨웅, 쿠와아아앙. 으하하하하.
어때, 맛이 어떠냐.
아니, 저건..(총에 맞은 것처럼 실감나게)으, 으악!!
풍뎅이 (껌 씹으며, 껄렁껄렁)얌마, 너 오락실 전세 냈냐?
오락하면서 너처럼 시끄러운 녀석은 첨 봤다.
태영 그래야 실감나잖아아-
풍뎅이 뭐? 실감 좋아하네. 
네가 무슨 우주 영웅이라도 된 줄 알아?
생긴 건 꼭 기지배 같아가지구, 
이 새꺄, (E 주먹으로 때리는 소리)
태영 아야! 야, 너 왜 때려? 엉? 너! 나와!
E 긴장감이 감도는.
풍뎅이 네가 감히 잠자는 풍뎅이의 더듬이를 건드려?
태영 무슨 소리야!!
먼저 때린 건 너잖아! 그리고, 이름이 뭐 그러냐.
풍뎅이가 뭐야, 풍뎅이가..
웅뎅이에나 팍 빠져라.
풍뎅이 (덤비며)이 자식이, 이젠 이름을 갖고 놀려?
그것만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태영 그래, 덤벼라, 덤벼!
M '서부의 무법자' 메인 타이틀
NA. 때는 방과 후 야간 자율 학습 시간 전,
장소는 오락실 앞 쓰레기 분리 수거장, 
풍뎅이와 윤태영의 사나운 눈빛이 오고가면서 
결투가 벌어지려는 찰나였죠. 그 때..
풍뎅이 뺏지를 단 학생들 네 명이 빈 병 담는 쓰레기통 뒤에서 
나타나, 태영이의 주위를 빙 둘러싸고 말았습니다.
태영 뭐야, 니들은?
풍뎅이들 우린 풍뎅이파다!
태영 뭐? 비겁하게, 지금 일대 오로 싸우자는 거냐?
풍뎅이 얘들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외치며)가자! 풍뎅이!! 
풍뎅이들 (구호외치듯)야!!!
E 몇 명이 주먹질하며 싸우는 소리
NA. 다음날 태영은 태연한 모습으로 
학교 써클실에서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며 
여학생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어놓고 있었죠.
역시, 여자는 연주, PLAY에 약하잖아요. 
그래서 바람둥이를 PLAYBOY라고 하는 거라구요. 
M 슈베르트의 "밤과 꿈"(기타 솔로 연주곡으로) 
듣다가 깔리면서
여학생1 난 태영 오빠의 연주만 들으면,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
가슴이 미어질 듯한 그리움 같은 게 떠올라.
저렇게 잘 생긴 사람이 기타까지 잘 치다니..
얘, 태영 오빠 말야, 꼭 유지태 닮지 않았니?
여학생2 무슨 소리야, 태영 오빠는 장혁 닮았어.
여학생3 (단호하게) 아냐! 태영 오빠는 
유지태 것도 아니고 장혁 것도 아니야. 
태영 오빠는 나만의 것이야.
여학생1 야, 사오정. 너 왠 헛소리야?
여학생3 (반색하며) 응? 태영 오빠가 날 불렀다구? 오빠!!
여학생1 (한숨 쉬며) 얘, 가자, 가!
태영 (에코) 아...난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
남학생1 (E 달려 들어오며)야! 너희들, 집에 갈 때 조심해라.
웬 깡패 두목같은 녀석이 와서 정문을 지키고 있어.
태영 (기타 연주 음악 멈추고) 깡패요?
남학생1 응, 자기네 패거리들이 
어제 우리 학교 애한테 맞았다고 하던 걸.
태영 (에코) 그럼, 어제 그 풍뎅이 일 때문인가? 
큰 일이다. 이 일을 어쩌지?...... 
할 수 없지. 그냥 부딪히는 수밖에.
어제도 나 혼자 다섯 명을 단숨에 해치웠잖아.
근데 이상해.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싸움을 잘했지?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E 다리를 휘둘러 상대방을 가격하는 소리
왕풍뎅이 으악!
E 몸이 날아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
태영 (헉헉거리며) 이제 됐냐?
어젠 너네 풍뎅이 졸개들이 
오락하고 있는 나를 건드렸기 때문에
내가 손을 봐줬을 뿐이다.
(폼 잡고)난 오락할 때 누가 건드리는 건 
절대 못 참는단 말이다.
왕풍뎅이 (신음하며) 으으.. 이 왕풍뎅이가 
이렇게 허무하게 지다니.. 
여학생들 꺄악, 오빠, 태영 오빠, 정말 멋져요!!
여학생1 오빠, 어쩜 여태 그런 솜씨를 감추고 있었어요.
태영 글쎄..나도 이상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가 싸움꾼이 되어있었어.
루나 (에코) 당신이 태양인가?
태영 (귀신을 본듯이)응? 뭐야, 넌 누구야?
루나 (에코) 당신이 진정 우리의 태양인가?
태영 (놀라) 귀,귀, 귀신이야!!
M "SIMPLE KIND OF LOVE" (NO DOUBT)
NA. 그 때 태영의 눈에는 루나레나의 슬픈 얼굴이 보였어요.
하지만 태영은 루나레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그녀의 슬픔도 눈치채지 못했죠.
그리고 다음날, 그녀가 다시 나타났던 거에요.
담임 어제 준식이에게 불행한 사고가 있었다.
우리 모두 준식이의 완쾌를 빌자.
E 웅성웅성.
태영 (에코) 뭐? 내 짝, 준식이가?
담임 그리고, 새로 온 전학생을 소개하겠다.
이름은 정유나라고 한다.
정유나, 인사해라.
유나 (도도한) 안녕.
태영 (기겁한) 아니, 저..저건 내가 봤던 귀신이잖아.
담임 유나는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했으니까
태영이가 앞으로 잘 도와주도록 해라.
유나, 태영이 옆자리에 가서 앉아라.
태영 (말이 잘 안나오는)귀,귀신이야, 귀신!!
담임 태영, 새로 전학 온 학생에게 무슨 짓이냐?
태영 네...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에코)하지만.. 정유나라구? 
얘는 분명히 내가 봤던 그 귀신이야. 
이마에 점이 있는 것까지 똑같은 걸.
코드 불길한 그림자가 다가오는 느낌.
E 수업 끝나는 종
유나 (주문을 외우듯이)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
태영 뭐? (에코) 확실히 귀신이야. 이상한 말을 하잖아.
유나 생각나는 거 없어?
태영 그런 이상한 소리는 처음 들어봐.
유나 그래? 너, 이마 좀 보자.
태영 (놀라서 옴짝달싹 못하고) 으아악....
저리 가! 애들이 다 보잖아.
유나 너, 이마에 점 같은 거 없었어?
태영 그게 무슨 소리야? 
유나 (단호한)네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내고야 말거야.
코드 미궁으로 빠지는 혼란스런 느낌.
NA. 정유나는 청소시간 내내 윤태영만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운동장을 청소하던 태영이한테 
정말 이상한 일이 생긴 거예요. 
멀쩡한 농구대가 넘어져서 태영의 머리를 덮쳤답니다.
태영은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메게 되었죠.
어머니 (간절하게) 태영아, 
왜 너에게만 이런 일이 두 번씩이나 생기는 거냐?
7살 때도 그렇게 어미 속을 뒤집어 놓더니만..
자, 태영아, 이거, 집에서 가져왔다.
이 약을 발라줄테니까, 꼭 깨어나야한다.
그 때도 이 약을 발라서 살아났으니까
이번에도 일어날 수 있지? 그렇지? 태영아?
E 병에서 조심스럽게 물 따르는 소리.
NA. 7살 때 태영이는 교통사고를 당해서 거의 죽을 뻔한 적이 있
었대요. 그 때 그 물병에 든 약을 바르고 난 후에 태영이는 감쪽
같이 나았다는군요. 과연, 이번에도 될까요?
태영 (헛소리하는) 아, 아즐라. 아즐라!
어머니 태영아, 정신이 좀 드니? 태영아!
태영 (깨어나며) 아즐라!
어머니 아즐라라니..아즐라가 누구냐?
태영 (겁에 질려) 아길라스가 날 죽이려고 해요!
어머니 (안타까운) 얘, 태영아, 정신 좀 차려! 태영아!
태영 (정신 차리는) 어? 엄마! 엄마! 
M "I TRY" (MARCY GRAY)
NA.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태영에게는 
계속 이상한 사건들이 생겼죠.
하루는 지나가던 오토바이 한 대가 태영을 향해 질주해왔고,
또 하루는 학교 운동장에 지진이 일어나서
건물 벽이 태영을 향해 무너져 내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때마다 태영은, 알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해서,
공중 높이 떠올랐고, 덕분에 부상을 피할 수 있었는데요,
도대체 누가 태영이를 노리는 걸까요?
E. 시그너스인끼리 말할 때마다...
아즐라 루나레나, 너도 아까 봤지?
그 녀석의 점프실력이 인간의 몸으로 가능한 거라고
생각하나?
루나 하지만, 윤태영이 필라르라는 증거는 아직 없어.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건, 준식이 하나면 충분해.
이젠 윤태영을 공격하는 걸 그만두란 말야.
아즐라 뭐라고? 언제부터 네가 지구인들의 목숨에 
그렇게 신경을 썼지?
루나레나, 혹시..너.. 아직도 필라르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는 건 아닌가?
루나 (냉정하게)태영이가 우리의 태양이라면 
내가 이미 죽였어.
아즐라 (흥분한)태양? 누가 태양이라는 거야?
이봐, 루나레나! 그가 설령 필라르라고 해도
태양은 아니야.
태양은 바로 나, 아즐라 아켄시엘이란 말이다!
NA. 이상한 이름들이죠? 준식이가 사고를 당하고 태영의 짝이 
되었던, 정유나의 진짜 이름은 루나레나입니다.
그리고 아즐라는..좀 있다가 말씀드리죠. 
왜냐구요? 애 태우려구.
E 지하철역의 웅성거리는 소음 (안내멘트까지 같이)
열차가 곧 도착하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시기 바랍니다.
태영 (에코)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람이 많지?
E 지하철역,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
태영 (놀라며 비명) 어, 누가 날 미는 거야. 으, 으악!
E 지하철이 급하게 멈추는 소리
코드 위험스런 느낌
행인 이봐, 학생? 괜찮은가?
태영 유나는요?
행인 뭐? 누구라고?
태영 방금 전에 절 구해준 여자아이 말예요.
행인 무슨 소리야? 학생은 혼자였어.
선로위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몸이 붕하고 떠올라서 이쪽으로 건너왔다구.
태영 네? 저 혼자였다구요?
행인 학생이 너무 놀라서 헛걸 본 모양인데, 
분명히 학생 혼자였다구.
태영 (중얼거리는) 정유나..분명히 유나였는데..
행인 (걱정하면서)학생, 아무래도 저...머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내가 집에 데려다 줄까?
태영 아니에요. 됐습니다.
NA. 다음날 학교에서..윤태영은 여전히 PLAY에 여념이 없었죠.
M 슈베르트의 "밤과 꿈" ( 기타 솔로 연주곡)
태영 (에코)그건 분명히 정유나였어.
그런데 유나가 왜 나를 구해줬을까?
난 요즘 왜 이러는 거지? 대낮에 귀신을 보고,
그 귀신이 내 짝이 되더니,
지하철역에선 귀신이 날 구해주기도 했어....
이건 도대체..
엄마, 제가 박수무당이 되더라도, 절 용서해주세요.
남학생1 태영아, 지금 밖에 골뱅이파 애들 20여명이 
몰려와 있어. 널 만나러 왔다면서 난리들이야.
코드 긴장이 고조되는 느낌.
오맹식 네 놈이 풍뎅이들을 손봐줬다는 건 이미 들었다.
그래서 골뱅이파의 오맹식이 
너한테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이 곳에 왔단 말이다.
태영 근데, 골뱅이라구? 이름이 너무 흔하지 않아?
요즘 골뱅이가 어디 한 두개여야지.
오맹식 (음산하게)골뱅이라고 다 같은 골뱅이가 아니야.
난 진짜 골뱅이라구.
태영 (긴장한)진짜 골뱅이? 
근데, 임마, 너 눈빛이 갑자기 왜 그래?
오맹식 (이성을 잃은)덤벼! 이 칼로 네 기지배 같은
얼굴을 핥아주겠다!
E 쉭, 쉭... 휘두르는 소리.
태영 (기겁한)야, 왜 이래? 진짜로 날 죽이려는 거냐?
깡패1 맹식아, 그만 둬!! 그러다 진짜로 사람 죽이겠어!
오맹식 (미친 듯) 죽어!! 필라르, 넌 죽어야 해!!
태영 (에코)뭐? 필라르? 
SIGNAL 레드문 2
:"MISSING"(EVRYTHING BUT THE GIRL, REMIX VERSION)---->
NA. 오늘이 레드문 첫 회였는데요, 
앞으로도 (CF 톤) 재밌겠지, 어!
아즐라와 루나레나, 또 필라르. 이름부터가 근사하잖아요.
이 사람들이 레드문의 주인공들인데요,
셋 다 지구인이 아니라, 시그너스별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시그너스 별 사람들은 오래 전에 지구에서 건너간 
인류의 후손들이기 때문에,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까 문어나 낙지 같이 생긴
외계인을 상상하면 아니됩니다.
전 레드문의 수호천사, 최화정이었습니다.



02

NA. 윤태영은 무서운 기세로 골뱅이파의 두목 오맹식을 
단숨에 때려눕혔어요. 그러니까 이제 윤태영이 진짜 골뱅이가 
된 거죠.
태영 (흥분한) 자, 이제 너희들이 덤빌 차례냐?
깡패1 아닙니다. 형님. 
형님이 진짜 골뱅이이십니다.
저희를 거둬주십시오.
깡패들 (합창하듯) 형님!!
태영 뭐? 형님? 내가 무슨 형이야?
다들 나보다 10년은 늙어 보이는데..
M "TAKE A LOOK AROUND "(LIMP BIZKIT)
태영 왜 자꾸 따라오는 거야?
깡패들 형님!
태영 난 형님 같은 거 안 한다니까?
깡패1 윤태영, 니가 우리 대장 오맹식을 때려눕혔으니,
싫어도 넌 우리의 대장이 되줘야 해.
지금 박진희가 널 기다리고 있단 말이다.
태영 뭐라고? 날 또 누가 기다린다고?
깡패1 잠실의 박진희라고 들어봤지?
태영 이름은 알지. 유명한 깡패잖아.
깡패1 그래, 오늘이 대장 오맹식과 
박진희의 결투가 있는 날이었어.
네가 오맹식을 때려눕혔으니까, 박진희를 대신
상대해줘야 해. 알았어?

태영 (에코) 큰 일이다. 
(보통톤) 저, 아무래도 전..집에 갈께요..
깡패들 (E 뼈마디 우드득하는 소리) 
(합창하듯) 형님 할래?
아니면 우리 손에 죽을래?
태영 (떨며)알았어요. 형님 할게요.
코드 황당하고 어이없는 느낌.
NA. 약속장소는 고수부지였군요. 
박진희는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더니, 
오우, 멋지게 몸을 날리면서, 나비처럼 우아하게 내립니다.
근데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게, 한 주먹하게 생겼어요.
박진희 (무뚝뚝한 톤)오맹식은?
깡패1 오늘부터 우리 형님은 이 분이야.
이 분이 너와 대결할 거다.
박진희 뭐? 그렇게 겁먹은 얼굴을 한 사람과는 
싸울 수 없어.
깡패1 뭐라고? 저 자식이 싸우기 싫으니까, 
별 핑계를 다 대는군.
박진희 넌 불량써클 학생으로 보이진 않는데,
어째서 오맹식 대신 싸우려는 거지?
태영 (화난) 난 누구 대신이 아냐!
윤태영 대 박진희로서 싸우는 거다.
박진희 오, 자존심은 있구나.
겁먹은 얼굴이라는 말이 너의 자존심을 건드린 거지?
태영 당연하지. 자, 네가 잠실의 깡패라는 건 알고 있다.
그럼, 먼저 한 대 쳐봐. 
박진희 좋아, 그렇다면 한 대씩 주고 받기로 하자.
태영 봐주지 말고 힘껏 쳐!

E 뻑하고 주먹으로 때리는 소리.
태영, 그대로 땅에 쓰러지는 소리.
박진희 뭐야, 이거. 좀 세게 쳤으면 큰일날 뻔했잖아.
겨우 그거 맞고 가냐?
야 골뱅이들, 너희 싸움도 할 줄 모르는 애를
강제로 끌고 온 거지?
깡패1 제기, 이거 재수 없게 됐군.
어떻게 이런 자식이 오맹식 형님을 쓰러뜨렸지?
박진희 너희들, 이 녀석을 무사히 돌려보내지 않으면
살려두지 않겠어.
E 자건거 타는 소리. 사라져가는.
깡패1 저 건방진 녀석.
태영 으으, 아구 머리야. 쓰러질 때 머리를 다쳤나?
깡패1 깨어났군. 이 바보 같은 녀석!
그 주제에 우리 형님 노릇을 하려고 들어?
E 몇 명이서 주먹으로 패는.
태영 (맞으며 비명) 살려줘요!거기 누구 없어요!
M "누구 없소" ( 한영애 )
행인1 학생, 괜찮은가? 아까 몰매를 맞는 것 같더니만..
태영 네..아저씨..으윽..
행인1 (음산하게)아직 살아있구나. 으흐흐흐흐..
그렇다면 필라르, 내가 널 죽여주마!
태영 으악! 왜 이러세요! (목 졸리는) 으으으으..
살려...주...세..
E 뻑하고 다리 날려 치는 소리
박진희 걱정돼서 돌아왔더니, 이 사람은 누구야?
왜 너를 죽이려고 하는 거지?
행인1 (정신이 돌아온)응? 내가 왜 여깄지?
여보, 여보!! 어디 갔어?
박진희 뭐야, 저 사람?
태영 (에코) 어째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왜 사람들은 날 보기만 하면 죽이려하는 거지?
코드 살의에 찬 느낌.
박진희 (음산하게) 필라르, 이번엔 내가 널 죽여주겠다.
으흐흐흐..
E 쉬익, 칼을 휘두르는 소리.
태영 으악! (분노한) 박진희, 너, 날 찔렀어!!
E 발로 뻑하고 치는 소리. 풍덩 강물에 빠지는 소리.
박진희 (물에서 버둥거리며) 어푸, 어푸..저 자식 
저런 발차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아까는 왜 날 공격하지 않았지?
태영 아아..칼에 맞은 게 이런 기분이군.
영화에서 볼 때마다 궁금했는데..
괜히 궁금해했나봐.
아이구 아야, 배가 타들어가는 것 같다..
M "RUN" ( COLLECTIVE SOUL)
E 오토바이 달려오는 소리
태영 아저씨, 여기 좀 태워주세요!!
E 총 소리.
태영 으악!! 이번엔 서부극인가봐.
하지만 난 총 맞은 기분까진 알고 싶지 않다구!
E 오토바이 지나가다가 급정거하고 
다시 뒤돌아 달려온다. 연이은 몇 발의 총성
태영 (공포에 질린)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 거지?
난 아직 죽고 싶지 않단 말야.


NA. 태영이가 총을 쏘는 사람이 타고 있는 오토바이에 쫓기다가
거의 기진맥진할 무렵에, 맞은 편에서 다른 오토바이 한 대가 
달려왔는데요, 그 사람은 커다란 칼을 들고 있었어요.
그리고 두 대의 오토바이가 서로 스치고 지나가더니만,
결국 한 대는 부서지고 말았죠. 
칼을 든 쪽이 총을 든 자를 이겼습니다. 
사다드 하마터면 늦을 뻔 했군.
태영 (거의 이성을 잃은)너, 너도 날 죽이려고 온 거지?
어디 죽일테면 죽여봐. 
어차피 이렇게 쫓기면서 사느니, 
깨끗이 죽는 게 나아.
M "삶을 포기하려는 너에게" (이현우) 깔리면서
사다드 당신은 왜 당신이 쫓기는 지 아는가?
태영 내가 어떻게 알아요!
사다드 당신이 태양이기 때문이다.
태영 뭐? 난 태양이가 아니고 태영이야.
사다드 (씁쓸하게)그래..태영, 태영이었지. 
잘 들어라.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들은
시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넌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태영 (에코) 왠지 이 사람은 나를 걱정해주는 것 같아.
아..가슴이 먹먹해지는 이 느낌은 뭘까..
(보통톤, 간절한) 이봐요, 가지 마요.
당신은 왜 날 구해준 거죠?
이봐요! 이름이라도 알려주면 안되나요?
사다드 사다드.
내 이름은 사다드.
사다드는 없다는 뜻이다.
어디에도 없는 존재, 그게 바로 나이지.
E 작은 바람이 이는 소리.
태영 어? 정말 없어졌어. 마술인가?
어떻게 저럴 수 있지?
M "TOMORROW NEVER KNOWS" ( BEATLES)
박진희 야, 윤태영! 너 괜찮은 거야?
태영 넌 또 왜 왔어?
박진희 난 나와 싸운 사람은 꼭 책임진다.
태영 책임감 때문에, 아까 날 찔렀던 거야?
박진희 (어리둥절)그게 무슨 말이야?
태영 네가 아까 날 칼로 찔렀잖아.
박진희 어? 너 정말 칼에 찔린 거야? 어디 봐!
안되겠다, 빨리 병원에 가자.
태영 (에코) 박진희도 정말 기억을 못하는 것 같아.
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E 슈욱하고 빠지는 느낌의 소리.(텔레포테이션)
박진희 (놀라) 엉? 아니, 어디 간거야?
방금 여기 있던 녀석이 어딜 간거지?
어떻게 이런 일이...으으으...귀신이야, 귀신.
M "THE TERRAN INVASION OF ALPHA" (DJ SPOOKY)듣다가 
깔린다.
(이건 음반실에 없을 것 같고, 제가 가져갈께요.)
루나 (살기 어린)필라르, 우리의 태양.
넌 내 손에 죽어야해.
태영 앗, 넌 정유나? 지하철에서 구해줄 땐 언제고,
왜 또 날 죽이려는 거야?
루나 네가 보여준 능력으로 넌 태양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우릴 버리고 간 태양은 죽어야해..
사다드 (에코)멈춰라. 넌 너의 태양을 죽일 셈인가?

루나 누구냐? 텔레파시를 보낼 정도라면,
내가 만들어 놓은 공간으로 들어올 수도 있을텐데.
어디 들어와 보시지.
코드 마술적인 느낌.
태영 (비명지르는)으으으아악!
루나 아니, 윤태영의 이마에 점이 생겼어..
(기뻐하는)깨어났구나, 필라르!
태영 (필라르의 톤으로) 너는..루나레나.
루나 (그리움에 찬)..필라르..이제 날 알아보는구나.
NA. 루나레나가 들고 있던 총을 떨어뜨리고
필라르의 품에 안기는군요. 
둘은 아무래도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죠?
태영 루나레나..언제 내 신부가 이렇게 가슴이 커졌지?
NA. 정말 보통 사이가 아니었어.
루나 (E 따귀 때리는 소리) 저리 가!
태영 루나레나, 어릴 땐 그렇게 얌전하고 착한 아이였는데
너 많이 변했구나.
루나 (싸늘한)그래, 나 루나레나도 변했고, 시그너스도.. 
모두 변했어.
네가 우리를 버리고 여기 지구에 도망쳐와서
잠들어 있는 사이에 우리들은 모두 변했어.
필라르, 네가 더 이상 우리들의 태양이 아니듯이,
네가 더 이상 나의 태양이 아니듯이..
모든 것은 변하고 말았어.
M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 봄 여름 가을 겨울)
태영 루나! 가지마! 루나!!!
왜 저렇게 도망가는 거지?
사다드 그녀는 당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사랑이 깊은 만큼, 상처도 깊었기 때문입니다.
태영 (놀라)너, 너는 누구냐? 
사다드 사다드,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태영 사다드, 내가 어떻게 깨어난 거지?
사다드 저로선 알 수 없습니다.
봉인을 풀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 스스로 깨어난 것이겠지요.
태영 이상하군..응?
이마에 피가 나는걸?
사다드 앗, 그걸 지우지 마십시오. 필라르!
태영 (다시 태영이의 톤으로) 으아아아악.
또 나타났다. 아까 그 귀신이..여긴 어디죠?
아이고, 배가 너무 아파..
사다드 역시 이마에 났던 피가 당신의 봉인을 풀었나보군요.
태영 봉인? 그게 무슨 소리에요?
사다드 ..돌아가십시오. 이 공간을 풀겠습니다.
E 팍하고 닫혔던 공간이 열리는 소리.
박진희 으아악!!!
넌 뭐야? 아까 갑자기 사라지더니, 
어느 틈에 또 나타난 거야?
으아악, 정말 싫어. 난 귀신이 붙은 거야..
이런 건 정말 싫다구..
태영 박진희, 난 귀신이 아니야.
그냥..귀신들이 자꾸 내 앞에 나타날 뿐이라구.
박진희 뭐? 귀신들이 나타나? 
너 혹시..무슨 신기 같은 게 있는 거 아니냐?
근데..너 아까 칼에 맞은 데는 괜찮은 거냐?
태영 어? 으응. 이젠 좀 괜찮은 것 같애.
박진희 그럼, 어서 집에 가. 택시를 잡아줄게.

태영 (에코)사다드라고 했지..사다드.
어째서 당신을 생각하면 이렇게 그리운 거지?
마치 없어진 내 반쪽을 보는 것처럼 말야..

SIGNAL 레드문 --------->
NA. 이렇게 해서 태영이는 처음으로 필라르의 모습을 찾았어요.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요.
윤태영과 필라르, 그는 한 몸 안에 든 
두 개의 다른 영혼이었던 거죠. 
보통 그럴 땐 다중인격이나 정신분열이 되는 건데..
(수습하는) 어머, 윤태영하고 필라르가 그렇단 얘긴 아니구요..
팬들한테 혼나겠네...
그럼 반대로, 두 개의 몸 안에 든 하나의 영혼은 어떨까요.
그건 누구나 꿈꾸는 가장 좋은 거죠.
두 개의 몸 안에 든 하나의 영혼이란 건,
바로 영혼의 짝, 운명적인 인연, 변치 않는 우정..
이런 거잖아요.



03

NA. 오랜 기다림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또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죠.
어제 사다드가 필라르에게 이런 말을 했잖아요.
'루나레나는 당신을 오래동안 기다려왔고,
사랑이 깊은 만큼 상처도 깊었다' 구요.
하지만 루나레나는 필라르가 다시 깨어난 순간,
필라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어요.
E 멀리서 들리는 밤거리의 소음
루나 (그리움에 젖어) 
그 오랜 시간...그래, 나는 시간의 대양을 건너왔어. 
그렇게도 미워했는데....
하지만 그를 보는 순간 깨달았어. 
난 필라르를 죽일 수 없다는 걸.
아즐라에게 죽는 한이 있어도, 
난 변함없이 필라르의 신부였던 거야.
안녕, 필라르, 너의 장성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
같이 자랄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내가 죽더라도, 가끔은 날 기억해줘.
E 콰앙하는 굉음. 거대한 불꽃이 이는 소리.
M "ONE" ( U2)
E 문 벌컥 열리고 사람들 급하게 들어오는.
부하1 아즐라님! 루나레나님이..
아즐라 아니, 루나레나! 루나레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냐?

부하1 모르겠습니다. 루나레나님이 이렇게 피를 흘리며 
집 앞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아즐라 뭣들 하느냐! 생명수를 가져와! 생명수를.
부하1 생명수를 붓긴 했지만, 워낙 상처가 깊어서요.
아즐라 잔말 말고 남은 거 다 가지고 와! 
E 물병에서 물약을 쿨쿨 따르는 소리
아즐라 눈을 떠, 루나레나. 너의 아름다운 눈은
이렇게 감으라고 있는 게 아니야.
루나, 니가 내 앞에서 죽는 건 용서할 수 없어.
(절규)눈을 떠!!
루나 (깨어나는) 아, 아즐라..
아즐라 (태도 변하는)보기 좋군. 그 꼴로 돌아오다니.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지?
사다드인가?
루나 그가 깨어났어. 필라르가..
모든 기억과 능력을 완전히 되찾았어.
아즐라 (놀라)뭐? 뭐라고? 말도 안돼. 그가 깨어나다니..
그럴 리 없어!
루나 그가 깨어난 게 두려운거군요. 아즐라.
필라르가 깨어나면 당신은 그를 이길 수 없으니까.
아즐라 (E 따귀 때리는) 닥쳐!
루나 열등감이야..당신은 끝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필라르를 두려워하고 있어요.
거울을 봐요, 아즐라. 떨고 있는 당신의 
좁은 어깨가 보이지 않나요? 
당신이 필라르처럼 손에서 불을 일으킬 수 있나요?
아즐라 네가 아무리 그래도, 너의 태양은 놈이 아니야.
루나 물론이죠. 
나의 태양은 이제 당신이니까.
아즐라 그래, 그래야지.. 루나레나. 
M BITTER SWEAT SYMPHONY ( THE VERVE)
NA. 루나레나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나도 여자지만 말예요, 정말 여자들 속은 알 수가 없더라구요.
오죽 복잡해야지 말야..
하여간, 윤태영은 집에서 어머니한테 혼나고 있군요.
어머니 아버지 오시기 전에 솔직하게 말해라.
너, 왜 옷은 찢어진 거고, 
요즘 왜 그렇게 얼이 빠진 애 모양..
태영 (말 막으며) 엄마, 사다드란 사람 알아?
어머니 (가슴이 철렁하는) 뭐? 누구? 사..사다드를 만났어?
태영 응. 엄마도 아는 사람이구나.
그 사람이 날 구해줬어.
이상해. 그 사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지도록
그리워져. 마치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말야.
어머니 (떨리는)그 사람이 뭐라고 하디? 아아아..
태영 엄마,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어머니 아니야.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 말해봐.
태영 여기 칼에 찔린 곳에 약을 바르라고 했어.
엄마한테 물어보면 알 거라고 하던걸.
어머니 (놀라)세상에! 태영아, 너 어쩌다 이렇게 다쳤어?
누, 누가 이런 거야?
태영 몰라. 모두들 다 나를 죽이려고 해.
그래놓고선 또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도 못한다구.
NA. 어머니가 물약을 바르자, 윤태영의 상처는 깨끗이 나았어요.
참 신기한 약이죠? 그건 바로 생명수인데요, 
시그너스 사람들은 그 물로 상처를 치료하죠.

태영 엄마, 되게 신기하다. 상처가 감쪽같아졌어.
좀 근지럽긴 하다. 박박 긁어줘야지.
엄마, 우리 이거 내다 팔까? 떼돈 벌겠어. 그지?
아즐라 (에코) 생명수를 가지고 있다니! 없애버려!
어머니 아앗!
E 병이 깨지는 소리.
어머니 세상에..이 귀한 걸 깨버리다니..
태영아, 어쩜 좋으냐. 앞으로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젠 생명수도 없으니 말야..
태영 엄마, 너무 슬퍼하지 마.
앞으로 다시는 다치지 않으면 되잖아.
어머니 태영아, 내 말 잘 들어.
이 생명수는 실수로 떨어뜨린 게 아니야.
방금 누가 병을 일부러 내 손에서 빼내서
던진 것처럼 느껴졌다구.
오늘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엄마한테 말해보렴. 응?
코드 신비함, 두려움이 교차하는 느낌.
태영 엄마, 너무 이상한 얘기지?
나도 믿기지가 않아.
내 주변에 그렇게 많은 귀신들이 나타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근데 그 사다드란 귀신은 어떻게 알아?
엄마도 만난 적 있어?
어머니 그 사람은 귀신이 아니야.
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뇌사상태에 빠져있을 때
너를 구해줬던 사람이야.
태영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었다고?
언제? 난 기억도 못하는 걸.
어머니 7살 때였지. 정말 그 때 일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니?
태영 응.
어머니 (에코) 그래, 태영아, 어쩌면 그 때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내 아들 태영이는 죽은 건지도 몰라.
넌 깨어난 후에 마치 다른 아이처럼 변해있었지.
원래의 태영이는 그렇게 어른스럽지 않았단다.
하지만 얼굴도 버릇도 똑같은 너를
어떻게 내 아들 태영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어.
NA. 태영은 그날 밤 잠들기 전에, 옛 사진첩들을 꺼내 보았어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7살 전의 기억은 생각나질 않았죠.
E 사진첩 넘기는 소리.
태영 (에코) 내 옆에 있는 이 애는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네.
난 머리 긴 여자애랑 강가에서 놀았던 것 같은데..
그 애 사진은 하나도 없구나.
그리고 사다드...그가 날 구해줬기 때문에, 
이렇게 그리운 느낌이 드는 걸까?
그런데 왜 난 어릴 때 일이 잘 기억나질 않는 거지?
아마, 그 때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서,
기억상실에 걸렸고..
그 전에 일어난 일들을 다 잊어먹은 건 아닐까..
M "TRY TO REMEMBER" ( BROTHERS FOUR) 
회상씬에서 깔린다.
E 강물에서 첨벙거리는 소리
어린필라르 강은 위험하니까 들어가지 말라고 했잖아.
어린루나 응..알았어. 필라르. 다신 들어가지 않을게.

어린필라르 어? 저건 아즐라야! (부르는) 아즐라!
가지 마, 아즐라!!!
( 울며 ) 아즐라, 가지 말란 말야!
코드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
태영 (흐느끼듯이) 아즐라, 아즐라, 가지 마.
어머니 태영아, 일어나야지. 이제 학교 갈 시간이다.
(놀라) 태영아, 무슨 일 있었니?
왜 그래? 응?
태영 엄마, 너무 슬픈 꿈을 꿨어.
너무 슬퍼서 아직도 눈물이 나와.
어머니 꿈? 무슨 꿈인데?
NA. 태영이는 동생인 자영이와 함께 학교로 가는 길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서도 그냥 넘어갈리 없겠죠.
요즘 태영이한테는 별별 일이 다 생기니까,
이 장면에서도 분명히 누가 나타날 거라구요.
자영 오빠, 왜 그래?
태영 누가 우릴 미행하고 있어.
자영 미행? 오빠, 우리 같은 학생을 뭐 볼일 있다고
미행을 하겠어?
태영 분명히 누군가가 있어.
아즐라 (에코) 저 녀석, 어떻게 내가 따라가는지 아는 거지?
루나의 말처럼 진짜로 필라르가 다 된건가?
자영 (멀리서) 오빠, 버스 왔어, 나 갈게..
태영 그래, 잘 가.
분명해... 내 뒤에 누군가가 있어.
코드 신비로운 느낌.
태영 (휙 돌아서며) 아니!! 넌 하얀 머리 소년이잖아.
넌..넌 꿈에선 쬐끄만 애였는데..

아즐라 (에코) 어떻게 내가 보이는 거지?
정말로 깨어난 걸까?
태영 (필라르 톤으로)잠깐 기다려봐. 이봐, 아즐라! 
아즐라!!!
(태영이 톤으로) 어? 아즐라가 누구지?
NA. 아유, 답답하네요.
윤태영은 아직도 왔다갔다,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고 말예요.
우린 다 아는데, 왜 윤태영만 모르고 있는 거죠?
야, 윤태영, 네 속에 네가 너무 많아.
M "가시나무" (시인과 촌장)
아즐라 모두 지구에서 철수한다.
필라르가 깨어난 이상, 
그는 다시 시그너스로 돌아갈 것이다.
우린 먼저 돌아가서 그를 물리칠 준비를 해야한다.
부하들 네!
루나 나는 여기 남아서, 그를 없애겠어요.
아즐라 왠일이지? 너는 그를 번번이 놓아주지 않았나.
루나 하지만 이번엔 반드시 죽일 거예요.
아즐라 네 실력으로는 무리다.
그가 깨어난 이상, 너 같은 건 상대도 되지 않아.
루나 실력은 딸려도 술수는 내가 나아요.
아즐라 정말인가?
아니면, 그의 곁에 있고 싶다는 진심을
그렇게 표현하는 건가?
루나 그가 나의 태양이었던 건 지난 일.
지난 일은 시간의 파도에 쓸려갔어요.
이제 당신이 나의 태양입니다.
아즐라 그래? 그렇다면 믿어보지.
루나 아얏! 이건 뭐에요?
E. 팔에 주사바늘 꼽는 소리
아즐라 데드라인은 지구시간으로 6개월이야.
그 때까지 윤태영을 죽여라.
만일 실패하더라도 6개월 후면 
다시 시그너스로 돌아와야 한다.
여기서 그 기한을 넘기고 있으면
지금 네 몸 속에 들어간 미세 폭탄이 
폭발할 것이니까 말야.
돌아오면 폭탄은 제거해 주지.
네가 필라르에게로 다시 돌아가는 걸 보는 것보단
너의 싸늘한 시체를 보는 것이 
내겐 훨씬 쉬워..
M "C'EST LA VIE" (EMERSON, LAKE AND PALMER)
NA. 그리고 아즐라는 우주선을 타고 시그너스로 가버렸어요.
루나레나의 몸 속에 6개월 후에 터지는 폭탄을 넣어둔 채로 
말이죠. 무서운 남자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야유회에 놀러온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일이 아니랍니다.
루나 (에코) 그래, 6개월이라도 좋아.
단 6개월이라도 필라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나는 지구에 있다가 죽겠어.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왔는데,
또다시 필라르 곁을 떠날 순 없어.
이제 다신 아즐라에게 돌아가지 않을거야.
코드 불안감이 고조되는.
E 수업 끝나는 종소리.
태영 으아, 지겨워. 하품 나서 죽는 줄 알았네.
난 왜 이렇게 수학이 싫은 거지?
유나 너 옛날엔 공부 잘 했어.
태영 뭐? 정유나, 무슨 소리야, 지금?
네가 내 어릴 때 일을 안다는 거야?
나, 사실은 7살 때 교통사고 당해서 
그 전 기억이 없다구....아니다.
(귓속말로) 유나야,
여긴 애들이 많으니까 옥상으로 올라가자.

SIGNAL 레드문 2---------->

NA. 내일, 과연 필라르는 루나레나를 알아보고 
모든 비밀이 밝혀질까요? 기대되시죠?
음. 이렇게 궁금해질 땐 입도 궁금해지지 않아요?
오늘은 최화정이 입수한 시그너스별의 특식을 하나 소개할께요.
이름은 "계치라"인데요, 이름만큼 맛있는 요리랍니다.
우선 손바닥에 불을 일으켜서 물을 보글보글 끓이구요, 
물이 다 끓으면 염력으로 라면을 파파팍 쪼개서 넣으세요.
그리고 다 익어갈 때쯤, 
눈빛으로 광선을 파샥 쏘아서 냉장고 문을 열구요,
치즈 한 조각을 둥둥 떠오게 하고,
계란 하나도 동동 떠오게 한 다음, 
라면 속에 퐁당퐁당 차례로 빠지게 하면,
계란과 치즈가 곁들여진 라면, '계치라'가 되는 거예요.
여러분, 꼭 끓여드세요.



04

NA. 사랑을 찾아 은하수를 건너온 루나레나,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그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겨우 6개월...아즐라의 계략으로 6개월이 지나면 몸 속에 있는 
폭탄이 폭발하게 되어 있는데, 지금 루나레나의 심정이 
어떨까요..
태영이 안에 있는 필라르가 빨리 깨어나서 루나레나를 알아봤음 
좋겠는데, 과연 오늘이 그 날일지, 보자구요.
M "YOU CALL IT LOVE" (라붐 2 사운드 트랙 중)
태영 으악! 다가오지 마..
유나 왜 그래? 필라르. 이젠 내가 싫어졌어?
태영 널 좋아한 적도 없어. 
그리고 날 자꾸 필라르라고 부르는데 
제발 그러지 마. 난 윤태영일 뿐이야.
유나 필라르, 난 너를 찾아서 이 먼 곳까지 왔어.
그런데 이제 넌 날 싫어하게 됐단 말야?
태영 네가 온 다음부터 나는 모든 게 엉망이 됐어. 
그런데, 어떻게 내가 널 좋아할 수 있겠어?
너, 그리고, 누구한테 사주받고 
나를 죽이러 온 거 아니야?
네가 나타난 후부터 내 주변에는 
나를 죽이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단 말야.
유나 (담담한) 윤태영, 나는 네가 윤태영이라면, 
너를 죽이지 않아.
그리고 네가 필라르라면 더더욱 그럴 수 없어.

태영 아, 맞다, 지하철에선 날 구해주긴 했지.
그 땐 고마웠어.
유나 (반색하는)그럼, 그 때는 날 알아봤었어?
태영 하지만, 넌 사차원 공간에 날 가두고,
나한테 총구를 겨눴잖아.
유나 (에코) 이 녀석, 기억이 돌아온 게 아니었나?
하지만 그 때는 분명히 필라르였는데.. 
태영 한 가지만 물을게. 너 누구야?
넌 어디서 왔어?
유나 (에코) 그는 나를 여전히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왜 그의 곁에 남는 길을 택했을까.
나는 그를 사랑하지만, 
그는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내가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태영 유나, 왜 우는 거야?
내가 심한 말을 해서 그런 거라면 미안해.
요즘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신경이 날카로워졌나봐.
유나 이젠 걱정하지 않아도 돼.
명령을 내리던 자는 떠났어.
나도 이제 사라져줄게. 안녕, 필라르.
태영 유나, 가지 마, 유나!! 물어볼 게 있어.
코드 아련한 슬픔이 밀려오는.
NA. 루나레나는 지금 깊은 절망에 빠져서,
째깍거리는 시계 초침 소리에도 소스라칠 정도에요.
이제 5개월밖에 시간이 없는데, 아직도 태영이는 그대로
태영이일뿐, 필라르는 잠만 자고 있네요.
그런데 어느날 태영이에게 이메일 한 통이 날아옵니다.
E PC 통신 접속하는 소리.
E 키보드 치는 소리. 
태영 응? 메일이 와 있네.
못 보던 아이디인걸.
한지화 (에코)윤태영, 네 주변에 
두건을 쓴 사람이 보이지 않아?
태영 두건..두건이라면 
사다드라고 말했던 그 사람 얘긴가?
한지화 (에코)난 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에 대해
알고 있어.
나를 만나면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명심해. 지금 너는 큰 위험에 빠져있어.
태영 한지화라고?
처음 보는 이름인데..
이 사람은 어떻게 나에 대한 일을 알고 있다는 거지?
M "SPACEMAN"(BABYLON ZOO)
NA. 지금 태영이는 한지화라는 사람을 만나러 공원에 갔는데요, 
루나레나는 태영이의 주변에서 감도는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뒤를 밟고 있습니다. 한지화는 대체 누구일까요.
이번에도 또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한지화 (밝게)안녕! 
태영 어? 너야? 나한테 메일 보낸 사람이...
(에코) 근데 얜 날 어떻게 알아본거지?
한지화 어떻게 널 알아보냐구? 너한테 파란 기운이 있어. 
태영 (에코) 뭐? 파란 기운이라구? 얘두 귀신인가? 
어..어..난 굉장히 이상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거든. 코끼리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니면
로봇 같은 괴물이거나..
요즘 내 주변엔 이상한 사람들만 나타나니까 말야.
한지화 어쨌든 인사나 하자. 난 한지화라고 해.
태영 지화자라고? 
한지화 흥, 금방 내 별명을 알아내는군.
태영 미안, 나는 윤태영이야.
한지화 너 주변 사람 중에, 두건 쓴 사람이 있지?
태영 사다드를.. 말하는 거야?
한지화 그래, 그 사람은 너를 도와주는 사람이야.
태영 그럼, 박진희도 알아? 연락처라도 알면 좋겠는데..
한지화 나는 그런 건 몰라.
그냥 네 주변에 모여드는 기를 느낄 뿐이야.
태영 '기'라구?
한지화 응. 그리고 제일 강한 기는 그..
머리 하얀 사람 있지? 그 사람이야.
지금은 사라졌지만.
태영 (괴로운)으앙, 그럼 아즐라도 꿈이 아니었단 말야?
한지화 그 사람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너희들은 지구인의 기가 아니야.
태영 뭐라고? 난 E.T. 가 아니야. 내가 뭘로 봐서
식빵 같은 얼굴로 보인단 말야?
M "E.T" (산울림 동요 앨범 중)
태영 근데 넌 그런 걸 어떻게 다 알아?
한지화 나 사실은 무당이야.
태영 그럼 작두 위에서 재주도 넘어?
한지화 아니, 난 그냥 공깃돌로 점을 쳐.
어디 한번 점을 쳐볼게..
E 공깃돌 구르는 소리.
코드 매우 불길한 느낌.
태영 (조심스럽게) 왜..그래?
한지화 (떨리는 목소리로)좋지 않은 일이 다가오고 있어.
태영 그럼 엄마한테 말해서 부적을 달라고 해.
한지화 내가 아니라, 너한테 말야.
태영 나? (자조적) 그래..이번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여태까지 하도 당해서 이젠 놀랍지도 않아.
한지화 (에코) 하지만 이번 것은 여태까지 것과는 달라. 
아주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어.
(보통톤) 난 갈게. 만일 무슨 일이 있으면
이리로 연락해. 집 전화번호야.
그리고 태영아, 몸 조심해.
태영 그래, 잘 가라. 만나서 반가웠어.
(에코) 처음 만난 아이지만, 왠지 낯설지 같지 않아.
이 아인 나한테 도움을 주는 사람 같군.
참, 이게 얼마만이야.
모두들 나를 보기만 하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하긴 박진희도 나를 구해줬었지.
그런데 진희는 어디에 있을까?
코드 미궁에 빠지는 느낌.
한지화 (에코) 태영이에게 다가오는 액운을 막을 수 있을까?
내 힘으로는 안 될거야..
M "THE TERRAN INVASION OF ALPHA" (DJ SPOOKY)듣다가 
깔린다.
루나 한지화라고 했나?
한지화 당신은 태영이의 주위를 맴돌던 E.T. 맞죠?
루나 훗, E. T.? 너는 누가 보내서 왔지?
아즐라냐, 사다드냐!
한지화 (목을 졸리는)난, 나는 몰라. 
너도 아까 숨어서 우리 대화를 다 들었잖아.
난 점을 쳐서 태영이를 알아냈을 뿐이야. 
루나 거짓말 하지마. 네가 정말 무당이라면,
왜 하필 태영이를 점친다는 거냐?
이 세상에 남자가 걔 하나밖에 없니? 
한지화 (괴로운) 그..그건 태영이가 
내 운명의 상대이기 때문에..
루나 뭐? 운명의 상대?
네 까짓게 감히 필라르의 운명의 상대라고?
이 거짓말쟁이 나쁜 기지배, 죽여버릴거야!
E 총성. (우주인의)
이어지는 굉음.
루나 누, 누구야? 내 일을 방해하는 녀석이?
사다드 그 소녀를 보낸 후에 얘기하자.
루나 넌 지난번에도 한번 들어왔던 녀석이지?
사다드 그 소녀는 태양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다. 보내줘라.
E 쉬익하며 공간이 열리는 소리
루나 당신이 사다드인가?
사다드 그렇다. 난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
당신도 태양에게 필요한 존재니까.
루나 닥쳐!
E 맹렬한 기의 흐름. 굉음과 굉음이 부딪힌다.
사다드 루나레나, 그대의 슬픔은 알고 있지만,
이젠 그만 이성을 찾는 게 좋아.
당신은 마음의 상처에 눈이 멀어 
볼 것을 못 보고, 없는 것을 보고 있어.
루나 헛소리 하지마. 그런 허튼 수작에 
누가 넘어갈 줄 알아?
한지화 (소리치는)이봐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지금 태영이한테 굉장히 위험한 일이 
일어나고 있단 말예요.
코드 콰과광 무너지는 소리.
NA. 지화자! 아니, 한지화의 말이 맞았어요.
그 순간, 건널목에 서 있는 태영이에게 또다른 암살자가 
접근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건 좀 느낌이 다르네요.
마치 쇳덩이 같은 기운이 느껴지거든요.
어머, 나도 신기가 있나봐. 어떻게 이런 걸 알지?
E 쉬익하고 맹렬한 기세로 쇠줄이 날아가는 소리.
태영 (에코)빠르다. 던지는 걸 보지도 못했는데.
사이보그1 후후, 깨어났다는 건 거짓말이군.
(잔인한)후후후..이번엔 어딜 뚫어줄까.
눈이 어떨까?
태영 으악!
E 돌맹이가 날아와 탁하고 쇠에 부딪히는 소리.
태영 진희야!
박진희 태영아, 내가 놈을 잡아둘 동안, 어서 피해!
E 발차기로 사이보그를 공격, 쇳소리가 난다.
박진희 (두려운)이, 이놈은 인간이 아니야.
사다드 어서 도망가라.
태영 사다드!
NA. 사다드가 드디어 나타났군요. 옆에 루나도 보이긴 하는데..
루나는 몸을 사리네요.
루나 (에코) 조심해요, 사다드.
그는 인간이 아니에요.
아즐라가 개발하던 사이보그 SW-1인데,
돌아가서 완성한 모양이에요.
나는 아즐라의 눈에 띄면 안되기 때문에 
자리를 피할께요.
E 쇠줄이 날아가는 소리.
푸아악하는 굉음.
E 뉴스 속보를 알리는 경고음. 띠. 띠. 띠.
아나운서 (TV 속보) 긴급뉴스입니다.
여의도에서 정체 모를 괴한들이 나타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쟁을 방불케하는 싸움이므로 시민 여러분은
밖으로 나가지 말아 주십시오.
M "CRISTAL SHIP" (DOORS)
NA. 지금 태영이는 골목에 숨어서 떨고 있어요.
진희의 믿음직한 어깨에 기대는군요. 역시 태영이는 미소년이야.
하는 짓도 넘 귀엽잖아요.
박진희 믿을 수가 없어. 저건 사람이 아니야.
놈에게 발을 날린 순간, 
마치 쇳덩이에 부딪힌 것 같았다구.
태영 (두려움에 찬)진희야, 나 무서워.
계속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나서 나를 죽이려고
하잖아. 넌 내 기분 알아?
나는 골목 모퉁이를 돌 때마다, 
여길 돌면 또 누가 나타날까..하는 생각 때문에
심장이 멈추는 것 같다구.
박진희 태영, 날 믿지? 
NA. 박진희, 오호, 그건 이 상황에선 좀..
그런 건 여자한테 하는 말 아니었나?
박진희 (믿음직한) 내가 상황을 보고 올게.
여기 숨어서 잠시만 기다려.
코드 전쟁이 일어나는 조짐.
기자 뉴스 속보입니다.
여의도에서는 지금도 괴한들의 혈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현재, 시민 8명이 부상을 입고..

E 폭발음.
군중들의 비명
한지화 (부르면서 달려가는 )태영아! 같이 가!
루나 야, 닥쳐! 이 멍청한 기지배.
이런 판국에 태영이 이름을 부르면 
사이보그를 유인하는 꼴인 것도 몰라?
E 날아드는 쇠창살 소리.
태영 (비명) 으악!

SIGNAL -------->

NA. 저런, 정말 한지화의 소리를 듣고, 
사이보그가 태영이를 공격하는군요. 
태영이는 또다시 피를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아유, 저걸 어째!
그런데 말예요, 나도 여의도 맨날 가는데,
왜 하필 여의도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괜히 뒤숭숭하게...레드문의 수호천사, 
최화정이 뽑은 오늘의 명언!
오늘은 박진희가 뽑혔습니다.
"(느끼하게 흉내) 태영, 날 믿지?"



05

E 헬기 나는 소리.
NA. (앵커 톤으로) 뉴스 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는 여의도 상공, 기자는 헬기를 타고 상황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어제는 사다드라는 두건 쓴 사람이, 쇳덩어리 
인조인간을 하나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저기 또 하나의 
괴비행체가 접근해옵니다. (당황하는) 앗, 저건 또 뭐지? 
조종사 아저씨, 빨리 몰아요. 이러다가 우리 헬기 바베큐 
통구이 된다구요.
(가다듬고) 저는 이 순간에도 먹을거만 생각나는군요.
지금까지 레드문의 수호천사, 최화정이였습니다.
E 비행체가 날아오는 굉음
루나 빨리 태영이를 데리고 도망 가.
저기 또 한 놈이 온다!
E 박진희, 한지화 달리는 소리.
E 쉬익 날아와서 땅에 쿵하고 
무겁게 착지하는 소리.
사이보그2 (딱딱한 말투)프린세스 루나레나. 안녕하십니까?
루나 아까 한 놈은 봤는데, 너는 또 뭐냐?
사이보그2 (딱딱한 말투)아까 것은 1호이고, 저는 2호입니다.
그는 어디에 있습니까?
만일 당신이 대답하지 않으면
당신 몸에 든 폭탄이 폭발하게 하는
이 스위치를 누르도록 입력되어 있습니다.
루나 .... (에코) 사이보그라면 내 총으로는 
흠집 정도 밖에 못 내는데..
사이보그2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루나레나, 윤태영은 어디 있습니까?
E 슈욱 하고 나타나는 소리.
사다드 아즐라는 자기의 심복도 믿질 못하는군.
몸 속에 폭탄을 장치하다니, 이거 굉장한 걸. 
루나레나, 너는 왜 필라르를 버리고 
그런 사악한 아즐라에게로 갔지?
루나 (복받쳐) 누가 누굴 버렸단 말야.
우리를 버린 건 필라르야!
사이보그2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윤태영은 어디 있습니까?
스위치를 눌러도 좋겠습니까?
코드 전운이 감도는.
NA. 이런 이런, 루나레나와 사다드가 위험하군요.
듣자하니까 사이보그 2호에는 여의도를 날려버릴만한 
거대한 폭탄이 들어있다고 하거든요.
어떻게 아냐구요? 저 황미나씨랑 친해요.
그런데, 박진희의 등에 업혀가던 윤태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박진희 이 녀석 왜 이래?
태영 (점점 커지는 비명)으으윽..으아악!! 
박진희 태영아, 무슨 일이야? 왜 그러는 거야?
태영 (필라르톤으로 바뀐)루나.. 루나가 위험해.
박진희 야, 어딜 가? 너 그런 몸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어휴, 저 바보가, 싸움도 못하는 겁쟁이가 
왜 저러는 거야?
한지화 저건, 태영이가 아니야.
M "THE MAN WHO SOLD THE WORLD" ( NIRVANA)
E 거대한 폭발음 연속적으로 들린다.
루나 (에코) 왜. 나는 폭발되지 않은 거지?
아즐라, 나를 살려주는 건가?
사다드 (위급한) 오지마! 태영!
루나 오지마! 태영, 저 놈은 네 상대가 아니야.
E 폭발음.
루나 (절규하는) 필라르!! 안돼!
NA. 태영이 있던 곳은 공격을 받아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어요.
그런데, 어머, 이게 웬일이야? 
태영이가 박진희와 버젓이 살아서 걸어 나오는군요
정말 불사조인가봐요.
태영 (필라르 톤, 의젓하게)
그 정도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나?
박진희 야, 태영아, 너 머릴 다쳐서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사이보그2 안되겠다. 그가 깨어났다.
자, 연합공격이다!
박진희 이런 제기, 이 녀석 때문에 나까지 죽게 생겠군.
태영 박진희, 너에겐 무리다. 물러서.
E 팟팟팟, 사이보그의 전원 나가는 소리.
태영 들어라. 너희의 에너지 공급 시스템은 끊어졌다.
사이보그2 우릴 폭파시키면 여의도는 날아간다.
하하하...니가 그렇게 사랑하는 지구인들에게
개죽음을 선물하고 싶다면 어디 해보시지.
태영 그 따위 수작으로 나를 협박할 수 있을 줄 알았나.
E 휘이익 무거운 물체 공중으로 날아가는 소리.
공중 높은 곳에서 들리는 폭발음
쇳조각들이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 
NA. 오우 , 대단하네요.필라르의 능력은 정말 굉장한 것이었군
요.필라르가 깨어나자, 그 무시무시한 사이보그들을 지상에서 
1000m 높이로 날려버리더니 공중폭발시켜 버리는거에요.
M "CRYING GAME" ( BOY GEORGE )
루나 필라르, 나하고 같이 가.
시그너스는 널 기다리고 있어.
태영 (필라르톤)루나, 미안해. 
난 지구에 남는다.
시그너스는 아즐라가 지배하도록 하고 싶어.
루나, 모든 건 변했고, 나도 필라르가 아니다.
나는 이제 다시 기억을 지울 거야.
하지만, 내 머리는 다 잊더라도,
내 심장은 기억할거야.
넌 변함 없는 나의 신부, 나의 달,
나의 루나레나야..
루나 안돼, 필라르!
E 쿵하고 땅에 쓰러지는.
M "해줄 수 없는 일" (박효신)
E 우주, 신비한 소리.
쿠오오옹, 거대한 비행물체가 움직이는 소리.
NA. 이 소리는..여기가 지구가 아니라는 걸 말해줍니다.
우리는 지금 시그너스 별에 왔거든요.
시그너스별의 하늘에는 거대한 천공 도시가 날고 있고,
그 중에는 아즐라가 사는 궁도 있어요.
근데 지배자인 아즐라는 지금 지구에 있는 
부하들의 메시지를 듣고 펄펄 뛰고 있군요. 
지노 1호는 파괴되었고, 
2호는 사다드란 자가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필라르는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고 합니다.
"진짜 태양은 아즐라인지도 모른다.
나는 윤태영으로 살겠다."
그리고 스스로 윤태영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즐라 (흥분한) 교활한 놈! 다, 놈의 수작이야.
E 폭발음.
기계음 아즐라님, 힘을 엉뚱한 데 쓰지 마십시오.
바보 같은 짓입니다.
아즐라 시끄러!
기계음 스트랄라님이 오셨습니다. 문을 열까요?
아즐라 열어.
E 자동문 열리는 소리.
스트랄라 뭐해요, 아즐라? 안색이 좋지 않군요.
누굴 기다리죠?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를 기다리나요?
아즐라 (냉정하게) 너의 쌍둥이 여동생.
스트랄라 (토라진) 루나레나? 그 앙큼한 기지배한테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거죠?
그 기지배는 무덤에 있는 사람 같잖아요.
그 음침하고 우울한 낯짝이라니.
아즐라 루나레나는 태양의 신부야.
그리고 나는 태양이고.
그 이상 무슨 이유가 필요하지?
스트랄라 정말 그 이유 때문이라면,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의 눈빛은 그게 아니잖아.
당신의 눈동자에는 언제나 루나레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단 말예요.
아즐라 스트랄라, 나가줘. 난 기분이 좋지 않아.
스트랄라 (독기 품은)그 계집애를 죽이고야 말겠어요.
항상 루나를 쫓고 있는 당신 눈동자 안에
그 기지배의 시퍼런 송장을 영원히 새겨주겠다구요.
코드 음산한 분위기.
부하1 아즐라님, 왠일이십니까?
아즐라 프로젝트 G의 상황을 보고 싶다.
부하1 이 쪽입니다.
E 기계문 작동시키는 소리.
부하1 보십시오. 거의 완성되어 갑니다.
이제 얼굴만 뜨면 되니까 며칠 후면 끝납니다.
E 기계 돌아가는 굉음.
아즐라 좋다. 
(에코)이번에야말로 네 숨통을 끊어주마, 필라르.
M " WISH YOU'RE HERE" ( PINK FLOYD )
NA. 아즐라가 꾸미는 새로운 음모는 또 무엇일까요.
그 시간에 지구에선 태영이가 병원에 누워있는데요, 
몹쓸 악몽을 꾸는 것 같군요.
태영 (악몽을 꾸는) 으아악..안돼 아즐라!
우리 부모님을 살려줘!! 아악!
박진희 태영아, 태영아, 정신 차려.
임마, 무슨 잠꼬대를 그렇게 요란하게 해?
쳇, 다시 잠이 들었잖아.
의사 또 사람 패서 데리고 오면 다신 안 봐준다.
박진희 글세 제가 때린 게 아니라니까요.
의사 그럼 왜 이런 작은 병원에 와?
저렇게 심하게 다쳤으면 큰 병원에 데리고 가야지.
우리 병원은 입원실은 없으니까 저 아이 깨어나면
얼른 데리고 나가.
E 걸어나가면서 문을 콰당 닫는 소리.
박진희 (에코) 모든 것이 꿈만 같다.
이 녀석은 어떻게 그런 초능력을 갖게 된 걸까.
난 이 녀석을 고수부지에서 만났지.
그리고...녀석을 덮쳐오던 죽음의 그림자들..
나를 찾던 가여운 태영이..하지만..
의사 (멀리서) 진희야, 나와서 뉴스 좀 봐라.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의사 저거, 너희들 아니냐?
박진희 네?
뉴스앵커 두건을 쓴 사람이 모든 카메라를 부쉈기 때문에,
남이 있는 사진은 이것 밖에 없습니다.
이 사진은 한 시민이 일회용 카메라로
찍은 것입니다. 
정부는 여의도 사태에 대한 대책위를 구성하고
남아있는 인조인간의 기계 팔은 
KAIST에 옮겨졌습니다.
사진 속의 이 학생들을 보신 분들은 
연락바랍니다. 바로, 이 학생입니다.
박진희 저건 나잖아? 어휴..이 일을 어쩌지?
의사 (믿기지 않는 듯)너, 인조인간이랑 싸운 거냐?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코믹하게) 말했으면 신고해서 진작에
나도 방송 좀 탔을 거 아냐.
박진희 아저씨!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에요.
E 문 열리는 소리.
박진희 태영아!
태영 (필라르 톤으로)집에 가야해.
아즐라가 우리 가족을 죽이려고 해.
박진희 아즐라가 누군데?
태영 어릴 때 잃어버린 내 동생.
(다시 태영이 톤) 어? 넌 진희 아냐?
야, 나 왜 이렇게 다친 거야?
팔이 아파 죽겠어. 온 몸이 다 쑤신다구.
박진희 야! 너 조금 전에 말한 거 기억 안 나지?
태영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박진희 너 여의도에서 싸운 것도 기억 안 나지?
태영 내가 싸웠어? 누구랑?
박진희 (한숨 쉬고)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어디 한 두 번 봤어야지.
의사 (귓속말로) 저 애, 정신과부터 데리고 가봐라.
M "달리기" ( 노댄스 )
박진희 태영아, 여기지? 너희 집.
태영 응.
박진희 이젠 더 이상 날 찾지 말아 줘.
난 내 한 몸 꾸리기도 벅차.
너하고 같이 있으면 계속 그런 일들에 
휩쓸리게 될 거야. 이만 사양하겠어.
(에코) 내가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내 어깨에 기대서 울던 아인데. 
(보통톤) 다신 우연이라도 널 만나지 않게 되길 
바란다.
태영 (아쉬운) 진희야..
M "헤어진 다음 날" ( 리 오스카의 연주곡)
자영 오빠! 어떻게 된 거야?
TV보고 엄마 쓰러지셨어. 오빠!!
태영 (E 달려가 화장실 문을 벌컥 여는)
(토한다) 으우웨엑!
어머니 (E 문 두드리는) 태영아, 왜 그러니?
태영아, 문 좀 열어봐!
태영 (에코) 나는 누구지?
나는 왜 내 주변 사람들까지 엄청난 고통 속으로
몰고 들어가는 거지?
어머니 태영아! 문 좀 열어라, 응?
E 문 열리는 소리.
태영 괜찮아요. 속이 안 좋은 것뿐이에요.
제 방에 가서 쉴게요.
어머니 (에코) 태영이가 이상해.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하지만, 태영이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그 앤 내 아들이야. 뺏기지 않아, 결코.

SIGNAL 2------------>

NA. 제가 오늘은 윤태영의 몸보신을 위해서
특별 영양식을 준비해봤습니다.
자, 여기 있어요. 꿀꺽. 내 침이 다 넘어가네. 안 보이신다구요?
이 요리는 눈으로 보거나, 입으로 맛보는 게 아니라구요.
이 요리의 재료를 말씀드리자면, 이런 겁니다.
우정, 용기, 신의, 그리고 열혈 청취! 맹렬 청취! 절대 청취!
자, 윤태영 군은 이거 한 그릇 드시고,
태영이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은, 내일 또 이 시간에 봐요.



06

E 군중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E 빵빠레.
군중들 (탄성)와아!
안내원 이 자가 바로 여의도 사태를 일으킨 외계인입니다.
자 보십시오. 우리랑 똑같이 생겼죠?
머리도 검고, 눈도 검고, 완벽한 한국인처럼
생겼습니다.
아저씨 그럼 내장도 우리랑 똑같나요?
안내원 (당황) 그..그건 아직 해부를 해보지 않아서 
모릅니다.
아줌마 아니 뭘 하는 거에요? 얼른 해부를 해봐야죠.
우린 알 권리가 있다구요.
아저씨 그럼, 그럼, 여의도 사태 때 죽은 사람이 몇인데,
아직 저 외계인을 살려둔다는 거요?
우린 저 자의 비밀을 알아내야 합니다. 
저 자의 몸 속 어디에서 그런 초능력이 나오는지,
어서 당장 해부해서 낱낱이 밝혀주시오.
아줌마 맞아요, 맞아, 얼른 해부해요.
군중들 (구호처럼 함께 외친다)해부! 해부! 해부!
E 스파크 일어나는 소리.
의학박사 (대통령 연설하듯이)여러분,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제 손이 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아,
부들부들 떨리는 게 보이십니까?
이제 우리는 세계 최초로 
외계인의 내장기관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든 이 메스가
외계인으로부터 우리 자손들을 구해주는
영광스런 무기가 될 것입니다.
최초의 외계인이 이 지구상에 나타났을 때,
누군가가 그의 배를 가르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의 미래는 외계인의 먹이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웅변 톤으로 점점 고조)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칩니다!!!
E 스파크 이는 소리.
태영 으악! 아아, 끔찍한 상상이다.
아냐, 난 외계인이 아니라구.
난 분명히 어릴 때 기억이 있어.
엄마가 날 나으실 때, 산부인과에서 찍은
사진도 있단 말야.
그래, 그건 그러니까 전생의 기억일거야.
난 전생에 우주의 용사였고, 
그래서 미래에서 누군가가 날 죽이러 사이보그들을
보낸 거야.
(아리송)아닌데, 전생의 일이라면 
이미 다 지나간 건데, 왜 미래에서 오지?
으으으..머리 아프다, 내일 지화한테 전화해봐야지.
지화라면 다 알아낼 수 있을 거야.
M "TORN" ( NATALIE IMBRUGLIA)
NA. 아직도 태영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지 못하는군요.
하긴 이해할 만도 해요. 그런 엄청난 일을 순순히 인정할만한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어요? 
거부반응이 나타나는 게 당연하죠.
E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

행인1 저 사람이야. TV에 나왔던 그 사진 말야.
여의도 사태를 일으켰던 그 인조인간들하고
싸운 애라구.
행인2 저 학생, 그렇게 아닌 척 하지말고,
싸인이나 좀 해줘. 아니, 학생! 어딜 가는 거야?
태영 (헉헉거리며 달리는)
이러면 안돼. 난 끌려가서 해부 당하기 싫다구.
M "HUSH" ( KULA SHAKER )
E 급하게 문 열고 닫는 소리.
여자1 (멀리서)변태야! 저기 웬 남학생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어요!! 
태영 여기가 여자화장실이었나?
아유, 이럴 때 순간 이동이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 슈욱 하고 빨려들 듯 이동하는 소리 (텔레포테이션)
여학생들 으악! 귀, 귀신이다!
태영 (놀라는)엥? 여긴 우리 학교잖아. 
정말로, 내가 순간이동을 한 거야?
와, 윤태영, 너 정말 대단하구나.
E 쿵하고 쓰러지는.
코드 띠요옹.
남학생1 태영아!
(와락 안기듯) 난 네가 내 친구라는 게 자랑스러워.
자, 여기 싸인 좀 해줘라. 응?
태영 왜..왜 그래?
여학생1 태영아, 우리 다 TV 봤어. 너 어제 굉장하더라.
어떻게 그런 힘을 갖게 된거니?
너 혹시 어릴 때 우주선에 납치되었다가 온 적 없어?
태영 왜 그래, 난 TV에 나온 그 사람이 아니야.
여학생1 거짓말하지마. 얼굴에 상처 난 데가 
어제 그 사람이랑 똑같은 데 뭘.
E 수업 시작 종소리.
문 열리는 소리. 저벅 저벅 들어오는 소리. 
담임 자, 다들 조용히 해라. 자리가 비었군. 
정유나는 안 왔나?
남학생1 네. 
담임 정유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없나?
(잠잠하자) 흠..윤태영!
너도 유나 소식을 모르나? 넌 유나 짝이잖아.
태영 모릅니다. 선생님.
담임 그래, 내가 연락해보겠다.
자, 수업 시작하자.
태영 (에코) 왜 이렇게 그리운 걸까.
팔이 저릴만큼 그리워. 
내 심장이 머리로 올라간 것 같아.
담임 윤태영, 5번 문제를 풀어봐라.
(크게) 윤태영!
태영 (E 의자 뒤로 밀리는 소리, 다다닥 뛰어가는)
담임 윤태영, 어딜 가나?
5번 문제 안 풀어도 좋으니까, 그렇다고 
창문으로 뛰어내릴 생각은 하지 말아라.
태영 (에코) 분명히 창밖에 있었어.
담임 윤태영, 저기 벽 쪽으로 가서 서라.
M "사랑은" (서영은) 깔리면서
루나 그는 완전히 윤태영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의 곁을 맴도는 
유령 같은 존재가 되고 마는군요.
사다드 루나, 너는 어떻게 할 건가?
루나 당신은요?
사다드 나는 어차피 그의 수호기사야.
그가 날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 존재는 그가 있음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루나 당신이 부럽군요.
사다드 넌 아즐라에게 돌아가야해.
네 몸 안의 폭탄은 진짜다.
루나 난 그를 만나겠다는 생각 하나로, 
아즐라에게 웃음을 팔며 지구까지 왔어요.
하지만 그는 나를 알아보지도 못했고..
이제 난 갈 곳이 없어요.
사다드 돌아가.
루나 지금와서 내가 아즐라에게 돌아가
그의 신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난 이미 필라르의 장성한 모습을 봤고,
그 모습은 내 심장에 십자가의 못처럼 
박혀 버렸다구요.
그는 나의 운명, 원죄에요. 
나는 그를 벗어날 수 없어요.
M 슈베르트의 "밤과 꿈"
루나 그가 기타를 치고 있군요.
이제 들으니 저건 마치 이별을 위한 곡조 같아요.
코드 슬픔이 밀려오는.
NA. 물론 태영이도 루나를 그리워하죠. 아직 그 그리움의 정체가 
뭔지 잘 모르고 있긴 하지만요. 윤태영은 알 수 없는 그리움을 
해결하기 위해 한지화를 찾아갑니다.
E 음식점의 소음
한지화 역시..여기에 있었구나.
태영 응, 너를 만나려고 왔어.
한지화 나한테 물어볼 게 있지?
태영 와, 넌 정말 족집게 무당이다.
너, 나하고 동업할래?
한지화 넌 뭘 할건데?
태영 (발랄하게)내가 손님들 끌어올게.
나 이래뵈도 말야, 방송 타서 유명인사가 됐다구.
한지화 태영아,너 지금 무척 슬프구나? 왜 그런 거지?
태영 그건..내 전생이 생각났기 때문이야.
한지화 전생?
태영 응. 내가 있던 곳은 커다란 기둥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고,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에머랄드빛의 호수가 있었어. 
그리고 하늘엔 공룡이 날아다니고 있었지.
그 공룡들의 울음소리는 이랬어.
"(병아리 소리)삐약 삐약"
한지화 지금 농담하는 거야?
태영 하하하.. 그리고 숲을 지나면 
거대한 도시가 있었어.
지구보다 훨씬 발달한 문명을 갖고 있어.
나는 제일 큰 성 안에 살았는데,
사람들은 내 앞에서 머리 숙여 조아리고 있었지.
한지화 그리고?
태영 너 지금 이런 생각하는 거지?
'이 자식 왕자병 아냐?' 하고.
한지화 아니야, 넌 진짜로 왕자였어.
태영 뭐? 정말? 그럼 너 점괘에도 내가 전생에 왕자로
나온단 말야?
한지화 그리고, 또 생각나는 대로 말해봐.

태영 (우울해지는)난, 그리워. 못 견디겠어, 이 그리움을.
그녀를 찾아야해.
내가 왜 이토록 그녀를 그리워하는지 꼭 찾아서
물어볼 거야.
전생에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내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꼭 말해줘야 해.
한지화 (에코) 그 유나라는 여자애를 말하는구나.
내 운명의 상대인 태영이는 
다른 여자애를 그리워하고 있어. 그것도 내 앞에서.
M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토이)
NA. 윤태영, 넌 여자를 모르는구나.
지금 한지화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가잖니.
어쩜 남자들은 저렇게 둔할 수가 있을까.
한지화 전생의 그녀라면서 어떻게 현실에 나타나지?
태영 응? 
한지화 지금 너한테 중요한 건, 그녀를 찾는 게 아니라,
니 기억이 전생인지 아닌지 알아내는 거야.
태영 뭐야? (E 탁자 내리치자 쪼개지는 소리)
그럼 그게 전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야?
어? 탁자가 왜 두동강이 났지?
으아아, 또 시작인가?
코드 풀리지 않는 신비.
태영 웃지만 말고, 제발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응? 제발, 점을 좀 쳐봐.
한지화 복채를 내!
그러지 않으면 점은 효과가 없어.
태영 나 아까 탁자 값 물어줘서 가진 게 하나도 없는 걸.

한지화 그럼 다른 거라도 줘.
(에코) 윤태영, 너 정말 잔인하구나.
태영 교복을 벗어 줄까?
한지화 내가 네 교복을 어디에 써?
태영 그럼 교과서를 줄까?
한지화 그럼 넌 뭘로 공부해?
(포기한)그렇게 유나가 있는 곳이 궁금해?
태영 알고 있었어?
한지화 나 족집게야. 그냥 연필 한 자루 줘. 그거면 돼.
태영 (반색) 지화자, 너밖에 없어.
E 공깃돌 굴리는 소리
태영 왜 그래? 점괘엔 어떻게 나오지?
한지화 서쪽. 뜨거운 태양, 뜨거운 모래.
태영 (실망한) 그럼 사막이란 말야? 
어떻게 사막까지 쫓아가지?
E 공깃돌 굴리는 소리.
한지화 오랫동안 못 만날 수니, 견우와 직녀로다.
(에코) 견우와 직녀라면..둘은 운명적인..
태영 정말로 견우와 직녀처럼 
비극적인 운명의 상대인 것 같아.
그 애 생각만 해도 난..(훌쩍이는)
M "나의 하루" (박정현) 듣다가 깔리면서
한지화 (담담하게)윤태영, 나는 유나와 너를 이어주는 
오작교가 아니야.
난 5년을 기다려왔어.
네가 나타나기를... 내 운명의 상대는 너란 말이야.
태영 (필라르 톤으로) 그녀는 20년을 기다렸어.
그런 그녀를 내가 떠나보낸 거야.
코드 콰과광 무너지는 소리.
NA. 윤태영은 집에 돌아가서도 루나레나 생각 뿐인데요,
한지화는 자기 방에 누워서 끙끙 앓고 있네요.
엄마 무당이 그러시는데, 지화가 점괘를 틀리게 말해줬다네요.
점괘를 틀리게 말하면 무당은 앓는다고 합니다요.
E 전화벨 소리.
태영 누구세요?
한지화 (다급한)태영아, 어서 집에서 나가. 어서!
아깐 내가 거짓말했어. 
유나를 찾아, 그 애가 도와줄거야. 동해로 가봐.
앗, 태영아, 뒤를 조심해!!
E 연이은 총소리와 폭발음. 유리창 깨지는 소리.
한지화 (비명지르듯이) 태영아!!

SIGNAL 
:"MISSING"(EVRYTHING BUT THE GIRL, REMIX VERSION)---->

NA. 어떻게 된 걸까요. 태영이는 분명히 집에 있었는데.
집까지 그 인조인간들이 찾아온 걸까요?
후, 이거 갈수록 간담이 서늘해지는군요.
앞으로 더욱 무시무시한 일들이 일어날텐데,
임산부나 노약자는 청취를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내일 이시간에 봐요.
오늘 레드문의 수호천사, 최화정의 마지막 애교 한 마디. 
"여러부운- 내일도 재밌겠지. 어!"



07

E 요란한 총성과 유리창 깨지는 소리.
E 전화 끊기고 나는 뚜뚜뚜 신호음.

한지화 (전화기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태영아, 태영아..

E 전화기선 끊는 소리. 
수화기를 주먹으로 쥐어 부수는 소리.

코드 공포스런 분위기
NA. (목소리를 깔고) 오늘 레드문에서 차린 식탁을 말씀드리죠.
원숭이 눈알이 둥둥 뜬 스프와, 어린양의 심장으로 만든 육회,
철사조각을 넣어 빚은 사람 모양의 만두,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공포심.
어머니역 (E 인조인간 목소리)
윤태영, 생각보다 재빠르군.
아버지역 (E 인조인간 목소리)
우리가 좀 더 조심했어야 했소.
놈이 거의 필라르화되어 가고 있으니 말이오.
어머니역 (E 인조인간 목소리) 
할 수 없군요. 밖에 나가 있는 3호를 불러 봅시다.
코드 공포스런 분위기
윤태영 (에코)전화를 받고 바로 공간이동을 하지 않았으면 
난 꼼짝없이 죽었을 거야.
그런데 인조인간들이 진짜 엄마 아빠는 
어떻게 한 걸까?
NA. 그렇구나. 인조인간들이 태영의 엄마 아빠로 나타난 거였어
요.그렇다면 진짜 부모님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요즘 아무리 진짜 같은 가짜가 많고, 가짜를 진짜로 속고 사는 
일이 많다지만, 부모님이 무슨 핸드백도 아닌데, 진짜와 가짜를 
가려야한다는 건 정말 너무합니다.
어머니역 (아주 멀리서 작게, 입 막힌 채 내는 신음)
음..음... 
윤태영 아니? 지하실 쪽이구나.
E 타타타 달려가 지하실의 철문을 쾅 연다.
어머니역 (입 막힌 채) 음..음..태영..
윤태영 (반가워)엄마! ( E 달려가서) 나쁜 놈들..
엄마 조금만 참으세요.. 제가 곧 풀어드릴께요.
E 입을 막았던 청테잎 좌악하고 뜯어내는 소리
어머니역 (공포에 질린)태영아, 엄마는 상관하지 말고, 
어서 도망가. 어서!
윤태영 (울면서)엄마, 안돼요. 
엄마를 놔두고 나만 갈 순 없어요.
M "WHEN THE CHILDREN CRY"( WHITE LION )
깔리면서..
어머니역 (눈물을 흘리듯)태영아, 저들은 인간이 아니야. 
어서 도망가지 않으면 넌 죽게 돼.
제발 태영아, 어서..어서..도망가..
윤태영 엄마, 다 됐어요. 
어머니역 (눈물어린) 자, 태영아, 내 손을 잡아라.
E 가까운 총소리
윤태영 으악!
어머니역 (음악 그치고)(갑자기 차가운 태도, 비웃는 )
넌 고등학생이나 된 녀석이
아직도 엄마 손이나 찾니?
엄마가 혼자 가라고 할 때 갔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 아냐.
엄마 말을 안 들으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윤태영 (에코, 신음하며) 이것도 엄마가 아니었어.
어머니역 (음산하게)아직 숨이 붙어있구나. 
하하하..걱정하지 마라.
너에게 생명을 준 건 나니까, 목숨도 내가 거둬가마.
윤태영 (화난)지금 무슨 소리야..넌 내 엄마가 아니야!
어머니역 하하하..(에코)
E 총소리
윤태영 (비명) 으악!
M "THE END OF THE WORLD"( SKEETER DAVIS )
아버지역 ( E 인조인간 톤) 이젠 죽었나?
어머니역 ( E 인조인간 톤) 분명히 죽었을 겁니다.
바로 가까이서 심장을 쐈으니까요.
아버지역 ( E 인조인간 톤) 생각보단 간단하군.
어머니역 ( E 인조인간 톤) 잠깐, 상처가 다시 아물고 있어요.
아버지역 ( E 인조인간 톤) 이 녀석, 육체까지
필라르가 되어 가고 있어. 
E 파파팟하고 스파크 일더니, 거대한 폭음
활활 타오르는 불길. 집이 타들어가는 소리
코드 음산한 느낌.
NA. 태영이의 몸에서 눈부신 광선이 쏟아져 나오면서
펑하는 폭발음이 들렸죠. 
역시 태영이는 위급한 순간에는 필라르의 능력을 발휘하는군요.
(무시무시하게) 하지만 피의 가면무도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태영 (정신이 드는) 여긴 어디지? 어? 여긴 세탁소잖아.
E 드드륵 미는 유리문 열리는 소리. 들어오는 발걸음.
세탁소주인 (반가워하는) 태영아! 너 살아 있었구나.
너희 집에 가스관이 폭발했던데..
넌 여기 있어서 화를 면했나보다.
엄마한테 얼른 말씀드려야겠구나.
태영 (의심하는) 아저씨, 우리 엄마는 살아있나요?
세탁소주인 그럼, 너희 엄마하고 아빠는 마침 집 밖에 계셔서
다치진 않으셨어.
널 찾으면서 집안에 태영이가 있다고 
울고불고 하시던데, 
네가 이렇게 살아있는 줄 알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니.
태영 (계속 의심하는) 혹시 엄마와 아빠가 
좀 이상해보이지 않았나요? 
말투가 조금 이상하거나, 손 모양이..
세탁소주인 (이상한) 너, 왜 그러니?
계속 이상한 말만 하는 것이 충격이 큰 모양이구나.
(다정한 말투로) "태영아, 내 손을 잡아라."
E 천장이 찌지직 금가는 소리
태영 어엇! 천장이? 앗, 이건 피잖아.
NA. 지금 태영이의 어깨로 핏방울이 떨어졌구요,
태영이가 놀라서 위쪽을 바라봤더니, 
세탁소 천장은 온통 핏자국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어요.
(목소리를 깔고) 여러분, 보이지 않으니까 더 무섭지요?
천정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E 천장이 내려앉는 소리. 무거운 시체 쿵, 하고 떨어짐
태영 아악!
(기겁하는)이건 세탁소 아저씨! 아저씨가 죽었어.
세탁소주인 (E 인조인간 톤으로)
이 녀석은 살아있는 동안 너무 많이 먹었군.
시체 무게 때문에 천장이 내려앉을 줄은 몰랐어.
태영 (에코) 세탁소 주인 아저씨도 
인조인간한테 당했구나.
세탁소주인 (E 인조인간 톤)윤태영, 이번엔 꼭 죽어줘야겠어!!
E 쇠로 된 손이 벽을 뚫는 소리.
세탁소주인 이놈, 잘도 피했구나. 하지만 이번엔!
E 쇠팔을 휘두르는 소리.
태영 으으악!
E 광선이 뻗어나가는 소리.
E 떨어진 기계인간의 목에서 
전선들이 스파크 일으키는 소리.
세탁소주인 (E 인조인간 목소리) 이 놈...필라르가 다 됐구나.
M "ONLY SHALLOW" (MY BLOODY VALENTINE)
NA. 태영이는 세탁소를 빠져나가서 골목을 헤메는데요,
그 때, 골목 어귀에서 마음씨 좋게 생긴 옆집 할머니가 
나타났어요. 이 할머닌 진짜일까, 가짜일까..
E 할머니 다가오는 발소리.
할머니 (자애로운)태영아, 여기 있었구나. 
어딜 돌아다니는 거니?
너네 집이 온통 불바다가 됐는데..
어서 엄마한테 가자꾸나. 불쌍한 것 같으니라구.
(다정하게) "태영아, 내 손을 잡아라."
태영 (겁에 질린) 가까이 오지마!!
할머니 (다시 호소하는) 태영아, 내 손을 잡아라.
태영 저리 가!
E 파악, 광선이 뻗어나가는 소리.
태영 (에코) 피.. 피를 흘렸어. 이건 진짜 할머니인가봐.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내가 사람을 죽였어. 내가 사람을 죽인 거야.
E 다다다닥 달려 사라지는 발걸음
할머니 멍청한 놈.
(E 돌아간 머리를 돌려 맞추는.. 쇳소리)
NA. 피를 흘리고 쓰러졌던 옆집 할머니는 태영이가 사라지자,
멀쩡하게 일어나서는 뒤로 돌아간 머리를 손으로 쓰윽..하고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습니다. 
잠깐, 이건 어디서 많이 봤던 장면이군요. 
맞아, 영화 엑소시스트에서도 악마에 씌인 소녀의 머리가 
휘이익 360도 돌아가는 장면이 나오죠. 
역시 나쁜 놈들은 머리가 잘 돌아가나 봐요.
M "EVERYBODY HURTS"( R.E.M.)
E 밤거리의 차 소리
행인 아니, 저 애는 왜 저렇게 피를 묻히고 다니나.
으이구, 밤중에 저러고 다니다니, 
꼭 귀신을 보는 것 같군.
태영 (에코) 엄마와 아빠와 자영이는 어떻게 된 걸까.
설마 그 놈들이 다 죽이진 않았겠지..
자영 오빠!
태영 자, 자영아!
자영 또 싸움하고 다닌 거야? 꼴이 그게 뭐냐구.
태영 (에코) 저것도 자영이가 아닐 거야.
( E 다다다 뛰어 멀어지는 소리)
자영 (쫒아가며) 오빠, 왜 그래?
왜 도망가는 거야? 정신 좀 차려!
태영 (뿌리치며) 놔, 저리 가란 말야. 
자영 오빠, 나야, 자영이라구.
태영 너도 가짜야.
자영 뭐?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태영 너도 날 죽이러 온 가짜잖아!
E 소방차의 싸이렌 소리.
자영 어? 왜 소방차가 우리 집 쪽으로 가는 거지?
(긴장한)오빠, 설마..우리 집에 무슨 일 있는 거야?
태영 (협박하듯)너, 어디서 뭐하고 왔어?
자영 (겁이 나는)도..독서실에서 공부하고 ...
E 병 깨는 소리.
자영 오빠, 왜 그러는 거야? 갑자기 병을 깨구...
왜 그래? 나 무섭다구.
태영 그 말, 정말이야?
자영 (무서워)아, 아냐, 독서실에 간다고 하고선 친구하고
극장 갔었어. 그래,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 봤어.
하, 하지만, 오빠, 그렇다고 날..
(비명) 꺄악!
NA. 태영이가 동생인 자영이의 손을 깨진 병으로 그어보는군요.
기계인간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려구. 틀림없는 피였습니다. 
태영은 자영이를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자영 (울며) 오빠, 잘못했어. 다시는 거짓말하고
극장가지 않을게..오빠, 오빠?
태영 자영아.
자영 오빠?
태영 (절망적) 자영아..흐흐흑..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어.
내일 아침이 밝아오면 어둠이 사라지듯이
이 모든 악몽이 사라졌으면 좋겠어.
M "PLEASE DON'T MAKE ME CRY" ( UB 40 )
자영 (흥분한 상태)지금 그 얘길 나더러 믿으라는 거야?
엄마, 아빠가 기계인간한테 당했다는 얘길 말야?
태영 아직은 몰라. 엄마, 아빠가 어디 계신지 모르겠어.
자영 (뒤돌아 급하게 가는)난 가겠어.
태영 (쫓아가며)어딜가?
자영 (뿌리치며) 이거 놔. 난 엄마한테 갈거야.
태영 집은 벌써 다 타버렸어. 
거긴 가짜 엄마 아빠만 있단 말야. 
거기에 가면 너도 위험해. 자영아!
자영 (이성을 잃은)바보 같은 소리하지 마. 
인조인간 같은 게 어딨어?
오빠는 지금 미쳐서, 악몽을 꾸는 거야.
나까지 오빠의 악몽에 끌어들이지 말라구!!
태영 정신 차려! (E 따귀를 올려붙이는) 
자영 오빠, 미워!
E 다다다 달려 사라지는.
태영 어? 자영아, 가지 말라니까.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NA. 태영이가 자영이의 뒤를 쫓아가보니, 
자영이는 이미 피를 흘리며 골목 어귀에 쓰러져 있었어요. 
태영이는 쓰러진 자영이를 일으켜 안는데요...
레드문의 수호천사는 태영이에게 이 한 마디를 해주고 싶군요.
'태영아, 무거운 여자를 조심해라.'
태영 자영아!
누가 이랬어? 엄마랑 아빠가 이런 거야?
자영 (기운 없는)아니야, 오빠, 나랑 똑같이 생긴 애가..
태영 뭐라고? 
자영 오빠, 내 손을 잡아줘.
태영 (에코) 이건..자영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겁다.
E 폭발음. 기계인간이 움직일 때 나는 
쉬익쉬익하는 쇳소리.
자영 (기뻐하는) 오빠, 죽었어? 
태영 (신음 소리) 으..
자영 (기뻐하며 놀리듯이) 오빠, 아직 안 죽었어?
SIGNAL 2 ---------->
NA. 꿈이라고 해도, 너무 끔찍한 꿈이군요.
엄마, 아빠의 모습을 한 기계인간에게 공격을 받은 태영에게
이젠 동생 자영이의 모습을 한 기계인간까지 나타났어요.
악마든 괴물이든 말예요, 그게 가장 익숙한 사람의 모습으로 다
가올 때, 제일 무섭잖아요.
(으시시하게)
여러분 날 믿어요?
아우...썰렁하다!



08

자영 (기뻐하는 목소리) 오빠, 아직도 안 죽었어?
조금만 기다려. 내가 단 한방에 오빠를 끝내 줄께.
태영 (에코) 그래, 날 죽여, 이대로 끝나고 싶어.
E 지이직, 하는 기계 소리.
루나 (에코) 일어나..
당신이 죽는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야.
태영 (에코) 너는 누구지?
E 펑하는 폭발음.
자영 (E 인조인간 톤, 고장난.) 여기는 자영. 실패했음.
E 인조인간, 파파팟, 스파크 인다.
M "TODAY" (SMASHING PUMPKINS)
E 산새 소리. 
루나 하루가 지났는데도 깨어나지 못하다니.
앗? 누가 다가온다. 필라르가 위험해.
다른 곳으로 유인해야돼.
E 슉하고 사라지는 소리. 
NA. 제 맛을 내는 게 제일 맛있는 거죠.
김치는 김치 맛을 내야하고, 삼겹살은 삼겹살 맛을 내야하고,
스테이크는 스테이크 맛을 내야 해. 
그리고 사랑은 사랑의 맛을 내야 하는 거죠. 
루나레나는 사랑의 맛을 제대로 낼 줄 아는, 용감한 여자 
같아요. 목숨까지 위협받아도, 태영이 곁을 떠나질 못하잖아요.
이런, 이제 아즐라의 부하인 지노가 기계인간들을 이끌고 
윤태영과 루나레나를 찾아서 산 속까지 쫓아 왔습니다.
E 폭발음
지노 조심해라! 적은 대단한 기습력이 가지고 있다.
E 폭발음. 기계인간의 몸에서 스파크 이는 소리.
지노 벌써 두 놈이나 처리하다니, 
역시 프린세스 루나레나님이군요.
루나 (멀리서)훗, 내 솜씨를 구경했으면 이만 돌아가시지.
지노 (외치는) 그건 안됩니다. 루나레나님. 
아즐라님의 전언을 들으시죠.
지금이라도 돌아오시면 폭탄을 제거하고 
용서해주시겠다고 합니다.
루나 (멀리서) 허튼 소리 하지 마라, 지노.
난 아즐라 따위의 말은 듣지 않는다.
지노 아무리 루나레나님이라지만, 무례하시군요.
루나 (멀리서)무례하다고? 아즐라가 뭐라고 그러는 거지?
그가 태양인 줄 알아? 그는 단지 태양의 자리를 
빼앗은 레드문에 불과해!
지노 (협박하듯)그 말씀을 그대로 아즐라님께 
전해도 될까요?
루나 네가 감히 누굴 협박하는 건가, 지노!
지노 공격해라!!
E 폭발음 연이어 들리고. 
NA. 루나레나가 아즐라의 부하와 싸우고 있는 동안,
태영이는 아직도 의식을 잃고 누워있어요.
한데.. 복도 많지, 태영이에겐 지화라는 또 다른 여자가 있지요?
한지화 (에코) 태영아, 일어나, 어서 거길 피해.
태영 (깨어나는) 응? 지화 목소리가 들렸는데..
지화야, 어딨어?(달려나가며) 지화야!

M "DEEP BLUE SEA" 
(BRIAN ENO, TRAINSPOTTING O.S.T.중 )
E 콰아아앙 굉음.
E 화르르 타오르는 불꽃.
지노 (죽어가며)루나레나, 당신이 어떻게 이런 능력을 
쓸 수 있는 거죠? 이건 왕족들이나 하는..
루나 난 내 능력을 감추고 있었을 뿐이야.
제거되지 않기 위해서. 잘 가라, 지노.
코드 다급한 느낌.
루나 (E 달려들어가며) 필라르, 필라르! 어디 간거야?
NA. 루나레나가 다시 태영이가 있던 곳으로 왔을 때,
태영이는 이미 그 곳을 떠난 후였죠.
텅 빈 공간...주변의 모든 것들이 비어버린 낯선 느낌!
루나레나는 가버린 태영이를 떠올리며 바위에 걸터앉았죠.
그런데, 태영인 어디로 갔을까?
루나 필라르는 어디로 갔을까?
아직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난 어디로 가지? 다시 동해로 가야할까.
M "CALLING "( 자베타 스틸, 바그다드 카페 O.S.T. 중)
E 슉하고 공간이동하여 나타나는 소리. (텔레포테이션)
사다드 대단한 솜씨였소, 루나레나.
7명의 기계인간을 혼자 해치우더군.
루나 사다드, 당신이었군요.
사다드 떠난다더니, 왜 그를 구하러 온 거지?
루나 당신은 수호기사라는 자가 필라르가 죽어가는데도
구경만 하고 있나요?
사다드 (냉정한)하지만 덕분에 잠자고 있던 
필라르가 깨어나기 시작했소.
전에도 말했지만, 그대는 아즐라에게 돌아가는 게
좋겠소. 
아즐라는 루나레나 당신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윤태영을 죽이려고 하는 거야.
그를 완전히 깨우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해.
그 시간을 벌어줄 사람은 당신밖에 없단 말이오.
루나 (반가운) 그럼, 필라르가 
깨어날 수도 있단 말인가요?
사다드 최후의 방법이 남아 있소.
루나 난..필라르가 나를 보면 깨어날 줄 알았어요.
(울먹인다)필라르가 깨어났을 때, 
그 앞에 내가 있고 싶었어요.
그가 깨어났을 때, 처음으로 보게 되는 얼굴이 
나였으면 하고..그래서 지구까지 왔던 거였어요.
(간절한)그가 있는 곳을 가르쳐줘요.
한번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그를 보고 싶어요.
내가 시그너스로 돌아가
아즐라에게 죽임을 당해도 후회가 없도록 말예요.
사다드, 그의 얼굴을 한번만 더 보게 해줘요.
M "EVERY TIME WE SAY GOODBYE" 
( ANNIE RENNOX, PRELUDE TO A KISS O.S.T. 중)
E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소리.
화물 트럭의 엔진음 점점 가까이 들린다.
NA. 부상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 윤태영은 동쪽으로 가야한다는 
한지화의 말이 떠올라서, 무작정 배추를 가득 실은 트럭에 
올라탔어요. 그런데 어쩌죠? 이 트럭은 동해로 가는 게 
아닌가봐요. 왜냐구요? 여긴 농수산물 시장인 걸요.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만화에선 이럴 때마다 항상 우연히 주인공과 만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E 시장 장사치들의 소리. 배추 던지는 소리.
상인1 (사투리로)야야, 박진희! 배추 좀 밟지 마라.
그렇게 발로 다 밟으면 우린 뭘 먹고 사냐.
빨리 빨리 해!
박진희 아저씨, 어떻게 더 빨리 하란 말예요?
(투덜대며 배추 던지는)
내가 무슨 기계인간인 줄 아나?
그렇게 급하면, 저 같은 놈 말고,
초능력자 같은 걸 부르라구요.
E 배추 들어내는 소리.
박진희 (놀라서)으악! 
정말 왔잖아.
(귓속말로) 야, 윤태영, 
넌 내 말 듣고 온 거야?
윤태영 (더듬거리며) 응? 무슨 말? 나 
박진희 (작게)얌마, 너 그러고 있으니까 꼭 배추벌레 같다.
상인1 뭐야? 배추 안에 배추벌레가 있다고?
(다가오며) 아니 이건 뭐야, 왠 녀석이..
이 녀석, 배추 훔쳐가려고 숨어든 좀도둑 아니야?
박진희 (말리며)제 친구에요. 아저씨. 저 찾아서 온 거니까,
한번만 봐주세요. 태영아! 내려.
상인1 아니, 너랑 친구들은 배추 속에서 미팅하냐?
상인2 (가까이 오며)이봐, 걔 전에 기계인간하고 
싸웠다던 애 아닌가?
박진희 너 어떻게 된 거야? 또 누구한테 쫓기는 거야?
윤태영 그, 그래. 나하고 같이 있으면, 너 말대로 
진희 너까지 위험해져. 그러니까..나 갈게..
(다다다 뛰어가는)

M "TRULY MADLY DEEPLY" ( SAVAGE GARDEN )
듣다가 깔리면서
박진희 (뛰어 달려오며)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
그리고 너 피 나잖아. 이리 보여 줘봐.
NA. 박진희는 윤태영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려고 했지만,
태영이가 반대를 했어요. 그래서 박진희는 태영이를 데리고 
자기가 사는 곳으로 왔는데요, 여긴 무슨 카센타라는 허름한 
간판이 붙어있군요. 진희가 사는 방은 카센타 건물의 지하에
있는데....여긴 욱, 곰팡이굴이군요. 후-숨막혀.
박진희 뭘 봐? 이런 더러운 덴 처음 본다는 눈빛이군.
윤태영 (조심스럽게)너, 이런 데서 살아?
박진희 그래, 고아에겐 이런 곳도 과분하지.
윤태영 고아..였어? 
박진희 어서 눕기나 해. 상처에서 계속 피가 나잖아.
윤태영 너..고아치곤 깨끗하구나. 손톱에 때도 없고.
박진희 여긴 세차장이라서 물이 많다, 왜?
나쁜 녀석, 이런 상황에서 농담이 나와?
(E 멀어지며, 수화기 드는 소리) 
아저씨, 여기 환자가 한 명 있는데요..
윤태영 (큰 소리로)안돼!
E 수화기 부숴지는 소리.
윤태영 전화하지 마. 조금 있으면 난 저절로 나을 거라구.
아까도 말했잖아. 난 병원에 안간다고.
내가 여기 있는 걸 놈들이 알게 되면
의사 선생님도 너도 다 죽게 된단 말야.
박진희 야 나쁜 자식아, 그렇다고 너, 내 전화기를 부숴?
(화난) 내가 전화기 한 대 사려면 
몇 시간이나 일해야되는지 알아?
윤태영 미, 미안해.
박진희 이 괴물 같은 놈이...근데 너 어떻게 내 전화기를 
손도 안대고 부순 거야?
윤태영 (숨 죽이며)가만, 진희야, 천정에 누가 있어.
박진희 쥐겠지 뭐.
윤태영 아니야. 분명히 나를 노리는 놈들 중 하나일 거야.
가야 해, 안 그러면 네가 죽을 거야.
박진희 이런 몸으로 어딜 간다는 거야?
어서 누워. 여긴 아무도 없다구.
윤태영 (흐느끼며)네가 죽는단 말야, 
놈들이 또 네 모습으로 변장해서..
박진희 글쎄, 난 안 죽어. 이래뵈도 서울 최고의 주먹이야.
난 널 두고 죽지 않아.
이렇게 상처 입은 널 두고 죽진 않는다구.
윤태영 (감동해서 흐느낀다) 진희야..하지만..
박진희 야, 제발 그만 좀 울어. 전화기 값 안 받을게, 응?
루나 (에코) 저 애가 필라르를 지킬 수 있을까?
NA. 오오- 천정에 있는 건 루나레나였군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필라르를 보겠다더니, 
사다드에게 듣고서 여기까지 왔던 거였어요. 
참, 설명을 해줘야지. 사다드는 필라르의 수호기사이기 때문에, 
영혼의 교감을 통해서, 필라르가 어디 있는지 항상 안다고 해요.
뭐 사다드와 필라르만 그런 건 아니죠.
여러분도 친구랑 또 애인이랑 텔레파시 통해본 적 있죠?
그에게 전화를 걸려고 수화기를 들려고 하는데, 띠리리링-할 때 
있잖아요. 우리도 어쩜 시그너스별 출신 아닐까?
윤태영 그 애가 있어야해.
박진희 누구?
윤태영 그애..지화가 있어야 해.
박진희 지화?
윤태영 응, 그 꼬마 무당 말야. 
박진희 그 애를 데리고 오는 건 괜찮아?
윤태영 응, 그 애는 특별한 아이니까 괜찮을 거야.
루나 (에코) 그 애가 있어야한다고? 그 애가 특별하다고?
필라르는 내가 아니라, 한지화를 찾고 있었어.
E 펑하고 꽃병이 터지는 소리.
박진희 무슨 짓이야? 왜 꽃병을 또 부수는 거야?
얌마, 전화기 부순 것도 모자라서 
꽃병까지 부수는 거야?
윤태영 내가 한 게 아니야. 누가 여기에 있어.
루나 (에코) 그래, 필라르, 넌 나를 잊었었지.
내가 그걸 잊고 있었어. 필라르- 안녕-
윤태영 (깨달은) 어? 이 느낌은, 이 그리움은.. 루나...
안돼, 가지 마! 가지 마! 루나..
M "바보" ( 박효신 )
E 산새 소리.
사다드 필라르를 만나봤나?
루나 그는 필라르가 아니야! 윤태영일 뿐이에요.
그깟 지구인 녀석, 이젠 다시 보고 싶지도 않아요.
사다드 무슨 일이 있었군.
루나 (에코) 저 녀석 내 마음을 읽는 건가?
어쨌든 나는 아즐라에게 돌아가지 않겠어요.
E 쉭 하고 뻗어나가는 기.
루나 (사나운)이거 풀지 못해?
사다드 네가 그 무당 소녀를 죽이려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순 없다. 
루나 (에코) 저, 정말 내 마음을 읽었잖아.
(보통톤) 수호기사는 필라르의 연애상대까지
수호해주나 보군요.
사다드 나는 그분께 필요한 사람을 지켜줄 뿐이야.
네 말대로 그 분이 깨어난다고 해도,
완전히 필라르님이 될 순 없어.
너와 그분의 혼약도 이미 
시간의 빗속에 사라진 몇 방울의 눈물일 뿐이야.
사람들은 그걸 과거라고도 하고, 
망각이라고도 하지.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미래에 무엇이 올지 아무도 모르는 거야.
따라와, 보여줄 것이 있다. 
E 텔레포테이션
코드 비밀이 밝혀지는 느낌.
NA. 여기는 얼음으로 뒤덥힌 남극 대륙입니다요. 
바람 소리가 매섭죠?
E 매서운 바람 소리.
루나 왜 이런 곳까지 날 데려온 거지?
사다드 위를 봐.
루나 (놀라고 슬픈..) 필라르.. 필라르..

SIGANL 2------------>
NA. 그는 분명히 필라르였죠.
이마에 커다란 점이 있는, 진짜 필라르였다구요.
필라르가 남극대륙의 거대한 얼음 속에 꽁꽁 얼어서 
갇혀있었던 거에요. 그렇다면 윤태영은 누구고, 그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필라르는 또 누구일까요. 
아무튼, 사랑하는 사람은 차디찬 얼음이 되어버렸고,
그녀의 눈에선 피보다 더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과연 루나레나의 눈물이 필라르의 심장을 녹일 수 있을까요?
마치 동화에서처럼요. 



09

E 매서운 남극의 눈보라 소리
사다드 필라르님은 우주선 안에서 성장했다.
M "IMAGINE" (J. LENNON) 깔리면서..
몸이 자람에 따라 점점 강해지는 필라르님의 능력은
놈들의 추적 장치에 걸리게 되었지.
공격은 계속되었고, 우주선은 한대밖에 남지 않았지.
살아남은 사람은 겨우 20 여명..
극도의 불안과 고통 속에서..
우리는 지구의 푸른빛을 보았다.
그 분은 남은 우리들과 지구를 위해 자신을 버렸다.
뇌사 상태에 빠진 지구인 소년과 뇌를 바꾸고
그 바꿔친 뇌에서 필라르님의 기억은 봉인하고
대신 소년의 기억을 주입시켰지.
그렇게해서 지구인 윤태영으로 살아가다가,
아즐라의 집요한 추적으로 결국 발각되고 만 거야.
이제 필라르님은 깨어나야해.
그렇지 않으면 지구 전체가 위험해진다.
루나 (목이 메인)저렇게 비슷하게 생긴 자를 고른 건 
우연이 아니었을 것 같군.
사다드 그래, 내가 사고를 일으켰어. 
물론 필라르님에겐 비밀로 했지.
루나 잔인하군, 사다드.
(에코) 그랬구나, 내가 봤던 건 필라르가 아니었어.
필라르는 얼음 속에서 저렇게 굳어있는데..
마치, 누가 내 심장을 얼음에 문지르는 것 같군.
M "그냥 이렇게" (이소라)
루나 그래, 사다드, 돌아가겠어.
아즐라에게 가서 그는 윤태영일 뿐이라고 말해줄게.
필라르는 죽었고, 이젠 깨어날 수 없다고, 
거짓말까지 해주지.
코드 너무나 슬픈 ..
루나 왜 이렇게 미운 거지?
필라르, 나는 네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어.
네가 지구인으로 살기로 결정했을 때,
너는 내 생각을 조금이라도 해봤니?
필라르, 아무리 머리로는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내 마음은, 내 감정은.. 너를 향한 증오로 
타버릴 것 같아.
난 미움이 이렇게 괴로운 건 줄 몰랐어.
사랑 끝에 오는 것이 이토록 지독한 증오라면,
왜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된 걸까?
M "SUMMER KISSES, WINTER TEARS" 
(줄리 크루즈,UNTIL THE END OF THE WORLD O.S.T.중)
태영 (E 벌떡 일어나)잘못 들은 거겠지?
그녀가 이 곳에 다시 오진 않았으니까.
진희가 지화를 데려온다고 했으니까..
좀 더 자둬야지.. 아..졸려..왜 이렇게 졸린 거야?
E (텔레포테이션) 갑자기 나타나는 소리.
사다드 제가 당신을 모시고 가야하니까요, 필라르님.
코드 비밀스런 느낌.
E 계단 내려오는 두 사람 발자국. 방문 여는 소리
진희 지화야, 여기야. 
어? 아니, 태영이가 어디로 갔지?
지화 진희야, 여기 없어, 누가 태영이를 데려갔어.
진희 뭐라고? 또 기계인간이야?
지화 그 두건 쓴 남자야..뒷산에 있어.
진희 뭐?
NA. 거참 용하네, 저 꼬마 무당 아가씨 큰 일 하겠어.
지화자, 나도 뭐 좀 물어봐도 되니? 
어? 복채 달라고? 복채 대신 잡채 주면 안돼?
E 산새 소리
사다드 (냉정하게)미안하다, 태영아.
윤태영 (목 졸린) 으으으...
NA. 이건 또 뭐죠? 사다드가 윤태영의 목을 조르고 있어요.
이것도 혹시 가짜 사다드인가? 진짜라면 왜 저런 짓을 한단 
말예요? 믿었던 목걸이에 목 졸리는 격이군요.
윤태영 (필라르 톤으로, 엄한) 
네가 어찌하여 내 목을 조르느냐.
사다드 음?
E 파악하고 기가 뻗어나가는 소리.
사다드 기에 밀려 허공으로 날라가 
근처의 나무에 부딪히는 소리.
사다드 깨어나신 건가?
윤태영 (태영이 톤)사다드, 왜 그래? 
왜 너마저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사다드 (에코) 그래, 깨어날 리가 없어. 
넌 윤태영일 뿐이야. 
그렇다면 단번에 심장을 찔러주지.
(E 큰 칼을 휘두르는)
윤태영 (태영이 톤) 왜 그래, 사다드!!!
NA. 사다드가 잠깐 주춤하네요. 음. 갈등하고 있는 거야.
사다드 (에코) 아무리 내가 고른 아이지만, 
자라면서 저렇게까지 필라르님을 닮아가다니..
박진희 (E 몸을 날리면서 발차기로 사다드를 공격한다)
물러서!
사다드 윽!
한지화 (E 달려오며)태영아!!!
박진희 (무섭게)태영이를 이리 내! 
E (텔레포테이션)슉하고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소리.
박진희 (황당한)사라졌어. 바람같이, 눈앞에서 사라졌어.
한지화 저건 순간이동이야. 이번엔 멀리 갔어.
우리가 쫓아갈 순 없을 것 같아.
박진희 뭐, 뭐라고? 난 못 믿겠어. 이게 무슨 영화냐구.
순간이동이라고? 난 그런 거 안 믿어.
이건 현실이 아니야.
한지화 현실이야. 너도 알고 있잖아.
박진희, 너와 나는 그의 운명에 휘말렸어.
윤태영은 태양이고, 우린 태양의 운명의 궤도를 도는 
위성이 된 거야.
M WOUNDED BIRD" 
(CHARLES & EDDIE, TRUE ROMANCE O.S.T. 중)
E 바닷가 파도 소리.
NA. 앗, 이번엔 바닷가 살인 사건이 되겠군요.
사다드가 지금 윤태영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데요, 계속 
왜 저러는 걸까요..어머 윤태영이 광선을 뿜으며 일어나네요.
E 광선이 뻗어나가는 소리.
윤태영 (필라르 톤) 사다드, 네 놈이 감히 
내 몸에 칼을 대다니. 어째서냐?
사다드 죽을 죄를 졌습니다.
윤태영 바보 같은 놈! (E 칼이 저만치 날아가는 소리)
그래, 깨끗하게 네 손에 죽는 게 나을지도 몰라.
그 편이 아즐라를 위해서도 좋을 거야.
사다드 필라르님, 왜 아즐라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시려고 합니까?
윤태영 사다드, 내가 태영이로 있을 동안은
나는 너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네가 날 필라르의 육신으로 바꿔놓는다면,
난 깨어나서 널 용서하지 않는다, 결코.
사다드 필라르님, 당신의 종을 두고 어딜 가십니까?
윤태영 (차갑게)넌 이미 나의 종이 아니다.
NA. 잠깐, 해설이 있겠슴다!
사다드는 지금 윤태영의 육신을 죽이고 뇌만 꺼내서 
남극얼음 속에 갇혀있는 필라르의 육신에 합체시키려는 
거였어요. 그래야 완전한 필라르가 부활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필라르는 그걸 몹시 싫어하는 것 같군요. 오랫동안 
살아온 육신이 고행처럼 느껴져서일까?
어쨌거나 필라르가 된 태영이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어, 저긴 자기 동네 쪽인데..제 발로 호랑이굴에 가는군요.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동네아저씨 아니, 태영아, 너 어디 갔다 오는 거냐?
지금 집은 엉망이 되었는데..
자, 태영아, 내 손을 잡아라.
윤태영 (필라르 톤으로)내 손을 잡으라구?
그것밖에 없나? 난 그 말이 지겹다.
E 폭발음.
군중들 놈이 능력을 회복했다. 모두 놈의 집으로 가자!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어머니역 (반가워하는)태영아!
윤태영 (필라르 톤)내 가족들은 어디에 있는가?
어머니역 엄마한테 그게 무슨 소리니. 태영아.
윤태영 (필라르)그래, 내가 괜한 걸 물었군.
네 머리 속에 있는 메모리칩을 꺼내면
알 수 있는 걸 말이다.
E 퍽하고 쇠를 부수는 소리. 폭발음.
군중1 (에코) 자, 모두 저 놈과 함께 자폭한다.
군중2 (에코) 모두 그 놈의 방으로 모여! 어서!
E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
윤태영 (필라르 톤) 모두 시그너스별로 가셨구나.
그래, 나도 시그너스로 간다. 
부모님과 자영이를 구하기 위해서..
이게 비록 아즐라의 유인책이라 해도..
평온한 내 지구 생활을 포기하고, 
결국 모든 걸 다 포기해야된다고 해도..
나는 가지 않을 수가 없어.
군중들 자, 태영이를 안아라!
E 거대한 폭발음 연속적으로 들린다. 집이 폭발.
NA. 기계 인간들은 벽을 타고 넘어들어와서, 태영이를 와락 
껴안고 자폭해버리고 말았어요. 태영이의 집은 거대한 구멍을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죠. 
가미가제 이래, 제일 화끈한 공격이군요. 
M "KISS OF FIRE" (루이 암스트롱)
박진희 지화야! 다시 한번만 해봐.
한지화 (신경질적으로) 아까 해봤다고 했잖아.
박진희 그래도 다시 한번만 해봐. 내가 복채 두둑이 낼게.
한지화 복채 때문이 아니야.
살아있으니까 믿고 기다리면 되는 거지,
왜 맨날 점만 치려는 거야?
(참을 수 없는 두통에)아..
박진희 (걱정되는)지화야, 왜 그래?
너..점괘를 거짓말로 말한 거지? 말해봐.
한지화 진희야, 더 이상 묻지 마.
박진희 (담담하게)지화야, 좋지 않은 점괘지? 
솔직하게 말해줘.
한지화 (울먹이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아서 그래.
태영이 집에서 폭발이 일어난 후로는
태영이의 기가 느껴지지 않아.
겁이 나서 점을 칠 수도 없었어.
점을 치지 않으면 그래도 희망이 있는 거잖아.
박진희 잘됐어. 차라리 잘 된 거야.
이제 우리는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게 된 거잖아.
더 이상 그런 악몽 같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을 거고,
넌 너대로 난 나대로 살아가면 돼.
그 녀석을 만나기 전처럼 말야. 
모든 게 정상이 되는 거라구.
한지화 박진희, 넌 마치 태영이가 죽어서 잘됐다는 투구나.
박진희 (오기로)그래, 잘됐어! 난 너무 좋아서 죽겠어.
난 길에서 우연히 그 녀석을 만났을 뿐이야.
그딴 녀석이 내 생활을 엉망으로 만들게 둘 순 없어.
(E 멀어지며) 난 나 혼자 먹고 살기도 바쁘다고.
난 너희들과는 달라!!
E 자전거 올라타, 출발하는 소리.
M "길에서 만나다" (토이)
E 거리의 차 소리. 자전거 달리는 소리.
E 트럭 급정거하는 소리..
운전사 이 멍청한 녀석아, 너 지금 죽고 싶어?
박진희 (에코) 젠장..윤태영, 너 왜 자꾸 어른거리는거야.
너, 왜 아르바이트도 못 가게 만드는 거니?
NA. 결국 박진희는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것처럼,
폭발이 일어난 윤태영의 집터로 달려가고 말았어요. 
이건 뭐가 있는 거야. 저절로 발길이 가는 곳은 맛있는 
음식점이나, 소중한 사람이 날 기다리는 곳, 둘 중 하나죠.
박진희 여의도에선, 그 폭발 속에서도 살아났어.
그 때 태영이한테 어떤 보호막 같은 게 생겼지.
나도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말야.
분명히.. 살아있을 거야.
인부1 학생, 들어가면 안돼! (E 쫓아오며)
이봐, 학생! 거긴 언제 다시 무너질지 모른다고!
박진희 (E 몸을 날려 구멍 쪽으로 뛰어들어간다)으악!
E 땅이 무너지는 소리.
인부1 (멀리서) 학생, 괜찮아?
NA. 박진희는 가라앉은 땅 밑에서 태영이를 발견합니다.
태영이는 기타를 껴안은 채 의식을 잃고 있었어요.
박진희가 태영을 끌어안았을 때, 두건맨, 사다드가 나타나서,
태영이와 박진희를 순간 이동시키는군요.
E 슉하고 공간이동하는 소리.
사다드 비켜라!
박진희 안돼, 못 비켜. 넌 윤태영을 죽이려고 했어!
사다드 네가 끼어들 데가 아니다. 윤태영은 내게 맡겨라.
박진희 어디, 죽일테면 죽여봐. 하지만 태영이를 
해칠 생각이라면 나 먼저 죽여야할껄.
사다드 난 그분을 위해 이미 한 사람을 죽였다.
더 이상은 이 손에 무고한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아.
E 바람이 일면서 사라지는 소리.
박진희 (에코) 뭐? 한 사람을 이미 죽였다구?
휴- 정말 죽을 뻔했잖아. 아휴 심장이 벌렁거리네.
윤태영 (깨어나는, 필라르 톤으로) 네 목소리를 들었어.
박진희 어? 태영아, 깨어난 거야?
윤태영 (신음하며)널..내가 불렀어.
편지를 써야하니까, 내게 펜과 종이를 줘.
박진희 편지? 누구한테?
윤태영 나에게 보내는 편지야.
내가 다시 깨어났을 때, 
시그너스별을 물어봐서 모르면,
이 편지를 또 다른 나에게 줘.
꼭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전해줘..

SIGNAL 2-------->
NA. 윤태영은 암호 같은 편지를 쓰더니, 
다시 잠이 들고 말았어요.
흠, 저두 가끔 저 자신한테 편지를 쓸 때가 있긴 한데요,
"화정아,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시장봐야해. 김이랑 단무지랑 
오이랑 깨소금이랑.." 주로 이런 걸 냉장고에 붙여놓는다구요.
암튼, 가끔 자신한테 편지 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머리 속으로 생각할 땐 막연하던 것들이 글자가 돼서 나타나면,
훨씬 선명하게 문제의 핵심이 떠오르거든요. 
글은 책상서랍처럼, 엉킨 생각들을 정리정돈해준답니다.



10

NA. (마녀가 주문 걸 듯이) 일어나라, 필라르...
언제까지 쿨쿨 잠만 잘 거냐.
레드문의 수호마녀, 최화정의 평생 소원은 우주선 타고 
우주로 나가 우주선 기내식을 먹어보는 건데, 아 또 있지, 
시그너스별의 특산물들 말야. 난 못 먹어본 게 생각나면 
잠이 안 온다구...
그런데 네 녀석이 잠만 자는 바람에 영 진전이 안되잖아. 
자, 내가 셋까지 세면 일어나는 거다. (점점 긴장감 있게) 하나, 
둘, 셋! .... 흥, 안 일어날 줄 알았어. 
E TV 소리..
박진희 아저씨, 태영이는 좀 어때요?
피를 너무 많이 흘리진 않았나요?
만일 피가 부족하면 제 피라도..전 0형이라서
누구한테든 줄 수 있거든요.
동네의사 O형이라도 소용없어.
박진희 네? 그럼 태영이 피가 RH-인가 하는 
그런 드문 피인가요? 
동네의사 드문 피지. 적어도 이 지구상에선. 
진희야, 네 친구, 혹시 외계에서 왔냐?
박진희 아저씨는 병원에 환자가 없으니까, 
맨날 TV만 봐서 그런지 약간 이상해진 것 같아요.
동네의사 흥. 네 친구 검사결과를 알면 
너도 나처럼 생각하게 될 걸.
박진희 검사결과가 어떤데 그래요?
동네의사 얌마, 아까 말했잖아. 
쯔쯔, 똑같은 말을 두 번하게 하고 있어.
네 친구의 혈액검사를 해봤더니,
A,B,C,D,E,F,G,Z까지 다 아니야. PH-도 아니고.
네 친구의 피는 정체불명이란 말이다.
더 황당한 건 뭔지 알아?
자체치유력까지 있다는 거지. 
상처가 스스슥하면서 
눈앞에서 아물고 흉터까지 사라지고 있단 말이야.
(귓속말하듯)너, 저 친구 나한테 넘겨라.
내가 해부해서 노벨 의학상 좀 타보게.
M 영화 ET 메인 타이틀
박진희 (E 달려가 문 벌컥 여는) 
(에코) 정말 깨끗하다.
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이젠 흔적조차 없어.
피부도 윤기가 흐르고, 
아무리 봐도 아픈 사람 같지 않아.
이 녀석, 정말 ET 였나. 
그래서 그런 초능력이 있었던 걸까?
동네의사 (E 다가오며) 어때? 내 말이 맞지?
어, 이젠 피부가 완전 우유빛이구만.
윤태영 (괴로운 비명) 으아아악!
E 와장창하고 침대, 물건, 집기들 부숴지는 소리
박진희 태영아! 어디 아픈 거야? 왜 그러는 거냐?
윤태영 (다시 비명) 아아악!
E 유리창 깨지는 소리.
NA. 그렇게 초능력으로 병실을 다 부숴놓고 태영이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어요. 참, 잠꼬대도 요란하게 하네요.
저렇게 잠꼬대하는 사람이 가족이면, 집안이 다 거덜나겠다.
M "IN DREAMS" ( ROY ORBISON)
루나 (에코)필라르.
윤태영 (에코)보고 싶었어, 루나.
루나 필라르, 깨어났구나.
윤태영 그럼, 이렇게 예쁜 신부를 두고 
늦잠을 잘 순 없잖아.
루나 (요망하게 변하는)필라르, 넌 내거야....하하하하...
윤태영 으악, 뱀, 뱀이야!
어머니 (걱정하는) 태영아, 태영아, 무슨 잠꼬대를 
그렇게 요란하게 하니? 나쁜 꿈이라도 꾼 거야?
윤태영 (울먹) 엄마! 살아있었군요.
어머니 (웃으며) 태영아, 무슨 꿈을 꿨길래, 그래.
엄마야 항상 네 곁에 있지. 
윤태영 그래, 나쁜 꿈이었어요.
이제 난 다시는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어머니 얘가, 징그럽게. 어리광 그만 피우고 가서 씻어.
학교 늦어.
자영 오빠, 어휴, 늦잠꾸러기, 이 게으름벵이, 
주제에 잠꼬대까지 환상으로 해요.
오빠 얼굴이 지금 얼마나 멍청해 보이는 지 알아?
그 눈꼽이나 좀 떼!
어머니 자영아, 오빠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E 수업 시작 종.
학생들 (반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
담임 윤태영, 너 또 지각했었지? 이리 나와봐.
윤태영 (장난치는)저 말입니까?
선생님,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코) 야단 좀 맞으면 어때. 모든 게 정상인데.
준식이도 있고, 유나라는 아이는 아예 없는 걸.
모든 게 다 정상이야. 제자리로 돌아갔어.
코드 신비한 꿈 속을 헤메는..
박진희 (크게)태영아, 태영아! 정신 좀 차려!
동네의사 관둬라. 아무래도 쇼크상태인 것 같다.
동공반응이 없어.
박진희 그럼 어떻게 좀 해보세요. 
아저씨는 의사면서, 도대체 하는 일이 뭐 있어요?
동네의사 쨔사, 난 지구인 의사야. 
너더러 외계인을 어떻게 치료하란 말야?
거 왜 있잖아, 우주선이 나타나는 지구에 오는
만화 말야. 오징어 같은 우주선에서 꼴뚜기를 닮은 
외계인 세 마리가 내리거든.
그 외계인 놈들이 꼴뚜기인 척하고 있으니까
아줌마가 지나가다가 보고서 이러는 거야.
"아유 꼴뚜기가 왜 여기 있는 거야?"
하면서 도마에 올려놓고 칼을 탁 내려치려니까,
외계인들이 어떻게 했는 줄 알아?
먹물을 확 쐈다구.. 잘 못 건드렸다가
나도 무슨 봉변을 당할지 어떻게 알아?
윤태영 (중얼거리듯)나를 깨워 줘.
박진희 (다가오며)태영아, 정신 들어?
윤태영 다 꿈이라고 해줘. 이건 꿈이라고 말해 줘.
박진희 (성난)너 지금 꿈을 꾼다고 생각하는 거야?
너 땜에 죽을 고생을 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넌 한다는 말이, 다 꿈이라는 거야?
동네의사 (다가오는)비켜라, 그러다 애 잡겠다.
(다정한)얘야, 나쁜 꿈은 어서 깨야지. 
무슨 꿈을 꿨는지, 깡패같은 진희 녀석은 상관말고,
이 샤프한 아저씨한테 다 말해봐라.
윤태영 (정신없이 말하는) 아저씨, 유나가 괴물이 됐는데, 
엄마가 전처럼 날 깨웠고, 
난 엄마한테 어리광도 부리고..
동생도 똑같았어. 날 구박했어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한테
멍청한 게으름벵이라고 했어요.
동네의사 진희야, 얘 동생도 이상한 애냐?
윤태영 학교에 갔더니 아이들도 모두 있었고, 
유나는 없었어.
너무 행복했는데, 진희가 또 날 깨운 거에요.
이것도 꿈인 거죠? 그렇죠, 아저씨?
박진희 (E 퍽 주먹으로 때리는) 이 나쁜 자식아.
너 지금 이걸 모두 꿈이라고 하는 거야?
그럼 내가 겪은 일들은 다 뭐야?
난 네 꿈속에 빨려 들어간 허깨비란 말야?
이게 꿈이면 어디 깨어봐! 깨어보라구!
(E 신문지를 확 내던지며)하지만 이게 현실이야.
네 친구가 신문에 대고 다 떠들어놨어.
너하고 나는 여의도 사건하고,
너네 동네에서 일어난 폭파 사건 때문에 
수사관들한테 쫓기는 신세가 됐다고.
국립과학연구소는 네가 어디에 가든 쫓아갈거야.
윤태영 그럼, 나를 잡아다가 해부하는 거야? 
박진희 망할 자식, 너, 시그너스별이 어딘지 알아?
윤태영 응? 그게 뭐야?
박진희 시그너스가 어딘지 물어서 모르면 
이 편질 너한테 주라고 했어.
(E 주머니 뒤져 종이 꺼내)
잠들기 전에 네가 너한테 쓴 편지야.
꼭 여기에 쓰여진 대로 하라고 했어.
M "LOOSER" ( BECK )
NA. 윤태영은 편지를 읽고 나서는 아무 말이 없어졌고,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되어버렸어요.
일종의 쇼크상태라고나 할까. 
만일 여러분이라도 태영이 같은 상황이라면 그렇겠죠?
전요..만일 누가 저한테 '너 외계인이야.' 이러면..
'아냐, 내 이름은 외계인 아냐, 난 최화정이야' 할 거에요.
왜냐구? 나니까...
필라르/태영 (에코)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한다.
박진희 혹시 너라면 깨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불렀어.
한지화 태영아, 지금 어디에 있어? 지금 내가 보이니?
필라르/태영 (에코) 나는 7살 때 교통사고를 당한 윤태영의 뇌와
나의 뇌를 바꾸었고, 내 기억은 봉인된 채,
그때부터 윤태영의 기억과 성격을 가지고 살아왔다.
한지화 태영아, 어디로 숨은 거야?
뭐가 두려운 거지?
박진희 진희야, 뭔가 느껴지는 게 없어?
필라르/태영 (에코)나는 자아가 둘이다.
표층 프로그램인 태영과 함께 필라르로서의 자아도
서서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필라르로서의 자아는 태영이가 
강한 뇌파자극을 받았을 때만 나타나게 되어 있다.
나는 필라르로서의 자아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즐라는 끌려간 내 가족들을 
죽일 것이다.
윤태영 (괴로운 비명)으아아아악!
박진희 아저씨, 진정제 좀 놔봐요!
동네의사 (E 주먹으로 치는) 진정제는 무슨, 이럴 땐
한 대 치는 게 최고야.
M "상심" (R.ef, 리메이크 발라드 버전)깔리면서
한지화 태영이는 안으로 숨으려고 해.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할지 나도 모르겠어.
박진희 멍청한 놈. 겁쟁이 비겁자.
E 문 벌컥 열리는 소리.
동네의사 얘들아, 이리 와봐!
NA. 박진희와 한지화가 달려갔을 때, 병실에선 마술쇼가 
벌어지고 있었어요. 모든 게 날아올랐던 거죠. 의자고, 
꽃병이고, 휴지통이고, 빈병이고, 다 날아오르는 거에요. 
태영아, 나도 거기 가면 날아오를 수 있니?
M "날아올라 날아올라---"( '연애' 중, 김현철 )
한지화 (두려운)그가 깨어나려는 것 같아.
필라르 (에코) 나는 캬샴 박사를 만나야 한다.
E 쇠붙이들이 쟁반 위에서 주르륵 쏟아지는 소리.
박진희 지화야, 위험해!
(E 몸을 날려 지화를 덮는다) 
한지화 (동시에)아악
박진희 (동시에)으악! 아야, 아저씨, 나 등에 칼 맞았어요.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NA. 공중에 떠있던 가위랑 작은 칼들이 한지화 쪽으로 날아가자, 
박진희가 몸을 날려서 그걸 대신 맞은 겁니다. 멋지다, 박진희!
그런데 만일 윤태영이 계속 저런 상태라면 주변에 남아나는 
사람이 없겠네요. 잠깐, 심난해진 한지화가 점을 쳐보는군요. 
E 작은 돌맹이 굴리는 소리
한지화 기다리던 귀인이 나타나니 마음이 행복하다.. 
뭐라고? 그럼 그 유나라는 여자애가 오는 건가?
안돼, 그건 안돼, (E 달려가며) 태영아!
E 병실문을 벌컥 여는 소리
한지화 윤태영, 뭘 보고 있는 거야?
(점점 흥분한다)누굴 기다리는 거냐고.
너 지금 그 유나라는 계집애를 기다리는 거지?
말 좀 해봐.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이제 나랑은 말도 하기 싫다는 거야?
코드 질투심에 불타는..
동네의사 어이, 애기 무당,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어딜 가는 거야?
E 병원현관문 급히 열리고 닫히는 소리
한지화 (E 달리면서) 난 아무 것도 아니었어.
태영이는 그저 유나 생각밖에 없다구.
그는 내 운명의 상대인데,
그에게 있어서 나는 뭐지?
그래, 왜 그 생각을 아직 못했을까.
태영이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지, 
그걸 점쳐 봤어야했어.
E 작은 돌맹이 굴러가는 소리.
한지화 운명의 상대와 8세에 결혼하다?
그렇다면 태영이는...
이미 운명의 상대와 결혼을 했다는 거야?
태영이와 유나가 만나는 오작교에 비하면
내 무지개는 너무 초라하군.
M "OVER THE RAINBOW" ( 캐롤 키드 )
NA. 그래요, 한지화는 무지개를 잡으려 했던 거에요.
이미 윤태영은 루나레나와 8살에 결혼을 했었고,
오랜 시간 동안 떨어져있었지만, 그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의 상대이기 때문에 오작교를 건넜던 거죠. 
그래도 지화야, 오작교보단 무지개가 더 예쁘잖아. 
난 못 먹어도 예쁜 게 좋더라, 뭐.
코드 외계인이 나타날 때, 신비한..
사다드 필라르님..
언제까지 이렇게 숨어 계실 겁니까?
저와 함께 가시죠. 당신의 육체를 되찾아야합니다.
E 불꽃이 파파파팍, 튀는 소리. 
벽에 불꽃이 닿아 글자가 새겨진다.

SIGANL 2--------->

NA. 사다드가 필라르를 껴안자, 난데없이 불꽃이 튀어올랐죠. 
그리고 그 불꽃들은 병실 벽에 이런 글씨를 새겨놓는 거에요. 
"사다드를 찾아줘."하구요.
윤태영의 마술쇼는 날이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군요.
이렇게 되면 우리도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서
우주로 진출해 볼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은데..
멀리서 바라보는 지구는 정말 푸른빛으로 아름답게 빛날까요?
왜 미인도 가까이서 보면 땀구멍에 잡티까지 다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뽀샤시해보이는 것처럼, 뭐든 적당한 거리를 두면
단점은 가려지고 장점이 훨씬 더 많이 보이잖아요.
잠깐, 저요? 전... 가까이서 보면 더 뽀쌰시해요.



11

사다드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E 무서운 기세로 벽에 칼을 꽂는 소리.
윤태영 (태영이 톤, 깨어난) 사다드, 역시 사다드였어.
그런데 왜 나를 또다시 죽이려고 하는 거지?
사다드 (실망한) 태영아, 깨어나서 다행이다.
윤태영 그럼, 나를 깨우기 위해 내게 칼을 든 거였어?
사다드 (에코) 필라르님, 나는 필라르님 당신을 깨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아직 윤태영이군요.
윤태영 무슨 생각하는 거야, 사다드?
사다드 나는 이만 가봐야 해.
E 슉 바람이 일면서 사라지는 소리.
NA. 레드문의 수호천사, 최화정의 심리분석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스스로 환호) 
저 최화정은 수많은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심리학 명예 박사 학위를 취득했거든요. 
사다드랑 연애랑 무슨 관계냐구요? 모르는 말씀!
연애를 잘 하면 다른 인간관계도 훤해집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사다드의 알쏭달쏭한 행동의 이면을 분석해보죠.
사다드는 지금 두 가지 이유에서, 
저렇게 갈팡질팡하고 있는 겁니다.
첫째, 윤태영을 죽이고 완전한 필라르를 부활시켜야하나 마나,
하는 내적 갈등이 있구요,
그리고 둘째, 이게 더 중요한데요, 자신이 아끼던 사람이,
성격도 달라지고 말투도 달라지고, 그리고..
자신과의 소중한 옛 추억까지 모두 잊어버렸으니,
마음이 찢어지는 거죠. 그래서 사다드는 윤태영의 모습을 
확인할 때마다 피하는 거라구요. 그가 완전한 필라르가 
되기 전까지는 그와 함께 있고 싶지가 않은 거에요. 
가슴이 에이니까---
M "그림자" (김동률)
태영 (에코) 기억이 떠올라. 
아직은 희미하게 몇 커트가 단편적으로 
떠오를 뿐이지만.
사다드는 오래 전에 나에게 맹세를 했었어.
내가 죽으면 자기도 죽겠다고 말야.
내 소중한 친구, 사다드, 왜 또 사라져버린 거지?
E 끼익하고 엿보듯이 문이 열리는 소리.
박진희 아저씨, 깨어났어요.
동네의사 그래? 정신이 들었단 말이냐?
이젠 칼 같은 게 공중에 붕붕 떠다니진 않냐?
진희야, 나는 여기 있을 테니까, 네가 들어가봐라.
박진희 아저씨, 정말 의사 맞아요?
환자가 깨어났는데, 의사가 들어가 봐야지 
뭐하시는 거에요?
동네의사 (허둥대는) 그거야.. 뭐 또 칼이 날아와서 
나까지 다치면 우리 병원 환자들은 
누가 돌봐주나 하는 인도주의적인 생각 때문이지.
박진희 어유 정말. 마음 넓은 제가 참죠.
(E 걸어 들어가며) 태영아, 괜찮아?
이제 정신 차린 거지?
윤태영 응? 내가 정신을 잃었었어?
박진희 응. 
윤태영 그랬구나. 저, 아저씨!
동네의사 (E 들어오는) 왜 어디 아픈 데라도 있냐?
윤태영 몸은 다 나았어요. 근데, 아저씨네 병원에 
컴퓨터 없어요?
동네의사 컴퓨터? 있긴 있다만 내 건 286이거든.
윤태영 요즘에도 그런 게 있어요?
동네의사 산지 좀 됐으니까. 한 10년 됐나. 더 됐나?
윤태영 아저씨, 모뎀은 달려있나요?
동네의사 모뎀? 그게 뭔데..
박진희 컴퓨터는 왜 찾아? 
윤태영 응, 할 일이 있어. 지화네 집에는 아마 있겠지?
코드 긴장감이 도는..
한지화 뭐라고? 컴퓨터를 빌려달라고?
넌 네가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구나.
왜 나는 항상 네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난 더 이상 너와 만나고 싶지 않아!
E 전화기를 사납게 내려놓는 소리.
박진희 왜 그래, 태영아? 
윤태영 (풀 죽은)몰라, 지화가 나한테 화를 냈어.
왜 그러는 걸까?
박진희 하긴 화날 만도 하지.
자기한테 칼을 던진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겠어?
윤태영 그게 무슨 말이야?
코드 운명이 꼬여드는 느낌..
NA. 지화는 결국 화를 풀고 태영이에게 컴퓨터를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태영이가 오면 자긴 없는 걸로 
해달라고 부탁하는군요. 지화는 자신의 운명과 싸우기로 결심한 
모양이에요. 하지만 운명이 운명인 것은 운명적인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M "LOSING MY RELIGION" ( R.E.M.)
E 나무대문 여는 소리.
지화 母 (차가운 태도로) 네가 윤태영이냐?
컴퓨터는 저 방에 있다.
(에코) 흠. 생긴 건 멀쩡해 갖고, 
남의 딸을 그렇게 마음 고생시키다니, 나쁜 녀석.
윤태영 지화는 어디에 있나요?
지화 母 (잘라 말하는) 나갔네.
윤태영 저기...집에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데요.
지화 母 네가 무슨 무당이냐? 
어떻게 보지도 않고 안다는 거야?
윤태영 알았습니다. 컴퓨터만 쓰고 금방 갈게요.
NA. 태영이는 PC 통신으로 뭘 하려는 걸까요?
E PC 통신 접속하는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윤태영 너 계좌번호가 어떻게 돼?
박진희 그건 왜 물어?
윤태영 난 지금 돈이 필요해.
집은 폭발해버려서 통장이나 도장을 찾을 수 없으니
이 방법밖엔 없잖아. 부모님 계좌에서 네 계좌로
돈을 옮기려고 하는 거야. 
박진희 쓸데없는 짓 하지마. 
네가 전화기 부순 값 갚으려고 그러나본데,
나한테 그 정도 돈은 있어.
윤태영 너한테 주려는 게 아니라, 내가 쓰려고 그런다니까.
박진희 근데..얼마나 되는데 그래?
윤태영 1억 정도.
박진희 (놀랐지만 아무 것도 아니란 듯이)으응. 1억!
(당장) 내 계좌번호 불러 줄께..
E 키보드 치는 소리.
윤태영 끝났다. 너 통장 잔액이 얼마야?
박진희 어? 2만원.
윤태영 1억 2천만원 입금시켰으니까, 1억 2천 2만원이군. 
M "YOU AND ME SONG" (WANNADIES)
NA. 컴퓨터로 계좌 이체를 끝낸 윤태영과 박진희가 한지화의 
집을 막 벗어나올 때였어요. 
E 쾅하고 무거운 철퇴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
윤태영 진희야, 괜찮아?
박진희 으응. 난 괜찮은데...저 자식은 또 누구야?
도대체 정체가 뭔데, 우리한테 쇠뭉치를 던지냐고.
하긴 널 만난 이후로 한 두번 당하는 일도 아니니까, 
놀랄 것도 없다만.
윤태영 미안해 진희야, 나 때문에 너까지 고생이구나.
E 철퇴 날아오는 소리. 
윤태영 (다급한) 피해!
E 쾅하고 땅에 박히는 소리.
정크 아직 윤태영이군.
윤태영 (필라르 톤으로) 네 놈은 나를 알아보지도 
못한단 말이냐.
난 이 곳에 있는 다른 사람까지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당장 아즐라에게 가서 전해라.
내가 시그너스로 가겠다고 말이다!!
박진희 (에코)저 녀석, 지금은 필라던가 필리던가 
암튼 그 자인가 보다.
휴 다행이다, 살았어.
정크 피, 필라르가 깨어나다니..(E 도망가는)
코드 긴장감이 풀리는.
박진희 저기..필르라..이신가?
윤태영 (E 주저앉으며)(윤태영 톤) 
휴, 긴장을 했더니 다리가 다 후들거려.
내 연기 어땠어? 속지 않으면 어쩌나하고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M "강" ( 패닉 )
NA. 그런데 도망가던 괴한은 어찌 되었냐구요?
이렇게만 말씀드리죠. 두건 맨, 사다드는 필라르를 공격한 
자에게는 반드시 복수하고야 맙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셨죠?
E 호루라기 소리.
데스티노 이거 소리가 꽤 크네..주목! 자 주목해주세요. 
레드문의 주인공이 핫데뷔를 하는 순간입니다. 
NA. 다 좋은데요, 데스티노, 당신, 주인공은 아니에요.
코드 신비하고 위엄이 감도는 분위기.
부하 정크에서 연락이 끊긴 건 아무래도..
데스티노님, 필라르가 살아있는 게 아닐까요?
데스티노 (위엄 있게)살아있는 것이 당연하지. 
그럼 넌 그 놈이 죽었다고 생각했나?
(잘난 척하는)넌 지구인들의 신문도 못 봤나.
신문에 윤태영의 얼굴까지 나왔었단 말이다.
부하 (아부하는) 역시 데스티노님은 정보통이셔.
어떻게 지구인들의 신문까지 보실 생각을 했습니까?
데스티노 (에코) 흠, 사실은 TV에서 쇼프로를 보다가
우연히 뉴스를 본거지만..
(보통톤)나는 글 읽는 게 유일한 취미라는 거 
모르나.
부하 (조심스럽게)데스티노님, 제가 데스티노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려는 건 아닙니다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어서요.
얼마 전 아즐라님의 통신에서 확인한 바로는,
루나레나님께서 필라르님의 시체를 직접 확인했다고
했잖습니까..
데스티노 그 여자는 필라르의 약혼녀였다..
절대 믿을 수 없는 여자다.
아즐라님에겐 아직 연락하지 말아라.
내가 나서서라도 그 놈을 없애버린 후에
보고를 해도 늦지 않으니 말이다.
아직은 제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한낱 지구인보다
그 옆을 감싸고 도는 사다드가 더 위험하다.
분명히 그 놈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을 거야.
이번엔 꼭 사다드란 놈을 같이 처치해야돼.
NA. 레드문의 수호천사 최화정의 날카로운 레이다에 탐지된 
데스티노 인물 분석! 
1. 흑단 같은 머리카락이 치렁치렁 늘어져있어서, 전반적으로 
시커매 보인다. 2. 애꾸다. 3. 옷을 잘 입으려고 노력하긴 
하는데 주로 드라큐라 백작 같이 된다. 4. 왕자병이다. 
5. 사다드하고 무슨 원한관계에 있다. 6. 입맛이 까다롭고 
반찬투정이 많을 것 같다. 그러므로 정답게 라면을 같이 먹기엔 
부적절한 상대!
박진희 라면 불어.
윤태영 난 안 먹을래.
박진희 왜?
윤태영 배 고프지 않아.
박진희 좋아. 나 혼자 먹지 뭐. 라면이 한 개밖에 없어서
안 그래도 너 주기가 아까웠다구.
E 기타 잡아 들어올리는 소리.
M 슈베르트의 밤과 꿈 깔린다.
박진희 (E 라면 먹으면서) 기타도 칠 줄 알아?
윤태영 그럼, 이래봬도 학교 기타부에서 내가 기타를 치면
여자애들 셋은 기절했다구.
박진희 왜? 듣기 싫어서? (E 라면 국물 마시면서)
어쩐지 집이 폭발했을 때도 
기타만 꼭 끌어안고 있더라니. 
근데 그거 무슨 곡이냐?
윤태영 슈베르트의 밤과 꿈.
박진희 라면 먹으면서 듣기엔 아까운 곡이군.
M 밤과 꿈이 뚝 그친다.
박진희 왜 그래? 내가 무슨 말실수했어? 야, 좀 더 쳐봐.
윤태영 (문득 느끼는)사다드!
박진희 뭐? 사다드? 그 두건 쓴 놈 말야?
E 문을 벌컥 열고 계단을 급히 달려 올라가는.
코드 외계인의 등장, 신비한 느낌.
윤태영 사다드, 여기 있지? 
내가 보기 싫으면 나오지 않아도 돼.
네가 나를 볼 때마다 괴로워하는 걸 
나도 느낄 수가 있어.
하지만 난 지금 필라르가 아니더라도, 
필라르가 널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느끼고 있단 말야.
난 너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그럼 내가 밤과 꿈을 연주해줄게.
앞으로도 밤과 꿈은 사다드 널 위해서만 칠 거야.
M 슈베르트의 밤과 꿈.
NA. 사다드는 밤과 꿈을 들으면서 그의 곁에 서 있었어요.
필라르가 아닌 윤태영 곁에. 
그리고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죠.
한편, 박진희는 야구모자를 꾹 눌러쓰고 혼자 어딜 가는군요.
오우, 검소한 진희의 새로운 패션으로 등장한 야구모자!
진희야, 머리 안 감았지, 그치!
E 웅성거리는 소리.
은행여직원 박진희씨, 이십만원을 인출하시는 거죠?
박진희 네.
은행여직원 잠깐만 앉아서 기다리세요.
박진희 네. (에코) 이게 꿈일까 생실까.
내가 한꺼번에 이십만 원이나 찾아보다니.
떨리네. 모자를 더 눌러써야겠다.
남직원 (E 다가오며) 모자 쓴 학생, 잠깐만, 
전산처리에 문제가 생겨서 학생이 잠깐 안으로
들어와 줘야겠는데..
박진희 어? 언제왔지? 모자 때문에 못 봤구나.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부장 최근에 학생 구좌로 1억이 넘는 큰돈이 입금됐던데..
어디서 그런 큰돈이 입금됐는지 
경위를 설명해줄 수 있겠나?
자꾸 모자를 눌러쓰는 걸 보니, 뭔가 초조한가본데..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지는 말게.
요즘 해커들이 너무 설쳐서 말야.

SIGANL 2--------->
NA. 이런 박진희가 해커로 몰리는 상황이군요.
저러다가 박진희하고 윤태영하고 
다 잡혀 들어가는 거 아닐까 모르겠네요. 
오늘 우리는 레드문을 통해서 한 가지 교훈을 알 수 있었죠.
'괜히 야구모자 눌러쓰지 말자. 앞 못 본다.'



12

형사1 박진희! 수사 결과, 너의 통장에 입금된 돈은
윤익환씨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나왔다.
그는 여의도 사건의 용의자 윤태영의 아버지이고, 
현재 실종된 상태지.
똑똑한 녀석이군, 완전범죄를 꿈꾸기 위해
실종된 사람을 일부러 택한 거겠지?
박진희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요. 난 컴퓨터 못해요.
뒤집어씌울 걸 뒤집어 씌우세요.
컴맹한테 무슨 해커라는 거에요?
형사1 거짓말하지 말아라. 만일, 네가 이 문제를 풀면 
모든 일을 없던 걸로 하고 사면시켜주겠다.
(귓속말로) 저 우리 과장님이 지금 대학원 논문을
준비 중이신데 자료가 좀 필요하거든.
(다시 보통 톤)주제는 바로 이것이다.
"쇠똥구리는 왜 쇠똥구리라고 하는가"
PC통신과 인터넷에 들어가서 있는 대로 
자료를 모아라. 한 시간의 여유를 주겠다.
E 걸어나가 문 쾅 하고 닫는.
NA. 그리고 다섯 시간 후.
박진희 (머리가 깨질 듯)으아아아악!
다들 이상해. 쇠똥을 굴리니까 쇠똥구리라고 하고,
개똥을 굴리니까 개똥벌레라고 하는 거 아냐..
아닌가?
대체 왜 이런 걸 가지고 논문을 쓴다는 거야!!
으악, 미치겠다, 이거..
난 인터넷에 어떻게 들어가는지도 모른단 말야.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
형사1 아무리 애라지만 내 말을 믿고,
5시간째 저러고 있다니...
형사2 그러게 말예요. 그러니까 홈뱅킹으로 
계좌이체를 한 건 윤태영 본인이었을 겁니다.
저 녀석은 완전 컴맹이에요.
M "SING SING SING" ( 베니 굿맨 )
E 문열고 들어오는 소리.
형사1 윤태영은 어디에 있나?
박진희 네?
형사1 윤익환씨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인데,
우리가 그 정도도 추측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나.
박진희 저..태영이를 체포할 생각이신가요?
형사1 경찰이 그렇게 생각 없는 사람은 아니야.
자네가 컴퓨터 앞에서 비명만 지르고 있는 동안,
우리도 나름대로 윤태영을 찾고 있었다. 
우리는 그 아이를 찾아서 인조인간의 팔에 대해
조사해야 하네.
이건 국가의 안보가 걸린 문제니까. 

학교 운동장, 학생들이 배구하는 소리.
공 치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호각 소리.
학생들 (337 박수 후)2반 이겨라, 2반 이겨라!!
윤태영 오늘이 체육대회 날이었구나.
까맣게 잊고 있었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저 안에 들어가서
웃고 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생들 와! 이겼다!!!
M "DON'T LOOK BACK IN ANGER" (OASIS)
NA.자기 학교 앞을 서성이던 태영이는 이번엔 지화의 학교 
쪽으로 가는군요. 그런데 태영이가 교문앞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한지화는 보이지 않는군요.
앗! 이 소리는? 빠라바라빠라밤-
E. 오토바이 달려오는 소리.
윤태영 아니, 저 뒤에 탄 건 지화잖아.
(큰 소리로 부르는)지화야!!!
E 오토바이 급정거하는 소리.
폭주족 이 자식은 누군데 길을 막는 거야?
한지화 (E 팔짝 뛰어내리고 다가오며) 윤태영, 
내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마.
윤태영 지화야, 너 머리가 왜 그래?
옷은 또 그게 뭐야, 무슨 일 있었어?
한지화 (다시 오토바이 타며)상관하지 마. 네가 언제부터 
내 패션스타일까지 간섭했지? 
야, 가자!
E 오토바이 출발하는 엔진 소리.
M '아웃사이더' ( 봄... )
NA. 한지화는 불량스러워 보이는 폭주족의 뒤에 바짝 붙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져갔어요.
어쩜 좋아..그 순진하고 깜찍하던 여고생 한지화가 
수박 같은 머리에, 몸매가 드러나는 가죽옷에..
완전 사이버 펑크족이 돼버렸네요.
여자의 변신이 무죄라곤 하지만, 이번엔 유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태영이와 지화의 꼬이고 또 꼬인 운명이 유죄인 거죠.
그런데 제가 수다 떠는 사이에, 검은 망토를 두른 사나이가 
태영이 곁에 스르륵 나타나는군요. 아니, 저렇게 유행 지난 
망토를 두르다니, 누굴까?
태영 (에코) 경찰이다. 그들이 진희네 집까지 찾아왔어.
코드 외계인 등장, 신비한 느낌.
데스티노 (에코)조용히 듣기만 하십시오. 필라르님.
이건 텔레파시라고 하는 겁니다.
당신은 제 생각을 그대로 듣게 되는 거죠.
윤태영 (에코)사다드야?
데스티노 (에코)네. 박진희는 지금 경찰서에 있습니다.
해커로 오인 받아 잡혔는데, 그 곳에서 진희와
필라르님의 관계를 알아내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선 경찰서에 가서 박진희를 구해 올까요?
네, 좋습니다. 그럼 잠시 눈을 가려도 되겠죠?
윤태영 (에코) 그래, 난 사다드를 믿으니까.
데스티노 (E 수건으로 얼굴을 묶으며) 가시죠. 필라르님.
윤태영 (에코) 응, 사다드.
NA. 그 시간에 형사들은 진희의 얘기를 듣고, 반신반의하긴 
했지만, 윤태영에게 커다란 위험이 닥치고 있다는 것만은 
이해하게 되었죠.
그런데 여러분, 검은 망토가 누군지 눈치채셨어요?
왜 어제 말했잖아요. 옷을 잘 입으려고 무진장 노력하는데, 
결국은 꼭 드라큐라 같이 되는 사람이 있다구요..
되따 불행한 사람이죠.
윤태영 (에코)여긴 어디지? 사다드는 어디로 간 거야?
E 돌문이 열리는 소리.
윤태영 (긴장한)너, 넌 누구야?
데스티노 섭섭하군요. 저에 대한 기억은 잊으셨습니까?
(뽐내며 멋드러지게)시그너스 제 5용군 사령관이며
시그너스 제 3계급인 무챠로서,
태양의 수호 기사의 위대한 운명을 타고 난,
데스티노 데스티니입니다.
윤태영 좀 간단하게 말해봐.
데스티노 (간사하게)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당신이 믿을 사람은
저 데스티노 밖에 없다는 뜻이죠.
윤태영 (에코) 하지만 내 수호기사는..
데스티노 (말 막으며)그 놈은 수호기사의 자격이 없는 
가짜입니다. 
윤태영 어? 어떻게 내 생각을 알지?
설마..당신이 내 생각을 읽는 거야?
데스티노 죄송합니다. 전 태양의 수호기사의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에 당신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
있거든요. (확 다가가며) 본의는 아니었습니다.
윤태영 비켜, 징그러워. 난 애꾸눈은 싫어.
어서 사다드를 불러줘.
데스티노 (발끈한)남의 외모 가지고 놀리는 게 
제일 나쁜 건 줄 모르십니까?
흥. 이제 연극은 끝났습니다. 
사실 저는 아즐라님의 명령으로 당신을 죽이기 위해
지구에 남은 지구 책임자입니다.
으하하하하. 진심을 다 말하고 나니,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군요. 
그 옛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했던 사람도 
지금 이 순간의 저처럼 속이 시원했을까요...
하하하하..제가 너무 경망스러웠나요?
자, 이제 놈을 불러보시죠.
태영 뭐하는 거야? 저리 가.
E 쿵하고 나가떨어지는 소리.
데스티노 (태영의 목을 조르며) 저는 태양의 수호기사로
태어난 몸, 이 손으로 누르면 자그만치 1톤 무게까지 
낼 수 있습니다. 놀랍죠?
이제 당신이 죽어 가면 
당신의 수호기사인지 뭔지 하는 놈이 나타나겠죠.
전 그 녀석과 볼 일이 좀 있거든요.
태영 (괴로워하며) 으으으...
데스티노 (목을 놓으며)뭐라고요? 또 하나의 내가 죽어가야 
사다드가 온다구요? 
태영 (숨 가쁜)헉헉
데스티노 또 하나의 나는 뭡니까?
태영 (에코) 이 녀석은 내 생각을 읽고 있어. 
생각하면 안돼. 절대로 안돼. 
데스티노 아니요, 그러지 마시고, 차분하게 생각해보십시오.
자신에게 보냈다는 편지는 어떻게 했습니까?
E 변기 물 내리는 소리.테입 빠르게 돌아가는 소리
데스티노 쓸데없는 공상을 만들어내지 마십시오.
저도 머리 하난 좋아요.
또 하나의 나란 것이 필라르를 가리킨다는 것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윤태영 (에코, 의미 없이 중얼중얼) 
화장실에 갔더니 휴지가 없었어.
그래서 나는 태양이 되면 이럴 때 어떻게 하나
생각했지. 그 때 하늘에는 태양이 가득했어.
M "태양은 가득히" (문 차일드)
데스티노 (화나서) 시끄러, 너, 이젠 노래까지 하는 거야?
(갑자기 톤 바꿔 잘 난 척) 그 편지 내용만 말하면, 
나 같은 뛰어난 인재가 
당신 편이 되어줄 수도 있단 말이오. 
윤태영 (에코) 이 장티푸스 말라리아 같은 놈,
연예계를 강타하고 있는
에이즈 유언비어는 다 네가 퍼뜨렸지?
넌 나쁜 놈, 입 싼 놈..
데스티노 (삐진)당신은 진짜 태양이 아닌 모양이군요.
윤태영 왜?
데스티노 당신이 진짜 태양이라면 태양의 수호기사한테
그런 욕을 할 순 없는 거야!
더 이상 숨어있지 말고 나와, 필라르!
난 태양의 수호기사가 되기 위해 태어난 몸이지,
시시한 레드문의 수호기사가 되려고 
이 고생하는 건 아니란 말이야.
M "TICKET TO THE MOON" ( E.L.O.)
E 슉하고 갑자기 나타나는 사다드
데스티노 흥. 이제야 오냐? 
사다드 (나타나며) 지구 책임자가 당신일 줄은 몰랐군요.
데스티노 반가워하는 말투는 아니로군.
윤태영 (반가운) 사다드! 
E 철창들이 내려오는.
NA. 오호, 놀라운 시스템이군요. 꼭 만화 같아요.
천정에서 철창이 촥 내려와서 태영이를 꼼짝없이 감옥에 가두고 
말았습니다. 
그럼 사다드 대 데스티노, 시작해볼까요?
1. 사다드는 옷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두건을 둘러도 
멋이 우러난다. 따라서, 의상부문에선 사다드의 승리!
2. 는 지금부터에요. 
데스티노 너무 오래 동안 기다리게 하는군.
네 놈을 죽이는 날을 기다리다가,
내 고운 흑단 머리가 다 새어버리는 줄 알았지.
사다드 데스티노,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신은 필라르님이 태양이라고 인정하시는 겁니까?
데스티노 하하하하. 난 그렇게 단순한 놈이 아니야.
나 같은 인재는 항상 기회를 노리지.
어느 쪽이 태양이고 어느 쪽이 레드문인지
결판나는 그 날까지, 난 두고 볼 것이다.
사다드 당신이 만일 필라르님을 태양으로 인정한다면,
저는 지금 죽어도 좋습니다. 
저 대신 당신이 저 분을 지켜줄테니까요.
윤태영 사다드,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내 수호기사는 너 뿐이야.
저렇게 머리나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다니는 놈을
어떻게 믿으란 거야? 
데스티노 (삐진) 또 외모 가지고 놀리시깁니까?
사다드 필라르님, 어차피 저는 데스티노님을 
이길 수 없습니다.
저의 능력보다 훨씬 강한 '데스티놈'이 
태양에겐 더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앗.
데스티노 뭐? 데스티놈?
사다드 (당황한) 이름이 좀.. 실수하기 쉽군요.
데스티노 너 고의적인 거지? 말해봐, 지금 놈이라고 했어?
사다드 말꼬리 잡지 마십시오.
데스티노 더 이상 끌지 말자. 이 사다드 "놈"아
이제 피의 축제를 시작하자구.
(E 챙, 칼 뽑아 휘두르는)
윤태영 사다드, 도망가! 도망가란 말야.
(E 머리를 쇠창살에 연속적으로 부딪히는)
데스티노 왜 그러시는 겁니까, 필라르님. 
그렇게 돌머리로 자꾸 찍으면 창살 부러집니다.
E 쇠창살 다시 천정으로 올라가는 소리.
윤태영 으악! (E 쿵하고 쓰러지는) 창살이 다 어디간거야?
(에코) 머리를 부딪혀서 필라르가 되려고 했는데..
데스티노 뭐라고? 이마를 다치면 다시 필라르가 된다고?
너 바보지? 
윤태영 사다드, 어서 가, 내가 필라르일 때만 
내 말을 듣는다는 거 알고 있어, 하지만..
이건 친구로서 부탁하는 거야. 
사다드 당신은 이미 제게서 수호기사의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지금 제가 당신을 지키려는 건,
오랜 벗으로서의 의리와 
저를 위해 기타를 연주해준 사람에 대한 
마음이라고 봐주십시오.
데스티노 난 멜로물은 싫어. 눈물나니까, 그만들 해.
윤태영 (필라르 톤)사다드, 넌 자유인이야. 
너의 계급이 무엇이든, 네가 어떤 일을 했던, 
이제 넌 자유야.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게 하지는 마.
가! 가란 말야!
E 바람이 일면서 사라지는 소리

SIGNAL 2-------->
NA. 사다드 대 데스티노 2!
능력과 파워에 있어선 데스티노가 사다드의 한 수위라고 합니다.
이건 데스티노의 승리네요.
하지만 인간성 대결을 하면..분명 데스티노는 망가질 거에요.
흠.. 그런데 멜로물이 싫다는 데스티노, 과연.. 
과거에도 그에겐 멜로가 없었을까요? 
전 알아요, 데스티노 뒷조사를 해 봤다구요.
그랬더니 작가 눈물 쏙 빼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지 뭐에요.
근데, 정말, 아무리 얄미운 사람도 과거를 알고 
그 사람이 왜 저렇게 됐는지 알고 나면, 
더 이상 미워할 수가 없게 되죠?
그래서 사랑은 이해, UNDERSTAND라고 하나봐요.



13

NA. 요즘 채팅하는 분들 많죠. 채팅에서 첫인상을 좌우하는 건
뭐니뭐니해도 이름이나 아이디인데요, 여성분들의 경우, 이런 
아이디를 가지고 있으면 남성들이 우르르 몰린다고 해요. 
"섹쉬걸"
아이디가 그렇다고 실제 외모도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이디로 일단 점수를 따는 거죠.
그럼, 사다드 대 데스티노 세 번 째!
만일 둘이 채팅을 한다면 누가 더 이름 덕을 볼까?
우선 사다드, 사다드가 채팅을 한다면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겠죠.
"(사다드 흉내내면서)제 이름은 사다드, 있어도 없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또 데스티노라면 이렇게 말할 거에요.
"(데스티노 흉내)전 데스티노 데스티니, 바로 운명, 당신의 운명
이라는 뜻이죠."
암튼, 대결 3은 무승부! 둘 다 이름은 정말 왕자네요. 
M "MY NAME IS PRINCE" 
( PRINCE & NEW POWER GENERATION)
필라르/태영 (위엄있는)데스티노, 네가 원하는 것은 
나도 아즐라도 아닌, 바로 태양 아닌가.
데스티노 앗! 필라르님, 너무 아픕니다.
정곡을 콕콕 찌르시는군요.
필라르 거래를 하자. 잠시 후 나는 다시 기억을 잊을 거다.
내가 기억을 잃으면 넌 나를 박진희에게 데려다주고
카샴 박사의 위치를 알려주면 된다.
그 대신, 내가 카샴 박사를 만나 완전한 기억을 찾고
태양의 위치에 오르면 널 수석기사로 봉하겠다.
데스티노 당신이 필라르가 된 지금, 
전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무슨 술수를 쓰려는 건진 몰라도..흠흠.. 
일단은 제가 따르도록 하죠. 하지만,
대신 각서나 증표 같은 걸 써주시면 캄샤하겠습니다.
필라르 주군을 못 믿어서, 각서를 써달라는 게 
네가 충성하는 방식이냐?
데스티노 (얼버무리는)저. 그게..확실한 게 피차 좋으니까..
필라르 알았다. 써주도록 하지.
하지만 니가 만약 사다드에게 손을 댄다면...
네 놈을 내 손으로 직접 죽이고야 말겠다.
데스티노 (참으며) 알겠습니다.
코드 신비한 느낌.
E 오토바이 사라지는.
한지화 잘가!
박진희 (E 달려오며)지화야! 옷이 그게 뭐야?
형사1 (다가오며) 박군, 지화양에게 우선 
태영이의 행방을 물어봐야하지 않겠나.
한지화 너, 경찰하고 손 잡은 거야?
박진희 그게 아니야, 
이 분들은 태영이를 도와주려고 온 거야!
한지화 태영이를 도와주려구 한다구?
아무튼 난 이제 윤태영이 어떻게 되건 말건
신경 끄기로 했어.
그러니까 진희, 너도 날 자꾸 귀찮게 하지 말라고!
박진희 (E 손목을 나꿔채며 으름짱) 너마저 그러면
태영이를 어디 가서 찾으란 거야?
한지화 윤태영은 지금 너네 집에 있어, 이제 됐지?
(E 멀어지며)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마!
E 나무대문 열고 닫는 소리.
M "배려" ( 김동률 )
NA. 한지화가 점괘를 말하는 순간, 윤태영은 데스티노와 함께 
박진희 집으로 막 돌아온 참이었습니다. 
박진희 (E 계단을 급하게 내려오며)태영아!
어떻게 된 거야? 
윤태영 (태영이 톤)이 사람이 날 납치했었어.
박진희 이 시꺼먼 사람은 누구야?
윤태영 몰라, 하여간 나쁜 놈이야!
데스티노 (에코)어쭈, 그래, 맘대로 떠들어봐라.
형사1 김형사는 어디 갔지?
형사2 (떨면서)귀, 귀신이..벽에서 스르륵 나왔어요..
데스티노 이 무식한 지구인 같으니라구, 순간이동하는 걸 보고
나더러 귀신이라고? 
형사1 귀신같이 생기긴 했군. 
(아저씨 투로)이봐, 남자가 머리가 그게 뭔가?
데스티노 (에코)이 놈이? 또 외모로 놀려?
(보통 톤) 자, 주목, 주목들 해보시오, 형사 양반들.
(최면을 걸 듯이) 
당신들은 앞으로 윤태영이 한국을 떠나는 걸 
방해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떠나고 나면 나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잊고, 내 명령만 따르게 될 것이오.
알아들었지?
형사1,2 (넋이 나간 듯이) 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데스티노 (잘난척하며)자, 필라르님. 
전 당신을 여기까지 데려왔고,
카샴박사가 있는 곳도 가르쳐 드렸습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덤으로 형사들 문제까지
해결해주었습니다. 
이게 바로 당신을 향한 저의 충성심입니다.
그럼 거래는 성립,이옵니다. 그럼, 이만.
E 슈슉하면서 사라지는 소리.
NA. 데스티노의 취미는 벽에서 나타나 벽으로 사라지는 것이었
죠. 저건 아무래도 쇼맨쉽 같지만요, 어쨌건 지금은 데스티노가 
필라르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데스티노가 최면을 걸고 떠나자, 
형사들은 잠에 빠지고, 그 틈을 타서 윤태영과 박진희는 비밀 
아지트로 도망을 갑니다.
E 마루 울리는.. 걷는 소리.
마루 들어올리고 사다리로 내려가는 소리.
깡패 잘 있었냐?
박진희 네, 형, 부탁했던 건 다 됐나요?
깡패 두 개는 무리고, 하나밖에 안됐다.
박진희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전 분명히 두 개 값을 드렸는데요.
깡패 임마, 우리나라에서 가짜 여권 만드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인 줄 알아?
어떡할 거야? 하나라도 할 거냐?
박진희 네, 태영이 걸로 해주세요.
윤태영 안돼, 진희야, 널 두고 나만 갈 순 없어.
박진희 어차피 그곳까지 내가 갈 순 없어.
형, 비행기표도 꼭 부탁해요.
깡패 알았어, 기다려. (에코) 돈은 두 개 값 받고, 
여권은 하나만 만들기로 했으니, 돈 벌었군. 
역시 애들은 순진하단 말야.
코드 사다리 올라가고 다시 마루 열었다 닫는 소리.
M "VINCENT" (돈 맥클린) 듣다가 깔리면서
윤태영 진희야, 나만 가면 너는 어떡해.
박진희 난 여기 있어도 아무 상관없어.
하지만 태영이 넌 쫓기는 몸이고, 
가족을 구하려면 사하라에 가야한다고 했잖아.
윤태영 하지만..사하라에 가면 
나는 없어지고 다른 사람이 될 거야.
만일, 진희야, 필라르를 만나게 되면,
내 생각을 해서, 필라르에게 잘 해줘.
박진희 (냉정하게)내가 필라르를 만나는 일은 없을 거야.
내 친구는 윤태영이지, 필라르가 아니니까.
윤태영 진희야, 미안해..괜히 나 때문에,
너까지 이런 고생을 시켰어.
네가 날 미워하는 것도 당연해. 
박진희 (누그러진)태영아, 기타 쳐주지 않을래?
전에 그 곡 말야..
윤태영 으응..그럴께.
M 슈베르트의 '밤과 꿈' 듣다가 깔린다.
박진희 (에코) 내일이면 친구가 떠난다.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잊고, 모두를 잊고, 
돌아오지 못할 사막을 건넌다.
차라리, 그냥 가버리는 것이면 조용히 탄식하며
그리워하겠지만,
똑같은 얼굴로 나타나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면
나는 무얼 탄식하고 무얼 그리워 해야할까.
M 멀리서 들리는 '밤과 꿈'
E 오토바이 달려오는 소리. 멈춘다.
폭주족 (E 오토바이에서 내리며)장소는 잘 고른 것 같군.
기타 소리까지 깔려주고 말야.
한지화 (에코) 태영이가 가까운 곳에 있어.
폭주족 야, 뭐해? 여기까지 와서 
바람이나 쐬다 가자는 건 아니겠지?
한지화 (신경질적으로)무슨 소리야?
폭주족 (E 덥치며) 내숭 떨지마! 
한지화 (E 쓰러지며) 비켜! 
폭주족 그런 옷까지 입고 나와서, 먼저 꼬리친 건 너잖아! 
한지화 (E 발로 차고) 에이, 나쁜 자식!
폭주족 으악! 이 기집애가!(E 다시 덥치고)
한지화 (E 쓰러지는) 아악!
폭주족 건방진 년! (E 칼로 찌르는) 죽어!
한지화 (E 신음하며 고꾸러지는) 으아악!
NA. 폭주족의 칼에 맞고 쓰러진 한지화의 눈동자 위로
뿌연 스모그 사이로 반짝이는 은하수가 내려앉았어요.
멀리서 들려오는 태영이의 밤과 꿈은 
눈물 사이로 흐르는 은하수를 더욱 흔들리게 하는군요.
M (밤과 꿈 뚝 그친다)
박진희 왜 그래?
윤태영 지화가 근처에 있어.
박진희 뭐? 지화가?
코드 긴박한 느낌.
폭주족 뭐야? 너희는?
박진희 (분노한) 이 개같은 자식! (E 주먹 날리는, 빠악)
폭주족 (E 맞고 나가떨어지는) 으악!
윤태영 지화야, 정신 차려! 지화야!
(울면서)죽지 마! 지화야아!
박진희 (촥 가라앉은 목소리)이 나쁜 새끼, 
넌 오늘 내 손에 죽는다!
폭주족 사,,살려줘!
박진희 (E 주먹 날리는 ) 죽어!
폭주족 (E 계속 맞으며) 사...살려줘..
윤태영 (다급한)진희야, 지화를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해.
피를 너무 흘렸어.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E 쾅하고 세 사람이 떨어지는 소리.
동네의사 (자다 봉창)으아악!
윤태영 (눈물 흘리며)아저씨, 지화가 칼에 찔렸어요. 
살려주세요.
동네의사 (겁에 질린)그런데,너.. 어디서 나타난 거냐?
윤태영 시간이 없어서 순간이동으로 왔어요.
동네의사 (떨떠름한)으응.. 순간이동?너 별거 다 하는구나
NA. 한지화를 치료하던 의사 선생님이 문을 벌컥 열고 나왔어요.
얼굴을 보니까 핏기가 싸악 가셨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E 쾅, 문 열리는 소리.
동네의사 피가 모자라!
박진희 아저씨, 전 안될까요? B 형인데요.
동네의사 안돼. 지화는 A형이야. 시간이 없는데..큰 일이군.
윤태영 아저씨 제가 할께요...전 O 형이에요. 
동네의사 넌 안돼! 넌 외계인 피잖아.
윤태영 아니에요. 다시 검사해보세요. 지금은 분명히
O형일 거에요.
NA. 정말 희안하게도, 윤태영의 피는 검사결과 정상적인 O형으로 
나왔구요, 의사선생님은 태영이의 피를 지화에게 수혈하게 
됩니다. 그런데 태영이의 피를 받으면, 지화도 태영이처럼 
이상한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닐까요? 
동네의사 (우울하게)8시간이 넘었는데 깨어나질 않는구나.
이제 어떻게 하면 좋으냐..
(심각한)나, 의사 자격증을 반납할까봐.
윤태영 아저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곧 일어날 거에요.
동네의사 (코믹하게)이러다가 우리 병원에서 환자가 죽었다고 
소문이라도 나면..난 장사 못하잖아.
윤태영 (에코) 지화야, 나 같은 건 잊고 
부디 행복하게 지내라...(에코, 울먹이며)
지화야, 사실은 나 가기 싫어, 무서워.
일어나서 말해줘,가지 말라고 말야.
E 병실 문 열리는 소리
박진희 태영아, 준비 다 됐어!
윤태영 응. 알았어.
코드 슬픔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부하 (무선기를 통한 소리)두 녀석이 지금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11시 30분발 CAP 109편 쮜리히 경유 
트리폴리행입니다.
데스티노 알았다. 비행기에 타는 걸 확인하고 
다시 보고하도록.
부하 (무선기 소리로) 네, 데스티노님.
데스티노 움마, 이번엔 네가 일할 차례다. 
그 녀석들이 탄 비행기를 지중해 상공에서
꼭 폭파시켜야 한다, 알았나?
SIGNAL 2-------->
(외국인 인터뷰 더빙하는 성우 톤으로)
전 어렸을 때, 사람은 다 정직하고 올바른 줄 알았죠.
그래서 일편단심, 순정, 이런 걸 생활신조로 삼고 살아왔어요.
하지만 이제 난 알아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인간이 있다는 걸.
바로 여기, 레드문의 데스티노를 만나고 배운 거죠. 나쁜 사람!



14

NA. 새빠알간 딸기, 먹고 싶네요. 
그런데요, 딸기 먹다가 화날 때가 있어요. 비닐에 포장된 딸기 
있죠? 그거 겉엔 주먹만한 딸기가 숭숭 박혀있는데, 비닐 딱 뜯
고 한 줄 걷어내면 속에 있는 딸기는 꼭 콩알만하잖아요. 정말 
겉 다르고 속 다른 게 젤 싫어요,
어제 데스티노가 태영이가 타는 비행기를 폭파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는데요, 데스티노 데스티니, 너 필라르한테 충성! 
할 때는 언제고, 왜 겉 다르고 속 다르니?
데스티노 (거만하게) 남의 속도 모르는 말씀 마십시오.
저에게 중요한 건 태양이지, 필라르가 아닙니다.
만일 윤태영이 진짜 필라르라면 비행기 폭발쯤에
죽을 리가 없다구요.
만일 그가 살아난다면 그가 바로 나의 주군인 
태양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거죠.
하하하, 나, 너무 똑똑하지 않아요?
코드 꼬이고 꼬이는 느낌.
박진희 네 이름은 이제부터 전제상이야, 알았지?
윤태영 응.
박진희 누가 윤태영! 하고 불러도 절대 뒤 돌아보면 안돼?
윤태영 응.
박진희 임마, 깃 세워야지. 
요즘 누가 청 쟈켓 깃을 내리고 다니냐.
윤태영 (희미하게 웃는) 고마워 진희야. 나 그럼 갈게..

M "SORRY SEEMS TO BE HARDEST WORLD" (엘튼 존)
공항안내 (마이크로 안내 목소리)
쮜리히 경유 트리폴리행 CAP 109편을 이용하실 
손님은 속히 탑승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움마 CAP 109편에 탑승하실 승객이십니까?
승객 네. 그런데요.
움마 (헌병 톤)잠깐 검문이 있겠습니다.
승객 네?
움마 (에코) 이게 아닌가?
에잇, 모르겠다.
요놈, (E 휘리릭 줄을 날려서 승객의 목을 감는)
승객 (단말마의 비명) 으으악!
NA. 데스티노의 부하인 움마는 태영이와 같은 비행기를 타는 
승객을 찾아 단숨에 처치했습니다. 그리고, 그 승객의 모습과 
똑같이 변신해서 비행기에 오릅니다.
한편 여기는 지화가 누워있는 동네병원이에요.
한지화 (깨어나는) 태영이는?
박진희 지화야, 깨어났구나.
한지화 태영이는 어디 있어?
박진희 태영이는..잠깐 뭐 사러 나갔어.
한지화 (화내는)거짓말 하지 마, 태영이는 나한테 무섭다고
가기 싫다고 했단 말야.
대체 어딜 간 거야? 
박진희 태영이는 카샴박사를 만나러 사하라로 갔어.
한지화 너, 거길 혼자 보냈단 말야? 
(상처가 아픈) 아악.
동네의사 지화야, 얌전히 누워있어라. 그러다 덧나.
한지화 (에코, 간절히) 태영아, 돌아와 
다른 사람이 되지 말고..그냥 돌아와. 제발..
윤태영 (에코) 지화야, 살아 있어 다행이구나.
얼마나 걱정했는데. 
이젠 나를 잊고 편안히 살아.
한지화 (E 벌떡 일어나며)들려! 태영이의 소리가 들린다구.
박진희 지화야, 너 텔레파시라도 한다는 거야?
동네의사 그 녀석 피를 수혈받아서 그러나?
그럼..나도 그 녀석 피를 수혈할 걸..
박진희 (에코) 나쁜 녀석, 떠나는 마당에 
왜 이런 선물을 주고 가는 거야? 잊지도 못하게..
M "WHY WORRY" (DIRE STRAITS)
NA. 역시 태영이의 피를 수혈 받은 한지화에게 능력이 생겼는데
요, 그게 정말 윤태영의 마지막 선물이 되는 걸까요?
윤태영은 지금 쮜리히에 내려서 트리폴리행 비행기로 갈아탔고, 
이제 데스티노의 부하인 움마가 일을 벌일 시간인데, 윤태영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험을 전혀 모르고 있군요...
E 멀리서 들리는 비행기 이륙 소리.
움마 (전화기 통한 목소리)데스티노님, 
비행기는 떠났습니다. 
데스티노 잘했다, 움마.
(에코) 자, 이제 필라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곧 알 수 있게 되겠군.
사다드 녀석, 구할 수 있으면 구해보시지.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E 화장실에서 손 씻는 소리.
윤태영 (에코)이상해. 어디서 시계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E 비행기 화장실 안 서랍들을 열어보는)
사다드 (에코, 절규하는) 필라르!!
E 비행기가 폭발하는 거대한 굉음
앵커 (TV에서 들리는) 뉴스 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쮜리히에서 트리폴리로 가던 CAP 109편이
지중해 상공에서 폭파되었습니다.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김포공항 청사 출국 게이트 화장실에서
109편에 탑승하기로 했던 승객이 변사체로 발견되어, 
경찰은 테러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M "EPITAPH" ( KING CRIMSON) 듣다가 깔리면서
한지화 사다드가 있잖아. 그가 구했겠지.
박진희 너 상처는 나았어?
한지화 응, 다 나았어. 태영이 덕분인가 봐.
태영이 피를 수혈했다며? 텔레파시도 했었잖아.
박진희 그럼 사다드나 태영이한테 텔레파시를 보내봐.
한지화 진희야...나, 절망하고 싶지 않아.
NA. 시간은 모든 일을 과거 속에 묻어버린 채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과거를 잊는 건 아니죠.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사람들에겐, 과거는 항상 지금 
이 순간으로 다시 태어나거든요.
M (멀리서 들리는) 밤과 꿈.
박진희 (놀라, 뛰어가며) 이, 이건 태영이!
(멈추며) 카스테레오에서 나오는 소리였군.
카센터주인 진희야, 그 형님이란 사람한테 오토바이나 
사달라그러지 말고, 깨끗한 방이나 구해달라고 해.
언제까지 카센터 지하에서 살 거야? 
박진희 전 여기가 좋아요, 아저씨.
(멀어져가며)기다려야할 사람도 있구요.
E 오토바이 출발 소리. 달리는 오토바이, 바람소리.
박진희 (에코, 비트 정우성처럼) 녀석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 방에 남아있는 거액의 통장과 주인 잃은 기타만
그 녀석을 기억나게 해 줄 뿐이다.
가끔씩 어디선가 밤과 꿈의 선율이 들려올 때면
내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돌아오지 않는 태영이의 목소리가.
M "차우차우" (델리스파이스)
박진희 (E 오토바이 내리면서)졸업 축하한다. 지화야.
한지화 응. 너도.
박진희 자, 타, 지화야.
한지화 오토바이는 언제 바꿨니?
박진희 형님이 새로 사줬어.
한지화 너 그 쪽에서 손 씻으면 안돼?
박진희 이젠 어쩔 수 없어.
E 오토바이 출발하는 소리.
박진희 (에코, 나레이션 톤) 오지 않는 친구를 기다린 지
1년... 나는 태영이의 가짜 여권을 만들어준
깡패들의 세계로 들어갔다.
한지화 진희야, 너 그 때 여권 때문에 그렇게 된 거야?
E 오토바이 곁으로 지나가는 바람 소리
박진희 (에코)지화와 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
우린 서로 그 녀석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안다.
점점, 그 녀석에 대해 말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M "A WHITER SHADE OF PALE" ( ANNIE LENNOX) 깔리면서
NA. 필라르를 잃은 사다드는 남극대륙에 있는 필라르의 육신 
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싸늘하게 얼어붙은 윤태영의 곁에서 
자신마저 스스로 냉동시키고, 차가운 얼음조각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사다드는 어린 필라르 앞에서 했던 맹세를 
지켰던 거죠.
그럼 이제 여러분을 모시고, 시그너스 별의 어느 한때, 사다드의 
과거 편으로 날아가겠습니다.
M TRY TO REMEMBER (BROTHERS 4)
E 따악, 하고 채찍으로 때리는 소리.
어린사다드 (맞으며 자지러지는)아악!
에스텔라 사다드!
관리 자식 교육 좀 잘 시켜!
노예 주제에 어디서 눈을 부릅뜨는 거야?
한번만 이 녀석이 그랬다간 널 딴 곳으로 
팔아버릴 테니까 그리 알아 둬! 
에스텔라 (공손하게)네, 알겠습니다. 
어린사다드 난 잠깐 용을 봤을 뿐이라구요.
에스텔라 (아주 차갑고 냉정하게)조용히 해!
어서 일해! 데스티노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어린사다드 엄마도 나도 머리가 검은데 우린 왜 노예야?
에스텔라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일이나 해!
넌 엄마가 너 때문에 돼지처럼 다른 곳에 팔려가야 
속이 시원하겠니?
NA. 레드문의 수호천사 최화정의 잠시설명이 있겠습니다.
"엄마도 나도 머리가 검은데 왜 노예야?"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려면 시그너스별의 계급을 알아야하죠.
이 곳 시그너스별은 머리색깔로 계급이 분류되는데요,
노예들은 물 빠진 옥수수털 같은 노란색이지만,
귀족이며 무사계급인 무챠는 검은 머리라고 합니다.
오래 전 우리 선조가 그 별로 갔던 것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E 용이 나는 소리.(과연, 어떨까?)
부하 주인님께서 돌아오신다! 모두 정렬하고 
주인님 맞을 차비를 해라!
E 거대한 용이 땅에 착지하는 굉음.
끼이용하고 우는 용소리.
부하 어서 오십시오. 데스티노님.
데스티노 여길 누가 청소했지?
부하 사다드입니다.
데스티노 (무섭게)이리 나오너라, 사다드. 
네가 어디있는지 알고 있다.
(화난) 썩 나오지 못해!
E 초능력 광선이 뿜어져나가는 소리.
어린사다드 으악!
(E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쿵하고 떨어지는)
데스티노 내가 지나갈 길을 이 따위로 청소해놓고
네가 어딜 숨느냐?
E 채찍 휘두르는 소리.
부하 이 녀석이 어디 눈을 치켜떠?
데스티노 없애버리고 싶군, 그 눈빛과 그 검은 머리를!
(E 큰 칼을 뽑아, 휙하고 무섭게 휘드르는)
에스텔라 데스티노님, 안돼요!
데스티노 넌 처음부터 없었어야 할 놈이야.
목숨을 살려줬더니 고맙게 여기진 못할망정 ,
건방지게 대든단 말이냐!
얌전해질 때까지, 공사장 일을 시켜라!
노예들 (수근거리며) 저 어린 것을 공사장에 보내다니..
노예1 왜 데스티노님은 
사다드를 미워하시는 걸까?
노예2 아마, 생긴 게 무챠 같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노예 주제에 검은 머리라니 불길한 녀석이라구요.
M "울게하소서" 듣다가 깔리면서
사다드 (나레이션 톤) 그 시절, 나는 굶주렸었다.
풀리지 않는 내 태생에 대한 의문 때문에 
진실에 굶주렸고,
얼음보다 더 차가운 어머니 때문에 정에 굶주렸었다.
어머니는 내게, 아버지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고 말해줬을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내 이름은 '없다'라는 뜻,
나는 이 세상에서 없어야할 존재였다.
E 난로에서 나무 타는 소리.
어린사다드 (잠자면서 신음하는) 으으으..아..파..으..
에스텔라 사다드..어린 것이..이렇게 고생을 하다니..
(울먹이는) 어미를 용서해라.
어린사다드 (깨어나며) 으음..엄마, 엄마야?
에스텔라 (손 뿌리치며 냉정한) 치워라. 어서 자!
엄만 피곤하다.
사다드 (에코) 나는 남몰래 눈물을 삼켜야했다.
어머니는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피투성이가 된 내 어린 손조차 잡아주지 않았다.

SIGNAL 2------->

NA. (외국인 더빙하는 성우 톤)
전 어렸을 때, 어린이는 미래의 주인인 줄 알았죠.
그래서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들은 자란다, 이런 노래를 
제 생활신조로 삼았어요.
하지만, 전 학대 받는 어린이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바로 지금 제 곁에 있는 사다드를 보면서 말이죠.
너무 불쌍해애--



15

E 빵빠레와 축제를 알리는 폭음들.
NA. (귀엽게)아이, 깜짝이야.
여기는 사다드의 과거, 시그너스 별의 어느 한 때인데요,
데스티노가 소매가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베란다에 섰습니다. 
무슨 기념일 의상인 것 같긴 한데, 데스티노는 취향이 좀 독특한 
것 같아요. 저건 왕자병 의상이라기 보단 공주병 의상인걸요.

데스티노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원, 투, 쓰리,... 이봐, 여기 동굴소리 좀 넣어.
목소리가 위엄이 없잖아! 이렇게 하란 말야.
됐다다으다으다으.
(연설 톤, 멋지게) 시그너스인들이여!
모두 일어나 태양을 맞아라!
오늘은 시그너스가 기다려오던 전설의 태양이
태어난 날이다, 노예들도 일손을 놓고
태양의 탄생을 기뻐하라!
노예들 (기뻐하는) 와!! 새로운 태양께 경배를 올리자!!
데스티노 (코믹하게)잠깐, 야 꼬마야, 너 사다드 말야,
그래 너, 어딜 봐! 넌 일해, 알았어?
NA. 데스티노는 사다드의 얼굴에서 잊고 싶은 자신의 치부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다드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거죠.
사다드는 마치 사자의 새끼처럼, 벼랑에 떨어져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아야만 하는 운명인 것 같군요.
노예들 (웅성거리는) 
노예1 (멀리서)이번 태양은 진짜로 전설 속의 태양이래요.
노예2 (멀리서) 글쎄..그렇기만 하면 얼마나 좋아요?
에스텔라 (E 다가와 앉으며, 계속 차갑게) 먹어라.
어린사다드 안 먹어. 도대체 왜들 저러는 거야?
에스텔라 (차가운 톤)오늘은 기쁜 날이다.
태양께서 태어나셨으니까.
어린사다드 그깟 태양이 뭐길래, 이 난리야?
에스텔라 (입 막으며)쉿! 조용히 해!
너 그런 소리 함부로 했다가는 주인님께 맞아죽는다.
예부터 전설에 이르길,
훗날 물과 불의 심판으로 대지가 가라 앉고
바다가 넘쳐, 
사람들이 위 아래로 갈라져 살게 될 때에
빛과 같고 화산의 불과도 같은 태양이 태어나
사람들을 구하리라고 했다.
그 전설의 태양은 모습이 우리와는 
조금 다를 거라고 했는데, 이번에 태어나신 분이 
바로 그렇다고 하는구나.
어린사다드 (볼멘)지금은 바다도 넘치지 않고 
땅도 갈라지지 않았잖아.
에스텔라 하지만 사람들은 위 아래로 갈라져 살고 있잖니.
(목소리 낮춰)이 무서운 계급 제도 속에서 말이다.
태양께서는 아래에 사는 우리들을 구해주실 거야.
사다드 (에코, 나레이션 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전설은 굶주린 노예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지배자들의 거짓 이데올로기일 뿐이었다.
M "RAMMSTEIN" ( RAMMSTEIN, LOST HIGHWAY O.S.T.중)
E 돌바닥을 걸레로 박박 문지르는 소리.
어린사다드 (에코)그 태양인지 뭔지 하는 녀석도,
좋은 옷 입고 좋은 거 먹고 낄낄거리면서
우리 노예같은 건 돼지 취급이나 하겠지.
저 데스티노 녀석처럼 말야.
무사1 태양께서 이제 3살이 되셨으니,
곧 수호기사를 임명하시겠군요.
무사2 그거야 당연히 데스티노님이 되시겠죠.
데스티노님이 태양의 수호기사 운명을 타고 
나셨잖습니까.
자, 데스티노님 수호기사가 되시면 저 좀 
잘 봐주십쇼.하하하하! 자, 건배하시죠!
E 잔 부딪히는 소리.
데스티노 이거 황공하군요. 
아직은 모르는 일인데, 미리 소문내지 마십시오.
(소리 낮추면서) 그런데..사실은 그 일로 태양께서
제 영지를 방문하시기로 했습니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요.
무사2 오, 벌써 일이 그렇게 되었군요.
무사1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데스티노 음? 거기 뭐야? (E 들고 있던 잔을 날리는)
어린사다드 (E 딱, 하고 잔을 맞아) 으악!
데스티노 쥐새끼 같은 놈, 감히 주인의 대화를 엿듣다니!
얘들아, 저 놈을 당장 끌고 나가 
100대를 치고 형벌의 나무에 묶어 두거라!
노예1 (잡아 채며)이 녀석, 이리 와!
어린사다드 (E 발버둥치며) 이거 놔!! 놓으란 말야!
( 끌려 나가며) 이거 놔, 으악!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무사1 저 어린 노예는 누굽니까?
노예 주제에 검은 머리라니 불길하군요.
데스티노 (툴툴거리는) 어쩌다 내가 맡았는지..
저런 고약한 녀석을..
부자가 하여간 성깔은 똑같다니까.
무사2 그럼 혹시..그 녀석이 사다드란 놈입니까?
아우렐로 아우렐리의 아들이라는..
코드 유리 깨지는 느낌....
어린사다드 (에코) 아우렐로 아우렐리?
E 채찍으로 맞는 소리
어린사다드 아악!
사다드 (에코)아우렐로 아우렐리, 
그건 내가 처음으로 들었던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E 채찍으로 맞는 소리
어린사다드 아악!
사다드 (에코) 시그너스 별에서 두 자리 이름이라면
그건 노예가 아니라 무챠라는 뜻이다.
나의 아버지는 노예가 아니었다.
나는 날 때부터 노예는 아니었다.
M '울게 하소서' 듣다가 
나레이션에 깔린다.
NA. 사다드는 매를 맞고 나서 온 몸에서 피를 흘리며 형벌의 
나무에 매여있었어요. 하지만 사다드의 숨이 넘어갈 듯한 신음 
소리에도,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군요. 사다드는 바람 부는 
날의 별빛처럼 조용히 울고 있었습니다.
어린사다드 (신음하며) 물..
에스텔라 (E 수풀을 딛고 다가와서) 참아라.
어린사다드 엄마, 물 좀..
에스텔라 참아라, 사다드.(E 뒤돌아 수풀 속으로 사라지는)
어린사다드 (에코) 엄마는 날 싫어해. 내 이름을 사다드라고 
한 건, 내가 태어난 게 싫었기 때문일 거야.
엄마는 내가 없어지길 원하는 거야.
M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부분
"ADAGIO" 중( NEW TROLLS ) 깔리면서
사다드 (에코) 나는 노예 중에서도 노예였고,
아래 중에서도 아래였다.
나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짊어지고 태어난 존재였고
내가 그 고통의 무게에 겨워 울 때
내 눈물을 지켜봐 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모두 나를 외면했다.
마치 봐서는 안될 것을 본 것처럼. 
E 수풀 바스락거리는 아이 발걸음.
어린필라르 (울먹이며)왜 그렇게 슬퍼해?
네가 너무 슬퍼해서 왔어.
묶여 있어서 그런 거야?
어린사다드 (당황하는) 누가 슬퍼했다는 거야?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꺼져.
너도 무슨 귀족의 노예인 것 같은데,
그러고 다니다가 잡히면 나처럼 돼.
어린필라르 형아가 슬퍼했잖아. 죽고 싶다고 했잖아.
어린사다드 (소리치며) 난 슬퍼하지 않아, 그냥 화가 날 뿐이야!
어린필라르 지금도 슬퍼하잖아, 속마음을 들켰다고
무서워하면서.. 
어린사다드 너, 누군야, 대체!
너 어떻게 내 속마음을 읽는 거지?
어린필라르 뭐? 정말이야? 엄마도 사다드를 싫어해?
어린사다드 너, 정말 괴물이구나. 엄마 얘기랑
내 이름까지 다 읽은 거야?
어린필라르 (훌쩍이다가 엉엉운다) 형아, 나도 슬퍼.
나도 너무 슬퍼. 만일 엄마가 나한테 그런다면 
나도 슬퍼서 죽고 싶을 거야.
사다드 (에코)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나를 위해
흘리는 다른 사람의 눈물을 보았다.
어린필라르 잠깐만, 기다려!
M "CLARINET CONCERTO IN A MAJOR, K662 중 ADAGIO" 
( MOZART )
어린필라르 (E 후다닥 달려오며)
형아, 여기 물이랑 먹을 거 가져왔어.
내가 풀어줄테니까 이거 먹어어-?
어린사다드 (에코)이 아인 누구일까?
(E 게걸스럽게 먹는) 
고기 맛이 이런 거였구나,
어린필라르 형아, 이것도 먹어봐, 날아다니는 용이 낳은 알이야.
어린사다드 어, 그래? (E 알 껍질 두드려 깨는) 
어린필라르 형아, 알 먹을 때는 뭘 쳐서 먹는 건지 알아?
어린사다드 (먹다가, 목이 멘) 케켁. 소금!
어린필라르 아냐, 가슴을 치면서 먹는 거야.
(E 가슴 치며) 이렇게 말야.
어린사다드 으응. (E 가슴 치며) 정말 그러니까 내려가네?
야, 넌 좋겠다. 맨날 이런 거 먹나보지?
난, 알은 딱 두 번 먹어봤어.
내 주인이 사령관 된 날이랑
태양인가 뭔가가 태어난 날이랑.
혹시 또 모르지, 주인이 태양의 수호기사가 되면
그 날 한번 더 먹을 수 있을까?
어린필라르 주인이 누군데?
어린사다드 데스티노라고 아주 못되고 멋만 부리는 놈이야.
어린필라르 데스티노가 수호기사가 되면 형아가 편해져?
어린사다드 글쎄. 그래봤자 그 날뿐이겠지.
어쩌면 나만 알을 못 먹게 할 수도 있어.
야, 그런데 너 희안하게 생겼다,
눈은 왜 그렇게 동그래? 이마에 점도 있고.
어린필라르 (놀라서)앗, 형! 등이, 등이..
어린사다드 어, 이거 맞아서 그래.
어린필라르 왜 맞았는데?
어린사다드 툭하면 그냥 트집잡고 때리는 거지, 뭐.
어린필라르 데스티노 나빠!(울먹이며) 
절대로 수호기사는 안 시킬거야.
어린사다드 누가 네 마음대로 수호기사가 되는데?
E 초능력 광선이 뻗어나가는 소리.
어린사다드 (에코)어?이건 뭐지? 이 꼬마한테서 빛이 나오잖아.
어린필라르 형아, 다 나았어. 이건 치료하는 빛이야.
어린사다드 (신기해서) 와, 정말 안아프네? 야, 너 이름은 뭐냐?
어린필라르 필라르.
어린사다드 피라르? 빛이란 뜻이야? 좋은 이름이구나, 
내 이름은 없어져야할 녀석이라는 뜻인데..
어린필라르 아냐! 내가 율법학자한테 들었는데,
모든 것은 사다에서 시작해서 사다로 돌아간대.
그러니까 사다드란 이름은 처음이자 마지막,
그러니까 모든 것을 말하는 거야.
어린사다드 (기뻐하는) 정말이야?
어린필라르 그럼, 내가들은 이름 중에서 형아 이름이 제일 멋져!
E 수풀 헤치면서 다가오는 몇 명의 발걸음
데스티노 (멀리서) 저 쪽으로 가라!
어린필라르 어? 나 가야해! 누가 나 찾으면 못 봤다고 해!
어린사다드 필라르, 나 다시 묶어줘야지!
어린필라르 알았어, 내가 다시 묶어놓고 갈게!
E 큰 나무를 돌면서 밧줄 감는 소리. 
어린필라르 (달려가면서) 사다드 형, 또 만나!
M "BRAND NEW DAY" (STING)
어린사다드 녀석, 빠르기도 하네.
아, 빨간 게 맛있어 보이네. 사과야 이리올래?
자식, 안와? 에잇, 마지막으로 사과하나만 더 먹자!
(E 왁하고 사과 베어무는)
NA. 사다드가 사과하나를 막 입에 물었을 때였어요.
수풀을 헤치고 병사들과 데스티노가 나타났습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더니, 
이번엔 사과 물자 까마귀 나는군요.
데스티노 (에코)누가 나더러 까마귀라는 거야?
E 수풀 헤집고 나오는 발걸음.
부하1 이봐, 혹시 요만한 어린 애 못 봤나?
데스티노 비켜라, (걸어오며) 
사다드, 묶여있는 놈이 어떻게 
사과를 물고 있지?
누가 널 풀어줬냐? (E 발로 사다드를 깔아뭉개며)
누구냐? 네 에미냐?
어린사다드 (E 발밑에 깔려있다가 벌떡 일어나며)
나 혼자 훔쳐다 먹었다, 왜?
데스티노 이 자식이 주인한테 대들어?
(E 채찍 휘두르는 소리) 너 같은 놈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SIGNAL 2-------->

NA. 누군가를 미워하며 산다는 건, 누군가를 사랑하며 사는 것보
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합니다. 
나이 어린 사다드 마저 증오할 수 밖에 없는 데스티노-
비록 데스티노가 하는 짓이 밉지만, 어쩌면 우리들 속에 숨겨진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16

NA. 
E 몇 명의 부하들이 수풀을 헤치고 달려오는 소리.
부하 데스티노님! 
태양께선 성안에 돌아와 계시다고 합니다.
데스티노 태양이나 사다드 노예놈이나 다들 내 속이나 
썩이려고 태어났나보군.
난 이렇게 속이 상할 때면 말이지..
신이 나의 재능과 미모를
질투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얘들아, 저 놈을 일주일 간 굶겨라!
부하 네!
코드 다가오는 불길한 느낌.
어린사다드 (에코) 배 고파. 필라르가 갖다주는 음식을 
다시 먹어봤음 좋겠다. 
필라르는 왜 안 오는 걸까?
저 데스티노놈이 필라르 주인을 부르면 좋겠는데.
M "OUT OF THIS WORLD" ( CURE )
NA. 저 멀리서 데스티노가 사다드를 노려보는군요.
눈빛은 증오로 불타고 있는데, 몸에 두른 옷은 가면무도회 
분위기입니다. 오늘은 로마시대풍으로 한쪽 가슴을 드러낸 채, 
이불 같은 걸 둘둘 감고 나타났군요.
데스티노 닷새를 굶더니 좀 얌전해졌군.
이거 좀 줄까?
난 고기를 너무 먹어서 식체에 걸렸거든.
어린사다드 (E 발 걸려 넘어지는) 악!
데스티노 이런..쯔쯔쯔.. 너무 굶어서 헛발을 딛는군.
자, 옛다! (E 고기를 땅에 던지며)
입으로 집어먹어라. 뭘보는 거야?
(E 채찍 휘두르는) 입으로 집어 먹으라니까!!
E 칼을 뽑는 소리.
데스티노 지금 입으로 집어먹지 않으면 평생 못 먹게 해주마.
내 칼은 요즘 피를 못 먹어 안달이 났거든. 
하하하하!!
어린사다드 (울며 먹는) 흐흐흑..
데스티노 네 이름은 이제부터 개다! 하하하하!
훗, 똥개 같은 녀석.
NA. 사다드는 눈물을 흘리면서 땅에 떨어진 고기를 입으로 먹던 
날, 저주와 증오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날이 왔어요.
M "RAMMSTEIN" ( RAMMSTEIN, LOST HIGHWAY O.S.T.중)
사다드 (에코) 데스티노의 성에 태양의 공식방문이 있던 날,
나는 내 안의 모든 증오가, 
단 한 명의 선택받은 존재, 태양에게로 모아져 
가고 있음을 느꼈다. 
세상이 그를 찬미할수록 나는 그를 증오했고,
세상이 그를 칭송할수록 나는 그를 저주했다.
그를 위한 빵빠레가 울려 퍼지는 순간,
나는 그 속에서 그를 위한 진혼곡을 들었다.
난 하나도 가지지 못했던, 모든 것을 가진 그를..
참을 수 없이, 죽이고 싶었다.
E 쾅하는 폭발음. 돌덩이들이 쏟아져내리는 소리.
군중들 아아악! (웅성웅성) 누구야? 누구? 
데스티노 (소리치며) 태양께선 무사하신가?
부하 (멀리서)무사하십니다.
데스티노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태양은 어디 계시냐? 
부하 (멀리서)이 쪽입니다.
데스티노 (설치며) 오, 나의 태양! 잠깐 기다리십시오.
여기 믿음직한 데스티노가 달려갑니다. 
E 돌무더기 계속 떨어지는 소리.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군중들 (웅성거리는 소리.)
군중1 (목소리 낮추며) 태양은 다행히 무사하다는구만.
군중2 그런데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지?
군중1 빨리 여길 나가자구. 괜히 여깄다가 봉변당하겠어.
부하 (엄포놓듯) 움직이지 말아라! 
데스티노님의 엄명이다!
한 놈도 움직여선 안 된다! 
에스텔라 (놀라서) 사다드, 너 설마.
어린사다드 아니야, 엄마, 내가 그런 건 아니야.
난 그냥 화가 나서...화만 냈던 건데...
에스텔라 (안타깝게) 사다드, 어서 도망쳐라. 어서!
어린사다드 어디로, 어떻게 가란 말야?
에스텔라 사다드, 정신을 집중하고, 
그냥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하면 된다, 빨리!
NA. 무챠 출신의 아버지를 둔 사다드는 아버지의 능력을 물려받
고 태어났던 겁니다. 어린 사다드는 아직 자신의 능력을 모르고
있었고, 어머니 에스텔라는 그 능력을 감추려고 했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더 이상 감출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사다드는 자기 이름처럼 사르르 사라졌죠.
E 슉하고 갑자기 나타나는 소리
어린사다드 어? 여긴 내 방이잖아. 내가 어떻게 여기로 온거지?
E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면서. 칼 뽑는다.
데스티노 네 놈이 순간이동을 한다고 해봐야, 
머리 속에 떠오르는 곳이 네 놈의 방구석밖에 
더 있겠느냐! 이번엔 살려두지 않겠다!!
(E 초능력 광선 뿜어져나가는)
E 쾅하고 벽이 뚫리고 사다드는 쿵하고 
멀리 나가 떨어짐.
데스티노 일어나, 사다드! 
감히 태양을 시해하려 한 놈이 그것도 못 견디나!
어디 한번 해봐, 나도 죽여보란 말이다!
어린사다드 (이를 악문)그래, 널 죽이고 싶어.
데스티노 뭐?
어린사다드 너도, 태양도 다 죽이고 싶단 말야!!
E 폭발음.
에스텔라 (E 달려오며) 사다드, 안돼!
데스티노 너 이놈, 더 이상 살려둘 수가 없구나.
(E 큰 칼을 뽑아 휘두르는)
에스텔라 안돼!!(E 자기 몸으로 사다드 위를 덥으며, 
칼을 맞고) 아악!!
어린사다드 (절규하는) 엄마! 
(넋이 나간 듯) 엄마가 왜 이러는 거야?
엄마가 왜 내 대신 칼을 맞는 거야?
엄마는 내가 죽어 없어지길 바랬잖아.
에스텔라 (간절히)데스티노님!
제발 이 아이를 살려주세요.
데스티노 이 놈은 태양 시해범이야, 살려줄 순 없다.
에스텔라 데스티노님, 하지만, 당신의 능력과 지위라면
사다드를 살려주실 수 있잖아요.
데스티노 흐흠. 뭐 그거야 그렇지만.
에스텔라 (고통으로 괴로워하며)제발...데스티노님..
당신의 사랑이 진심이었다면....
아직 옛정을 잊지 않으셨다면..
이 애를 살려주세요.
제 마지막 소원입니다.
데스티노 정은 정, 벌은 벌이야.
(E 멀어져가며)
저 놈에게 태형 50대를 가하고,
태양이 돌아가실 때까지 지하감방에 가둬라.
식사도 주고 묶어놓지 않아도 좋다.
부하 네!
에스텔라 감사합니다.
M "DRIFTING" ( CAROL KIDD ) 깔리면서
에스텔라 미안하다, 사다드..
엄마가 널 더 이상 지켜줄 수가 없구나.
어린사다드 엄마! 엄마가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엄마가 언제부터 그렇게 됐어!
빨리 일어나서 날 야단치고 구박하란 말야!
(울며)엄마! 엄마!!!
에스텔라 사다드..잊지 말아라.
너의 이름은 없어져야한다는 뜻이 아니야.
'사다', 모든 것은 무에서 시작해서 
무로 끝나는 것,
너는 모든 것의 시작이며 끝이니,
너로 인해 모든 것이 말미암고 
모든 것이 완성되는 거다. 알았니, 사다드?
어린사다드 (울며) 엄마!
에스텔라 사다드, 너의 아버지는 무챠 중에 무챠,
남자 중에 남자였다.
너의 아버지는 시그너스 전군 사령관이었어.
반역으로 몰려서 처형되지만 않았더라면
재상에까지 올랐을 분이다.
너의 아버지 이름은 아우렐로 아우렐리..
아버지가 처형장으로 끌려갈 때,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면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너의 이름을 지어주셨다..
우리 아들이 지금의 세상을 무로 만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길 바란다면서..
어린사다드 (분노한)누구야! 아버질 반역자로 몬 놈이!
누구야! 그 원수놈이!!!
에스텔라 사다드, 원수 이름은 알아서 뭐하겠니..
어차피 무에서 시작해 무로 돌아갈 인생인데..
이제보니.. 아버지와 꼭 닮았구나, 사다드..
어린사다드 (절규하는) 엄마!!!
사다드 (에코) 어머니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을 때,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그 차가운 행동이 나를 귀족들과 데스티노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았을 때, 
어머니는 내 곁을 영원히 떠났다.
M "A DAY IN THE PARK" (류이치 사카모토, 2000 중)
NA. 사다드는 지하감방에 갇혀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사다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다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사다드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시체처럼 웅크리고 
누워있네요. 사다드의 슬픔 앞에선 시간도 멈춘 듯합니다.
E 슉하고 갑자기 나타나는 소리
어린사다드 엉? 너 어떻게 여길 들어온 거야?
어린필라르 형아가 날 불렀잖아. 
며칠 전부터 아주 슬픈 목소리로..
형아, 엄마가 돌아가신 건 형아 탓이 아니야.
내가 엄마 대신 위로해줄게. 
이젠 울지 말고 슬퍼하지 말아. 응?
어린사다드 비켜! 어서 돌아가. 
난 태양 시해범이야, 너, 여기에 있다가 들키면
너까지 죽게 돼!
어린필라르 태양을 일부러 죽이려는 게 아니었잖아.
형아는 형아의 능력도 모르고 있었다면서..
어린사다드 (에코) 이 아이는 내 마음을 그대로 읽고 있어.
어린필라르 형아, 울지마..그건 형아를 괴롭히는 나쁜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어.
형아 잘못이 아니란 말야.
M "DAISIES OF THE GALAXY" (EELS)
NA. 다음 날 아침, 감방지기가 하품을 하면서 사다드에게 먹을 
걸 주러 왔다가, 깜짝 놀라서 데스티노를 부르기 위해 달려갑니
다. 밤새 사다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E 저벅저벅 지하감방을 울리면서 급하게 걸어오는 
몇 명의 발걸음.
감방의 두꺼운 철문을 확 밀어여는 소리.

데스티노 빠른 성장기로군.
(잘난 척하며) 잠깐, 지구인 여러분, 
빠른 성장기가 뭔지 모르시죠?
빠른 성장기란 시그너스별 사람들에게만 
있는 건데요, 여기 아이들은 10살이 되면,
갑자기 무럭무럭 자라서 며칠 새 어른이 되는데,
그런 시기를 빠른 성장기라고 하는 거죠.
그리고 젤 중요한 건 바로 이거에요.
빠른 성장기를 거친 시그너스인들은
빠른 노화기가 오기 전까지는 항상 젊음을 
유지한다는 사실..호호호..
그러므로 전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젊고 아리따운 귀공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셨죠? 절 중늙은이로 오해하지 마시라구요.
(다시 무게 잡는) 얘들아, 문을 열어라!
E 철창 여는 소리
데스티노 사다드! 네가 진정 죽을 작정이냐!!
어린사다드 왜, 왜 그러는 거야?
필라르는 아무 잘 못 없어. 필라르에겐 손대지 마!
데스티노 비켜라, 무엄한 놈.
노예인 주제에 태양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네가 제정신이냐!
태양을 시해하려는 것도 모자라서 이젠 아예
태양을 납치하다니!.
어린사다드 (에코)뭐? 이 녀석이..필라르가 태양이라고?

SIGNAL 2 --------->
NA. (신파극의 변사 조로)아아.. 필라르와 사다드의 질기고도 
질긴 운명의 끈은 이렇게 맺어진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운명, 냉면 발보다 더 질기고 짜장면보다 더 중독성이 강한 
운명! 그건 이렇게 우연의 비둘기가 필연의 종을 치듯이 
찾아왔던 것이었던 것이었죠.



17

NA. 초등학교 때 반에서 인기투표같은 거 했잖아요.
그럴 때 여러분은 몇 표나 받았어요? 저야 뭐...밝힐 순 없지만,
하여간, 인기투표 1등은 대부분 이랬죠.
여자는 깨끗하게 생긴 애, 그리고 남자는 말 잘하는 애!
그렇담, 여러분은 레드문 등장인물 중에 누가 제일 좋으세요?
필라르? 사다드? 데스티노? 루나레나? 아즐라? 
그것도 아니면 혹시...용?
우리도 언제 인기투표를 해볼까봐. 
근데 나한테 다 몰리면 어쩌지?

어린필라르 (떼쓰는)싫어, 싫어, 난 안 갈거야!!!
형아랑 같이 있을 거야.
데스티노 필라르님, 아니됩니다. 
왕께서 얼마나 심려하고 계신 줄 아시옵니까?
어린필라르 하지만 난 사다드랑 여기 있을 거란 말야!
데스티노 (호통치는) 정신 좀 차려! 십시오.
당신은 시그너스별의 태양입니다.
어떻게 태양이 이런 더러운 노예한테 매달려서
형이라고 부르고 떼를 쓰십니까?
어린필라르 (태도 바꾸고 의젓하게) 알았어.
가지! 하지만 데스티노, 만일 사다드한테
손끝 하나라도 댔다가는, 너는 죽을 줄 알아.
태양 시해 미수사건이 일어났다는 건
그냥 덮어두는 편이 너한테도 좋을 거야.
네 성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니까, 알려지면
너도 책임을 피할 수 없잖아?
데스티노 (에코) 이 어린 것이 벌써 거래를 아는군.
벌써 이러니 크면 날 갖고 놀겠어.
(보통톤) 알겠습니다. 제발 이제 돌아가시죠
NA. 필라르는 왕궁으로 돌아갔고... 대신 
빠른 성장기를 보낸 사다드에겐 수많은 친구들이 찾아옵니다.
M "A LOVER'S CONCERTO" ( 사라 본)
여인1 (멀리서 다가오며)사다드! 사다드!
(부끄러운 듯이)저, 이거 선물이야. 
빠른 성장기 끝난 거 축하하는 뜻으로..
받아줄래?
사다드 고마워.
여인1 응..그럼 안녕! (E 팔짝 뛰어가는)
여인1,2 (멀리서)꺄아, 말했다, 말했어. 목소리도 죽이지?
NA. 빠른 성장기를 보낸 사다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윽한 
눈매, 베일 것 같은 콧날에, 앵두 같은 입술, 게다가 강아지 
눈동자에 송충이 눈썹까지, 남자라고 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었어요.
노예 야, 사다드, 너 여자애들이 먹을 거 많이 줘서 
힘이 남아돈다며?
그러니까, 여기 성벽 좀 쌓아라.
우리들이 같이 하려고 했는데, 
우린 지금 배가 너무 고파서 말야. 헤헤헤..
사다드 네.
노예 (E 멀어져가는) 저 산만큼 쌓인 돌덩이를 
어떻게 하나 보자구.

M "TAKE FIVE" ( THE DAVE BRUBECK QUARTET )
E 두꺼비 소리..
사다드 (에코) 이걸 언제 다 쌓지? 
두꺼바, 너 밑 빠진 독만 메꿀 줄 알고
이런 건 못하니? 
E 낙타 같은 동물이 달려와 멈추는 소리.
콰콰콰쾅 공중에서 떨어지는 돌덩이들.
데스티노 (이주일톤)너 지금 돌 들어 올렸냐?
(무섭게)앞으로 한번만 더 그런 초능력을 썼다가는
필라르님이 뭐라시든 처형해버리겠다. 알았나?
사다드 (웃음 참는)히히..네.
데스티노 저 자식이 이젠 대들지도 않아? 
사다드 .....
데스티노 아이구, 속터져!! 너 왜 말도 안해!..쳇. 가자!
(E 낙타 같은 녀석이 달리려는)
사다드 (에코) 흥, 엄마를 봐서 참는 거야.
데스티노 뭐? 너 뭐라 그랬어?
사다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데스티노 너 정신교감도 되는 거지? 어?
사다드 전 그런 거 모릅니다.
데스티노 망할 자식! 지 애비의 잔재주는 다 물려받았군. 
가자! (E 낙타 뛰어 사라지면서..)
(에코) 아무리 에스텔라의 부탁이라고 해도,
저 놈은 너무 위험해.
약속을 지키느냐, 후한을 없애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아 두통이야, 가서 약 먹고 얼른 잠이나 자야지.
사다드 (에코) 아무래도, 이상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엔
데스티노가 전처럼 못살게 굴지 않잖아.
정말 어머니의 유언을 지켜주려고 저러는 걸까?
E 고오오옹...우주의 신비한 소리.
NA. 그날 밤 데스티노 앞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죠.
데스티노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떱니다.
데스티노 (호들갑스러운) 귀, 귀신이야! 귀, 귀신이야.
사다드 필라르가 위험해, 왕궁이 어디야?
데스티노 사다드냐? 너 미쳤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사다드 왕궁이 어딘지만 말해!
(위협하듯) 왕궁이 어딘지만 말하라니까!!!
데스티노 저쪽이야. 저쪽. 너 정신교감 되니까
내 마음 읽을 거 아니야. 
사다드 (에코) 너무 멀잖아. 
필라르를 구하려면 시간이 없어.
코드 긴장감이 도는.
E 슉하고 나타나는 소리.
E 여러 발의 총성.
자객 (급박한) 저 놈은 초능력자다!
순간이동을 해왔어. 태양과 함께 해치워라!!!
E 초능력 광선이 뿜어나가는 소리.
연이은 폭발음. 크게 몇 번 울린다.
M "INTERMEZZO FROM CAVALLERIA RUSTICANA" 
( MASCAGNI )
군인1 저 놈은 누구인가?
처음 보는 녀석인데, 저 놈이 자객인가?
군인2 아무래도 그런 듯 합니다.
군인1 저 놈을 체포하라!
군인들 네! (E 달려와 포박하는) 
사다드 아닙니다. 전 자객이 아닙니다.
어린필라르 물럿거라. 그 자를 부른 건 나다.
군인1 필라르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린필라르 네가 들은 대로다.
그 자는 나의 노예이고, 내가 그를 불렀다.
군인1 그게 정말이시옵니까?
어린필라르 그래, 그가 달려와 자객들을 막아주었고,
내 목숨을 구했는데..
포상은 못할망정 체포라니, 그게 무슨 법도냐?
모두 물러가라!
군인들 네! (E 멀어지는 발걸음) 좀..이상하지? 
처음 보는 놈인데 말야..
E 작은 우주정들 떠나는 소리
어린필라르 사다드, 내가 노예라고 해서 화난 건 아니지?
사다드 그럴리가요.
어린필라르 이제야 겨우 같이 있을 수 있게 됐어.
사다드 소인, 주인께 인사드립니다.
M "GEORGY PORGY " ( ERIC BENET )
NA. 데스티노는 계속 사다드한테 한발 늦는군요.
태양의 수호기사는 태양과 정신적인 교감이 완벽하게 되야하고,
그에게 위험이 닥치면 먼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필라르의 위험을 알아차린 것도 사다드가 먼저였구요,
데스티노가 뒤늦게 깨닫고 왕궁으로 떠나려고 했을 때,
용은 이미 사다드가 타고 떠난 뒤라서 발만 동동 굴렀답니다.
부하 데스티노님, 태양께서 친서를 보내셨습니다.
데스티노 호호, 그래? 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시구나.
어디 보자---
E 종이 펼치는 소리.
어린필라르 (에코) 데스티노 보아라,
너의 노예인 사다드는 앞으로 내가 데리고 있겠다.
불만이 있으면 찾아와라.
데스티노 ( E 쿵하고 쓰러지는) ....물...
부하 데스티노님, 데스티노님! 정신 차리십시오.
코드 코믹한 느낌.
NA. 사다드는 필라르의 노예가 돼서 왕궁에서 살게 되었고,
전투 노예가 됐기 때문에 굶주린 사자처럼 무술을 익힙니다. 
자신의 숨은 능력을 발견하면 할수록 사다드는 점점 더 열심이 
되는 거죠. 어느날 사다드는 풀리지 않는 의문을 안고 왕립 
도서관을 찾습니다.
사서 (E 기계음 톤) 어서오십시오, 사다드님.
어제 읽으시던 책을 계속 읽으시겠습니까?
사다드 응. 
사서 (E 기계음 톤) 네, "예언서" 전자북 12P를
불러오겠습니다.
M "1919" (류이치 사카모토) 깔리면서
사다드 (책 읽는다)
"먼 옛날 예언자가 이르기를
인간의 자만이 하늘을 찌르고 악이 난무하니
하늘이 벌을 내리는도다..
불기둥이 치솟고 바다가 넘쳐 대지가 위 아래로
갈라지니, 인간들이 죄를 뉘우치고 하늘에 빌도다.
그 때 어머니별에서 온 선조와 같이 우리와 
다른 모습을 한 태양이 나타나 사람들을 구하니, 
그 이름을 빛이며 화산 같은 하나뿐인 자, 
즉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라고 하도다."
....아무리 읽어도 모르겠군.
대체 어머니 별은 뭘까?
필라르님의 이름은 예언서를 따서 지은 건가?
카샴 (E 다가오며) 필라르님이 태어나실 때
전설 속의 징조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사람들이 미리 예언서에서 따서 이름을 지었지.
난 카샴박사라고 하네만, 자넨 무챠인가?
사다드 아닙니다. 전 필라르님의 노예입니다.
카샴 노예가 어떻게 왕립 도서관 출입을 할 수 있지?
사다드 전..금지되어 있는 줄..몰랐습니다.
필라르님이 글을 많이 읽으라고 하셔서..
카샴 글은 어떻게 배웠나?
사다드 필라르님이 손을 잡고 마음을 통해서 
가르쳐주셨습니다.
카샴 (놀라는) 필라르님과 정신교감까지 된다는 말인가?
자네..왕궁에 오기 전에는 어디에 있었나?
사다드 데스티노님의 노예였습니다.
카샴 (깨닫고 감격해 목메는) 그렇다면..자네 ..
사다드 왜 그러십니까?
카샴 아닐세. 잠시, 자네 아버지를 보는 듯해서..
사다드 (반색하며) 저희 아버지를 아십니까?
카샴 죽마고우였네. 그래, 어머니는 어디 계신가?
사다드 돌아가셨습니다.
카샴 저런...총명하고 아름다운 에스텔라가 가버리다니.
사다드 뭔가 착각이 있으신게 아닌지, 저희 어머니는
글도 모르고 전혀 아름답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뚱뚱하신 분이었는데요..
카샴 그럴 리가..자네 어머니는 
시그너스 최고의 미인이었어.
자네 어머니의 초상화만 봐도 
사내들은 눈이 멀고 사랑에 빠지곤 했다니까.
NA. 사다드의 기억에 남아있는 어머니의 모습 속엔 당대 
최고였다는 총명한 에스텔라의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사다드는 한 가지 의문을 또 가지게 되었죠.
지금 사다드는 필라르의 부름을 받고 가다가, 폐쇄구역으로 
들어가는 데스티노를 발견하네요.
M "WHEN I DREAM " ( 캐롤 키드)
데스티노 (로맨틱하게) 난 어젯밤 꿈을 꿨어.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주는 꿈이었지.
그게 바로 그대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꿈속에서도 생각했지... (기침하는) 콜록콜록
사다드 (에코) 저런 먼지 쌓인 그림에다가 입을 맞추다니.
데스티노 뭐야? 누구냐? 야, 사다드! 너 서!
사다드 섰습니다.
데스티노 너..봤지?
사다드 네. 
데스티노 얼마나 봤어?
사다드 다 봤습니다. 데스티노님 얼굴이 사과 같습니다. 훗.
데스티노 (협박하는) 너 내가 여기왔던 거 누구한테 말하면
죽을 줄 알아!
발설하면 노예 주제에 폐쇄구역에 들어온 
너만 손해야. 알았지?
사다드 (에코) 변태 같으니라구.
데스티노 머? 너 지금 나더러 노총각 히스테리라고 했지?
사다드 아닙니다. 알았으니, 그만 가보시죠.
E 슉하고 사라지는 소리.
사다드 (에코) 도대체 어떤 그림이길래 저 난리지?
(E 들어가며, 감탄하는) 아, 저건...
마치 살아있는 것 같구나..
금방이라도 입을 열어 말할 것 같아.
SIGNAL 2------->
NA. 가장 큰 미움은 가장 큰 사랑에서 태어납니다.
사랑에서 태어난 미움을 두고 우린 '애증'이라고 하죠.
사다드를 향한 데스티노의 그칠 줄 모르는 미움엔
왠지 낯선 사랑의 냄새가 나네요. 흠흠



18

NA. 오늘은 시그너스 별의 특산물 요리를 소개하겠습니다.
다름 아니라, 용의 알 후라인데요, 우리 지구의 계란 후라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죠. 
그런데 일단, 요리를 하기 위해선, 적어도 요리사가 두 명은 
필요합니다. 한 명은 용을 놀려서 유인해야 하고, 또 다른사람은 
그 틈에 둥지로 가서 알을 훔쳐와야 하거든요. 
요리의 포인트! 자칫 잘못하면 요리사들이 요리도 하기 전에 
용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목숨걸고 하는 건데...
맛있겠지, 그치?

데스티노 (E 어지럽게 왔다갔다하는 구두소리내며)
필라르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린필라르 나는 아직 수호기사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말이야.
수호기사는 나와 정신교감이 100% 이뤄져야해.
그런데 데스티노는 그렇지 않잖아?
데스티노 (E 구두소리내며)하지만 필라르님, 
전 태양의 수호기사의 운명을 타고 난 몸, 
저의 선천적인 자질이 
아직 다 발휘되지 않아서 그렇지..
곧 필라르님과 완벽한 교감을 하게 될 겁니다.
어린필라르 데스티노, 어지럽다. 왔다갔다하지 좀 말아. 
사다드, 가자!
사다드 네.
E 슉하고 사라지는 소리.
데스티노 (외치는)저하고 말씀하시다가 어딜 가시는 겁니까?
어린필라르 (에코)만일 찾아오면 수호기사로 임명해줄게. 메롱-
E 부굴부글 주전자에서 물 끓는 소리.
데스티노 저 어린 것이 날 이젠 장난감 취급하는군.
누굴 닮아서 저렇게 못됐을까.
못된 걸 보면 나하고 죽이 잘 맞을 것 같은데 말야.
(기 넣듯이) 음! 머리에 기를 넣어보자..
(정신 집중하다가 괴로워하는) 으으으으으으악! 
이 필라르 꼬맹이 도대체 어딜 간거야?
코드 코믹한 느낌.
E 갈대밭을 스치는 바람..
어린필라르 (멀리서) 저기 있어. 난 저 애를 신부로 맞을 거야.
사다드 벌써요? 아, 아닙니다. (에코) 왕족은 조숙한가보군.
어린필라르 (멀리서) 루나!!!
M "MOST BEAUTIFUL GIRL IN THE WORLD" ( PRINCE) 
사다드 (에코) 저 꼬마아가씨는 왕족의 표시가 
이마에 있는데, 왜 이런 강가에서 살지?
필라르님도 몰래 만나러 오고..
어? 이 살기는? 필라르님을 향한 살기다!
어린필라르 (멀리서) 아즐라!! 가지마, 아즐라!!!
사다드 (에코) 머리가 은발인 아이, 저 아이가 아즐라인가?
저 아이는 또 누구일까? 
필라르님이 왜 이렇게 마음 아파하는 거지?
E 파도 소리 점점 커진다.
어린필라르 저기 바다 건너에 아길라스가 살고 있어.
원래는 왕실의 과학자였는데, 저쪽으로 도망가서
왕국을 세웠지. 
..내 동생을 아길라스가 훔쳐갔어.
코드 기계의 쇳소리 같은..불쾌하고 불길한..
부하1 이 놈, 나와라!
사다드 네?
부하1 여긴 폐쇄구역이라는 걸 모르느냐, 
노예 주제에 어딜 들어간 거냐? (E 포박하는)
데스티노 (에코) 후후후, 이제 나 혼자 그림을 보게 됐군.
사다드 (에코)데스티노, 싸가지가 바가지,합바지 같은 놈.
데스티노 (에코) 너, 정신교감이 이런 데 쓰는 건 줄 아냐?
NA. 데스티노의 고자질로 사다드는 그림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다신 그림을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다드는 깊은 한숨을 내쉬는군요. 
첫사랑은 한숨과 함께 시작됩니다.
M "SHE'S THE ONE" (ROBBIE WILLIAMS)
사다드 아니! 저건, 그림 속의 그 여자야! 그녀가 분명해.
(E 쫓아가며) 살아있는 사람이었어.
어? 사라졌잖아...이런 겨우 만났는데, 
할 수 없다. 궁내에서의 공간이동은 
금지되어 있지만, 이렇게 되면 해보는 수밖에.
E 슉하고 사라지는 소리.
코드 위엄 있는 장중한 어전 분위기..
어린필라르 아버님, 하루빨리 정신능력자들을 모아
아길라스를 쳐야합니다. 그 자는 제 동생 아즐라를..
디오스 (막으며)아즐라 얘기는 꺼내지 말아라.
그 애는 태어날 때부터 분쟁의 원인이었다.
이렇게 하자. 네가 약혼을 하고 
수호기사단을 완성해서 단장을 임명하면
너에게 전군의 지휘권을 주겠다.
E 슉하고 나타나는 소리
사다드 (에코) 이런, 이 일을 어쩌지..잘못 왔다.
근위대장 이 놈, 여기가 어디라고 노예녀석이 들어오느냐!
근위대!!
근위대들 네! 부르셨습니까?(E 군화로 저벅저벅 걸어오는) 
근위대장 이 놈을 당장 끌고 나가 처형해라!
어린필라르 근위대장님, 이 자는 제 노예입니다.
제가 처벌하겠습니다.
근위대장 아니됩니다. 아무리 필라르님의 개인 노예라 해도
궁중의 법도가 있는 법입니다.
이 녀석은 어전회의 중에 침입하였고,
금지되어있는 능력을 썼습니다.
처형해야 마땅합니다.
디오스 필라르, 이 자가 네가 전에 말했던 그 자냐?
어린필라르 네, 아버님.
디오스 돌려보내라. 그리고 근위대장, 처벌은 필라르에게 
맡기시오.
근위대장 네, 알겠습니다.
어린필라르 (화난 목소리로) 사다드, 못 들었어? 돌아가 있어.
사다드 (주눅든) 네..필라르님..
M "WHEN A MAN LOVES A WOMAN" (PERCY SLEDGE) 깔리며
NA. 어전을 나온 사다드는 궁중의 뜰에서 바로 문제의 그녀, 
그림 속의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사다드는 그림에서 
빠져나온 듯한 여인에게 온 정신을 빼앗기고 말죠. 
사다드 그녀다.
라비타 (도도한)뉘신데, 왕비궁에 소속된 궁녀의 앞을 
가로막으시는지요.
사다드 저..저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비타 (교태 부리는) 호호호.. 머리가 검으신데..
무챠신가요?
사다드 네. 필라르님의 무챠입니다.
라비타 (알았다는 듯) 그래요..
궁녀 가자, 늦겠어.
라비타 잘생긴 무챠님. (E 볼에 뽀뽀하는) 안녕! 호호호..
M "PALE BLUE EYES" ( VELVET UNDERGROUND)
사다드 그녀의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어.
(반가워하는) 앗! 필라르님!
어린필라르 (화난 투)저 놈에게 노예용 공개 태형 50대를 쳐라!
자신이 노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매우 쳐라!
코드 꼬이고 꼬이는..
E 철썩 철썩 곤장 치는 소리.
노예 열 여덟! 
사다드 (맞을 때마다 신음) 으으..
데스티노 (안절부절)저 녀석 저러다 엉덩이 터져 죽겠군.
E 철썩 철썩 곤장 치는 소리.
노예 열 아홉!
E 물 붓는 소리. 
사다드 으으..
데스티노 아이구, 더는 못참겠다.
야, 이 자식들아,(E 머리를 때리면서 다니는) 
노예들 아야. 아이쿠.
데스티노 그러다 사람 잡겠다. 그만 좀 때려,엉?
노예 하지만 필라르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데스티노 너희 내가 사령관인 줄 알아, 몰라?
내가 책임진다는데 뭔 소리야.
필라르님이 뭐라 그러면 내가 말렸다 
그러면 될 거 아냐! 
노예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코드 긴장이 풀리는..
NA. 아무래도 데스티노는 사다드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
착하게 살기로 결심한 모양이에요. 
한편 치욕스런 형벌을 받은 사다드의 방에는 
비밀스런 방문자가 끊이질 않습니다. 
M "BEN " ( MICHAEL JACKSON) 깔리면서
어린필라르 사다드..
사다드 (고통스러운)필라르님..언제 오셨습니까.
어린필라르 난 아직 반역노예를 해방시킬 힘도 없고,
노예에게 지위를 줄 권력도 없어.
그러니까..(울먹이며)
사다드는 그냥 노예일 뿐 인 거라구.
사다드 필라르님..
어린필라르 나 힘을 키울께...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사다드는 노예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겠어.
근데, 있잖아. 사다드..이건 내 예감인데,
나 죽을 지도 몰라.
사다드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어린필라르 누가 온다..나 여기 왔었다고 말하면 안돼,
그럼 갈게.
E 슉하고 사라지는 소리.
끼익하고 나무문 열리는 소리.
라비타 쉿! 상처에 붙일 약을 가져왔어요.
사다드 (E 이불을 끌어당기며) 안돼요. 
라비타 후후..나도 남자 엉덩이는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어요.
사다드 잠깐만요, 이제 내가 무챠가 아니라 
노예라는 걸 알았을 텐데..왜 나한테 잘해주는 거죠?
라비타 내 이름은 라비타 수비타에요.
당신 이름은?
사다드 사다드.
라비타 사다드.. 난 라비타, 당신은 사다드,
그게 중요한 거죠. 난 노예든 뭐든 상관하지 않아요.
(E 볼에 뽀뽀하고) 안녕.
사다드 라비타 수비타..라고..
NA. 라비타 수비타, 일단 이름이 마음에 안 드는군요. 
사다드가 아무래도 홀린 것 같은데, 누가 좀 말려주면 안될까요. 
잘 생긴 남자들은 왜 저런 요망한 애들이 다 채가냔 말이에요.
E 끼익 나무문 열리는 소리.
사다드 (놀라는) 누, 누구냐?
데스티노 나다. 네 방이었냐?
사다드 여긴 왠일이십니까?
데스티노 아까 목숨을 구해줬으니 인사 좀 받으러 왔다.
뭐 할 말 없냐?
사다드 아, 네...아깐 정말 고마웠어요...근데..
여기까지 오신 김에 이 약 좀 붙여주세요.
(E 약 꾸러미 던져주며)여기 엉덩이에 붙여야한대요.
데스티노 내가 네 종이냐?
사다드 (능청스럽게) 그러니까..옛정을 생각하셔서..
데스티노 (에코)나쁜 놈. 지 에미랑 똑같이 생겨갖구..
이 놈이 지금 날 홀려서 이용하려는 거야.
사다드 네? 제가 어머니를 닮았나요?
데스티노 너 한번만 더 내 마음 읽으면 가만 안둘껴.
(에코) 망할 녀석. 
그럼 내가 에스텔라 닮은 궁녀를 쫓아다니는 것까지
알고 있나?
코드 꼬이고 꼬이는..
NA. 하지만 며칠 후 사다드는, 자신 같은 노예와 머리색이 검은 
귀족 출신과는 결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라비타의 머리색은 검은색이었거든요. 사다드가 
그녀가 멱 감는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요.
E 강가에서 멱 감는..물 첨벙거리는 소리.
사다드 라비타!
머리색이 검은 색이 아니었어?
라비타 (야멸찬) 비켜요. 아님 거기 옷을 던져주던가.
사다드 (E 옷을 던지는) 잠깐.. 묻고 싶은 게 있어.
라비타, 어느 머리가 진짜야, 
금발, 아니면 검은 머리 중에 말야.
라비타 (화내듯)난 제일 천한 노란 머리에요. 
그래서 언제나 말단 궁녀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난 검은 머리가 되고 싶어서 염색을 했다구요!
사다드 (기뻐하는) 라비타 잘됐어. 
난 머리가 검어도 노예란 말야.
머리색 같은 건 중요하지 않잖아.
라비타 하지만 당신은 필라르님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까
곧 지위가 높아지면 날 잊을 거야.
당신에게 난 스쳐가는 여인이겠지만,
나는 당신이 전부가 되는 거라구요.
그러니까 우린 사귈 수 없어요.
사다드 그렇지 않아. 난 널 결코 잊지 않아.
라비타 그래요? 그럼 증거를 보여줘요.
나하고 있는 동안은 필라르님이 불러도 
가지 않는다고 약속해줘요.. 할 수 있어요?
SIGNAL 2---------->

NA. 아 정말, 완전한 사랑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걸까요?
지금 사다드는 라비타 수비타가 쳐 논
사랑의 거미줄에 걸려들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 거미일수록,
치명적인 독을 가졌다고 하던데....이 일을 어쩌죠?



19

NA. 오늘은 시그너스 별의 연애 풍속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죠.
1. 시그너스인들은 지구인보다 성장속도가 빠릅니다.
그래서 8살 때 약혼하는 필라르도 머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에요. 그냥 좀 조숙한 편이지요...
2. 시그너스인들은 대체로 한번 정한 사랑을 끝까지 완성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레드문의 커플들은 얽히고 설킨 
애증관계가 끝없이 이어지죠.
3. 간혹, 그림에 뽀뽀해가면서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뭐 누구라고 말하지 않아도 다 아시죠?

사다드 항상 네 향기를 맡아, 네가 없는 곳에서도..
난 널 하루도 안 보면 못 살 것 같아.
라비타 네가 애니? 보채지 좀 마.
다른 궁녀들의 입을 막으려면..
물건이 필요하단 말야.
사다드 알았어. 물건은 내가 구해볼테니까..
내일 또 만나줘? 응?
라비타 (교태 부리는)정말? 사다드! 난 네가 너무 좋아.
사다드 나도 라비타. 네가 좋아. (E 달려서 멀어져 가는)
M "SPRING, SUMMER, WINTER AND FALL"
(APHRODITE'S CHILD)
E 수풀을 헤치고 다가오는 발걸음
데스티노 후후. 나쁜 계집이로군.
차라리 모기 눈을 빼먹지 노예한테 물건을 뜯어내?
라비타 (앙칼진) 당신은 누구야?
데스티노 이렇게 잘 생긴 사람은 시그너스 별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줄로 아는데.. 
나를 몰라보다니, 유감이군.
라비타 데스티노님. 죽을 죄를 졌습니다.
데스티노 호오, 그래, 네가 밤의 황태자 데스티노를 
알아보는구나.
(꼬시는) 노예놈한테 뜯어내봐야 
얼마나 뜯어낼 수 있겠느냐.
네가 내게 오면, 보석이든 뭐든 다 줄 수 있는데..
라비타 (반색하는) 정말이세요?
데스티노 단, 염색만 하고 온다면 말이다.
난 검은 머리가 좋거든.
라비타 좋아요.
전 노예와 무챠 중에 노예를 택할 만큼
바보가 아니니까요....
데스티노 하하하, 넌 여자 데스티노구나.
네가 만일 남자였고 내 부하였다면,
난 널 일찌감치 처형해버렸을 거다.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사다드 (E 달려오는, 에코) 무얼 갖다 줘야할까?
어떻게 해야 그녀를 계속 만날 수 있을까.
내가 줄 수 있는 물건을 별로 없는데..
M "I'D LOVE YOU TO WANT ME " (LOBO)
NA. 필라르는 사다드의 마음을 읽고, 그에게 노란 머리의 궁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다드는 필라르가 그 때문에 화를 내자, 고뇌에 빠져 
도서관으로 들어갑니다. 툭하면 도서관에 가는 건 저랑 
비슷하네요.
카샴 뭐? 라비타 수비타?
사다드 네..그녀를 아십니까?
카샴 알지. 어떻게 그런 요망한 계집애를 
자네 어머니와 닮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사다드 네? 어머니라구요?
카샴 아무리 자네 어머니가 변했다고 하지만,
그림 속의 여인이 총명한 에스텔라라는 걸
어떻게 몰라볼 수 있단 말이냐.
이리 와 봐, 내가 숨겨둔 홀로그램을 보면
자네 부모님이 어떤 분들이었는지 알 수 있을 걸세.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E 기계 스위치 누르고... 기계 작동하는 소리.
에스텔라 (에코) 카샴, 기쁜 일이 생겼어요.
사다드 어머니..어머니야...저 목소리는 분명히 어머니야..
저렇게 아름다운 분이셨다니..
그림 속의 그 분이 정말 내 어머니였다니..
아우렐로 (에코) 우리에게 아기가 생겼다네.
카샴, 자네한테 제일 먼저 말해주고 싶었어.
에스텔라 (에코) 축하해줘요. 우리 아이가 시그너스에서 가장
총명한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말예요.
사다드 어머니..(흐느끼는)
M "YESTERDAY" 
(THE 12 CELLISTS OF THE BERLIN PHIL 연주의
THE BEATLES IN CLASSIC 앨범 중) 듣다가 깔리면서
NA. 사다드가 부모님의 모습을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죠.
학보다 더 우아하고 천사보다 더 기품 있는 두 분이었습니다.
비록 홀로그램의 영상이었지만, 살아있는 무엇보다도 더 
아름다웠어요. 근데 하필 왜, 보관된 홀로그램은 사다드의 
임신을 알리는 내용이었을까요, 참 묘한 운명의 장난이죠.

카샴 지금 생각해보니, 그랬었구나..
너희 아버지 아우렐로가 형장으로 끌려갈 때였지.
두 사람은 서로 눈물조차 보이지 않고 마지막까지 
당당했다.
그 때 너의 어머니 에스텔라가 
이렇게 말했었지.
에스텔라 (에코, 간절한) 아우렐로, 조금만 기다려줘요.
사다드를 잘 키워놓고 당신을 따라갈께요.
그 땐 지금 같은 모습이 아니더라도
날 알아볼 수 있겠죠?
카샴 너희 어머니는 널 키우기 위해
자신의 미모를 일부러 버렸던 거다.
자신의 미모 때문에 많은 남성들에게 흠모를 
받고 있었으니까, 남편 없는 몸으로
자기를 지키기 위해 외모를 바꾼 거겠지.
하여간, 라비타와는 가까이 하지 말아라.
그 앤 소문이 좋지 않아.
그리고 이것만은 명심해라.
넌 시그너스에 이상이 생기면
필라르님을 도와야하는 몸이다.
사다드 시그너스에 무슨 일이 생기다뇨?
전에 필라르님도 이상한 말을 했는데..
무슨 일이 진짜 일어나는 겁니까?
카샴 (어두운 )혜성이 다가온다.
왕께선 내 말을 믿지 않지만, 
혜성이 지나갈 때 시그너스엔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날 거야. 
그리고 과학자인 
아길라스가 그 때를 놓칠 리가 없다.
넌 그 때 필라르님을 보호해야 돼.
필라르님과 완벽하게 교감이 되는 사람은 
너밖에 없잖느냐.
M "I'D LOVE TO CHANGE THE WORLD"( TEN YEARS AFTER)
E 연속적인 폭발음.
NA. 필라르는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닥치는대로 적의 우주정을 
부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즐라가 강가의 소녀 루나레나를 
훔쳐가려던 참이었거든요.
자, 이제 아즐라와 필라르의 대결 씬입니다.
E 비행체들이 날아다니는 소음
어린필라르 (멀리서, 분노한) 아즐라! 루나를 내놔!
E 폭발음
어린아즐라 루나를 돌려줄 수 없어.
루나는 내 부하 100명의 목숨과 바꾼 거야.
어린필라르 아즐라, 루나를 놔줘.
어린아즐라 그럴 순 없어.
넌 내 어머니를 죽이고 내 지위도 빼앗은 놈이야.
네가 내걸 다 가져가도 이 아이만은 안돼.
어린필라르 난 네 어머니를 죽인 적 없어,
그건 조작된 기억이야!
어린아즐라 닥쳐, 이 살인마!
어린필라르 (분노로 이그러진) 아즐라, 내가 더 화나기 전에 
루나를 놓고 가.
내가 널 죽이는 일이 생기기 전에 말이야!
E 거대한 굉음 폭발음..,
NA. 필라르가 한번 눈에 힘을 주자, 땅이 갈라지고 바위가 솟구
치더니, 집채만한 바위들이 공중에 붕붕 떠올랐죠. 
필라르대 아즐라는 간단히 필라르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아즐라에게서 루나를 구해온 필라르는 루나레나와 약혼을 올리게 
되는데요,,여러분께 잠깐 할 말이 있다고 나온 사람이 있네요.
M 패왕별희 메인 타이틀. 챙챙챙챙..
어린스트랄라 
(패왕별희에서 장국영이 외우는 독백부분 톤)
루나와 나는 본래 쌍둥이로 태어나,
자매도 아닌 것이 형제도 아닌 것이,
루나는 버림받아 강가에서 숨어 지내고,
나 스트랄라는 태양의 약혼자로 
내정되어 있다가,
이제 스트랄라를 내치고 다시 루나를 부르다니,
이 내 몸은 어떻게 하란 말이오.
....난 저 두 사람의 약혼에 반대에요.
절대 안돼!
NA. 약혼식장을 잠시 소란하게 만들었던 스트랄라...
루나레나와 쌍둥이라서 똑같이 생겼지만 성격은 전혀 다르지요. 
특기는 각종 영화대사 흉내내기.
방금 들으신대로 오늘은 패왕별희였는데, 다음엔 어떤 대사가 될
지 기대가 되는군요.
시그너스별에선 원래 쌍둥이는 불길하다고 해서 둘 중 하나를 
버립니다. 루나레나와 스트랄라도 이 법칙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서 한 명이 버려졌는데요...루나레나가 버려진 겁니다.
그래서 루나레나는 강가에서 그렇게 외롭게 컸던거지요. 
그리고 스트랄라가 말한대로 필라르의 원래 약혼자는 
스트랄라였던거예요.
하지만 강가에서 이미 루나와 볼키로 사랑을 하게 된 필라르가 
루나레나를 원했기 때문에 필라르의 약혼자가 이렇게 바뀌게 
된거죠. 참 그녀들도 정말 이상한 운명을 갖고 태어났군요. 

예언자 축하드립니다. 데스티노님.
데스티노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당연히 받아야할 자리였는데요..
인물 준수, 성격 원만, 지능 최상, 
이런 제가 아니면 누가 태양의 수호기사장이 
되겠습니까? 하하하하..제가 너무 솔직했나요?
근데 예언자께선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십니까?
M "1919" (류이치 사카모토) 깔리면서 대사
예언자 (에코, 예언하듯)왕자병은 전 우주로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지구 같은 우주변방의 작은 별에서도 
왕자병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만다.
우주전쟁이 일어나 모든 생명체가 멸망해도 
단 하나, 왕자병 바이러스는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M "I WILL SURVIVE " ( GLORIA GAYNOR )
데스티노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태양의 수호기사장 마크는 
(박경림 네모CF 톤) 반짝,반짝,반짝반짝반짝!
매화궁에 가서 에스텔라에게 보여줘야지!
사다드 (E 다가오며) 역시 왔군.
데스티노 넌 왜 반말이야?
넌 노예고 난 태양의 수호기사장님이시란 말이다.
사다드 더러운 자식, 더 이상 우리 엄마를 모욕하지 마!
데스티노 (놀라서 빼는)그..그게 무슨 소리야?
사다드 더 이상 엄마 그림에 입 맞추는 짓을 하지 말란
말야!
데스티노 (약올리는) 너, 알았니?
영원히 몰랐으면 좋았잖아.
그럼 자기 엄마 그림에 반한 네 꼬락서니를
조금 더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야.
사다드 (E 멱살 쥐는) 이 징그러운 변태 놈이!
데스티노 켁켁..무슨 짓이냐, 너 진짜 죽을래?
사다드 네 놈만 아니었으면 우리 엄마는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무엇보다 네 놈이 우리 엄마한테 흑심을 
품고 있다는 걸 난 참을 수가 없어.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난단 말이다.
데스티노 (비위맞추는)구역질은 간이나 쓸개가 나빠서 
그런 거지이- 
사다드 (무섭다)기억해둬. 데스티노, 
난 예전의 사다드가 아니야.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데스티노 아이구 목이야, 켁켁. 짜식, 
난 또 내가 지 아버지 모함한 걸 알아냈는 줄 알고
간 떨어질 뻔했네. 멍청한 놈.
NA. 한편 라비타 수비타는 사다드와의 사랑의 온기가 채 식기도 
전에, 데스티노의 방을 찾았습니다.
라비타 사다드 좀 혼내 주세요. 자꾸 추근거려요.
(에코) 내가 연못에서 기다린다고 했는데도
안 나왔단 말예요.
데스티노 네가 꼬리를 쳤겠지.
라비타 왜 제 말을 안 믿으시는 거죠?
데스티노 사다드 같이 착한 놈은 
너도 자기 맘 같은 줄 알고 
널 무작정 믿었겠지만,
난 너랑 비슷한 인간이라서 네 마음 속을 잘 알아.
양다리 걸치는 것도 적당히 해.
자꾸 날 기분 나쁘게 하면
그 녀석을 없앨 때 네 목도 같이 베어줄 테니까.
라비타 사다드를 없앨 건가요?
데스티노 후후.. 아는 건 충성심밖에 없고 
자기 앞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놈들..
그런 녀석들은 반드시 스스로 함정을 
파게 되어 있어.
사다드가 자기 무덤을 팔 때,
나는 슬쩍 뒤에서 밀어주기만 하면 되는 거라구.

SIGNAL 2---------->
NA. 별빛이 아름다운 건, 그 별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에
순수한 사랑과 변하지 않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겁니다.
사다드처럼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과연 어떤 빛을 낼까요.....
아름다운 별 시그너스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20

NA. 마음이 지나가는 자리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 걸까요?
라비타 수비타가 노예인 사다드를 버리고 귀족인 데스티노를 
택할 때만 해도 라비타에겐 아무 갈등도 없어 보였죠.
하지만 사다드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그런 그녀의 얼굴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라비타 수비타의 차가운 심장에도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나봐요.

라비타 (E 달려오며) 사다드!! 사다드! 가지 마!
(간절한)제발, 사다드,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사다드 이 말을 들어야해!
사다드 (E 걸어서 지나치며, 냉정하게) 이 손 놔줘.
내 손은 너의 손을 잡기 위한 게 아니라,
검을 잡기 위한 거야.
라비타 (싸늘한 분노) 나쁜 자식. 이렇게 가버리다니..
사다드, 난 네가 걱정돼서 왔는데..
좋아, 사다드, 난 상처를 받으면
반드시 배로 갚아주는 사람이야.
데스티노가 못한다면 나라도 꼭..할 거야.
사다드, 너를 죽일 거야, 
넌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M "SUMMER KISSES, WINTER TEARS "( JULEE CRUISE )
(라비타 수비타의 테마)
NA. 실연의 고통을 잊는데 가장 좋은 건 단순노동이죠.
밀린 빨래하기, 감자 한 푸대 까기, 신문 읽으면서 오자 
찾아내기, 뭐 이런 것들이 ...
그런데 우리의 사다드는 검술연습을 택했습니다.
녹초가 될 때까지 매일 훈련을 하는 사다드의 머리 속은
오직 이 생각 뿐이었죠. "라비타를 잊자, 잊자.."
그러던 어느 날, 사다드는 필라르에게 또 다시 큰 위험이 
닥쳤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사다드에게 불길한 기운이 다가옵니다.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근위대1 이 꼬마녀석, 제깟 녀석이 태양이라고 아무리 
정신능력이 강하다더라두 약에는 별 수 없구만...
근위대2 근위대장님이 아시면 기뻐하시겠어.
근위대1 자, 어서 처리하게.
근위대2 꼬마야... 이게 너의 마지막이구나..후후후후..
E 슉하고 나타나는 소리.
사다드 (E 검으로 사람을 내리쳐) 이얏!
근위대2 으악!
근위대1 저 노예 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정신 능력을 쓰느냐.!! 
사다드 근위병들이 태양의 목숨을 노리다니,
이게 무슨 짓이냐!!
근위대1 쥐새끼 같은 녀석, 보지 말아야할 것을 봤으니,
이만 죽어줘야겠다.
E 총소리. 슉하고 막아내는 광선. 
사다드 가까이 오지 말아라. 
필라르님에게 손대는 자는 내가 살려두지 않는다.
E 거대한 폭발음.
코드 긴박한 느낌.
군중1 (멀리서)필라르님 궁 쪽이야! 
군중2 (멀리서) 또 자객이 들었나? 
데스티노 (호들갑)아이고, 이 일을 어째?
어쩐지 아까부터 기분이 안 좋더라구.
난 또 치통이 도지나 했더니, 
필라르님한테 일이 터진 거였군.
라비타 넌 뭐니? 
이런 일이 있으면 나를 깨워야할 거 아니니?
라비타 제가 수호기사장인가요?
필라르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데스티노님이 제일 먼저 알아야하는 거 아녜요?
정말 능력이 의심스러워.
데스티노 너 아픈 데 찌르지마! 
비켜, 나 빨리 가봐야해!

NA. 데스티노가 필라르의 궁으로 달려갔을 때, 
데스티노가 가장 바라던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디오스의 근위대장이 사다드를 태양 시해범으로 몰고 있었으니까
요. 아까 필라르의 생명을 노렸던 자객들은 바로 근위대장의 
명령을 받은 군인들였구요, 근위대사장은 자신의 음모를 감추기 
위해서 사다드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하는 거였죠.
이 때는 이미 근위대장을 비롯해서 내각의 상당수가 이미 
아길라스와 내통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이서 왕, 디오스를 
호위하는 근위대장까지 아길라스에게 넘어갔다면 필라르에겐 
거의 희망이 없어 보이네요.
필라르가 언젠가 사다드에게 했던 말..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M "RAMMSTEIN" ( RAMMSTEIN, LOST HIGHWAY O.S.T.중)
(사다드의 분노)
사다드 다가오지 마! 물러서!
데스티노 근위대장, 
사, 사다드 녀석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근위대장 이 녀석이 필라르님을 시해하려고 했소. 
필라르님을 지키던 근위병들을 죽이고,
필라르님의 생명을 노리는 순간에
내가 연락을 받고 마침 도착한 것이오.
조금만 늦었더라도 큰일 날뻔 했소이다.
데스티노 (에코) 설마 저 녀석이 그런 짓을 할 리는 없는데..
사다드 거짓말 하지 마! 
필라르님의 생명을 노린 건 너희잖아.
근위대장 닥쳐라! 이 놈!
데스티노 사다드, 우선 필라르님은 내게 넘겨.
의식을 잃고 계시잖아.
사다드 내가 널 어떻게 믿어?
데스티노 이봐, 난 필라르님의 수호기사장이잖아.
사다드 수호기사장이란 자가 이제서야 나타나?
필라르님이 진짜로 죽을 뻔 했는데?
데스티노 (에코) 저 녀석이! 내 아픈 델 찔러?
그것도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서?
게다가 반말까지 했어. 그렇다면..할 수 없군!
(보통톤) 아무래도 저 녀석 마음을 슬쩍 엿보니,
수상합니다. 어서 체포하시죠. 
제가 사다드가 정신능력을 못 쓰도록 막겠습니다.
근위대장 고맙소. 체포하라!
근위대들 네 (E 우르르 몰려들어 사다드를 결박하는)
사다드 이것 놔, 이것 놓으란 말야!
데스티노 (에코) 흥. 꼴 좋다.
이 데스티노님을 망신 준 댓가다. 요놈.
이번엔 저번처럼 그냥 넘어가지 못할 거다.
코드 불길한 느낌.
데스티노 왕이시여, 저 녀석은 제 노예로 있을 때부터
위험하기 짝이 없던 놈입니다.
저 녀석은 무챠와 왕족에 대해 
불손한 마음을 갖고 있었고,
얼마 전엔 왕궁 내에서 정신능력을 이용해
저를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근위대장 근위병과 시종을 죽인 것만 봐도 
태양을 시해할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사다드 아닙니다. 전 단지 필라르님에게 위험이 다가옴을 
느끼고 필라르님을 구하기 위해 달려간 것입니다.
필라르님을 시해하려고 했던 건 제가 아니라
바로 저 근위병들입니다.
근위대장 닥쳐라, 이놈. 네가 감히 근위대를 모함하려하다니.
저런 발칙한 놈은 공개처형해야 마땅하옵니다.
디오스 그런데 데스티노는 저 노예가 태양을 
시해하려하는데도 태양의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단 말인가?
데스티노 소인 죽을 죄를 졌사오나,
저 노예놈이 저와 필라르님의 정신교감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디오스 뭐라고?
저 노예놈에게 그 정도의 능력이 있단 말인가?
근위대장 살려둬선 안됩니다.
반역자의 자식은 또 반역을 도모하는 법입니다.
저 놈은 지금 죽은 애비의 원수를 갚으려는 겁니다.
후한을 없애는 의미로도 저 놈을 처형해야합니다. 
예전에 이미 처치했어야 하는 놈을
너무 오래 살려뒀습니다.
데스티노 (약해지는) 왕이시여, 
저 노예가 태양을 시해하려는 증거는 없으니, 
태형을 가한 후 추방하심이 어떤지요.
근위대장 무슨 소리요! 근위병들이 죽었단 말이요!
디오스 조용들 하시오.
저 노예가 태양을 시해하려고 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해도, 
근위병과 시종들을 죽이고
왕궁 내에서 정신능력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처형당해 마땅하오.
저 노예를 끌고가서 공개 참수하도록 하시오.
어린필라르 (E 달려들어오며) 아버님,
저 노예는 절대로 저를 해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모함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약을 타서 먹이고,
제 생명을 노렸습니다.
저 노예는 절 구하러 온 것뿐입니다.
전 그의 마음을 읽기 때문에
잘 알 수 있습니다.
디오스 닥쳐라, 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지만,
아무도 너의 마음은 읽을 수가 없다.
네가 저 노예를 감싸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우리 중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이다.
어서 저 자를 끌고 가라!
근위대들 네!
어린필라르 (단호한) 아버님, 그렇다면 저도 죽여주십시오.
제가 함께 죽어서 그의 결백을 증명하겠습니다
사다드 (놀라서) 안됩니다. 필라르님.
왕 (분노한) 필라르,네가 감히 나를 거역하겠다는 거냐.
저 놈도 끌고 가도록 해라. 
사다드 왕이시여, 제가 했습니다.
제가 태양을 시해하려했습니다.
필라르님에겐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저를 죽여주십시오.
M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부분
"ADAGIO" 중( NEW TROLLS ) - (사다드의 테마)
NA. 이렇게 해서 사다드는 태양 시해범이라는 모함을 받고, 지하
감옥에 갇혀서 공개 처형만 기다리게 됩니다. 
E 왔다갔다 급한 발소리.
라비타 (짜증내는)그만 좀 자요. 
정신 사나와서 나도 잠이 안와요.
왜 그렇게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안절부절하는 거에요?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요?
데스티노 (오버하며)아니, 걱정은 무슨 걱정. 하하하..
너무 좋아서 잠이 안 오는 거야.
라비타 무슨 일인데요?
데스티노 사다드가 내일 아침이면 참수형을 당한다구.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어?
라비타 (에코) 사다드가..죽는다구?
그럴 수가...사다드가 죽다니..
데스티노 왜 그러지? 
라비타 (수습하는)아니에요, 하! 그거 정말 잘 됐네요. 
당신과 나의 관계를 알고 날 괴롭히면 어쩌나했는데.
이제 두통거리가 없어지는군요.
데스티노 (떠보는)그래?..넌 그 녀석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라비타 이게 무슨 순정만환가요?
난 노예 따위를 좋아하지 않아요.
단지 사다드가 필라르님의 총애를 받고 있다기에
다가갔을 뿐이라구요.
(유혹하듯) 데스티노-
이제 문제가 해결됐으니 저를 아내로 맞아줄 거죠?
데스티노 아니, 넌 너무 무서워.
라비타 (유혹하는) 데스티노--?
데스티노 (짜증나는)이거 놔,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란 말야.
(E 걸어나가며) 나 잠깐 나갔다 올테니까, 
여기서 꼼짝 말고 있어.
E 문 열고 닫는 소리.
M "SUMMER KISSES, WINTER TEARS "( JULEE CRUISE )
:라비타 수비타의 테마 깔리면서
라비타 그래, 사다드, 네가 죽는구나..
흥, 죽거나 말거나 상관없어,어차피 좋아한 것도 
아니니까.난 널 이용하려고 했던 것 뿐이야..
난 노예를 사랑할 순 없다구.
(갑자기 울먹이며) 잘됐지 뭐..
훼방꾼이 하나 없어졌으니..
그런데 왜 ..눈물이 나는 거지..
SIGNAL 레드문
NA. 라비타도 겉으로만 독한 척하는 거지, 속은 보통 여자와 
똑같군요. 저렇게 눈물 흘리는 걸 보니, 자신의 출세욕 때문에 
첫사랑마저 버린 라비타 수비타가 불쌍해지기까지 하네요.
욕심은 병적인 식욕을 갖고 있어서,
자기 자신을 먹어치울 때까지 멈추지 않는 법이죠.
시시각각 시그너스에 다가오는 어둠의 기운, 
내일은 그 전모가 드러납니다. 기대해주시죠.



21

NA. 여기는 사다드가 갇혀있는 지하 감옥, 
사다드의 공개 처형이 있기 하루 전날 밤입니다.
그런데 밤이 깊어지자, 망토를 두른 검은 사내가 이 지하감옥을 
방문하는군요. 귀신처럼 움직이는 모양이 보통사람은 아닌 듯 
한데요, 그는 과연 누구일까요?

E 초능력 광선이 뻗어나가는 소리.
군인1 으으으악!
군인들 으으악!
E 두꺼운 철문이 열리는 소리.
사다드 다,당신은 누구야?
데스티노 (목소리를 귀신처럼 내면서) 도망가라, 사다드---
어서 도망가라--
사다드 넌 설마.. 데스티노?
데스티노 (자기 목소리로) 쳇, 잘도 알아보는군.
사다드 왜 나를 구해주는 거지?
데스티노 나중에 갖고 놀 호구 하나 만들어두려고 그런다, 왜?
어쨌든 빨리 도망 가, 시간 없어.
사다드 데스티노, 고마워요. 이 은혜는 안 잊겠어요.
데스티노 너 지금 존댓말했냐? 흠 듣기 좋구나.
하여튼, 빨리 가. 
뭐해? 능력을 써서라도 어서 가라구!
나까지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어서 가란 말야!
사다드 데스티노님, 부디 무사하십시오. 

NA. 사다드는 데스티노에게 큰 절을 하고 사라집니다.
그런데 데스티노, 저 악당의 마음 속은 도대체 알 수 없네요.
사다드를 모함할 때는 언제고, 살려주는 건 또 뭘까요?
어쩌면, 인간의 마음은 미로와 같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길이 어디로 통하는지는 아무도, 심지어 자기 자신도 
모르니까요.

데스티노 에스텔라, 당신과의 약속은 지켰소.
당신의 아들은 죽이지 않았으니까.
E 파도 소리.
사다드 (에코)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 거지?
이제 무엇을 해야하는 걸까.
난 이제 필라르님을 다시 뵐 수도 없다.
차라리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면 좋겠어.
M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부분
"ADAGIO" 중( NEW TROLLS ) 깔리면서
사다드 (독백하듯)절망의 끝에서 내가 찾아간 곳은
필라르님과 함께 갔던 바닷가였다.
나의 작은 필라르가 내 등에 엎혀서 울던 곳,
귀에 익은 파도 소리가 
이번엔 내 울음소리를 삼켜주었다.
내가 필라르님의 숨은 수호기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NA. 한편 필라르는 사다드가 처형당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왕은 사다드의 탈출을 아길라스의 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든 걸 덮어버리고 사다드가 처형당한 것으로 해두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다드는 이름처럼 정말로 없어져버린 존재가 
된 것이었죠. 있어도 없는 존재, 그게 바로 사다드였던 거예요.
어린 루나 (다정하게) 필라르. 왕비님께 가보자. 응?
왕비님께 가면 마음이 좀 편안해질 꺼야.
어린필라르 (담담하게)괜찮아. 노예 하나가 죽은 것 뿐인걸.
어린 루나 필라르, 속으로는 그렇게 마음 아파하면서
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거야?
어린필라르 먼저 어머니께 가.
난 옷 갈아입고 갈게.
어린루나 필라르, 내 앞에선 울어도 괜찮아.
나한테까지 마음을 감출 필요는 없잖아.
어린필라르 (에코) 아냐, 난 울지 않아.
난 울지 않아.
노예가 죽었다고해서 태양이 울면 안 되는 거야.
나는 울지 않아..
코드 슬픔이 배어나오는..
어린필라르 강물이 많이 불었어.
혜성이 다가온다더니, 정말 혜성의 인력 때문에
시그너스별에 큰 지각변동이 생기는 걸까.
군중1 (에코)저, 저건..태양이다.
군중2 (에코)이렇게 강물이 역류해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데,
태양은 지금 뭘하는 거지?
기사 필라르님, 가시죠.
여긴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린필라르 조심해!
E 총소리.
기사 으악!
어린필라르 누구야? 비겁하게 사람들 틈에 숨어있지 말고
나와봐!
군중들 (웅성거리는.. )
군중1 (에코) 고소하다, 고소해.
태양이라면서 자기 부하를 죽게 만들다니.
태양은 분명히 우리들도 다 죽게 할 거야.
E 총소리
어린필라르 아악!
비겁한 놈.
E 초능력으로 슉하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소리.
자객1 태양을 죽여라!
군중들 (웅성거리는.. )
E 초능력 광선이 뿜어져나오는 소리.
자객1 으악!
자객2 놈이 능력을 사용한다!
모두 피해라!
어린필라르 (에코) 아냐, 난 사람들이 다칠까봐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어.
여긴 나 말고 누가 있는 거야.
누구지? 설마..설마..
M 미뉴엣 / 유재하
NA. 왕은 필라르의 병상을 찾았습니다.
필라르는 총상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고,
디오스는 태양의 수호기사장인 데스티노를 문책합니다. 

디오스 데스티노, 태양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수호기사장인 넌 뭘하고 있었단 말인가?
데스티노 황공하옵니다.
디오스 다시 한번만 이런 일이 있으면
자격을 박탈할 것이니 그리 알도록 해라.
데스티노 (에코) 뭐라고? 자격 박탈?
안돼. 그런 일이 있으면 절대로 안돼지.
내가 이 자리에 오기 위해서, 팠던 함정만 몇 갠데..
배신하고 모함하는 건 뭐 쉬운 줄 알아?
그것만큼 힘들고 머리 아픈 것도 없다구.
그런데 이제 와서 모든 걸 잃을 순 없어.
디오스 (E 멀어지며) 나라가 혼란한데 왜 궁에선 나가가지고
이런 일이 벌어지게 한단 말인가. 쯔쯔쯔..
E 문 닫는 소리
데스티노 (에코) 큰일이다. 
난 아직 필라르님과 완전한 교감이 안되니..
이러다 짤리기라도 하면..
사다드를 불러서 특별과외라도 받을까?
어린필라르 (E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지금 뭐라고 했어?
데스티노 (시침 떼는)네? 뭘 말씀이십니까?
어린필라르 누굴 부르겠다고 했잖아.
데스티노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왜 사다드를 부르겠습니까.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입 막으며) 읍. 
(에코) 에구, 이 입이 방정이라니까.
어린필라르 (기뻐하는)그렇구나, 
데스티노가 사다드를 구해줬구나.
데스티노 (태도 돌변)용서하십시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어린필라르 ...
데스티노 (에코) 아이고, 고개 숙이고 있으니까 
되게 궁금하네. 왜 아무 말도 안하는 거지?
어린필라르 고마워. 데스티노.
정말 고마워. 

데스티노 저 그럼 한 가지 약속을 해주시겠습니까?
만일 왕께서 절 짜르려고 해도 
필라르님이 절 다시 수호기사장으로 
밀어주시는 거죠?

NA. 성공시대, 데스티노편, 데스티노의 성공비결, 제 1의 원칙.
한번 온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어린루나 왜, 그래? 얼굴이 슬퍼보이는구나.
어린필라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어린루나 그 노예 말하는 거지?
하지만 이젠 잊어야해.
그는 이미 죽었잖아.
어린필라르 (에코) 내가 총상을 입었을 때
나를 구해줬던 건 사다드였어.
왜 그걸 몰랐을까..
사다드, 어디 있는 거야.
널 찾아가고 싶어.
M "EVERYBODY HURTS" ( R.E.M.) 
E 전투기들 몇 대가 하늘에서 다가온다.
이후 이 장면에선 전투기 나는 소리와 폭발음 계속.
사다드 아길라스의 정찰기다.
E 전투기내의 레이다 소리.
적군1 잘 봐라. 항상 여기서 정찰기들의 통신이 
끊기곤 했다.
적군2 앗!6시 방향에 괴물체가 날아오고 있습니다.
적군1 저건 뭐지?
적군2 피할 수가 없어요.
E 전투기 폭발음. 연이어 두 번 들린다.
적군3 2호기 응답하라. 2호기.
적군4 2호기 3호기 모두 당했습니다. 
사다드 (독백하듯) 나는 그렇게 바닷가에서 
아길라스의 정찰기들을 격추시켰다.
하지만 수많은 비행정과 배가 바다를 지나갔고,
아길라스는 능력없는 디오스보다
전설의 태양이라 불리는 필라르님에게
암살자들을 계속 보내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숨어있을 수가 없었다.
E 폭발음.
기사1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어린필라르 난 괜찮아..
기사1 유감이군 
E 총성
어린필라르 너마저, 나를..으윽!
E 슉하고 등장하면서 초능력 광선이 뿜어져나온다.
기사들 (E 나가떨어지며) 으아아악!!
기사1 어떤 놈이야?
기사2 데스티노인가?
어린필라르 사다드!
기사1 저 놈을 태양과 함께 죽여라!
E 폭발음
데스티노 필라르님!!!
필라르님, 어디 계세요?
제 목소리가 들리면 대답해주십시오. 네?
(화내는) 이 자식, 
정말 날 임시직 만들려고 작정했어?
대체 또 어디로 사라진 거야?
E 파도 소리 점점 커지는.
어린필라르 왜 나한테도 말하지 않았어?
내가 얼마나 괴로워할지 생각해보지도 않았어?
사다드 상처가 심하십니다.
돌아가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어린필라르 몸의 상처는 시간이 가면 낫지만,
마음의 상처는 없어지지 않는단 말야.
이렇게 살아있으면서 내게 왜 얘기를 하지 않았냐구!
사다드 필라르님, 왕궁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M "1919" (류이치 사카모토) 깔리면서
사다드 나 혼자만의 힘으로 더 이상
아길라스의 정찰기들을 막을 수 없는 순간이 왔다.
그들은 수많은 함대와 전투기들을 보내왔고,
드디어 전쟁이 시작되었다.
일개 노예였던 나로서는 그 전쟁과 혼돈 앞에서
필라르님을 구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혜성이 시그너스를 덮쳐왔다.
E 거대한 해일과 폭발음.
군중들 (비명 소리)

SIGANL 레드문

NA. 시그너스 태양력 3024년 5월 24일
혜성이 훑고 지나간 영향으로 북반구는 파괴되고,
나머지 지역은 바닷물에 의해 침수되다.

시그너스 태양력 3024년 7월 20일
태양,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 일행,
아즐라에게 패한 후, 시그너스를 탈출하다.

시그너스 태양력 3025년 3월 15일 
아길라스는 왕으로 즉위, 같은 날 아즐라 아켄시엘은 
태양으로 즉위하다.

지구력 서기 1994년 8월 3일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 - 지구명 윤태영,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다.

지구력 서기 1994년 10월 3일
사다드는 필라르의 육체와 함께 
히말라야의 거대한 냉동장치 속에서 스스로 냉동되다.



22

NA. 윤태영이 탄 비행기 폭파 사고가 일어나고..
또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사고와 함께 태영이의 존재를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인을 잃은 사다드는 필라르의 육체와 함께 
남극대륙의 거대한 냉동장치 속에서 스스로 냉동되었죠.
지금 여기는 필라르의 냉동시체를 보고 절망했던
루나레나가 돌아와 있는, 시그너스별의 현잽니다.

E 공포스런 기계적인 음향
아길라스 아즐라 내가 누구지?
아즐라 (고통스러워하는)나의 아버지입니다.
아길라스 너는 누구지?
아즐라 태양입니다.
아길라스 (최면 걸듯)그래, 네가 전설의 태양이다.
왕궁에 살던 그 놈은 가짜일 뿐이다.
그 녀석이 너의 어머니를 죽이고
네 지위를 빼앗았다.
아즐라, 힘을 키워서 그 놈을 죽여라.
아버지를 위해서, 네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서..
그 놈의 혈관에서 피가 튀어 오르는 모습이 
보구싶구나.
그 놈의 피로 시그너스의 땅을 적시게 해다오.
코드 무시무시한 소용돌이에 빠지는 느낌.
E 산새소리.
모니터 (E 기계음으로)아즐라님, 상쾌한 아침입니다.
아즐라 지겨워. 새들은 치워줘.
홀로그램이 저렇게 떠들면서 날아다니는 꼴은
못 봐주겠다구. 
모니터 (E 기계음으로)하지만 이것은 최첨단 기상장치로서
시그너스별의 과학자들이 
아즐라님의 즉위를 축하하면서
특별히 보내온 선물이었습니다.
아즐라 그래, 너도 최첨단 기상장치 중의 일부라는 것도 
잘 알아. (E 걸어나가며) 팔면 꽤 비싸겠지?
모니터 (E 기계음) 감사합니다.
E 자동으로 철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아즐라 또 그 꿈이었어.
나를 노려보던 아버지의 무시무시한 눈빛하고,
그리고 그 기계장치 속에서의 생활..
정말 끔찍했지.
아버지는 나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어.
사랑하는 아들에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는 없는 거야.
그 때 나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강가에서 만난
작은 소녀, 루나레나였는데..
그녀는 항상 내 곁에 없군.
E 삐삑거리는 통신장비 소리.
루나 (E 모니터 속에서) 무슨 일이죠? 
아즐라 건강은 괜찮은가?
폭탄제거수술은 간단한 게 아니었을텐데..
루나 그런 걱정해줄 필요는 없어요.
아즐라 이제 그만하고 돌아와.
루나 통신 끊겠어요.
E 삐, 삐,삐,삐 끊어지고 나는 신호음.
아즐라 (에코)시그너스로 돌아와 필라르가 죽었다고 
울면서 말해놓고, 그러면서도 그녀는 내게 
돌아오지 않는다. 
루나레나, 내가 널 좋아한다는 이유로 
감당해야하는 고통은 대체 어디까지지?
M "ONE" ( U2) - 아즐라의 사랑/루나를 위해

NA. 루나레나는 옛 태양의 신부였고, 설사 필라르가 죽었다해도
아즐라에게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루나레나는 반역자를 처치하는 자객으로 살아가면서,
필라르를 잃은 공허한 마음을 
반란자들의 피로 채우고 있었어요.
사랑을 잃은 자의 마음에 찾아드는 건, 
대상도 없고 방향도 없는 분노 그 자체 뿐입니다.
E 하늘에서 쓰레기 더미가 떨어지는 소리.
군중들 (기뻐하며)와!!!쓰레기다!
레오 니나, 잠깐만 기다려. 내가 쓰레기 건져올게!
니나 응, 레오.
E 수중 스쿠터 같은 것이 물살을 헤치며 달려오는 소리
레오 응? 저건 누구지?
쓰레기를 노리는 도둑인가?
루나 (E 스쿠터 멈추고) 이 곳에 알레그로 알레고리라는 
노인이 있는가?
군중1 (사납게)여긴 그런 귀족이름 가진 사람은 없어!
루나 그래? 어디 그럼 내기라도 해볼까?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니나 (E 달려오며) 할아버지! 지금 어떤 여자가 와서 
할아버지의 옛날 이름을 불렀어요.
나쁜 일인 거죠? 그죠?
루나 (비아냥거리는) 오호. 오랜만이군, 
수호기사장 나리.
수호기사장 (놀라며) 아니, 루나레나님!
루나 오랜만에 만났지만, 
우리가 서로 인사할 시간은 없는 것 같소.
당신은 아길라스의 첩자가 되어
옛 태양을 시해하려했고, 
시그너스 반란의 주범이었으며 
아즐라가 태양이 된 후에도 다시 아즐라를 배반하고 
반란을 일으키려다가 이 곳에 숨어들었다지?
배반자의 전력이란 원래 그렇게 화려한 건가?
그동안 숨어지내느라 피곤했을텐데,
내가 그대를 푹 쉬게 해주지.
니나 (울부짖는) 안돼!!
E 총소리. 
니나 할아버지!!
수호기사장 니나..
레오 (E 달려오며) 이 나쁜 기지배!!
너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루나 내가 온 걸 다행으로 알아라.
경찰이 왔으면 너희들까지 다 죽었을 테니까.
레오 멈춰!
루나 헛수고하지 말아라. 너 따위가 나를 이길 순 없어.
(E 휙 사라지는)
니나 레오! 할아버지가!!
레오 할아버지!
수호기사장 레오, 니나를 부탁한다..
레오 네, 할아버지.

수호기사장 레오, 니나, 내 말 잘 들어라.
너희들은 희망을 버리지 말아라.
반드시 전설 속의 태양,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가
나타날 것이다.
레오 하지만 태양은 지금 천공도시에서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고 있잖아요. 
우리한테는 쓰레기나 던져주고 말예요.
수호기사장 레오. 아즐라는 전설의 태양이 아니다.
예부터 예언서에서 이르기를..
"그때 어머니 별에서 온 선조와 같이
우리와 다른 모습을 한 태양이 나타나
사람들을 구하니 그 이름은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라고 하도다" 하였다..
레오 알았어요. 할아버지 말씀 믿을게요.
수호기사장 (숨 거두며) 레오, 우리 손녀 니나를 부탁한다.
니나 (절규하는) 할아버지..
M ADAGIO D'ALBINONI / 첼로 연주로

NA. 지금 아즐라는 잔뜩 화가 나서 어디론가 이동하려고 합니다.
조금 전 루나레나와 통신을 하다가, 또 끊겨버렸기 때문이었죠.
아즐라는 루나레나를 곁에 두고 싶어하지만,
루나레나는 천공의 도시에 올라올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루나레나에게 필라르가 없는 곳은 어디나 지옥이었거든요.
부와 명예가 기다리고 있는 천공의 도시도 마찬가지였죠.
E 타타탁 달려오는 소리
스트랄라 어딜 가? 아즐라, 
(E 휙하고 차에 올라타는)나 같이 타도 되지?
아즐라 지구인 감옥에 들렸다가 본성으로 갈거야.
스트랄라 그럼 나도 갈게.
아즐라 안돼. 내려.
스트랄라 왜 안돼? 나도 지구인을 보고 싶단 말야.
아즐라 (짜증난)시끄러워, 지금 내가 한가하게 
동물원 구경이나 다니는 줄 알아?
스트랄라 쳇. 또 루나 때문에 화난 거구나?
아즐라 스트랄라, 함부로 말하지 마.
스트랄라 그깟 기지배, 폭탄 제거해주지 말라고 했잖아.
그 기지배는 분명히 아즐라를 크게 배신할 거야.
난 쌍둥이라서 그 애를 잘 안다구.
아즐라 생긴 건 똑같은데, 성격은 왜 그렇게 다르지?
스트랄라 왜, 내 성격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아즐라 너 점점 병이 깊어지는구나.
스트랄라 아즐라, 루나한테 칼 맞기 전에 
어서 그 애를 없애라구.
아즐라 (성질부리는)닥치라고 했잖아.
스트랄라 후훗.. 그런다고 누가 겁먹을 것 같아?
내가 가만 있으면 심심한 건 자기잖아.
사실은 아즐라도 알고 있는 거지?
루나가 배신할 거란 걸 알고 있어서
내 말에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그렇지?
아즐라 (싸늘하게) 너, 죽고 싶어?
(E 목을 조르는) 죽고 싶냐구?
스트랄라 (괴로운) 이..거 놔..알았어.(풀리는) 켁켁..
아즐라 내려.
스트랄라 죽여버릴 거야.
아즐라 태양시해범이 어떻게 되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스트랄라 (E 멀어져가며) 나중에 나한테 매달려도 
받아주지 않을 거야. 흥.
아즐라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아.
스트랄라 이...기형 물고기 같은 놈아! 죽어버려!
아즐라 (쿡하고 웃는) 기형 물고기? 후후후.
스트랄라 (종알대면서 사라지는)다신 너한테 말 시키나 봐. 
혼자 외롭게 성안에 있으면, 뭐 좋을 줄 알아?
그러다 우울증에나 확 걸려버려!
우울증에 걸린 기형물고기라.. 꼴 좋겠다!!
M "BIZARRE LOVE TRIANGE" ( FRENTE! )
:스트랄라의 테마

NA. 루나레나의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수배자를 잡으러 다니는 경찰들은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해치고 있었습니다. 숨어서 그 모습을 보던 레오와 니나는 
공포에 질려 숨이 멎는 듯 했죠.
E 총성 몇 발.
여인1 으악!
남자1 악!
경찰1 잘들 봐둬라.
태양에 대해 함부로 말한 자는 이렇게 된다.
거기, 누구냐?
레오 니나, 어서 도망가!
경찰1 저 놈들을 잡아라!
(E 총 쏘며) 저 쪽이다!!
레오 도망가, 니나, 어서 도망가란 말야.
니나 나 혼자 갈 순 없어.
레오 (E 덜미 잡히는) 으악!
경찰1 이 놈들을 끌고 가!
경찰들 네.
루나 그 애들한테 손대지 말아라.
그 애들은 내 조력자다.
경찰 루나레나님. 죄송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루나 알았으면 돌아가봐라.
경찰들 네..(E 뛰어가는 발걸음)
(멀리서)네가 저 애를 잡으라고 했지?
큰일날뻔 했잖아. 저 여자 성깔 있단 말야.
레오 왜 우리를 구해주는 거지?
루나 죄없이 끌려가는 건 볼 수 없으니까.
(에코) 만일 필라르가 살아있었다면 
이런 일들은 없었을 거야.
M "DRIFTING" ( CAROL KIDD) 
- 루나레나의 테마

NA. 한편 루나레나는 수배자들을 집합시키는 장소에서
뜻밖의 인물을 보게 됩니다.

라비타 (악 쓰듯)내가 누군지도 모른단 말이냐!
난 사령관의 아내다.
데스티노님의 아내란 말이야!
경찰1 사령관님의 아내면 천공의 도시에 있어야지,
왜 여기 있어?
그리고 사령관님은 지금 지구에 계시다.
도망친 옛 태양을 잡기 위해서 
지구사령관으로 임명되셨어.
라비타 (에코) 지구라고? 옛 태양을 잡으러?
그렇다면..사다드도 거기에 있는 걸까?
(보통톤) 날 지구로 보내줘. 
날 지구로 보내달란 말야!!

SIGANL 레드문
NA.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은 누구나 똑같습니다.
라비타 수비타가 사다드를 그리워하며 지구를 외치자,
루나레나의 마음도 역시 지구를 향하는군요.
필라르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안은 채...
'그리움은 인간이 마지막으로 쉴 수 있는 유일한 낙원'
사랑을 잃고 모든 걸 다 잃어도 
그리움만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23

E 비행기가 날아가다가 폭발하는 소리
NA. (앵커 톤으로)
지중해 상공을 지나던 CAP 109편 보잉 747기 폭파 사건은
역사상 최대의 희생자를 냈습니다.
승무원과 승객 전원의 생명을 앗아간 이 사건은 비행기 잔해에서 
폭발의 흔적을 발견함으로써 테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데스티노 (E 이하, 모니터 속에서 말하는)
이상입니다. 윤태영이 탑승했던 비행기폭파에 관한
모든 자료를 보셨습니다.
아즐라 (알겠다는 듯이) 네 놈 짓이구나. 데스티노.
데스티노 당연하죠. 제가 아니면 누가 
저런 과감한 행동을 하겠습니까? 
아즐라 (비아냥거리는) 네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한 놈 잡자고 수백 명을 날려버리는 
무식한 짓을 할 순 없겠지.
데스티노 (에코, 짜증내는) 왜 저러는 거야?
난 포상 받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즐라, 저 녀석 성격은 정말 괴팍하다니까.
도대체 비위를 맞출 수가 있어야지.
아즐라 놈의 시체는?
데스티노 (비위맞추며) 네?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났는데 
무슨 시체가 있겠습니까?

아즐라 (화내며)이 바보 같은 놈!
진짜 필라르의 육신 말이다.
필라르의 육신은 지금 남극대륙에 있어.
거기 가서 그 놈의 육신을 마저 처치하고 와! 
알았나?
데스티노 (아부하는)그랬었군요오. 과연 대단하십니다요.
전 지구에 있으면서도 몰랐던 사실을,
어떻게 아즐라님께선 그 머나먼 시그너스에서도 
알고 계십니까?
아즐라 루나가 말했다는 건 너도 짐작할텐데..
그런 아부는 정말 지겹다.
아, 그리고 너의 옛 영지에 
너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있다고 한다.
데스티노 네? 전 총각인데요? 무슨 말씀이시온지..
아즐라 라비타 수비타라는 이름이던데..
데스티노 (당황하는) 아, 네, 그 여자는 그러니까 
필라르님의 과거와 관련된 여자로서..
제가 탐문을 하기 위해 잡아두었는데, 
저의 출중한 스타일에 반하여 절 졸졸 쫓아다니면서 
결혼하자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즐라 (에코) 데스티노, 그걸 믿으라고 하는 소리냐?
(보통톤) 알았다. 살려두도록 하지.
필라르의 시체를 처리한 후에 연락하도록. 알았나?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스트랄라 뭐야? 한 시간이나 기다렸어.
아즐라 무슨 일로 기다렸지?
스트랄라 어디 가는지 봐서 따라가려고.
아즐라 네가 아이냐? 나만 졸졸 따라다니지 말고,
남는 시간에 좀 건설적인 일을 해봐.
스트랄라 뭐라고? 누군 뭐 갈 데가 없어서 
널 따라다니는 줄 알아? 나쁜 자식!
(E 사라지는 발걸음)
아즐라 (외치며) 저녁엔 돌아와. 하녀에게 내 식사도 
준비해놓으라고 하고 말야. 알았어?
스트랄라 (에코) 식사를 준비하라고?
그렇다면..나하고 같이 저녁을 먹겠다는 거야?
M "BIZARRE LOVE TRIANGE" ( FRENTE! )
:스트랄라의 테마 깔리면서.
스트랄라 왜 이렇게 느린 우주정을 
가지고 온 거야?.
부하 스트랄라님, 이건 최신형 우주정인데요.
더 이상 속력을 내는 우주정은 없습니다.
스트랄라님, 좀 앉으시죠. 
제가 정신 사나와서 조정을 못하겠습니다.
스트랄라 이 느림보 거북이 같으니라구..
(E 발로 우주정 내부를 차는) 아야!
코드 설레이고 흥분되는 느낌.

NA. 여기는 시그너스 천공도시의 본성, 아즐라는 아길라스를 
알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길라스의 모습은 간데 없고 
홀로그램만 보이는군요. 
E 여러 가지 기계 작동하는 소리. 삐삐삐..
아즐라 윤태영이 죽었습니다.
아길라스 그것이 좋은 소식이라고 달려온 거냐?
멍청한 놈. 그깟 놈을 아직도 
두려워하고 있었단 말이냐?
그럴 시간이 있으면 오염지구를 정화할 대책이나 
세워!! 
태양이라는 자가 고작 한다는 일이 
그깟 지구인 녀석이 두려워서 
벌벌 떠는 것이란 말이냐?
아즐라 아버님은 아직도 제가 태양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무리 그 녀석이 정신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지금의 태양은 바로 접니다.
아길라스 시끄럽다, 나가!
E 광선 폭발음.
아즐라 윽! 아버님, 왜 이렇게 제게 
잔인하게 대하시는 겁니까.
코드 슬프면서 무시무시한 분노.
NA. 아즐라는 이마에 피를 흘리면서 아길라스의 방을 
걸어나옵니다. 아즐라의 마음엔 한없는 분노가 끓고 있었어요. 
아버지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즐라는 절망했고, 
그 절망은 필라르를 향한, 돌아오지 않는 루나레나를 향한, 
또 세상을 향한 분노가 되었죠. 
한편, 스트랄라는 기다림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스트랄라 (에코) 상관없어. 
난 어차피 루나의 대용품이었으니까.
E 아즐라의 다가오는 발걸음.
스트랄라 아즐라! 
E. 그릇 날아가고....난리 부르스
뭐야, 돌아가! 이제 오면 누가 반길 줄 알아?
너 기다리느라고 난 저녁도 못 먹었잖아!
아즐라 (E 쓰러지며) 스트랄라!!
스트랄라 왜 이래? 이거 놔!
아즐라 (슬픈) 잠깐만 이대로 있어줘.
스트랄라 (누그러진) 아즐라..무슨 일이야?
아즐라 (에코)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태양인 줄 알고 자랐지.
하지만 난 놈이 죽은 후에도 태양이 되지 못하고
...놈은 죽은 후에도 태양이다.
(보통톤) 어째서지?
스트랄라 뭐가?
아즐라 어째서 모두들 놈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스트랄라 누가 그래?
아즐라보다 나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구.
아즐라 넌 우리의 태양이잖아.
아즐라 뭘 바래? 얘기해봐, 하녀를 더 보내줄까, 
아니면 보석을 사줄까?
스트랄라 (E 따귀 때리고) 나쁜 자식. 
내가 너한테 뭘 바라는지 몰라서 그래?
아즐라 (에코) 알아, 스트랄라, 
하지만 난 그걸 너에게 줄 수가 없어.
내 마음은 네 쌍둥이 루나에게 주어버렸단 말야.
난 널 안으면서도 네가 만일 루나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하고 있어.
M "ONE" ( U2) 
E 파도 소리. 모터보트 소리.

NA. 성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에 작은 배 한 척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마침 루나레나가 수상 스쿠터를 타고 가다가, 배의 
곁을 스치는 바람에, 작은 배는 물살에 쓸려 뒤집히고 말았죠.
그 배에 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E 배 뒤집히고..첨벙거리는..
루나 미안합니다. 제 손을 잡으세요.
니나 (E 물에서 빠져나오며) 당신은..루나..
코드 미묘한 긴장감..
루나 이걸 뿌려. 방사능 제거제야.
바닷속에 빠졌으니까 오염됐을 지도 몰라.
니나 그런 거 없어도 우리 마을 사람들은 잘 살았어.
매일 바다에 들어가 쓰레기를 줏으면서 살았다구.
루나 왜 혼자 나왔어? 배도 다룰 줄 모르면서.
니나 마을에서 쫓겨났어. 다 당신 덕분이야.
당신이 할아버지를 죽인 덕에,
마을에 소문이 퍼졌어.
사람들은 내가 마을에 있으면 
자기들까지 몰살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루나 별로 인심 좋은 사람들은 아니군.
니나 그런 당신은 뭐가 그렇게 잘났지?
당신, 옛 태양의 약혼녀라며? 
그런데 지금 당신은...아즐라의.
루나 난 아즐라의 아무것도 아니야.
옛 태양의 약혼녀? 다 끝났어.
전설의 태양이었을지도 모르는 그는 지구에서
...죽었어.
니나 그럴 리가 없어.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구,
반드시 전설의 태양이 나타난다구 말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단 말야!!
루나 (흥분하는) 너희 할아버진 그런말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너희 할아버지는 그를 몇 번이나 죽이려고 했지.
결국 네 할아버지가 아즐라의 군대를 왕궁으로
불러들였고, 그래서 그는 시그너스에서 쫓겨나 
죽은거야.
그런데 그런 자가 죽어가면서 후회했다고
내가 동정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미련이나 희망이라면 내가 더 컸어.
그가 죽었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것도
시그너스인들 중에 누가 나보다 
더 절망할 수 있을 것 같아?
니나 (수그러든)미안해. 내가 지금 너무 힘들어서
당신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어.
하지만 할아버지 죽인 건 용서할 수 없어..
루나 이봐, 갈 곳이 없으면 같이 가지 않겠어?
M "EVERYBODY HURTS" ( R.E.M.) 

NA. 1996년 2월..지구의 남극대륙. 하얀 얼음밖에 보이지 않는 
남극대륙에 검은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E 눈보라 소리.
데스티노 (턱까지 떨며) 오는 게 아니었어.
이렇게 추운 줄 알았으면 진짜 오지 않았을 거야.
(E 구멍에 빠져 떨어지면서) 으으악!!
E 쿵하고 동굴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데스티노 젠장..아즐라가 날 여기서 얼어죽게 만들려고
거짓말한 건 아닐까?

NA. 그 곳에는 필라르의 육신이 얼음 속에 갇혀, 죽음처럼 
조용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사다드 역시 냉동된 
상태로 묘비석처럼 단단히 앉아 있었죠. 
데스티노 사다드. 저 녀석도 뇌가 없어진 건가?
(E 얼음조각을 콩콩 두드려보는)
E 얼음 조각 부스러져 떨어진다.
데스티노 으악! 사..사다드가 부숴지다니..
아이고 토할 것 같다..
괜히 두드려봤잖아.
어쨌건..잘됐군. 네 놈부터 먼저 없애주마.
E 화르르 불이 일어났다가 사그러든다.
데스티노 쯔. 저 녀석, 저 녀석은 왜 저렇게 
지 에미를 쏙 빼다박은 거지?
에잇, 모르겠다. 죽은 녀석은 또 죽여서 뭐하겠어?
아즐라가 명령내린 이 필라르 녀석이나 처치하자구.
사다드 (에코) 내 주인을 해치지 말아라.
데스티노 (겁 먹은) 엄마야! 이건 뭐야?
사다드 (에코) 내 주인을 해치지 말아라. (계속)
데스티노 아니, 이 녀석, 몸은 얼었지만, 
염원만은 살아있잖아. 이.이런 지독한 놈.
안되겠다. 에스텔라, 미안하지만 당신 아들을 
살려주겠다는 약속은 없던 걸로 해야겠어.

NA. 바로 그때였습니다. 얼음 속에서 꽁꽁 얼어있던 필라르가 
눈을 번쩍 떴습니다. 
데스티노 (E 달려나가며) 엄마!!! 살려줘요!! 
E 눈보라 소리.
데스티노 아즐라, 이 멍청이, 사기꾼, 뇌가 없다구?
저렇게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
나한테 그 놈이 사기친 거야, 나쁜 녀석.
태양이면 그래도 되는 거야?
아유 추워. 안되겠다. 순간이동을 해야지.
E 슉하고 사라지는 소리.
카샴 조금만 늦었으면 큰 일 날뻔 했습니다.
필라르 들어가자.
카샴 직접 봐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필라르 (E 걸어 들어가며) 괜찮아.

NA. 필라르는 자신의 옛 육신이 있는 냉각장치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스스로 냉동되어 얼어있는, 염원만 남아있는 
사다드를 마주하게 됩니다.
사다드 (에코) 내 주인을 해치지 말아라.
내 주인을 해치지 말아라.
필라르 (울먹이는) 사다드...사다드..

SIGANL 레드문
NA. 필라르가 죽으면 자신도 죽겠다는 옛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냉동되는 길을 택했던 사다드...
'가장 절실한 것이 영원한 것.'
사다드는 스스로 냉각장치에 들어가 냉동인간이 되었지만, 
필라르를 지키겠다는 염원까지 얼어붙진 못한 것 같아요.



24

NA.루나레나는 반역자들을 찾아다니는 인간사냥꾼이 되어갑니다.
반역자를 쫓는 그녀의 눈빛은 먹이를 찾는 맹수처럼 빛나고, 
그녀의 칼은 반역자들의 피를 먹고 점점 더 살기를 띄어가고 
있었죠. 
루나 (E 칼 휘드르며) 얏!
중위 (칼에 맞은) 으악!
E 쿵하고 쓰러지는
니나 너무 해. 꼭 이렇게 죽이지 않아도 되잖아!
루나 나하고 다니려면 닥쳐!
너도 이런 것쯤엔 익숙해져야 해.
E 수풀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루나 누구냐!
노엘 (E 달려들며) 이 계집애가, 우리 중위님을!!
근위대장 멈춰라, 노엘. 그 분은 태양의 비전하시다.
루나 당신은...
근위대장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루나레나님.
루나 근위대장 할아버지..
근위대장 이 늙은이를 아직도 기억해주시는군요.
코드 아련한 추억이 묻어 나오는.

NA. 근위대장이 안내한 곳은 옛날의 수호기사들과 근위대들이 
모여 훈련을 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들은 비록 낡은 무기로 
훈련하고 있었지만 기개만은 아즐라의 군대를 찌르고도 
남을만 했죠.
E 검술 연습하는 소리.
노엘 (자랑스럽게) 필라르님만 돌아오시면 
우린 바로 아즐라를 칠 겁니다.
근위대장 우리 모두 노엘과 같은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루나레나님은 혹시 필라르님의 소식을 아십니까?
루나 (주저하며) 그는...지구에서..곧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당신들이 이렇게 기다리는 줄 알면 기뻐할 거에요.
노엘 네? 태양이 돌아오신다구요 ? 정말이죠?
(E 달려가며) 이봐, 태양이 곧 돌아오신대!
반군들 (멀리서)만세!!만세!! 태양이 돌아오신다.
니나 왜 거짓말을 했지?
루나 절망은 나 하나로 족해.
M "EVERY TIME WE SAY GOODBYE" 
( ANNIE RENNOX, PRELUDE TO A KISS O.S.T. 중)

NA. 카샴박사는 사다드의 냉동장치를 풀고 그를 살려냅니다.
필라르는 사다드를 살려내지 못하면 카샴박사에게 대신 목숨을 
내놓으라고 협박까지 할 정도로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눈을 
뜬 사다드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다정한 필라르가 아니라, 
화가 난 필라르의 모습이었습니다.
필라르 (매섭게) 누가 너한테 네 멋대로 
냉동인간이 되라 했어?
사다드 (반가운) 필라르님..
정말 필라르님이십니까?
필라르님께서 돌아오셨으니, 
전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필라르 (차갑게) 난 필라르가 아니야. 윤태영이다.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필라르 내 육체를 바라보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니군.
사다드 저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필라르 그래서, 넌 나를 죽여서 몸을 바꾸려고 했지.
이제 필라르로서의 기억은 돌아왔어.
카샴이 저장해두었던 내 기억을 주입해줬지.
나는 필라르의 정신을 회복했지만,
태영이로 자란 것도 나라는 걸 깨달았어.
나는 지구에 도착해서 줄곳 
지구인 윤태영으로 살아왔으니까,
저 몸과 합쳐진다 해도
난 윤태영이지 필라르가 아니야.
사다드 하지만 몸과 합쳐지지 않으면 완전한 능력을
되찾을 수 없습니다.
필라르 저걸 봐.
NA. 필라르가 가리킨 곳은 필라르의 육신이 있는 곳이었죠.
필라르가 자신의 육신을 바라보자 얼어있던 필라르는 눈을 
번쩍 뜹니다. 
필라르 보다시피, 저건 내가 조종하는대로 움직이는 
인형에 불과해.
데스티노도 그래서 도망갔던 거구.
저 몸은 이제 필요 없어.
그리고 난, 능력을 회복해서 
시그너스를 뺏을 마음이 없어.
시그너스는 아즐라가 다스리면 돼.
사다드 (깨닫고 놀라서) 안됩니다. 필라르님.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절대로 그래서는 안됩니다.
필라르 나가 있어. 사다드.
사다드 제발 생각을 바꾸십시오.
필라르 카샴박사, 사다드를 데리고 나가줘.
사다드 필라르님, 제발..
필라르 (불같이 화내는) 언제부터 그렇게 건방져졌지?
네 놈이 감히 내 말을 거역해?
NA. 윤태영의 육신을 입고 있는 필라르는 자신의 옛 육신을 
바라봅니다. 필라르는 정신은 회복했지만, 몸이 합쳐지지 않으면 
능력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필라르는 지금 자신의 육신을 없애려고 하는 거죠. 필라르는 
자신의 능력이 완전히 회복되면, 시그너스별의 태양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자신의 육신을 없애려는 겁니다. 
만일 그가 다시 태양이 되면, 동생인 아즐라에게서 다시 
모든 것을 빼앗게 되니까요. 필라르는 동생을 해치고 싶지 
않았던 거죠.
필라르가 자신의 육신을 죽이려 할 때, 얼음 속의 필라르가 다시 
눈을 뜨는군요.

필라르 (에코) 안돼. 흔들리면 안돼.
E 파앗하고 초능력 광선이 뿜어나가는..
거대한 폭발음.
대규모 눈사태가 이어진다.. 
카샴 사다드, 피하자. 눈사태야.
사다드 하지만 필라르님이 저 안에 계시잖아요.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필라르 그건 없어졌어.
이제 필라르는 없는 거야.
사다드 (에코, 독백하듯) 그렇게 해서 
태양은 사라졌다. 
시그너스인들의 염원도, 예언자의 전설도, 모두, 
저 눈 속으로 사라졌다.

E 우주의 신비한 소리. 천공도시가 날아다니는 굉음
NA. 시그너스별, 천공의 도시에 있는 스트랄라의 숙소.
스트랄라 (E 이불 확 걷으며) 일어나, 아즐라!
아즐라 (E 다시 이불 확 끌어당기며 ) 
으음..조금만 더 잘게..
스트랄라 아즐라, 엑사토는 누구야?
자면서 계속 엑사토를 찾던걸?
아즐라 응? 아, 여긴 너의 집이었지.
스트랄라 엑사토가 누구냐고!
아즐라 (시무룩한 )몰라..
모니터 (E 기계음으로) 아즐라님께 통신입니다.
스트랄라 아즐라 없어!
모니터 (E 기계음으로) 엑사토님께서 
천공의 도시에 오셨습니다.
아즐라 (E 벌떡 일어나며) 뭐? 기다리라고 해.
곧 갈테니까 기다리라고 하라구!
M "YESTERDAY" 
(THE 12 CELLISTS OF THE BERLIN PHIL 연주의
THE BEATLES IN CLASSIC 앨범 중) 
엑사토 아즐라님.
아즐라 (반가운) 엑사토! 보고 싶었어. 정말 보고 싶었어.
왜 천공의 도시엔 오지 않았어?
남서구에 있지 말고 천공의 도시로 
직책을 옮기면 되잖아.
엑사토 저의 인사권은 왕께서 직접 쥐고 계십니다.
아즐라 (에코) 아버님은 일부러 엑사토를 
내게서 떨어뜨려 놓으시는 거야.
(보통톤) 엑사토, 난 아까 꿈에서 엑사토를 만났어.
나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지.
매일 밤 울면서 잠이 드는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 엑사토 밖에 없었어.
나는 엑사토가 내 곁에 있기를 원해.
엑사토 아즐라님, 저는 이만 가야합니다.
왕의 명령을 받고 가는 도중에 잠깐 들른 것입니다.
아즐라 벌써 가야한단 말야?
안돼. 난 엑사토와 같이 있고 싶어!
난 지금 몸도 아프고 엉망이란 말야.
엑사토 아즐라님, 태양으로서의 의연함은 어디 갔습니까.
제가 온다고 해서 이렇게 어리광을 부리신다면
전 다시 올 수가 없습니다.
아즐라 (자포자기한) 알았어. 가봐, 엑사토
(에코) 이게 무슨 태양이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 하나 
내 곁에 잡아둘 수 없는 걸..
루나도 그랬고, 엑사토도 그렇고..
E 파도 소리. 거대한 함선이 운항하는 소리.
반군들 공격하라!!우와!!!
경비대1 뭐야! 저 놈들은!
노엘 창고를 뒤져라, 맨 아래에 있다!
경비대1 이 녀석들, 감히 물자수송선을 노려?
E 총성
경비대1 (E 쓰러지는) 으악!
루나 모두 들어라,
살고 싶으면 두 손을 얌전히 올리는 게 좋다.
경비대들 (웅성거리며) 야, 올려, 올려!
NA. 물자수송선을 습격했던 반란군들은 기쁨에 들떠있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루나레나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루나레나는 옛 태양만 기다리고 있는 그들이 
웃을 때마다, 그들의 헛된 희망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노엘 (멀리서) 야, 이거 깡통 좀 봐. 너 이런 거 봤어?
새 거야, 새 거.
근위대장 배반자를 처단하고 다니시는 건 
그만두시는 게 어떨까요. 
루나 할아버지, 난 그들을 용서할 수가 없어요.
근위대장 필라르님이 돌아오시면,
그들도 다시 우리 편으로 돌아올 겁니다.
이미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우리 반란군에 가담한 사람도 많구요.
그 날을 위해서라도..
루나 (E 수풀에서 일어서며) 미안해요. 난 가야겠어요.
근위대장 그랬군요..
필라르님은 지구에서 돌아가셨군요.
루나레나님의 얼굴을 보고 알았습니다.
루나 미안해요. 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근위대장 그렇다면 루나레나님, 
끝까지 그들의 희망을 지켜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필라르님이 안 계셔도 루나레나님만 있으면
희망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묵은 전설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희망입니다.
루나 (슬프게)..희망이요..전 오래 전에 잃었습니다.
제가 희망이 없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되어줄 수 있겠어요.
M "DRIFTING" ( CAROL KIDD) 루나레나의 테마
NA. 본성에 도착한 아즐라는 아길라스가 모든 접견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불같이 화를 냅니다.
아즐라 뭐야? 아들인 나도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부하 죄송합니다. 왕의 특별 명령이셨습니다.
아즐라 (에코) 아버지가 이상해.
왜 요즘은 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지?
이상한 데이터로 된 홀로그램이나 보내고,
나도 진짜 모습을 본 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나.
(보통톤) 어서 이 문 열어.
안 그러면 즉결 처형하고 말겠어.
E 단추 조작하고, 자동으로 철문 열리는 소리.
E 기계의 전자음.
아즐라 (E 걸어들어가며) 어디로 가신 거지?
이건 뭘까..(E 삐삑하고 모니터를 터치하는)
모니터 (E 기계음으로) 선택하신 3번 출입구는 
암호가 걸려있습니다.
30초 내에 암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침입자로 간주하여 공격합니다.
아즐라 뭐? 공격을 한다구?
어디로 통하는 문이길래, 
이런 첨단 방어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는 거지?
모니터 (E 기계음으로) 암호를 입력해주십시오.
아즐라 정신능력으로 컴퓨터에 침투해보자.
E 삐삐삑거리는 경보음
아즐라 찾았다. 레이나 디오사 앗수미르!
모니터 (E 기계음으로) 키워드 일치. 문을 열겠습니다.
E 자동으로 철문이 열리는 소리.

SIGNAL 레드문

NA. 비밀의 문이 열리는 순간입니다. 
과연 어떤 비밀이 그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까요?
비밀의 문이 열릴 때,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고 
딱 한가지 소리만 들리죠. 철컥 지잉-하는 문 열리는 소리요.
오늘은 여기까지!
비밀을 알고 싶으시면 내일 이 시간에...



25

NA. 아즐라가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옛 왕궁의 
정원이었습니다. 그 곳은 좋은 냄새로 가득했고, 그 안에선 
구슬픈 음악이 흐르고 있었죠.
M 구슬픈 해금연주 
레이나 (음악 멈추며) 누구지?
아즐라 죄송합니다. 저는 방해할 뜻이 있었던 건 아닌데..
레이나 (다정하고 반갑게) 필라르!
아즐라 (에코) 필라르라고?
레이나 왜 이렇게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았어요?
엄마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아즐라 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신은 누구야?
레이나 장난하지 말아요. 빠른 성장기가 지났다고
엄마가 아들을 못 알아볼 리 있겠어요?
아즐라 (에코) 그렇구나. 그 놈의 어머니였어.
(보통톤) 그 놈은 내 어머니를 죽였는데
왜 너는 이렇게 살아있는 거지?
(목을 조를 듯 위협하는) 널 죽여버리겠어.
레이나 필라르, 얼굴이 겁에 질려있어요.
자, 이리 와요, 엄마가 안아줄께요..
엄마가 안아주면 무서운 꿈은 다 사라질거야.
아즐라 (에코) 왜 이렇게 따뜻한 거야? 
그 놈의 어머니인데..왜 내가 품에 안겨있는 거지?
코드 옛 추억이 가물거리는..

NA. 여기는 지구, 대한민국, 서울의 어느 작은 이층집.
데스티노는 지구인으로 가장을 하고 부하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데스티노의 부하는 비행기 폭파사건의 주범인 
변신의 천재 움마, 그리고 굼벵이같이 느린 굼마, 얌체같은 
얌마, 이렇게 셋이었습니다. 
데스티노 (떠나갈 듯이 재치기하는)푸에치!!
그 나쁜 아즐라 녀석 때문에 남극에서 
얼어죽을 뻔하고 감기까지 걸렸어.
역시, 지구에서 제일 무서운 건 감기야. 푸에치!!
E 초인종 벨소리
데스티노 얌마, 누가 찾아왔는지 가봐.
얌마 (멀어지며)요즘 지구인들이 자꾸 신문을 
보라고 졸라요.
(멀리서) 우린 신문 안봐요.
카샴 (E 인터폰으로) 신문은 안 봐도 상관없지만
날 안 보면 후회할 걸세.
얌마 후회하신다는데요?
데스티노 (에코) 카샴박사다. 
그렇다면...필라르가 깨어났다는 건데..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아직 아즐라를 택할지 필라르를 택할지 
결정하지도 못했는데..
코드 일이 꼬여드는 느낌.
NA. 데스티노는 파카를 두 개 끼어 입고 마스크와 모자까지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카샴 꼴이 그게 뭔가?
데스티노 감기가 걸려서..
카샴 남극후유증인가?
나와 함께 순간이동을 하자. 
필라르님이 자넬 부르신다.
데스티노 그래? 난 땅으로 갈게.
카샴 (E 잡고) 도망칠 생각은 말고, 어서 가자니까.
데스티노 (E 뿌리치며) 놔, 이거 놔!! 이건 납치야, 납치.
데스티노 살려!!!
E 슉하고 공간 이동하는 소리
필라르 안녕 데스티노, 오랜만이군.
데스티노 (에코) 저 녀석, 필라르라면 옆에 사다드가 
있어야하는데, 사다드는 어딜 간 거지? 
저 녀석이 진짜 필라르라면 사다드를 
분명히 살려냈을 거야. 그럼 저 녀석은 윤태영? 
하지만 윤태영이라면 비행기 사고로 죽었잖아.
필라르 시끄러워. 그만 좀 생각해.
데스티노 (당황하며)네..전 오랜만에 뵈니까 
너무 기쁜 나머지 자꾸 옛 추억들이 떠오르는군요.
필라르 기쁜 놈이 날 의심해? 
데스티노 (찔리는) 흠. (괜히 헛기침)
필라르 데스티노, 내가 시그너스로 가게 도와줘야겠어.
어쨌든 넌 나의 수호기사장이었으니까.
데스티노 (에코) 멍청한 사다드놈. 거기서 얼어죽었군.
필라르 왜 그렇게 생각해?
데스티노 사다드가 있다면 굳이 저를 부르실 리 없잖습니까.
필라르 그런데 넌 지금 사다드가 없다는 걸 
섭섭해하고 있잖아?
언제부터 그렇게 됐지?
데스티노 (오버액션) 섭섭하다뇨..우하하하하.
속이 다 시원한걸요. 단지 우울해진 건 필라르님이
얼마나 상심하셨을까 걱정이 돼서죠. 
필라르 그런데 왜 눈엔 눈물이 핑 도는 거지?
데스티노 (둘러대는) 죄송합니다. 
태양 앞에서 큰 소리로 웃은 것이 
너무 죄송하여서..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것입니다.
필라르 난 시그너스로 돌아가는 우주선이 필요해.
데스티노 우주선이야 그냥 드릴 수 있습니다.
필라르 하지만 너와 돌아가면 시그너스의 내 추종자들이
배신자인 너와 돌아온 나를 믿지 않을 거야.
그리고 만약 널 여기 두고 우주선만 빌려가면,
넌 분명히 아즐라에게 연락을 하겠지. 
그렇다면, 내 선택은 딱 하나뿐이야.
데스티노 (사색이 된)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필라르 어딜 도망가려는 거야?
데스티노 지금 절 죽이시려는 거 아닙니까.
어차피 죽을 거 화장실 다녀와서 
깨끗하게 죽고 싶습니다.
필라르 죽이진 않아. 단, 맹세를 해.
시그너스에 돌아가서도 날 돕는다고.
데스티노 (격식차리며) 물론입니다.
저 데스티노 데스티니는 태양의 수호기사의 운명을 
받고 태어난 몸, 태양에게 다시 한번 충성을 
맹세합니다.
카샴 (E 녹음기 스위치 누르며) 됐습니다.
녹음 마쳤습니다.
필라르 데스티노, 만일 네가 또 배반하면
이 녹음기를 아즐라에게 넘기겠다.
데스티노 저를 그렇게도 못 믿으십니까?
필라르 (무섭게) 네가 나를 몇 번이나 배신했지?
아직까지 널 살려두는 건 시그너스에서 네가
사다드를 살려준 것 때문이야.
명심해. 앞으로 또 배신하면 살려두지 않을 거야.
NA. 그때 필라르는 호텔 창밖에 있는 전광판의 뉴스를 봅니다.
박진희의 얼굴이 비춰지면서 조직폭력배 살인 혐의로 수배중이라
고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필라르 그럴리가..박진희가 왜 살인을..
데스티노!
데스티노 네!
필라르 첫 번째 임무를 주겠다. 박진희를 구해와!
데스티노 하지만 박진희는 지구인인데다가
저와 교감도 전혀 되지 않고..
필라르 내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거냐?
데스티노 알겠습니다.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E 파도 소리
필라르 사다드, 네 마음이 자꾸 들려.
넌 계속 눈 속에 파묻힌 내 육신을 찾고 있어.
내가 태영이의 몸을 입고 있는 것이 그렇게 싫어?
사다드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단지 옛 추억을 생각했을 뿐, 
당신이 싫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필라르 그럼 빨리 가자, 사다드. 
박진희를 찾으려면 먼저 한지화한테 가봐야겠지?
사다드 그렇겠죠.
(에코)필라르님, 이제부터 제 마음을 감추겠습니다. 
아무리 안 그러려고 해도, 얼음 속에서 눈을 떴던 
필라르님의 얼굴이 생각나거든요.
이제 다시는 그 얼굴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전..견디기 어렵습니다.
필라르의 육신을 죽인 당신을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M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부분
"ADAGIO" 중( NEW TROLLS ) 깔리면서
(사다드의 테마)
NA. 시그너스별의 아즐라는 긴급연락을 받고 통신실로 향합니다.
E 각종 통신장비 소리. 
부하 남반구로부터 물자를 수송해오던 배가 
습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폐쇄회로에 잡힌 그들의 모습입니다.
아즐라 북반구 놈들인가?
부하 그런 것 같습니다. 원으로 표시된 곳을 보십시오.
아즐라 확대시켜봐.
부하 클로즈업- 이제 선명도를 높입니다.
아즐라 (놀라) 루나!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고 루나를 불러와!
부하 저희도 이미 통신을 시도해봤지만,
타고 다니던 수상 스쿠터마저 버리시고..
아즐라 (화내는)군대를 풀어서라도 데려와, 
전 시그너스를 뒤져서라도 루나를 데려와!
(에코) 좋아, 루나 내가 준 총으로 
내게 바쳐지는 물자를 훔친다고?
네가 나를 그토록 능멸하고 싶다면
나도 너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지.
M "EVERY TIME WE SAY GOODBYE" 
( ANNIE RENNOX, PRELUDE TO A KISS O.S.T. 중)

NA. 루나레나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진 아즐라는 비밀의 궁을 
찾습니다. 그곳에는 필라르의 어머니가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고, 그 음악을 들으면 아즐라의 마음도 편히 쉴 수 
있었습니다. 비록 왕비는 아즐라를 필라르로 오해하고 있었지만, 
아즐라는 왕비와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M 해금 연주
레이나 필라르, 요즘 국사를 보는 게 힘든 모양이군요.
하지만 그대 자신보다 백성을 생각하세요.
그대의 행동 하나하나와 말 한마디한마디가
그대 자신을 위한 말이기 보다는 
백성을 위한 말이 되도록 노력하세요.
전설의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는 권력자가 아니라
백성을 구하는 자임을 잊지 마세요.
아즐라 (에코) 필라르는 어릴 때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어머니 밑에서..
이런 얘기를 듣고 자랐구나.
NA. 아즐라는 루나레나의 조력자를 생포했다는 소식을 듣고 
루나레나의 행방을 물어보기 위해 그를 직접 심문하게 됩니다. 
체포된 그 사람은 바로 레오였습니다.
아즐라 네가 루나레나의 조력자인가?
레오 웃기지 마. 난 그 여자를 두 번 봤을 뿐이야.
부하 이 녀석이 감히 태양한테 고개를 들고 말대꾸야!
아즐라 모르고 그런 거니까, 놔둬. 
레오 (에코)뭐? 태양이라고? 저 사람이?
아즐라 다시 한번 묻겠다. 루나레나가 어디 있는지 아나?
레오 (덜덜 떨면서) 전..잘 모릅니다.
첩자로 오인돼서 경찰에 잡혀 죽을 뻔했을 때,
루나레나님이 조력자라고 거짓말을 해주셔서
목숨을 건진 것 뿐, 전 루나레나님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당연히 어디 계신지도 모릅니다.
아즐라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군. 저 자를 풀어줘.
레오 절 죽이지 않나요?
아즐라 왜 그렇게 생각했지?
레오 (들떠서)사람들이 태양은 사람을 막 죽이고,
혼자 돼지처럼 잘 먹고 잘 산다고..
그런데 생각보다 아름다우시고, 용서도 잘해주시고..
제가 태양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었나봐요..
M "RAIN" (류이치 사카모토)
NA. 레오는 아즐라의 명령으로 천공의 도시를 지키는 병사가 
됩니다. 그 시간에 루나레나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용군 제 7 기지를 습격하고 있었습니다.
E 이어지는 기관총 소리. 폭발음.
루나 모두 중앙건물 지하로 가!
반군들 (E 뛰어가는 ) 저쪽이다!
군인들 (멀리서) 침입자다!! 서라!
E 이어지는 기관총 소리.
루나 너도 빨리 가 노엘, 여긴 내가 막을 테니까!!
노엘 루나! 위험해요.
E 총성.
루나 고맙구나, 노엘. 네가 내 생명을 구해줬어.
노엘 뭘요..자 덤벼! 이제 우리도 무기가 있다구!!
E 이어지는 기관총 소리.

SIGANL 레드문
NA. 시그너스 태양력 3031년 4월 19일 시그너스 용군 7기지에서 
무기 강탈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아길라스 통치 이후 
처음으로 등장한 반군으로 기록되죠. 후세 사람들이 이 사건을 
두고두고 말하는 건, 훗날 이 사건이 모태가 되어 거대한 
규모의 반군이 형성되기 때문이었어요.
이제 반군의 지도자가 된 여전사 루나레나,그녀의 짧은 머리카락
이 바람에 휘날립니다.얼마나 바람이 많이 불어야 
그녀의 머리에서 필라르에 대한 추억을 날려보낼 수 있을까요..



26

E 대형 오토바이 멀리서 달려와 멈춘다.
박진희 오토바이에서 내려 공중전화부스로 걸어온다.
E 공중전화 부스, 수화기 들고 동전 넣는 소리.
혜수 (E 전화기 속 목소리) 여보세요? 여보세요?
박진희 ......
혜수 (E 전화기 속 목소리) 진희 오빠?
오빠지? 오빠 어딨어, 보고 싶어 오빠. 
(울면서) 오빠.. 뭐라고 말 좀 해봐.
오빠, 목소리라도 들려줄 수 없는 거야?
..나는 오빠 없으면 살 수가 없어. 오빠..
나를 데려가 줘. 오빠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갈게..
박진희 (E 전화기 내려놓는)
(흐느낀다) ..혜수야..미안하다, 혜수야.
M "EVERY TIME WE SAY GOODBYE" 
( ANNIE RENNOX, PRELUDE TO A KISS O.S.T. 중)
NA. 조직폭력배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박진희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서 도망다니는 중이었습니다. 공중전화 안에서 
들려온 저 목소리는 박진희가 사랑하는 혜수라는 여인이었죠. 
그런데 왜 박진희는 전화를 걸어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수화기를 내려놓았을까요. 아무래도 진희와 혜수는 힘든 사랑을 
하는 중인가봐요.
그 때, 한지화는 이상한 느낌을 받고, 박진희의 방이 있는 
카센터로 급히 달려갑니다.
E 계단 내려가는 소리. 다급하다.
방문 쾅, 여는 소리.
필라르 연락하려던 참인데, 역시 넌 족집게구나.
한지화 (감격한 목소리) 너...태영이 맞아?
필라르 어, 여긴 기타를 가지러 왔어.
한지화 얼굴 좀 만져봐도 되니?
필라르 왜 그래, 쑥스럽잖아.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한지화 (흥분한) 믿기지가 않냐구?
지중해 상공에서 산산조각이 났던 네가
2년 만에 나타났는데, 믿기지 않냐구?
그 동안 대체 뭘하고 있었어.
살아있었다면 연락이라도 할 수 있었잖아.
(울먹이며)진희랑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고..
어디선가 밤과 꿈이 들려올 때마다,
혹시 너인가 해서 멀리서 달려온 적이 
한 두 번인 줄 알아?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이제야 간신히 잊을만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서, 겨우 한다는 소리가,
기타를 가지러 왔다구?
(E 태영의 가슴을 때리고, 품에 안기며) 
우린 정말 네가 죽은 줄 알았단 말야.. 
필라르 미안해. 지화야, 미안하다.
한지화 (이상한 느낌을 받는)너, 그런데.. 누구니?
넌 윤태영이 아니야.
필라르 난 윤태영은 아니야. 그렇다고 필라르도 아니지.
윤태영이 필라르의 기억을 회복했기 때문에
너한테 내가 이전과 다르게 느껴질 거야.
(깨닫는) 어? 지화야, 너 여기 올 때 
누가 쫓아오지 않았어?
한지화 응? 무슨 소리야?
필라르 경찰이야. 자, 이리와, 어서 피해야돼.
E 슉하고 사라지는 소리.
E 계단을 내려오는 사내들의 급한 발소리
문 열리는 소리.
형사1 아무도 없잖아.
주인 으악! 귀,귀신이다...
아까 분명히 아가씨도 들어갔다구요.
형사1 순간이동일겁니다. 그렇다면 윤태영도 
살아있다는 말인데..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NA. 여기는 필라르가 묵고 있던 호텔인데요, 카샴박사,
데스티노, 사다드 앞에 필라르가 한지화와 기타를 안고 
나타납니다.
E 슉하고 갑자기 나타나는 소리.
데스티노 뭡니까? 우리한테는 박진희를 찾으라고 해놓고
필라르님은 기타 치면서 여자나 꼬시고 다닌 거죠?
필라르 그게 아니라..
데스티노 (버럭 화내는) 아니긴 뭐가 아냐, 
맘대로 하세요. 박진희가 죽거나 말거나!!
필라르 그게 무슨 소리야?
사다드 경찰 컴퓨터에 침입해봤더니,
국도 주유소에서 제보가 있었습니다.
지금 경찰이 박진희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빨리 가지 않으면 박진희가 위험합니다.
E 대형 오토바이 달리는 소리..
경찰차 뒤를 쫓는다..(이하 계속)
경찰1 (E 무선기 소리로)지원 바란다.
범인이 타고 있는 오타바이를 따라잡기 힘들다.
앞에서 막아주기 바란다.
박진희 (에코) 여기서 잡힐 수는 없어.
혜수의 아버지가 나를 함정에 빠뜨린거야.
혜수아버지 (에코) 자네, 다시 한번만 내 딸을 만나면,
아예 다신 세상 구경을 못하도록 만들어 주지.
자네 죽기엔 아직 젊은 나이야. 잘 생각하게.
박진희 그 때 그 약속을 한번 어겼다고 
이런 일까지 벌인 걸까.
너무 보고 싶어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잠깐 봤을 뿐인데.
혜수는 그 때 카페 안쪽 창가에 앉아 있었고,
나는 지나가는 행인처럼 가장해서 차창 밖으로
그녀를 스쳐 지나갔었지.
잠깐 사이에도 난 그녀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어.
애써 밝게 웃고 있었지만, 눈물이 얼핏 보였어..
우린 감시의 눈길 때문에 
그렇게 딱 한번 지나치고는 만나보지도 못했는데..
하긴 혜수 아버지 정도라면,
조직폭력배들을 요리하는 것도
나에게 모든 누명을 뒤집어 씌우는 것도 
간단한 일일 테니까...
E 오토바이소리 커지고 계속 경찰차들 추격한다.
박진희 (에코) 젠장. 앞을 막고 있었다니.
E 오토바이 속도를 줄이는. 멈추고.. 
시동은 부릉부릉..
경찰2 시동을 꺼라!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박진희 (에코) 잡힐 순 없어. 
이대로 잡히면 난 혜수 아버지의 올가미에 걸려들어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릴 거야.
E 오토바이 다시 속력내는
경찰2 저 녀석이! 쏴!!!
박진희 (에코)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E 오토바이, 절벽으로 굴러떨어진다..
박진희 (에코) 혜수야..
E 오토바이 폭발음.
박진희 (에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M ADAGIO D'ALBINONI
E 수술실로 침대 끌고 급히 들어가는 의사들
의사1 총알이 폐를 뚫고 관통했습니다.
의사2 뇌의 손상이 너무 심합니다.
의사1 심장박동이 멈췄습니다.
의사3 심장 마사지 준비!
E 전기 충격기로 심장 마사지하는 퍽, 퍽, 소리.
의사3 수술 준비 해.
E 퍽하고 전기 나가는 소리.
의사3 이게 무슨 일이야, 수술 중에.
어서 비상 발전기를 가동시켜!
E 팍, 하고 다시 전기 들어오는 소리.
의사3 이..이런..
뉴스앵커 (E TV속 목소리 톤) 뉴스 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총상을 입고 수술중이던 조직폭력배 살인사건의 주범
박진희가 조금 전 8시 11분 사망했습니다.
E 주사기 떨어지는 소리.
아줌마 선생님! 주사기 떨어졌어요.
동네의사 (넋이 나간)엥? 그렇군요. 지금 놔 드릴께요.
(에코) 진희가 죽다니..
아줌마 네? 떨어진 걸 그냥 놓겠다구요?
동네의사 앗, 죄송합니다.
한지화 (에코) 선생님..들리세요?
동네의사 네, 들립니다.
아줌마 전 아무 말도 안했는데요?
동네의사 그러셨습니까? 죄송합니다.
한지화 (에코) 선생님, 이거 텔레파시에요.
동네의사 제가 딴 사람이 얘기한 걸 착각했습니다.
아줌마 저 그만 갈게요. 주사 안 맞아도 될 것 같아요.
E 문 닫는 소리.
한지화 (에코)선생님, 환자들을 다 내보내 주세요.
동네의사 안 그래도 다 갔다.
E 슉하고 순간이동으로 나타나는 소리.
동네의사 아아아--악. 유령들이 떼를 지어서 나타나다니..
필라르 늦으면 진희를 구하지 못합니다.
우선은 제가 하는데까지 해볼테니까,
나머진 카샴박사와 의사선생님이 도와주세요.
동네의사 어어..(얼이 빠진) 그러도록 할꼐...
NA. 필라르는 의식을 잃은 박진희를 안고, 한지화, 데스티노, 
카샴박사와 함께 나타났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본 건 그들의 
집단 순간이동이었죠. 그렇다면 박진희는 죽지 않은 것일까요. 
병원에서 수술 도중에 죽은 건 누구죠?
E 치료 광선이 뻗어나가는..신비롭고 아름다운 소리.
동네의사 진화야, 저 애가 태영이 맞냐?
한지화 네. 
동네의사 2년 동안 저런 걸 배우고 온 거냐? 거, 근사한데..
NA. 필라르의 손에서 치료광선이 내뿜어집니다.
오색의 아름다운 광선이 뻗어나가더니, 진희의 몸을 부드럽게 감
싸면서 진희의 몸 속으로 들어갑니다.
필라르 (E 풀썩 쓰러진다) 
데스티노 (E 달려와서) 필라르님! 
정신 차리십시오!너무 무리하신 거 아닙니까?
(에코) 사다드, 요놈, 이번엔 내가 빨랐지?
필라르 진희는 어떻게 됐어?
카샴 (머뭇거리며)폐와 뇌의 혈종과 외상은 
흔적도 없습니다만,
뇌혈관이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출혈이 멈추지 않는군요..
필라르 (에코, 놀라는) 능력이 줄어들었다.
데스티노 (방정맞게) 웬일이십니까? 어릴 때 이 정도는 
슥삭하셨잖습니까? 왜, 삐지셨습니까? 
전 그런 의도가 아니라..
필라르 (E 일어나며) 다시 해보겠어.
사다드 안됩니다. 필라르님. 더 이상 힘을 쓰지 마십시오.
나머지는 카샴박사가 해도 충분합니다.
카샴 그렇습니다. 의사양반, 여기 수술 도구 있습니까?
동네의사 그렇소. 왕년에는 나도 유명한 신경외과의사였소.
카샴 지금 병원 형색을 봐선 믿긴 어렵지만, 
일단 믿어보겠습니다.
동네의사 나도 당신을 믿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요.
당신은 외계인이오, 
외계인과 우리들의 뇌는 분명 다르지 않겠소?
하지만, 박진희를 구하려면 방법이 없으니,
한번 믿어보기로 하지요. 갑시다!
카샴 그럼 우리 함께 범우주적인 의술교환을 시작할까요?
E 다다닥.. 수술실 문을 열고 침대 끌고 들어가는.
필라르 잠깐만요, 제 피를 수혈해주세요.
아저씨는 아시죠? 제 피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요..
동네의사 알긴 알지만..너, 그 피 나도 좀 줄래?
사다드 필라르님, 태양의 혈액을 타인에게 주는 것은..
필라르 지금의 몸이 태양의 몸이 아닌 걸 너도 알고 있잖아?
데스티노 (에코) 저, 저놈이 날 속였군. 반쪽이었다니.
(보통톤, 낮게 ) 사다드, 나 좀 잠깐 보자.
코드 불길한 느낌.
데스티노 저런 반쪽이가 아길라스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애?
완전한 태양이라하더라도 아길라스의 과학기술을
이길까 말까라고. 난 이만 그만두겠어.
사다드 또 배신하는 겁니까?
데스티노 배, 배신이 아니라, 이건 선택이야.
사다드 우주선을 빌려주시면 대신 제 눈을 드리겠습니다.
데스티노 뭐? 오호- 이제야 네 놈이 네 죄를 깨달았구나.
아름다운 내 눈을 네 놈이 이 지경으로 만들어
난 어딜 가나 애꾸눈이라는 놀림을 받으며 
살아야했다.
사다드 게다가 제 눈은 어머님의 눈을 쏙 빼어 닮았습니다.
데스티노 (에코) 에스텔라..그래..그랬었지..
M "YOU" 
사다드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대답해주십시오.
우주선과 제 눈을 교환하시겠습니까?
데스티노 좋아. 시그너스로 돌아가면 즉시 이식한다. 알았지?
사다드 감사합니다.
코드 귀신이 나타나는 소리 처럼..으시시..
NA. 여기는 박진희가 입원했던 종합병원의 시체 안치소, 
시계가 12시를 막 지났고 있을 때였습니다.
E 시체 안치소의 서랍 소리. 덜컹덜컹..
남자1 이게 무슨 소리지?
남자2 글쎄..시체가 살아나려는 건가?
남자1 너 그런 썰렁한 농담 좀 하지마.
웃기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고..그게 뭐하는 거냐?
E 콰악하고 서랍 열리는 소리.
남자1 (혼비백산한)으악! 시체가 살아났다!!

SIGNAL 레드문

NA. 시체 안치소의 서랍장을 열고 벌떡 일어난 건 다름아닌 
박진희였습니다. 그렇다면 필라르에게 치료를 받은 박진희와 
지금 시체 안치소에 있는 박진희 이 둘 중 누가 진짜일까요?
궁금하신 분은 내일 이 시간을 기대해주시죠.
오늘 레드문은 박진희의 이야기 편이었는데요,
레드문의 수호천사 최화정이 오늘은 이 말을 남기고 가지요.
'이루지 못할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아무도 피할 수 없을 뿐이다'



27

NA. 깊은 밤, 시체안치소에 누워있던 박진희의 시체가 다시 
살아났어요. 그런데.. 박진희의 시체는 금새 데스티노의 부하인 
굼마로 변하고 맙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한가...
바로 어제, 죽어가던 박진희를 구하기 위해, 필라르와 데스티노, 
사다드가 병원을 찾아갔었는데요, 그 당시 잠깐동안 병원전체에 
정전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에 필라르는 진짜 박진희를 구해서 
아저씨 병원으로 안전하게 데리고 갔구요, 데스티노는 부하인 ]
굼마를 변신시켜서 수술대 위에 가짜 박진희를 만들어 놓았던 
겁니다. 그러니까 굼마가 변신한 가짜 박진희는 그대로 죽은 
체하고 있다가 시체안치소로 갔던 거죠. 정전이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란 건 여러분들도 다 짐작하고 계신 그대로구요.

데스티노 굼마! 한번 죽으면 영원히 죽은 거야!
중간에 깨어났다고 병원에서 그냥 나오면 어떡해!
굼마 (아주 느리게 말하는)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변신이 풀리는 바람에...
데스티노 야, 답답해! 그만 해라, 그만 해.
됐어, 이제 나도 반쪽이를 도와줄 생각은 없으니까.
E 삐,삐,삑거리는 통신 기계 소리.
데스티노 뭐야?
컴퓨터 (E 기계음) 데스티노님, 
아즐라님으로부터의 송신입니다.
데스티노 (놀라서)아즐라가?
아즐라 (협박하듯이) 지구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가.
데스티노, 시그너스별은 지금 반란군들 때문에 
용군 사령관을 필요로 한다.
이 메시지를 보는 즉시, 돌아와라,
늦으면 반역으로 처리한다.
내가 네 녀석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건 니가 더 잘
알고 있겠지?
E 삐- 하고 통신 끊어지는 소리
데스티노 (짜증나는) 저 성질머리하곤. 에잇, 어떡하지?
반쪽이한테 우주선을 빌려주기로 
약속을 해버렸는데..
만일 같이 가면 아즐라가 날 죽이려 할거고,
그렇다고 반쪽이를 배반하면 
사다드한테 받기로 한 눈알이 아깝고, 
아- 머리야!
굼마 (정말 느리게)제가 머리 좀 눌러드릴까요?
데스티노 내 머리가 돼지머리냐? 뭘 눌러?
굼마 (더 느리게) 그게 아니라..지압이라고..
데스티노 너, 말이나 좀 빨리 해. 답답해 죽겠어!
코드 코믹한 느낌.
NA. 한편 아저씨 병원에 누워있는 박진희는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박진희 때문에 온 
신경을 쓰는 필라르가 사다드에게는 못마땅합니다. 왜냐하면 
시그너스별 전체의 운명이 왔다갔다하는 마당에, 새로운 태양이 
되어야할 필라르가 일개 지구인 때문에 발목 잡힌 꼴이 되었으니
말예요.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이런 사다드에게 데스티노는
협박성 텔레파시까지 보내고 있군요...

데스티노 (에코) 얌마, 난 지금 시그너스로 가야해.
하지만 네 눈 또한 포기할 순 없거든.
그래서 말인데 2시간 안으로 오면
너와 반쪽이를 태워주겠어.
하지만 반쪽이가 그 때까진 못 오겠다고 하면,
너만이라도 와라. 알았니? 눈은 돌아가서 받겠다.
사다드 (E 병실 문을 열고 뛰어들어가)
필라르님, 지금 떠나셔야 합니다.
지금 가지 않으면 영원히 우주선을 탈 수 없습니다.
필라르 뭐라구? 하지만 난 진희를 이대로 놔두고 갈 순 
없어. 진희는 모든 사람들이 날 죽이려고 할 때,
내 목숨을 구해줬던 아이야.
사다드 (심각한) 시그너스 별의 운명이 
당신의 어깨 위에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출발하실 수 없겠습니까?
한지화 (E 문 벌컥 열고 뛰어들어오는) 잠깐, 태영아,
난 진희를 깨울 수 있어.
필라르 뭐? 정말이야?
사다드 필라르님, 시간은 기다리지 않습니다.
필라르 (냉정한) 사다드, 밖에 나가 있어.
사다드 필라르님!
필라르 (화를 내는)언제부터 네가 이렇게 건방져졌지?
내가 밖에 나가있으라고 했잖아!!! 
사다드 네, 알겠습니다.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E 딸랑딸랑거리는 무당의 방울 소리.
한지화 (에코) 진희야, 깨어나, 태영이가 널 찾고 있어.
사다드 (에코) 카샴 박사님, 더 이상은 안됩니다.
필라르님을 강제로라도 데려가야 합니다.
박사님과 제가 힘을 합하면 지금의 필라르님 정도는
우주선으로 데려갈 수 있습니다.
한지화 (에코) 진희야, 지금 누가 널 부르고 있지?
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사다드 (에코) 박사님, 지금입니다.
카샴 (에코) 알았네. 
E 딸랑딸랑거리는 무당의 방울 소리.
사다드 (E 슉 하고 나타나며) 필라르님,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전, 시그너스별과 필라르님의 미래를 위해서
판단이 흐려진 현재의 당신을 
강제로라도 모셔가야만 하겠습니다.
필라르 (놀라)사다드, 이게 무슨 짓이야?
(E 뿌리치는)이것 놓지 못해!!
사다드 (급박한) 카샴 박사님, 꼭 잡으십시오.
카샴 필라르님... 죄송합니다.
E 딸랑딸랑거리는 무당의 방울 소리.
한지화 (기쁘고 반가운) 깨어났어!! 진희가 깨어났어!
박진희 (깨어나며) 태영아.
필라르 잠깐만 기다려. 이렇게 하자.
나도 지금 우주선으로 갈테니까,
그러니까.. 진희를 같이 데려가는 거야.
사다드 무슨 말씀이십니까?
필라르 여기선 진희가 이미 죽은 몸이니까,
차라리 내가 데리고 가서 보살펴주는 게 나아.
사다드 (한 풀 꺾인) 알겠습니다.
필라르 그리고 기타도 가져가야겠어.
사다드 여기 있습니다.
필라르 그럼.. 다 됐나? 참, 지화야, 그동안 고마웠어.
한지화 (에코) 태영아, 넌 돌아오지 못해.
넌 너의 형제에 의해서 죽게 될 거야.
필라르 왜 말이 없니? 지화야, 삐졌어?
내가 언젠가는 떠나야한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
한지화 태영아, 나도 갈게.
(에코) 널 혼자 죽게 둘 순 없어.
필라르 하지만 지화야, 거긴 너에게 위험할지도 몰라..
(마음 바꾸고)그래, 지화야, 
넌 특별하니까 괜찮을 거야. 같이 가자.
카샴, 사다드, 우주선으로 이동이다!
E 슉하고 사라지는 소리.
데스티노 (호들갑) 깜짝아, 아니 지금 이 지구인들을
다 태우겠다는 겁니까?
게다가 하나는 머리에 붕대 감은 환자에 
또 하나는 애기무당이라니...
시그너스 용군 사령관의 최첨단 우주선에 이따위 
어울리지 않는 지구인 따위를 태우다니...
내 우주선이 무슨 3등 화물선인 줄 아시는 겁니까, 
필라르님?
필라르 (중얼거리듯)시끄럽다.
데스티노 (쫄아서)아니, 그러니까..아무래도 사람이 많으면
우주선이 지저분해지고...
환경오염 문제도 발생하고..아이고 머리야.
굼마! 
M "TO THE END" (BLUR) 필라르의 회상, 깔리면서
NA. 고향으로 돌아가는 필라르의 가슴엔 시그너스의 추억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강가에서 숨어살던 버림받은 소녀, 
루나와의 첫 만남, 루나와 자신을 지켜보던 동생 아즐라의 
증오에 찬 눈빛, 그리고.... 혜성이 덥쳐 오던 대재앙의 날, 
아길라스에게 패한 뒤, 우주를 헤메던 그 고통스런 나날들..
필라르는 시그너스의 추억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괴로워합니다. 
그렇게도 잊고 싶었던 과거였기 때문에 스스로 기억을 
봉인해버렸건만, 필라르의 운명은 그에게 기억상실마저 
허락지 않습니다.
이제 필라르는 다시 시그너스로 돌아갑니다.
시그너스별로 잡혀간 지구의 가족들을 구하려면 
자신이 직접 아즐라를 만나야만 하니까요. 
그리고 이미 안락한 지구에서의 생활과 윤태영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으니까요.

얌마 (E 모니터 속의 말소리, 코믹한 아부장이) 
데스티노님은 계속 필라르를 도와주다가 
결국 우주선에 태우고 말았사와요.
저는 필라르가 미워요!
아즐라님, 절 필라르의 손아귀에서 구해주세요!!!
E 삐- 하고 통신 끊기는 소리.
아즐라 그 놈이 온다..
그 놈이 내 부하의 우주선을 끌고 온다.
(발악하듯) 부관! 엑사토를 연결해 !
부관 (E 모니터 속의 톤) 엑사토님은 지금 남쪽 지구에 
계십니다.
컴퓨터 (E 기계음) 아즐라님, 아길라스님의 송신입니다.
E 쉬우웅 하는 기계 소리, 
홀로그램 영상물이 지지직거리는 소리.
아길라스 (무시무시한) 아즐라, 네가 지금 엑사토를 
만나려고 하느냐?
그럴 시간이 있으면, 필라르를 어떻게 막을지
그 대책부터 세워야하지 않느냐?
아즐라 (에코) 아버님은 내가 엑사토를 만나려고 한 걸 
어떻게 아셨지?
아길라스 지구인들은 어디에 있느냐?
아즐라 천공도시 27지구 지하감옥에 있습니다.
아길라스 (비웃고) 멍청한 놈, 그러고도 네가 태양이냐?
머리를 써라, 머리를.
필라르가 여길 오면 제일 먼저 어딜 찾을 것 같으냐.
감옥에다가 지구인들을 가둬두는 건
어서 찾아가란 뜻이나 똑같다는 것도 모르느냐?
지구인들이나 당장 옮겨!
티그리스 섬으로 옮겨라! 알았느냐?
아즐라 하지만 그곳은 오염이 너무 심해서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인데..
아길라스 네가 지구인 따위의 생명을 걱정하느냐?
어리석은 놈! 잔말 말고 어서 옮겨!
그리고 데스티노의 우주선이 다가오면
우주에서 그것을 통째로 없애버려!
....쓸데없는 생각은 마라.
난 네 머리 속을 다 들여다보고 있다.
E 팍, 하고 홀로그램 꺼지는 소리.
아즐라 (에코) 내가 엑사토를 연결하려고 하자마자,
아버님이 나타나셨어..
그렇다면... 분명히 도청 당하고 있는 거야.
좋아, 날 그렇게 믿지 못한다면
나도 순순히 말을 들을 순 없지.
코드 불안감이 밀려오는..
E 슈우웅 소형 우주정이 날아가는 소리
아즐라 조종사, 남쪽으로 기수를 돌려.
조종사 그럼 지구인 감옥으로 가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눈치 보는) 목적지에 미리 아즐라님이 가신다고 
연락을 해놔야할텐데요..
아즐라 (위협적인) 어디에든 통신을 하면 죽여버리겠다, 
알겠나?
조종사 알겠습니다.
아즐라 레이더에 잡히지 않게 저공비행으로 가!
조종사 네.
아즐라 (에코) 자, 아버님 절 잡아보시죠.
제가 어디로 가는지 한번 알아맞춰보시라구요.
E 멀리서 들리는 폭발음
아즐라 저건 뭐지?
조종사 식량창고를 반란군이 습격한 모양입니다.
아즐라 뭐? 반란군이? 쥐새끼 같은 녀석들.
내 식량을 훔치다니..(무섭게)다 쏴버려!
조종사 네.
E 우주정 가까이 날아오는 소리, 기관총 발포 소리.
루나레나 (외치며)모두 피해! 일단 철수한다!
(E 달려가며) 저건, 아즐라의 우주정!
E 기관총 발포 소리.
아즐라 (깜짝 놀라) 잠깐, 멈춰!
조종사 네?
아즐라 (신경질적으로)내가 멈추라고 하지 않았어!
M "ONE" ( U2) 아즐라의 사랑
루나레나 (E 달려가며) 노엘! 노엘 가만 있어, 피가 많이 나.
노엘 (고통스런) 괘, 괜찮습니다. 
아즐라 (에코) 루나가 아닐 거야.
비슷하게 생긴 여자겠지. 루나가 그럴 리 없어..
루나레나 (에코) 왜 공격을 멈추는 거지?
혹시 날 알아본 건가? 아즐라, 날 본 거야?

SIGANL 레드문


NA. 아즐라는 반군의 선두에 서 있는 
루나레나를 봤습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이마의 점을 감추기 위해 머리띠까지 동여맨 
모습이었지만, 루나레나는 아즐라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만큼 
여전히 아름다웠죠. 하지만 아즐라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을 향해 무기를 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순 없었으니까요.
"사랑이란, 사랑 받고 있다고 끝없이 믿고 싶은 것. 
사랑이 나에게 총구를 겨누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28

NA. 엑사토는 아즐라의 말을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엑사토가 아길라스를 도와 옛 태양을 몰아내고 새로운 체제를 
건설하려고 했던 것은 시그너스별에 정의와 자유를 심기 위한 
것이었지, 아길라스의 독재에 의한 또다른 희생양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엑사토 아길라스가 도청까지 한다는 말입니까?
아즐라님, 이제 더 이상 아길라스의 말에 
좌지우지되어선 안됩니다.
저희가 옛 체제에 반기를 들고 
당신을 태양으로 모신 것은 
아길라스 따위가 왕이 되어서 
태양을 조종하고 통제하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아즐라 엑사토. 하지만 그는 나의 아버님이야.
아버님을 모독하는 말은 하지 말아줘.
엑사토 (잠시 당황하다가) 죄송합니다.
제가 흥분해서 해선 안될 말을 하고 말았군요.
하지만 아즐라님, 
이것 한 가지만은 잊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어린 시절의 당신이 
굶주린 자들의 눈물을 보다가
함께 눈물 흘리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 속에서 전, 전설의 태양을 보았습니다.
당신이라면 참혹한 시그너스의 계급체계를 없애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흘렸던 눈물을, 당신은 비록 잊었다할지라도
당신을 추종하던 우리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즐라님 부디 저희 믿음을 배반하지 말아주십시오.
아즐라 엑사토...명심할게. 그런데 나도 부탁이 있어.
반군 지도자를 잡아다 줘. 여자라고 들었는데,
확인할 게 있어. 아버님 몰래 해줄 수 있지?
엑사토 네. 물론입니다. 통신은 사용하지 말아야겠죠.
아즐라 고마워, 엑사토, 나에겐 엑사토 밖에 없어.
아, 그리고 엑사토, 스트랄라를 불러줘.
지금쯤 내가 어디간 줄 몰라서 삐쳐있을 거야.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E 슈육하고 순간이동하는 소리.
엑사토 하하하하, 정신능력이 상당하군.
루나 아니, 저건 엑사토? 엑사토가 직접 나오다니.
엑사토 (멀리서) 정신능력을 사용해서 도망치는 짓 따위는 
하지 말아라.
우리가 원하는 건 지도자인 너 뿐이다.
부하들을 구하고 싶다면 무기를 버리고 
내 앞으로 순순히 와라.
그렇게 하면 다른 녀석들은 모두 보내주겠다.
노엘 (멀리서)루나레나님! 죄송해요, 
모두 잡히고 말았습니다.
루나 (혼잣말) 노엘..
엑사토가 직접 왔다면 아즐라도 알고 있는 거야. 
E 슈욱하고 순간이동하는 소리.
루나 (용기있는) 엑사토, 내가 왔다.
엑사토 아즐라님이 내게 직접 반군 지도자를 
잡아오라고 한 이유를 알겠군.
그동안 능력을 감추느라 수고하셨겠소.
루나 저들은 보내줘라. 아니면 내가 널 죽이겠다.
엑사토 (외치는)모두 철수한다. 반군들을 모두 풀어줘라!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NA. 아즐라는 엑사토의 보고를 받고, 지하감옥을 찾게 됩니다.
엑사토 아즐라님, 그녀를 보고 마음 약해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컴퓨터 지문 인식 넘버 2309-567 확인됐습니다.
E 철컹하고 두꺼운 철문 열리는 소리
NA. 지하감옥에서 아즐라가 본 것은 절망이었습니다.
자신을 증오하는 여인의 눈을 본다는 것은 절망 그 자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게다가 그 절망감은... 그녀를 사랑할 때..
더 깊어집니다.
E 채찍으로 여러 차례 치는 소리.
아즐라 너의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였다.
이 짧게 자른 머리는 뭔가?
루나 (중얼거리듯)들키고 싶지 않아서.
E 채찍으로 치는 소리.
아즐라 너의 정신능력은 접시 하나를 들어올릴 정도였지.
그넫 왜 여태 정신능력을 감췄던 거지?
루나 제거되지 않기 위해서.
아즐라 오호! 그래서 감춰놓았던 정신능력을 날 공격하기 
위해서 썼단 말인가? 
(발작하듯) 도대체 왜 그랬던 거야?
루나 너는 우리에게 절망만을 주었으니까.
아즐라 우리? 우리란 누굴 말하는 거지?
루나 시그너스. 그리고 나..
아즐라 그래? 시그너스와 너? 하하, 네가 원하는 건 뭐냐!
루나 희망과 자유!
아즐라, 최소한 내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자유를 
내게 줘.
아즐라 (빈정거리는) 네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자유라구?
루나, 그건 말이 안돼.
그렇다면 넌 왜 여태까지 나를 거부하지 않았었지?
넌 한 번도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었잖아! 
그 때의 네 행동은 뭐고, 지금의 네 행동은 또 
뭐냔 말야!
루나 너에 대한 내 태도가 달라진 것이 
언제부터인지 정말 모르겠어? 가르쳐줄까?
필라르가 죽은 후부터 난 너를 완전히 떠났어.
내가 너에게 보여줬던 작은 호의들은 모두
널 통해서 필라르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한 행동이었다.
그래, 난 널 이용했던 거야.
아즐라, 난 네가 생각하는 강가의 착한 소녀가 
아니야.
M "ONE" ( U2) 아즐라의 사랑 깔리면서
아즐라 (담담하게, 그래서 잔인한)그랬었군.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떨가? 
필라르가 시그너스에 도착하는 날,
너는 광장에서 공개 처형되는 거야.
잘려진 네 목에선 피가 많이 나겠지?
아마 공원의 분수처럼 솟구칠거야. 하하하....
필라르는 아직 채 식지 않은 
네 두 동강난 시체를 보게 되지.
하지만 기가 막히게도 그는 그게 너인지도 
모를거야.
왜냐하면 너의 쌍둥이 언니인 스트랄라가 루나가
돼서 필라르에게 접근할 테니까.
어때, 내 계획이 마음에 드나?
루나 (에코) 뭐? 필라르가 살아 있다고?
M "DRIFTING" ( CAROL KIDD) 루나레나의 테마
NA. 며칠 동안 지하감옥의 쇠사슬에 매달려 굶주렸던 루나레나는 
정신을 잃고 맙니다. 그 때 철문이 열리면서 아즐라가 다시 
들어오죠. 아즐라의 두 손엔 뭔지 모를 약이 들려있었습니다.
아즐라 자, 기회를 주겠다.
네가 죽을 수 있는 자유를 원한다고 했으니까
너에게 그 기회를 주는 거야.
왼손에 있는 것은 극약이고, 
오른 손에 있는 것은 마비약이다.
몸만 마비되고 물론 정신은 살아있지.
네가 나를 원할 때는 해독제를 주는 조건으로 말야.
자! 어떤 걸 택하겠는가?
루나 왼쪽.
아즐라 (빈정대는)정말 죽고 싶은 건가? 그렇게 되면,
필라르를 볼 수 없잖아.
루나 (화내는) 왼쪽이야, 다시 물어봐도 난 왼쪽이야.
아즐라 좋아, 그렇다면 이 한마디만 해봐,
그럼 너에게 극약을 주겠다.
"내가 사랑한 건 필라르가 아니라
아즐라 너였어."하고.. 자, 해봐!
왜 말을 못하겠나?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마비제를 놔주지.
루나 (흥분한) 안돼!! 말하겠어.
내가 사랑한 건 필라르가 아니라 
아즐라 너야.
다시 한번 말해줄까?
내가 사랑한 건 필라르가 아니라,
아즐라 너야, 아즐라, 널 사랑해. 널 사랑해!
아즐라 (이성을 잃은) 다시 한번 해봐!
(E 뺨을 때리며) 다시 해봐!
루나 내가 사랑한 건 필라르가 아니라 아즐라 너야!!
아즐라 (이를 가는 듯)자, 여기 있다. 먹어.
M "ONE" ( U2) 깔리면서
아즐라 네가 그런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죽음을 택할 줄은 몰랐다. 내가 그렇게 싫나?
루나, 네가 먹은 건 극약이 아니라, 마비약이다. 
난 네가 너무 미워서 널 죽게 내버려둘 수가 없어.

NA. 한편 필라르 일행이 탄 우주선은 시그너스별을 향해 전속력
으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주선이 시그너스별을 향해 
갈수록 우주선 안에는 이상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루나레나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있음을 필라르가 느꼈기 때문에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고, 데스티노는 여전히 필라르를 
반쪽 태양이라 여기며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E 우주선 안의 삐삑거리는 통신 장치 소리.
데스티노 (짜증내며 빈정거리는)워프에도 한계가 있는 겁니다.
그렇게 빨리 가고 싶으면, 위대한 태양의 능력으로
우주선을 순간이동 시켜보시죠.
어릴 때도 지금보단 능력이 뛰어났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사다드 필라르님, 워프를 하는 순간, 동시에 능력을 
사용하면 우주선을 좀더 빨리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필라르 (날카로운)사다드, 너까지 날 시험하는 거냐?
사다드 그런 게 아닙니다.
필라르 네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잖아.
사다드 전 단지 필라르님을 도울 생각뿐이었습니다.
필라르 건방지게 말 대답하지 마!
데스티노 (비꼬는) 자격지심입니까 뭡니까? 필라르님.
필라르 뭐야, 데스티노!
마음 감추지 말고, 분명히 얘기를 해.
데스티노 후후후..무임 승차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제 우주선에 당신을 태워준 댓가는 미리 
받아둬야할 것 같아서요.
난, 당신이 반쪽짜리 필라르라는 것을
알아버렸고, 그렇다면 우리 사이의 계약도
달라져야하는 겁니다.
난 태양과 계약을 한 거지, 
지구인 돌연변이와 계약한 게 아니거든요.
필라르 알았다, 그 댓가란 뭐지?
데스티노 사다드를 제게 돌려 주십시오.
필라르 (다시 화내는)뭐야? 지금 뭐라고 했어?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해?
데스티노 왜 그러십니까? 어차피 당신에게 사다드는 
불필요한 존재처럼 보이는데요. 
괜히 그러지 마시고, 옛 주인인 제게 사다드를 
돌려주시면 당신한테도 좋을 텐데요..
눈에 가시 같은 건방진 노예를 
손에 피 한방울 안 묻히고
처리하는 게 되지 않겠습니까?
필라르 줄 수 있는 걸 요구해. 
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데스티노.
데스티노 정 안되겠다면 저 지구인 떨거지들과 함께 
지금 내려주시죠.
다들 우주유영이나 즐기시는 건 어떻습니까?
필라르 (무섭게)나쁜 녀석, 내가 비록 능력이 줄었다해도
너 하나 죽일 힘은 남아있어!
E 불꽃이 화르르 타오르는 소리.
데스티노 (겁에 질려) 으아악! 
사다드 (막으며 나서는) 필라르님, 제가 가겠습니다.
필라르 사다드, 그게 무슨 소리야?
사다드 두 분이 싸우면 이 우주선이 파괴됩니다.
제가 데스티노님께 가겠습니다. 절 보내주십시오.
M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부분
"ADAGIO" 중( NEW TROLLS ) 깔리면서
E 컵 부딪히는 소리.
데스티노 자 , 마셔. 충실한 개는 주인에게 돌아오는 법이지.
하하하....마시라는 소리 안 들려?
코드 불길한 기운이 다가오는.
함장 (E 모니터 속의)
시그너스 우주군 제 7군 함장이오.
소속과 계급을 밝히시오.
데스티노 용군 사령관 데스티노 데스티니,
아즐라님의 명을 받고 지구로부터 귀환하는 중이다.
함장 확인됐소. 그럼 잘 가시오.
E 우주선 폭발음.
조종사 제 7 동력장치 쪽이 날아갔습니다. 
사령관님, 비행 불가능입니다!!
E 요란한 선내 경고음 
컴퓨터 (E 기계적인 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3분 내에 우주선이 폭발합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3분 내에 우주선이 폭발합니다.
SIGNAL 레드문

NA. 자신의 몸을 자기 스스로 없애야 했던 필라르는 
그 괴로움 때문에 가장 가까운 친구인 사다드를 괴롭힙니다.
사다드 역시 필라르의 육신을 없애버린 반쪽짜리 필라르를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었던거구요.
필라르와 사다드에게 이별이 찾아옵니다.
고통스런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별을 택하게 되죠. 
같이 할 때, 고통은 배가 되니까요.



29

NA. 데스티노의 우주선은 시그너스 우주군의 공격을 받아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우주선 안에는 3분 내에 폭발한다는 
경고음만이 계속 들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데스티노의 우주선을 공격했던 시그너스 우주군의 
우주선은 누구의 명령을 받고 출동한 걸까요?

E 우주선 안의 컴퓨터와 통신 장비 소리.
함장 아길라스님께서는 용군 사령관의 우주선을 
완파하라고 명령하셨다. 레이저포를 조준하라!
우주군 네! 준비됐습니다.
컴퓨터 (E 기계음) 중앙 레이저포 발사 준비.
35도 방향으로 목표 조준. 
E 지이잉하고 레이저포 움직이는 소리

NA. 아! 아길라스였군요. 
시그너스 우주군 함장이 데스티노의 우주선을 완파하기 위해서 
조준하고 있을 때, 이미 데스티노는 사다드를 데리고 탈출 캡슐 
에 올라타고 있습니다.
E 실내가 불에 타는 소리. 
관에서 가스 새어나오는 소리
필라르 (기침하며)사다드는 어딜 간 거야. 사다드! 사다드!
박진희 태영아, 네가 안타면 우리도 안 갈거야.
여기 와서까지 우릴 죽일 거야?
필라르 하지만 사다드가!! 사다드, 어디 있어!
E 우주선 안의 컴퓨터와 통신 장비 소리.
함장 발사!
컴퓨터 (E 기계음) 발사했습니다.
E 레이저포 나가는 소리. 우주선이 폭발하는 소리.
비명소리
M "SUNDAY MORNING" (VELVET UNDERGROUND & NICO) 
E 파도 소리, 끼이잉하고 탈출 캡슐의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는 소리
필라르 시그너스구나..내 고향, 시그너스..

NA. 마침내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는 시그너스에 도착했습니
다. 시그너스인들을 구원해 줄 전설의 태양, 필라르가 시그너스
에 도착한 날, 전설의 한 장면처럼 대단한 환영식은커녕...
아무도 그의 도착을 알지 못했지요.
물론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지도 않았고 천공 도시의 오만함도 
여전했습니다.
E 파도 소리.
데스티노 이 멍청한 놈아! (E 천을 북 찢어 팔에 매어주며)
나랑 2인승 캡슐을 탔으니 망정이지,
사다드 너.,.. 만일 1인승을 혼자 탔으면
조종을 못해서 아마 머리통이 수박처럼 퍽-하고 
깨졌을 거다. 
나 덕분에 팔이 조금 삔 걸로 그친 줄 알아.
에잇 짜증나, 난 뭘 믿고 이렇게 마음이 좋은 걸까?
암튼, 너도 주인 잘 만나서 호강한다는 생각 들지?
사다드 감사합니다.
M "CALLING "( 자베타 스틸, 바그다드 카페 O.S.T. 중)
박진희 (의식이 없는) 태영... 사..다드..
노엘 할아버지, 그냥 가자니까요.
저 사람은 어차피 곧 죽을 거에요.
저렇게 머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어떻게 살아날 수 있겠어요?
근위대장 노엘, 하지만 이 자가 조금 전에 
사다드라고 중얼거렸다.
사다드는 필라르님의 개인 노예야.
필라르님을 알지 못한다면,
사다드를 알 수가 없지.
노엘 (짜증섞인)필라르님은 어차피 지구에서 죽었어요!
나도 비전하님이 말하는 거, 다 들었다구요!!
근위대장 (벼락치듯 호통)닥쳐라!
반군들 (웅성거리는) 뭐? 그게 무슨 말인가, 노엘.
필라르님이 돌아가셨다니?..
노엘 죄송합니다. 
비 전하님이 잡혀가신 바람에 정신이 없나봐요.
근위대장 가자, 노엘. 비전하를 구하러 가자.
어차피 저 자는 필라르님이 아니면 
살릴 수 없을 정도의 상처를 입었어.
CODE
NA. 머리에 심한 상처를 입고 누워있는 사람은 바로 
박진희ㅂ니다. 하늘에서 캡슐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반군들이 
달려왔도...박진희는 시그너스 땅에 착륙하는 순간, 이미 중상을 
입었던 거죠. 반군이 씌워준 거적을 뒤집어 쓴 채, 그는 
허허벌판에 누워서 죽음을 기다립니다.
E 까마귀의 기분 나쁜 소리.. 점점 커진다. 다가온다.
박진희 (E 벌떡 일어나며) 여긴 어디지?
으욱, 머리야...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그래, 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총에 맞았었어.
그런데 왜 총에 맞은 거지?
군인1 (E 수풀을 헤치고 나타나는) 소속과 군번을 말해라.
박진희 (E 도망가는, 에코) 도망가야 해. 
여기서 도망가야 해.
군인1 (E 쫓아가며) 서라! (E 총 몇발 쏘는)
박진희 (E 휙휙 몸을 날려 군인을 주먹으로 공격하는) 
군인1 (신음소리내며 죽어간다) 으악!
군인2 (놀라며)능력자다!
박진희 (E 돌을 던지는) 에잇!
군인2 (E 돌이 몸을 관통하는) 으악!
박진희 그래, 생각난다.. 나는 살인 용의자였다.

NA. 박진희가 던진 평범한 돌멩이가 군인의 몸을 관통해
버렸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그것은 지구에서 진희가 
필라르의 피를 수혈 받은 것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머리의 
상처가 기적적으로 자연치유 되었고 앞에서 본 것처럼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된거죠. 하지만 시그너스에 착륙할 때 머리를 다친 
충격으로 그의 머리에 떠오르는 건 단편적인 기억 뿐입니다.
게다가 진희옆엔 필라르도 지화도 카샴박사도....아무도 없네요!
그들은 지금 모두 어디 있는 걸까요? 아! 저기 필라르가...
그러고보니 그도 혼자이군요! 
필라르 꼬마야, 혹시 하늘에서 
커다란 상자가 떨어지는 것 못 봤니? 
그 안에 사람이 타고 있는데..
제제 응, 저거 말하는 구나! 봐, 하늘에 있잖아!
E 거대한 천공도시가 비행하여 다가오는 소리
필라르 (놀라는)저, 저게 뭐야?
제제 오빠, 바보구나. 천공 도시도 몰라?
태양이랑 귀족들이 사는 도시 말야.
E 하늘에서 쓰레기 더미들이 땅으로 떨어진다.
제제 (기뻐하는)와, 먹을 거다. 먹을 거야.
오빠, 오빠도 이 통조림 먹을 거야?
필라르 (놀라고 슬픈) 윽! 꼬마야..그건 쓰레기야..
너 이런 걸 주워 먹고 산단 말이니?
제제 (당연한)응! 오빠는 이 통조림.. 정말 안 먹을 거지?
필라르 (에코) 아즐라, 이게 무슨 짓이냐.
넌 하늘 높이 천공도시에 살면서,
이렇게 오염된 땅으로 쓰레기 더미나 던져주면서,
어떻게 백성들을 구원하는 태양이 되는거지?
코드 분노에 불타는 느낌.
필라르 여기쯤 수맥이 있을 거야.
오염되지 않은 물을 찾으면 이 곳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어.
E 콰쾅하는 폭발음과 수맥이 터져 거대한 물줄기가
하늘로 솟아올라 땅으로 떨어진다
마을남1 물이다!
마을남2 저, 저것 봐, 저건 무, 무지개야..
마을남1 글쎄..정말 무지개구만. 내가 살아서 
무지개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었네.

NA. 한편, 아즐라는 박진희가 수비대를 공격한 사실을 
보고 받고, 박진희를 필라르로 오해합니다. 돌멩이를 던져 
사람을 관통할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필라르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거죠.
마음이 울적해진 아즐라는, 마비제를 맞고 시체처럼 누워있는 
루나레나를 찾습니다. 
아즐라 루나, 기분이 어때?
너의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가 시그너스에 
왔는데, 이렇게 누워있다니, 
옛 약혼자가 그래도 되는 건가?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그러면 안되지..
(E 키스하며) 후후..인형 같군.
반항도 못하고..
루나, 난 절대 필라르에게 널 빼앗기지 않아.
루나 (에코) 필라르....
M 슈베르트의 "밤과 꿈" 연주
E 단추 조작하고, 자동으로 철문 열리는 소리.
기계의 전자 소음.
아즐라 (E 걸어들어가, 삐삑하고 모니터를 터치하는)
컴퓨터 (E 기계음으로) 선택하신 3번 출입구는 
암호가 걸려있습니다.
30초 내에 암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침입자로 간주하여 공격합니다.
아즐라 (E 모니터에 입력하는 삐삐삑..소리)
(중얼거리는) 레이나 디오사 앗수미르.
컴퓨터 (E 기계음으로) 키워드 일치. 문을 열겠습니다.
E 자동으로 철문이 열리는 소리.
M 디오사의 해금 연주 작게 들리다가 점점 가까워진다.
레이나 (반가워하는) 필라르! 기다렸어요.
아냐! 내 아기를 찾아야해.
아즐라 (에코) 도대체 날 필라르라고 부르면서
또 아기를 찾는 건 뭘까?
필라르에게 동생이라도 있었단 말인가?
E 지잉하고 안드로이드가 나타나는 소리
레이나 안돼! 절대 안돼요. 내 아기를 뺏아갈 수 없어!
(절규하듯) 도망가 아즐라!
아즐라 (에코) 아즐라라고? 왕비가 날 알아본단 말인가?
E 슉하고 순간이동하는 소리
아즐라 (에코) 여긴 어디지? 아이의 방 같은데...
근데 왕비는 나를 공간 이동시킬 능력도 있으면서
왜 자기는 도망가지 않는 거지?
이건 출구 없는 미로에 빠진 느낌이군.
앗, 저건, 아길라스다.
E 지잉--- 안드로이드가 움직이는 소리.
아길라스 여기에 방금, 누가 왔었나?
레이나 말을 하면 내 아이를 돌려줄 건가요?
아길라스 (화내는)아들을 죽이고 싶지 않으면 말을 해!
레이나 (E 초능력 광선 나가는) 절대로 내 아기를 
빼앗기지 않아.
E 안드로이드 폭파되는 소리. 
지지직거리는..전선 스파크 소리.
아길라스 (E 기계음으로) 말해라, 레이나, 
왜 나의 전령을 부수는 거지? 여기 누가 왔었나...
코드 불안하고 긴장감이 감도는.
NA. 아즐라는 레오를 불러서 오염지구의 조사결과를 
보고 받습니다. 
레오 딱 한 곳 있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바다에 있는 섬이 하나 있습니다.
아즐라 그래? 그럼 사람도 살 수 있나?
레오 그럼요, 거긴 물고기도 있고 나무 열매도 있습니다.
(쑥스러워하며) 그래서..제가 니나섬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아즐라 수고했다, 레오. 나와 같이 가자.
레오 네? 어디로요?
아즐라 잠시 가만 있기만 하면 된다.
E 바닥의 기계장치가 수직하강하는..웅..

NA. 아즐라와 레오가 함께 있던 밀실의 바닥이 가라앉으면서 
바닥 전체가 거대한 엘리베이터로 변합니다.
레오 아래엔 뭐가 있죠?
아즐라 지구인들의 감옥이 있다.
레오 그럼, 지구인들을 보러 가는 겁니까?
아즐라 그렇다.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E 기계 버튼을 누르자 철문이 열린다.
몇 명이 걸어 들어가는 발소리
아즐라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좁은 감옥을 떠나, 좋은 곳으로 가게 됐으니, 
이제 너희들은 나에게 감사하게 될 것이다.
태영모 우리 태영이는 어떻게 된 거냐.
아즐라 질문은 필요 없다. 너희는 수송선만 타면 된다.
태영부 우릴 옮기는 걸 보니, 태영이가 왔구나, 그렇지?
아즐라 하하하하. 쓸데 없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아.
헛된 희망이 무너지면 뭐가 남는지 아나?
바로 끝없는 절망이야.
이봐, 지구인 아저씨, 당신 아들은 
당신을 구하러 오지 않아, 결코! 알았나?
태영부 모르는 소리 하지 마.
우리 태영이는 이 곳에 오자마자 
우리부터 구하러 올거야.
아즐라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네 아들은 오래 전에 죽었어.
그 녀석이 너희들의 친자식을 죽였다는 걸 
알고 있을텐데..
태영부 (담담한)그 애도 우리 아들이야.
우린 죽은 아들을 대신해서 
그 아이를 키울 수 있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너도 아버지가 되면 내 심정을 알게 될 거야.
아즐라 (E 발로 치고) 닥쳐! 
내가 가장 믿지 않는 게 뭔지 아나?
바로 아버지라는 존재다!

SIGNAL 레드문
NA. 아즐라의 마음에는 아길라스에 대한 분노가 가득 차 있었습
니다. 그래서 아즐라는 윤태영의 지구인 아버지에 대해서 분풀이
를 하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아즐라가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
려하면 할수록, 윤태영이 가족에게 받고 있는 사랑의 무게가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사랑은, 때로 부정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는 것'
특히 상처 입은 사람에게는 그것이 익숙하죠.



30

NA. 아즐라의 명령을 받은 레오는 지구인들을 우주선에 태우고 
자신이 발견한 비오염지역으로 날아갑니다. 지구인들을 섬에 
내려놓은 레오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는 바다를 
바라봅니다..바라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것이, 마치 운명의 
소용돌이 같습니다.
E 거대한 소용돌이 휘몰아치는 파도소리
근위병 굉장하군. 귀가 다 멍멍할 정도야
레오 전에는 이런 소용돌이가 없었는데,
이 소용돌이가 생기고부터 
오염이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근위병 그래? 조사해봐야겠군.
아무튼 그동안 수고했다, 레오.
(E 총을 꺼내드는.) 잘 가라.
레오 (놀라는) 왜, 왜 이러시는 겁니까?
근위병 태양께서는 아무도 이 일을 알지 못하게 
하라고 하셨다.
레오 하지만 당신들도 지구인 수송을 
같이 하지 않았습니까?
근위병 뭐라구? 하하하, 우리와 넌 다르다.
우린 태양의 군대다.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E 총 쏘는) 건방진 녀석. 
레오 (E 쓰러지는) 으아악!
근위병 가자!
근위병들 네!
E 군인들의 사라지는 발걸음, 멀리서 우주선 이륙소리.
레오 (에코) 니나...널 아직 만나지도 못했는데..
M "EVERY TIME WE SAY GOODBYE" 
( ANNIE RENNOX, PRELUDE TO A KISS O.S.T. 중)
태영모 우리 태영이 또래로밖에 보이지 않는데..안됐네..
자영아, 어디 물 없나 구해봐라.
총상을 치료할 순 없겠지만,
깨끗이 씻어주기라도 하면 좋겠구나.
자영 (멀리서)엄마, 저 동굴 밑에 샘이 하나 있어요.
태영모 그래? 그 물 좀 떠올래?
코드 신비한 , 마법이 일어나는 느낌.
E 물을 졸졸 따르는..
자영 엄마!!! 상처가 나아요. 상처가 낫고 있다구요!
태영모 그럼, 이 물이 그 때의 그 생명수인가?
자영 생명수가 뭐에요?
태영모 옛날에 사다드가 내게 준 적이 있었어.
태영이의 몸이 다칠 때마다 발라주라며.... 
그 물은 시그너스별에서 가져온 거라고 했었는데, 
물을 바르기만 하면, 상처가 감쪽같이 나았었어.
NA. 레오는 동굴 밑의 샘으로 옮겨져 생명수로 치료를 받습니다. 
그러자 감쪽같이 레오의 상처가 아물었죠. 그것은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기적이었습니다. 태영의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희망을 찾았죠. 시그너스가 아직 신의 기적이 살아있는 
곳이라면, 우리 착한 태영이도 버림받진 않겠구나하구요..
E 소형 우주정 날아오며 기관총을 쏘는..
필라르 (E 빠르게 도망치며) 왜 나를 공격하는 거지?
아무래도 저 안에 들어가야겠군.
조종사1 어? 어딜 갔지? 분명히 이 앞에 있었는데..
E 슉하고 공간이동으로 나타나는 소리

필라르 (목을 조르며) 이봐, 묻는 말에 대답해, 
안 그러면 네 목뼈를 모두 어긋나게 만들어주지.
조종사1 (겁에 질린)아, 알았어.
필라르 왜 나를 공격한 거지?
조종사1 (목 졸린) 신고가 들어왔다.
필라르 그렇다면 나 외에 신고가 들어왔거나,
체포나 사살 당한 사람은 또 없나?
조종사1 없다. 
필라르 (E 단추 누르고) 추적자 정보저장 장치.. 이거로군.
모니터 (E 기계음) 
짧은 머리, 막강한 힘으로 현재 14명의 군인 살해.
필라르로 추정됨. 첫 발견 장소, A - 18 지구.
서서히 남으로 이동 중.
필라르 (에코)진희구나! 살아있었어!
하지만 진희가 나로 오해받다니... 위험하겠어.
(보통톤) 이봐, A - 18 지구가 어디지?
조종사1 아예 지도를 가져가라. 여깄다.
이 단추를 누르면 홀로그램 영상으로 
지도가 나타나지. 자, 봐!(E 단추 누르는)
E 홀로그램이 징- 하고 나타나는 소리
필라르 .. 암튼 고맙군.
E 슉하고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조종사2 대위님, 왜 그 비싼 걸 주셨어요?
조종사1 모르는 소리 말아.
저건 고성능 폭탄이야.
세 번을 켤 때까지는 괜찮지만 네 번째 켰다가 
끌 때는 꽝, 하고 다 끝나는 거라구.흐흐흐...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지도 (E 기계음) 원하는 지역을 말씀하십시오.
필라르 현재 위치.
E 삐삑거리는 전자음
필라르 예전의 중동 대륙 평화시부군이군.
E 인기척, 삑하고 지도를 끄는 소리
모모 와, 형아, 그게 뭐야?
필라르 어, 이건 지도야.
모모 잠깐만 봐도 돼? (E 나꿔채서 도망치는) 
필라르 꼬마야, 거기 서! 
NA. 홀로그램 지도를 훔친 꼬마는 전속력으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막 필라르를 따돌렸다고 생각한 순간,
꼬마 바로 앞에 필라르가 갑자기 나타났죠.
E 슉하고 공간이동으로 나타나는 소리
모모 뭐, 뭐야? (E 꿀꺽 삼키는) 자, 이젠 뺏을 수 없지!
필라르 무슨 짓이야, 아무리 배가 고파도 
기계를 먹으면 어떡해?
모모 내가 바본 줄 알아? 기계를 왜 먹겠어?
난 그걸 팔아서 식량을 사려는 거라구.
필라르 네가 먹었는데 어떻게 팔아?
모모 바보 아냐? 응아 싸면 나오잖아.
그런 것도 몰라?
필라르 어린 게 왜 이렇게 못된 것만 배웠어!
너 가만 안 둔다, 이리 와!
E 총성 한 발.
캐논 (멀리서)내 동생한테서 손을 떼!
(E 빌딩에서 휙휙 제비돌기로 낙하하여 착지하는)
뭘 훔쳤는데 저러는 거니?
모모 (신나서 자랑하듯)홀로그램 지도.
캐논 비싼 거네. 잘했다, 모모.
모모 히히히..
필라르 이봐, 돌려주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빼앗겠다.
E 빌딩 위쪽에서 폭발음. 
캐논 능력자다!
E 슉하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소리
모모 (멀리서) 형아!!
캐논 이런, 제길, 모모를 납치했잖아.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모 (멀리서) 으아아앙!! (비명인지 울음인지) 으으악!
캐논 모모다! 주차장 쪽이다!
모모 형!
캐논 너, 거기서 엉덩이 내리고 뭐하고 있는 거야? 
필라르 네 동생이 지도를 먹었다구. 
그러니 이 방법 밖에 없잖아.
캐논 보통은 죽여서 꺼내는데, 왜 넌..다른 거지?
필라르 지도 하나 때문에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어.
캐논 안됐지만 우린 먹은 게 없어서,
그렇게 빨리 나오지 않아.
자, 그럼 이렇게 하지.
지도가 나오면 돌려줄테니까, 
우리 일 하나만 도와주지 않을래?
필라르 전쟁을 하나보지?
캐논 응. 모레 반군이 여길 지나간다구.
근데 반군 대장이 정신능력이 있어서 좀 힘들거든.
그러니까 네가 상대해줬음 하는 거지.
필라르 반군이라니?
캐논 그것도 몰라? 태양이랑 싸우는 놈들이지.
필라르 그런데 왜 반군을 공격하는 거지?
캐논 그 반군대장이라는 여자가 우리 부모님을 죽였어.
난 그 원수를 갚으려는 거야.
모모 (이를 갈 듯) 그 계집애 배신자야.
원래는 옛 태양의 약혼자였는데, 따라 죽지도 않고
지금 태양한테 붙었었다구.
그런데 그런 계집애가 이제 반군을 이끈다는 거야,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필라르 (에코) 루나구나!
(보통톤) 좋아, 같이 있겠어. 하지만 공격은 
네 명령에 따르지 않을지도 몰라.
M "TO THE END" (BLUR) 
NA. 필라르는 루나레나를 생각합니다. 
눈물을 멈출 줄 모르던 그 작은 루나가 이제 자라서 
필라르 대신 배신자들에게 복수를 하고, 
반군을 이끌면서 용기 있는 삶을 살고 있는거예요.
그 때 필라르 쪽으로 가슴이 셋 달린 여자가 다가옵니다. 
여인 이봐, 신참! 이름이 뭐야?
필라르 ....
여인 왜, 그래? 넌 기형 첨 봐?
가슴이 두 개건 세 개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냐?
필라르 저..필... 인데요.
여인 (방정맞게 웃으며) 깔깔깔..
(멀리에 대고)뭐야? 이봐, 여기들 좀 보라구.
이 녀석 이름이 뭔지 알아?
필이래, 필!
군중들 (멀리서 웃는다) 필? 으하하하하..
캐논 (E 다가와서 머리 쥐어박으며) 건방진 자식.
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냐?
필라르 왜 이름 갖고 그러는 거야?
모모 그걸 몰라서 물어? 
필라르의 필이니까 그런 거지.
캐논 누구도 필라르님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짓진 않아.
그건 태양에 대한 불경이니까.
필라르 왜 그 사람을 그리워해?
캐논 (화 내는) 누가 그리워한다는 거야?
필라르 미안해. 마음을 읽으려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마음이 느껴져..
캐논 난 그리워하는 게 아니야.
단지, 우리 부모님이 늘 말씀하셨거든.
우리가 아길라스한테 현혹돼서 
진짜 태양을 버린 거라구.
만일 그 분이 다스렸으면 
지금과 같이 되진 않았을 거라구 하셨어.
그것 뿐이야.
그러니까.. 난 그냥 어떤 녀석이길래, 그런 
소릴 듣는 건지
그 낯짝이 보고 싶어서 그래.
M "WAITING FOR THE SUN" ( DOORS)

NA. 다음날 캐논의 무리들이 아직 달콤한 아침잠에 빠져있을 때,
우주정들이 날아와 난데없이 폭격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 캐논 일당이 식량창고를 털었기 때문에 
보고를 받은 아즐라의 군대가 이들을 공격한 거죠.
E 기관총 소리. 우주정의 습격..
캐논 (E 총을 한방 쏘자 우주정 폭발.) 한 놈.
(E 총을 한방 쏘고, 또 우주정 폭발.) 두 놈.
필라르 대단한 솜씨다.
모모 형아는 정신능력자가 왜 숨어있기만 해?
(E 달려나가는)난 우리 캐논 형이랑 싸울 거야.
필라르 안돼, 모모, 위험해!!
E 기관총 소리.
모모 (총에 맞은) 아악! 
캐논 모모!!
필라르 (E 달려가며) 이 어린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쏘는 거지?
E 기관총 소리.
필라르 (성난) 이 어린 아이를 왜 공격한 거야!
E 우주정 폭발음. 연속적으로 다섯 번 들린다.
NA. 모모가 총에 맞아 쓰러지자, 분노에 찬 필라르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발휘해서 우주정 다섯 대를 순식간에 폭발시키고 맙니다. 
그리고 모모를 안고 있는 캐논에게 급히 달려가지요.
필라르 좀 보여줘.
모모 (신음하며)형아, 내가 죽으면 배 가르고 
지도 꺼내 가. 
필라르 지도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야...
E 치료광선이 뻗어나가는 신비한 소리
캐논 (에코) 이건 뭐야? 이 괴물은 대체 뭐지? 
손에서 빛이 나오잖아!!
모모 형아, 이상해! 나 이제 하나도 안 아파.
어? 총 맞은 구멍이 없어졌어! 
우우우와!!! 마술이야, 마술.
필라르 다 나은 거야.
캐논 서, 설마.
코드 평화로운, 희망적인 느낌.
캐논 죽은 듯이 쓰러져 자는군.
그렇겠지. 전투정 다섯 개를 한꺼번에 부수고,
다 죽어가던 사람을 서른 명도 넘게 고쳤으니..
아무래도, 저 녀석은..

SIGNAL 레드문

NA. 태양과 달의 운명은 상대편이 사라져야 나타나는 것,
태양은 달을, 그리고 달은 태양을 그리워하지만,
같은 하늘에서 만날 날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31

NA. 꿈에도 그리워하던 사다드였습니다.
필라르는 사다드에게 다가가며 다정하게 말을 건넵니다.
잘 있었냐고, 내가 잘못했다고..
하지만 사다드는 점점 필라르에게서 멀어져만 가고,
필라르는 사다드를 애타게 부르며 쫓아갑니다.
필라르 (잠꼬대로)가지마! 사다드!
M "EVERYBODY HURTS" ( R.E.M.) 깔리면서
모모 (E 발로 차는) 안 가니까 일어나!
누군데 그렇게 애타게 찾아?
형아 애인이지, 맞지?
필라르 아냐, 남자야.
모모 (놀라서) 여, 역시..
필라르 왜 그래? 
모모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니까 그렇지.
필라르 그 사람은 내 친구야.
모모 형아 날 속이려고 하지마.
친구 때문에 꿈 꾸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어?
애인인 거 다 알아.
필라르 내가 울었었니?
모모 응. 어쨌든 형아는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날 알지도 못하거든.
필라르 누굴 좋아하는데?
모모 필라르!
필라르 뭐? 필라르? 하지만 그 사람은 남자잖아.
모모 알아.
필라르 네가 정말 이상하네 뭐.
모모 (씩씩대며)그래, 난 남자 같이 생겼어. 나도 안다구!
필라르 (미안하여 조심스럽게) 여..자였구나..
모모 미안하다.
모모 나도 내가 여자같지 않다는 거 알아.
필라르가 설사 날 만나도 날 좋아할 리 없을 거야.
필라르 아냐, 그렇지 않아.
만일 필라르가 모모를 본다면,
귀엽고 예뻐서 깨물어주고 싶다고 생각할 거야.
모모 (기뻐하는) 정말 그럴까?
필라르 그럼. 당연하지.
모모 근데 형아는 꿈속에서 대체 누굴 만난 거야?
필라르 나의 반쪽이자, 변치 않는 신의,
(E 의식을 잃으며 쓰러지면서)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모모 형아, 형아!! 정신 차려! 형아 죽으면 안돼..엉엉엉.
M "YOU CALL IT LOVE" (KAROLINE CRUGER) 
캐논 (E 다가오며) 모모, 왜 그래?
이거 몸이 불덩이잖아.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다른 사람들을 고쳐준 거지? 
능력자라고 이 녀석을 함부로 써먹을 수도 없겠군.
순 약골이잖아.
모모 형아, 내가 가서 주사약 같은 거 구해갖고 올게.
캐논 어딜 가, 모모! 주사약을 어디 가서 구한다는 거야?
모모 (E 멀어지며) 내가 구해올테니 두고 봐!!
바보 형아가 날 구해줬잖아! 나도 구해줘야한다구!!
캐논 야! 같이 가자, 모모!
필라르 가지 마..사다드.. 가지 마..

NA. 캐논은 자신의 발목을 잡는 필라르의 손길을 느꼈습니다.
그의 창백한 손길에 끌려, 자리에 주저앉고 만 캐논은, 
필라르의 고해성사와도 같은 이야기들을 듣게 됩니다. 
필라르 강가에 가자, 사다드..가서 루나를 만나고 싶어.
아즐라가 와 있으면 이젠 싸우지 않을 거야.
같이 용을 타고 생명의 호수로 갈거야..
오늘은 어머님이 생명의 호수로 가시는 날이니까
아즐라를 어머니와 만나게 해주자.
그리고 아즐라를 데리고 같이 궁에 가는 거야..
사다드..나와 함께 가 줄거지?
캐논 뭐? 지금 뭐라고 했지?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아즐라란 이름이 흔한가보지 뭐. 그래. 
또..궁이라는 건.. 그런 이름의 음식점이 있나보지.
용은 동물원에 가도 있으니까..
아마 동물원에 갔었던 얘길 하는 걸꺼야.
이 녀석이 바로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라고 
난 말 못해.
근데..정말 그렇담 어쩌지?
남자1 캐논, 반군이 오고 있어! 
E 멀리서 들려오는 트럭들과 오토바이..소리.
코드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서사적인 느낌.
NA. 저 멀리 지평선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반군이 다가오고 있었
습니다. 캐논의 무리들은 반군을 향해 포를 조준하고 있었죠.
캐논 젠장, 저렇게 많아서야 
그 계집애가 어디 탔는지 알 수가 없잖아!
안되겠다. 자, 전면전이다.
E 폭탄 던지는..폭발음.
반군1 적이다!! 
반군2 정부군인가?
노엘 정부군이라면 이런 무모한 기습은 하지 않을 거야.
포다! 모두 피해!!
E 포 쏘는 소리. 폭발음.
캐논 (우렁차게) 싸움을 중지하고 싶다면 나와라, 여전사.
우린 루나레나를 원한다.
노엘 건방진 녀석. 네 놈이 감히 비 전하를 
오라 가라 하느냐!
캐논 당장 나와라, 루나레나! 안 그러면 네 부하들을
모두 구워주겠다.
E 트럭의 천막을 걷는 소리.
니나 (E 걸어나오는)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이오?
캐논 네 낯짝이 보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너의 목숨이야!
E 총이 튕겨나가는 소리.
필라르 캐논. 그녀는 루나레나가 아니다.
캐논 뭐라구?
필라르 너는 누군데 그녀 행세를 하는가?
E 두건이 바람에 벗겨져 날아가는. 
필라르 역시 너는 대역이구나. 잠깐, 총으로 날 죽이진 
못해!
E 총소리.
니나 (황당한) 저 자는 마음을 읽어요.
총을 쏘기 전에 미리 알았어요.
NA. 반군의 무리 중에 있던 노엘이 필라르 앞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필라르의 귓가에 대고 무엇인가를 말하는군요.
M "PLEASE SEND SOMEONE TO LOVE ME"(SHADE) 깔리면서
노엘 ( 작게 속삭인다)
당신이 필라르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마음을 읽는다면 내 마음도 알겠죠.
(간절히)비 전하를 구해줘요. 제발.
필라르 난 아직 천공도시의 궤도를 파악하지도 못했습니다.
노엘 하지만 당신은 능력이 있잖습니까?
난 당신이 돌아온 거...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 전하를 구할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요.
아즐라에게서 비 전화를 구해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E 주저 앉으며) 무릎을 꿇라면 꿇겠습니다.
캐논 (멀리서)이봐, 그만 해!
남자들끼리 왜 그러는 거야?
자, 이제 다시 싸움이나 시작하자구.
내가 셋을 셀 동안 그 여자가 어딨는지 말해.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을 모두 
통닭구이로 만들어주겠다.
노엘 저 자식이!
필라르 캐논,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 해.
캐논 (굴하지 않고) 하나! 둘! 셋!
발사!!
E 포를 쏘아대는.
노엘 (멀리서) 모두 후퇴하라. 화력이 너무 차이 난다. 
어서 후퇴해!
E 반군의 트럭이 도망가는..
필라르 캐논. 고마워. 반군들을 그대로 보내줘서.
캐논 착각하지마. 너 때문에 봐준 게 아니야.
그 여자가 없으니까 싸울 필요가 없었던 거지.
필라르 왜 그녀를 그렇게 미워해? 꼭 죽여야만 해?
캐논 당연하지.
내가 단지 부모님의 복수를 하려고 
그 계집애를 죽이려는 건지 알아?
그것만이 아니야.
그 계집애가 죽어야하는 이유는!
첫째, 제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태양을 배신하고
새 태양에게 붙었고,
둘째, 그 주제에 배신자를 처단하러 다녔고
셋째, 이제 와서 뻔뻔스럽게 반군을 만들어
시그너스를 다시 전쟁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제일 무게 실린)넷째! 우리를 버리고 간 
태양을 대신해서 죽이려는 거야.
필라르 (에코) 그래, 나를 대신해서..
시그너스를 버리고 간 나를 대신해서란 말이지.

NA. 이때 루나레나는 천공도시 아즐라 성의 어느 밀실에 누워서, 
자신의 몸을 움직여보고 있었습니다. 아즐라는 오랫동안 똑같은 
양의 약물을 주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루나레나의 몸은 약에 
적응이 되어갔고 점점 마비가 풀려가고 있었죠. 
루나레나 됐어. 조금만 있으면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다.
아즐라가 의사가 아닌 것이 정말 다행이군.
M "DRIFTING" ( CAROL KIDD) 루나레나의 테마
근위대들 태양께 경례!!
아즐라 그 자는 누구인가?
근위대1 데스티노님의 노예라고 들었습니다.
아즐라 노예라고?
근위대1 네.
아즐라 두건을 벗고 고개를 들어라!
근위대1 안 들리나? 태양의 명령이다!
사다드 (E 두건을 서서히 내리는) 
아즐라 노예치곤 말끔하군..게다가 검은 색 머리라니..
우리 언제 만난 적 있었지?
사다드 네 있습니다.
오래전 옛 주인인 필라르님과 함께였죠.
루나레나를 사이에 둔 전투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즐라 솔직해서 좋군.
지금은 어째서 데스티노의 노예가 됐지?
사다드 원래 데스티노님의 노예였습니다..
아즐라 됐어. 거기에 그대로 있어!
E 철문 열리고 쿵쿵거리면서 아즐라 들어가는..
데스티노 태양께 오랜만에 경배드립니다.
아즐라 데스티노. 날이 갈수록 뻔뻔해지는구나.
언제 의복까지 갖추고 왔느냐.
데스티노 무슨 말씀이신지요?
저는 태양을 알현하기 위해, 
우주군에게 따지지도 않고
곧바로 달려왔습니다.
아즐라 아, 그것 말이군...
아버님에게 밉게 보인 적이 있나보지?
아버님이 직접 명령하신 거야.
아마, 아버님도 네 녀석 우주선에 
필라르가 타고 있다는 걸 아셨나보지..안 그런가?
데스티노 필라르 녀석을 태워준 것은, 그를 속여 
태양에게 데려오기 위함이었지, 결코, 추호도,
기필코,..태양을 배반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아즐라 (마음껏 비웃는)하하하하..그 말을 믿을 것 같나?
데스티노 (에코) 젠장, 괜히 왔다..
아즐라 거래를 하자.
네가 옛 태양을 도와준 것은 반역죄에 해당한다.
난 너를 지금 처형할 수도 있지만,
내게 선물을 준다면 근신으로 그칠 수도 있다.
데스티노 뭘 원하십니까?
아즐라 밖에 있는 네 노예다.
코드 콰과광 무너지는 소리.
아즐라 사다드! 네 주인으로서 너에게 내리는 명령이다.
필라르를 불러와라.
사다드 그 분은 제가 불러도 오지 않습니다.
아즐라 그걸 지금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난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그 녀석은 널 구하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올렸었어!
사다드 그것 옛날입니다.
그 때와 같은 감정이라면 저를 데스티노에게
돌려보냈겠습니까?
저는 버림받은 노예일 뿐, 이젠 필라르님에게
가까이 갈 수도 없는 몸입니다.
아즐라 거짓말 마라. 놈은 너를 일부러 이곳으로 보낸 거야.
염탐을 시킨 거겠지, 안 그래?
(E 발로 걷어차며) 안 그래? 이 노예놈아!
사다드 (E 나가떨어지는) 필라르님은 예전과 다릅니다.
아즐라 그건 지구인 몸을 갖고 있는 반쪽이라는 뜻인가?
사다드 그렇습니다.
아즐라 만일 놈이 너를 부른다면 
너는 둘 중에 누굴 주인으로 섬기겠는가?
사다드 당신입니다.
아즐라 하하하. 일단은 속아주기로 하지.
(에코) 좋아, 내 손에 들어온 이상 절대
널 순순히 돌려보내진 않겠다, 필라르..
네가 아끼는 것이라면 모두 내가 뺏아아주지.
언제나 빼앗기기만 하는 자의 고통을 너도 
당해봐야 해.
레드문 SIGNAL

NA. 아즐라는 태양이 되었지만, 자신의 의자에 앉을 때마다
필라르의 무릎 위에 앉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습니다. 
태양은 여전히 필라르였기 때문이죠. 
태양의 의자에 앉아 끝까지 버티고 있는 필라르의 환영을 
몰아내기 위해서, 아즐라는 하나 둘씩 필라르의 것들을 
빼앗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인 가족들, 루나레나, 그리고 사다드까지요.



32

NA. 태양의 신부로 태어난, 달의 정기를 받은 여인 루나레나는 
아즐라의 밀실에 갇혀 천장을 바라봅니다. 몸의 마비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시력이 돌아왔고, 천장의 벽화들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루나레나는 천장의 벽화가 또렷이 
보였고 그것은 그녀 몸의 마비가 다 풀렸음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드디어 그녀는 탈출을 서두릅니다. 
왜냐하면 단 하루도 아즐라의 곁에 있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컴퓨터 (E 기계음) 변경되기 전의 암호입니다.
다시 시도해주십시오.
루나레나 이럴 수가, 아즐라가 암호를 바꿨구나.
그렇다면 공간이동을 하는 수밖에..
지금 이 몸으로는 복도에 가는 게 고작이겠지만..
E 징하고 철문이 열리는 소리
스트랄라 하이- 뭐 하고 있어? 어디에 처밖혀 있나 했더니
여기 있었군, 루나!
너 지금 탈출이라도 하려는 거야?
루나 스트랄라!
스트랄라 역시, 그랬어. 너 때문에 아즐라가 
나한테 쌀쌀맞아졌다구..
넌 왜 항상 내 인생에 방해가 되는 거지?
너와 쌍둥이로 태어난 내 운명이 저주스러울 뿐이야.
이젠 그만 무대에서 퇴장해줘.
내 인생엔 주연배우가 하나면 충분하니까...
(E 칼을 휘두르는) 죽어!
루나 악! 스트랄라, 너는 내가 그렇게 밉니?
스트랄라 그래..난 네가 미워.
넌 내게서 모든 걸 빼앗아갔어.
태양의 신부 자리도, 아즐라의 사랑도,
그런데 어떻게 내가 널 미워하지 않을수가 있겠니?
난 네 얼굴을 보기도 싫어.
거울을 볼 때마다 마치 네 얼굴을 보는 것 같아서
구역질이 난단 말야!
루나 좋아. 내가 죽을게. 스트랄라, 너에게 미안하구나.
스트랄라 (E 칼 뺏으며) 뭐하는 거야? 나가!
죽을 거면 나가서 죽어!
이젠 내 앞에서 죽는 꼴까지 보여주겠다는 거야?
코드 위태위태한 느낌.
근위대1 (다급한) 저깁니다. 아즐라님.
아즐라 (E 달려오며) 루나! 안돼, 거기서 물러나!
루나, 다시는 약 같은 거 주지 않을게.
제발 뛰어내리지 말아줘!
루나 (에코) 저 자는 사다드인데, 왜 이 곳에 온걸까?
아즐라 사다드, 만일 루나가 저 곳에서 떨어지면,
네가 능력을 사용해서 루나를 살려야한다, 알았나?
사다드 최선을 다해보겠지만..저도 장담할 순 없습니다.
아즐라 (애원하는) 루나, 제발!
루나 (에코, 울먹이는) 아즐라,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 이런 사이로 만나지는 말자. 
미안해, 아즐라. 
난 너에게 내 마지막 모습까지 보게 하는구나.
부디 날 잊어줘.
E 공중에서 떨어지는.
아즐라 (울부짖는) 안돼!!!!루나, 안돼! 안돼!!
M "THE END OF THE WORLD" (SKEETER DAVIS) 
NA. 루나레나는 천공도시에서 지상으로, 작은 점이 되어, 
끝없이 추락합니다.
아즐라 사다드, 루나를 보호했겠지? 
이 노예 녀석, 말을 해봐! 
(E 한 대 치면서) 왜 아무 말도 안하는거냐!
사다드 전 전투용으로 능력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미처 손을 쓰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즐라님.
아즐라 (광분한) 뭐라구? 네가 루나를 죽인 거야!
네가 죽였어! 넌 살인마야!!!
사다드 아즐라님! 정신 차리십시오.
근위대1 어서 의사를 불러라!
아즐라 (에코) 루나,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네 꿈만을 꾸어왔어.
이제 네가 없으면 나는 밤마다 무슨 꿈을 꿔야하지?
꿈을 잃은 밤들은 너무나 길 거야.
M "ONE" ( U2) 아즐라의 사랑
NA. 여기는 지상의 어느 지역.. 나뭇잎 하나가 팔랑거리면서 
떨어지는데, 그 아래에 바로 루나레나가 누워있군요.
루나 살아있구나. 떨어질 때, 누가 날 살짝 들어올린 것
같았는데...그건...사다드였나?
필라르, 사다드를 봤을 때, 널 떠올렸어.
정말 죽도록 보고 싶어..널. 
마지막으로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어..
필라르 (에코) 루나레나!
루나 필라르, 어디에 있는 거야? 필라르!
M 슈베르트의 '밤과 꿈' 연주
모모 형아, 아까부터 표정이 왜 그래?
바보 같아. 
필라르 아, 아냐, 누가 날 부르는 것 같아서...
캐논 필! 그 기탄지 뭔지 다 끝났냐? 
필라르 으응....
(에코) 루나! 아! 이 그리운 느낌은.... 
캐논 그럼 빨리 출발하자.
네가 연주하는 바람에 출발이 늦어졌어.
(외치며) 자, 모두 출발!
남자들 좋았어! ...OK! ...출발이다!!!
E 부르릉거리며 출발하는 오토바이 무리.
루나레나 필라르? 꿈이 아니었어. 저건 분명히 필라르야!
NA. 루나레나는 필라르 일행이 출발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꿈에도 그리던 필라르를 본 순간, 루나레나의 머리는 온통 
필라르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차 버리고 말았습니다.
루나레나 필라르야..분명. 필라르였어.
그래, 이 바퀴 자국을 따라가면 될거야..
M "DRIFTING" ( CAROL KIDD) 루나레나의 테마
모모 형아, 잠깐만 기다려. 나 지도가 나오려고 해.
캐논 모모, 그걸 꼭 알리고 가야겠어?
간만에 먹은 벌레탕이 다 올라오네..
필라르 하하하하..
캐논 넌 뭐가 좋아서 웃는 거야?
필라르 아니, 모모가 귀엽지 않아?
캐논 네가 귀여워해봤자 소용없어. 
모모는 오직 필라르 뿐이라구.
(오버액션) 하지만 절대로 안돼, 
난 필라르 녀석 따위한테
모모를 넘겨줄 순 없어!
필라르 왜 그렇게 필라르를 싫어해?
캐논 그 녀석이 우리를 버렸으니까.
버림 받은 쪽이 버린 자를 미워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필라르 그래..하지만 사정이 있었다면..
캐논 (화내는)사정은 무슨 사정? 
지 혼자 살아보자는 생각이었겠지.
그녀석이 도망갈 때, 우린 이미 태양을 잃은 거라구.
필라르 (풀 죽은) 응.
캐논 (떠보는) 너.. 왜 그래? 우는 거냐?
필라르 아냐.
캐논 (에코) 내가 미쳤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보통톤) 하지만 그 놈이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난 미워하지 않아.
그 놈이 돌아와서 나 왔다고 팍팍 티를 내고 다니면
싫어할 사람은 아즐라밖에 없다구. 알았어?
필라르 ....
캐논 필! 뭐하는거야? 바로 여기서 응, 하고 말하는 거야.
필라르 응.
캐논 (에코) 이거 필라르가 아닌 거 아냐?
필라르가 이렇게 바보 같다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E 소형 헬기가 날아서 다가오는.
한지화 (공중, 멀리서) 태영아!
필라르 지화야! 살아있었구나!
한지화 응, 카샴 박사님이 이 헬기 비슷한 걸 만들었어.
카샴 (공중)안녕하십니까?
필라르 그런데 그거.. 착륙장치는 없어 보이는 걸.
한지화 맞아, 그래서 지금 내려가질 못하고 있는 거라구!

필라르 하하하..그냥 뛰어 내려 지화야, 
카샴 박사님이 그 정도 공간이동은 할 수 있으니까.
넌 내가 받을테니까 어서 뛰어내려.
한지화 알았어, 태영아! 잘 받아야해!!
(E 뛰어내리는) 태영아!!
필라르 (E 품에 안으며)걱정했어 지화야, 정말 다행이야.
이렇게 살아있으니.
한지화 난 걱정하지 않았어.
널 찾아낼 자신이 있었으니까.
필라르 (E 볼에 뽀뽀하는) 
한지화 죽을래? 너 어디다 감히 뽀뽀하는거야?

NA. 그 때 바로 옆에 있는 바위 뒤에는 루나레나가 있었습니다.
루나레나는 필라르와 한지화의 다정한 모습을 목격하고 맙니다. 
루나는 죽음을 무릅쓰고 천공 도시에서 뛰어내렸는데...
아즐라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렇게 안간힘을 썼는데...
필라르 곁엔 루나의 그림자는커녕 지구인 한지화가 있을 
뿐입니다.
루나 (상심과 분노)저건 필라르가 아니야.
윤태영일 뿐이야.
M "CALLING "( 자베타 스틸, 바그다드 카페 O.S.T. 중)
필라르 (에코) 누군가 있어.
루나야..그녀가 여기에 있어..
코드 신비한 분위기
루나 (에코) 아즐라. 일어나, 아즐라.
내가 돌아왔는데 잠만 잘거야?
아즐라 (에코) 루나, 어디에 있어?
보이질 않아.
루나 (에코) 아즐라, 난 여기에 있잖아.
아즐라 (에코) 루나, 이제 가지마. 
난 이제 널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야.
으아아악! 

NA. 아즐라의 품에 안긴 루나레나는 아즐라를 받아들인 순간,
시퍼런 시체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아즐라는 루나레나의 시체를 
안고 비명을 지르면서, 잠에서 깨어났죠.
아즐라 (정신이 없는) 루나, 루나, 안돼!!
의사1 빨리 진정제를 가져오게!
의사2 네!
사다드 (에코) 아즐라는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같군.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뭐야! 왜 이렇게 위태로운 신경을 가지고 있는거지?
코드 긴장감이 몰려오는..
아즐라 나 잠자는 동안 이상하지 않았나?
사다드 아닙니다. 조용히 잠만 주무셨습니다.
컴퓨터 (E 기계음) 아즐라님, 일어나셨습니까? 
창문의 배경화면을 바꾸겠습니다.
E 징-하고 새로운 홀로그램이 나타나는 소리
사다드 (에코) 루나레나의 홀로그램이군.
아즐라 후후.. 이제야 실감이 나는군.
그래, 루나는 죽었어.
(토하려는) 욱욱..
사다드 의사를 불러올까요?
아즐라 아니야. 조금 있으면 가라앉겠지.
이런다고 루나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내 신경들도 점점 익숙해져갈 거야.
사다드 네.

아즐라 너 지금 나를 비웃고 있지?
너의 태양은 언제나 당당했을 거 아냐.
놈은 뭐든지 가졌으니까,
힘도, 루나도, 훌륭한 어머니도, 그리고
너같이 충직한 노예까지..
모두 가졌으니까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거야.
사다드 (에코) 나는 아즐라에게서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았다.
아즐라 뭘 빤히 쳐다보는 거야?
널 죽인다면 그 놈이 어떻게 나올까?
사다드 별 효과 없을겁니다.
아즐라 (E 컵을 던지며) 거짓말 하지마!
놈의 눈앞에서 너를 죽이고 가족들을 죽일거야.
그래서 놈의 마음도 내 마음처럼 
갈갈이 찢어버리고 말거야. 
고통이 무엇인지, 모든 걸 빼앗기는 고통이 
어떤 건지...내가 구체적으로 가르쳐주겠어.
사다드 (에코) 또 다시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들판에 버려진 짐승처럼 성난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기만 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아즐라에게서 느껴졌다.
하지만, 난 그런 그에게 다시 상처를 입혀 
끝내 죽이려 하고 있다.
M "EVERYBODY HURTS" ( R.E.M.) 
엑사토 (E 급하게 걸어들어오며) 아즐라님은 좀 어떠신가?
부관 네. 진정제를 맞고 잠이 드셨습니다.
엑사토 어서 문을 열게.
E 삐삐삑 입력한 후, 철문이 열리는.
엑사토 어디 가신 건가!
부관 글쎄요..조금전까지만 해도 계셨는데..
엑사토 (화내는) 부관이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인가!

SIGNAL 레드문
NA. 상처를 견디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죠.
상처를 덮어줄 더 큰 행복을 찾는 것, 
그리고 지독한 미움을 통해 상처를 잊는 방법. 
어떤 사람들에겐 두 번째 방법이 더 익숙하죠. 
미워하는 동안에는, 적어도 그 사람을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33

NA. 아즐라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사다드의 정신능력을 
이용해서 다른 천공도시의 지하로 이동합니다. 아직 몸도 
회복되지 못한 아즐라가 그렇게 급하게 찾은 곳은 어디일까요? 
아즐라는 아길라스의 밀실에서 옛 왕비를 구해내서, 
자신만이 아는 지하도시에 왕비를 데려다 놓았는데요,
아즐라는 지금 그 곳을 찾아가는 길이었죠.

E 슉 하고 공간이동으로 나타나는 소리
아즐라 여기서 지켜. 만일 누가 들어오려고 하면
죽여도 좋아, 그게 누구든지. 알았어?
사다드 네.
E 철문이 열리는
아즐라 (E 걸어들어가며) 왕비는 식사를 잘 하시나?
라비타 네. 그런데...저 여쭙고 싶은 게 있사와요,
데스티노님은 언제 만나게 해주실 거죠?
아즐라 살려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면서 살 순 없나,
라비타 수비타?
라비타 (echo뱉듯) 나쁜 자식.
M 왕비의 해금 연주
아즐라 나는 왜 저 소리만 들으면 이렇게 
마음이 편해지는거지....
레이나 (E 한복옷자락이 스스슥 움직이는)어서와요, 필라르.
아즐라 날 필라르라고 부르지 말아줘요.
레이나 왜 그래요, 필라르?

아즐라 어째서 당신은 날 보고 필라르라고 부르는 거죠?
(흥분한 톤) 난 필라르가 아니라 아즐라라구요!
레이나 필라르...기분이 안 좋군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즐라 루나가 죽었어요. 
그래서 당신한테 위로 받고 싶었어.
한번만이라도 당신이 필라르가 아닌 내 이름을 
부르는 걸 듣고 싶었어요. 
(울면서)디오사, 내 이름을 불러줄 순 없나요?
레이나 (울먹이는) 아즐라..불쌍한 내 아기 아즐라.
젖도 못 뗀채 끌려간 내 아기..
아즐라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 아기라니!
내가 왜 당신의 아기가 되는 거지?
레이나 (다시 정신이 혼미한) 필라르, 엄마를 이해해줘요.
필라르는 강하지만 아즐라는 아직 아기에요.
용서해줘요. 엄마는 한 시도 
아즐라 생각을 안할 수가 없어요. 
아길라스가 젖도 못 뗀 아즐라를 데려갔기 때문에..
엄마는 아즐라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프답니다..
(절규하는) 이제 제발 내 아기를 돌려줘요, 
아길라스! 제발 아즐라를 돌려줘요!!!
아즐라 (에코)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고 살았던가...
어머.니..
코드 콰과광 충격이 내려앉는 느낌
NA. 사다드는 공간이동을 해서 아즐라가 들어간 곳을 
염탐합니다. 그 때 사다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영화 세트장처럼 
지어진 옛 왕궁의 건물들과 그리고... 그녀의 어렴풋한 
향기였어요.
사다드 여긴 정말 이상한 곳이군. 요즘 시대에 
옛 궁과 같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니...
게다가 여긴 사람들이 사는 것 같지도 않고.. 
E 철문 열리는
사다드 (에코) 라비타다. 
어째서 라비타가 옛날 궁녀 옷을 입고
이 곳에 있는 거지?
화장도 안했군...약간 여위고, 표정도 어두워졌지만,
하지만... 여전히 아름답군
E 찍-하고 버튼을 누르자, 철컥 창문이 열린다.
라비타 음식이 떨어졌어요. 신선한 야채가 필요해요.
경비원 야채는 구하기 어려워.
라비타 데스티노 사령관께 연락할 방법은 알아냈나요?
경비원 그거야 다 돼가지. 그런데,
얼마 전에 내 마누라가 죽어버렸거든.
라비타 알았어요. 내가 내일 밤에 문을 열어놓을게요.
사다드 (분노에 찬, 낮게) 화냥년!
E 슉하고 사라지는.
라비타 뭐지? 분명히 사다드였던 것 같은데,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났다가 금방 없어져버렸어.
내가 잘 못 본 걸까..
그래, 환상을 본 걸 거야..
사다드가 여기 있을 리가 없잖아..
너무 그리워 ...사다드..
M "SUMMER KISSES, WINTER TEARS "( JULEE CRUISE )
:라비타 수비타의 테마
NA. 여전히 아름다우면서 여전히 부정한 라비타를 보자 
사다드의 마음에는 또 다시 작은 파문이 일어납니다. 
그 때 아즐라가 급하게 사다드를 찾는군요.
아즐라 (불안한 목소리) 사다드! 빨리 여길 벗어나자.
사다드 어디로 가실겁니까?
아즐라 천공도시가 아니면 어디든 좋아.
이 곳에 1초라도 더 있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
E 파도 소리.
아즐라 (에코) 내 기억은 필라르가 
내 어머니를 죽인 것으로 되어있는데,
그토록 미워했던 필라르의 어머니가
나를 다정하게 불렀다.
내 아기, 아즐라라고..
내가 옛 왕비의 아들이라면 나는 여태까지
누구의 기억을 가지고 누구의 인생을 산 것일까.
그건 모두 조작된 기억이었을까..
그럼 나는 누구지?
M 울게하소서
사다드 (에코) 저들의 태양이 울고 있다..
상처받은 작은 짐승처럼, 
어린 시절의 나처럼..조용히 울고 있다. 
E 두근두근거리는 심장박동
아즐라 왜 그래? 심장 두근거리는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려.
이 틈에 날 죽일 생각이라도 한거야?
사다드 아닙니다.
아즐라 그럼 무슨 일이지?
(알았다는 듯이)..필라르가 부르는 거지?
사다드 아닙니다. 이건 그런 게 아닙니다.
필라르님이 멀지 않은 곳에 계시다는 신호입니다.
아즐라 (발작하듯) 필라르.. 그 놈 지금 어디 있어!

NA. 역시 필라르는 사다드와 아즐라가 있는 바닷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숲속에 있었습니다. 
M "I DON'T KNOW HOW LOVE TO HIM"
(HELEN REDDY) - 한지화의 사랑
깔리면서
E 조약돌 굴리는 소리.
한지화 그리운 사람이 곁에 있어.
필라르 (장난치듯)글쎄...그런 사람이 한둘이어야지..
한지화 너 정말로 필라르된 거 맞아?
필라르 쉿! 조용히 해!
내가 필라르라는 게 알려지면, 
난 저 애랑 결혼해야한다구.
한지화 누구? 모모? 어쨌거나 여복은 많구만.
필라르 너 그러니까 꼭 무당같다.
한지화 나 무당이야.
필라르 지화야 점을 다시 한번 칠 수 없을까?
난 반쪽이라서 잘 느끼질 못해.
모모 (다가오며)형아! (자랑하듯) 이것 봐라!
필라르 그게 뭐야? 왜 네 옆에 지도가 떠다니는 거야?
모모 응. 지도 꺼내려고 힘을 줬는데, 너무 커서 그런지
기계는 안나오고 이것만 나왔어.
아마 힘 줄 때 버튼이 눌려졌나봐.
(신기한 것을 발견한)어! 신기루다!!!
필라르 뭐? 저, 저건...사다드.. 
(E 달려가며) 사다드, 어디 있어!!
NA. 서쪽 하늘 지평선에 사다드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능력자가 아닌 사람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분명했죠. 
마치 사다드가 필라르를 얼마나 간절히 찾는지 알려주려는 듯, 
또렷하고 강렬한 메시지였습니다.
필라르는 사다드를 발견하고, 
정신없이 그 쪽을 향해 달려갑니다.
E 거친 파도소리.
필라르 (E 와락 달려들어 품에 안기는) 사다드..
사다드 아직 예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필라르님.
필라르 미안해, 사다드, 다신 너에게 화내지 않을게.
그러니 제발 내게 돌아와줘.
사다드 필라르님, 필라르님을 모셔오라고 한 분이 계십니다.
아즐라 오랜만이야, 필라르.
필라르 아즐라.
아즐라 얼굴은 윤태영이군. 
왜 사다드가 내게 왔는지 알만도 해.
..그런데 아직 모르고 있었나?
그 녀석은 이제 내 노예야. 데스티노가 상납했지.
필라르 그 얘길 하러 온 건 아닐텐데..
아즐라 넌 마음을 읽을 수 있잖아.
그러니 어디 한번 내 마음을 읽어보라구.
왜, 반쪽이라서 잘 안되나 보지?
(흥분하는) 빨리 내 마음을 읽고 어서 대답하란 
말이야!
꼭 그 얘길 내 입으로 꺼내야하겠어?
필라르 아즐라! 어머니는 건강하신가?
아즐라 그 여자 따위 내가 알게 뭐야!
필라르 그 여자라고 하지마. 네 어머니야.
코드 쨍그랑하고 유리 깨지는 느낌
M "FREE AS A BIRD" (BEATLES) 아즐라의 테마. 
깔리면서
필라르 (다정하게) 우리 어머니라는 거 알고 있잖아.
아즐라 (E 탁하고 손을 뿌리치는) 건드리지 마!
네 놈이 내 어머니를 죽이던 날을
난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필라르 다 조작된 기억들이야.
아즐라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여태까지 살아왔던 모든 인생이 다 거짓이 된다면 
넌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아니야! 난 절대로 못해!!!
필라르 아즐라, 너도 알고 있잖아.
넌 내 동생이야. 우린 적이 아니라구.
아즐라 그래서 넌 네 동생을 죽이려고 했었나?
내가 루나를 데려가려고 했던 날,
넌 내 부하 100여명을 죽이고 그리고 나까지 
죽이려 했었어.
난 너의 그 잔인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
필라르 너는 언제나 나의 사랑스러운 동생이었어.
아즐라 가증스러운 거짓말쟁이.
사다드, 이리 와! 어서 오지 못해!
사다드 아즐라님, 죄송합니다.
이젠 더 이상 당신의 거짓 노예 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당신이 필라르님의 동생이라는 것을 안 이상,
두 분은 적이 아니십니다.
이제 제가 아즐라님을 염탐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아즐라 죽일 놈.
필라르, 네 노예를 죽여.
사다드를 죽여, 여기서, 지금.
그럼, 난 너를 믿겠어.
필라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즐라 저 놈을 죽이면 지구인 가족도 만나게 해주고,
널 형이라 믿겠어.
그리고 어머님께 같이 찾아가는 거야.
어때? 사다드만 죽이면 모든 게 해결돼.
내 말대로 할 거지?
필라르 그것만은 할 수가 없어. 아즐라.
아즐라 그럼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뭐지?
네가 정 못한다면 내가 하지.
내가 사다드를 죽여주지.
E 파도가 끓어오르고 바위가 솟구쳐 떨어지는
필라르 (성난) 그만 둬! 더 이상 사다드를 건드리면
내가 가만 있지 않을 거야.
E 화르르르 거대한 불꽃이 일어나는.
아즐라 필라르, 그래,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그러니 날 죽여라.
우린 적으로 있을 때가 더 어울리니까.
어렸을 때 헤어져서, 기억을 잃은 채 
상봉한 형제라니...하하하..
그런 신파는 우리한테 어울리지 않아. 안 그래?
능력을 써, 필라르!! 날 죽여보란 말야!!
필라르 나는 널 죽일 수도 없어.
사다드를 죽일 수 없는 것처럼, 널 죽일 수 없다.
아즐라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필라르 차라리 내가 죽겠다.
사다드 필라르님!
필라르 아즐라, 6개월을 주겠어.
내 조건은 두 가지다.
첫째, 지구인들을 모두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킬 것.
둘째, 지상에 살고 있는 
빈민들을 위한 구제책을 세울 것.
6개월 안에 그 일이 이뤄지면 
난 그 즉시 죽겠어.
내 이름과 어머니를 걸고 맹세한다, 아즐라.
아즐라 좋아, 그렇담 이 놈을 볼모로 내게 넘겨.
사다드를 데리고 있다가, 6개월 후에는
네 목숨까지 받기로 하지. 하하하하.

SIGNAL 레드문
NA. 만일 사람들에게 자신의 최후를 예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떤 일들이 생겨날까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알리는 죽음의 시계가 
바로 옆에서 째깍거리면서 돌아간다면,
사람은 더욱 너그럽고 선하게 될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다음 주 월요일, 또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34

NA. 사다드의 마음속엔 대양보다 더 깊은 절망의 심연이 생겼습
니다. 필라르가 아즐라에게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겠다는 약속
을 했기 때문이죠. 
지난주말 필라르는 아즐라와 역사적인 협상을 했는데... 그 때 
필라르는 목숨을 끊는 대신, 두 가지 조건을 아즐라에게 
내걸었습니다. 첫째는 6개월 안에 모든 지구인들을 지구로 돌려
보낼 것, 그리고 둘째는 시그너스별의 빈민구제책을 세우는 것이
었죠. 하지만 필라르를 믿지 못하는 아즐라는 그에게 한 가지 
조건을 내겁니다.
E 성난 파도 소리
아즐라 네게 가장 소중한 걸 내게 맡긴다면,
널 믿을 수도 있어. 사다드를 내게 넘겨.
사다드를 데리고 있다가
6개월 후엔 너의 목숨을 받기로 하지. 
그게 싫다면 여기서 싸우는 수밖에 없어.
필라르 나는 너와 싸울 수 없어. 
그건 시그너스에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는 뜻이니까.
아즐라, 한 가지만 물어보자. 
사다드를 괴롭히진 않겠지?
사다드 안됩니다, 필라르님. 
저야 볼모든 인질이든 상관없지만,
필라르님의 목숨을 끊는 것이 조건이라면
전 볼모로 갈 수 없습니다.
필라르 (괴로운)난 괜찮으니까, 넌 아즐라하고 가.
네가 가지 않으면 난 아즐라하고 싸울 수밖에 없어.
사다드 그럴 순 없습니다. 절대로 그럴 순 없습니다.
필라르 사다드, 너에게 주어진 운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너의 운명은 내 일신을 돌보는 것 따위가 아니야,
나를 도와서 시그너스 별을 구하라는 것이 
너의 진정한 임무다.
그러니까 아즐라와 있으면서 그에게 가르쳐줘.
고통받는 이들과 가난한 이들의 마음을..
네가 그에게 가르쳐줘.
황폐해진 시그너스를 구하기 위해 태양으로서
아즐라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사다드 필라르님, 지금은 당신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꼭 다시 뵙겠습니다.(E 일어나서 걸어가)
아즐라님, 천공도시까지 공간이동하겠습니다.
절 잡으십시오.
E 슉하고 사라지는.

NA.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정체불명의 인물이 성난 야수처럼 
사막을 달리고 있고, 한 대의 우주정이 그를 쫓고 있습니다. 
바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창을 던져 햇빛을 뚫을 것 같은 
그는 누구일까요?
조종사 (급박한)어떻게 저렇게 빠를 수 있는 거지?
빨리 기수를 돌려!
E 우주정이 쌩하고 날아가며 기관총 쏘는 소리.
조종사 어디 갔지? 이 자식, 어디로 간 거야?
E 우주정의 앞유리 깨지고
박진희 (E 창으로 조종사를 찌르며) 이얏!
조종사 으악!!
E 우주정 추락하며 폭발.
M "RAMMSTEIN" ( RAMMSTEIN, LOST HIGHWAY O.S.T.중)
NA. 그건 바로, 박진희였습니다.
필라르의 고향별, 시그너스에 도착하자, 박진희의 몸 속에 있던 
필라르의 피는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시키려는 듯 박진희를 
무시무시한 괴력을 가진 능력자로 바꾸어놓았습니다.
E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발소리
박진희 누워있어요. 아직 상처가 낫지 않았어요.
루나 당신은...태영이 친구죠?
박진희 태영이를 압니까?
루나 네. 지구에 갔을 때, 당신과 윤태영을 본 적 있어요.
박진희 (반가운) 그래요! 그렇다면 지금 
태영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난 지금 머리 속에 온통 진흙이 들어찬 것 같아서
진흙 속에서 조개를 캐내는 것처럼 
내 기억의 조각들을 찾아내고 있는 중이거든요.
내가 기억하는 것 중에 가장 강렬한 것은
태영이를 찾아야한다는 생각입니다.
루나 순간적인 기억상실인가 보군요...
사막에서 죽어가고 있던 절 당신이 구해줬으니, 
이젠 제가 당신을 도와드릴 차례군요.
북쪽으로 가면 제가 지나온 사막이 있죠,
그 사막을 지나면 산이 있어요.
며칠 전 그곳에서 윤태영 일행을 봤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박진희 (기쁜)잘됐군요. 이젠 만날 수 있겠어요.
E 부싯돌로 불 붙이는 소리.
루나 왜 지금 떠나지 않는 거죠?
박진희 아픈 사람을 내버려두고 떠날 순 없어요.
루나 그러다간 그들을 놓쳐요. 어서 가세요.
박진희 아, 또 조개 하나를 캤어요. 이제 생각나는군요.
태영이는 가족을 구해서 
지구로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루나 (에코) 그래, 그는 필라르가 아니야,
시그너스가 어찌되건 말건 상관 않는 
지구인 윤태영일 뿐이야.
나는 그를 기다렸지만, 그는 나를 잊은 지 오래야..
(보통톤)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어요.
윤태영을 만나면 꼭 이 말을 전해주세요.
루나레나는 죽었다구요.
박진희 루나레나? 그 사람이 누구죠?
루나 윤태영은 알 거에요. 하여간, 루나레나가
천공도시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전해주세요. 
박진희 (의심스러워하는)그런데..당신은 누구세요?
루나 전 루나레나의 하녀였어요.
박진희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마음이 많이 다친 것 같군요.
아주 큰 고통을 겪었나보죠?
루나 (에코) 윤태영, 내가 필라르를 잃었던 고통에 비하면
네가 루나레나를 잃는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닐 거야.
아주 조금이라도 괴로워해봐,
이렇게 괴로운 나를 위해서. 
M "EVERY TIME WE SAY GOODBYE" 
( ANNIE RENNOX, PRELUDE TO A KISS O.S.T. 중)
NA. 한편 윤태영과 한지화, 그리고 캐논 일행은 모모가 달고 
다니는 홀로그램 지도를 보면서 박진희가 발견됐던 지역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 때 하늘에서 아즐라의 전투정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저쪽 하늘 아래에 있는 
누군가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E 전투정들의 비행소리와 폭격 소리.
전투정들 십여 대가 차례로 폭발하는 소리.
캐논 (E 달려와서) 굉장한걸. 대체 어떤 놈이길래, 
맨몸으로 전투정들을 다 부수는 거지? 
와, 저 점프 좀 봐!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군.
이봐, 필, 저 사람은 누굴까?
(필이 없는 걸 발견하고)어? 필! 
필이 어디로 간 거지?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필라르 (E 소리치며 달려오는) 진희야!
박진희 (깊게 반가운)태영이로구나..자식, 태영아!
내 친구 태영이구나..
필라르 네 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몰라.
박진희 난 아직 기억이 회복되지 않았어. 
하지만 네 얼굴은 기억 나. 
내가 누군지 잘 모를 때에도 
너의 얼굴만은 기억났었어. 
그리고 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려오곤 했어. 
뽑아버린 이 때문에 턱이 아린 사람처럼, 
잃어버린 너 때문에 마음이 아팠어.
M SCARBOROUGH FAIR ( SIMON & GARFUNKLE ) 재회
E 진희가 필라르를 업고 걷는...
필라르 진희야, 나 괜찮아. 나 좀 내려줘.
박진희 사막만 건너가면 내가 지키던 동굴이 있어.
거기서 내려줄게..
필라르 안돼. 진희야, 나...나만 혼자 갈 순 없어.
저쪽에 내 일행들이 있단 말야.
그리고 지화가 가만 있지 않을 거야.
박진희 (누군지 어리둥절)지..지화?
한지화 (달려오며...토라진)야, 박진희, 거기 서 !
필라르 거 봐. 지화는 꼭 저렇게 나타난다구.
한지화 박진희, 갑자기 나타나서 
태영이를 업고 어디로 가는 거야?
박진희 미안하지만 난 네가 누군지 몰라.
한지화 뭐? (기막혀 말도 안나오는)
어쩜..어떻게 그럴 수가..
필라르 지화야, 진희는 캡슐이 착륙할 때 머리를 다쳐서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려있어.
한지화 아무리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태영이만 데리고 가면 우린 어쩌란 거니?
필라르 진희야, 나 내려줘. 나만 갈 순 없어.
박진희 네가 만나야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래.
그 사람이 나한테 널 만나면 말을 전해달라고 
했지만, 네가 직접 듣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E 오토바이를 만지며 올라타는)
필라르 뭐? 그게 누군데?
캐논 (E 달려오며) 누구야? 누가 남의 오토바이를
훔쳐가려는 거야? 악, 아까 그 우주정을 물리치던 
괴, 괴물이다. 야! 필, 너 이 괴물과 아는 사이니?
필라르 (급하게 진희를 다그친다)그녀가 무슨 얘길 한 거지?
루나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 
진희야, 놀라지 마, 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뭐? 루나의 하녀였다구? 
그녀가..천공도시에서 떨어져 죽었다구?
아냐, 그럴 리 없어. 
진희야, 나 루나를 직접 만나겠어. 
나를 루나에게 데려다 줘.
박진희 알았어. 자, 올라 타.
E 오토바이 시동 걸고 출발. 사라지는
캐논 (E 달려가며)야, 뭠춰! 
그 오토바이 내 거란 말야이--
그래, 사실은 훔친 거다, 아무리 그래도
훔친 걸 또 훔치냐? 
세상에서 젤 나쁜 게 훔친 거 또 훔치는 놈들이야!

NA. 박진희와 필라르가 탄 오토바이는 루나레나가 머물고 있는 
동굴 쪽으로 달려갑니다. 필라르는 사랑하는 루나가 죽었다는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막 안에 오아시스가 있듯이, 
그녀는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지요. 
비록 그것이 신기루라 할지라도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E 멀리서 들려오는 오토바이, 점점 가까워지는
루나 윤태영이야, 그가 오다니..그를 만나면 안돼.
비록 그가 윤태영일지라도, 그를 만나면 다시 
내 마음이 흔들릴 거야.
1년 힘들면 될 게 10년 힘든 일이 될 거야.
M "DRIFTING" ( CAROL KIDD) 루나레나의 테마
박진희 (E 동굴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어, 어딜 갔을까? 혼자 움직일만한 상태가 아닌데.
필라르 (소리쳐)위야!
박진희 뭐라고?
필라르 (E 후다닥 달려나가는) 루나! 기다려!!!
M "TO THE END" (BLUR) 깔리면서.
NA. 동굴 위 암회색 바위 위에 서있던 루나레나는 필라르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어려있어요.
그 눈물이 창백한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그녀는 떨어지는 
눈물을 감추려는 듯이 서둘러 사라집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었더라면 사막의 뜨거운 태양이 눈물 따윈 
저절로 사라지게 해주었을 텐데요..
E 오토바이 달리는 소리
카샴 꽉 잡아라, 지화야, 박진희를 놓쳤으니, 
우리도 속도 한번 내보자.
E 뭔가 순간적으로 휙 지나치는 소리
지화 아저씨, 잠깐만요!
카샴 왜 그래?
지화 지금 우리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 못봤어요?
카샴 뭔 소리냐? 너무 더워서 헛 걸 본거 아니냐?
하긴 너야 무당이니까, 사막에서 쪄죽은 귀신들이 
너한테 말을 걸 수도 있겠지.
지화 아니에요. 분명히 사람이었어요.
(에코) 분명히 그녀...루나레나였어..
모습을 감추고 있었지만, 난 느낄 수 있었어..
코드 슬프고 처량한 느낌.
박진희 루나레나라는 여자가 죽었다고 전해달라고 했어.
그런데 태영이가 오니까 그녀가 사라져버렸지.
그리고 난 후부터 저렇게 꼼짝 않고 앉아있어.
내가 저 녀석한테 말도 걸어보고 달래도 봤지만,
마치 넋나간 사람처러 꼼짝도 하지 않아.
카샴 (에코) 사다드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필라르님에게 사다드에 관해서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으셨지,
그런데, 이제, 루나레나도 죽었다면..
이건 필라르님에겐 너무나 큰 쇼크야.
E 불꽃이 화르르 타오르는 소리.
지화 (에코) 저건, 태영이 속에 있던 그야.
이마에 점이 있는 그래... 필라르야.
박진희 (깨우려는 듯이)태영아!
필라르 (냉정한 톤)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괜찮다.
박진희 (E 창을 뽑아 휘두르며) 움직이지 마!
(두려우면서 위협하듯) 너, 넌 누구야? 
넌 태영이가 아니야!

레드문 SIGNAL

NA. 필라르 페르우노 볼카네스가 완전히 부활했습니다. 
미래는 현재라는 거울에 비춰지는 움직이는 이미지,
필라르의 변화는 모든 미래와 운명과 인연을 바꿔놓게 되겠죠.
....이제 시그너스는 새로운 역사를 맞게 될 것입니다.



35

NA. 평범한 아이는 오늘만을 생각하고 똑똑한 아이는 내일을 
생각하고, 야심이 있는 아이는 내일 다음에 올 것을 준비합니다. 
어린 데스티노는 다른 아이들처럼 책 읽는 것과 무술연습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죠. 어린 데스티노에게 필요한 건, 평생 자신이 
우러러볼만큼 어둠 속에서도 태양처럼 빛나는 영웅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데스티노는, 자신이 속한 무챠 계급 중에서 최고의 
존경을 받고 있던, 시그너스 전군사령관, 불꽃같은 아우렐로를 
존경하고 따르게 됩니다. 오직 한가지 일념으로 성장기를 보낸 
데스티노는 결국 자신의 영웅 곁으로 가게 되었죠.

데스티노 (우렁차고 멋드러지게)아우렐로 사령관님께 
인사드립니다.
신임 부관 데스티노 데스티니, 
임명받고 방금 도착했습니다.
하인 (다가오며, 웃음 참고) 지금 후원에 계십니다.
데스티노 (민망한) 아, 그렇습니까? 후원은 어느 쪽입니까?
하인 음악소리를 따라가십시오.
M 가야금 산조 중 느린..
데스티노 (E, 달려가다가 멈춰) 아, 저, 저건..
가야금을 타고 있는 저 여인은 누구일까..
에스텔라 (시를 읊는) 고아한 대나무도 바람에 휘고,
하늘의 별조차 자리를 바꿔도,
당신 눈 속의 별은 남아 있어라.
M 가야금 멈춘다.
아우렐로 누구지?
데스티노 죄송합니다. 방해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만.
연주와 시에 반해서 인사도 못 드리고
이렇게 되었습니다.
(아직 얼이 나간)아우렐로 사령관님께 인사드립니다.
신임부관 데스티노 데스티니, 
임명받고 방금 도착하였습니다.
아우렐로 (반갑게)아, 데스티노 부관이군. 
이리 가까이 오게.
데스티노 (E 걸어오는) 처음 뵙겠습니다.
아우렐로 반갑네. 그런데 한 가지 알려주지.
자네가 반한 건 연주와 시가 아니라, 
내 아내가 아니었는가? 하하하하.
데스티노 (에코) 사령관님의 아내라구?
에스텔라 저의 부족한 가야금과 시에 과찬을 해주신
부관께 한 잔 올려도 되겠습니까?
아우렐로 그대만 좋다면 부관께 한잔 드리시오.
E 술잔에 술 따르는.
에스텔라 제 가야금이나 시처럼 
사령관님도 부족함이 있을 것이옵니다.
부관께서 이 이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시기 
바랍니다. 믿어도 되겠지요?
데스티노 (에코)그것이 말로만 듣던 에스텔라의 총명함이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난 그녀를 내 것으로 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눈이 멀어갔다.
M "ANGEL EYES" ( STING) - 데스티노의 러브테마
에스텔라 (싸늘한 분노) 당신이었군.
아우렐로를 반역자로 몬 사람이..평생 증오하겠어요,
데스티노 데스티니.
NA. 총명한 에스텔라의 웃음을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해, 자신의 
영웅이었던 아우렐로 사령관에게 반역의 누명을 씌웠지만, 그런 
댓가를 치룬 데스티노에게 돌아온 것은 에스텔라의 사랑이 아닌 
분노에 찬 눈빛이었습니다. 에스텔라는 그 날 이후, 한번도 웃지 
않았죠.
데스티노 (에코) 그녀의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는 다시 그녀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E 문을 쾅 열고, 군인들이 걸어 들어오는 발소리
데스티노 저 아이를 죽여라! 반역자의 아들이다!
군인들 네! (E 군화발로 다가와)아기를 내놔!
에스텔라 (절규하는)안돼! 차라리 나를 죽여라. 
이 아이만은 뺏아갈 수 없어!
E 아기의 울음소리, 뺏으려는 군인들과 몸싸움
데스티노 잠깐! 멈춰라! 
(떠보는) 에스텔라, 혹 내게 할 말이 있는가?
에스텔라 (울며 간청하는)데스티노, 제발, 
이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당신께 해가 가지않도록 키우겠습니다.
데스티노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총명한 당신이 모를 리 없을텐데..
에스텔라 알겠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데스티노 모두 물러가 있거라!
군인들 네!
M 울게 하소서 (여자가수)
데스티노 내일부터 내 내실로 거처를 옮기도록 해라.
에스텔라 싫습니다. 노예들과 함께 묵겠습니다.
반역자의 아내는 노예와 있어야 어울립니다.

데스티노 닥쳐! 네 입으로 내가 시키는 건 
무엇이든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알았느냐? 내일부터야.
NA. 다음 날 에스텔라의 거처를 손수 꾸미고 있던 데스티노는 
구름이라도 잡아탄 기분이었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곧 
절벽으로 곤두박질칩니다.
데스티노 (성난)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하녀 죄송합니다. 부엌 청소를 하시다가
선반위에 있던 청소용 산이 떨어져서..
데스티노 (불같이 화를 내는) 누가 에스텔라에게 
청소를 시키라고 했어! 
모두 죽고 싶어 환장했어?
에스텔라 저들을 탓하지 마세요. 제가 한 것입니다.
코드 유리 깨지는.
NA. 그 때 데스티노는 알지 말아야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에스텔라의 마음을 읽었던 거죠.
그녀는 데스티노가 사랑하는 자신의 얼굴을 증오하며 스스로 
얼굴에 산을 부은 것이었습니다.
데스티노 (에코) 그렇게도 내가 싫단 말인가?
나는 그대를 위해서 내 영웅을 배반하고
내 어린 시절의 꿈을 배반하고
나를 배반했는데..
E 그릇들을 달그락거리는 소리.
아구아구 먹는...
데스티노 에스텔라, 이번엔 살찌기 작전인가?
그 얼굴에 살까지 찌면 볼만하겠군. 
에스텔라 (차갑게)바라는 바입니다.
데스티노 (E 따귀를 올려붙이는) 
그런다고 내가 널 포기할 것 같나?
네가 설령 집체만한 괴물로 변한다고 해도, 
널 포기하지 않아.
차가운 우주보다 더 깊은 
너의 눈동자까지 변하진 않을테니까..
에스텔라 (E 가위를 집어들어)이 눈동자도 변할 수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데스티노 (E 화내며 가위 뺏고) 이게 무슨 짓이야?
눈을 찌르면 어쩌겠다는 거야?
눈이 안 보이면 네 아들도 다신 볼 수 없잖아!
에스텔라 아이는 마음으로 키우는 것이지 
눈으로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데스티노 (절망한)에스텔라..그렇게 내가 싫은가?
내가 네 눈동자 얘기만 해도 
스스로 눈을 없애고 싶을 만큼, 내가 싫단 말인가?
어째서 너는 그렇게까지 나를 증오하는 거지?
에스텔라 진실한 사랑을 해보세요. 
그러면 나의 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데스티노 난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에스텔라 아닙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단지 아우렐로가 되고 싶을 뿐입니다.
M "EVERYBODY HURTS" ( R.E.M.) 잠깐 듣고.
데스티노 내가 졌어.
역시 총명한 에스텔라에게 당할 순 없군. 
(허탈한 웃음)후후...하하하..
네 소원대로 아들과 함께 노예 숙소에서 
지내게 해주지. 다신 널 건드리지도 않겠다. 
에스텔라 고맙습니다.
데스티노 하지만 이것만은 조심해.
네 아들에게 지나친 애정을 퍼붓지 않도록.
네가 아들을 오래도록 바라보면,
아우렐로를 향하는 것으로 생각할테니까.
M "그림자" (김동률) 깔리면서
데스티노 (에코) 그녀는 내게 하룻밤의 추억만을 남긴 채, 
내게서 영원히 떠났다.
몰라볼 정도로 뚱뚱한 노예가 됨으로써
그녀의 아름다운 육신이 내게서 떠났고,
글을 읽을 줄도 모르는 무식한 노예인 척함으로써
그녀의 총명한 정신이 내게서 떠나갔다.
점점 자라는 그녀의 아들을 볼 때마다,
나는 나로 인해 죽어간 나의 영웅, 
아우렐로 사령관을 생각했다.
그녀가 죽던 날, 내가 내 손으로 그녀를 죽인 날,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하늘의 별이 자리를 바꾸어도 내 마음속의 별은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에...
NA. 에스텔라가 하늘의 별이 되고난 후, 데스티노에겐 이상한 
습관이 생겼습니다. 지나가다가 사다드가 눈에 띄면 멍하니 
사다드의 눈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던 거죠. 빠른 성장기가 
지나 하루가 다르게 에스텔라를 닮아가는 사다드를 보면서 
데스티노는 그녀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추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그너스별 최후의 날, 데스티노는 사다드를 쫓는 임무를 
맡게되는데요..

아길라스 (엄포놓는)필라르 일행이 숨은 곳을 모른단 말인가?
너는 태양의 수호기사이고, 
필라르와 정신교감이 된다고 들었는데..
네가 나를 속이려는 건가?
설마 이중첩자 노릇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데스티노 그럴 리 있겠습니까?
저는 태양의 수호기사이지, 
필라르 따위의 수호기사가 아닙니다.
아즐라님이 전설의 태양인 것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징조가 있었던 것, 
저는 오직 아즐라님을 모실 생각만 하면서 
기회를 보아왔습니다.
아길라스 좋아, 믿어보지. 대신 감옥에 있는 왕비를 만나
필라르의 행방을 알아내거라.
만일 이번에도 알아내지 못하면 네 놈을
이중첩자로 알고 처형하겠다.
데스티노 감사합니다.
(에코) 이런 젠장, 왕비를 어떻게 꼬신다..이거 원..
코드 불안감이 증가하는
레이나 (불안한 톤)정말 아길라스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필라르가 있는 곳을 알려주면
아즐라와 함께 있게 해준다구요?
데스티노 네, 알려주지 않으시면, 
아즐라 님을 죽이겠다고 하셨습니다.
레이나 그럼..좋아요...아즐라를 만날 수 있다면..
말하겠어요.
봉래산 제일 높은 봉우리에 지하 기지가 있습니다.
거기에 있을 거에요.
NA. 데스티노는 왕비를 만나러 가기 전에, 왕비를 모시던 궁녀들
과 대신들을 탐문해서, 그녀에게 신경쇠약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왕비에게 아즐라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면 자신에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E 거대한 수십만 우주함대가 몰려가는 소리.

데스티노 (멀리서 우렁차게)필라르 잔당들은 들어라.
너희는 포위되었다. 
10을 셀 때까지 항복하지 않으면 무조건 공격하겠다.
어서 항복하라!
M "RAMMSTEIN" ( RAMMSTEIN, LOST HIGHWAY O.S.T.중)
(사다드의 분노)
부하 사령관님. 봉우리 꼭대기에 누가 있습니다!
데스티노 뭐? 망원경 좀 줘봐. (E 받아들고) 
저건..사다드잖아. 
망할 자식, 저기서 활을 쏘겠다는 거냐?
사다드 (에코, 힘차게) 불꽃같은 아우렐로시여!
아버님, 제게 힘을 주십시오. 
E 쌩하고 무서운 기세로 날아오는 화살.
데스티노 (E 화살 맞고) 으악! 내 눈! 내 눈!!
오른쪽 눈이 안 보인다..
(에코) 저 자식, 분명히 활을 쏘며 
지 애비의 이름을 불렀다. 
내 영웅 아우렐로 아우렐리의 이름을..
부하 사령관님!
데스티노 (괴로워하며) 놈의 마음을 읽었다.
봉래산 제 3군 특수 기지에서 우주선을 타고 
도망갈 생각이다. 어서 쫓아라!
부하 알겠습니다.
데스티노 (에코) 나는 그 때 사다드의 마음에서 
바닷 속 해양기지로 탈출하려는 계획을 읽었다.
사다드는 나를 죽일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는 것을 알았다.
그는 단지 나의 한쪽 눈을 앗아감으로써 더이상은 
따라오지 말라는 경고를 내게 보낸 것이다.
나는 부하에게 잘못된 지시를 내렸고,
그 책임으로 전군 사령관에서 용군 사령관으로
강등되었지만,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필라르가 나 때문에 도망쳤다는 것도
상관할 바 없었다.
내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 그 날밤 꿈속에서
내 영웅과 내 사랑이 나타나
나를 위해 웃어주었다는 것이다.
에스텔라 (에코) 고마워요. 데스티노.
아우렐로 (에코) 고맙소. 데스티노.

레드문 SIGNAL

NA. 오늘 우리는 잠자고 있는 데스티노의 머리속에 들어가
그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데스티노의 사랑 얘길 통해서, 사랑의 진정한 의미-
사랑이란 소유를 통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배웠습니다.



36

NA. 어제 들으신 데스티노의 과거편은, 데스티노를 의심하는 
아즐라가 데스티노의 기억들을 투시해보는 과정에서 밝혀진 
비하인드 스토리였습니다. 데스티노는 아즐라가 준 수면제 탄 
차를 마시고 아즐라의 실험실에 끌려갔던 거죠. 
방금 깨어난 데스티노는 아주 슬픈 꿈을 꾸고 난 사람처럼 계속 
눈물을 흘립니다.
M "그림자" (김동률) - 데스티노의 절망
E 기계들의 삐삐삑하는 소리.
데스티노 (깨어나며) 이상하다..
왜 이렇게 눈물이 자꾸 나는 거지?
아즐라 정신이 들었나? 데스티노 사령관.
수고했소. 덕분에 재밌는 이야기들을 많이 봤어.
데스티노 아야 머리야, 지금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즐라 그대의 기억들 중엔 흥미로운 부분이 많더군.
데스티노 (성내는)저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하셨습니까?
아즐라 말했잖아. 너의 기억들을 봤다구.
(놀리는)나의 별, 에스텔라여..흐흐흑.. 
근자에 보기 드문 감동 러브 로망이었네. 하하하.
데스티노 아무리 태양이라지만, 
이건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입니다. 
아즐라 그래? 그럼, 고소라도 해보지 그래.
데스티노 하물며 일개 병사한테도 이렇게는 못하는 법이온데,
저는 시그너스 용군 사령관으로서!
아즐라 (말 막으며) 그래서 필라르를 도망시켰나?

데스티노 (다시 아부 톤으로)아, 그건...
보내는 척하다가 우주로 나갈 때 덥썩 잡으려는..
아즐라 닥쳐라, 이 뻔뻔한 기회주의자.
네 놈이 말을 바꿀 때마다, 
나는 구역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
차라리 나처럼 일관되게 못돼봐!
데스티노 (아부 톤) 그러면 제 매력이 떨어집니다.
아즐라 암튼, 너 같은 녀석을 살려두는 것만도 
고마운 줄 알아! 반역죄로 죽일 수도 있으니까.
데스티노 (아부 톤) 억울합니다. 아즐라님.
전 반역같은 건 생각도 해본 적 없습니다.
아즐라 그게 정말인가?
데스티노 네!
아즐라 그렇다면 증거가 필요하다. 너의 충성심을 증명해라.
(E 다가가며) 데스티노, 내 마음을 읽어라.
데스티노 (하얗게 질린) 네? 아즐라님!! 그거야말로 명백한
반역행위.(E 입 막히는)
아즐라 (에코) 조용히 해라. 데스티노.
이 방에 도청기가 있으면 너나 나나 끝이다.
(비꼬는)이런,이런, 안색이 너무 안 좋잖아.
내가 그대에게 너무 무리한 부탁을 했나보군.
그렇다면, (E 총을 철컥하는) 비밀을 위해 죽어주게.
데스티노 하겠습니다! 전 이미 아즐라님께 충성을 맹세한 몸!
어떤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아즐라 고마워, 이 우주를 통털어서 
나에겐 그대밖에 없어. 후후.
데스티노 그런 전 이만..(E 걸어나가는)
(에코) 나도 바보는 아니다, 아즐라, 
너는 나를 죽이려는 거다! 나쁜 자식.
아즐라 (에코) 죽어줘야겠어, 데스티노.
나와 필라르의 혈연관계를 알고 있는 놈은 죽어야해.
네가 그렇게 되고 싶어했던 아우렐로처럼
반역의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해주지.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부관 이걸 가져가십시오. 데스티노님.
데스티노 이게 뭐지?
부관 아즐라님과 직접 통신이 가능한 송수신기입니다.
데스티노 그딴 건 필요 없어!
부관 잊으셨습니까? 지구에서 돌아왔을 때, 
새 신분증을 위해서 입체 사진을 찍은 것을요?
그 입체사진은 신분증용이 아니라, 
자동 공격 대상자용 데이터였습니다.
아즐라님이 단추하나만 누르시면,
천공도시 곳곳에 있는 기관총이 당신을 
겨냥하게 됩니다.
데스티노 (헛기침)그럼 그걸 가져가야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건가?
부관 이해가 빠르시군요.
데스티노 (E 멀어지며)좋아, 그럼 어디 공격해보라고 해!
E 우주정 올라타고, 출발, 달리는 소리.
데스티노 아즐라, 이 놈, 뭐? 내가 자동공격대상이라고?
나쁜 자식. 내가 그렇게 쉽게 당할 줄 아느냐?
E 기관총이 찌이익하고 돌아가는. 연이은 발사.
쾅하는 폭발음.
NA. 아즐라는 부관의 보고를 받자마자 단추를 눌렀습니다. 
데스티노는 기관총의 총구에서 발사되는 탄환들이 귓가를 
스치자, 그 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됩니다.
데스티노 (E 급하게 뛰어들어오며, 숨찬)
데스티노 데스티니, 아즐라님의 명령을 받고
송수신기를 접수하겠습니다.
아즐라 (비꼬는)그대와 직접 통신하게 돼서 기쁘기 
그지없군, 데스티노 사령관!
데스티노 (이를 갈며)저도 무지하게 기쁩니다.
제가 어디에 있나조차도 자동으로 알려드리게 
돼서요!!
아즐라 하하하하.
코드 미궁으로 빠져드는.
데스티노 (에코) 두고보자, 아즐라, 
오늘의 수모를 반드시 갚아주겠다.
군인 왜 그러십니까. 사령관님. 조종사를 불러드릴까요?
데스티노 아니야. 혼자 가겠다.
(에코) 이 느낌은 뭐지?
이건..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건데..
이게 뭐더라? 분명히 내가 아는 건데..
E 우주정 출발하는 소리

NA. 우주정이 하늘을 날아오르자, 데스티노의 눈에는 건물옥상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다드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사다드는 
하염없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향해 경배하고 있었죠.
그때서야 데스티노는 그 이상한 느낌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데스티노 이건 필라르야. 진짜 필라르의 느낌이었어..
그가 살아났나보군. 
이제 더 이상 반쪽이가 아니란 말이지,
그래..그렇다면..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한지화 (E 쫓아오며) 진희야, 어딜가는 거야?
박진희 난 떠나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태영이는 없으니까.
이 곳에 있어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지화 하지만 진희야! 
박진희 내 친구 태영이는 사하라로 떠났습니다.
울면서 내게 말했었죠. 정말로 가기 싫다고.
한지화 그렇다면 나도 같이 가겠어.
너 없이 지내는 거 이젠 견딜 수 없어.
M "YOU CALL IT LOVE" (KAROLINE CRUGER)- 지화의 사랑
필라르 (멀리서) 진희야, 지화야! 가지 마!!
E 우르르쾅쾅 천지가 진동하며 울리는.
필라르 (에코) 대지여, 울어라. 
울 수 없는 나를 대신하여 울어다오.
E 땅이 갈라지며 거대한 물기둥이 분수처럼 
솟구쳐 쏟아진다.
캐논 (환호성)물이다!!
모모 형아 물이야 물! 필형아가 물이 나오게 했어!
사람들 (환성과 기쁨) 와!!! 물이다!! 물!! 이건 기적이야!!
E 삐삐삑 요란한 기계의 음향.
NA. 그 때 아길라스는 필라르의 정신파를 잡아냅니다.
그것은 시그너스 대전쟁 이후 처음으로 등장한 진짜 필라르의 
정신파였죠. 그것도 역대 기록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강력한 
정신파였습니다.
아즐라 (E 무릎 꿇으며) 부르셨습니까, 아버님.
아길라스 넌 뭐하고 있었느냐!
아즐라 아버님이 필라르 따위에는 신경쓰지 말고,
오염지구 정화에나 힘쓰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아길라스 이 놈, 네가 나에게 감히 반항하는 거냐?
아즐라 전 더 이상 당신의 노예로 살진 않겠습니다.
저에게도 생각이 있습니다. 
아길라스 생각? 호, 그래,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아즐라 저에게 시그너스 전군의 군사권을 넘기시지요.
그리고 필라르 문제는 저에게 일임해주십시오.
아길라스 뭐? 네가 필라르를 맡겠다고?
넌 윤태영한테도 진 놈이다, 
니 주제에 필라르를 어떻게 대적하겠다는 거냐?
아즐라 정 그렇게 나오시면, 밀실에 있던 왕비에 대해서
폭로하겠습니다. 왕비가 저에게 있다는 사실쯤은
이미 알고 계시겠죠? 
코드 불길한 느낌.
박진희 그만하십시오. 아무리 설명해도 안됩니다.
내가 찾는 건 윤태영이지 필라르가 아닙니다.
한지화 너도 기억이 다 돌아오면 이해하게 될 거야.
박진희 기억은 거의 다 돌아왔습니다.
한지화 (조심스러운)그런데..왜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설마, 너.. 내가 했던 말 때문에, 
나를 부담스러워하는 거니?
그 말은 잊어도 돼, 진희야.
M "YOU CALL IT LOVE" (KAROLINE CRUGER)깔리면서
한지화 (에코)그래, 돌아오지 않는 운명의 상대보다 
항상 곁에 있어주는 너를 좋아했어.
그래서 좋아한다고 고백했지만 
넌 아무 말도 안 했었지.
그리고 몇 달이 지나서야 넌 얘기했어.
우린 친구일 뿐이라고.
그래도 내 고백만은 잊지 않길 바랬는데..
E 총 겨누는 소리.
노엘 뭐야, 저 사람, 군인이 아니잖아.

반군 저 사람 전에 캡슐타고 떨어져서 죽었던 사람인데..
어떻게 다시 살아났지? 노엘, 기억 안나?
필라르와 관계 있다는 그 사람이잖아.
E 총을 다시 겨누는.
한지화 왜, 왜 그러세요? 이 사람은 필라르가 아니에요.
루나 노엘, 뭐하는 짓이냐!
한지화 (놀라)루나레나.. 
NA. 필라르가 완전히 부활했다는 사실을 안 아즐라는 신경이 
바늘끝처럼 날카로와집니다. 사다드는 아즐라의 부름을 받고 
그의 앞에 서있는데... 아즐라의 필라르에 대한 증오가 사다드를 
향해 터지고 마는군요.
아즐라 (성난)닥쳐! 그 놈이 능력을 회복했다는 것은,
나하고 싸우자는 뜻이다!
사다드 만일 그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결심을 
바꾸셨다면 제가 이렇게 비통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즐라 시끄러! 그 놈이 약속을 어겼으니, 
이제 넌 볼모가 아니라, 내 노예일 뿐이다.
그 놈이 있는 곳을 대! 어디에 있느냐, 필라르는!
사다드 제가 말한다면 그곳에 군대를 보내실텐데,
제가 말을 할 것 같습니까, 
(E 아즐라의 목을 조르며 벽으로 밀치는)아즐라!
아즐라 (숨이 막혀) 커억..
사다드 당신이 약속을 어긴다면, 전 당신을 죽이고
필라르님께 가겠습니다.
아즐라 (겁에 질린) 나, 나를 죽이면 필라르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사다드 걱정마십시오. 고통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E 슉하고 광선나가는.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 박동 
커지다가 멈춘다.
아즐라 (죽어가며)루나- 이제야 네 곁으로 갈 수 있구나..
사다드 (에코)어째서 이 사람은 나를 원망하지 않는 거지?
왜 마지막 순간에 미소짓는 걸까..
M The dream of Icarus
NA. 결국 사다드는 아즐라를 죽이려고 하지만 아즐라의 마지막 
모습에 가슴이 아픕니다. 이대로 아즐라는 죽는 걸까요?
E 문열리고 급하게 걸어들어오는...
엑사토 (다급한)무슨 일이냐!
사다드 심장쇼크입니다. 어서 치료하셔야합니다.
부관 어서 의료실로 모시고, 전 의료진을 대기시켜라!
군인들 네! (E 뛰어가는)
엑사토 자네가 치료했나?
사다드 응급처치만 했습니다.
엑사토 만일 그렇다고 해도, 자네가 공격했을 가능성을
버릴 순 없다. 난 자네를 전쟁 때 본 적이 있어.
수사가 끝날 때까지 감옥에서 기다리도록 해라.
부관 이 놈을 끌고 가라. 태양 시해 용의자다!
군인들 네!
M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부분
"ADAGIO" 중( NEW TROLLS ) 깔리면서
엑사토 어떤가, 감옥에 갇힌 기분이!
난 너에게 직접 듣고 싶다. 네가 공격했나?
사다드 네.
엑사토 (E 발로 걷어차는) 뭐야? 그런데 왜 치료를 했나?
사다드 ...
엑사토 (E 발로 걷어차고) 왜 도망가지 않았지?
사다드 ...
엑사토 (E 칼을 뽑는 소리) 대답을 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네 놈의 심장을 꺼내 네 눈앞에 들이대겠다.
사다드 세상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레드문 SIGNAL 

NA. 사다드는 말이 없었지만, 그의 마음속 고뇌는 천둥소리보다 
더 요란합니다. 사다드는 왜 결정적인 순간에 아즐라를 구했던 
걸까요. 
그의 생명이 스러져갈 때, 또 다시 연민을 느낀 것일까요.
해묵은 증오의 씨도, 사랑과 화해의 열매를 키워낼 수 
있는 걸까요.



37

NA. 엑사토는 사다드의 굳게 감은 눈 아래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바라봅니다. 그것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결의와 견딜 수 없는 고뇌가 뒤엉킨 얼굴이었죠.

엑사토 좋다, 네가 대답하지 않겠다면 내가 알아내겠다.
그리고 이것만은 명심해둬라. 
아즐라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난 너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그 분을 치료해줬다고 해서 
네 죄를 감해주는 일은 없어. 알겠나?
사다드 (에코) 이제 나는 다신 필라르님께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다시는..
E 오토바이 몇십대와 트럭 소리
모모 이 물을 팔아서 맛있는 거 사먹어야지.
형아, 형아는 옷이 찢어졌으니까,
물 팔아서 옷 사입어라, 응?
필라르 난 괜찮아.
모모 (E 팔꿈치로 치며)에이, 부끄러워하긴.
어? 형아, 왜 그래?
M SCARBOROUGH FAIR ( SIMON & GARFUNKLE ) 잠깐 듣고
모모 형아, 내가 때린 게 아파서 그러는 거야?
왜 울어?
필라르 아니야. 눈에 작은 먼지가 들어가서 그래.
모모 그런다고 울어? 난 먼지 백개가 들어가도 안 울어.
필라르 가끔 그럴 때도 있는 거야. 
(에코) 멀리 있는 친구가 안녕을 생각할 때엔
그럴 수 있는 거야.
NA. 한 고비를 넘기고 의식을 회복한 아즐라는 엑사토만 남기고 
모두를 물립니다. 그리고 엑사토를 시켜 밍밍의 인공안구에 기록
되어 있는 기록들을 지우게 하죠. 지금 아즐라는 사다드가 
자신을 죽이려는 장면을 침대에 누워 태연히 보고 있습니다.
아즐라 저 표정은 마음에 안 드는군.
다음에 죽을 때는 저런 표정으로 죽진 말아야지.
엑사토 아즐라님. 남의 말하듯이 하는군요.
아즐라 미안해, 엑사토. 
난 언제나 죽음을 생각해왔기 때문에
내게 죽음은 오래된 친구와도 같아.
미안, 또 당신을 걱정시켰군. 얼굴 좀 풀어.
그렇다고 금방 죽어버리진 않을테니까.
E 쉬쉬쉭 영상이 빠르게 나타나는.
엑사토 이건 사다드가 당신을 치유하는 장면입니다.
아즐라 저 놈에게 저런 치유능력이 있는 줄은 몰랐어.
잠깐!
엑사토 네?
아즐라 (E 벌떡 일어나)잠깐! 데이타를 돌려봐! 
E 쉬쉬쉭 영상이 빠르게 나타나는.
아즐라 그래, 거기야! 저, 저건! 
루나야! 루나와 스트랄라야!
(E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윽..
엑사토 아즐라님, 진정하십시오.
아직 흥분하시면 안됩니다.
아즐라 지금 엑사토도 봤지? 루나를 죽인 건 스트랄라였어.
스트랄라가 자기 쌍둥이 자매를 찔렀던 거라구.
스트랄라를 불러!
코드 증오가 타오르는
아즐라 (소리 지르는)닥쳐, 스트랄라. 
스트랄라 루나레나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나라도 필라르가 쫓아왔으면 
천공도시에서 뛰어내렸을 거라구! 
루나는 널 피하려고, 차라리 죽음을 택한 거야!
아즐라 그래? 좋아, 그렇다면 너에게도 똑같은 죽음을 
선물하지. 널 필라르에게 보내주겠어.
루나레나로서 말야! 수술실로 데려가!
부관 네!
스트랄라 (E 몸싸움 하는) 이거 놔!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NA. 아즐라는 사다드를 데리고 어린 시절에 자주 가던 강가의 
갈대밭으로 향합니다. 아즐라는 밍밍의 인공안구를 통해 보았던 
사다드의 눈물을 잊을 수 없었죠. 죽어가는 자신을 살려내기 
위해 치료하면서 흘렸던 사다드의 눈물은 과연 
무슨 뜻이었을까요.
M "FREE AS A BIRD" (BEATLES) 아즐라의 테마.듣다가 
깔리면서
아즐라 이제 넌 내 꺼야.
네가 날 죽이지 못하고 살려내는 순간, 
나는 확인했어.
넌 내 곁을 떠나지 못할 거야, 그렇지?
사다드 ...
아즐라 왜 말이 없지?
사다드 필라르님이 외로우실 겁니다.
아즐라 누가, 누가 외롭다는 거야?
그 놈은 그렇게 많이 갖고 많이 누려왔는데,
도대체 뭐가 외롭다는 거야?
사다드 그 분이 뭘 갖고 뭘 누렸다는 겁니까.
빠른 성장기도 못 지낸 채 부모님을 잃고
고향에서 쫓겨나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라는 낯선 행성에서 
자신의 육체마저 죽여야했습니다.
그리고 고향에 돌아와보니, 
이젠 동생이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고,
그런데, 그 분이 뭘 가졌단 말입니까?
게다가 저까지 그 분을 배신했습니다.
아즐라 배신? 후후후... 이렇게 눈물까지 흘리는 네가?
(분한)하지만 사다드, 난 널 보내지 않을 거다.
네가 망가뜨린 내 심장이 완전히 멈추기 전까지는.
NA. 루나레나는 필라르가 다시 살아났다는 한지화의 말을 
듣고서도.... 싸늘하게 돌아서고 맙니다.
한지화 왜 그러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해줄까?
그는 다시 살아났어. 네 약혼자라는 필라르는
지금 다시 살아나서, 널 애타게 찾고 있어!
루나 그만 둬. 필라르는 지구에서, 
차디찬 얼음에 갇혀 죽었어. 내 눈으로 직접 봤어. 
필라르는 죽은 거야.
(E 멀어져가며)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한지화 어? 언제 깼어?
박진희 응, 아까. 지화야, 너 필라르한테 돌아가지 않을래?
왠지 그 녀석한테는 네가 꼭 필요할 것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참다가 힘들게 말하는)
그 애가 너의 운명의 상대잖아.
한지화 (당황하는) 아니야. 아냐, 진희야, 나는 가지 않아.
M SCARBOROUGH FAIR ( SIMON & GARFUNKLE ) 깔리면서
박진희 (에코) 날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그녀는 
내 친구의 운명의 상대였다. 
내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던 내 자신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 친구를 배반할 수 없었다.
한지화 진희야, 난 너와 함께 있을 거야.
NA. 필라르와 캐논 일행은 시장에 도착했습니다.
필라르가 일으킨 기적으로, 일행은 트럭 가득히 물통을 실어올 
수 있었고, 그 물로 필요한 것들을 바꿀 수 있었죠.
E 시장의 시끌벅적한 소음
캐논 이봐 필? 그 옷, 모모가 골라준 거야?
필라르 응. 물을 5통이나 줬어.
캐논 모모가 네 마누라냐? 아님 마누라 삼을 작정이냐.
필라르 무슨 소리야.
캐논 그런게 아니라면 모모한테 잘해주지 마.
괜히 헛된 꿈만 꾸게 하지 말고.
카샴 이봐, 캐논, 
모모는 아직 어린 애인데 너무 민감한 거 아닌가.
캐논 어린애라뇨. 제대로 자랐으면 
저 놈만큼 됐을 거라구요.
필라르 캐논 모모가..그럼..
캐논 그래! 모모는 성장이 멈췄어.
무슨 일인지 빠른 성장기가 오지 않아.
그러니까 그 앤 너만큼 살았고, 알 건 다 안다구.
데리고 살거 아니면, 괜히 기대감 같은 거 
주지 말란 말야!
NA. 모모 때문에 마음이 아픈 캐논은 시장의 정보통인 사촌 
죠팡과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 거래란 것은, 물통을 넘기고 
그만큼 반군에 관한 정보를 얻는 거죠.
죠팡 (속삭이듯) 쉿, 여전사가 비행정 탈취를 시작했어.
필라르 어디 비행정을 탈취했는지, 
혹시 반군의 경로 같은 건 모르십니까?
죠팡 (크게) 물 한 통!
E 물통 탁자 위로 올려놓는 소리
필라르 말씀해주시죠.
죠팡 (다시 숨 죽이고)
우선 개인 비행정 3대를 탈취했는데,
곧 용군의 전투정을 탈취할 거라는군.
습격 예상장소는 용군 제 23부대야.
필라르 (에코) 막아야해. 이렇게 되면 전쟁으로 번질 거야.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M "풍선껌" (어어부 밴드, 반칙왕) - 모모의 테마
모모 (E 달려가다가 군인과 부딪히는) 악!
조종사1 뭐야? 땅콩 같은 게. 너, 눈 똑바로 뜨고 못 다녀!
(E 따귀 붙이는)
모모 아야! 엉엉엉!!
필라르 (E 달려오며) 어린애한테 무슨 짓입니까?
조종사1 뭐야ㅡ 이 자식은?
필라르 아니, 너는 지도를 줬던..그 조종사!
조종사1 (귀신을 본 듯 놀라)엇? 넌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지금쯤.. 넌..터졌어야..아니야..난 이만 갈게.
필라르 뭐라고, 네 번째로 지도를 켜면 터지게 되어있다고?
잘도 속였군, 이 놈. 
모모 (풀 죽어) 내 뱃속에 들어간 게 폭탄이었어?
힘만 주면 지도가 꺼졌다가 켜질 텐데,
그럼 응아하다가 난 죽겠구나.
필라르 모모, 내가 고쳐줄게 걱정하지 마.
모모 싫어. 그냥 가버려! (E 버둥거리며)
(악 쓰는)날 죽게 내버려두란 말야!
필라르 알았어. 그냥 갈게. 넌 몸만 자라지 않은 게 아니라
마음도 자라지 않았어. (E 멀어지는)네가 알아서 해!
모모 야, 이 놈아! 그렇다고 그냥 가면 어떡해!!
나더러 죽으란 거야!!
(울면서) 난 아까 무서워서 그런건데..
그렇다고 형아가 가버리면 난 그냥 죽는 거잖아.
필라르 (다시 되돌아와)
울지 마, 모모. 아무도 널 죽게 내버려두진 않아.
NA. 필라르가 카샴 박사와 함께 모모의 뱃속에 들어간 홀로그램 
지도를 제거하고 있을 때, 아즐라의 전투정 수십 대는 어디론가 
출동하고 있습니다.
데스티노 (버럭버럭 소리지르는)대위, 내 말 못 들었나!
상부의 허락도 없이 전투정들이 왜 갑자기 
출동한 거냐고 묻지 않았냐!
대위 그, 그건 필라르의 친구로 추정되는 자가 나타나서..
이 경우엔 무조건 출동으로 입력되어 있습니다.
데스티노 그게 누구냐! 인식넘버가 뭐야?
대위 인식넘버 2번입니다.
데스티노 움마! 넘버 2 데이터를 찾아!
움마 넵!
E 지잉하고 홀로그램이 만들어지는 소리.
데스티노 이런..움마, 내 비행정을 대기시켜.
움마 어디 가시려구요?
곧 작전회의가 있는데요..
데스티노 작전회의는 네가 대신 가라.
지금 이 데스티노님은 급한 볼일이 있으시다.
움마 야호! 작전회의에 간다!! 야호!!
데스티노 (에코) 두고봐라, 아즐라. 
난 내가 배신을 할 지언정, 
누구에게 배신을 당해본 적은 없는 놈이야.
E 새까맣게 하늘을 덮은 전투정들이 날아와 폭격을 
퍼붓는다. 총을 쏘는 소리. 전투정 한 대 폭발.
남자1 필은 왜 안와?
캐논 걘 모모 고치고 있어.
남자1 거참, 필요할 땐 안 오네.
캐논 이봐, 저 정도는 우리가 항상 상대하던 거라구.
E 전투정 몇 대가 차례로 폭발
캐논 (반가운) 필이다!
필라르 그만 둬! 너희들을 해치고 싶지 않아.
여기로 내려와서 항복하면, 
너희들을 살려서 보내주겠어.
E 기관총 사격 소리./ 총알 튀어나가는 소리
필라르 이게 무슨 짓이야? 
(에코) 나는 그 때 전투정 조종사의 마음을 읽었다.
아즐라가 나에 대해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무조건 사살이라고.
E 전투정 수십대가 폭발한다. 무서운 바람소리.
캐논 그만 해! 필! 그러다가 우리까지 날아가겠어!!
필라르 (에코) 아즐라, 네가 약속을 어기고 날 공격한다면
나 또한 약속을 지킬 마음은 없다.
이제 우린 싸울 수밖에 없어.

레드문 SIGNAL

NA. 그 때 붉은 태양 아래로 천공 도시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루처럼 부숴진 전투정들과 그 속에서 죽어간 수많은 
조종사들의 서러운 비명이, 분노로 굳어버린 필라르의 눈동자 속
에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름 한 조각이 흘러갔습니다.



38

NA. 대전쟁에서 패한 후, 어린 필라르와 그 일행이 탄 우주선은 
아길라스 우주군의 추격에 쫓기면서 우주 공간을 헤메고 있었습
니다. 필라르가 이 거대한 우주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곳은, 
빛도 닿을 것 같지 않을 만큼 머나먼, 우주의 대양을 건너 
반대편에 있는 은하수, 그 은하수에서도 한 귀퉁이에 있는 
보잘 것 없는 태양계, 그리고 그 태양계에 속해있는 작은 별, 
바로 지구였습니다.
E 우주선내의 계기판 소리
어린필라르 푸르구나. 저것이 우리 어머니별이야.
사다드 지구가 어머니별입니까?
어린필 응. 우리 선조는 아주 오래 전에 
지구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라고 했어.
살고 있던 대륙이 가라앉아서, 우주선을 타고
떠나온 거래.
그들은 모두 나처럼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
검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고 들었어.
E 거리 소음. 자동차 소리. 아이들 웃음소리.
휙 바람 부는 소리.
어린필 사다드. 만일, 내가 죽으면 슬퍼할거야?
사다드 저도 죽겠습니다.
어린필 너 때문에 죽을 수도 없겠군.
E 파도 소리
어린필 나 모든 걸 잊고 다시 시작할거야.
날 배신하고 날 죽이려하던 사람들과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공포와, 
나를 팔아버린 어머니까지..
레이나 (에코) 미안해요, 필라르. 그대를 팔아 넘긴 
엄마를 용서해줘요. 
필라르, 필라르는 강하잖아요. 
하지만 아즐라는 너무 약한 내 아기..
아즐라에겐 엄마가 필요할 거예요.
어린필 사다드, 시그너스에서 있었던 일 중에, 
내가 기억할만한 것이 과연 있을까..
모두 나를 상처 주고 해치려고 했어.
아니 하나 있군...
그래, 사다드, 넌 그렇지 않았어. 
너만은 잊지 않을게.
코드 신비로운..
필라르 꿈을 꾸었다. 오래된 기억이 꿈으로 나타나다니..
NA. 필라르가 깨어난 순간, 사다드도 똑같은 꿈에서 깨어납니다. 
물론 필라르와 멀리 떨어진 아즐라의 궁에서...
사다드 이건, 필라르님의 꿈이야.
필라르님의 꿈이 내게 공명되어 온 거야.
그런데 난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NA. 한편 아즐라는 시그너스 전군의 사령관들을 불러모아 
작전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리에 앉아있는 용군 사령관 
데스티노는 어딘가 얼굴표정이 안 좋아 보이기도 하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기도 하고, 하여튼 이번에도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나봅니다.
아즐라 전군 사령관에 엑사토 총독을 임명합니다. 
다들 불만 없으시겠죠?
장군 불만 없습니다.
장군들 (E 탁자를 두드리며 찬성하는 소리)
아즐라 좋소. 지금은 외부로 통하는 모든 회로와 
통신망을 꺼놓았소. 이 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지.
여기 있는 우리 외엔 말이오.
그런 뜻에서 먼저 처리할 일이 있소.
(소리쳐) 왕의 근위대장을 체포하라!
군인들 네!
근위대장 (E 반항하며) 무슨 짓입니까?
아즐라 무슨 짓이긴, 반란을 일으키는 거지.
너에게 먼저 묻겠다. 나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아길라스왕을 따를 것인가? 
솔직히 대답하면 살려주겠다.
근위대장 전 왕의 근위대장입니다. 왕을 배반할 순 없습니다.
아즐라 대답이 마음에 든다.(E 총소리)
근위대장 으악!
아즐라 솔직해서 좋았어.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나를 따르겠다고 했을 것이다. 
그래놓고 나중에 배신하겠지. 
(비꼬는) 데스티노,왜 그런 표정이 되는가, 
마치 자기 험담을 듣는 듯한 표정이군. 
뭐 걸리는 거라도 있나?
데스티노 아뇨, 화장실이 급해서.(E 변신할 때 나는 퐁소리)
움마 아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왔지.
아즐라 (이를 가는)데스티노, 이놈, 어딨어!!
NA. 과연, 데스티노군요.
그렇다면 작전회의에서 데스티노의 역할을 하고 있던 건 변신의 
명수, 움마구요... 움마는 생각에 잠긴 척하면서, 데스티노로 
위장한 채 입을 다물고 있다가, 자신의 목숨이 위급해지자, 
임무는 나 몰라라하고 정체를 드러내면서 사라지는군요. 
역시, 데스티노의 부하들도 데스티노를 쏙 빼 닮았습니다.
E 모니터 치칙거리는 소리. 여러 가지 통신기계음.
데스티노 (잘난척하며)전 용군 장교들에게 고한다.
태양의 수호기사 운명을 타고 태어난, 
나 용군사령관 데스티노 데스티니는 
지금 이 순간 왕과 아즐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시그너스를 구한다고 반란을 일으켰던 
아즐라와 아길라스가 
그 동안 우리에게 남겨준 것은 
오염된 땅과 굶주림, 그리고 휴가삭제다.
난 휴가 없인 못살아!
하여간, 그런 꼴은 더 이상 못 보기 때문에, 
전체 시그너스인들의 미래를 위해 
아길라스에게 반란의 깃발을 들기로 했다.
불만 있나?
장교들 (용맹스런) 불만 없습니다!
데스티노 자, 시그너스를 위하여!!
장교들 건배!
데스티노 (헛기침하는) 이봐, 지금은 회의 중이다. 다시 하자.
시그너스를 위하여!!
장교들 위하여!

NA. 아즐라는 용군의 반란소식을 접하고, 다시 한번 심장발작을 
일으켜 쓰러지고 맙니다. 전군 사령관 엑사토는 수심에 잠겨 
아즐라의 침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엑사토 (에코)용군이 반기를 든 마당에 계속 이렇게 건강이 
안 좋으시다면..
사다드 (에코) 방법은 하나입니다.
엑사토 (에코) 뭐냐 ? 너 ...사다드? 
사다드 (에코) 죄송합니다.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신능력을 사용했습니다.
아즐라님을 고칠 분은, 완전한 치료능력을 가진 
필라르님밖에 없습니다.
엑사토 (에코) 네 놈이 지금 아즐라의 목숨을 필라르에게 
팔아넘기려는 속셈이냐?
사다드 (에코)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 동생을 죽이는 형은 없습니다.
엑사토 (에코)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지?
코드 유리 깨지는 .
NA. 한편 필라르는 시장에서 부상을 당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는 어딜 가나 허준이었죠. 
E 시장의 소음, 
사람들 (수근거리는)
남자1 (멀리서)저 사람이 지금 서른 명이나 고쳤다잖소.
남자2 (멀리서)놀라워. 도대체 정체가 뭘까?
E 치료광선이 뿜어져나가는 소리.
데스티노 '치료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입니다.'
라고 사다드가 말했었죠?
그 말을 다시 기억하시라고 제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데스티노 데스티니,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필라르 (반가운)데스티노! 여긴 왠일이야?
데스티노 (아부 톤) 왠일이긴요, 저는 태양의 수호기사,
태양이 여기 계시니...
당연히 올 곳에 온 것뿐입니다.
캐논 (멀리서) 필! 그 검은 놈은 누구야?
데스티노 저 자식이! 너 지금 나더러 놈이라고 했냐?
이래뵈도 난 용군사령관님이시다.
죠팡 (적의를 드러내며)뭐? 용군 사령관! 
용군 사령관이 여긴 왜 왔어?
죽은 시체 둘러보고 감상하려고 왔어?
남자1 (다가오며)용군 사령관, 저 놈 죽여야해!
남자2 (다가오며)맞아, 내 동생도 이번 폭격에 죽었어.
데스티노 (속삭이는) 아이구, 필라르님, 저 좀 살려주시죠.
사람들 (웅성거리며 점점 다가오는)
E 기관단총을 장착하는 소리
남자1 의사 양반! 비켜! 우린 저 놈을 죽여야해!
필라르 이 사람은 총으로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난 친구를 내줄 순 없어.
남자1 친구면 같이 죽어!(E 기관총 난사하는)
E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NA. 역시 데스티노는 총으로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하늘 높이 둥실 떠올랐으니까요. 그런데 데스티노는 무언가
를 잊은 듯하군요. 그건 중요한 건데..
데스티노 (에코)이쿠, 필라르님을 또 안 챙겼네. 
나 정말 태양의 수호기사가 맞는 걸까?
나도 내가 의심스럽다니까..
그런데 도대체 어디 가신거지?
M SCARBOROUGH FAIR ( SIMON & GARFUNKLE ) 재회
필라르 사다드!
사다드 왜 이렇게 가벼워지셨습니까? 필라르님.
필라르 알아, 사다드, 네가 왜 왔는지 알고 있어.
어서 가자, 사다드.
E 슉하고 공간이동하는 소리.
아즐라 (두려움에 쌓인) 너,너는 왜 여기 온 거야?
저, 저리 가! 저 놈을 쫓아버려, 엑사토!
(에코) 아버님이 이 사실을 아시면 난..난..
필라르 (에코)아길라스는 아즐라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아즐라 (심장 발작 일어나 숨 넘어가며) 으악! 
피, 필라르가 날 죽이려고 왔어. 엑사토..
(에코) 아냐, 필라르, 날 살려줘. 
아길라스가 날 죽일 거야.
필라르 그 놈은 내가 없애줄게. 두려워하지 마.
이젠 내가 있잖아.
아즐라 (울면서)..필라르..널 믿어도 되는 거지?
날 살려줘. 필라르..난 아길라스가 무서워..
NA. 아즐라의 병약한 팔이 안은 것, 그것은 서로에게 처음으로 
안겨보는 형제의 가슴이었죠. 아즐라는 필라르의 품에서 안정을 
찾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은 채 필라르의 치료를 
받게 됩니다. 
필라르는 자신에게 매달려서 처음으로 울던 동생을 위해, 자신이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인, 수혈을 합니다.
E 신비스러운, 치료광선 나가는.
필라르 이제 아즐라에게는 자체 치유력이 생길 겁니다.
(E 쓰러지는)
사다드 (E 안으며)필라르님. 
엑사토 어서 가라, 사다드. 뒷일은 내가 처리하겠다.
아길라스가 필라르의 정신파를 잡고 
이미 눈치챘을 거야. 어서 서둘러!
E 슉하고 공간이동하는 소리.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 
NA. 아즐라의 궁에서 돌아온 후, 필라르는 사다드의 품에 안겨 
며칠 동안을 잠만 잡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자, 필라르는 
사다드를 오랜만에 만난 기쁨 탓인지, 어린아이처럼 변하고 
말죠. 수영을 안하겠다는 사다드를 끌고 강물에 들어가더니, 
아예 나올 생각을 않습니다.
E 첨벙거리는 물소리. 모닥불에 생선 굽는 소리
카샴 생선 식습니다. 이제 그만 나오세요!!
필라르 (멀리서, E 물 첨벙거리는) 먼저 먹어! 
카샴 저희가 어떻게 감히 먼저 먹겠습니까?
데스티노 흥, 잘됐다. 먼저 먹어야지...
카샴 (놀라는) 데스티노! 어찌된 일인가, 그 몰골이..
데스티노 (에코) 필라르님을 쫓아가려다가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고, 말 못해.
(보통톤) 헤헴. 중요한 임무가 있어서요.
카샴박사, 생선 좀 드시죠. 기형이긴 하지만,
맛은 아주 좋습니다.
필라르 (E 물에서 나오며) 데스티노, 벌써 다 먹은 거야?
데스티노 (아부 톤)앗, 필라르님. 죄송합니다. 
제가 다시 굽죠.
E 지글지글 생선 굽는 소리
카샴 (궁시렁궁시렁)데스티노가 다 먹지 않았으면, 
지금쯤 이미 배가 불러있을텐데요..
필라르 아직 고기가 많으니 괜찮아.
그런데 오염 때문에 고기들이 다 기형이군.
사다드 생명의 호수를 찾아볼까요?
데스티노 모르는 소리! 그 곳은 최악의 오염지구인데다가
이미 매몰되어 버렸어!
사다드 가본다고 손해는 없을 것 같은데요.
매몰됐다면 우리가 함께 퍼올리면 됩니다.
필라르 맞아,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데스티노 (에코) 저 사다드 녀석, 정말 저 녀석은
날 방해하는 운명을 타고 태어난 게 틀림없어.
E 휙하고 불어가는 기분 나쁜 바람.
한지화 (에코) 태영아, 조심해. 동생이 널 죽일 거야.
필라르 뭐? 잘 안 들려. 지화야, 다시 말해봐!
한지화 (에코) 아즐라가 널 공격해. 
사다드 무슨 일입니까?
필라르 사다드, 아무래도 내가 아즐라를 데려왔어야 했나봐.
아즐라를 아길라스의 손아귀에 그대로 놓아둔 게,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아즐라 (잠에서 깨어나며) 필..필라르야?
근위대1 (E 입 막으며) 용서하십시오. 
잠시 잠들어주셔야겠습니다.
아즐라 (말하려하나 소리가 새오나오지 않는)
음 ..음.. 음...

레드문 SIGNAL 
NA. 길을 떠나려는 아즐라에게 빛이 다가와 이렇게 말을 건넸죠. 
'만일 고통스런 형벌을 피하고 싶다면 차라리 지금 죽음을 택해
라. 아즐라, 너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 길은 죽음보다 험하고 멀
다.'
아즐라가 택한 것은, 월계수관이 아닌, 가시관이었습니다.



39

NA. 거대한 기계안. 빛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 곳에선, 기계에서 
뻗어 나온 촉수들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탐욕스럽게 꿈틀대고 
있습니다. 
E 기계들의 기분나쁜 끼기긱- 긁히면서 작동하는 소리
아길라스 눈을 떠라, 아즐라.
어떠냐, 오랜만에 강화시스템에 들어온 기분이..
아즐라 푸..풀어줘.
아길라스 넌 어릴 때부터 이 시스템을 싫어했지.
하지만 명심해라. 강화 시스템이 없었다면,
네가 할 수 있는 정신능력이란 
꽃병 하나 깨는 것 정도였을 것이다.
넌 필라르와 비교도 안되는 약골이거든. 
아즐라 (E 지이익-고압전기가 흐르는) 아아아악!
아길라스 그 동안 전기 충격 맛이 그립지는 않았느냐?
아즐라, 필라르가 왜 왔었느냐! 
힘을 합쳐서 나를 치자고 하더냐?
아즐라 (턱을 덜덜 떨며) 아...날..내버려둬..제발..
(E 고압전기 흐르는) 으아아아악!
아길라스 아즐라, 말 해. 필라르가 왜 왔느냐!
아즐라 그래, 그가 널 죽여주겠다고 했어.
넌 내 아버지라면서 날 이렇게 괴롭히지만,
필라르는 그렇지 않았어. 
난 처음으로 가족의 따뜻함을 느꼈어. 
필라르는 내 형이야!
(E 고압전기 충격) 으아아악!
아길라스 (악마적인 톤)들어라, 아즐라. 
너에게는 형이 없다.
넌 나 아길라스의 하나뿐인 아들이다.
너의 적은 필라르, 
필라르는 네 어머니를 죽인 원수이며, 
너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너의 마음을 채울 것은 아버지인 나에 대한
복종의 맹세와 필라르에 대한 불같은 증오밖에 없다!
E 거대한 기계가 끼이익- 하고 돌아가는 소리. 
M "SUNDAY MORNING" (VELVET UNDERGROUND & NICO) 
아길라스 아즐라, 네가 죽여야할 상대는 누구냐!
아즐라 필라르. (깨어나며, 분노에 찬)
그는 내 어머니를 죽이고 내 모든 것을 빼앗은
나의 적입니다.
NA. 엑사토는 아즐라의 행방을 수소문하다가, 아길라스의 
납치극을 눈치채게 됩니다. 아길라스를 찾아온 엑사토의 
목소리는 아길라스에 대한 분노로 떨리고 있죠.
엑사토 당신 성의 병사가 나를 사칭하고 아즐라를 데려갔소.
아즐라를 어디에 감췄소?
아길라스 전군사령관이 됐다고 뵈는 게 없나?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큰 소리를 치는 거냐!
엑사토 난 아즐라님을 찾는 것뿐이오.
어서 말하시오, 아즐라님은 어디 있소!
아길라스 죽고 싶나, 이놈!
엑사토 (E 쾅하고 벽을 치며)죽일 수 있으면 죽여보시지!
모습을 드러낼 용기도 없으면서 날 죽일 용기는
있는가보군요, 형님.
아길라스 널 동생이라고 믿고 
아즐라 곁에 둔 것이 내 실수였어.
지금 아즐라는 정신강화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다.
매주 1번씩 10번을 하면 이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지.
그때는 아무리 너라도 어쩔 수 없을 걸....
하하하하하..
코드 무시무시하고 악마적인 느낌
컴퓨터 (E 기계음) 능력강화 시스템 AZ 프로그램 
제 1차 적용. 
기억 주입 및 성격 개조 부분 진행 개시.
E 묵직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NA. 정신강화프로그램을 진행중인 아즐라의 머리 속에서는 
점차적으로 필라르에 대한 다정한 추억들이 사라져갑니다. 
그리고 그 자리엔 그에 대한 증오심과 거짓기억들이 
새겨지고 있었죠.
M 대금 연주 깔리면서...
필라르 어머님..여전하시군요.
레이나 (반가운) 필라르!
(울음을 터뜨리며)필라르!살아있었구나. 필라르.
이 어미를 용서해줄 수 있니? 필라르.
필라르 어머니.
레이나 필라르, 얼굴을 돌려봐요, 
얼마나 자랐나 좀 보고 싶어요.
필라르 어머니.
레이나 다, 당신은 누구죠? 필라르는 어디에 간 거죠?
당신은 필라르와 닮았지만, 필라르가 아니야.
이마에 점도 없고, 그와 달라요.
필라르 필라르는 죽었습니다. 어머니의 별 지구에서..
저는 지구인 윤태영일 뿐입니다.
NA. 필라르를 오열을 삼키며 왕비를 떠납니다.
어머니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려야했던 고통을 잠시라고 
잊기 위해, 필라르는 캐논 일행에게 서둘러 돌아갑니다.
E 비행정이 비행하는 소리
필라르 모모, 비행정은 처음 타보는 거지?
모모 (덜덜덜 떨면서)응. 하지만 하나도 안 무서워.
필라르 하하, 그럼 모모가 이런 걸 무서워하겠어?
E 통신기계 소리
조종사 사령관님, 미확인 통신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데스티노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린 정부쪽과는 통신을 다 끊었잖아. 열어봐.
조종사 네, 통신을 열겠습니다.
E 지지직거리면서 영상이 나타나는..
아즐라 (E 모니터 안의 소리)
모든 시그너스 용군들은 들어라.
필라르 저건 아즐라?
아즐라 (E 모니터에 나타나서) 나 아즐라는 반란을 일으킨 
용군을 접수하기 위해 지금부터 전면전에 들어간다.
잠시후 이 통신이 끝나는대로, 
모든 운영체계가 바뀌고 
내가 직접 용군을 통치하게 된다.
어떤가, 데스티노. 모든 시스템과 통신망을 
빼앗기고도 나를 대적할 수 있겠는가? 하하하.
용군의 장교 및 사병들은 들어라.
지금 당장 투항하지 않으면 
자동 조작된 용군의 전투정들에 의해 
너희들은 공중의 먼지처럼 부숴질 것이다.
잘 들어라. 
다음 사람들을 체포 혹은 사살한 자에게는
2계급 특진과 부상이 주어진다. 
먼저, 지구인 윤태영. 이 자는 시그너스를 
정복하려는 목적을 가진 자로, 
뛰어난 정신능력을 가지고 있다. 
보는 즉시 사살하라.
두 번째, 성명 불명의 지구인.
이 자는 필라르로 오인될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 반란 노예, 사다드. 이 자는 필라르를 도와 
시그너스 정복 기도에 일조하고 있다.
네 번째, 전 용군 사령관 데스티노 데스티니!
이 자는 지구 사령관 재직시절, 윤태영에게 포섭되어
시그너스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필라르 (얼이 나간)믿을 수 없어.
사다드 필라르님.
아즐라 (E 모니터 안의 소리) 데스티노, 
내 말이 믿기지 않겠지?
그럼 조종사에게 지금 즉시 확인해보도록 해라.
데스티노 저 나쁜 자식. 망나니 같은 아즐라.
E 비행정 엔진에서 이상한 소음이..
조종사 (급박한) 사령관님, 조종이 안됩니다.
아즐라 (E 모니터 안 )현재 운항중인 용군 전투정은 모두
자동 폭파 장치가 가동되고 있다.
제군들, 천국이 어떤지 미리 가서 전해주게.
하하하..
E 모니터 팍하고 꺼지는
필라르 어서 피해. 진짜로 폭발할거야. 
E 슉하고 공간이동하는
전투정이 추락하는.
필라르 (외치는) 모모! 모모가 피하지 못했어.

NA. 사다드는 하늘로 올라가 모모가 남아있는 전투정에 
다가갑니다. 그 순간 하늘은, 연이은 용군 전투정들의 폭발로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거대한 피의 불꽃놀이였죠.
그날 시그너스 상공에서 폭발한 용군 전투정은 총 3,760여대.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용군은 6천여명이었습니다. 
E 전기를 일으켜 심장 마사지하는 소리
데스티노 눈을 뜨란 말야. 이 자식아.(거의 울면서)
너 같은 놈 살리자고 내가 능력까지 써서
전기충격까지 주고 있잖아.
죽더라도 내 눈은 내놓고 죽어야할 거 아냐!
사다드 (신음하는)
필라르 (E 뛰어오며) 사다드.
데스티노 이제 됐다. 필라르님이 살릴 거야.
아야야.. 손 아파.
인공호흡까지 하게 될까봐 조마조마했네.
필라르 (에코) 믿을 수가 없어. 사다드가 이렇게 심하게 
다쳤다니..
아까 그 사람이 정말 아즐라가 맞는 걸까. 
내 품에 안겨 울던 귀여운 아즐라는 어디로 간 걸까.
M "FREE AS A BIRD" (BEATLES) 아즐라의 테마.
아즐라 (화내는)지상군을 각 용군 기지 앞으로 옮기고
우주군을 동원해서라도 반군들은 모두 사살해.
엑사토 무조건 살상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거세게 항의하는)백성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자는 
통치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걸 모르십니까.
아즐라님?
아즐라 닥쳐!!(E 유리잔을 손으로 파샥하고 부수는 소리)
엑사토 손을 이리 주십시오. 피가 흐릅니다.
아즐라 정신능력이 상승되고 난 후엔 힘 조절이 잘 안돼.
어! 이것 봐, 저절로 낫고 있어.
엑사토, 이거 보이지? 
정말 놀라운 정신강화프로그램이야. 
자체 치유력까지 생기다니. 
엑사토 아즐라님, 자체 치유력이 생긴건..
프로그램 때문이 아닙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뭐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까.
아즐라 무, 무슨 소리야...
엑사토 프로그램은 오히려 아즐라님의 기억을 
지우고 있습니다. 생각나는 것이 없으십니까.
필라르 (에코)그 놈은 내가 없애줄게. 두려워하지 마.
이젠 내가 있잖아.
엑사토 아즐라님,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거부하지 말고 기억하십시오.
아즐라 나가 있어, 엑사토.
(발작적으로) 아악! 머리가, 머리..
(화내는)나가 있으라고 했잖아!
M "FREE AS A BIRD" (BEATLES) . 깔리면서
NA. 아즐라가 지워진 기억의 잔해 속에서 필라르의 기억들을 
되살릴 때면, 아즐라의 마음은 따뜻한 물에 온 몸을 담근 
어린아이처럼 편안해집니다. 하지만 아길라스가 그대로 
넘어갈 리 없죠. 하지만 아길라스는 아즐라가 감상적인 기분에 
쌓일 때마다 아즐라의 뇌속에 심어진 칩에 전기충격을 보냅니다. 
박진희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자 분노에 사로잡힌 아즐라는 
직접 비행정을 타고 현장까지 갑니다.
E 폭발음. 건물 무너져내리는 소리
아즐라 저 놈은 분명 지구인인데, 
저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니.
엑사토 (다가오며)아즐라님, 친히 이런 곳까지 
왠일이십니까.
아즐라 그러는 엑사토는.. 전군사령관이 그렇게 한가했나.
여기까지 쫓아오고..
엑사토 아즐라님. 이런 일은 군인에게 맡기시고,
어서 궁으로 돌아가십시오. 위험합니다.
아즐라 (신경질적으로) 상관하지 마.
(에코) 머리가 터질 것 같다..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아.
이 참을 수 없는 증오를 끝내려면....
누군가를 죽여야만 해.
엑사토 아즐라님.
아즐라 (E 능력으로 사람을 터뜨리는) 죽어! 모두 죽어!
군인1,2 (차례로 비명) 으악!
아즐라 (숨 헐떡이며) 하아..하아..
무서워.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내 얼굴에 핏덩이가 이렇게 튀었지?
이 살점들은 누구의 것이지?
도와줘, 엑사토. 날 지옥에서 구해줘.
엑사토 아즐라님!

레드문 SIGNAL
NA. 강화 프로그램의 후유증은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아즐라는 필라르를 생각할 때면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혔
고, 그 증오심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처참하게 
해치게 되었죠. 이제 아즐라는 자체 치유력까지 가진, 이성을 
잃은 괴물로 변해가고, 시그너스가 흘리는 피는 강이 되어 
흐릅니다. 태양은 어느 쪽에서 떠오르는 걸까요. 



40

NA. 전설의 태양은 누구이고, 가짜 태양인 레드문은 누구일까,
엑사토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봅니다.
필라르의 수혈로 자체 치유력을 갖게 된 현재의 태양 아즐라, 
하지만 아즐라는 아길라스의 정신능력강화 프로그램에 의해서
필라르에 대한 생각만 떠올려도 마치 악귀처럼 사람을 해치는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한때 아즐라가 전설의 태양이라고 믿고 시그너스의 반란을 
일으켰던 엑사토는 이제 이성을 잃어가는 아즐라를 보면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깨닫게 되죠. 여전히 아즐라를 
사랑하는 엑사토에게 남은 희망은 필라르가 다시 돌아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설의 태양이 필라르라면, 그는 아길라스의 
마수에서 그가 사랑하는 아즐라를 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엑사토 (에코) 필라르, 왜 그대는 다시 오지 않는가.
그대의 동생을 구하기 위해, 
왜 이 곳에 오지 않는가.
아길라스에게 농락 당해 영혼이 망가져가는 아즐라가 
그대는 불쌍하지도 않단 말인가.
M SCARBOROUGH FAIR ( SIMON & GARFUNKLE ) 깔리면서
한지화 어떤 사람이 필라르를 부르고 있어. 
우리, 돌아가야 돼.
박진희 난 가지 않아.
한지화 태영이와 필라르는 같은 사람이라고 얘기했잖아.
박진희 나한텐 아니야.
태영이는 사라졌어, 
그 녀석이 연주하던 밤과 꿈이 
서울 어느 하늘 아래서 사라져버린 것처럼,
태영이도 그렇게 사라진 거야.
태영이가 사하라에서 사라지고 난 후, 어디선가
밤과 꿈의 멜로디가 들려올 때마다 
우린 그리움에 숨이 막힐 것 같아서 
함께 달려갔던 거 생각나지?
하지만 그건 언제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였지.
지금의 그 녀석도 그래.
태영이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그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연주와 같은 거야.
한지화 넌 그럼, 필라르는 죽어도 좋다는 거야?
박진희 그게 무슨 말이야?
한지화 지금 가지 않으면 넌 죽어버린 그의 모습만 
보게 될거야.
박진희 (충격을 받은) 정말..죽는단..말이야?
NA. 한편 전투정의 공격으로부터 모모를 구해내려다가 중상을 
입은 사다드는 필라르의 극진한 간호 덕에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고...
데스티노는 필라르의 곁에서 모든 심부름을 도맡아 하게 됩니다.
데스티노 이 놈의 컴퓨터 무식하게 큰 게 정말 무겁군.
아이구 허리야, 어깨야, 
필라르님, 늙고 병약한 데스티노는 부려먹고
젊고 탱탱한 사다드는 
왜 탱글탱글 놀게 만드는 겁니까?
필라르 데스티노, 자네도 외모는 
지구로 치면 20대 초반이야.
데스티노 (헤벌죽)흠..그건 칭찬이십니까? 호호호..그런데..
이 컴퓨터는 뭐에 쓰실 겁니까?
필라르 아길라스의 시스템에 침투해보려구.
캐논 (멀리서) 좋은 해커를 소개시켜줄까?
부록으로 싸움 잘하는 놈들도 끼워서.
필라르 캐논. 말은 고맙지만, 나하고 같이 있으면
너희가 또 공격을 당할 거야.
캐논 어차피 쓰레기 같은 세상이야. 이 오염된 땅에서
더 오래 살고 싶은 맘도 없고,
이왕 죽을 바엔 널 도와서 싸우다 죽고 싶어.
필, 아니 필라르, 너 우리를 구해주러 온 거 맞지?
필라르 캐논? (놀라며)
... 넌 나를 싫어했잖아.
캐논 (흥분한) 하지만 돌아왔잖아!
이렇게 돌아와서 죽을 고생만 할 줄 알면서도
넌 다시 돌아왔잖아!!!
우린 너에게서만은 버림받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이렇게 벌레처럼 살긴 싫다구.
M "I'd love to change my world" ( TEN YEARS AFTER)
캐논의 테마
NA. 카샴박사는 데스티노와 비밀스런 거래를 합니다.
카샴박사가 데스티노에게 헬멧 모양의 기계를 건내주는 대신 
데스티노가 사다드의 눈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지금 데스티노는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그 기계를 들고 으슥한 곳을 찾느라 
정신을 못차리는군요.
그런 데스티노의 수상한 뒷모습을 본 필라르와 사다드는 
그가 또 무슨 음모를 꾸미는가 싶어서, 몰래 데스티노의 뒤를 
밟습니다.

E 지잉하고 나타나는 홀로그램
*** 홀로그램을 통해 나오는 소리와 구별을 확실히!!!

에스텔라 잠깐만, 이건 안돼...이건 찍으면 안돼요..
화장도 안했단 말이에요.
좋아요, 그럼 이건 당신만 보기에요..
데스티노 (감격한) 에스텔라!
에스텔라 이리로 오세요. 
데스티노 (얼이 나간) 에스텔라, 그래, 내가 여기 있어.
아우렐로 (E 지잉거리는 잡음과 함께)우리에게 아이가 생겼네. 
카샴, 자네한테 제일 먼저 알리고 싶었어.
데스티노 이이이이...나쁜 녀석, 나한테 사기를 쳐? 
카샴 이 놈, 가만 안 둘거야. 
(씩씩거리며)
에스텔라만 나온다고 하더니, 아우렐로는 왜 나와!
플레이백시켜서 에스텔라 나오는 곳만 다시 봐야지.
사다드 (에코) 데스티노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도 모른채,
몇 번이고 내 부모님의 영상을 돌려보았다.
말과는 다르게 내 아버님이 나오는 장면도 끊지 않고
계속해서 보았다. 
그리고 데스티노는 이렇게 말했다.
데스티노 (흐느끼는) 미안해요. 아우렐로.
정말 미안합니다. 나의 영웅, 아우렐로..
나는 당신을 두 번 배반했습니다.
당신을 모함했고, 
그리고 당신의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흐흐흑..
M 그림자 (김동률)
필라르 사다드, 네 부모님이 매화궁 주인인 줄 몰랐어.
나도 그 사건에 대해선 어릴 때 들었었는데..
데스티노가 음모의 주인공이었군..
사다드 오늘 보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겠지만,
데스티노님도 저렇게 괴로워하고 계시니..
필라르 역시 사다드는 다르구나. 그런 마음을 갖다니.
좋은 부모님을 둬서 그런가봐. 
코드 아련한 슬픔.
E 통신기기의 삐삑하는 소리.
죠팡 준비됐으면 시작해.
필라르 응. 됐어. (E 기타 들고, 잠시 튜닝)
M 슈베르트의 밤과 꿈 연주(계속..)
NA. (연주 계속 깔리면서) 그날 시그너스별의 붉은 하늘은 
머나먼 지구의 어느 음악가가 만들었던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 찼습니다. 구식 무전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멜로디가 
울러 퍼졌고, 그것은 대부분의 시그너스인들에겐 처음 들어보는 
낯선 소리였죠.
하지만 그 소리가 이미 익숙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루나 (에코) 윤태영..필라르..
노엘 비전하! 목소리도 나와요. 들어보세요.
죠팡 (E 오래된 무전기 속의 목소리, 약간의 잡음과 함께) 
여기는 자유의 소리. 이것은 첫 번째 메시지다.
우리는 더 이상 쓰레기를 먹고 살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거둔 쌀을 우리가 먹기를 원한다.
일어나라 시그너스인들이여.
저 오만한 천공도시가 
쓰레기 분리 수거용으로 
우리를 사육하지 못하도록 하자.
시그너스의 하이에나는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다.
총탄에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땅은 우리의 것이라는 걸 명심하자.
태양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E 쾅하고 탁자를 내려치는 소리.

아즐라 도대체 어떤 놈이 저런 전파를 보내는 거야?
엑사토, 저 놈들을 어떻게 하지?
엑사토 먹을 것을 주십시오.
아즐라 뭐라고?
엑사토 먹을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아즐라 그래, 그러지. 엑사토 말이 맞을 거야.
그런데 만약에..먹을 것을 주었는데도, 
그들이 말을 듣지 않고 
또 다른 걸 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우울한) 만일, 자유라든가...그런거 말야.
루나도 나한테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자유를
달라고 했었잖아..
엑사토 아즐라님, 루나레나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지금 아즐라님이 세워야할 건 빈민구제책입니다.
아즐라 알았어, 빈민구제책, 또 그 얘기구나..
6개월 안에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노력해야지.
엑사토 네? 약속이라뇨?
아즐라 그 약속..엑사토가 아니었나? (참을 수 없는) 
으악! 머리가 아파..엑사토, 
나하고 그런 약속 한 적 없어? 
누구지? 그 생각을 하니까 또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미쳐가며) 엑사토! 물러나! 
나에게서 도망쳐!!어서!! 머리가 아파.
E 폭발음. 벽이 무너지는 소리.
아즐라 (E 뛰쳐나가며) 나에게서 도망가, 엑사토!
부하1,2 (차례로 단말마의 비명) 으악!
BG 무시무시한 느낌.
NA. 필라르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자, 아즐라는 또다시 두통이 심
해지며 엄청난 증오심에 사로잡히게 돼서 그 자리에 있던 자신
의 부하 다섯 명을 순식간에 죽여버립니다. 맨손으로 사람을 
찢는 아즐라의 모습은 더 이상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피에 굶주린 악귀의 모습일 뿐이었어요.
E 폭발음.
E 아길라스 공간음
엑사토 (극도로 화난)나와라, 아길라스. 
나오란 말야, 이 자식아!(E 컴퓨터를 부수면서)
홀로그램 뒤에 숨어있지 말고 모습을 드러내!
아길라스 너답지 않구나, 엑사토!
넌 항상 이성적이고 냉철한 사람이었는데..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지, 나의 동생?
엑사토 그 더러운 입으로 날 동생이라고 부르지 마!
널 찾아내고야 말겠어.
(E 문을 부수고 기계를 파괴하는)
네가 어디 숨어있든지 반드시 찾아낼 거야!!
아길라스 하하하..넌 나를 찾아내지 못해!
누구도 나를 찾아내지 못해!! 하하하하..
NA. 아길라스는 수십 개의 서로 다른 홀로그램으로 차례로 나타
났다가 잔인한 웃음소리를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루나레나의 영상을 보고서야 간신히 진정이 된 아즐라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죠. 그런데 그 순간, 루나레나는..
E 종이가 드르르르르륵 나오는 구식 무전기 소리.
죠팡 야, 필! 이리 와봐. 
반군 여전사가 널 찾는다는데..
너 있는 데를 대라고 우리 애들을 팼다는군.
바보들, 계집애한테 맞다니.( E 종이를 부시럭)
뭐? 그 계집애가 한 놈을 끌고 갔다고?
멍청한 것들! 
게다가 우리 있는 곳을 불기까지 했다는 거야.
필라르 루나는 단지 나를 만나려고 그랬을 거야.
죠팡 (신경질적으로)어쨌든, 이리로 오는 건 사실이잖아.
캐논, 또 짐 싸야 하나?
캐논 옮길 필요는 없어. 대신 총이나 손질 해놓자구.
필라르 캐논!
캐논 이 방법을 택한 건 너야.
방송이 나가면 반군이 의심 받는 건 당연한 거고,
그 여자가 화가 나서 쫓아오는 것도 당연한 거잖아.
필라르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난 이 기회에 
루나레나의 반군과 너희들 자유의 소리가 하나가 
돼 힘을 합치길 바랬던 거야.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사다드 그렇게 될 겁니다.
캐논이 말만 저렇게 하지, 
루나레나님 혼자 오신다는데 
설마 공격을 하겠습니까?
데스티노 (E 다가오며) 하지만 아즐라는요?
지금 아즐라가 이상한 거 세상이 다 압니다.
필라르 그래..뭔가 느낌이 안 좋아.
데스티노 그렇다면, 군대가 필요하다는 것도 아시겠군요.
저들과 같은 민병이 아니라 정식군대가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용군 기지 같은 걸 하나쯤 
접수해야하지 않을까..하는 거죠.
필라르 데스티노! 너 혼자 가려는 거야?
데스티노 (E 슉 사라지며)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필라르 데스티노, 기다려!
사다드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NA. 데스티노와 사다드가 떠난 바로 그 순간, 근처 시가지의 
폐허더미에 앉아있던 모모의 등뒤로 누군가가 다가왔습니다.
E 발자국 소리
루나 꼬마야, 여기, 윤태영, 
아니 필이라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레드문 SIGNAL 

NA. 루나레나와 필라르의 오작교는 이제야 이어지는 걸까요.
그리움에 지쳐 사랑보다 미움에 익숙해져갔던 루나레나의 마음이
이번에는 녹게 될까요.
아니면.. 만남은 또 다른 이별의 시작일 뿐일까요.
사랑이란 때로는 미움을 통해서 자신을 확인하는 것.



41

NA. 카샴 박사가 데스티노에게 선물한 홀로그램 영상은 
데스티노의 마음을 다시 뒤흔들어 놓습니다. 왜냐하면 아우렐로
와 에스텔라의 홀로그램을 보니까 해묵은 죄책감이 다시 
살아났기 대문이고, 그런 죄책감 때문에 데스티노는 필라르에게 
용군 기지를 접수하러가겠다 나선거고 그런 데스티노를 사다드가
쫓아간겁니다.
E 파도 소리.
사다드 짐이 되진 않을 겁니다.
데스티노 누가 너더러 짐이래?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양쪽에서 혼나니까 그렇지!
사다드 양쪽이라뇨. 필라르님에겐 허락을 받았고,
어머님은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데스티노 (성내는) 야 임마! 누가 내 마음을 읽으라고 했어?
사다드 둘이 가면 더 쉬울겁니다.
데스티노 글쎄...돌아가라니까!! 
나 혼자서도 용군 기지 하나쯤은 접수할 수 있어! 
사다드 데스티노님! 어머님은 이미 돌아가실 때 당신을 
용서하셨습니다.
이제 죄책감 같은 건 갖지 마십시오.
당신은 이미 여러 번 속죄를 하셨습니다.
E 커지는 파도 소리.
NA. 데스티노의 회한과 감격의 눈물이 에어 바이크의 안장 위로 
떨어집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용서와 화해의
순간이지요.
한편, 루나레나를 만난 모모는 왠지모를 불안감에 형 캐논에게 
달려갑니다.
모모 (E 다다다다 달려들어오는) 형아! 그 여자야!
반군의 여전사, 필라르의 옛날 약혼녀 말야!
그 여자가 나타났어.
캐논 뭐? 
모모 윤태영이 어딨냐고 해서 모른다고 했어.
캐논 잘했어, 모모.
(E 총을 장전하며) 여기서 모두 기다려.
그 여자가 필을 만나면 안돼.
죠팡 하지만, 캐논, 그 여자를 죽이면 
반군들이 가만 있지 않을거야.
캐논 난 그 여자한테 받을 빚이 있어.
이건 개인적인 일이라구.(E 문을 쾅 닫는)
죠팡 이구, 저 녀석. 
일을 망치지나 말아야할텐데..
야! 모모 넌 왜 그래?
모모 (울먹이는) 아냐. 아무 것도 아냐.
(에코)난 필 형아가 그 여자를 만나는 게 싫어.
왠지 그 여자가 필 형아를 빼앗아갈 것만 같다구.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캐논 (E 저벅저벅 다가오며) 아직도 그 일을 하나?
루나 무슨 소리지?
캐논 (E 총을 들이대는, 철컥하는 소리) 
하긴 워낙 많은 사람들을 죽였으니 
기억할 수도 없겠지.
넌 일개 지방 행정관이었던 노부부를 죽였다.
그들은 누구도 배반하지 않았어.
단지 지배세력이 누구로 바뀌어도
대항할만한 힘이 없었던 것 뿐이라고!!
그 힘없던 이들이 내 부모님이었어.
그리고 난 우리 부모님의 원수를 갚아야 해.
E 탕하는 총 소리 (엉뚱한 곳을 맞춘).
캐논 (허탈한)그래, 이제 와서 널 죽여봐야 뭐하겠어.
어서 꺼져!!
루나 미안하군.
E 슉하고 공간이동하는 소리.
필라르 (E 달려오며) 캐논! 무슨 일이야?
지금 네가 총을 쐈지?
캐논 응. 새가 지나가서..고기나 먹을까하고 쐈는데..
필라르 (에코)이건.. 그녀다..루나야.
E 슉하고 공간이동하는 소리
캐논 필! 가지 마! 너 그 여자 쫓아가는 거야?
카샴 돌아올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게.
M "CALLING "( 자베타 스틸, 바그다드 카페 O.S.T. 중)
필라르 루나! 가지 마! 이대로 또 가버리면 안돼!
(E 휙 끌어안으며) 또 다시 너를 놓칠 수 없어.
루나 놔!! 넌 윤태영일 뿐이야!
필라르 마음 속에선 너도 알고 있잖아, 내가 누구인지.
루나, 너도 나를 보고 싶어서 온 거 아니었어?
NA. 필라르가 루나레나와 재회의 입맞춤을 하고 있을 때,
한지화는 박진희와 함께 반군의 여전사를 만나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루나레나의 정신능력이 이제는 분신을 만들 정도로 업그레이드
된걸까요?
한지화 (겁에 질려) 루나레나, 당신이 지금 태영이를 
죽이려 하고 있어!

루나 뭐? 난 여기 있잖아. 
....그건 ...내가 아니야. 스트랄라야!
스트랄라가 나로 세뇌되었을 거야.
스트랄라 자신도 스스로 자기가 나라고 믿지 않으면
필라르를 속일 수 없을테니까.
한지화 루나레나, 어서 가야 해. 태영이가 죽어가고 있어.
그 때...비행기가 폭발했을 때처럼, 
아무런 느낌이 오지 않는다구.
박진희 자, 어서 타(E 오토바이 출발하는)
코드 불길한 느낌.
루나 (E 칼을 휘두르는) 죽어! 윤태영!
필라르 (E 풀썩 넘어진) 루나, 네가 왜 이러는 거야? 
루나 나를 버리고 지구로 간 널 용서할 수 없어.
필라르 루나..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너도 알잖아.
루나 죽어! (E 다시 칼을 휘두르는) 죽으란 말야
M "TO THE END " (BLUR) 깔리면서
NA. 루나레나와 한지화, 박진희가 도착했을 때, 그곳에 필라르는 
없었습니다. 대신 끊어진 다리 위에 흥건한 핏자국이 남아있을 
뿐이었죠. 그 핏자국의 주인은 누군가에 의해 바다로 끌려간 듯, 
피의 흔적이 바다까지 길게 닿아있었습니다.
데스티노 야, 너 왜 그러냐? 여긴 용군 기지야.
이 상황에서 갑자기 얼이 나가면 어떡해?
임마, 너 진짜로 짐짝이 되기로 한 거냐?
사다드 필라르님이..
데스티노 뭐? 필라르가? 나도 기분이 좀 안 좋긴 한데..
필라르가 또 어떻게 된 거야?
컴퓨터 (E 기계음) 중앙 복도에 두 명의 침입자가 있습니다. 
자동 방어 시스템, 발사.
E 자동기관총이 끼익하고 돌아와서 발포한다.
데스티노 ( 바락바락 성내는)
이 멍청이들아. 내가 너네 사령관인 거 안 보여?
내가 마음만 먹었으면 너희들은 아까아까 죽었다.
내가 꼭 너네들을 다 죽여야되겠어!!
왜 자동방어 시스템을 중단시키지 않는 거야!
E 지잉하고 자동문이 열리는 
군인들 사령관님!
움마 (반가워 죽는) 사령관님!
진작 카메라에 얼굴을 팍 대주지 그러셨어요?
사령관님인 줄 알았으면 쏘지 않았죠!!
우린 가짜로 투항한거거든요.
데스티노 박쥐 같은 놈들. (에코) 꼭 날 닮았군!
움마 사령관님 밑에서 배운 게 그건데요 뭘.
데스티노 사다드, 여긴 됐으니까, 어서 필라르한테 가봐.
어, 어디 갔어?
코드 다급한 느낌.
NA. 사라진 필라르의 행방을 찾기 위해 모여든 일행들은, 
두 패로 나뉘어 각각 두 가지 길을 선택합니다. 루나레나와 
사다드는 아즐라를 찾아가기로 하고, 데스티노와 한지화, 
박진희, 카샴박사는 지화의 점괘에 따라 바다로 향하게 되죠.
E 지지직거리면서 나타나는 영상
루나 아즐라에게 할 말이 있다..
아냐, 내가 직접 찾아가도록 하지.
CODE 
아즐라 (E 잔을 놓치고, 떨어져 깨진) 루나!
E 지지직거리는 모니터 소리.
부관 루나레나님이 살아있으십니다.
아즐라 나도 지금 봤다, 당장 찾아와! 
루나, 잘도 날 속였구나.
하지만 이번엔 절대로 널 보내지 않아.
M "ONE" ( U2) - 아즐라의 사랑
E 거센 바다의 파도 소리. 배의 엔진 소음
스트랄라 (혼잣말, 광기어린)내가 죽였어. 필라르를.
루나레나가 되어서 내가 필라르를 죽인 거야.
하하하하..
하지만 아즐라에게 돌아가진 않아.
아즐라에게 이런 큰 기쁨을 선물할 순 없으니까.
필라르 이 녀석을 오염된 바다에 쳐넣어 
물고기 밥이 되게 한 후에, 
아즐라에겐 이 녀석이 살아있다고 말해주지.
E 우주정이 다가오는.
NA. 하지만 바로 그 때 데스티노 일행이 탄 전투정이 스트랄라에
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스트랄라는 전투정을 보자 경계의 눈빛을 
띠며, 필라르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의식을 잃은 필라르는 
마치 도마 위의 생선처럼 누워있군요.
데스티노 (E 마이크에 대고)스트랄라, 
필라르의 몸에서 손을 떼라.
스트랄라 오지 마! 더 다가오면 이 놈의 몸통에서 
목을 떼어버릴 거야.하하하하!!
한지화 데스티노, 저 사람은 지금 제 정신이 아니에요.
스트랄라 (광기어린) 대용품은 감정이 없는 줄 알아?
나도 감정이 있다구. 나도 눈물을 흘릴 줄 알아.
아즐라, 이 놈을 죽이고, 널 죽이겠어!!
이깟 시체를 너한테 넘길 것 같아!
E 쌩하고 날아가서 가슴에 박히는 창살.
스트랄라 (비명) 으악.
NA. 스트랄라가 필라르의 목을 치려할 때, 
햇살처럼 빠른 창살이 날아와 그녀의 심장을 관통했습니다. 
박진희가 던진 것이었죠.
M BIZARRE LOVE TRIANGLE (FRENTE!) 깔리면서
스트랄라 (에코) 아즐라, 널 일생동안 사랑했어, 
하지만 이제, 널...영원히 저주할 거야.
(E 스트랄라 쓰러지면서 배가 전복되는)
박진희 (멀리서) 태영아 기다려!(E 바다로 뛰어드는)
E 거대한 소용돌이 (계속 깔리는)
NA. 스트랄라가 쓰러지면서 필라르가 누워있던 배마저 전복되고 
맙니다. 이걸 본 박진희는 전투정에서 뛰어내려 바다로 뛰어들
고, 필라르 쪽으로 헤엄쳐 가는데요, 마침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
어나서, 바다는 기다렸다는 듯이 두 사람을 삼켜버립니다.
컴퓨터 (E 기계음) 루나레나님이 오셨습니다.
E 지잉 자동으로 열리는 문
아즐라 감쪽같이 날 속인 기분이 어떤가?
루나 속인 건 너야. 아즐라, 네가 스트랄라를 죽게 했나?
스트랄라를 나로 변장시켜서 
필라르를 죽이려 한 거지?
아즐라 무슨 소리야, 스트랄라는 자기 집에서 
잘 지내고 있어.
루나 아즐라, 그녀와 난 쌍둥이야. 
그녀와 난 서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몸으로 느껴.
아즐라 훗, 내가 왜 그런 짓을 한다는 거야.
필라르는 내가 직접 이 손으로 죽일 건대..
근데 누구야, 네 옆의 그 여자는?
왜 빤히 날 쳐다보는 거지?
루나 내 보디가드야, 그녀는 벙어리니까 신경쓰지 마.
아즐라 아냐, 난 이 여자를 알아.
이 여잔 데스티노 놈이 좋아하던 에스텔라?..
그래 에스텔라로군.
NA. 아즐라는 데스티노의 기억을 엿보다가 에스텔라를 알게 되었
었죠. 여장을 하고 있던 사다드를 보고 아즐라는 그를 
에스텔라로 오인합니다.
아즐라 루나, 재밌지 않아?
내가 전에 조사할 게 있어서 
데스티노의 과거를 봤는데 말야, 글쎄..
그 녀석의 과거에서 필라르가..
(극심한 두통) 으으윽..
루나 아즐라, 왜 그래?
아즐라 (발작하듯) 으아악!! 필라르! 머리가 아파..
루나 아즐라!
E 지잉하고 문이 열리고 뛰어들어오는
부관 (급박한) 어서 피하십시오. 시작입니다.
피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루나 아즐라가 왜 저러는 거야?
부관 일단 피하십시오. 정신능력이 10배는 강해지셔서
매우 위험합니다.
E 폭발음. 
아즐라 (미친 듯) 다 죽어! 모두 다 죽어버려!
군인1,2 (처절한 비명 소리)으악.
루나 아즐라! 그만 둬. 그 사람을 놔줘.
(다정하게) 그 사람을 놓고 이리 와.
아즐라 (아이처럼 순해진, 신음하며)머리가 너무 아파.
필라르를 죽여야만 머리가 나을 거야.
루나 괜찮아. 내가 낫게 해줄게.
아즐라 아냐, 다 죽여야 해!
루나 (E 덥쳐서 말리며) 그만 둬!
차라리, 날 죽여. 그렇게 못 참겠으면 날 죽여.
아즐라 (정신이 돌아온)루나..날 구해줘. 난 무서워.
나 자다가 지옥에라도 갔다온 게 아닐까..
내가 꾸는 꿈은 지옥에서 온 걸거야. 
부탁이야 ....날 깨워줘....

레드문 SIGNAL

NA. 루나레나의 품에 안겨 우는 아즐라는 작은 새처럼 여리게 
떨고 있군요. 루나레나는 그 순간, 이제 결코 아즐라를 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비록 아즐라가 전설의 태양이 아니고 레드문에 불과할지라도, 
그리고 이제 정신마저 엉망이 된 괴물일지라도 그를 버린 수 없
다는 걸 개닫게 됩니다.
왜냐면 아즐라는 이렇게 간절히 그녈 원하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그녀마저 아즐라를 버리면 아즐라는 완전히 혼자가
될테니까요...

사랑은 외로움을 함께 나누는 것.



42

NA. 전설의 태양 필라르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삼켜버렸고, 
현재의 태양 아즐라는 통제할 수 없는 증오심이 삼켜버렸습니다.
그리고 태양의 신부가 될 운명을 타고난 루나레나는 
지금 아즐라의 곁에 있습니다.
지구에서 잠들어버린 필라르를 기다려 온 것처럼,
이제는 마음의 상처로 만신창이가 된 아즐라가 깨어나길 
기다리면서....
M "PLEASE SEND SOMEONE TO LOVE ME"(SHADE) 깔리면서
아즐라 (정상적인 톤)아직 안 갔어?
아까 내 그 꼴을 보고도 왜 도망가지 않았어.
루나 너 깨는 거 보고 가려고 했어.
아즐라 그럼 떠나기 전에 한가지만 부탁할게.
들어줄 수 있겠어?
루나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아즐라 루나는 할 수 있어. 아니, 루나만 할 수 있을 거야.
난 아주 가끔은 지금처럼 정신이 맑을 때가 있어.
그러다가 갑자기 머리가 아파지면
아까처럼 닥치는대로 사람을 죽이게 돼.
조금 있다가 난 다시 그렇게 될 거야.
그 땐.. 네가 날 죽여줘.
부관 (당황한)아즐라님, 그건 말도 안됩니다.
아즐라 부관은 가만 있어. 루나, 할 땐 확실하게 해.
난 자체 치유력이 생겨서 
웬만한 상처는 금방 나아버려.
그러니까 네가 공격을 해서 내가 쓰러지면, 
그 땐, 아예 이 목을 이렇게 댕강 잘라버리라구.
다시는 몸통에 붙지 못하게..
그럼 이 지긋지긋한 두통도 멈추겠지.
루나 못해. (울며) 난 못해.
왜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 거니.
아즐라 ...네가 날 위해서 우는 건 처음이구나.
M "ONE" ( U2) 잠깐 깔리면서.
아즐라 루나, 태양이 살인귀이면 시그너스에 남아나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부탁해. 제발.
사다드 (에코) 이것이었구나.
필라르님이 불안해하던 것이.
아즐라님을 놓고 온 것을 후회하던 이유가..
데스티노 (에코) 사다드, 들려? 내 말 들리니?
사다드 (에코) 네, 말씀하십시오.
데스티노 (에코) 필라르님은 바다에 있다.
넌 거기서 빨리 빠져나와.
지금 곧 용군이 천공도시를 공격할 거다.
사다드 (에코) 필라르님이 바다에?
하지만 데스티노님, 지금 아즐라님은..
데스티노 (에코) 님? 누가 님이야? 
아즐라 따위는 밟아 죽여도 속이 안 풀리는데.
너, 빨리 안 나올 거면 거기서 아즐라랑 죽어버려!
E 용군 전투정 함대가 날아오는 소리
부관 (E 달려 들어오며) 아즐라님! 아즐라님!
반란입니다!
용군이 천공도시 앞으로 새까맣게 몰려왔습니다.
아즐라 뭐? 데스티노를 연결해!
아길라스 (E 모니터 켜지는 소리와 함께) 
데스티노는 왜 찾는 거냐.
널 죽이러 오는 놈과 무슨 얘길 하겠다는 것이냐.
용군을 되찾지 못하겠으면 전멸시켜라.
멍청한 놈! (E 전기충격버튼을 누르는)
아즐라 (고통에 찬) 으아아아악..자, 잘못했습니다.
아길라스 명심해라. 
네 것이 될 수 없으면 철저하게 밟아버리는 거야.
(E 모니터 팍 꺼지는)
아즐라 (다시 미쳐가는) 죽여야 해. 그 놈을 죽여야해.
다 죽일 거야!(E 폭발음)
사다드 (에코)아길라스를 없애야 해. 지금 당장.
E 슉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루나 사다드!
아즐라 뭐? 사다드? 저 놈이 사다드라고?
그래 에스텔라가 아니라, 그 아들놈이었군.
필라르가 저 놈을 그렇게 아낀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사다드, 내가 널 죽여주마!
(E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E 건물 옥상의 거센 바람소리.
아즐라 사다드, 너도 한번 여기서 뛰어내려보지 그러나.
언젠가 루나가 내 앞에서 쇼를 했던 것처럼 말야.
(E 폭발음을 내면서 광선이 나가는)
NA. 아즐라로부터 사다드가 공격을 받을 때, 용군 전투정에 타고 
있던 데스티노가 마침 그 광경을 목격합니다. 데스티노의 눈에도 
여장을 한 사다드는 영낙없는 에스텔라로 보였죠. 데스티노는 
직접 건물 옥상으로 뛰어내려가 아즐라로부터 사다드를 
구해냅니다.
M "ANGEL EYES" ( STING) - 데스티노의 러브테마
데스티노 (꿈꾸듯이) 에스텔라..당신의 입술은 작은 버찌같군.
사다드 (E 벌떡 일어나며) 데스티노님! 이제 알았습니다.
아길라스를 없애기 전에는 끝나지 않습니다.
아즐라님은 아길라스의 세뇌를 받고 
엉망이 되어 있습니다. 
편대를 돌려서 아길라스를 치십시오.
데스티노 야 임마, 사령관은 나야!
사다드 (비웃듯이)알고 있습니다, 사령관님.
데스티노 너 지금 날 웃기는 자식이라고 생각했지?
그러는 넌 얼마나 웃긴 줄 알아?
그 화장이나 지워! 꼭 계집애 같다!
사다드 (멀리서) 데스티노님, 그럼 전 바다로 갑니다.
데스티노 (악쓰는)야, 가지 마. 너 아직 상처도 안 나았어!
사다드 (아래로 떨어지며) 어머니가 지켜주실 겁니다.
데스티노 나쁜 놈. 저 놈은 왜 저렇게 
지 애미를 점점 닮아가는 거야?
E 삑삑거리는 경고음
조종사 (다급하게)사령관님, 폭파 경고입니다.
아즐라가 또 지난번처럼 자동폭파장치를 
가동시킨 모양입니다.
데스티노 뭐? 흥, 내가 또 당할 줄 알고!
아즐라와 연결해! 어서!
E 팍하고 모니터 켜지는 소리.
데스티노 아즐라, 네 놈 뜻대로 곱게 죽진 않겠다.
지금부터 3초후면 자동폭파장치가 멈추고
10초 후엔, 네 앞에 있는 메인 컴퓨터가 
폭발하게 된다. 
그럼, (극도로 느끼하게)HAVE A GOOD TIME!
아즐라 저건 뭐라는 거야?
컴퓨터 (E 기계음) 자동폭파 시스템이 취소됐습니다.
부관 아즐라님, 자동폭파장치가 취소됐습니다. 
아즐라 뭐?
컴퓨터 (E 기계음) 메인 컴퓨터 자동 폭파, 
카운트 다운 들어갑니다.5!
부관 피하십시오, 아즐라님! 
컴퓨터 (E 기계음) 4,
부관 아즐라님!
컴퓨터 (E 기계음) 3, 아, 짜증나, 그냥 0!
E 딱따구리 웃음 소리
컴퓨터 (E 기계음) 이상 자유의 소리였습니다. 메롱.
아즐라 도대체 어떤 녀석들이 저런 장난을 한 거야!
죠팡 (코믹하게) 나? 죠팡이라고 해.
사람들 (환호성과 웃음)
캐논 죠팡, 잘 했어.
모모 죠팡 형아가 최고야, 최고.
NA. 죠팡의 해킹으로 아즐라의 공격은 멈출 수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아길라스가 아즐라를 즉각 호출하는군요. 
아길라스를 만나러 가는 아즐라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 
같습니다. 그런 아즐라가 잠시 얼굴을 돌려 루나레나를 뒤돌아 
볼 때, 그의 눈빛은...전성기 아랑드롱의 영화 속 한 장면 
같습니다.
M "FREE AS A BIRD" (BEATLES) 아즐라의 테마. 
엑사토 뭐라구? 아길라스 당신 따위가... 
나를 임명한 사람은 아즐라님이야,
나를 해임할 수 있는 사람도 아즐라님 밖에 없어.
아길라스 하하하, 엑사토 뭔가를 오해하고 있군.
아즐라는 이제 내 말밖에 안 듣는다는 걸 모르나.
게다가 이번 프로그램이 끝나면 그앤 더욱 완전한 
내 인형이 되는거지.
엑사토 지금 아즐라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아길라스 너와 형제라는 인연 때문에 
그래도 목숨은 살려주는 것이니, 
잔말말고 어서 지상으로 내려가!
대신 어떤 직책도 어떤 식량배급권도 없다.
엑사토 그래? 내가 순순히 내려갈 것 같은가?
E 팍하고 줄이 나가서 천정에 꽂힌다, 좌악하고 줄이 자동으로 
감기는 소리.
엑사토 (E 유리문 부수고) 
(E 저벅저벅 걸어가) 여기 있었군. 아길라스!
아길라스 (동요없는)멍청한 녀석, 용군도 도둑맞고 
컴퓨터도 노출시킨 주제에 아버지한테 대들어?
엑사토 이 자식!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E 칼 휘두르자, 인조인간이 부숴지면서
전선 스파크 튀고..) 이건 안드로이드잖아.
그렇다면 진짜 아길라스는 어디에 숨어 있는 거지?
코드 긴장감이 감도는
NA. 엑사토가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천공도시 본성의 가장 
깊숙한 내부, 철저하게 출입이 봉쇄되어있는 강화 프로그램실
입니다. 그 곳에서 엑사토가 본 것은 정말로 놀라운 것이었죠. 
그 곳에는 거대한 기계의 촉수들에 둘러 쌓여, 짐승에게 피를 빨
리는 것처럼 아즐라의 가여운 육체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아즐라는 전기고문으로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군요.
E 기계의 끼익하고 돌아가는 기분 나쁜 소리.
아즐라 (전기충격) 으악.....
엑사토 (E 칼을 휘두르는) 아길라스, 이 나쁜 자식, 
지금 아즐라님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E 지징하는 홀로그램 소리.
엑사토 뭐야, 이건 또 홀로그램이잖아.
진짜 아길라스는 어디에 있는 거지?
컴퓨터 (E 기계음) 프로그램 종료.
E 끼잉하고 기계들이 움직이는 소리.
엑사토 아즐라님.
아즐라 (정신이 나간) 도망가.. 엑사토.
이제 널 죽이게 돼. 어서 도망가! 머리가 아파.
엑사토 아즐라님!
아즐라 (E 폭발음을 일으키며 광선이 나가는) 엑사토!!
엑사토 (E 쓰러지는) 아즐라님..죄송합니다.
아즐라 (미친 듯) 엑사토, 뭐가 죄송하다는 거야?
지금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NA. 아즐라는 자신이 엑사토를 죽였다는 생각에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의식을 잃습니다. 아즐라의 심장이 
다급하게 헐떡이면서 구원의 손길을 청할 때, 옛 왕비 레이나가 
그곳, 강화 프로그램실에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아즐라를 
다정하게 안고 어디론가 사라지는군요.
E 슉하고 공간이동 나타나는
루나 (너무 놀라)왕비님.
레이나 당신은 이 아이의 아내인가요?
당신이라면 이 아이를 잘 돌봐줄 것 같아서 
찾아왔어요.
엄마가 돌봐주고 싶지만, 
나는 나에게서 버림받은 큰애를 찾아가야 해요.
E 슉하고 사라진다.
아즐라 (깨어나며) 루나, 너였어? 
루나 아즐라, 왜 이렇게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거지?
아즐라 몰라. 항상 프로그램이 끝나면 이렇게 돼.
(두려워하며)루나, 나 엑사토를 죽였어.
안 그러려고 했는데,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너무 머리가 아프고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
너도 빨리 도망가, 난 살인귀라구! 어서 도망가!
루나 아즐라, 천공도시의 공기는 너에게 좋지 않아.
나하고 이 곳을 떠나자.
태양과 반군이 아닌, 아즐라와 루나로서.
M "EVERY TIME WE SAY GOODBYE" 
( ANNIE RENNOX, PRELUDE TO A KISS O.S.T. 중)
NA. 루나의 다정한 포옹을 받으며 아즐라는 눈물을 흘립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루나의 따스한 체온이였는지, 
아즐라는 마치 꿈을 꾸듯이 행복했죠. 
하지만 마음 가득 행복이 밀려올수록 엑사토에 대한 죄책감도 
커져갑니다. 한편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졌던 필라르는.
태영모 (E 찰싹찰싹 가볍게 볼을 때리면서)태영아, 
정신 좀 차려봐.
필라르 어, 엄마....여기가 어디야?
태영모 (감격한) 깨어났구나. 정말 깨어났어.
자영 오빠! 오빠가 정말 여기 태양이야?
필라르 누가 그래?
자영 오빠를 구해온 레오가 그랬어.
태영모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가서 진희나 불러와.
자영 알았어.(E 다다다 뛰어나가는)
태영모 생명수를 아무리 부어도 가슴에 난 흉터는 
지워지지 않더구나.
필라르 엄마, 미안해. 나 때문에 이런 곳까지 오게 해서.
태영모 별 소리를 다하는구나. 
엄만 널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 지 몰라.
네가 태어났던 그 날처럼 기쁘단다.
필라르 (에코) 지구의 어머니는 날 키워주시긴 했지만,
날 낳지는 않으셨다.
그걸 다 아시면서도 어머닌 내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레드문 SIGNAL 
NA. 윤태영은 어머니를 보자 마음이 약해져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여기가 만일 지구라면... 스타의 브로마이드가 붙어있는 
그의 방 안이라면... 학교로 돌아가서 담임선생님 잔소리도 듣고 
다시 수업을 받을 수도 있을텐데...

하지만 그 어떤 악몽보다 더 끈질긴 현실이 그를 꿈속으로 
떨어지지 않게 붙잡고 있네요.



43

NA. 여기는 자유의 소리 기지,
필라르를 찾아 떠났던 사다드로부터 통신이 오자
기지 안은 술렁대기 시작합니다.
한지화, 카샴박사, 캐논, 모모, 모두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데스티노가 제일 반가워하는 것 같군요.
데스티노가 죠팡의 무전기를 빼앗더니, 직접 사다드와 통신을 
합니다.

사다드 (E 무전기 속에서) 본성 공격은 어떻게 됐습니까?
데스티노 죠팡의 컴퓨터가 아직 본성을 못 잡아냈어.
그래서, 죽기 싫어서 그냥 있다,왜?
사다드 (E 무전기 속에서)모두한테 전해주세요. 
필라르님이 살아나셨습니다.
또 박진희도 살아있구요.
데스티노 (뒤 돌아 버럭 소리지르는)
이봐, 다 살았대. 필라르님도 살아나고,
애기무당! 좋겠어. 박진희도 살았대!
사람들 (환호성) 와!! 살아났다, 살아나셨어.
사다드 (E 무전기 속에서)곧 다시 연락드릴께요.
데스티노 그래, 알았어. 너도 몸조심해.
카샴 (놀리는) 왠 몸조심? 
데스티노, 왜 그렇게 사다드만 걱정해주는 거야?
데스티노 냅둬, 내 맘이야!
E 파도 소리
박진희 당신이 웃는 거, 처음 보는군요.
만일, 그 녀석이 예전처럼 윤태영으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사다드 글쎄...나도 이젠 생각이 달라졌어.
날 잊는 건 섭섭하겠지만,
날 알아보지 못하는 주인과 지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그러는 넌 어때? 필라르님이라서.. 
여전히 그 분이 싫은가?
박진희 아뇨. 그 녀석의 밤과 꿈만 들을 수 있으면
될 것 같아요..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면서 생각했죠.
이 손을 놓치면 태영이가 죽는 거라고.
나한테 태영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때처럼 절실하게 깨달은 적이 없어요.
당신은 태영이와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겼으니까,
제가 느꼈던 것보다 더 각별하겠죠.
M SCARBOROUGH FAIR ( SIMON & GARFUNKLE ) 
E 쓸쓸한 바람. 다가오는 모토사이클 소리
아즐라 (에코) 천공도시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건 
처음인 건 같군.
루나 몸은 어때?
아즐라 괜찮아. 근데 배 고파. 뭐 먹을 것 없을까.
루나 (E 오토바이 멈추고) 이거 먹어. 
아즐라 이게 뭐야?
루나 보면 모르니? 깡통에 든 고기지.
아즐라 (E 깡통을 버리며)욱! 이런 걸 먹으라고? 나더러?
루나 네가 뭔데 그래? 여기선 이런 거 없어서 못 먹어.
지상 사람들은 천공도시에서 버린 쓰레기들을 
주워 먹는다구.
아즐라 하지만 루나, 난 위장이 약하단 말야!
루나 너도 여기서 지내보면 알게 돼.
왜 지상의 사람들이 천공도시에 반발하는지.
아즐라 과일이 먹고 싶은데..
E 용군의 전투정 함대 몰려오는 소리
루나 저것 봐! 아즐라, 용군이야! 어디로 가는 거지?
저렇게 쌔까맣게 몰려가는데..
NA. 데스티노가 이끄는 용군은 천공도시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데스티노가 노리는 것은 아길라스가 있는 본성이었죠.
그런데 용군이 다가가자, 무리를 지어 돌던 천공도시가 갑자기 
궤도를 수정하면서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저 많은 
천공도시 중에서 어느 것이 본성인가, 하는 것이겠죠.
데스티노는 해커인 죠팡에게 통신을 보냅니다.
E 통신기기 소리
데스티노 (다급한)현재 본성위치가 어딘가? 
죠팡 (E 모니터 속에서)운행궤도 7-5 
현재 본성 위치는 적도 부근 오메가 73-2 상공
데스티노 수고했다, 죠팡.
조종사 본성 위치 확인했습니다! 11-2에 3번성입니다.
데스티노 좋았어, 발사!
E 나가는 로켓포, 거대한 폭발음 연이어 들린다.
필라르 (울부짖는)안돼!
사다드 왜 그러십니까?
필라르 천공도시 사람들이 죽어가.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어.
사다드, 막아보려고 했는데..사다드..
나 정신능력이 모두 없어졌어.
사다드 필라르님.
필라르 어떡해. 아직 할 일이 많은데..능력이 없어졌어.
코드 슬프게 무너지는 느낌
E 전투정안의 무전기기 소리.
데스티노 뭐 본성이 아직 있다고? 그게 뭔 소리야?
죠팡 (E 모니터 속에서) 우리가 당했어.
데스티노 (에코) 뭐? 그럼, 우리가 부순 건..
조종사 (급박한) 데스티노님! 우주군입니다!
데스티노 그래, 우주군이군. 날아다니는 것 중에 
용군이 아닌 건 우주군이지. 아니면 파리거나.
우주사령관 (E 모니터 안에서) 반역한 용군은 들어라!
용군의 화력으로 우주군을 이길 수는 없다.
셋을 세는 사이에 날개를 흔들어 항복하지 않으면
무조건 공격한다. 하나!
데스티노 이런, 제길. 내가 그런다고 날개춤을 출 것 같애?
우주사령관 (E )둘!
조종사 사령관님! 항복할 거면 반기를 들지도 않았습니다.
우주사령관 (E )셋! 발사!
데스티노 (거의 동시에) 발사!
E 우주전의 소음
NA. 우주군과 용군의 전투는 30분만에 끝났고, 출병한 용군 
2천여 대의 전투정은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수많은 전투정의 파편들과 용군의 시체가 마치 폭우처럼 
쏟아졌고, 오염된 바다가 출렁이며 그들을 삼켰습니다.
아즐라 (E 돌을 차며) 아버님이 꽤 화나신 모양이야. 
우주군까지 출동시킨걸 보면.
루나 네가 없어진 걸 반군 짓이라고 생각하고 
보복하는 거 아닐까?
아즐라 아니야. 절대로.
아버지는 걱정하거나 보복하는 사람이 아니야.
단지 짓밟을 뿐이지. 
군인 (신음하는)으으. 살..려줘..
아즐라 (E 죽어가는 군인을 콱 밟는) 이렇게 말야!
군인 으악!
루나 아즐라! 그 사람은 아직 살아 있었어.
아즐라 어차피 살 수 없어. 
그럴 바엔 내가 고통을 줄여주는 게 낫지.
어디 또 찾아볼까. 고통을 받으면서 
내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이 없나하고.
루나 (에코) 점점 두려워져. 저건 누구일까.
제 정신의 아즐라일까, 아니면 세뇌된 아즐라일까.
NA. 기지에 있던 한지화의 눈앞에는 시그너스 별의 참혹한 미래
가 보입니다. 최후의 날을 혼자 알게 된 사람처럼, 공포에 사로
잡힌 한지화는 필라르에게 간절한 텔레파시를 보냅니다.
지화의 텔레파시를 받은 필라르는 더 이상 어머니 곁에 누워있을 
수가 없었죠.
어머니 (흥분한) 우리 태영이를 다시 데려갈 수 없어. 
아직 낫지도 않은 애를 어딜 데려가는 거야!
사다드 죄송합니다.
필라르 엄마, 내가 가지 않으면 
사람들이 계속 죽게 될 거야..
전쟁을 끝내야 해. 
E 탱크가 몰려와 선다. 대포 발사하는 소리.
장교 (E 마이크)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면 살려주겠다.
데스티노 (신음하며)요..용군을 출격시켜야 해.
카샴 글쎄..넌 아직 낫지 않았으니까 가만히 있어.
데스티노 (신음하며 비장하게) 내가 가지 않으면.. 
사람들이 계속 죽게 될 거야.
카샴 너 지금 죽을 때가 됐냐? 왜 안하던 짓을 하고 그래?
데스티노 (톤 바꿔)나도 이상해. 내가 왜 이러지?
E 대포 발사하는 소리. 폭발음
모모 (울부짖으며) 왜 필 형아는 안 오는 거야!
캐논 그 자식 없어도 우린 잘 싸워왔어!
죠팡 안돼, 캐논! 그쪽으로 가지 마! 위험해!
E 빛 번쩍 하는소리....폭발음
NA. 그 순간 파란빛이 번쩍이더니, 하늘에서 사다드가 나타났습
니다. 사다드와 박진희가 힘을 합쳐 공격하자, 아길라스의 지상
군은 금방 무력해지고 맙니다. 
캐논 고마워. 나 혼자선 감당 못할 뻔했어.
사다드 천만에. 늦게 와서 미안해.
캐논 필은?.. 죽었나?
사다드 아니야, 저 쪽에 계셔.
E 폐허에서 불이 타는 소리. 모모의 발걸음 소리
모모 필형아..
필라르 (울며)미안해. 내가 살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능력이 다 없어졌어. 치유력이라도 남아있었으면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 텐데..
모모 (울며)형아, 울지마. 형아가 필라르라고 해도,
형아 혼자 다 할 순 없는 거잖아.
M "BEYOND THE SUNRISE" ( BELLE AND SEBASTIAN)
NA. 그날 밤 동굴 속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던 루나레나는 
인기척소리에 깜짝 놀라 잠이 깹니다. 
아즐라 (거칠게 숨 내쉬며) 하아..하아..
루나 아즐라! 왜 그래? 코트까지 다 입고 
어디 가려고 그래?
아즐라 머리가 아파. 루나레나, 어서 도망가.
여기 있으면 너도 죽게 돼.
어서! 내 손에 죽기 싫으면 어서 도망가!
(고통스러운) 으악!
루나 아즐라!
아즐라 (정신 나간 듯) 어서 도망가! 어서!
루나 아즐라, 괜찮아. 나랑 있으면 괜찮아질거야.
조금만 참아. 조금만. 응?
NA. 밤이 다 새도록 루나레나는 아즐라를 안고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습니다. 아즐라는 루나레나를 죽이지 않기 위해서 
머리를 조각내는 듯한 두통과 싸우며 밤새 몸부림치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지쳐서 간신히 잠이 들었죠. 
E 오토바이 소리
루나 이제 머리 아픈 건 괜찮은 거야?
아즐라 응.
루나 지상군이 왜 이동을 했을까. 
탱크자국이 계속 있는데..(발견하고 놀라) 악!
아즐라 왜?
루나 누가 저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죽인 거지?
아즐라 군인들이 그랬겠지. 탱크자국이 있잖아.
루나 (에코) 그래. 그랬을 거야.
어젯밤 아즐라가 나갔다온 건 아주 잠시였으니까..
아즐라는 아닐 거야. 그럴 리 없어.
코드 불길한 느낌이 다가오는
NA. 루나레나는 아즐라와 함께 폐허로 변한 용군 기지에 도착합
니다. 사방에는 반란을 일으킨 용군들의 시체와 아길라스의 지상
군들 시체로 뒤덮혀 있었고 사방엔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
습니다. 죽음은 또 다른 죽음을 부르고, 시그너스에 살아있는 생
명은 모두, 사신을 위한 제물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즐라 제길 시체를 봤더니 또 머리가 아파.
이것 봐, 이 정도로 싸웠으니까 화날만도 한거야.
아까 길에서 본 시체들은 
군인들이 화풀이로 그런 거라구.
루나 (에코) 아냐, 그건 달랐어. 
그건 마치 짐승이 찢은 듯했어..
앗, 저 피는! 아즐라의 외투 안에 핏자국이 있어.
필라르, 제발, 날 도와줘.
지금 네 동생을 버리고 도망가지 않게..
나에게 용기를 줘. 필라르, 나 무서워...
데스티노 (E 잡음과 함께 무전기 속에서) 여기는 본부.
무사한 기지는 대답하라.
용군1 (E 무전기 속에서)제 503기지 무사합니다.
사령관님은 괜찮으십니까?
데스티노 (E 무전기 속에서)그럼. 내가 아즐라 따위한테
죽을 수야 없지.
아즐라 (에코)나쁜 데스티노놈!
용군2 (E 무전기 속에서)제 205기지 무사합니다.
용군3 (E 무전기 속에서)제 52기지 무사합니다.
NA. 그리고 잠시 후, 용군의 통신망을 통해서 자유의 소리 방송
이 시작됩니다.
M 밤과 꿈 연주
루나 (에코) 필라르. 살아있었구나. 살아있었어..
아즐라 (숨이 가빠지면서) 필라르 패거리들이
나를 조롱하고 있어. 아아..머리가 아파..
(E 광선 공격) 모두 죽어!
루나 (E 비명지르며 쓰러지는)악!! 

레드문 SIGNAL 
NA. 누군가를 구원하려고 마음먹을 때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는데, 
그가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하면, 그 보따리를 찾으로 물 속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거죠. 
어려서부터 필라르만을 사랑하고 살아온 루나레나가 아즐라를 
선택했을 때...그녀는 지금보다 더한 공포가 아픔을 각오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가 감당해야 할 고통은 어디까지일까요?



44

NA. 구식 무전기의 전파를 타고 밤과 꿈이 시그너스의 하늘로 
흘러 퍼질 때, 루나레나는 그 익숙한 멜로디를 들으며 하늘을 
바라봅니다. 루나레나를 죽이려했던 아즐라는 밀려오는 후회와 
죄책감 속에서 자신을 끊이지 않는 살의로부터 구해줄 누군가를 
찾고 있습니다. 조각난 기억의 파편들 속에서 어렴풋이 흔적만 
남아있는 필라르의 얼굴이 아즐라의 마음에 다시 한번 
새겨집니다.

M 밤과 꿈 연주
아즐라 루나, 정신 차려. 제발 일어나.
나 혼자 어떻게 살아가란 말야!!
빨리 일어나, 눈을 떠봐!!
루나 (에코) 내가 좋아하던 쪽빛 하늘이 
이렇게 슬프게 보이는 건 
내가 지금 죽어가고 있기 때문일 거야.
지구의 가을하늘도 저런 빛이었지.
그를 한번 더 보고 싶었어.
비록 지구인 윤태영일지라도.. 
필라르 (에코) 날 믿어, 아즐라.
아즐라 ( 서글픈 )당신이 만일 진짜로 있는 거라면,
왜 이럴 때 나타나서 나를 구해주지 않는 거지?
당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M "FREE AS A BIRD" (BEATLES) 
NA. 그 때 필라르는 아즐라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걸 느낍니
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필라르가 아즐라에게 했던 것처럼, 아
즐라의 손에서는 눈부신 치료광선이 나와 루나레나의 몸을 감싸
기 시작했습니다. 아즐라는 다시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끼워
맞춰 봅니다.
E 치료광선이 나가는 신비한 소리
아즐라 누군가 나한테 이런 치료를 해준 적이 있어.
그래, 내 가끔씩 지워진 홀로그램처럼 희미하게 
떠오르는 그 사람일 거야.
그 사람 생각만해도 마음이 따뜻해졌던 건
그 사람이 나를 치료해줬기 때문일까.
루나 (깨어나는) 으으..
아즐라 루나! 다행이야, 깨어났구나.
루나 (E 멈칫 뒤로 물러나는) 하지 마.
아즐라 (자조적인) 루나, 내가 무섭지?
괴물처럼 보이지 않아?
루나 아, 아니야. 갑자기 놀라서 그랬어.
아즐라 거짓말하지 않아도 돼.
내가 널 죽이려 했었으니까.
어쨌든 살아나서 다행이야.
네가 죽었으면 난 미치고 말았을 거야.(E 일어서는)
루나 어딜 가려는 거야?
아즐라 이번엔 널 살려냈지만, 다음에 그런 일이 있으면
널 진짜로 죽이게 될지도 몰라.
루나 하지만 천공도시로 돌아가면 안돼!
아즐라 그곳에 가진 않아. 여기서 굶주려 죽는 한이 있어도.
난 아주 어릴 때부터 너와 같이 있는 게 
소원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그래도 네가 살아있을 수만 있다면
헤어지는 게 훨씬 나아.
내 희망을 모두 잃어버린다 해도..
난 이제 빈 껍데기만 남게 될 거야.
E 슉하고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소리
루나 아즐라! 돌아와!!
M "ONE" ( U2 ) 
NA. 용군 기지의 사람들은 한 자리에 모여서 한지화의 점괘를 듣
고 있습니다.
한지화 (에코)우리 모두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어. 
우리 중 하나는 돌아가지 못해.
데스티노 (흥분한) 필라르님, 점괘를 들으셨죠?
해피엔딩이라지 않습니까.
이제 마음 놓고 본성을 공격하자구요.
필라르 희생이 있을 줄 알면서 본성을 공격하는 건
나도 똑같이 아길라스의 잘못을 
반복하는 것밖엔 안돼.
데스티노 으이구, 그렇게 잘났으면 
혼자서 본성에 들어가면 될 거 아닙니까.
능력을 써서 본성에 침입해서 아길라스만 
살짝 죽이고 돌아오면 되잖아요! 
도대체 그 놈의 능력은 언제 다시 돌아오는 거예요!!
사다드 그만 하세요! 데스티노님!
필라르님께 더 이상의 무례는 용서하지 못합니다.
박진희 지화야, 안되겠어. 다시 점을 쳐봐.
한지화 복채를 내야지.
박진희 난 가진 게 하나도 없는데..
한지화 (당돌하게) 키스 해줘.
박진희 뭐야! 너...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데서...
한지화 농담이야. 어차피 우리 모두의 일인데
네가 복채 낼 필요는 없잖아.
박진희 해줄게. 점이나 잘쳐줘. (E 키스 소리)
사람들 우와~~~
데스티노 비결이 뭐냐, 박진희!
카샴 알면, 누구한테 써먹으려구?
데스티노 (헛기침)
박진희 (에코) 지화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사다드 (에코) 이상해. 필라르님의 머리색이 확실히
희미해졌어. 저 지화란 아이는는 뭔가를 
감추고 있군.
한지화 (E 조약돌 굴리는) 
해결의 열쇠는 엄마와 컴퓨터래.
(E 조약돌 굴리는) 
그리고, 디오사라는 컴퓨터를 찾아야 해.
사다드 디오사라면 옛왕비님에 대한 호칭인데..
필라르 그런 컴퓨터는 없어.
한지화 아냐, 있어. 점괘에 나왔어.
그것만 찾아서 부순다면 
우린 모두 살 수 있다고 나왔어.
M 레이나 테마 깔리면서
NA. 폐허가 된 시가지 한 귀퉁이에서 누군가 울음을 삼키고 있습
니다. 그는 귀하게 자란 듯, 눈이 너무 맑고 손이 너무 고와서 
그런 곳에는 어울리지 않았죠. 그 때 디오사가 그에게 
다가갑니다.
레이나 아즐라.
아즐라 당신이 어떻게 여길..왔죠?
레이나 날 알아보는군요, 아즐라.
아즐라 당신이 또 내 이름을 부르는군요...
레이나 (놀라며)아즐라, 머리색이 언제부터 
이렇게 진해졌죠?
아즐라 몰라요. 
레이나 (에코) 필라르한테 가봐야해.
필라르인줄 알고 정신파를 따라왔는데, 아즐라라니.
더 이상 필라르가 이 아이에게 모든 걸 뺏기기 전에
필라르를 찾아야 해.
(보통톤) 필라르..
아즐라 그래, 당신한텐 필라르밖에 없겠지!!
(발작이 시작되는) 으악! 머리가 아파!!
레이나 아즐라! (E 광선을 보내고) 
아즐라 악! (E 풀썩 쓰러지는)
레이나 아즐라. 잠깐 쉬도록 해요.
난 필라르에게 가봐야해요.
아즐라 깨어나면 그 아가씨를 찾아가요.
NA. 옛 왕비 디오사는 아즐라를 잠재우고 떠납니다.
아즐라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지상군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죠.
군인1 이 놈일 거야. 우리 동료를 죽인 놈이.
군인2 (E 발로 차면서) 야, 얼굴 좀 보자. 
어디 고개 좀 돌려봐!
군인1 으앗! 아즐라님이다!!
아즐라 (깨어나며) 너흰 뭐하는 놈들이야?
군인들 아즐라님!!!
군인 2 죽을 죄를 졌습니다.
NA. 한지화의 점괘에 따라 해커인 죠팡은 아길라스의 컴퓨터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죠팡의 해킹이 메인 컴퓨터에 막 접근했을 
때, 모니터에서 아길라스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아길라스 (E 모니터 안에서) 건방진 것들. 어딜 침입하는냐!
한지화 모두 피해!
E 폭발음
박진희 지화야!
사다드 필라르님!
NA.폭발이 일어나자, 박진희는 한지화 쪽으로, 사다드는 필라르 
쪽으로, 각각 몸을 날렸습니다. 데스티노는 물론 홀홀단신, 제 
몸만 챙겼죠.
데스티노 (악쓰는)살아있음 얼른 손 흔들고 나올 것이지,
왜 연기 속에서 안 나오고 꾸물거리는 거예요!
사람 간 떨어지게.
필라르 사다드, 아무래도 너에 대한 데스티노의 애정이 
너무 지나친 것 같애.
사다드 (당황한) 아닙니다. 데스티노님은 지금 필라르님을 
걱정하시는 겁니다.
카샴 그럴까?
필라르 사다드, 내 피를 수혈 받도록 해.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있으면 난 네가 죽을까봐
심장이 멎을 거야.
사다드 필라르님.
데스티노 (아부 톤) 필라르님, 그럼 저도 피 좀 주세요.
필라르 넌 맨날 혼자 도망다니잖아.
M "SUNDAY MORNING" (VELVET UNDERGROUND & NICO) 
죠팡 이제 컴퓨터도 다 망가졌고, 해킹도 못하게 됐군.
한지화 아직 한가지 방법이 있어요.
내가 컴퓨터 안으로 직접 들어가겠어요.
필라르 지화야, 그건 너무 위험해.
한지화 아냐, 사람 정신 속에도 들낙날락거리는 나야.
기계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거 몰라?
아무리 아길라스의 컴퓨터라지만 
그건 기계에 불과해. 
필라르 지화야, 아까 컴퓨터 디오사를 무력화시키면
우리 모두 살 수 있다고 했었지?
그럼, 만일 그 일에 실패한다면,
우리 중 누군가가..
한지화 (말 막는) 태영아, 시간이 없어.
내가 지금 들어가겠어. 아길라스의 심장으로.
M DJ SPOOKY 깔리면서
NA. 한지화는 아길라스의 컴퓨터에 들어갔다 나온 후, 아무하고
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먹지도 자지도 않고 얼이 빠진 
사람처럼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죠. 사람들은 그녀에게 물어볼 수
도 없었습니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그녀의 입을 통해 듣
게 될 이야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이틀이 지나서야, 한지화는 입을 열었습니다.
한지화 진희야, 나 바다가 보고 싶어.
우리 동해 같은 바다가..
박진희 데려다줄게! 자, 가자!
E 에어바이크 달리는 소리(로켓엔진)
필라르 진희야, 어딜 가는 거야!
박진희 (멀리서) 동해! 곧 다녀올게!
데스티노 나원참. 이 판국에 애기무당은 
겨우 향수병이었단 겁니까. 
괜히 걱정했잖아. 
난 또 우리 중에 누가 죽는 줄 알고..
필라르 데스티노, 너도 그렇게 느꼈군.
지화가 마음을 감추려고 했지만,
나도 그런 생각을 읽었어.
사다드 손 좀 줘봐.
사다드 아얏.
필라르 응. 금방 아무는군.
아직 내 피는 효과가 있어.
E 파도 소리
박진희 뭔가 얘기해주지 않을래?
한지화 컴퓨터 안에서 사람을 봤어.
정신이 직접 컴퓨터로 연결되어 있었어.
그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어.
아길라스 (에코) 네가 필라르냐
한지화 왜 나를 필라르라고 생각했을까.
그런데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그 컴퓨터를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는지,
그래서 무력감 때문에 그랬던 거야.
박진희 정말 그것뿐인 거야?
네가 그것 때문에 그렇게 괴로워했다고 
생각되진 않아.
M "YOU CALL IT LOVE" (KAROLINE CRUGER)깔리면서
한지화 (흐느끼는) 나 내일이면 먼 곳으로 떠날지도 몰라.
진희야, 헤어져 있는 동안
아주 가끔이라도 날 생각해줄 수 있어?
그렇다면 위안이 될 것 같아.
박진희 지화야..
(에코) 어쩌면 나도 예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 순간, 지화의 눈물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왜 지화가 내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
내 친구의 운명의 상대인가하고.
나는 지화를 내 사랑으로 만들고 싶었다.

레드문 SIGNAL

NA. 다음날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바닷가 바위에 앉아
있는 한지화의 모습을 보면서 박진희는 기도했습니다.
다시 한번만 지화를 품에 안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우리의 슬픈 운명이 저 파도소리에 묻혀서 쓸려 가게 해달라고. 
하지만 사랑이란 기습적으로 다가와 비상식적으로 흘러가는 것.



45

NA. 점점 늘어가는 반군과 아즐라의 돌연한 잠적, 전군사령관 엑
사토의 실종, 이런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시그너스 천
공도시는 흉흉한 소문들로 들끓게 됩니다.
아길라스는 그동안 아즐라의 행방을 놓고 무성했던 소문을 잠재
우기 위해 대형집회를 마련하는데요,
수많은 천공도시의 시민들은 아즐라를 보기 위해 광장으로 모여
들고, 아즐라는 당당한 태양의 자태로 그들 앞에 나섭니다.
E 빵빠레.
군중들 아즐라님 만세! 만세!
아즐라 지상의 불순분자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도전을 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우리의 권리를 강탈하는 무리는 
용서치 않겠다.
전군을 동원해서라도 반군들을 모두 처단하고,
우리 천공도시를 빛낼 것이다!
군중들 (만세, 환호성)
NA. 아즐라가 천공도시에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고 있을 때, 멀
리 떨어진 반군기지에 있던 필라르는 정신을 집중하고 자신에게 
남아있는 정신능력을 시험합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겨우 작은 돌멩이 하나였죠. 
M "BEYOND THE SUNRISE" ( BELLE AND SEBASTIAN)
필라르 (에코) 왜 안 되는 거지. 
왜 이렇게 능력이 다 없어진 거지?
데스티노 머리색이 흐려진 게 문제가 (E 입 막히는)아닐까요?
사다드 신경쓰지 마십시오.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필라르 뭐? 머리색? 어..그렇구나.. 
정말 머리카락이 흐려졌어.
데스티노 (신경질내는) 왜 입을 막아, 이 노예 놈아. 
머리색이 흐려진 게 내 탓이야?
E 에어 바이크가 도착한다. 두 명 다가오는 발걸음
한지화 (가까이 오며) 늦어서 미안해.
데스티노 너희 둘, 뭐하다 이제 왔어?
한지화 (당돌한) 애꾸눈 아저씨, 우리 사랑하다 왔어.
박진희 (당황한) 지화야!
한지화 왜, 사실이잖아. 하하....진희, 너 빨개지니까 
귀엽구나.
데스티노 저, 저런..노총각 앞에서 저 어린 것들이!
누구 염장을 지를 일 있나?
한지화 태영아, 방공호로 가자 . 할말이 있어.
애꾸 아저씨랑 사다드, 카샴박사님도 같이요.
데스티노 야 애기무당, 너 자꾸 애꾸애꾸할래?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한지화 그 컴퓨터는 사람의 정신이 직접 연결돼있어.
아마 그건 아길라스일 거야.
데스티노 역시, 그 자식은 변태야. 
한지화 그러니까 해킹으로 컴퓨터를 무력화시킬 순 없어.
죠팡의 손가락이 아무리 빨라도,
사람의 정신처럼 빨리 움직일 수 있는 
해킹은 있을 수 없으니까.
사다드 그럼 본성공격도 위험하단 얘깁니까.
한지화 한 가지 방법이 있어요.
정신능력자들이 본성으로 숨어 들어가면 돼요.
그리고 우리 진희는 정신능력자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거야. (E 키스 소리)
데스티노 야! 작작 좀 해! 굶주린 사람들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이야? 안 그래요? 필라르님?
필라르 (실의에 빠진) 내가 이렇게 능력을 잃어버려서..
할 수 있을까.
한지화 도움을 얻어야해.
네 동생 아즐라가 도와줄 거야.
어떻게해서든 그를 찾아서 네 편으로 만들어야해.
필라르 아즐라를?
한지화 귀인이 찾아와서 도와준다고 했으니까
남쪽으로 가봐. 지금 당장.
필라르 (조심스럽게) 지화야,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내 능력은 언제 돌아오는 거야?
한지화 ....그건...
필라르 왜 그래, 설마 능력이 아주 돌아오지 않는 거야?
한지화 아냐. 그렇진 않아. 네 능력은 건재해.
그 능력을 왜 쓸 수 없는지.. 점을 쳐볼게..
(E조약돌 손안에서 굴리는 소리. 떨어뜨리자 깨진다)
NA. 지화의 손에서 떨어진 조약돌들은 바닥에 닿자마자 유리조각
들처럼 부숴지고 말았습니다.
코드 유리창 깨지는.
한지화 (다급하게) 지금이 그 때야, 어서 피해!
도망가, (정신나간듯) 모두 도망가! 도망가란 말야!
박진희 지화야. 왜 그래? 정신 차려!
E 폭발음
아즐라 (냉정한 톤) 제대로 찾았군, 필라르.
필라르 아즐라!
아즐라 비켜라, 사다드!
사다드 못 비킵니다. 
아즐라 그렇다면 너도 함께 보내주지!
E 광선 공격. 폭발음
아즐라 한번은 용케 피했지만, 이번은 실패하지 않는다.
필라르 (간절히 설득하는)잠깐, 기억해봐, 아즐라.
우리 바닷가에서 만났었잖아.
그리고 난 천공도시로 찾아가서 너를 
치료 해줬어.
요즘 상처가 저절로 낫고 있지 않니? 
그건 그 때 내 피를 수혈해줬기 때문이야.
아즐라, 우리가 형제라는 것도 다 잊었어?
아즐라 (풀어지는) 그래, 기억나, 난 당신을 찾았었어.
애타게 기다렸지. 불러도 오지 않는 형을 말야.
그런데 왜 날 구하러 오지 않았어?
필라르 (E 껴안으며) 아즐라!
아즐라 필라르..너에게서 필라르의 정신파가 
느껴지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렇게 내 품안에 있는 네가 
진짜 필라르란 거지? (E 고압전기가 흐르는)
사다드 필라르님!
NA. 아즐라를 껴안은 필라르에게 아즐라는 전기공격으로 보답합
니다. 사다드와 데스티노도 눈앞에서 그 광경을 보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죠. 아즐라가 필라르를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에 정신능
력을 쓰면 필라르까지 다치게 될까봐 염려됐던 겁니다.
한지화 저건 아즐라가 아니야, 아길라스야! 진희야, 공격해!
E 돌멩이 날아가서 기계를 뚫는다.
기계인간 스파크 이는 소리.
박진희 어때, 이 돌멩이 맛이 어떤가.
사다드 안드로이드다, 공격!(E 광선공격)
데스티노 (동시에) 공격!(E 광선공격)
한지화 조심하세요. 저건 컴퓨터 디오사와 
직접 연결돼있어요. 머리 속의 CPU를 제거해야해요.
아즐라 (E 공중에서 날아와 광선공격)네 놈이 필라르냐!
박진희 (E 주먹 날리자 기계인간 부숴지면) 나 말인가?
(E 기계인간의 스파크 이는 소리) 잘 못 봤어.
NA. 박진희가 주먹을 날리자, 기계인간의 머리는 금방 부숴지고 
말았습니다. 정신능력자보다도 더 뛰어난 박진희를 보고, 데스티
노는 자존심에 상처받아 얼굴이 하얘지는군요.
한지화 (떨며) 또 오고 있어. 나를 죽이러 오고 있어.
안드로이드 (멀리서) 네 놈이 필라르냐!
한지화 진희야! 피해!
안드로이드 (E 광선공격. 폭발음) 죽어라!
데스티노 저 기계 놈이. (E 광선공격. 폭발음) 
안드로이드 (E 고장난 기계음) 네 놈이 필..라..르냐..
박진희 (정신잃은 듯 울부짖는)지화야! 지화야! 
이렇게 가면 안돼! 일어나! 뭐라고 말을 해봐!
한지화 (죽어가며) 전해줘..해결의 키워드는 사랑이야.
박진희 지화야 말해줘, 이건 다 꿈이라고.
필라르 지화야, 네가 나의 운명의 상대라는 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어?
나 대신해서 죽는 운명의 상대라는 거야?
M "THE END OF THE WORLD" (SKEETER DAVIS) 깔리면서
박진희 지화야, 쪽빛 가을하늘을 보여줄게.
우리 같이 지구로 돌아가자.
가을하늘을 보면서 몇 번이고 말해줄게.
나 널 좋아했다고. 네가 나를 좋아하기 전부터,
그리고 네가 날 좋아한 것보다 훨씬 더.
내가 널 좋아했어.
그러니까 제발 나를 두고 가지 마. 제발.
NA. 한지화를 화장하는 동안 박진희는 꼼짝도 하지 않고 오래도
록 불길을 바라봤죠. 한지화의 재를 뿌린 후 필라르 일행은 남쪽
으로 향했습니다.
그 때 박진희의 목에는 잿더미에서 건져낸 지화의 뼈 한 조각이 
사랑의 증표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군인 얼마전에 지상군 1개 소대가 전멸 당한 일이 
몇 번 있었는데, 어제 장갑차의 카메라가 
범인의 살인현장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E 모니터 켜는
군인 보십시오. 저 가운데 인물이 아무래도..
부관 확대해봐!
군인 네.
부관 저건..아즐라님..
(에코)머리색이 변했어도 저건 분명히 아즐라님이다.
E 자동문 열리는
아즐라 (E 다가오는)부관, 뭘 보고 있었나? 흠. 아즐라로군.
부관 (당황하는) 아, 아즐라님.
아즐라 부관, 보지 말았어야할 걸 봤군.
난 널 살려두고 싶었는데 안타까워. 하지만. 죽어줘.
부관 (E 총 쏘고) 저, 저건. 안드로이드..
아즐라 (E 스파크 이는) 부관, 이런 꼴까지 보다니 
이젠 살려둘 수가 없군.
부관 (E 도망가며) 모두 피해. 저건 아즐라님이 아니야.
안드로이드야!
아즐라 (E 스파크 이는) 모두에게 알려라.
부관을 추적하되, 죽이지 말라고.
아길라스 (에코) 그래, 부관, 어디 한번 아즐라에게 가보시지.
나를 아즐라 녀석에게 인도해보란 말이다.
M "FREE AS A BIRD" (BEATLES) 아즐라의 테마. 
제제 조심해, 뜨거우니까. 
아즐라 응.
제제 (크게)엄마! 삼켰어! 오빠가 삼켰어! 
아즐라 (E 죽 그릇을 빼앗아, 허겁지겁 마시는) 더 없어?
제제 내 것도 먹어.
아즐라 (E 허겁지겁 마시는) 이제야 살 것 같다..
제제 (E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괜찮아.
난 배고픈 게 아니라, 가스가 차서 그래.
제제모 (E 솥뚜껑을 열고) 염려마시고 드세요. 
죽은 더 있어요.
제제가 발견하지 못했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
높으신 분 같은데, 왜 이런 곳에서..
아즐라 꼬마야, 이름이 제제야?
제제 응. 이쁘지?
아즐라 응. 아주 이쁘구나. 네가 날 살렸구나?
제제 히히히..
아즐라 고마워. 내가 나중에 크게 갚아줄게.
제제 오빠, 난 오빠를 처음 봤을 때,
바보오빤 줄 알았다?
아즐라 뭐? 바보?
제제 응. 전에 어떤 바보 오빠가 왔었어.
천공도시도 모르고, 쓰레기 먹는 법도 몰랐다!
그 오빠가 뒷산에 갔는데, 
뒷산에서 물이 펑펑 나왔어.
아즐라 흥. 미안하구나. 그 오빠가 아니라서.
제제 하지만 오빠가 훨씬 이뻐!
아즐라 (당황한) 이뻐? 그건..
제제, 그건 여자한테 쓰는 말이야.
제제 하지만 오빠는 손도 하얗고 얼굴도 매끈매끈하고..
아즐라 나 졸려. 그만 잘래.
제제 오빠, 오빠! 그럼 제제도 옆에서 잘래.
아즐라 으응..
M "SUPERSTAR" (SONIC YOUTH) 깔리면서
NA. 태양의 몸을 타고 넘어간 최초의 인간이었던 제제는 아즐라 
옆에서 금방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새근거리며 잠을 자고 있는 
제제를 보자, 아즐라는 모든 근심을 잊고 잠을 청할 수 있었죠. 
그리고 그날 밤, 아즐라는 꿈에서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얼굴을 
만납니다.
필라르 (에코) 아즐라! 여기야! 이리와!
여기 물이 나와! 
아즐라 (E 벌떡 일어나며) 엇! 꿈이었구나.
그 사람이었어. 분명히. 
나를 치료해줬던 사람이었어.
E 강물 소리.
제제모 (멀리서) 몸은 괜찮으세요?
아즐라 네.
제제모 (멀리서) 다행이네요. 옷에 피가 많이 묻었길래
걱정했어요.
아즐라 제제는요?
제제모 뒷산 폭포 쪽에 갔을 거예요.
E 폭포소리
제제 필라르 오빠구나!
아냐, 또 틀렸다. 예쁜이 오빠구나.
아즐라 (톤 변하며) 지금 필..라르라고 했어?
으악..아아,, 머리가 아파..(E 광선공격)
제제 (E 나가떨어지며) 아악!

레드문 SIGNAL

NA. 첫번째 아이가 태어나 큰소리로 울자 하늘의 구름이 걷히고 
태양이 불타오르니 생명의 호수의 용들이 잠에서 깨어 하늘로 날
아올라 축복하도다. 그리하여 아이는 전설의 태양, 필라르 볼카
네스 페르우노라 하였다.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나 날카로운 소리로 울자 구름이 하늘을 뒤
덮고, 달이 불타는 태양을 가리니 용들은 숨어서 잠을 자고 바다
는 해일을 일으키고, 천지는 어둠에 싸여 그 불길함에 사람들이 
크게 두려워 하도다.
그리하여 두 번째 아이를 일식이라고 하였다.

다음 주에 이 모든 시그너스 예언의 비밀이 모두 밝혀집니다.



46

NA. 식사시간마다 들려오던 종소리에 길들여졌던 개가 종소리만 
들으면 침을 분비합니다. 하지만 그 파블로프의 개가 실험이 
끝난 후에도 계속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요?
'필라르'라는 말만 들어도 이성을 잃은 살인귀가 되어버린 
아즐라는, 실험이 끝난 후에도 실험실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걸까요?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아즐라의 마음 깊은 곳, 의식의 
저 너머에는 여전히 따뜻한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니까요. 

아즐라 제제!
제제모 (떨며) 아이를 주세요!
아즐라 (울부짖듯) 제제!! 일어나 !! 눈을 뜨란 말야!!
제제모 (싸늘하게) 이리주세요.
자신을 죽이려했던 사람의 품에서 제제를 
떠나보내고 싶진 않아요.
아즐라 (에코) 도와줘..루나를 살려줬을 때처럼.
내가 제제를 살려줄 수 있게 도와줘..
제발..이 아이를 살려줄 수 있게 해줘.
당신이라면 할 수 있잖아!
E 신비한 치료광선이 뿜어져 나오는 소리
제제모 (말문이 막힌 듯이) 저..저건.. 저 빛은 뭐지..
제제 (잠에서 깨어나듯) 
왜 울고 있어? 오빠, 울지 마.
제제모 (E 와락 안으며)제제!
제제 응? 엄마는 왜 그래?
사람들 (수근수근) 기적이야, 기적, 죽었던 애가 
다시 살아났어.
M "SUPERSTAR" (SONIC YOUTH) 
NA. 아즐라의 치료광선을 보고 몰려든 마을 사람들은 모두 
기적을 믿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즐라가 누군지, 
아즐라의 운명이 어느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죠. 
그 때 필라르의 진영에선 데스티노와 카샴, 사다드가 모여 
태양의 예언을 두고 삼자토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데스티노 첫째 아이가 태어나던 날은 얼마나 아름다웠는데..
태양은 반짝, 물고기는 팔짝, 새들은 폴짝,
온통 시그너스별이 축제를 맞은 것 같았다구.
그래서 첫 째 아이 이름이 전설의 태양이라는 뜻으로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가 된 거야.
그런데 둘째가 태어난 날, 그 밝은 태양을
달이 잡아 먹어버렸어. 일식이었지.
어디 그 뿐이야? 
바다에선 해일이 일어나고 사방이 어둠에 쌓이고...
으휴, 난 그 때 생각만 해도 끔찍해.
모두 저주가 내렸다고 난리였다구.
그런데 왕비 디오사가 둘째 아이가 
아무리 저주받은 아이라도 
이름만은 일식이라고 지을 수 없다고 해서, 
아즐라 아켄시엘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거라구.
카샴 그러니까 아즐라 아켄시엘은 
'태양을 숨기다'라는 뜻이었지.
일식의 온건한 표현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말야, 그 때부터 어떤 사람들은 아즐라가 
진짜 태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어.
달이 태양을 먹은 후에 더 찬란한 빛이 생겼었거든.
아길라스가 그런 주장을 이용한 거야.
데스티노 그래도 아즐라 그 녀석 성질머리를 보면
그 녀석 태어나던 날의 악몽이 되살아난다구.
태어날 때 울음소린 또 얼마나 괴상했는데..
꼭 사흘 굶은 용의 새끼 같았어.
카샴 (비꼬는)자넨 아즐라한테 잘만 붙어있었잖아?
데스티노 그거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지. 
카샴 그게 무슨 말인가? 
데스티노 그러니까..전설의 태양이 누군지,
또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알 수 없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이쪽 저쪽 왔다갔다하면서 
끝없이 회의할 수밖에 없단 뜻이야.
그게 바로 인간의 조건이요, 운명인 거야.
카샴 갖다붙이긴. 
(비꼬는) 사람들이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해서
다 너 같은 박쥐가 되는 줄 알아?
사다드 (말리듯) 그러니까 두 분 말씀은,
지금 필라르님의 머리색이 하얗게 바래는 것이나,
능력을 잃어가고 계신 것이 
예언에 따른 일이란 뜻입니까? 
데스티노 (E 돌멩이 집어던지며)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지금 내 귀에 들리는 건,
오직 하나, 위장이 먹을 걸 달라고 외치는 소리야.
M "A SPACE BOY DREAM" ( BELLE AND SEBASTIAN)
필라르 (잠에서 깨어나며)사다드. 나, 너무 오래 잤지?
사다드 아닙니다. 좀더 주무시지요.
필라르 (E 땅바닥에서 일어나는)진희는?
사다드 사냥하러 갔습니다. 
필라르 그래.. 지화가 꿈에 나타났었어.
지화는 교복을 입고 있었어.
난 머리가 하얗게 세어 있었지.
지화가 손가락을 들어서 하늘을 가르켰는데,
그 때 태양이 달에 가리워졌어.
그런데 일식이 완전히 일어난 후에는
오히려 태양이 더욱더 강하게 타오르는 거야.
지화는 그걸 보여주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그게 무슨 뜻일까?
데스티노 (E 다가오며)아니 태양이 그런 것도 몰라요?
약간의 고난이 있어도 태양은 지지 않는다,
결국 필라르님은 역경을 딛고 찬란히 빛을 발한다,
이런 뜻 아니겠습니까? 
필라르 (짐짓 밝은 척하며)아, 그거였구나.
데스티노 말을 들으니까 기운이 나는 것 같애.
자, 그럼 진희 찾으러 갈까?
진희가 뭘 잡아놨을까?
코드 불길한 징조가 다가오는 느낌.
박진희 자, (E 뱀 던지며)여긴 뱀밖에 없어. 
오염이 심한가봐.
필라르 아길라스도 문제지만, 오염이 더 큰 문제야.
전쟁 이후에 황무지로 변해버린 시그너스를
다시 옥토로 바꾸지 않는 한,
사람들은 계속 굶주릴 수밖에 없어.
(E 땅을 손으로 훑는) 아얏!
사다드 왜 그러십니까?
필라르 아냐, 유리 조각에 베었을 뿐이야.
사다드 피가..필라르님, 피가 납니다.
필라르 괜찮아. 아무리 내가 능력이 없어졌어도 
손가락에 피 한 방울 나는 걸로 죽진 않아, 사다드. 
(E 걸어가는) 자, 가자.
박진희 (놀라서) 태영아!
필라르 응?
박진희 네 피가 떨어진 곳을 봐. 죽어가던 풀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어.
필라르 정말이네.
박진희 게다가...점점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
NA. 갈라진 논바닥이 소나기를 반기듯이 들풀들은 필라르의 
혈액으로 다시 생명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시그너스의 대지가 희망을 발견하고 있을 때, 높은 
봉우리에 올라 지상군 본부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즐라의 공격을 받고 쓰러졌고, 아길라스에 
의해 추방당한, 엑사토 前 전군 사령관이었죠.
엑사토 (독백톤)지상으로 내려온 지 한 달이 다 돼가는군.
불러도 대답 없는 무심한 태양..
난 이제 스스로 시그너스와 가난한 자들을 구하고
나의 사악한 형제를 벌할 것이다.
E 슉하고 뛰어내리는 소리. 땅에 착지.
군인 (놀라) 누구냐?
엑사토 엑사토 前 전군사령관이 
지상군 사령관을 만나러 왔다!
코드 전운이 감도는
M 왕비의 해금 연주 -레이나 테마
레이나 이상하군요. 난 필라르를 찾고 있는데
계속 아즐라의 뒤만 따라가게 되니..
덕분에 그대를 다시 만났지만요, 루나.
루나 전 아즐라를 찾는 중이에요.
하지만 필라르는 찾기 어려우실지 몰라요.
저도 계속 놓쳤으니까.
레이나 그대는 어떻게 할거에요?
루나 아즐라를 찾으면 반군으로 돌아가야죠.
더 이상 그 곳을 비워둘 순 없으니까.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E 타박타박 걸어 멀어지는)
레이나 루나레나! 잠깐만 기다려봐요. 느껴지지 않아요?
근처에 필라르가 있어요. 나와 같이 가지 않겠어요?
M "CALLING "( 자베타 스틸, 바그다드 카페 O.S.T. 중)
루나 만날 운명이었다면 좀더 일찍 만나야했어요.
내 마음에 비해서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갔어요.
(E 걸어서 사라지는)
레이나 (보다가) 저 아이 마음고생이 심했구나.
우리도 가자, 라비타. (사라진 걸 깨닫고) 라비타?
NA. 라비타는 이미 사다드가 탄 트럭을 뒤쫓아가고 있었습니다. 
디오사의 모성보다 한발 빠르게, 라비타의 연심이 
움직였던 거죠.
E 트럭이 멀어지는 소리
라비타 (E 쫓아가며) 사다드!! (E 땅에 쓰러지며)사다드!!
사다드 (E 공간이동으로 나타나는) 라비타, 
여긴 어떻게 왔어?
라비타 (애걸하는) 사다드.
필라르 (E 공간이동으로 나타나는) (화난 )라비타, 
어머니는 어떻게 하고 너 혼자 온 거지?
라비타 (겁에 질린)저..저는..
필라르 (버럭 소리 지르며)어머니를 혼자 두고 왔단 말이야?
레이나 (E 공간이동으로 나타나는)
필라르, 엄마는 여기 있어요.
머리색은 변했어도 성격은 하나도 안 변했군요.
필라르 어머니!!
M "DRIFTING" ( CAROL KIDD)
필라르 이건...루나? ( 다급하게 ) 루나!! 루나!!
어머니, 루나도 함께 왔었어요? 
조금 전에 이 근처에 있었어요.
레이나 본부로 간다더니, 필라르를 보고 싶었나봐요.
필라르 아니에요. 루나는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거에요.
내가 필라르가 아니라 윤태영이기 때문에
날 미워하고 있어요.
어머니가 절 싫어하는 것처럼.
레이나 아직도 엄마를 원망하는군요.
하지만 필라르, 날 원망해도 되지만, 
루나는 원망하지 말아요.
루나는 필라르와 함께 보낸 
그 짧았던 시절을 추억하면서 기다려왔어요.
기다리다가 지쳐서 좌절하고 또 기다리가다
분노하면서, 마치 시그너스가 그대를 기다려왔듯이,
루나도 그대를 기다린 거죠.
그러니 루나를 원망하지 말아요.
루나레나가 필라르를 냉대하더라도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필라르.
예지자가 말한 태양은 우리와 다른 모습을 하고
어머니별 지구로부터 온다는 것을요.
필라르 (서늘한) 또 그 말씀이시군요.
태양은 태양다워야한다는..
어릴 때부터 제가 들어왔던 어머니의 
유일한 애정표현이었죠.
오랜만에 듣는 충고 고맙습니다.
레이나 (울먹이는) 미안해요, 필라르.
그런 말을 하려고 온 건 아니었는데,
필라르를 보니까 또 그런 말만하게 되는군요..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필라르..
(울음이 터지는) 
괴로움이 필라르의 심장을 찌르기 전에,
아즐라에게 모든 걸 빼앗기기 전에,
어서 지구로 돌아가라고,
지구로 돌아가서 여긴 다 잊어버리고 편히 살라고,
그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필라르 어서 돌아가요.
필라르 (마음이 약해지는) 그래도 될까요?
전 무서워요. 능력도 없어지고, 
또 누군가가 죽어가도 전 살릴 수도 없고,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두렵습니다.
정말, 다 잊고 지구로 돌아가도 되는 거에요?
레이나 필라르, 지구로 돌아가요. 우주선을 구해줄게요.
필라르 (결심한 듯) 하지만 어머니, 
전 두 번 도망갈 순 없어요.
레이나 필라르.
필라르 심장이 고통으로 짖이겨지는 최후의 순간이 오면
제 선택을 진심으로 후회할지 몰라도,
전 이 곳을 버릴 수가 없어요. 
해야할 일이 있거든요.

레드문 SIGNAL
NA. 그 순간 필라르는 어렴풋이 자신의 미래를 봅니다.
최후의 순간이 오면, 자신은 고통의 얼굴이 어떤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될 것임을, 몸서리치도록 확실하게 예감
하고 있었죠.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맞았습니다.



47

NA. 먼 옛날 예언자가 이른대로 어머니 별 지구로부터 지구인의 
육체를 빌려 돌아온 필라르, 하지만 그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화려한 영광이 아니었습니다. 시그너스를 다시 찾은 필라르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오염된 황무지와 자신을 버렸던 어머니, 
자신을 죽이려하는 동생, 점점 능력을 잃어 가는 자신의 비참한 
모습, 그리고 자신을 떠나 동생에게로 간 루나레나였죠.
모든 것을 잃게된 필라르에겐, 최후의 선택권마저 주어지지 않았
습니다. 태양으로 자라난 필라르의 양심은 또다시 시그너스에서 
도망치는 일조차 허락하지 않았으니까요.

레이나 필라르의 결심이 그렇다면,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좋겠죠.
사다드, 필라르를 찾을 때처럼 
정신능력을 사용해봐요. 
그 곳에 아즐라가 있을 겁니다.
사다드 (당황하여) 디오사, 그 말은..
레이나 지금은 필라르가 곁에 있어서 
미처 깨닫지 못했겠지만, 
사다드의 정신파는 아즐라와 연결되고 있어요.
그럼 엄마는 이만 가보겠어요. 
필라르 어머니, 저와 함께 아즐라에게 
가시는 게 아니었어요?
레이나 내가 필라르를 도와줄 수 있는 건,
아길라스를 찾는 일뿐이에요.
조금이라도 필라르를 돕겠어요. 가자, 라비타.
라비타 (앙칼진) 싫어요. 난 사다드를 만나기 위해서
그 지긋지긋한 곳을 빠져나왔다구요.
다시 사다드를 놓칠 순 없어요.
레이나 할 수 없구나. 필라르, 저 애를 부탁해요.
그리고 필라르, 루나레나를 원망하지 말아요.
E 슉하고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소리
사다드 돌아가!
라비타 싫어! (애걸하듯) 그동안 죽 너만을 생각했어.
이제 와서 나더러 어딜 가라는 거야?
필라르 (화난) 진희야, 우리 먼저 데스티노한테 가자.
저 여자 정말 보기 싫어.
박진희 출발한다.
E 에어 바이크 달리는 소리.
필라르 (중얼중얼) 데스티노, 이 녀석 어디로 가버린 거야?
이 넓은 곳에서 어떻게 찾으란 거지?
NA. 데스티노는 근처의 용군기지에서 반군의 여전사와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데스티노 (E 귀를 긁적이며) 아 귀가려..
누가 내 얘길 하는 거지?
루나 왜 그래요?
데스티노 아냐. 하던 얘기나 마저 하자구.
루나 난 더 이상 할 얘기 없어요.
용군이 반군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데 이제 와서
연합하자는 거죠?
데스티노 그럼 왜 날 따라왔어?
필라르님을 보고 싶어서 온 거 아니었어?
루나 (싸늘하게)난 윤태영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데스티노 그래? 사실은 필라르를 만나고 싶다는 
네 속마음이 자꾸 들려서 시끄럽다구.
그만 빼고 만나고 가지 그래? 곧 도착할텐데.
이번엔 방해할 스트랄라도 없으니까..아차차..
(종알종알) 요놈의 입이 항상 방정이야.
루나 스트랄라를 죽인 게 너였나, 데스티노?
데스티노 아니, 그건..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루나 (E 따귀를 올려붙이는) 죽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 
E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소리
자동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
데스티노 너 마침 잘 왔다, 박진희, 너 대신 내가 맞았어.
이 몸이 루나레나한테 따귀를 맞았다구!
필라르 (E 걸어 들어오며) 루나가 여기 왔었어?
데스티노 (아부 톤) 아, 네, 마중 나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루나레나와 연합 문제를 토의하느라고..
필라르 (E 뛰쳐나가며) 루나를 찾아야해! 루나!
E 공중에서 에어 바이크 나는 소리.
루나 그래, 데스티노 말이 맞을지 몰라.
사실은 필라르를 보고 싶었던 거야.
한번만이라도 그가 날 불러줄 수 있다면..
다시 옛날처럼 다정하게 날 불러줄 수 있다면..
필라르 (멀리서) 루나!
루나 이렇게 환청이 아니라,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필라르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루나!! 가지 마!
NA. 하늘을 나는 에어 바이크에서 필라르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
다. 그건 밤마다 나타나던 꿈속의 목소리도 아니었고, 이명처럼 
귓가를 맴돌던 환청도 아니었죠. 진짜 필라르의 목소리가 루나레
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루나레나가 필라르를 발견하자, 필라르
는 공중에서 뛰어내립니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다정한 연인의 품
으로요.
필라르 (감격한) 루나! 이제 도망가지 마. 널 놓칠 수 없어.
루나 하지만, 넌 필라르가 아니잖아.
난 잊을 수 없어. 남극에서 얼음 속에 죽어있던
필라르의 모습을..
그 때 내 사랑은 죽었어.
필라르 루나, 하지만 이건 기억하겠지?(E 입맞춤 하며) 
루나 필라르..
(에코) 이건 나만 알고 있는 필라르의 키스야.
M "TO THE END " (BLUR) 필라르의 사랑
라비타 왜 날 데스티노한테 떠맡기려는 거야?
사다드 넌 그분한테 있는 편이 나아.
라비타 난 물건이 아니야. 
아무도 날 이리가라 저리가라 할 수 없어.
사다드 웃기는군. 노예보다 무챠를 택한 건 너였잖아?
라비타 (울먹이는) 미..미안해..
하지만 난 마지막 몇일이라도 
너하고 같이 보내고 싶었어.
나, 사실은 방사능에 의한 골육종이야.
오래 살지 못해.
사다드 라비타. 정말이야?
라비타 미안해. 다른 곳으로 갈게. 
나도 이런 모습으로 네 곁에 있고 싶진 않아.
사다드 치료라도 하고 가.
M "SUMMER KISSES, WINTER TEARS "( JULEE CRUISE )
:라비타 수비타의 테마
NA.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지만, 가혹한 운명
은 그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죠. 필라르와 하룻밤을 보낸 
루나레나는 잠든 필라르의 이마에 작별의 키스를 하며 미안하다
고 수천 번 되뇌입니다. 그리고 필라르가 일어났을 때, 아직 루
나레나의 온기가 남아있는 옆자리에는 편지 한 장만이 남아있었
습니다.
루나 (에코) 오늘 정말 행복했어.
나도 너 곁에 있고 싶지만, 그러기에
우린 너무 늦게 만난 것 같아.
너는 내가 없어도 살 수 있고
친구들도 많지만, 
나마저 아즐라를 버리면 그에겐 아무도 없어.
나를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
부디 지구로 무사히 돌아가길 바래.
필라르 (E 종이 구기며) 루나..
(캑캑거리며 피를 토하는) 으아아아악..
E 쾅쾅거리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
사다드 (문 밖에서)필라르님! 무슨 일입니까?
(E 문을 부수듯이 열고 들어가) 필라르님.
NA. 그 때 사다드가 본 것은 완전히 백발로 변한 필라르였습니
다. 
M "A SPACE BOY DREAM" ( BELLE AND SEBASTIAN)
총독 (E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누, 누구냐?
누가 감히 총독의 침실에..
아즐라 내 얼굴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느냐?
총독 (아부 톤) 아, 아즐라님.
어인 일로 이 밤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친히 납시었습니까? 게다가 머리까지 염색하시고,
무슨 비밀작전 중이신지요..
아즐라 잔말말고 당장 일어나서 식량창고를 열어라.
총독 네? 아 네. 식량창고요..
아즐라 내가 긴히 쓸 일이 있으니,
트럭에 식량을 가득 실으라고 명령해라! 어서!
총독 아, 알겠습니다.
아즐라 (에코) 저 인형은? 옛 왕실의 인형인데..
총독 아즐라님, 저 인형이 마음에 드십니까?
제가 골동품 상점에서 어렵게 구한 것이온데,
만일 마음에 드신다면 
소인의 충정의 표시로 생각하고 받아주시지요.
아즐라 그래? 고맙군. 
NA. 제제를 또 죽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아즐라는 마
을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그 전에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식량을 가득 실은 트럭이 제제가 사는 마을에 도착하자,
아즐라는 마을 어귀에 식량을 쌓아놓고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제제의 머리맡에는 옛 왕실의 인형이 놓여있었죠.
인형 안녕, 제제? 난 제제가 제일 좋아.
제제 엄마!
인형 안녕, 제제? 난 제제가 제일 좋아.
제제 엄마! 이것 봐! 오빠가 준거야.
(E 달려나가며) 오빠야가 왔었어!
제제모 제제! 어디 가니?
코드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총독 나를 잘도 속였겠다.
아즐라님과 통신을 하지 않았으면
그 염색머리 가짜 아즐라한테 속을 뻔했잖아.
어디 보자, 굴뚝에 연기나는 걸 보니, 
아주 잔치상을 벌이는 모양이군. 
도둑놈들, 남의 식량을 훔쳐가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주마.
제1 포병대, 레이저포 발사!
E 연이은 폭발음.
NA. 아즐라가 마을로 다시 달려왔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난 
후였죠. 마을 사람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진수성찬이 채 
식기도 전에, 식탁에 앉은 채로 몰살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때 
아즐라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인형 (E 고장나서 잡음이 들리는) 안녕, 제제?
난 제제가 제일 좋아.
아즐라 제제..그럴 리가 없어. 제제..
(괴로움에 찬) 으아아악!
내가 제제를 죽인 거야.
당신은 어디 있는 거지?
왜 나를 이런 고통 속에 내버려두는 거야?
NA. 그날 밤 총독의 관저는 불에 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제제를 잃은 아즐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죠.
M "SUPERSTAR" (SONIC YOUTH) 
사다드 이건 누구의 감정일까.
이 격렬한 분노와 슬픔은..
필라르님은 지금 평온한 표정인데,
이 감정은 누구에게서 오는 거지?
라비타 (요망스럽게) 사다드, 밤공기가 추워.
이거 걸쳐? 응?
필라르 (E 에코) 받지 마.
라비타 사다드, 내가 어렵게 구해온 망토야.
이 정도는 받아줄 수 있잖아.
필라르 (E 에코) 사다드, 난 그 여자가 싫어.
사다드 (마지 못해, 하지만 다정하게) 알았어. 
그 옷 받을테니까 제발 저 쪽으로 가 있어.
필라르 (불같이 화내는) 사다드! 그 옷 받지 말라고 했잖아!
사다드 (당황하여) 죄송합니다. 필라르님.
저에게 마음을 닫고 계셔서 
필라르님의 마음을 미처 읽지 못했습니다.
필라르 난 너한테 마음을 닫은 적이 없어! 
더 이상 들리지 않으면 차라리 사라져버려!
E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사다드 필라르님! 
NA. 사다드는 사라진 필라르의 정신파를 쫓아 공간이동을 합니
다. 그런데, 사다드가 도착한 곳은 불에 탄 총독 관저 근처였고, 
그 곳에 있는 사람은 필라르가 아니라 아즐라였습니다.
사다드 (에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디오사의 말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내 마음속으로 몰려들던 그 격렬한 감정들도
아즐라님의 것이었단 말인가?
아즐라 필라르가 날 죽이라고 널 보냈는가? 이 놈, 죽어라!
E 광선발사 
사다드 아즐라님! 기다리십시오!
아즐라 닥쳐!
사다드 아즐라님, 전 쉽게 죽지 않습니다. 
적어도 당신이 모든 걸 기억해낼 때까지는 
죽을 수 없습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당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사람이 누군지, 
당신에게 왜 치료능력이 생겼는지를요.
당신도 마음 속으로는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이 필라르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저한테까지 느껴집니다.
전 이제 당신과 절대교감이 되고 있습니다.
당신 자신을 속여도 저까지 속일 순 없습니다.
아즐라 (이성을 잃은) 닥쳐! 필라르는 죽어야 해!
E 폭발음
레드문 SIGNAL 
NA. 아즐라의 마음은 필라르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그만큼 깊
은 증오로 찢기고 있었습니다. 
증오는 보상되지 않은 그리움의 자식이니까요....



48

NA. 사다드가 아즐라의 정신파를 필라르의 것으로 오해하고 끌려
갔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시그너스인들 모두가 아즐라를 필라르로 여기기 시작했으니까요.
전설의 태양이 나타났다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수
많은 순례행렬이 생겨났고, 시그너스인들은 전설의 태양을 만나
기 위해 길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그 순례의 행렬 중에는 엑사토 
전 전군 사령관도 끼어있었죠.
이제 필라르에게 남아있는 건, 진희의 우정, 그리고 지화의 유언 
뿐이었습니다.

박진희 지화는 죽기 직전에 너에게 해결의 키워드를 남겼어.
그건 사랑이야.
네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꾸물거리고 있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네가 정 깨닫지 못하겠다면 때려서라도 알게 해주지.
(E 주먹 날리고.)
필라르 (E 나가떨어지며) 아프군...
(E 일어나며) 주먹이 점점 세지는구나.
박진희 잘 들어둬. 전설 따위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네가 할 일이 뭔지나 생각해.
NA. 한편, 데스티노와 카샴 박사는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이마를 맞대고 숙덕이더니, 라비타를 찾아갑니다.
카샴 골육종이라는 진단은 어디서 받았어?
라비타 왜, 내가 거짓말이라도 했을까봐 그래요?
카샴 아니, 진단이 하도 정확하길래, 
그 의사 칭찬이나 해줄려고.
라비타 뭐라구요?
카샴 이봐, 라비타, 난 이래뵈도 시그너스 최고의 
왕실의사 출신이야.
라비타 그럼 내가 정말 골육종이란 말예요?
카샴 응.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보아하니 별로 살고 싶지도 않은 것 같은데
잘 됐지 뭐.
데스티노 (걱정하는 척) 저런. 이걸 어쩌지?
골육종은 말년이 아주 흉하던데..
라비타 싫어. 말도 안돼. 내가 왜 하필 골육종이어야해!!
(큰 소리로 우는) 난 죽기 싫단 말야!! 
데스티노, 날 살려줘. 난 죽기 싫어!
데스티노 (귓속말로) 훌륭한 복수였어, 카샴.
카샴 (귓속말로) 뭘 기본이지.
NA. 필라르와의 교감능력을 잃어버린 사다드는 아즐라와 헤어진 
후, 사막을 헤메고 있습니다.
E 에어 바이크 날아오는 소리
필라르 (멀리서) 사다드, 여기야.
사다드 필라르님!
필라르 (E 땅에 착지하며) 사다드, 어디 갔었어?
사다드 ...필라르님을 쫓아가다가..
필라르 역시 그랬었군. 아즐라한테로 끌려갔던 거지?
어머님의 말씀대로 
이제 아즐라와 교감을 하게 된 거지?
사다드 (괴로운) 그래도 저에겐 필라르님 뿐입니다.
필라르 괜찮아. 난 괜찮아, 사다드. 
그런 표정하지 않아도 돼. 
아즐라는 무사한 거야? 잘 지내고 있어?
사다드 네. 필라르님을 그리워하고 계십니다.
필라르 다행이야. 날 미워하지 않아서..
M "FREE AS A BIRD" (BEATLES) 아즐라의 테마. 
NA. 프로그램 상태에서 과도한 정신능력을 쓴 아즐라는 깊은 잠
에 빠져들었고, 그런 아즐라를 왕비 디오사가 안고 있었습니다. 
그 때 아즐라의 모습을 한 아길라스의 전령이 나타납니다.
아길라스 레이나.
레이나 내 아이의 얼굴을 하고 내 이름을 부르지 말아요,
아길라스.
아길라스 아즐라를 놓아줄테니, 나와 같이 가지.
레이나 좋아요. 하지만 날 속이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난 이제 정신이 돌아왔고 능력도 건재해요. 
더 이상 당신의 비밀정원에 갇혀 살던 
미친 여자가 아닙니다.
아길라스 당신이야말로 날 속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레이나 사람들이 와요, 어서 가요.
군중들 (멀리서) 저 쪽이야. 저 쪽에서 폭발음이 들렸어.
NA. 잠이 들어있는 아즐라의 곁으로 군중들이 몰려왔습니다. 
아즐라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환자들의 행렬을 거부할 수가 없었
습니다.
군중들 (웅성거리는)저 분이야, 저 분이 환자를 고쳐준대.
아즐라 전 의사가 아닙니다.
남1 저, 전 배가 아픈데요..
여1 (간절한) 제발, 아이가 다 죽어가요.
아즐라 (기운 없는) 차례 차례 오세요. 한꺼번에 오시면
치료할 수가 없잖아요.
남2 이것 좀 드시고 하세요.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아즐라 (에코) 이건 천공도시에서 떨어진 깡통이군..
그래, 여긴 이것밖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지. 
(E 깡통을 따고 먹는) 
제제 (E 달려와) 오빠야! 머리가 까매졌다!
아즐라 (반가워) 제제! 너 어디 갔다 온거야?
난 네가 죽은 줄 알았잖아!
제제 오빠야, 이 언니가 날 데려다줬어.
아즐라 언니?
제제 응. (부르는) 언니야!
루나 (다가오며) 아즐라, 이젠 깡통도 먹게 됐구나.
아즐라 (기뻐하면서 감추는) 루나, 왜 다시 돌아온거야?
나와 같이 있으면 난 널 다시 죽이려할지 몰라.
어서 돌아가.
루나 내가 너에게 죽을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
죽는 것도 내 자유이고, 
그 때 내 곁에 있을 사람을 택한 것도 내 자유야.
나는 너를 택했어.
아즐라 루나, 정말이야? 루나!
M "ONE" ( U2) - 아즐라의 사랑
E 전투정들이 날아오는 소리. 폭격소리
군중들 군대다! 도망가자!
루나 제제, 저 바위 아래 숨어.
뭐해? 아즐라. 어서 사람들을 돕지 않고.
아즐라 이럴 수가...저건 태양성의 경비대야. 
내 군대가 왜 나를 공격하는 거지?
E 광선총 발사하는 소리
아즐라 저 광선총은..저건..엑사토! 살아있었구나.
엑사토 (E 달려오며) 아즐라님! 
E 전투정에서 날아오는 기관총 소리
엑사토 (E 총에 맞고 쓰러지며) 으악, 아즐라님..
아즐라 (E 달려가며) 엑사토, 잠깐만 기다려.
E 초능력 광선 나가는 소리, 전투정들의 폭파음
아즐라 (안타까운) 엑사토, 내가 치료해줄게.
엑사토 네? 치료라뇨..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즐라 (E 치료광선이 나가는 신비한 소리) 
이제 괜찮을 거야. 
군중들 (멀리서)저희도 고쳐주세요.
아즐라 엑사토, 조금 있다가 봐.
(E 달려 사라지며) 환자들이 날 자꾸 불러.
엑사토 필라르가 나타났다고 해서
이 곳으로 왔는데...
루나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아요.
아즐라의 치유 능력 때문에 사람들이 
아즐라를 전설의 태양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대로 가면 필라르는 정말 잊혀질지도 몰라요.
엑사토 (에코) 그래, 필라르님이 
아즐라에게 했던 수혈 때문이군. 
그래서 이렇게 된 거야..
M "A SPACE BOY DREAM" ( BELLE AND SEBASTIAN)
NA. 그 때 군중들 틈에서 눈에 띄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
습니다. 그들이 나타나자 군중들은 누가 시킨 것처럼 일제히 물
러나 길을 피해주었고, 무리 중에 있는 하얀 백발의 남자 앞에서
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죠.
그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병약해 보였고, 가슴에 난 커다란 흉
터가 눈에 띄였지만,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위엄이 흐르고 있었
습니다. 그는 아즐라와 루나를 보자 빙그레 웃었습니다.
필라르 (다정한) 아즐라, 오랜만이야.
루나 (에코) 필라르, 왜 웃는 거야?
아즐라와 함께 있는 나를 보고 왜 화내지 않는 거야?
아즐라 필라르..(분노에 찬) 그래, 너군. 필라르. 
이제야 만났어
내 손에 죽고 싶어서 제 발로 걸어왔군.
제제 오빠야, 왜 그래? 
이 오빠는 우리 마을에 물을 나오게 했던
그 바보 오빠야. 둘이 싸우면 안돼!
아즐라 (수그러진) 제제! 
M "SUPERSTAR" (SONIC YOUTH) 깔리면서
필라르 난 널 죽일 생각이 없어.
만일 널 죽이려고 했었다면, 
너를 치료하지도 않았고, 
너한테 수혈을 해주지도 않았을 거야.
아즐라, 우리 약속을 잊었어?
바닷가에서 얘기했었잖아.
이제 제발 아길라스에서 벗어나, 제발.
우린 형제야.
아즐라 (고통에 찬) 머리가 아파.
필라르 아즐라!
아즐라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아(프로그램 상태로 변하는)
다 죽어버려!!
루나 (E 달려와 붙잡고)그만 해, 아즐라! 제발 이러지 마!
아즐라 (E 발버둥치며) 놔! 저 녀석을 죽여야 해!
필라르는 내 어머니의 원수야!
필라르 아즐라, 아길라스에게 더 이상 속지 마!
아즐라 이것 놔!(E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사다드 필라르님, 피하십시오.
아즐라 저 노예놈이! 너부터 죽여주마!(E 광선 나가는)
사다드 (E 나가떨어지며) 으악!
필라르 사다드! 
루나 아앗. 배가...(에코) 이건..아기야.
아기가 생겼어. 필라르 너의 아기가 생겼어.
오지 마, 필라르. 죽으면 안돼!
필라르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을 죽게 할 순 없어.
아즐라, 세뇌를 푸는 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
나를 죽여야만 해..
아즐라, 나를 죽이고 자유를 찾아. 자, 어서.
아즐라 (E 공중에서 날아오며) 죽어!
E 창이 무서운 기세로 날아가 아즐라의 배에 꽂힌다
아즐라 (비명지르며) 아악! (E 땅에 떨어진다) 
NA. 죽음을 결심한 필라르가 아즐라의 제물이 되려고 했을 때,
박진희가 던진 창이 날아와 아즐라의 배에 꽂혔죠.
공중에서 땅으로 곤두박질친 아즐라는 겁에 질린 아이처럼 떨고 
있었습니다.
M "TODAY" ( SMASHING PUMPKINS) 깔리면서
필라르 아즐라! 정신 차려, 아즐라!
아즐라 (울면서 낮게 중얼거리는) 날 죽여줘. 필라르. 
왜 날 죽이지 못하는 거야.
엑사토 프로그램 상태에서 벗어나면 
항상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즐라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필라르님.
필라르 아즐라, 미안해. 그 때 널 두고 오지 말았어야 했어.
내 잘못이야. 널 이렇게 만든 건 다 내 잘못이야.
아즐라, 내 사랑하는 동생, 아즐라, 날 용서해줘.
아즐라 그래 기억나, 필라르, 당신이 내 형이었어.
코드 화해의 느낌.
컴퓨터 프로그램 정지. 대상자가 상실되었습니다.
아길라스 (화내는) 뭐?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
대상자가 상실되다니.
컴퓨터 에러 발생. 정신자극 프로그램 입력이 불가능합니다.
아길라스 이런 망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단 말야!
두고 보자, 아즐라 이 놈. 
난 절대로 널 놓아주지 않을 거다.
NA. 이렇게 해서 아길라스의 정신강화 프로그램은 완전히 멈추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필라르와 아즐라 두 형제에겐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있었죠. 카샴 박사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들에
게 루나레나의 전갈을 전합니다.
카샴 몸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제가 반군 기지로 가라고 했습니다.
필라르 (걱정하는) 루나가? 어디가 아픈데?
카샴 (곤란한) 아프다기보다는....
어차피 두 분이 다 아셔야하니까
말씀드리죠. 루나레나님이 임신했습니다.
아즐라 (반색하는) 뭐? 루나가 임신을 했다고?
(E 달려가며) 내가 가볼게.
필라르 (에코)그래, 루나가..아즐라의 아기를 가졌구나.

레드문 SIGNAL

NA. 두 형제는 하나의 사랑을 놓고 끝없는 줄다리기를 하는군요.
루나레나의 임신 소식을 전해들은 필라르는 그것이 아즐라의 아
기라고 생각하고 있고, 아즐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사랑을 포
기할 수가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아즐라 아켄시엘, 태양을 감추는 운명을 타고난 그는, 결국 태양
의 사랑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군요.



49

NA. 루나레나의 임신소식을 전해들은 형제의 반응은 각각 달랐습
니다. 아즐라는 그 말을 듣자마자 루나에게 달려가 두 형제로부
터 떨어져 있으려 하는 그녀의 결심을 되돌리려고 합니다. 하지
만 필라르는 그 순간에도 아즐라의 뒷모습만 바라보면서 서 있을 
뿐이었죠. 필라르는 언제나 그랬죠. 마음은 깊었지만, 사랑 앞에 
당당히 나서지 못했습니다. 
M "ONE" ( U2) - 아즐라의 사랑
아즐라 루나! 나 때문에 떠나려는 거야?
루나 그게 무슨 말이야.
아즐라 난 네가 나를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네가 필라르의 아이를 가졌어도 괜찮아.
내가 태양의 아이로 잘 키워줄게. 그러니까 가지 마.
루나 아즐라, 나 잠깐 쉬고 싶어.
아즐라 (포기한) 그래? 그런 거야?
넌 일이 이렇게 되니까 다시 필라르에게 
돌아가고 싶은 거겠지.
갈테면 가.
너와 함께 형까지 다 잃어버려도 상관없어.
어차피 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이 태어났으니까.
루나 아냐, 아즐라, 그런 게 아니야.
난 널 떠날 생각 없어.
아즐라 (기뻐) 그게 정말이야?
루나 그래, 정말이야.
M "EVERY TIME WE SAY GOODBYE" 
( ANNIE RENNOX, PRELUDE TO A KISS O.S.T. 중)
E 지상군 탱크부대가 몰려오는 소리
필라르 탱크다... 그것도 수백 대가..몰려오고 있어.
아즐라 저들은 내 부대야. 내 말에 따르게 돼있어.
엑사토 아즐라님! 
아즐라 (크게 외치는) 멈춰라! 인솔자는 누구냐!
엑사토 (에코) 지상군 사령관이 반란에 성공했다면 
저 탱크부대는 우리편일 것이지만,
그가 만일 실패했다면..
NA. 그 때 지상군의 탱크에서 내려선 것은 은발의 아즐라, 아즐
라의 모습을 한 아길라스의 안드로이드였습니다.
아길라스 멍청한 놈, 넌 머리가 검다는 걸 모르나보지?
그 꼴로 군대를 속이려고 하다니,
여전히 넌 머리가 나쁘구나.
아즐라 (겁에 질린) 저..저건..
아길라스 넌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난 절대로 널 놓치지 않아.
아즐라 아버님이야..
코드 기계적인 소리. 공포감이 밀려오는.
아길라스 (외치는)나 아즐라 아켄시엘, 
시그너스의 태양이 명령한다.
필라르의 추종자들은 전멸시키고, 
저 가짜 아즐라는 생포하라!
E 대포와 기관총 소리
NA. 충격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은 위험이 사라진 후에도 그 경험
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하죠. 공포의 대상이 그림자만 슬쩍 
비춰도 또다시 끔찍한 일이 반복될까봐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아
즐라는 정신강화 프로그램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아직 그 기억
까진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필라르 아즐라, 저건 아길라스가 아냐.
아즐라 (떨면서) 다시 나를 잡아가서 프로그램을 할 거야.
나는 다시 고문당할 거야.
필라르 정신 차려, 아즐라!
지금 군대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네가 저 무기들을 없애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구.
아즐라 (정신 나가) 그 일을 왜 나한테 하라는 거야?
네가 하면 되잖아.
난 능력도 약하고 무섭다구. 
난 여기에 가만히 있을 거야.
필라르 난 이제 정신능력이 없어.
내 능력은 모두 너에게 옮겨갔어.
아즐라 뭐?
필라르 너에게 치유능력이 생겼지?
나는 치유능력이 없어졌어.
그리고 나는 이제 돌맹이 하나도 들어올리지 못해.
아즐라 (E 일어나며) 그게 정말이야?
필라르 자, 내가 가르쳐줄테니까 너도 해봐.
눈을 감고 무기들을 투시해. 어때, 보여?
아즐라 응.
필라르 이제 해봐. 무기들을 모두 고장내는 거야.
사람은 다치지 않게 하고. 알았어? 자, 정신을 모아.
아즐라 응..알았어.
E 탱크들이 찌그러지는 소리
아즐라 (기뻐하며) 된거야? 정말 내가 한 거야?
필라르 당연하지, 누구 동생인데.
자, 다시 한번 더 하는 거야.
NA. 그 때였죠. 안드로이드가 필라르와 아즐라가 있는 곳으로 날
아오고 있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공격에 두 형제가 꼼짝없이 당
하는 순간, 박진희가 불속을 뛰어들어 필라르를 구해냅니다.
E 불에 타는 소리
박진희 태영아, 괜찮아?
필라르 응. 아즐라는 어떻게 됐어?
박진희 걱정하지 마, 그 녀석은 피했어.
필라르 아즐라는 누가 구했는데?
사다드 (E 땅에 착지하며) 괜찮으십니까, 필라르님?
(당황하며) 아, 아즐라님..
NA. 그건 필라르가 지불해야하는 최후의 댓가였습니다.
사다드의 품에는 필라르가 아니라 아즐라가 있었습니다.
사다드는 또다시 아즐라 쪽으로 끌려갔던 겁니다.
사다드 (E 무릎을 꿇으며) 필라르님.
전.. 당신인 줄 알았습니다.
필라르 (다정하게)괜찮아, 사다드. 동생을 구해줘서 고마워.
이제 내가 아즐라 걱정은 안해도 되잖아.
사다드가 항상 아즐라 곁에 있을테니까.
사다드 하지만 저는..
아즐라 지금 뭐하는 거야? 필라르가 피를 흘리고 있는데.
박진희 (공격적인) 저리 가! 사다드건 너건 다 필요없어.
태영이는 내가 보살필 거야.
필라르 진희야, 그러지 마. 아즐라는 내 동생이야.
어떻게 찾은 동생인데.
아즐라 (걱정하는) 필라르, 어쩌다 이렇게 다친 거야?
너 정말로 정신능력이 다 없어진 거야?
필라르 괜찮아. 난 금방 나아. 너처럼.
아즐라 그럼, 나도 자체치유력이 생긴 게..
필라르 응, 내가 수혈을 해서 그래. 
아즐라 내가 치료해줄게. (에코) 그랬었구나, 필라르.
네가 나에게 모든 것을 다 주었었구나.
E 신비한 치료광선이 나가는 소리
아길라스 겨우 여기까지 밖에 못 왔나?
아즐라 (긴장한) 아..아길라스.
아길라스 너희 중에 누가 필라르냐!
누가 필라르를 부르던데..
누구냐, 너냐, 윤태영?
박진희 필라르는 나다, 그것도 못 알아보는가?
자, 한번 따라와보시지.(E 쌩하고 사라지는)
아길라스 저 놈이! (E 공중으로 날아올라 쫓아가는)
필라르 진희야, 안돼!
E 포 소리. 공중에서 들리는 폭발음
캐논 (E 달려오며) 필! 무사한가? 
필라르 (반가운) 캐논!
캐논 이봐, 필. 이제부터 자유의 소리가 나설테니
넌 구경이나 해. (외치며) 자유의 소리, 돌격!
E 포 소리.
모모 바보형아, 싸우지 못하면 숨어있어.
이번엔 모모가 나선다구!
필라르 (반색하며)모모! 
모모 왜 쳐다봐? 난 평생 안 자랄 줄 알았어?
필라르 아냐. 너무 너무 반가워서 그래.
엑사토 (멀리서) 멈춰라. 너희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아즐라님이 아니라 아길라스의 안드로이드다!
이 기계 팔을 보아라, 
여기 계신 분이 진짜 아즐라님이시다.
군인들 엑사토 사령관님!
E 전투정이 몰려오는 소리
캐논 용군이다!
필라르 (기뻐하는) 데스티노가 해냈어.
코드 승리의 기쁨이 다가오는
아길라스 시스템상으로는 용군이 이동한 적이 없는데..
대체 어떻게 된거냐.
데스티노 (E 모니터에서 나타나며) 헬로, 아길라스.
우린 용군 시스템을 분리시키는데 성공했어.
이 데스티노 데스티니가 언제까지 
너한테 당하고만 있을 것 같으냐. 응?
굿바이, 아길라스. 으하하하하.
아길라스 저 데스티노 자식. 좋아, 이렇게 되면
모두 밟아버리는 수밖에 없다.
컴퓨터 자동 폭파 장치 가동하겠습니다.
아길라스 모두 없애버려.
E 연이은 폭발음.
NA. 아길라스는 지상군의 무기들을 모두 자동 폭파시키고 말았습
니다. 아길라스에게 군인들의 생명은 적진에 떨어진 작은 수류탄 
정도로 생각됐을 뿐이니까요.
E 연이은 폭발음
박진희 태영아! 잠깐만 기다려. 내가 구해줄게.
필라르 (고통스런) 다리가..다리가 탱크 파편에 깔렸어.
박진희 (E 파편을 들어올리며)자, 됐어.
나하고 가자.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필라르 (신음하며) 진희야, 너무 아파..
박진희 (에코) 사다드 녀석, 또다시 아즐라에게로 가버렸다.
이제 태영이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루나 (E 쫓아오며) 기다려 박진희, 어딜 가는 거야?
박진희 넌 왜 쫓아온 거지?
루나 그렇게 아파하는데, 어딜 데리고 가려는 거야?
박진희 뭐? 태영이를 버린 건 누군데 그래?
이 녀석은 몸보다 마음이 더 다쳤다구.
넌 가서 애 아빠나 잘 보살펴!
루나 (참으며) 그래, 그를 지구로 데리고 가.
그 편이 그에게 더 좋을 거야. 
박진희 그래, 이제 너희들은 꼴보기도 싫어.
(멀어지며) 다신 태영이 앞에 나타나지 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태영이를 데리고 돌아가겠어.
NA. 그동안 참아왔던 박진희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박진희의 눈에는 시그너스의 모든 사람이 태영이를 괴롭히는 것
처럼 보였으니까요. 
E 공간이동으로 나타나는 소리
데스티노 루나, 필라르님이 여기 있지?
루나 저 부숴진 호텔 안에 있어.
박진희가 데리고 갔어.
데스티노 (의기양양) 그것 봐, 내가 뭐랬어?
사다드는 못찾아도 난 찾는다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태양의 수호기사라는 거 아냐. 
카샴 (비꼬는)축하해요. 태양의 수호기사님.
사다드 필라르님의 상태는 어떻지?
루나 안 좋아. 고통이 심한 것 같아.
박진희 (멀리서) 루나! 루나 아직 여기 있어요?
태영이가 찾아요!
M "CALLING "( 자베타 스틸, 바그다드 카페 O.S.T. 중) 
필라르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주인공은 금방 죽지 않아.
후후..너에게 사과하고 싶어서 진희를 보냈어.
루나 사과는 무슨..
필라르 루나, 네 아기는 예쁠거야,
아즐라를 닮았으면 눈이 맑고 아름답겠지.
그렇다고 네 눈이 맑지 않다는 건 아니고..하하..
(신음하는) 아..웃으니까 부러진 갈비뼈가 울려서 
아프구나.
루나 필라르, 이 아기는 네 아기야.
필라르 그게 정말이야?
루나 응. 아즐라도 알고 있어.
자기가 잘 키워줄테니까 나더러 가지 말라고 했어.
(울먹이는)..난 아즐라를 또 버릴 수가 없어서..
필라르 루나, 넌 너무 많이 울었어. 이젠 그만 울어.
그래, 내가 짐작하는 것보다 넌 훨씬 힘들었을 거야.
한때는 항상 도망치는 너를 원망한 적도 있었지만, 
그게 다 내 잘못 때문이라는 걸 알았어.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넌 모를 거야.
부디 아즐라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
시그너스의 현명한 왕비가 돼서 내 아이를 키워줘.
부탁이야, 알았지?
루나 필라르..난 너한테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었어.
필라르 말하지 않아도 돼.
루나 아냐, 꼭 말하고 싶어. 필라르..널 사랑해. 
내 심장이 멈춰도 내 사랑은 멈출 수 없을 거야.
지금부터 영원까지 널 사랑해.
필라르 루나, 바보 같이..이제는 그런 말하지 말아야지.
아즐라를 위해줘. 나 대신..

레드문 SIGNAL

NA. 루나레나와 필라르는 드디어 화해를 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
인합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지만요.
사진기의 버튼을 누르면 
찰라가 한 장의 사진으로 굳어지는 것처럼, 
진실한 사랑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 수 있는 것...



50

NA. 지상군과의 전투가 끝난 후, 일행들은 필라르가 누워있는 호
텔을 근거지로 삼았습니다. 한편 자유의 소리와 데스티노의 용군
과 살아남은 지상군들은 연합전선을 결성했고, 여기에 자발적으
로 나선 민병들과 거리의 여자들까지 합세해서 시그너스의 미래
를 의논하게 되었죠. 시그너스의 시가지는 미래와 역사를 결정하
는 거대한 토론장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라비타 (비꼬듯이) 안녕하세요, 왕실 의사 선생님.
카샴 켁. 넌 여기 또 왠일이야?
라비타 왜요,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놀랐나요?
나더러 골육종이라고 사기칠 때는 언제고,
양심에 걸리는 모양이군요
카샴 골육종이라고 먼저 말한 건 너였잖아.
라비타 그건 사다드 곁에 머물기 위한 핑계였죠.
카샴 그러니까 나도 속인 거지.
너 같은 여자는 그런 대접을 받아야하거든.
라비타 흥, 이제 나도 당당한 자유의 소리 일원이에요.
(E 멀어지며) 잘 부탁해요, 돌팔이.
카샴 거기 숨어있는 거 다 알아,데스티노. 어서 나와.
데스티노 쟨 왜 저렇게 끈질긴 거야?
카샴 지난번엔 내가 나섰으니까, 이번엔 네 차례야.
데스티노 싫어.
카샴 야, 네가 안하면 누가 해?
데스티노 사다드를 시키면 되지.
카샴 이 뺀질이 박쥐 제비족 같은..
NA. 아즐라는 몰려드는 환자들을 돌보면서 그 동안 태양으로서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한 속죄를 하고 있었고, 필라르
는 호텔 방에 누워 조용히 잠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곁에는 
사다드와 박진희가 침상을 지키고 있었죠.
박진희 (수심에 찬) 아즐라의 치유력이 약하기 때문일까.
계속 아픈 것 같애.
사다드 그게 아니라, 내 생각엔 심리적인 이유인 것 같아.
박진희 심리적인 이유라니?
사다드 필라르님의 정신능력이 없어진 것이 언제부터인지 
생각해봐.. 
시작은 스트랄라에게 칼을 맞은 때였지.
그리고 지화가 죽은 후에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루나가 아즐라에게 떠나고 난 후엔
머리가 완전히 하얗게 세어버렸어.
지금은 나 때문이야.
내가 아즐라님께 갔기 때문에..
(목메는)이렇게 아프신 거야.
M SCARBOROUGH FAIR ( SIMON & GARFUNKLE )깔리면서
박진희 (에코) 언제나 태영이는 자긴 괜찮다면서 웃었어,
이렇게 마음의 고통이 몸으로 드러날 지경이면서..
바보 같은 자식, 
왜 자기 건 하나도 챙기지 못하는 거야.
왜 이렇게 바보처럼 다 내주기만 하느냐구.
망할 자식. 눈만 떠봐, 지구로 당장 끌고 갈 거야.
사다드 넌 섬으로 모시고 가려고 했었지? 내가 모시고 갈게.
데스티노 (E 공간이동으로 나타나며) 바보 아냐? 사다드.
네가 섬으로 가면 다시 끌려오지 않을 것 같애?
사다드 제가 정신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됩니다.
데스티노 웃기네. 네가 정신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아즐라가 끌어당기면 자동으로 끌려오게 돼 있다구.
넌 초능력 입문서도 안 읽었냐?
하여간, 여긴 태양의 수호기사가 지킬테니까, 
넌 태양과 나 사이를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라비타나 처리해.
사다드 (깜짝 놀라) 라비타? 라비타가 여기 왔습니까?
필라르 (기운 없는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놀랐잖아.
사다드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필라르 아까부터 다 들었어. 난 섬으로 가지 않아.
지금 내가 없어지면 아즐라와 반군은 
융합하지 않을 거야. 아즐라에겐 내가 필요해.
그리고 아즐라가 정신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내가 가르쳐줘야한다구. 모두 시간을 다투는 일이야.
박진희 (단호한) 안돼. 태영아, 이젠 네 생각도 좀 해.
E 노트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루나 반가운 손님이 오셨어.
태영모 (E 달려와 와락 안는) 태영아!
필라르 (반가운) 엄마.어떻게 여길..아빠! 자영이도 왔구나.
태영모 세상에 태영아, 머리가 어쩌다 이렇게 하얗게 됐어?
게다가 왜 이렇게 마르고..
필라르 이젠 괜찮아, 엄마가 왔으니까 다 괜찮을 거야.
태영모 그래. 이젠 다 잘될 거야.
엄마가 있으니까 걱정할 거 없어..
자영 오빠, 흰머리로 염색한 거 아냐?
태영모 자영아! 오빠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태영아, 우선 생명수부터 마셔.
이럴 줄 알고 잔뜩 퍼왔으니까.
NA. 아즐라는 엑사토와 데스티노의 충고를 받아들여 아길라스를 
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반군과의 융합이었습니다.
캐논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필 너 때문이었지,
저 아즐라 녀석 때문이 아니야.
그렇게 우리를 괴롭혀놓고 이제와서 한편이 되자구?
그게 말이나 돼?
난 아즐라를 위해서 싸우는 짓 따윈 절대로 안해.
필라르 이건 누가 누굴 위하는 문제가 아니야.
우리 모두를 위한 거지.
그리고 아즐라는 세뇌만 당하지 않았으면
벌써 빈민구제책을 세웠을 거고, 
훌륭한 태양이 됐을 거야.
아즐라 (멀리서) 필라르! 다 나은 거야?
캐논 (투덜)지 얘기하는 줄 어떻게 알고 달려오는 거야?
아즐라 (E 달려와) 필라르. 정말 괜찮아?
필라르 아즐라, 마침 잘 왔어. 의논할 게 있어.
나하고 저리로 가자. 
아즐라 (불안한 톤) 설마 지구인들하고 다른 곳으로 
가겠다는 건 아니지?
필라르 아즐라, 난 널 두고 가지 않아.
코드 긴장감이 고조되는
필라르 더 이상의 전쟁은 시그너스를 파멸로 이끌 뿐이야.
전쟁에서 누가 이기든, 이번에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결과는 뻔해. 시그너스의 자멸이야.
데스티노 그럼 어떻게 하잔 말씀이십니까?
필라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 
정신능력자들이 본성으로 들어가는 거야.
아즐라, 너도 같이 가야해.
들어가서 컴퓨터 디오사만 부수면 돼.
아즐라 싫어..... (생각나자 이성을 잃은 듯)안돼! 
난 다시 그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아.
또 다시 잡혀서 고문당하긴 싫단 말야!
아길라스가 나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 몰라서 그래!
E 컴퓨터와 각종 기계들의 동작 소리.
거대한 인공 호흡기관의 숨쉬는 소리.
레이나 여기 있었군요. 내 방 지하에 있었다니.
불쌍한 아길라스, 당신이 원하던 삶이 
이런 것이었나요?
아길라스 레이나, 지난번 방문 때와 똑같은 말을 하는군.
레이나 그게 무슨 말이죠?
아길라스 아하, 그 땐 정신이 없는 상태였지.
당신은 내 방을 한번 방문한 적이 있었어.
그 때 당신은 날 끌어안고 울부짖었잖아.
'당신이 원하던 삶이 이런 것이었나요?'하면서
마치 옛 애인을 대하듯이 다정하게 굴었었지.
레이나 날 또 혼란에 빠뜨리려는 거군요.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속지 않아요. 
당신 덕에 난 정신이 혼미한 채로 
십 수년을 보냈어요.
아길라스 난 알고 있어, 레이나.
넌 나를 사랑하고 있어. 내 몸만 정상이었어도..
레이나 닥쳐!(E 초능력 광선을 쏘자, 
동시에 스파크가 일어나 스스로 나가떨어진다)아악!
아길라스 레이나, 넌 날 죽이지 못해.
난 너의 뇌 속에 칩을 박아놨거든.
컴퓨터 디오사란 너와 나의 합체를 말하는 거야.
나와 넌 한 몸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내가 공격을 당하면 너도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돼.
넌 영원히 내 것이야. 우린 완전한 하나지.
NA. 그 시간, 필라르의 진영에는 마치 새까만 먹구름처럼 우주군
의 함대가 몰려와 있었습니다.
서서히 하강해오는 우주군의 위세 앞에서 반군들은 숨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거대한 절망감이 하늘에서부터 대지로 내려앉고 있
었죠. 그 때 필라르가 한 손을 번쩍 들고 우주군 진영의 한 가운
데로 나아갔습니다.
필라르 (위엄 있게)우주군은 들어라.
난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다.
M 라젠카 NEXT
NA. 그리고 죽음보다 더 조용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우주군도 필라르 진영도 모두 꼼짝하지 않고 있었죠.
그리고 수 분이 지나자, 우주군의 함대는 조용히 물러갔습니다.
그들은 필라르의 존재를 믿었던 것이었죠.
시그너스 최강의 부대인 우주군 함대 앞에서
당당히 맨 손으로 혼자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전설의 태양, 필라르 볼카네스 페르우노 뿐이었으니까요.
군중들 (환호성) 우주군이 물러갔다!!
사다드 필라르님,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마십시오.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습니다.
필라르 다행이야. 그들이 아직 내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엑사토 (에코) 정말 무서운 배짱이군.
저런 점 때문에 아길라스가 그렇게도
필라르를 두려워했던 걸까. 
라비타 (E 다가와) 제가 주시는 것은 안 드시겠죠?
E 쟁반 위에 그릇이 달그락거리는 소리
필라르 아냐. 이리 줘.
라비타 감사합니다. 
이 미천한 것을 받아주시니 황공할 따름이옵니다.
필라르 별 말을 다 하는군.
사다드 (에코) 아무래도 라비타가 수상해.
코드 불길한 느낌.
아즐라 ( 당황한 )사다드! 필라르가 피를 토하더니 
몸이 뻣뻣이 굳어 가고 있어.
카샴 당연하죠. 이건 독입니다.
아즐라 사다드, 내 치유력으로도 안돼.
카샴 아즐라님, 독은 해독제를 먹어야 풀립니다.
사다드 나쁜 년. 라비타야.
아즐라 뭐? 뭐라고 했어?
사다드 (E달려가며) 제가 해독제를 구해보겠습니다.
M "SUMMER KISSES, WINTER TEARS "( JULEE CRUISE )
:라비타 수비타의 테마
사다드 (불같이 화내며) 해독제를 내놔!
라비타 (켁켁거리며) 살려줘..사다드..
사다드 나쁜 년, 어서 해독제를 내놔!
라비타 무슨 소린지 난 모른단 말야..
NA. 사다드는 최후의 수단으로 생명수를 써보기로 합니다.
이미 필라르는 의식을 잃었기 때문에 물을 넘길 순 없었지만, 사
다드는 한 모금 한 모금씩 필라르의 입 속에 생명수를 넣어주고 
자신의 염원으로 그것을 삼키게 했습니다.
필라르 켁켁..(토하는)
사다드 필라르님, 정신이 드십니까?
카샴 어서 엎드리게 해. 모두 토해내야 하니까.
필라르 (켁켁거리며 토하는) 사다드..
카샴 됐어. 나머지 치료는 내가 하면 되겠어.
필라르 (기운 없는) 사다드, 네 목소리를 들었어.
네 목소리를 다시 듣게 돼서 정말 기뻤어.
코드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듯.
라비타 아까부터 왜 날 의심하는거지?
사다드 (무겁게)라비타, 정말로 필라르님이 없어지면 
내가 너한테로 갈 줄 알았었나?
라비타 무서워. 그런 얼굴로 쳐다보지 마.
난 네 곁에 있고 싶었을 뿐이야.
네가 필라르님 때문에 날 쳐다보지도 않으니까..
사다드 알았어. 
라비타 (E 안기며)사다드, 이제 날 사랑해줄 거야?
사다드 그래. 내가 네 문제를 해결해줄게.
E 초능력 광선이 나가는 소리.
라비타 악! (숨 넘어가며) 사다드....날 살려줘..
날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목숨만 살려줘..
사다드 라비타, 넌 이런 결말이 어울리는 사람이야.
M "SUMMER KISSES, WINTER TEARS "
아즐라 사다드. 어디 갔다 왔어?
사다드 내일 출격 준비 때문에 반군 쪽에 다녀왔습니다.
데스티노 (에코) 저 녀석은 내가 마음을 읽는다는 걸 
잊어먹은 모양이군.
아즐라 너도 이거 먹을래? 
(먹으며) 지구인이 만든 건데 아주 맛있어.
데스티노 아즐라님, 전 잠깐 사다드하고 얘기 좀 하고 올게요.
E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데스티노 시체는 어떻게 했어?
사다드 (묵묵히) 보셨습니까?
데스티노 안 본다고 모르냐? 
사다드 다른 시체들과 함께 묻었습니다.
데스티노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울기 위해서 누군가의 어깨가 필요할 때가 있지.
그런 상대로 나보다 더 적역이 있겠어?
사다드 (묵묵히) 첫사랑이었습니다.

레드문 SIGNAL
NA. 결전을 하루 앞 둔 그 날 밤, 외로운 사람들의 머리 위로 천
공도시들이 무리 지어 지나갔고, 부서진 구시가지에는 서늘한 바
람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안한 미래는, 절망적인 첫사랑의 기습처럼 다가오고 있
었습니다.



51

NA. 헤어질 때는 곧 다시 볼 수 있는 것처럼 말해야합니다.
특히 그것이 마지막일 것 같을 때는 더더욱 그렇죠. 마치 가까운 
곳을 다녀오는 사람처럼, 조금 후에 다시 볼 것처럼 말해야, 이
별의 무게를 견딜 수 있으니까요.

데스티노 (신나서) 필라르님, 디오사의 텔레파시를 들었다면,
이제 정신능력이 돌아온 겁니까?
필라르 글쎄..
데스티노 글쎄..라뇨?
필라르 데스티노, 잠깐만 그대로 서 있어봐.
E 바위돌이 날아와 쿵하고 찍는 소리
데스티노 으악! 
필라르 (기뻐하며) 되는구나. 이젠 바위도 움직일 수 있어.
생명수를 많이 마셔서 능력이 좀 돌아왔나봐.
데스티노 (바락바락 대드는) 필라르님, 아무리 그래도..
제가 무슨 실험용 생쥐입니까?
필라르 데스티노가 제일 믿음직하니까 그렇지.
또 이 중에선 꽤 오래 산 편이니까
만일 잘못돼도 별로 아깝지 않고..
데스티노 네? 지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남들이 들으면 절 중늙은이로 알겠습니다!
필라르 하하, 데스티노 화내지 마. 농담이었어.
데스티노 (중얼중얼) 이 판국에 농담이 나오나...지금.
필라르 자, 아길라스의 심장을 치러 본성으로 가자. 
사다드, 데스티노, 그리고 진희면 충분해.
아즐라 왜 나는 놔두고 가려는 거지?
필라르 넌 여기서 군을 통솔해야지.
아즐라 넌 능력이 다 돌아오지도 않았잖아.
그대로 가면 위험해.
필라르 어머니가 날 계속 부르셔.
어머니가 날 도와주실 거야.
아즐라, 내가 아길라스를 해치우면 바로 연락할게.
그럼 넌 군을 이끌고 태양성으로 입성하는거야.
루나 나도 같이 가겠어. 
필라르 하하.. 왜 이렇게 지원자가 많을 걸까.
루나, 너는 홀몸이 아니잖아.
아기가 자라면 꼭 얘기해줘.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싸웠는지, 어떻게 싸웠는지.
그 아이가 자랐을 땐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말야.
그게 네가 할 일이야.
그럼 다녀올게. 
E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소리
E 컴퓨터와 통신기기들의 소음들
아길라스 우선 각 성의 자동방어장치를 가동시키고 있어라.
내가 우주군 사령관을 만나보고 결정하겠다.
E 공간이동으로 나타나는 소리.
필라르 (위엄있게) 아길라스. 내가 왔다.
아길라스 그래, 윤태영, 너였구나. 
필라르 어머님을 돌려보내고 항복하면 널 살려주겠다.
아길라스 하하하. 그렇게 못하겠다면?
필라르 본성을 통째로 폭파시키는 수밖에 없겠지.
아길라스 그렇게 되면 네 에미도 죽을텐데..
필라르 어머니도 이해하실 것이다. 날 부른 건 어머니니까.
E 자동문 열리는 소리
레이나 (간절하게) 필라르!
엄마는 걱정하지 말고 어서 지구로 도망쳐요.
필라르 어머니...
아길라스 자, 네 에미가 여기 있으니.. 본성을 폭파시켜봐라.
필라르 어머니..
아길라스 그래서 넌 날 이기지 못하는 거야. 하하하하.
소원대로 네 에미는 돌려주지.
레이나 (E 달려와) 필라르. 내 손을 잡아요.
필라르 어머니.
레이나 (E 기계 톤으로 변하며) 필라르, 죽여주마. 
(E 고압전류가 흐르는) 어떠냐, 엄마의 품이 
아주 따뜻하지 않느냐?
사다드 (절규하듯) 필라르님. 어서, 떨어지십시오.
데스티노 젠장, 저건 안드로이드잖아. 
어쩌지? 저렇게 꽉 부등켜안고 있으니,
안드로이드를 공격하면 필라르도 위험해질텐데..
레이나 (E 고압전류가 계속 흐르고, 기계톤)
자, 내 아가 눈을 감아라, 영원히.
박진희 (절규하는) 태영아!
아즐라 (E 공간이동으로 나타나, 광선을 쏘는)
필라르! 안드로이드에서 떨어져!
E 안드로이드 폭발음.
레이나 (E 고장난 기계음) 아즐라, 엄마를 죽이려는 거냐.
박진희 (E 주먹으로 기계의 머리를 부수고) 시끄러.
기계인간 주제에 무슨 엄마 행세야.
필라르 아즐라, 네가 어떻게 여길 왔어?
아즐라 걱정돼서 왔어.
엑사토 더 이상 끌면 추해진다. 아길라스! 어디 있는가?
필라르 지하에요. 이 방 지하에 있어요.
어머니가 거기서 부르세요.
NA. 그들이 지하 밀실에서 본 것은 끔찍한 광경이었습니다.
아길라스는 뼈와 살이 사라지고 내장만 남아서 거대한 시험관 속
에 들어가 있었고, 그의 탐욕스런 뇌는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었
습니다. 그리고 디오사는 의식을 잃은 채,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
었죠.
엑사토 아길라스, 언제부터 죽일 가치도 없는 몸이 된 건가.
아길라스 최후통첩의 날을 기억하나, 엑사토?
내가 요구한 것은 디오사와 아즐라의 교환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돌아온 것은 
왕족들의 싸늘한 냉소뿐이었지. 
시그너스 최고의 과학자였던 나를 
'천한 것'이라고 불렀어.
나는 그날 이후 강해지기로 결심했다.
나를 비웃은 왕족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나는 거듭된 강화프로그램을 거쳤고,
그 덕분에 육신은 잃었지만, 나는 강해졌다.
필라르 그래서 내 어머니까지 이런 신세로 만든 거냐?
넌 내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으면 
내가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난 분명히 들었다.
차라리 자신을 죽이고서라도 시그너스를 구하라는 
내 어머니의 절규를 똑똑히 들었어.
(E 광선을 뿜으며) 죽어라 아길라스!
아즐라 안돼!
필라르 왜 그래, 아즐라. 
아즐라 아길라스를 공격하면 어머니가 돌아가시잖아.
아길라스 그래, 내 인형아, 넌 나를 죽이지 못할 것이다.
필라르 아즐라, 정신 차려. 너를 세뇌시키려는 거야.
어머니 걱정말고 아길라스를 처치해.
아즐라 (분노하는) 그래..아길라스, 널 죽이겠어. 
내 손으로(E 광선이 나가는) 직접 죽이겠어!!
E 시험관 유리가 깨지면서 물이 쏟아지고, 
내장이 땅에 떨어지고 컴퓨터가 폭발하는.
레이나 아즐라!
필라르 (에코) 나는 지화가 남긴 유언을 믿었기 때문에
아길라스가 어머니를 죽이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데스티노 (E 무전기 여는 소리) 용군은 들어라. 출격이다.
아즐라 필라르, 이상해. 엔진이 멈춘 것 같아.
데스티노 천공도시의 엔진은 메인 컴퓨터가 
조종하고 있었는데...
필라르 메인 컴퓨터는 컴퓨터 디오사가 
조종하고 있었잖아. 그렇다면..천공도시들이 
모두 땅으로 떨어질 거야.
코드 암흑 같은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온다.
E 추락과 폭발음 어어지고. 멀리서 들리는 비명.
아수라와 같은 혼돈의 소리.
NA. 거대한 엔진음을 남기면서 도도하게 하늘을 날던 300개의 천
공도시는 모두 추락했습니다. 그것은 천공도시에 살던 시민들의 
죽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시그너스 자체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죠. 파괴된 대지에선 용암이 솟고, 그 위로 피의 강이 흘
렀습니다. 그건 시그너스 최후의 날이었습니다.
사다드 어디로 가십니까?
필라르 사다드, 잠시 다녀올 데가 있어.
조금 있다가 봐.
코드 가슴이 미어지듯 슬픈 느낌.
NA. 마지막 인사는 솜털처럼 가벼웠습니다. 마치 조금 후에 다시 
볼 것처럼.
필라르 (기도하는) 왜 저를 버리시나이까.
사다드 (아주 멀리서 부르는) 필라르님!
필라르 우리를 구하소서. 시그너스를 구하소서.
저의 피를 뿌려 시그너스를 구하게 하소서.
E 광선과 함께 분수처럼 피가 뿜어져나가는 소리
사다드 (멀리서 절규하는) 필라르님, 안됩니다!!
당신이 죽으면 저도 죽을 것입니다! 필라르님!!!
M 슈베르트의 '밤과 꿈' 연주 깔리면서
NA. 필라르의 가슴에 있던 흉터가 벌어지더니 피가 안개처럼 뿜
어져나와 시그너스의 대기위로 치솟았습니다. 그건 종말을 막기 
위한 피의 세례였습니다. 시그너스의 대지들은 필라르의 피로 물
들어 다시 새싹을 피웠고, 오염된 바다는 필라르의 피로 정화되
었습니다. 
필라르가 온 몸의 피를 뿌리고 시그너스의 대지위로 풀썩 쓰러졌
을 때, 그의 눈에 보이는 건 암흑뿐이었죠. 
E 서울 도심지의 거리 차소음.
M "YOU CALL IT LOVE" (KAROLINE CRUGER)
지화 모 알고 있었네. 그 애가 죽은 건.
어쨌든 고맙군, 이 뼈라도 가져와 줘서.
(E 일어나며) 이만 가보게.
박진희 (에코) 그 때 지화의 웃는 모습이 
낡은 사진틀 안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E 서울 도심지의 거리 차소음. 
박진희 (독백 톤) 우리가 돌아왔을 때 
지구는 이미 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있었다.
그 곳에선 지낸 건 불과 2년이었지만.
변해버린 거리, 사람들의 알 수 없는 표정, 
뼈 속까지 시리게 파고드는 소외감이 덮쳐왔다.
나는 분명히 지구인이었지만, 그들과 달랐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나를 슬프게 하는 건,그 날의 기억이었다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던 태영이와
태영이를 부등켜 안고 울던 사다드의 처절한 통곡. 
그 광경과 소리들이, 아직도 눈을 감으면
나를 그 날의 시그너스로 데려가곤 한다.
난 언제쯤이면 그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지구에 속할 수 있을까.
M "YESTERDAY" (BEATLES)
태영 모 (E 차문 닫으며) 진희 학생. 부탁할게.
박진희 참, 어머니, 내일은 우주과학센터에 
가야할 것 같아요.
태영 모 알았어. 준비해둘게.
E 차 떠나는 소리.
박진희 (아이한테 타이르듯) 태영아, 안전벨트 매야지
윤태영 (이하 바보 같이 아주 어눌한 톤으로) 어..
박진희 가만 있어. 내가 해줄게.
E 안전벨트 딸그락거리는 소리
윤태영 형..형은 잘..하는데..
박진희 난 형이 아니라 친구라고 했잖아.
윤태영 아니야...나는 바보 같고....형이..형이야..
박진희 지금은 태영이가 아파서 그래.
이제 몸이 다 나으면 네가 얼마나 똑똑했었는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 다 얘기해줄게.
수많은 사람들이 너를 믿고 따르고 존경했었어.
윤태영 존..경..이 뭐..야.
M "SUPERSTAR" (SONIC YOUTH) 깔리면서
E 병원 문 밀고 들어가는 소리
동네의사 (아기 다루듯이) 어서 온, 우리 태영이 왔냐?
윤태영 예..
박진희 기다리는 동안, 우유 마셔.
윤태영 (E 우유를 줄줄 쏟는) 형...우.. 유가..새..나.봐..
박진희 미안해. 내가 빨대를 잊었구나.
(E 손수건으로 훔치는)입을 꼭 다물어봐. 닦아줄게..
간호사 윤태영군 들어오세요.
박진희 네. (E 번쩍 안아 올리는) 태영아, 들어가자.
윤태영 우..유..
박진희 (E 걸어 들어가며) 진찰 받고 나와서 먹으면 돼.
(E 태영을 내려놓고) 그럼 부탁드립니다.
E 진찰실 탁,하고 문 닫는.

레드문 SIGNAL

NA. 그 후 지구는 먼 우주로부터 통신을 받았습니다.
피의 기적이 일어난 곳을 중심으로 오염이 풀리고 있으며, 의회
정치가 시작됐으며, 태양 아즐라는 아름다운 왕녀 루나레나와 함
께 아들 필라르를 키우고 있다고. 
시그너스의 치료와 복구에 쏟는 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아즐라
는 전국민으로부터 전설의 태양이라는 칭송을 듣고 있다고.
그리고 시그너스인들은 피의 기적이 일어난 그 날을 잊지 않고 
있다고, 시그너스 전군 사령관 데스티노 데스티니가 기나긴 통신
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윤태영 (문 안에서, 발작하는 것처럼) 아악...싫어, 싫어!!
박진희 (E 문 열고 들어가) 왜 그래, 태영아!
간호사 담당 선생님이 안 계시다고 이러네요.
윤태영 안해, 안해.
사다드 (E 걸어 들어오며) 이런 우는 소리가 큰 걸 보니
곧 걸을 수 있겠는걸?
윤태영 선..생..님..
박진희 (에코)사다드가 언젠가 말했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주인을 돌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사다드는 정말 그렇게 했다.
이제는 돌아오지 못할 그리운 날들..
수천 번 해가 뜨고 져도
영원히 변치 않은 건, 우리들의 태양은 
태영이 바로 너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오늘밤도 내 가슴엔 붉은 달이 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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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봄맛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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